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감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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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해방의 선물[편집]

나는 이제부터 내가 지극히 사랑하는 여러분 소년 소녀들에게 가장 신기하고 가장 재미있는 도깨비 감투에 관한 이야기를 하여 드리고저 합니다.

우리 나라가 오랫동안 저 밉살스럽던 일본 놈들의 손에 꼭 붓잡히어서 숨도 크게 못쉬고 꼼짝달싹도 못하다가 지나간 해 팔월 십오일에야 비로서 그놈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자 우리들은 정말 오래간만에 잃었던 우리 조국을 다시 찾을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이 얼마나 기쁜 일이며, 이 얼마나 반가운 일입니까. 이 기쁨, 이 반가움을 여러분과 가치 나누며 여러분과 함께 즐기려고 생각헌 나는

조국 해방의 하나의 선물로서 이 무척 신기한 도깨비 감투 이야기를 하여 드리고저 하는것입니다.

“그러면 대체 도깨비 감투라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하나의 의문이 여러분의 마음을 꽉 부여잡을줄로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도깨비 감투란 정말 신기하고도 이상야릇한 감투이지요. 아니, 나는 먼저 여러분께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도깨비가 어째서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아십니까.”

어디 아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시요. 저거 봐요.

한 사람도 아는 이는 없구먼요. 그러니까 내가 이처럼 여러분께 도깨비 감투 이야기를 하여 드리겠다는것이 아닙니까.

이 다음에라도 누가 물으면 이렇게 대답을 하시요.

“도깨비는 도깨비 감투를 썼으니까 보이지 않지요. 뭐.”

그렇습니다. 도깨비가 우리들 눈에 보이지 않는것은 실로 도깨비 감투를 썼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당연히 또 한가지의 의문이 여러분의 머리에 떠오르리라고 믿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그렇다면 우리들 사람도 그 도깨비 감투만 쓴다면 자기 몸을 감쪽 같이 감출수가 있을것이 아닌가.”

그렇지요. 그놈만 있으면, 그 신통하기 짝이없는 도깨비

감투만 손에 넣는다면, 그리고 그놈을 살짝 머리에 쓰기만 한다면 사람의 몸둥이는 마치 보이지 않는 공기처럼 변할수가 있을것이고, 그리고 제가 가고싶은 곳에는 어디든지 갈수가 있을것이 아닌가.

이 한편의 재미있는 이야기는 이와같은 커다란 의문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총명하고도 용감한 소년 학이(學而)의 호기심을 꽉 부여잡고 놓아줄줄을 모르는데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계속)

《어린이신문》 1946년 1월 26일


제2회. 귀신과 도깨비[편집]

때는 1944년 가을이었습니다. 함경북도 단천(端川)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시골에 학이라는 소년이 살고있었읍니다. 그런데 이 학이의 평생 소원이 도깨비 감투를 한번 써보고싶은 것이었읍니다.

학이는 학교에서도 공부를 잘하였을뿐 아니라 오른것과 그른것을 잘 판단하였고 게다가 용감하고 똑똑하였기 때문에 선생님한테 늘 칭찬을 받았읍니다.

그러나 학이는 한번 선생님께 대단히 꾸중을 들은 일이 있읍니다. 하마트면 당장에 퇴학을 맞을뻔한 일이 있었읍니다. 그것은 어떤날 선생님께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도깨비와 귀신과 무엇이 다릅니까?”

그랬더니 선생님은 대답을 못 하시고 잠깐동안 우물쭈물 하시다가

“도깨비나 귀신이나 마챤가지지.”

하고 대답하시길래 학이는

“그럼 선생님, 천황폐하도 도깨비나 마챤가집니까?”

하고 물었읍니다. 그랬더니만 선생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해지면서 왈칵 화를 내시지 않겠읍니까.

“그게 무슨 불경스런 말이냐? 이놈, 또 다시 그런 말을 할테냐?”

하고 왼 몸을 와들와들 떨으셨읍니다.

그러나 학이는 어째서 자기를 귀여워하시던 선생님께서 그처럼 노하시었는지를 몰랐읍니다.

“그래두 선생님께서 저번날 천황폐하를 가미사마라구 그러시지 않으셨읍니까? 가미사마는 귀신이니까 귀신은 도깨비라구……”

그러면서 선생님은 교단에서 뛰어내려오자마자 학이의 입을 손으로 꽉 막으며 누가 보지나 않는가고 사방을 두리번거렸읍니다.

