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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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편집]

어두컴컴한 수풀 속에 파란 빛만 환하게 비치는데, 푸른 옷을 입은 도깨비들이 여덟인지 아홉인지 늘어앉았고, 한가운데 나무 그늘에는 도깨비 괴수가 걸터앉아 있다.
후루룩 후루룩하는 새 나는 소리가 들리면서 막이 열린다.
산 속에 숲 속에 또드락딱
금 나라 은 나라 또드락딱,
첫닭이 울기 전에 또드락딱
또드락 또드락 또드락딱.
괴 수:“아아 밤낮 그 소리뿐이냐? 얘들아, 너희는 다른 소리는 조금도 모르느냐? 몇십 년 두고, 그 소리만 하니 재미가 있니.”
도깨비 1:“몰라요. 다른 걸 알아야 하지요.”
괴 수 “이 중에 누구든지 못 듣던 소리를 하나 해 보려무나. 그다지 잘하지 못하더라도 괜찮으니…….”
도깨비 2:“어어이.”
괴 수:“어어이 한 게 누구냐? 안단 말이냐?”
도깨비 2:“어어이.”
괴 수:“모른단 말이냐?”
도깨비 2:“어어이.”
괴 수:“무슨 어어이냐, 안단 말이냐, 모른다 말이냐?”
도깨비 2:“몰라요. 우리 중에 누가 하나라도 배웠어야 알지요.”
괴 수:“아아, 이렇게 좋은 날을 그냥 심심하게 지낸단 말이냐? 사람이란 놈들은 별별 재미있는 노래를 다 부르더구만. 사람들이 하는 노래의 단 하나라도 할 줄 알면 좀 좋을까…….”
도깨비 3:“그렇게 심심하면 내가 하나 하지요.”(하고 벌떡 일어서서 한가운데로 나선다.)
도깨비 2:“네가 언제 소리를 배웠니?”
도깨비 3:“아따, 들어만 보려무나.”
하고 아까 여럿이 합창하던 것을 다시 부른다. 그 노래가 끝나니까. 일동은 허리가 끊어지게 웃는다. 노래하던 도깨비는 부끄러운 듯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돌아앉는다.
도깨비 2:“그거 잘한다. 실컷 하던 것을 잘 하는 체하고…….”
괴 수:“아아, 아무도 소리 하나 하는 이 없이 이렇게 좋은 밤을 그냥
보낸단 말이냐. 불이나 더 피워라. 활활 자꾸 피워라.”
도깨비 1:“어어이.(하고 일어서면서) 누가 가서 나무 가져오게.”
도깨비 3:“내가 가져옴세.”
하고 벌떡 일어나서 가다가 고목나무 밑까지 가서 주춤하고,
도깨비 3:“야 야아.”(소리를 친다.)
일동은 깜짝 놀라 그 편을 향한다.
괴 수:“무어냐?”
도깨비 3:“저기 무에 있어요.”(하고 손으로 가리킨다.)
일 동:(일제히)“무에 있어?”
하면서 벌떡벌떡 일어서서 그 편을 향하고 두서너 발씩 나선다.
괴 수:“있는게 무어냐?”
모두들 고목나무 밑을 보고 기웃기웃하다가 도깨비 2가 고목 뒤로 가서 노인(나무 장수) 한사람을 잡아 끌고 나온다. 노인은 벌벌 떤다. 그리고 그 뺨에는 큰 혹이 하나 달렸다.
도깨비 2:(노인을 끌어다 무대 중앙에 앉히고) “이 엉큼 대담한 놈아, 이 밤중에 여기 와 숨어서 우리들이 잔치하는 걸 엿보아?”
도깨비 3:“이까짓 놈, 그냥 잡아 묶어 버리자.”
노인은 깜짝 놀란다.
도깨비 4:“그럴 것 없이 이놈의 코뿌리를 잡아 늘여서 저 나뭇가지에다 친친 감아 놓자.”
노 인:“그 그 그저 잠깐만 참아 주십시오.”(하고 절을 자꾸 한다.)
도깨비 2:“무슨 말이냐.”
노 인:(고개를 숙이면서) “예 예예, 그저 나쁜 맘으로 엿본 것은 아니올시다. 너무 재미있기에 구경을 하고 있었습니다.”
도깨비 2:“암만 그 따위 소리를 하여도 소용없다. 인간 세상에 사는 사람놈이 우리들이 잔치하는 것을 엿보다니.”
도깨비 4:“아아 알았다. 이놈이 분명히 우리들의 보물을 도적하러 왔다.”
노 인:“처 처 천만에…….”
도깨비 4:“에이 이 흉칙한 놈아.”(하고 발로 차서 엎으러뜨린다.)
노 인:“사 사 살려 줍시오. 다시는…….”
괴 수:“야 야, 그리 몹시 다루지 말라.”(하고 한 걸음 나선다. 일동은 한걸음씩 물러서고……, 도깨비 2만 다시 나서서)
도깨비 2:“어찌할까요?”
괴 수:“아니 어째서 이 밤중에 여기에 왔는가, 그것을 물어 보아라.”
도깨비 2:“야이 이놈아! 네 놈은 어째서 무슨 일로 이 깊은 밤중에 여기를 왔느냐. 그 말을 하여라.”
노 인:“네 네에, 저어…….”
도깨비 3:“얼른얼른 말해!”
노 인:(굽실굽실하면서) “네, 말씀하겠습니다. 저는 이 산밑에 살면서 나무나 해다 팔아 먹고 사는 사람이올시다. 그런데 오늘은 비를 만나서…….”
(목소리가 점점 작아져서 들리지 않는다.)
