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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조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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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여 상자의 아편.

청국민의 돈을 빨아올리기 위하여 영국 상인들이 광동(廣東)에 갖다 두었던 놀라운 수량의 아편은 흠차대신(欽差大臣) 호광(湖廣) 총독 임칙서(林則徐)의 단호한 처분으로 호문수도(虎門水道)에서 모두 불태워 버렸다.

그러나 임칙서는 아편을 불태워 버린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몽몽한 연기를 하늘로 올리며 이만여 상자의 아편이 불타오르는 동안 임칙서는 누차 현장을 순찰하였다. 순찰할 때마다 본 것은 아편 중독자들이 현장 근처를 배회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편은 그 불탄 재도 아편의 성분을 갖고있다 한다.

이 근처를 배회하는 중독자들은 장차 감관원들이 철퇴한 뒤에 아편의 재를 훔치고저 겨누고 있는 것이 분명하였다. 여기서 임칙서는 그 재까지도 처분할 방책을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즉 아편재에 많은 석회(石灰)를 섞어 범벅하여 석회와 아편재의 혼합물을 바닷물에 흘려내려보낸 것이었다.

이 처분에는 중독자들도 기가 막혔다. 하다못해 재 라도 훔쳐가려고 기회를 노리던 그들은 바닷물로 흘러내려가는 석회와 아편재의 혼합물을 마치 외아들이나 땅에 묻는 듯한 비통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마지막 재가 바닷물에 흘러내려가는 것을 본 뒤에 임칙서는 관저(官邸)로 돌아왔다. 인제는 아편 중독에서 완전히 해탈되어 안색도 붉으스러이 청춘미를 회복한 임칙서의 조카딸 매여(梅如)는 돌아오는 아저씨를 일어나 맞았다.

「아아, 바다에는 아편쟁이 물고기들이 많이 끓이겠군. 」

아저씨의 농담에 매여도 그의 혈색좋은 얼굴에 미소를 나타내었다.

아편을 다 처치한 뒤에 임칙서는 비로소 영국인의 자유 구속을 해제해 주고 아편 이외의 상품은 광동에서 자유 무역하기를 허락하였다. 이 처분에 대하여 도리어 영인 감독관 엘리어트에게서 항의가 오리라고는 임칙서에게는 의외였다. 가로되,

「영국인의 제산에 부당한 손해를 입힌 것은 귀 정부의 실수이니 이 책임은 마땅히 귀정부에서 져야할 것이다. 」

그리고 온 영인을 데리고 오문(澳門)으로 철퇴하였다.

임칙서는 일소에 부하였다.

「적반하장이로구나, 청국 정부가 금하는 일을 청국 땅 안에서 행하고 도리어 불평이라? 양귀자(洋鬼子)의 염치는 우리 동양사람과는 다르군. 」

일소에 붙이고 개의치 않았지만 임칙서의 예상하지 않았던 일이 차차 발생되었다.

첫째는 무역의 부진에 따르는 광동시의 몰락이었다.

지금껏 영인은 아편을 제공하고 그 대신 귀한 산품인 대황이며 차 등을 바꾸어 갔었는데 아편 무역의 길이 막히매 청국 산품을 현금으로 사가지 않을 수 없는지라 따라서 무역이 부진하여가고 광동은 나날이 어두워 갔다.

또 한 가지는 아편을 공공히 탄압한 결과로 밀매 밀수입이 격증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결과로서 아편의 값이 폭등하여 한 상자에 오백 불 내외하던 것이 일약 삼천 불로 뛰어오른 것이었다.

이 예상밖의 결과에 임칙서는 당황하여 다시 훈령을 내렸다. 가로되 외국 상품으로 청국 법령만 잘 지키면 자유 무역을 허락할지니 황포(黃浦)까지라도 와서 무역을 하거라 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임칙서는 다시 훈령을 내려서 「이미 아편 문제는 해결되었으니 다른 무역은 자유로 하라」 하였으나 영국 감독관 엘리어트는 여전히 개의치 않고 청국 정부의 불법 처분의 책임을 규탄하였다.