학이는 무슨 영문일지를 좀처럼 알수가 없었읍니다. 자기의 말이 조금도 틀린데가 없건만 어째서 선생님이 이처럼노하셨나 하고, 재차 그 이유를 묻고저 하였읍니다만, 학이의 입은 이미 선생님의 커어다란 손으로 꼭 막혀버리고 말았으니 어쩔수가 없었읍니다.

그날 밤, 선생님은 학이의 아버지를 찾아왔고 학이의 아버지는 눈이 둥그래서 교장선생님의 집을 찾아가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기 때문에 퇴학은 겨우 면했읍니다만 한주일동안의 정학처분을 당한적이 있읍니다.

그때부터 학이는 부쩍 도깨비 감투가 쓰고 싶었읍니다. 그놈만 살짝 쓰고 가만가만이 천황폐하 옆으로 가서 정말 귀신인지 사람인지를 한번 제 눈으로 보고 싶은 생각이 일어났읍니다. (계속)


《어린이신문》 1946년 3월 9일

제3회. 사람 대가리 설흔 개[편집]

동리에서 얼마 떠러지지 않은 논가운데 도깨비 늪이라고 불리우는 못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 늪으로 말하면 옛날부터 도깨비들이 나와서 멱을 감는다는 곳인데, 늪에는 장포나 혹은 부둑이 많이 자랐고 새파란 말(瀎)이 물뱀(水蛇)처럼 흐느적거리는 낡은 못이었습니다.

도깨비가 멱을 감는것은 날이 채 밖지않은 새벽이나 또는 바루 해가 진 컴컴한 저녁 무렵이라는 말을 들은 학이는 그 지음쯤해서 여러번 도깨비 늪으로 나가서 도깨비들이 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만 그러나 도깨비는 학이가 생각하는것 처럼 그렇게 쉽사리 나오지는 않었습니다.

학이는 늪 가에 가만히 앉어서 언제나 나올까 언제나 나올까 하고 도깨비를 기다리지요. 그러나 한주일이 지나고 두주일이 되여도 도깨비는 좀처럼 멱을 감으로 나오지는 않습니다. 기다리는 도깨비는 나오지 않고, 때가 마침 늦인 가을이라 첨벙첨벙 물소리가 나길래 자세히 바라보면 그것은 도깨비가 아니고 수십마리 수백마리의 기러기떼 였지요.

학이는 거기서 가만히 생각했습니다.

“도깨비 감투는 못 빼았어도 저놈의 기러기떼나 한번 잡아볼까?”

원래 꾀가 많은 학이는 매일처럼 내려앉는 기러기를 잡으려고 가진 궁리를 다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학이는 한가지 신통한 계교를 생각해냈습니다.

“옳지! 수가 있다!”

그날부터 학이는 도깨비 감투는 그만 잊어버리고 기러기를 잡으려는데 신이 나기 시작하였습니다.

학이는 동리로 돌아다니면서 때마침 집집마다 집웅우에서 바싹 말라빠진 박통(이 박통을 짜개면 박아지가 되지요)을 설흔아믄개쯤 뫃아다가 속을 다빼낸 다음에 그 박통에다 사람의 얼굴을 그려놓았습니다. 눈도 그리고 코도 그리고 입도 그리고 시컴엏게 칠하여서 머리도 그렸지요.

이처럼 사람의 얼굴을 그린 박통 꼭지에 노끈을 매여놓고 그 설흔줄이나 되는 노끈을 다시 합치여서 갈라지지 않토록 동여 매였습니다.

“위선 설흔 마리만 잡아보자.”

학이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박통 설흔개를 통에 메가 도깨비 늪으로 달려갔습니다.

학이가 껑충껑충 달려오는 것을 본 기러기떼는 그만 후두닥 후두닥 모라 날아가고 말지를 않겠습니까.

“오냐, 어데 두고 보자.”

학이는 혼잣말로 그처럼 중얼거리면서 설흔개의 박통을 물우다 둥둥 띠워 놓았습니다.

“하하하, 하하하……”

학이는 손벽을 치면서 자즈러들게 웃어 댓지요.

