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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믿는 문구 몇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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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諸家[제가]의 연애관 ──

연애라는 것이 우리 인생에게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여기서 다시 말할 것도 없거니와 연애 문제를 말하려면 여기에 제한한 10편(片)의 원고지로는 물론 핍진한 말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여기에는 경제 문제라든지 남녀 양성(兩性) 문제라든지 결혼 문제라든지 인생의 모든 문제가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얽히지 않은 것이 없어서 일조일석에 그것을 논할 수 없을 것이다. 또는 천견단식(淺見短識)에 그것을 감당하기에 너무 부족하다.

더구나 일생을 통하여 목숨이 끊어지는 때에야 비로소 나의 생명과 함께 떠나갈 문제를 벌써부터 십분이면 일도 경험하기 전에 의견을 말하기가 어려운 일일 것이다.

다만 내가 이 복잡다단하여 그 끝과 끝을 차리지 못하며 안과 밖을 종잡을 수 없는 현실 사회에 있어서 연애라는 것이 어떻게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는 것인지 막연하나마 그 짐작을 하는 나로서 한 마디로 말하여 버린다 하면 연애는 생의 감천(甘泉)인 동시에 또한 고약(苦藥)이니 감천이 반드시 이(利)되는 것이 아니요 고약이 반드시 해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감천을 마시고 구역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몰핀」이 반드시 인명을 해하지 않고 지통(至痛)을 하는 수도 있을 것이다.

연애는 반드시 도덕적 토대가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나는 단언하고 싶다. 자기를 희생하는 데 영원한 승리가 돌아올 것이다. 희생 관념과 그만한 성자적 난행이 없으면 그것은 일종의 유희며 음사일 것이다.

개성의 확립치 않은 자의 사랑은 마치 물 위에 뜬 물거품일 것이다. 반드시 그것이 꺼져서 사라질 때가 있을 것이다.

절조(節操)를 잃어버리면 그 사랑은 음종(淫縱)에 흐리기 쉬웁고 틈이 벌고 염증이 날 것이다. 그 앞에는 무서운 환멸이 있을 것이다.

사탕맛 같은 사랑보다도 밥맛이나 면보맛 같은 사랑이라야 오래 갈 것이라는 말은 내 말이 아니지마는 잊어서는 안 될 말이다.

세상에는 반드시 완전무결한 사랑이 있는 것이 아니요 때를 따라서 결을 깁고 이지러진 것을 더하여 없는 것에서 있는 것을 만들려고 애쓰는 창조의 노력이 없는 사랑은 또한 안가(安價)의 매음동양(賣淫同樣)의 사랑일 것이다.

사랑하는 이와 사랑하는 이는 각각 자기의 정조를 지킬 의무가 있다.

내가 여자가 아니매 여성의 심리는 알지 못하나 적어도 수동적이 아니요 순동적(純動的)인 남자로서는 자기가 여자에게 사랑을 바쳐 보려는 마음을 버리고 자기가 여자를 사랑해 보려고 할 것이다. 여기에 자기의 의무 관념이 더욱 강대하여지는 것이며 생활의 긴장이 있을 것이다.

여자는 남의 첩을 그리 비관하지 말라. 그 속에는 인습적 관념도 있겠지마는 그 관념은 전부가 야심이다.

남자는 반드시 처녀를 구하지 말 것이다. 처녀는 하룻밤에 사라질 수 있는 것이요 동정을 지킨 남자는 한 사람도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닌 까닭이다.

현대인 중에는 독신을 부르짖고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입에 붙은 독신이나 맘에 있는 간음이 죄악으로는 다를 것이 없다.

이성을 많이 농락한 사람이 반드시 많은 사랑을 한 것이 아니요 이성을 접해 보지 못한 사람이라고 꼭 사랑을 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질과 양이 다르다.

비단은 연하기가 쉽고 무명은 든든한 맛이 있다

사랑이 죽음보다 강하다 하나 삶보다 강한 줄은 알지 못하겠다. 사랑을 위하여 죽는 이보다 나는 더욱 살아보고 싶다.

사랑을 돈 주고 살 수 없으나 돈 없이 사랑을 할 수는 없다. 이것이 현대인의 고통이며 비관이다.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라 하나 사랑을 창조하는 첫걸음에 불과하다.

유산자의 사랑은 정복이 많고 무산자의 사랑에는 단념이 많다.

나이 먹은 총각과 올드 미스에게는 변태적 사랑이 많은 동시에 또는 건전한 사랑이 많은 것이다.

러브 이스 베스트는 시인의 말이요 소설가의 말은 아니다.

헬렌 켈러가 반드시 사랑을 해보았다고 누가 보증을 하랴? 마찬가지로 스트린드 베리가 절대로 사랑을 안 한 것도 아닐 것이다.

세상에는 괴테를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고 또는 욕하는 사람도 있다.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오의 사랑을 사랑이 아니요 여왕의 음사라 하면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도 사랑이 아닐 것이요 음사일 것이다.

촌 소녀가 낯 한 번 붉혀 주는 것이 도회지의 신식 여자가 입 한 번 맞춰주는 것보다 더 단 것이 많다.

미인이 반드시 사랑에 행복스럽지 않고 미남자가 스스로 몸을 망치는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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