엘리어트가 이렇듯 고집을 부리는 데는 까닭이 있었다. 이미 이 지구상의 해상권을 손아귀에 넣은 영국으로서는 이 기회에 그의 강대한 해군력으로 청국을 강압하여 강대한 이권을 잡아 보려는 내심이었다. 그래서 본국에 청하여 영국 해군의 동양 회항을 청하고 회항이 실현되는 날까지 다만 날짜만 끄을자는 것이었다. 해군의 회항만 실현되면 그때 비로소 대포의 입을 마주 세우고 청국과 교섭을 하려는 배짱이었다.

교섭으로 호름호름 일자를 끄으는 동안에 영국서는 감독관 엘리어트의 종형되는 해군 소장 조지 엘리어트를 수석전권(首席全權)으로 임명하고, 도광(道光) 이십 년 서력 일천팔백 사십년 유월 스무 하루부터 속속 해군 군력을 청국으로 보내서 광동 봉쇄에 착수하였다. 군함 열 여섯 척, 대포 오백 사십 문(門), 무장 선 다섯 척, 육군 군용선 한 척, 수송선 스물 일곱 척, 거기 육군 병사 사천명을 합하여 청국을 바다로 봉쇄하였다.

영국군은 광동을 봉쇄하고 그 유월 스무날 북경을 향하여 진군을 시작하였다.

청국군 정부에서는 영국의 정교한 병기에 깜짝 놀랐다. 영국 이르는 곳에 청국군은 반드시 패배하였다.

칠월 그믐께는 벌써 양자강구(揚子江口)를 봉쇄하고 백하구(白河口)로 그냥 진군을 계속하였다.

청국에서는 직예(直隷)총독 기선(琦善)을 교섭위원으로 삼아 영국군과 교섭을 시작하였다.

「청국 법률에 청국 국내에서 아편 매매 금지하고 이 법령을 어기어 아편 매매하는 경우에는 당자는 처벌하고 아편은 몰수한다는 조목이 있다. 내 나라 안에서 내 나라 법령대로 시행한 것인데 영국서는 무력으로 다투자는 것은 웬일이냐.」

하는 항의에 대하여 영국측의 회답은

「무역은 자유이다. 이 무역을 막는 것은 사람의 자유를 막는 것이라.」

대답하였다.

「내 나라에서 무역을 하려면 내 나라 법률이 허락하는 한도 안에서 할 것이라.」

하는데 대한 대답으로는 대포 다섯 방이 날아온 뿐이었다.

교섭은 그냥 계속되었다. 영국군을 백하구에 멈추어 둔 채 세 번을 북경에 청훈(請訓)하는 동안 구월 십오 일까지가 걸리고, 세 번의 교섭의 결과로서 영군은 일단 문제의 발생지인 광동으로 돌아가서 교섭을 계속하기로 되었다.

그해 동짓달 흠차대신 임칙서는 북경으로 황제께 불렸다.

어전에 부복한 임칙서에게 황제는 한참을 아무 말도 내리지 못하였다. 한참 동안을 묵연히 있다가야 기다란 한숨 가운데서 옥음이 내렸다.

「경을 이려진수(伊黎鎭守)를 차제를 하오. 」

좌천(左遷)이었다.

임칙서는 한참을 묵묵히 있다가야 겨우 복주하였다.

「성은을 감사할 따름이옵니다. 」

「짐(朕)도 두고 두고 생각해 보았지만 시세가 하두 변화무쌍해서……」

「지당하오십니다. 」

임칙서도 황제의 심경을 잘 안다. 이 조정에서 능히 영국인의 탄압에 대항하여 청천자와 영국왕의 차별을 주장하고, 아편 박멸의 철퇴를 두를 수 있을 유일의 인물로 도광제(道光帝)께 선택받은 임칙서였다. 지금 영국의 병력이 우리 나라보다 강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채고, 그 영국의 무리한 압력에 반항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신임하는 대신 임칙서를 좌천시켜 양인의 철봉을 피하기로 결심함에는 폐하는 얼마나 진금이 괴로웠으랴.