설흔개의 박통— 아니, 사람의 대가리가 설흔개 물우에 동동 떠댕기는 것이였습니다.

(계속)

《어린이신문》 1946년 3월 16일

제4회. 기러기와 박통[편집]

학이는 자기 계교가 하두 신통해서 허리가 끊어지게 웃어댔습니다. 사람의 대가리가 설흔개, 바람이 부는대로 이리 둥실 저리 둥실 떠다닙니다.

그때 학이는 문득 하늘을 쳐다 보았지요.

“끼럭, 끼럭, 끼럭……”

멀리 서쪽 하늘에서 새까만 기러기떼가 하늘을 덮듯이하며 몰려오지를 않겠습니까.

“오냐, 됐다!”

학이는 동뚝에 납짝 엎디어렀습니다.

넓은 벌판에는 볏그루가 히뜩 히뜩 수를 놓은듯이 널려져있고 아직 채 거두지 못한 싯누런 볏낫가리가 저녁 바람에 우수수 우수수 소리를 냅니다. 그럴때 마다 못 위에는 사람의 대가리가 잔물결과 함께 둥실거리지요.

“끼럭, 끼럭, 끼럭……”

기러기 소리가 차츰차츰 커집니다. 학이는 숨도 크게 쉬지를 않습니다.

“끼끼럭, 끼끼럭……”

마침내 기러기떼가 도깨비늪 위에 내려앉으려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때 기러기떼는 설흔개나 되는 사람의 대가리에 놀라서

“끼끼끼럭, 끼끼끼럭……”

하고 잦은 소리를 치며 물 위에 내려앉았던놈까지 고만 후두닥거리며 다시 허공중으로 날아가 버리고 말지를 않겠습니까.

그러나 학이는 조금도 낙심을 안합니다. 학이는 학이로서의 엉뚱한 생각이 있는것 같습니다. 학이는 그날은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한 사오일이 지나서 학이는 도깨비늪으로 나가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아아 학이는 숨이 막힐듯이 기쁩니다.

“그러면 그렇지!”

하고 마음속으로 손벽을 쳤습니다. 보시요. 기러기가 세마리 박통 사이로 조심스럽게 헤엄을 쳐다니면서 가끔가다 한번씩

“이게 정말루 사람인가 아닌가?”

하는듯이 주둥이로 박통을 툭툭 쪼아보질 않겠습니까. 사람의 얼굴은 분명히 사람의 얼굴인데 자기를 조금도 해치지 않는것을 보고 기러기는 안심을 하지요. 아니 도리어 동무가 생겨서 좋다는 듯이 괘니 지나가다가는 한번씩 툭툭 쪼아봅니다.

“끼럭, 끼럭, 끼럭……”

그때 또 기러기떼가 북쪽에서 몰려왔습니다. 몰려온 기러기떼는 그대로 지나려다가 자기 동무가 도깨비늪에 있는것을 보고 허공중을 한바귀 뺑 돌아서 끼럭 소리를 내면서 한마리 두마리 앉기 시작하기를 무려 수백마리나 내려 앉아서 사람의 대가리 같은것은 조금도 무섭지 않다는듯이 제멋대로 놀아대지요.

“옳지, 이제야 됐구나!”

학이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부르짖었습니다.

(계속)

《어린이신문》 1946년 3월 23일

제5회. 날아가는 학이[편집]

학이는 기뻐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기러기들이 사람의 대가리를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고 주둥이로 툭툭 쪼기도 하고 죽지로 툭툭 치기도 하면서 지나다니는 것을 보니, 미련해뵈기가 짝없으면서도, 한편 무척 기쁩니다.

“요놈의 기러기들 어디 혼 좀 나봐라.”

학이는 동뚝 안에 숨어서 살금살금 옷을 벗습니다. 그리고는 못 가로 가만가만 내려갔습니다.

이 도깨비늪은 그리 깊지는 않습니다. 학이가 서면 겨우 어깨박죽을 가리울만한 깊이었지요. 그러니까 학이가 살금사람금 장포를 헤치고 물로 들어가서 박통처럼 둥둥 떠 다닌댔자 그것이 진짜사람의 대가리인줄이야 미련한 기러기로서는 꿈에도 알 리가 만무하지 안습니까. 다시 말하면 박통이 한개 더 늘었을 따름이지요.

