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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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어떤 음악가(音樂家) 한 분이 하루는 넋을 놓고 울더란다. 그래 누가 그 이유를 물으니까 한참 있다 하는 말이 인제는 음악 곡조가 얼마 안 돼서 하나도 생기지 못하리라고. 그 이유는 도 레 미 파 솔 라 시 일곱 개의 음(音)을 가지고 하도 많이 요리 붙이고 저리 붙여 옛날 작곡가(作曲家)들이 만들어 놓기 때문에 인제는 다시 꾸며낼 수가 없다고 하는 것이 이유라고 하였다고. 그러나 지금에 보면 그 음악가가 가장 어리석은 말을 한 반면에는 가장 값있는 뜻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일곱 개의 음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가 있다. 지금도 그러하려니와 이후에도 그러할 터이지마는 일곱 개 음이 얼마나 진리를 가졌고 또는 영원불멸의 성질이 있는지 모른다. 우리가 쓰는 국문의 모자음(母子音) 스물다섯 자나 서양의 알파벳 스물여섯 자가 그 많고 복잡하고 만들어졌다 없어졌다 하는 말을 표현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단순한 것이 심장한 의미와 영구한 진리를 가졌다.

「평지에 낙상한다」는 말이 있다. 어떤 미친놈이 평지에 낙상하랴. 그러나 우리는 가끔 가다 평지에 낙상하는 것처럼 그렇지 않은 일에 잘못하는 일이 많다. 또는 세상에서는 그것을 보고 으레 그럴 일로 아는 일이 많다. 세상에는 극단(極端)과 극단이 오묘하게도 똑 들어맞는 일이 많다. 또는 「유(有)」가 「무(無)」와 같다는 말을 한 사람이 있는 듯하다. 나는 아무 것도 없는데서 있는 것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없는 데서 있는 것을 찾아낸다 하면 세상 사람은 웃을 것이다. 그러나 옛날에 컬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려 할 때 그때 사람에게는 아메리카가 없었다. 그러나 컬럼버스에게만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오늘의 인류 전체에게 있게 되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모든 과학자와 모든 철학자와 예술가들은 없는 데서 있는 것을 찾아내는 힘이 있는 것이다. 이것이 소위 창조의 힘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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