아아, 자기의 압력 아래서도 영인은 대포의 보호로써 아편을 강매하였다. 자기마저 좌천이 되면 영인은 제 세상이라고 머리를 두르고, 일껏 수다한 희생을 참아가면서 실시하였던 아편 박멸은 헛된 물거품으로 돌아가겠구나.

폐하의 진념도 진념이려니와 이 나라의 장래는 어찌 되려는가.

저 괘씸하고 고약한 영인들은 아편과 같은 마물을 이 나라에 밀매하는 것조차 방임치 못하겠거늘 오늘날 대포로 위압하며 싫다는 물건을 강매까지 하려는가. 구구한 무역상의 적은 이익을 위하여 한 개의 민족을 박멸하려는 것인가.

아편에 대하여 가장 단호한 관심을 갖고있던 폐하가 오늘날 이렇게 마음 돌리시기까지에는 얼마나 간장을 녹였으랴.

「경은 결코 나무럽게 생각지 마오.」

「폐하 ! 」

「세상이 하두 괴상해서……」

「폐하 ! 」

늙은 황제와 늙은 대신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렀다.

퇴궐하는 길에 길가에서도 수두룩이 보이는 아편 중독자. 한때 좀 뜸하여 (인제부터는 우리 나라도 재생의 길에 오르는구나)고 기꺼이 생각하였던 그것도 한때의 낮꿈이었고, 영국인의 부도덕은 한 개 민족으로 하여금 멸망의 길을 더듬게 간재하고 있으니, 하늘이 계시면 어째서 저런 악종에게 천벌을 내리시지 않는가.

임칙서는 드디어 변방으로 마치 귀양살이 가듯 멀리함을 받았다.

임칙서가 좌천이 되자 도광 이십일 년 서력 일천팔백 사십 일년 정월 초이렛날 영국 군사는 천비(穿鼻)의 포대(砲臺)를 점령하고 광동시를 향하여 진항(進航)하면서 대포의 아구리 앞서 청국군과 조약을 체결하였다.

그 조약에 가로되,

1, 홍콩을 영국에게 할양할 것.
2, 관세를 공평하게 할 것.
3, 청국과 영국은 대등의 국가요 따라서 영국과 인도의 황제인 빅토리아 여황은 청국 황제와 매한가지의 황제임을 청국서도 인정할 것.
4, 배상금 육백만 불을 지불할 것.
5, 광동 무역을 속히 다시 시작할 것.

이러한 조약이 성립되었다.

그러나 이 조약은 청, 영 두 나라가 다 불만이 여기었다. 영국으로서는 전승자의 입장으로 군비며 아편의 배상금도 더 많이 받고싶었고 홍콩 문제도 할 양이라는 명색은 붙었으나 일종의 차지(借地) 관계 비슷했고 영후의 영국 신민의 생명 재산의 보장이 되지 않았다고 불만이 보았다.

청국측에서는 또한 청국은 이 세계의 종주국이고 청국 이외의 국가는 죄 조공국이라 보고 있는데 영국이라는 나라와 대등의 관계를 인정한다는 것이 불만 하였다.

당연한 결과로서 영국측은 그냥 군사를 철퇴치 않고 청국측에서는 황족 혁산(奕山)을 정역 장군(靖逆將軍)으로 임명하고 호북, 사천, 귀주 등의 군사를 광동으로 이동시켜 다시 전쟁 준비를 하고 굴욕적 조약 체결의 책임자인 기선은 혹룡강에 정배를 보내기로 되었다.