기러기는 무엇이 좋은지 저이들끼리 주둥이를 맞대고 쪼기도 하며, 끼럭 끼럭 하고 소리를 치면서 따라다니기도 하며, 고기새끼를 잡으려고 숨곡박질도 합니다.

“바보같은 놈들.”

학이는 웃음이 막 터져나오려는것을 꾹 참습니다. 그때 그러기 한놈이 지나가면서 학이의 뒤 통수를 툭하고 한번 치지를 않았겠습니까. 그 순간 학이는그만,

“아야!”

하고 금방 목구멍으로 터쳐나오려는 목소리를 꿀꺽 참았지요. 아이, 하마터면 큰일 날뻔했습니다. 박통은 아무리 쪼아도 아프다는 소리를 못하는 법이니까요. 학이는 살살 기러기가 많이 몽켜있는 곳으로 다가갔습니다.

다가 가면서 학이는 박통에 매었던 노끈을 풀어서 기러기 발목을 하나씩 하나씩 물속으로 동여맵니다.

바보같은 기러기는 그런줄도 모르고 히드득거리며 좋다기만 하지요. 자기들 말목에 길다란 노끈이 달린 줄이야 꿈에나 알겠습니까. 학이는 재미가 납니다. 깨소금처럼 고소하고 꿀물처럼 달큼하지요.

“바보같은 기러기!”

학이는 소리를 내서 말해보고 싶도록 재미가 납니다.

이리하여 한놈 한놈씩 설흔놈까지 다 매었을 때였습니다. 학이는 갑자기,

“아야얏!”

하고 웨쳤습니다. 숨박곡질을 하던 기러기 한놈이 그만 학이의 사타구니를 물어뜯었던 때문입니다. 아마 무슨 물고기로 알았던 모양이지요.

그만 사람의 목소리에 놀란 기러기들이 화다닥하고 날았습니다.

그순간 학이의 몸둥이가 쑥하고 물에서 빠쳐나가면서 공중으로 둥둥 떠올라갔습니다. 기러기 설흔마리가 학이의 벌거벗은 몸둥이를 달고 날아갑니다. (계속)


《어린이신문》 1946년 3월 30일

제6회. 사내다운 사내[편집]

“후드득, 후드득, 후드득……”

“끼럭, 끼끼럭, 끼끼끼럭……”

수백마리의 기러기가 소란스럽게 죽지로 물을 차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면서 날아났습니다.

“이거 큰일 났구나!”

학이는 마치 무슨 풍선을 탄 것처럼 설흔개의 노끈이 서로 합해진 맨 대목을 죽어라하고 부여잡지 않을수 없었지요. 허공중에 둥둥 매달린 학이의 벌거숭이 몸둥이!

“아아, 이일을 어찌하노?….”

문득 아래를 내려다보니 감감하기 끝이 없습니다. 논이 달리고 개천이 달리고, 나무가 자꾸만 뒤로 달립니다. 이대로 자꾸만 매달려 가다가는 안 되겠다고 학이는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이 줄을 놓을수도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도 제일로 추워서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끼럭, 끼럭, 끼럭……”

그러나 학이는 대단히 침착한 소년이었지요. 이런 위급한 경우에도 결코 덤비지는 않습니다. 그는 가만히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한가지 계교를 생각해 냈지요.

“그렇다. 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학이는 손에 웅켜쥐었던 노끈을 하나 풀어서 놓아주었습니다. 그랬더니 학이의 몸둥이가 조금 아래로 떨어집니다. 그것도 그럴것이, 설흔마리의 힘으로 날던것이 스물아홉마리가 되었으니 그렇지 않겠습니까.

학이는 또 한마리를 놓아 주었지요. 그러니까 또 조금 내려왔습니다. 또 한마리를 놓아주었습니다. 또 내려옵니다. 이리 하여 열마리를 놓아주고 보니, 인제는 높은 공중을 달리던 학이의 몸뚱이가 땅위에서 열아믄 자(尺) 쯤 되는데를 달립니다.

“끼럭, 끼럭, 끼럭……”

힘이 모자라고보니 기러기는 아우성 소리를 칩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기진맥진한 스무마리의 기러기는 동네에서 그리 멀지 않은 어떤 개천가에서, 학이의 몸뚱이를 땅위에 내려놓고 말았지요.

