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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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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두 시가 40분이나 넘은 어떠한 몹시 추운 겨울날이었다.

황금정(黃金町) 네거리에서 종로를 향하여 페이브먼트 위를 천천히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 사람은 키도 크고 체격도 든든하게 생겼으나 점액질로 생겨 보이고 한 사람은 키도 작고 그렇게 건장해 보이지 않으나 다혈질로 생겨 보인다.

바람이 불어서 뺨을 에이는 듯하고 눈이 쏟아지려는지 하늘은 별 하나 없이 캄캄하다.

『에 추워! 매우 춘 걸!』

하는 사람은 그 작은 젊은 사람이다.

『글쎄 매우 추우이』

하고 목도리를 바싹 두르는 사람은 그 강대한 청년이다.

『오늘 같은 날 강시(疆屍) 나겠네.』

『그래 구차한 사람은 어렵겠는 걸.』

『나는 발이 시려 죽겠네. 코가 떨어지는 것 같은 걸.』

『그래!』

『어디 가서 몸을 좀 녹이고 집으로 들어가세그려.』

『늦어서 갈 데가 있어야지.』

『우리 종각 뒤에 가서 한 잔 먹어볼까?』

『먹세 그려.』

두 젊은 사람은 술 먹기로 일치하였다.

『술 먹으면 먹을 때는 좋지만 먹고 나면 여러가지로 해야.』

『미친 소리 말게! 그것을 생각하면 먹지 않는 게 낫지!』

『그러나 여보게 자네 작년 겨울 생각하나?』

『허허 생각하지. 그때는 우리도 퍽 했었지만 여보게 글쎄 기차 궤도에 가 드러누으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만일 전철수가 아니었다면 경원선 기차에 꼭 치어죽을 뻔했지? 나는 그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쳐지네.』

『그래 참 아슬아슬해.』

이렇게 이야기하며 종각 앞에까지 와서 막 종각 뒷골로 들어서려 할 때 무엇인지 씩씩하며 길바닥에 자빠진 것이 있다. 그 다혈질의 젊은 사람이,

『게 무어야!』

하고 멈칫 서니까 그 점액질의 젊은 사람은,

『무엇이 무엇이야! 아마 주정꾼인가 보이! 어디서 저렇게 먹었노?』

하고서는 태연히 가려 한다.

다혈질의 젊은이는 허리를 구부리고 그 사람을 들여다보며,

『여보! 정신차류!』

하고 손으로 꾹꾹 찔렀다. 그러나 그 사람은 술내만 휙휙 끼치며 아무 대답 없이 코만 곤다.

『일어나요! 이 밤중에 이게 무슨 짓이요!』

이번에는 허리를 끼어 일으켰다. 그리고 속마음으로 이 사람을 어떻든지 깨어서 보내야지 그렇지 않으면 꼭 얼어 죽을 터이다. 그리고 그대로 내버리고 지내는 것은 인도가 아니라는 마음이 났다.

『여보 댁이 어디요.』

그러나 주정꾼은 다만,

『응 새문안 새문』

하고 알 수 없게 중얼댄다.

『정신을 차려요.』

『응 응, 물 가져오너라.』

『여기가 어딘 줄 알으시요? 댁이 어디요?』

『우리집야!』

그 젊은이는 그 사람을 일으켜 안았다. 그리고 인력거를 부르려 했으나 밤이 너무 늦음으로 인력거도 볼 수 없거니와 주머니에 돈도 별빛 없었다. 점액질의 그 큰 젊은 사람은 옆에 서서,

『여보! 여보! 집이 어디요?』

하여 보다가 대답이 없으니까,

『여보게, 그대로 두고 가세!』

하며 입맛을 다신다. 다혈질의 젊은 사람은 그 친구를 흘겨보며,

『이 사람아, 어떻게 그대로가나. 우리 저 파출소까지만 갖다 두고 가세. 이 추운 때 까딱하다가는 얼어 죽겠네.』

두 사람은 그 주정꾼을 부축하여 가지고 파출소를 향하였다. 술 취한 사람은 두 사람의 팔에 매달려 힘없이 휘들댄다.

가까스로 파출소에 왔다. 순사 하나가 추운 듯이 화롯불에 손을 굽고 앉아 있다가 이 꼴을 보더니 싸움이나 한 줄 알고,

『왜 그러우? 무어요?』

하며 쳐다본다.

『그런 게 아니라요, 길을 가려니까 이 사람이 길바닥에 누웠기에 데러고 온 것입니다.』

순사는 눈을 똑바로 뜨고 술 취한 사람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무엇이야!』

하고 보기 좋게 따귀를 한 번 때리면서,

『무얼 취하지도 않았으면서 취한 체하고?』소리를 질렀다. 다혈질인 그 젊은이의 마음은 홱 풀리면서 아무 소리 없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주정꾼을 붙잡고 내가 당신을 구하려다 도리어 모욕을 당하게 한 것을 용서하여 주시오 하고 싶었다. 그리고 웬일인지 무슨 의미를 알 수 없는 비애가 그의 가슴을 슬프게 하며 그 순사를 바라보았다. 그 순사는 밤새도록 자지 못하여 권태의 귀찮은 기분이 그의 얼굴에 역력히 나타나 보였다.

주정꾼은 순사의 때리는 따귀 한 대에 겨우 정신을 차렸는지 모자를 벗고,

『에 에』

하면서 허리를 구부리고서 사면을 둘러보았다. 그리고서는 아무 말도 없이 저쪽 서대문 쪽으로 비틀거리고 걸어간다. 그 두 젊은 사람은 암흑 속에 사라지는 그의 그림자를 망연히 바라보고 서 있다가,

『에 세상이란 이렇게 당착이 많아!』

하며,

『술이나 먹으러 가세』

하고 돌아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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