청국의 전쟁 준비를 눈치챈 영국측에서는 청국에게 엄중한 항의를 제출하였다. 그동안에 벌써 영국인의 광동 무역은 적지 않게 활발하게 되었으므로 여기서 전쟁이 다시 일어나면 영국인의 손해가 막대하게 될 형편이라 할 수만 있으면 전쟁은 피하려 하였다. 그러나 청국측에서는 영국의 항의에 개의치 않고 그냥 전쟁 준비를 하므로 영국은 삼 월 스무날 다시 포문을 열어 삽시간에 호문수도를 함락시키고 스무 사흘에는 광동의 일각을 점령하였다.

그러나 이때 청국에서는 육백만 불의 배상금을 내야 하므로 다시 휴전이 되었다.

이 휴전으로 감독관 엘리어트는 본국 정부며 군 당국에게 종래 노염을 샀다. 벌써 몇 번째 전쟁을 시작하다가는 휴전하고 하여 군인의 사기가 꺾여져서 이 때문에 종래 감독관이라는 지위를 잃고 본국으로 소환되었다. 그 대임자로 포팅거가 전권공사로 되었다.

포팅거는 취임하자 곧 훈령을 내렸다. 「국가의 대방침을 위해서는 사사로운 무역상의 이익을 돌볼 수 없으니 충량한 영국 신민된 자는 위험한 곳을 피해서 군의 행동을 방해하지 말라」하고 곧 다섯 척의 군함과 소수의 육군으로 홍콩을 지키게 하고, 군함 열 척, 거기 실은 대포 삼백 이십 문, 기선 네 척, 거기 실은 대포 열 여섯 문, 육군 장졸 이천 오백여 명으로써, 팔월 스무하룻날 북진을 시작하였다. 그때 마침 인도 병의 증원부대까지 도착되어 하문(廈門), 영파(寧波), 등까지 점령하고 잠깐 쉬어 홍콩의 행정 조직을 정비하고 다시 진군하여 진강(鎭江)까지 이르렀다. 수양제의 찢은 황하의 대운하가 일천 팔백 오십 삼년의 큰 수해로 물줄기가 변하여 지금은 동아(東亞)로 흐르는 양자강의 원줄기만 남았지, 황하에서 양자강으로 내려 찢은 남북 운하 줄기는 없어졌지만, 도장 이십 이년 서력 일천 팔백 사십 이년인 당시에는 동아의 줄기와 남북의 줄기가 그냥 남아서 진강은 이 동아의 줄기와 남북의 줄기의 교차점이었다. 그러므로 진강만 꽉 눌러 놓으면 양자강과 운하의 교통을 한꺼번에 잡는 것으로서 대청국의 사명(死命)을 잡는 것이 된다. 영국은 군함 스물 다섯 척에 대포 육백 예순 여덟, 기선 열 네 척에 대포 쉰 여섯, 병원선, 특무선 등 아홉 척으로 강어구를 막고, 육상에서는 인도병까지 육천 구백 명으로써 양자강과 대운하의 목을 잡았다.

인제는 대청국으로도 할 수가 없었다. 동아로 통하는 길목과 남북으로 통하는 길목을 한꺼번에 잡혔으니 사면 팔방으로 결박된 청국은 몸 움직일 땅이 없게 되었다.

노대국 청국으로도 인제는 오랑캐 양인이 제출하는 조건을, 그대로 승인치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서게 되었다.

1, 홍콩을 완전 할양할 것,
2, 광동, 하문, 복주, 영파, 상해 등 다섯 항구를 개방할 것.
3, 각 개항장에는 영사를 둘 것.
4, 군비와 아편 배상으로 이천만 불을 영국에 지불할 것.
5, 청국인의 상업 중개 제도를 폐지할 것.
6, 관세를 일률로 오 분(分)으로 할 것.
7, 영국과 청국은 대등 국가임을 인정할 것.

대포의 입을 벌리고 대포의 방아쇠는 포수와 손에 잡힌 아래서 두 나라의 조약은 드디어 성립되었다. 어떤 조목에 대하여 청국측에서 항의를 하거나 주저를 하거나 할 때는 대포 탄환은 다섯 방, 여섯 방 남경성을 향하여 날아가고 하였다.