“욕심이 너무 많았군!”

자기가 그처럼 봉변을 당한것은 욕심이 너무 많았던 탓이라고 생각하면서, 인젠 정말 기운이 다 빠진 스무놈의 기러기를 잡아지고,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모두 학이의 꾀있는것을 칭찬하였습니다만, 그러나 학이의 아버지는,

“도깨비감투를 빼앗으려 갔다가 그것은 못 빼앗구 기러기 스무마리쯤 잡아온댔자 무엇이 그렇게 훌륭한가? 사람이라니 맨처음에 한번 하겠다구 마음먹은것은 어떻게서라도 하는것이 사내 다운 일이니라.”

하셨습니다. 그말을 들은 학이는 주먹을 불끈 쥐고,

“오냐, 이번에는 어떠한 일이 있을지라도 도깨비의 대가리에서 감투를 벗겨오리라!”

하고 굳은 결심을 하였습니다.

(계속)


《어린이신문》 1946년 4월 6일

제7회. 도깨비와 마주 선 학이[편집]

“한번 마음먹은 일은 끝끝내 하여라. 그것이 사내다운 사내다”

아버지께서 하신 이 한마디 말씀이 소년 학이의 결심을 한층더 굳세게 하였습니다.

“도깨비감투, 도깨비감투!”

학이는 잠꼬대에도 그런 말을 중얼거리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그 해도 지나고 이듬해 초여름이 되었습니다. 유황도도 떨어지고 오끼나와 (o o o o)도 떨어지고 일본 전국은 미국군의 무서운 폭탄을 받아서 거의 다 재로 변하여갑니다.

그러나 학이는 도깨비감투 밖에 생각하는것이 없지요. 자나 깨나 도깨비감투요.

그런데 도깨비는 도깨비감투를 썼기때문에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데, 그 보이지 않는 도깨비를 대체 어떻거면 만날수가 있을까?……하는것이 학이에게는 제일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호랑이나 곰 같은 짐승이라면 제 아무리 사납다 하드래도, 그건 사람의 눈으로 볼 수가 있으니까 꾀만 있으면 붓잡을 수도 있건만 도깨비는 통 보이지 않으니 안타까운 일이지요. 그래 학이는 이리 궁리 저리 궁리 곰곰히 생각하다가 문득 도깨비불을 생각했습니다.

“옳지. 내가 왜 도깨비불을 미처 못 생각했던고?”

그날부터 학이는 밤만 되면 도깨비불을 찾아, 들로 산으로 싸돌아다니었지요.

그것은 어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음침한 밤이었습니다. 옛날부터 도깨비불이 잘 켜진다는 뒷산밑 상구깐으로 갔습니다. 상구깐이란 상여를 넣어두는 외따른 초가 막살이지요.

캄캄한 밤중, 사방은 무시 무시합니다. 그러나 학이는 무섭지 않습니다. 그때 학이는,

“앗, 도깨비 불이다!”

하고 가늘게 웨쳤습니다.

“인제야 만났구나!”

새파란 불이 상구깐 지붕 위에서 저편 솔밭 사이로 마치 춤을 추듯이 우쭐우쭐 지나가지 않겠습니ᄁᆞ.

“이놈 도깨비, 거기 섯거라!”

학이는 주먹을 부여쥐고 고함을 치면서 따라갔습니다. 실로 용감한 학이 소년입니다.

그러나 도깨비불은 아무런 대답도 없이 낮은 솔나무 가지위에서 학이가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매달려있지요. 학이가 다가오면 갑자기 왈칵 덥칠려는 도깨비의 심산입니다.

산은 적적 밤은 캄캄, 비는 부슬부슬 바람은 솔솔. 도깨비불은 유난히 새파랗고 학이의 눈은 유달리 새빨갛지요.

학이는 가만가만히 다다가서 마침내 도깨비불 앞에 우뚝 멎었습니다. 그리고 어른처럼 침착하고 굵다란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습니다.

“도[깝]아! 나는 너를 부뜰려 왔다!” (계속)


《어린이신문》 1946년 4월 13일

제8회. 임감 도깨비[편집]

도깨비와 마조 선 학이소년을 약간 무시무시한 기색도 있었습니다만, 그러나 이번에는 좀더 목소리를 높이어,

“도깝아, 나는 네가 쓴 감투를 빼앗으려 왔다. 네가 암말 않구 네 감투를 내주면 몰라두 그렇지 않으면 나는 너를 죽이구라두 감투를 빼앗을련다.”

