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대통령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환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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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대통령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환영사
제13대 대통령 노태우
노태우 대통령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환영사 전문 1989년 10월 7일 토요일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성하、

내외 귀빈 여러분、

나는 오늘 세계 천주교 교회의 최고 지도자이시며 평화의 사도이신 교황성하의 두 번째 대한민국 방문을 온 국민과 더불어 환영합니다.

교황성하께서 친히 집전하시는 세계평화와 인류화합을 기원하는 제44차 세계성체대회가 국토분단과 동족간의 갈등으로 아픔을 겪고 있는 한반도의 서울에서 열리게 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입니다.

우리나라 천주교회는 2백여 년 전 스스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터득한 선각자에 의해 창설되어 이 나라가 겪은 수난의 근대사에서 늘 민족과 더불어 아픔과 기쁨을 함께 해왔습니다.

우리나라 천주교인들은 그 시작부터 스스로 깨우친 믿음을 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교회를 창설할 만큼 신앙심이 돈독했습니다. 우리는 천주교의 전교사상 유례가 없는 이 일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제왕정과 일본 식민통치의 박해、 그리고 가까이는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무자비한 탄압을 받으면서 한국 천주교회는 목숨을 걸고 신앙을 지켜왔으며 많은 거룩한 순교자를 냈습니다.

어려웠던 시절 우리 천주교회는 방황하는 영혼에게 안식을 주는 교회였을 뿐만 아니라 무지를 깨우치는 학교였으며 아픈 자를 따뜻하게 치료하는 병원이고、 버림받고 갈데없는 사람들에게는 보금자리였습니다.

우리나라 천주교회가 오늘날 2백50만 신도를 거느리는 큰 교회로 자라서 이제 세계성체대회를 통하여 전세계 10억의 천주교 신도에게 봉사할 수 있게 된 것을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교황성하.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교황성하의 5년 전 첫 방문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목숨으로 지킨 1백3위의 순교자를 성인으로 모시는 시성식을 깊은 감동으로 지켜보았고、 성하께서 각계각층의 한국인들을 만나 사랑으로 축복하여 주셨던 일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후 한국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한때 한국민을 갈라놓고 번민케 하던 갈등과 분열을 화해와 용서로 치유하고 모두가 억눌림이 없는 자유로운 사회、 그늘진 곳과 골 패인 곳을 밝히고 메꿔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함께 나아가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축복을 받은 새 헌법과 새 공화국이 탄생하였고 모든 정치적 억압은 사라졌습니다.

1년 전에는 바로 이곳 서울에서 갈라진 동서와 반목하는 남북의 세계가 이념과 체제、 인종과 종교의 벽을 넘어 한자리에 모이는 인류 화합의 대축전 서울올림픽이 열렸습니다.

우리 국민 모두는 교황성하께서 특별 메시지를 통하여 서울올림픽을 축원하여 주셨던 것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지난 세월 식민통치와 전쟁、 빈곤과 억압이 지배하던 이 땅에서 세계가 함께하는 평화와 우정의 한마당을 열어 화해의 새 국제질서를 앞장서 실현하였던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류의 평화와 진보를 위한 새 국제질서가 널리 그리고 깊게 번져나가 인류의 전진을 막는 장벽이 헐리는 시대를 염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우리의 염원이 이렇기에 우리 모두는 자유와 평화、 사랑과 정의를 위한 교황성하의 헌신적인 노력에 깊은 존경과 공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행히 성하의 기구와 같이 오늘날의 국제질서는 오랜 냉전의 갈등과 이념의 대결로부터 화해와 협력의 새 질서로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갈등과 이견을 폭력에 의하지 않고 대화와 이해로 풀어가야 한다는데 전 인류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세계의 일부지역에서는 자유와 평화를 위배하는 이념의 멍에와 폭력에 대한 유혹이 상존하고 있습니다.

나는 교황성하께서 우리나라에 베풀어 주신 특별한 애정과 관심에 감사드리며 이 한반도의 대치하는 남북 간에도 사랑과 화해가 강물처럼 넘치는 시대가 하루속히 오도록 기구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먼 길을 오신 성하를 손님으로 맞아드리게 된 것을 대한민국 모든 국민과 함께 기쁘게 생각하며 이번 성체대회가 그리스도의 평화를 이 세계에서 실현하는데 큰 진전을 이룩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1989년 10월 7일

대한민국 대통령 노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