귀양살이하다시피 벽지에 좌천되어 있는 임칙서는 그래도 아편에 관한 문제는 무심히 여길 수가 없어서 부하 관리들을 통하여 그 정보를 늘 청취하고 있었다.

드디어 그의 귀에 남경조약의 소식이 들어왔다.

한참을 벙벙히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아아, 헛 애를 썼구나.〉

인제부터는 대포로 보호를 받으며 영국인의 아편은 이 나라로 쓸어들어올 것이다.

밀수입, 밀매의 덕으로 그래도 그 들어오는 양도 적었고 따라서 그 값도 비쌌거니와, 인제부터는 아편의 사태가 날 것이다. 값도 과연 떨어질 것이다.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혹은 값이 너무도 비싸기 때문에 감히 가까이하지 못하던 무리들도 모두 인제부터는 아편의 중독자가 될 것이다.

이 원한, 이 원수를 어떻게 할 것인가, 몇 푼의 금전상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 한 민족을 멸망의 구렁텅이에 집어넣으려는 인비인(人非人)의 행사—더구나 이 인 비인의 행사를 하기 위해서 위력으로 누르고 대포를 강제한 그 도적 같은 심사를 어떻게 품갚음할 것인가.

치가 떨리고 분통이 터지는 것 같아서 임칙서는 심신을 안정할 수가 없었다.

과연 온 청국에서는 아편의 사태가 났다. 아직도 국법에는 아편을 금지하는 명문(明文)이 뚜렷이 남아 있다. 그러나 저 염치 없고 인비인인 무리들은 「상인이 물건을 사고파는데 국가에서 무슨 참견이냐」고 도리어 덤벼든다.

그럴진대 왜 너희의 나라에서 이를 매매하지 않고 남의 나라에 와서 국법으로 금하는 일을 하느냐.

국법이 금하는 바라 혹 청렴한 관원이 있어서 이를 금하려 하면 그들은 총으로써 이 금지에 대답한다.

탐욕한 관원은 국법을 방패삼아 뇌물을 받기를 위주한다.

저들은 총이 필요한 때는 총을 내어밀고 뇌물이 필요한 때는 뇌물을 아끼지 않아서 어느 수단을 써서든 아편을 이 나라에 더욱 많이 퍼치기에 노력한다.

그 어떤 날 임칙서는 진실로 기괴한 일을 목격하였다.

임칙서의 관아에서 건너다보이는 곳에 영국인의 한 가족이 살고 있었다.

그 영국인은 매우 아동들을 귀여워하는 사람인 모양으로 매일 아침에는 과자를 한 곽씩 가지고 한길에 나와서는 근처의 아동들에게 과자를 나누어준다.

영국인은 괘씸히 보던 임칙서도 이 사람만은 비교적 호감으로 보았다. 얼마나 아이들을 귀여워하면 하루도 건너지 않고 저 일을 하는가 진실로 감탄하였다.

그러는 동안 차차 이상한 일이 임칙서의 눈에 뜨이기 시작하였다. 매일 아이들 수십명이 그 집 문밖에서 주인 나오기를 기다리고 하는데 차차 그 아이들이 주인 나오기를 기다리는 모양이 초조한 듯한 꼴이 눈에 뜨이기 시작하였다. 보통 과자를 기다리노라면 저다지 초조할 까닭이 없으리라고 보이리만치 아이들의 태도는 애가 타는 듯하였다.

뿐만 아니라 저 아이들이 처음 그 집 앞에 모이고 할 때는 모두 혈색 좋고 원기 좋은 아이들이더니 근일에는 모두가 안색이 검티티하고도 창백한 꼴이 무슨 중병이나 앓고 난 아이들 같았다.

여기서 의심이 더럭 난 임칙서는 차차 아이들을 눈 주어 관찰하였다.