그래도 도깨비는 벙어리처럼 말이 없습니다. 학이는 차츰차츰 무서워집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에이, 이놈의 도깨비!”

라고 소리를 치자마자 왈칵달려들며 주먹으로 힘껏 그새파란 도깨비불을 내갈겼습니다.

그러나 아아 어찌된 일입니까?……학이의 주먹은 솔나무가지를 찢어놓았을 뿐이지요.

“아, 속았구나. 반디ㅅ불이 아닌가?……”

학이의 발뿌리에 떨어진것은 도깨비불이 아니고 커다란 반디ㅅ불이었지요. 도깨비감투에 열이뜬 학이소년은 장소가 상구깐이라 정녕 도깨비불인줄로 생각했었던것입니다.

학이는 실망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든지 낙심할줄을 모르는 학이었지요.

그런 일이 있은지 얼마후 학이를 기쁘게한 일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도깨비도 때로는 사람의 눈에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은 까닭이지요. 도깨비가 사람을 홀릴때는 감투를 벗고 고운 색시로 변하기도 하고 백발노인으로 변하기도 한다는것이었습니다.

“올지, 됐다. 나는 한번 도깨비에게 홀려 보리라”

생각했습니다. 학이는 거기서 어득어득한 저녁무렵 같은 때는 늘 상구깐이나 도깨비늪으로 가서 자기가 홀리기를 기다리고 있지요.

그것은 달빛이 희미한 어느날 밤이었습니다. 도깨비늪으로 가는 논두렁에서 정말 수염이 허엽스레 자란 노인을 한사람 만났습니다. 달빛이 희미하여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틀림없는 도깨비의 변신이었지요.

“가만있자. 저놈의 영감의 주머니에는 분명히 도깨비감투가 들어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한 학이는 백발노인을 따라가면서,

“이놈의 도깝아. 거기 좀 섰 거라!”

하고 웨치자마자 쏜살처럼 달려들어 한손으로 노인의 수염을 잡고 한손으로 노인의 주머니를 뒤졌습니다.

“감투를 내라. 도깨비 감투를 이리 내라!”

“이녀석, 어떤 놈이길래 함부로 늙은이의 수염을 잡고……이놈, 좀도적놈같으니!”

하고 노인은 노기가 등등하여 호령을 하는것을 보니, 그것은 도깨비가 아니고 동네 구장어른이 아니겠습니까?……

“에엇……? ……?” (계속)


《어린이신문》 1946년 4월 20일

제9회. 색씨 도깨비[편집]

이튿날 학이 아버지는 구장어른의 댁을 찾아가서 또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지요. 그러나 아버지께서는 절대로 학이를 책망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디까지든지 도깨비감투를 손에 넣고자 애를 쓰는 학이의 불덩어리같이 타오르는 욕망을 칭찬하시면서,

“어디 네가 이기나 도깨비가 이기나 해보아라.”

하시는것이었습니다.

두번이나 실패를 한 학이는,

“초부득삼이라니 세번째야 도깨비 를 만나겠지.”

하고 한칭 더 결심을 굳게 가졌습니다.

어떤날 저녁, 해가 서산으로 누엿누엿 넘어갈 무렵이었습니다. 넓은 들에는 사람의 그림자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고 황혼이 어슬어슬 도깨비늪을 덮기 시작하였지요.

학이는 도깨비가 나오기를 기다리다 못하여 심심풀이로 낚시질을 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다시 한번 생각하여보았습니다.—옛날 어떤 농부가 이 도깨비늪 옆에서 논을 갈고 있노라니까 어디선가 갑자기 난데없는 젊은 색씨가 나타나서 농부에게 자꾸만 말을 건늬면서 자기와 가치 살자고 하는것을 농부가 굳이 사양을 했더니만 그 색씨는 그만 화가 나서 소고삐를 빼앗아가지고 힘이 어찌나 센지 소를 끌고 도깨비늪 속으로 들어가버렸다고 합니다. 그런것을 생각하고 있노라니까 그때 갑자기 학이의 등뒤에서,

“여보 학도님.”

