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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고평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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蘭皐平生詩 (난고평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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鳥巢獸穴皆有居 (조소수혈개유거)
顧我平生獨自傷 (고아평생독자상)
 
새도 둥지가 있고 짐승도 굴이 있건만
내 평생을 돌아보니 너무 가슴이 아프네.
 

芒鞋竹杖路千里 (망혜죽장로천리)[1]
水性雲心家四方 (수성운심가사방)[2]

짚신에 대지팡이로 천리 길을 떠돌며
물과 구름처럼 사방을 내 집처럼 여겼네.
 

尤人不可怨天難 (우인불가원천난)
歲暮悲懷餘寸腸 (세모비회여촌장)[3]

남 탓할 수 없고 하늘 원망할 수도 없어
섣달그믐엔 서글픈 마음 가슴을 미였네.

 
初年自謂得樂地 (초년자위득락지)
漢北知吾生長鄕 (한북지오생장향)

어려서는 좋은 세상 만났다 생각하며
한양이 내가 성장한 고향인줄 알았네.

 
簪纓先世富貴人 (잠영선세부귀인)[4]
花柳長安名勝庄 (화류장안명승장)

집안은 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려
꽃 피는 장안 명승지에 집이 있었네.
 

隣人也賀弄璋慶 (인인야하농장경)[5]
早晩前期冠蓋場 (조만전기관개장)[6]

이웃 사람들이 아들 낳았다고 축하하고
조만간에 장원급제 출세하길 기대하였네.
 

髮毛稍長命漸奇 (발모초장명점기)
劫灰殘門飜海桑 (겁회잔문번해상)[7][8]

머리카락 자라선 팔자가 기구하여
뽕나무 밭 바다 되듯 집안이 망하였네.
 
依無親戚世情薄 (의무친척세정박)
哭盡爺孃家事荒 (곡진야양가사황)[9]

의지할 친척 없고 세상인심 박해지고
부모상 마치자 집안이 황폐하였네.
 

終南曉鍾一納履 (종남효종일납리)[10]
風土東方心細量 (풍토동방심세양)

남산 새벽 종소리 들으며 신 끈을 매고
동방풍토 돌아다니며 시름이 가득찼네.
 

心猶異域首丘狐 (심유이역수구호)[11]
勢亦窮途觸藩羊 (세역궁도촉번양)[12]

마음은 고향 그리는 여우같건만
형세는 울타리 뿔 걸린 양이네.

 
南州從古過客多 (남주종고과객다)
轉蓬浮萍經幾霜 (전봉부평경기상)[13]

남녘지방에 예부터 나그네 많았다지만
부평초처럼 떠도는 신세가 몇 년인가.


搖頭行勢豈本習 (요두행세기본습)
掩口圖生惟所長 (엄구도생유소장)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 어찌 본색이랴만
입 다물고 사는 것이 그 중에 상책이라.
 

光陰漸向此中失 (광음점향차중실)[14]
三角靑山何渺茫 (삼각청산하묘망)[15]

이리 살며 차츰 세월을 잊어버려
삼각산 푸른 모습이 아득하기만 하여라


江山乞號慣千門 (강산걸호관천문)
風月行裝空一囊 (풍월행장공일낭)

강산 떠돌며 구걸한 집이 수도 없건만
풍월시인 행장은 빈 자루 하나뿐이네

 
千金之子萬石君 (천금지자만석군)
厚薄家風均試嘗 (후박가풍균시상)

천금의 부자와 만석꾼 부자들의
후하고 박한 가풍을 고루 맛보았지.


身窮每遇俗眼白 (신궁매우속안백)
歲去偏傷鬢髮蒼 (세거편상빈발창)

신세는 궁박하여 늘 백안시 당하고
세월 갈수록 머리만 희어져 가슴만 아프네
 

歸兮亦難佇亦難 (귀혜역난저역난)
幾日彷徨中路傍 (기일방황중로방)

돌아가기도 어렵지만 그만 두기도 어려워
죽도록 길 위에서 떠돌아야 하는 신세네.

역주

[편집]
  1. 芒鞋竹杖(망혜죽장) : 짚신과 대지팡이. 즉 먼길을 떠나는 간편한 차림.
  2. 水性雲心(수성운심) : 물 같은 성품과 구름 같은 마음.
  3. 寸腸(촌장) : 마디마디의 창자. '작은 진심'
  4. 簪纓(잠영) : 관원이 쓰는 비너와 갓끈. '양반'을 이르던 말
  5. 弄璋(농장) : 아들을 낳음.
  6. 冠蓋(관개) : 높은 벼슬아치가 타고 다니는 수레.
  7. 劫灰(겁회) : 세상이 파멸될 때에 일어난다는 큰 불의 재.
  8. 海桑(해상) : 상전벽해(桑田碧海) 뽕나무밭이 바다가 된다, 즉 세상 일이 빠르게 변함.
  9. 爺孃(야양) : '부모'의 속칭
  10. 終南(종남) : 남산의 남쪽 봉우리
  11. 首丘狐(수구호) : 수구초심(首丘初心) 여우도 죽을 때 저 살던 굴로 머리를 향함. 즉 고향을 그리워함.
  12. 觸藩羊(촉번양) : 저양촉번(羝羊觸藩) 숫양이 울타리를 받다가 뿔이 걸려 옴짝달싹 못하게 됨.
  13. 轉蓬(전봉) : 뿌리째 뽑혀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쑥. 즉 고향을 더나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처지.
  14. 光陰(광음) : 시간이나 세월으 이르는 말.
  15. 三角靑山(삼각청산) : 삼각산, 북한산.

라이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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