관찰한 결과 아침 일찍이 그 집을 찾아올 때는 아이들은 기력이 하나도 없이 죽어죽어 가는 태도로 오고 한다. 와서는 주인이 어서 나오기를 그야말로 칠 년 대한(大旱)에 비를 기다리는 이상으로 초조하게 기다린다.

주인이 나와서 과자를 나누어준다. 주인이 나오는 순간 아이들의 얼굴엔 환회의 미소가 나타난다. 주인에게 과자를 얻어서는 너무 급하여 씹지도 못하고 그냥 삼킨다. 과자를 받아먹은 뒤에는 눈이 휑하니 마치 무엇을 기다리는 듯이 주저앉아 있다.

한 반 각 내지 일 각쯤 뒤에는 아이들은 차차 원기가 나는 것이 분명해진다. 아직껏 움쩍도 못하고 맥없이 하던 아이들이 그뒤부터는 히닥거리고 뛰 임박질하며 야단을 하고한다.

여러 날을 걸려서 이 점을 분명히 관찰한 뒤에 임칙서는 한 아이를 시켜서 그 과자를 몇 개 얻어오게 하였다. 얻어온 과자를 아무 딴주석 붙이지 않고 조카딸 매여에게 주었다.

과자를 조카딸에게 주고 임칙서는 청사로 나가서 한나절을 있다가 내실로 들어가 보았다. 그랬더니 조카딸 매여는 눈이 빠지도록 아저씨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었다.

「아저씨. 」

「왜 ?」

「아까 그 과자가 대체 뭐여요?」

「응? 과자지 뭐야. 왜 그러느냐?」

「아저씨. 그 과자가 어디서 난 게오니까. 뉘집에서 파는 게오니까?」

「왜 그러느냐. 」

「그 과자 장수를 잡아다가 국법에 의지해서 당장에 효수를 하셔요. 큰일이어요. 늦었다가는 큰일납니다. 」

「아 왜 그러느냐. 사유를 말해라.」

「그 과자에 아편이 들었어요.」

임칙서의 눈은 한순간 번득였다. 이놈 그렇더냐, 내 감식이 틀리지 않았구나. 이 짐승보다도 못한 놈 같으니, 어른들에게 아편을 팔다 못해서 마지막에는 아이들에게까지 아편을 주어 아편중독자를 만들어서 장차 아편 팔 고객을 만들어 둔단 말이냐. 네 사람의 껍질을 쓰고 능히 그런 짓을 할 수가 있단 말이냐. 위에 하늘이 계실진대 네 능히 하늘 아래 목숨을 보지할 듯싶으냐. 네 죄악이 하늘 아래 그냥 계속될 듯싶드냐.

참을 수 없었다.

대포를 향해 놓고 어른들에게 강제적으로 아편을 파는 것도 참을 수 없는 일이다. 하물며 바야흐로 성장하려는 어린 몸에 독소를 불어넣어 마약의 중독자로 만들어서 장차의 아편 판매 기초까지 세우려는 그 짐승보다도 더럽고 혹독한 행위에 대해서 어찌 추호만치인들 용서를 할 수가 있으랴.

임칙서는 곧 도광제께 기다란 상서를 하였다. 영국인 한 가족이 기괴한 과자를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는 행위를 수상하게 보아 조사한 결과 아편 섞은 과자를 아이들에게 주어 아이들로 하여금 아편중독자가 되게 하여 장차 아편 판매의 고객을 삼으려더란 자초지종을 다 아뢰고 이 천인이 공노할 악인을 버려 둘 수가 없어서 그자가 비록 영국인이라 할지라도 국법에 의지하여 처분하겠노라는 뜻을 아뢰고 아울러 이 일 때문에 영국 영사측에서 무슨 말썽이 오면 일체의 책임을 신이 혼자 지겠사오니 폐하께옵서는 모두 신께 밀어버려 달라는 뜻을 간곡히 아뢰었다.

이 상서를 급사 시켜 북경으로 보내면서 임칙서는 튼튼한 하인 열 명을 데리고 그 영인의 집으로 갔다.