도깨비 2:(귀와 목을 기울이고) “응 응, 응응? 으으응, 무어? 응응 그래! 응응, 으응 알았다. 에에(하면서 괴수를 향하고) 제가 말씀하겠습니다. 이 늙은 것은 나무 장순데 오늘은 비가 쏟아져서 돌아가
지 못하고 저 고목나무 밑에서 자고 있었답니다.(하고 다시 노인을 보고) 그렇지?”
노 인:(고개를 끄덕이면서) “네에 네에.”
괴 수:“그러면 시킬 것이 있으니 우리 오락 잔치에 노래를 부르는 이가 없어서 심심해 하던 터이다. 무슨 노래든지 좋은 노래를 들려 주면 여기까지 온 죄는 용서해 줄 터이니 어떤가?”
노 인:“예예, 그러면 용서해 주십니까? 고맙습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도깨비 4:“야, 야, 노래를 불러야지 용서를 한단 말이다.”
노 인:“예 예예, 부르겠습니다. 부르구말구요. 용서만 해 주시면 무슨 노래든지 부르겠습니다.”
괴 수:“어서 좋은 노래를 하여라.”
일 동:“어서 해라, 어서 해…….”
괴 수:“너희는 잠자코들 있거라.”
일 동:“어어이.”(하고 모두 앉는다.)
노 인:“예 예.”(하고 굽실굽실하면서 일어나 서서 발자국 나서서).
(독창)
바가지가 흘러간다.
금바가지 은바가지
은바가지 금바가지
둥둥 떠서 흘러간다.
금바가지 잡아 내어
구슬샘을 길어 내고,
은바가지 잡아내어
은하수를 길읍시다.
하면서 춤을 덩실덩실춘다 .(도깨비 일동은 손뼉을 치고 좋아한다.)
괴 수:“아아 잘했다. 잘했다. 자아, 옜다 상을 받아라.”
(하고 옆에 놓았던 보물을 던져 준다. 노인은 받는다.)
괴 수:“오랜간만에 좋은 노래를 들어서 마음이 상쾌하다. 어떠냐, 너희들도 재미있게 들었지?”
일 동:“어어이.”(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도깨비 3:“이왕이면 하나만 더 들려 주려무나.”
도깨비 4:“그래 그래. 하나만 더 해라.”
일 동:“그래 그래. 옳다.”
노인이 일어서는데 먼 데서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 일동은 벌떡벌떡 일어선다.
도깨비 2:“아아 틀렸다. 벌써 닭이 운다.”(섭섭해 하면서 머리를 긁는다.)
도깨비 3:“에에, 하나만 더 들었더라면 좋을 것을, 에에!”
괴 수:“닭이 벌써 울었으니 우리는 오늘 더 놀 수가 없고……, 어떻게 우리도 그 노래를 부를 줄 알았으면 좋겠다마는…….”
도깨비 3:“좋은 수가 있습니다.”
괴 수:“좋은 수라니 무슨 수가 있단 말이냐?”
도깨비 3:“이 늙은이의 노래는 이 뺨에 달린 노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랍니다. 그러니 노래 주머니를 보물을 주고 빼앗아 두면 그 주머
니에서 무슨 노래든지 자꾸 나올 것입니다.”(노인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두 손으로 혹을 가린다.)
괴 수:“허어, 그거 생각 잘했다. 그럼 어서 속히 저 노래 주머니와 보물을 바꾸게 하여라.”
일 동:“어어이.”(하고 우우 달려든다.)
노 인:“아니올시다. 이것은 노래 주머니가 아니라 혹이올시다. 소리는 목구멍으로 나오는 겁니다.”
도깨비 3:“허어, 내가 뻔히 하는데 아니라고 속이면 될 말인가.”
노 인:“아니올시다. 정말 혹이란 것이올시다.”
도깨비 3:“아따 그렇게 속일 것이 무엇 있나. 그까짓 노래는 자네는 다 외는 것이니, 그 주머니야 아까울 것이 무엇 있나. 그러지 말고 얼른 내어 놓게. 보물은 얼마든지 줄 것이니…….”
도깨비 2:“싫다면 될 말인가. 큰일 나려구 그러지.”
한 놈은 벌써 무거운 보물 궤짝을 갖다가 노인 앞에 놓는다.
노 인:“여러분이 그렇게까지 하시면 내가 바꾼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떼어내지를 못하는 것입니다. 억지로 떼려도 안 됩니다.”
도깨비 2:“그것은 염려 말게. 아프지도 않고 자국도 없이 우리가 감쪽같이 떼낼 테니.”(하고 와락 달려들어 삥 둘러 싸고 덤비더니 혹을
떼냈다. 노인은 보물 궤짝 위에 쓰러져 잠이 들고, 닭이 또 한번 운다.)
괴 수:“아아, 닭이 또 운다. 얼른 하여라.”
도깨비 3:“자아, 이제는 노래 주머니를 얻었으니까, 무슨 노래든지 마음대로 듣게 되었습니다.”
괴 수:“어디 어디, 그 노래 주머니라는 것을 좀 보자.”
(도깨비 3에게서 혹을 받아 들고 들여다보다가)
괴 수:“자아, 이 주머니만 있으면 아무 때라도 심심치 않게 되었다. 자아, 인제는 닭이 또 울기 전에 어서 돌아가자.”(하고 앞서서 간다.)
일 동:“어어이.”(하고 뒤를 따라 오른편으로 들어간다.)
세 번째의 닭 소리가 이번에는 크게 들리고, 멀고 먼 종소리가 들려오면서 무대가 닫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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