영인은 이 마을의 장관이 왔다고 반가운듯이 환영하는 것을 임칙서는 냉담하게 거절하였다. 그리고 의자에 몸을 의지하고 앉았다.

미리 분부를 받은 하인들은 그 집안 식구를 모두 결박해 놓고 그뒤에 그 집을 찬찬히 뒤지기 시작하였다.

적지 않은 아편의 덩어리가 나왔다.

장차 과자를 만들려던 재료—아편의 쓴맛이 나타나지 않도록 아편을 적게 섞은 밀가루가 꽤 많이 나왔다.

아편 섞은 과자도 적지 않게 나왔다.

이것을 뒤져내는 동안 영인의 식구들은 사색이 되어 몸을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하인들이 탁자에 갖다 바치는 이 장품들을 임칙서는 고요히 굽어보았다.

다 굽어 살핀 뒤에, 서너 살쫌 난 영인의 어린 아이를 하인시켜 데려다가 임칙서 몸소 붙안었다. 붙안고 들여다보며 미소하여 얼렀다.

새파란 눈과 투명되는 동자의 어린애는 임칙서를 쳐다보며 방글방글 웃고 있다. 그 어린애를 한두 번 더 얼러본 뒤에 임칙서는 손앞에 놓인 아편 섞인 과자를 어린애에게 주었다.

무심한 어린애는 그것을 받아 입에 한 입 넣었다.

그러나 이것을 본 어린애기 부모는 죽어가는 소리로 고함지르며 결박진 몸을 이리로 오려고 야단하였다.

임칙서는 눈을 고요히 구을려서 야단하는 영인 내외를 보았다. 그리고 새끼 손가락을 어린애의 입에 넣어서 그 아편 섞인 과자를 꺼내어 마루에 버렸다. 동시에 호령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이 연놈 같으니. 네 자식은 먹이지 못할 물건을 우리 나라 아이들에게는 그래 매일 먹인단 말이냐. 철 모르는 네 자식이야 무슨 죄가 있으랴. 유모 주어 기를 테니, 마음놓고 너희들 갈 세상으로 가거라. 너희도 염치에 살기는 바래지 못할 테지.」

이 호령에 영인 내외는 몸만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을 뿐이었다.

이튿날 임칙서는 복주(福州)의 영국 영사에게 한 장의 편지를 보냈다.

귀국 신민 아무개와 그의 아내 아무개는 본관 소관의 지역 내에 거주하면서 일 년나마를 여사여사한 비인도적 행위를 하여 이 근처의 우리 나라 소년으로 마약에 중독된 자가 수십 명이다.

이런 행위는 하늘이 용서치 못할 비인도적 행위로서 짐작컨대 귀국 황제도 결코 이런 일은 시키지 않았을 것이요, 이런 일을 하는 백성이 있다 하면 엄벌을 할 줄로 믿는 바이다.

본관은 이에 하늘을 대신하여 이 비인에게 정형(正刑)을 가하였으니 그런 줄 알아 주기를 믿는다.

만약 귀 영사로서 그 백성의 행위를 옳다 인정하여 우리 나라에 내가 내린 처분에 대하여 항의를 제출한다 하면 본관은 언제든 피하지 않고 귀 영사와 하늘 앞에 흑백을 다투리라.

이 편지와 함께 그 영국인의 사용하던 증거품까지를 보냈다.

이 편지를 보낸 지 한 달쯤 뒤에 복주의 영국 영사에서는 임칙서에게 회답이 이르렀다.

그 회답은 간단하였다.

〈우리 영국사람으로는 귀관이 말한 바의 아무개라는 사람은 청국에 있는 사람이 없으니, 귀관의 어떤 처분이든 본관은 관계하지 않는다. 〉

이 회답을 볼 때에 임칙서의 얼굴에는 고소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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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에서 1977년 사이에 출판되었다면 미국에서 퍼블릭 도메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퍼블릭 도메인인 저작에는 {{PD-1996}}를 사용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