하고 낮으막히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학이는 그만 화닥닥 놀라며 뒤를 돌아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악!” 하고 웨치지 않을수 없었지요. 난데없는 젊은 색씨가 학이를 바라보면서 방그레 웃고 섰지를 않겠습니까.

머리에다 파란 보따리를 이고 하얗게 소복을 입은 젊은 색씨였습니다. 학이는 몸이 오싹하였습니다. 이처럼 도깨비가 정말 갑자기, 너무나 갑자기 자기 등뒤에 나타날줄을 정말 꿈밖이었지요.

“학도님, 왜 놀라십니까?”

소복한 색시는 입가에 웃음을 지으면서 물었습니다.

“음—”

학이는 신음을 하며 낚싯대를 던지고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아니 난 학도님께 길을 좀 물어 볼려구 했는데요.”

“길? 흥, 길은 무슨 길? 요것이 나를 노상 홀릴려구 들어붙는다.”

“아니 홀리다니요? 내가 왜 학도님을 홀리겠소? 학도님두 참 딱하시네.”

“흥, 그러믄 누가 모를줄 알구. 네가 소고삐를 끌구 이 물속으로 들어 갔겠다!”

“소고삐라구요?……” (계속)


《어린이신문》 1946년 4월 27일

제10회. 감투 내놔라![편집]

“소꼽지라구요? 소꼽지는 갑째기 무슨 소꼽지예요?”

색시는 그 고은 얼굴에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요것이 정말 사람을 홀리련다? 너 농부꾼의 소를 껄구 이 물속으루 들어가지 않었니? 내가 다 알어!”

“아니 학도님, 정말 나는……”

“잔말 말어. 너 오늘 잘 만났다! 내가 너를 만날려구 얼마나 애를 썼는지 너 아니?”

학이는 눈은 똑 바루 뜨고 주먹을 부로쥐고 한걸음 색씨앞으로 다가섰습니다.

“자아, 그 보따리 내려 놔라”

“보따리라구요?”

“이거 왜 능청맞게 그래? 네가 갑째기 내 등뒤에 나타날 때까지 쓰고 온 감투를 내 놔라. 필경 그 보따리ㅅ속에 들었을께야. 내가 다 알어”

“아니 학도님, 감투는 또 갑쟤기 무슨 감투라구?”

“요년이 정말 어쩌자구 그러는거야? 잘 안될걸. 잘 못 속일걸. 잘 않홀릴걸!”

“글쎄 학도님두 딱두허지. 여자가 감투는 왜 쓰구 댕기겠오?”

“요년이 간사한 말 말구 어서 감투를 내놔라. 그렇지 않으면 넌 뼉다구가 부러진다.”

“글쎄 나는 길을 좀 물으려구……이동리에 학이라는 학생네 집이……”

“뭐 학이?…”

그순간 학이는 더 아웅다웅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습니다.

“요놈의 도깨비가 정말 사람을 홀리려구……”

하는 고함소리와 함께 질풍처럼 달려들어 보따리를 빼았았습니다.

“아이구 도적놈이야!”

하고 색씨 도깨비는 웨치면서 쏜살같이 동리를 향하여 뛰어 갔습니다.

“그러믄 그렇겠지!”

학이는 도깨비보따리를 풀어 보았지요. 보따리에는 떡과사과가 가뜩 들어있었습니다.

“요년이 이런걸 가지구 나를 나꿀려구.”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두 도깨비 감투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학이는 또 다시 실망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가만있자. 요년이 깜쪽하게 감투를 제 허리춤에다 넣었구나. 오냐, 이 보따리를 찾으러 고년이 언젠가 한번은 우리집엘 오리라. 그때 부뜰자.”

학이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집으로 달아왔습니다.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가자 학이는

“앗, 도깨비다!”

하고 고함을 치면서 어머니와 아랫목에서 뭐라고 떠들고 있는 색씨도깨비를 향하여 달려들었습니다. 어머니는 깜짝 놀래시면서 학이를 막았습니다.

“학이야, 너 서울 아주머니를 몰라보겠니? 널 그처럼 보구싶어서 먼 길에 찾아오셨는데… 벌써 십년이나 됐으니 알아볼수두 없긴 하지만두… 아니 너 그 보따리는… 오 네가 아즈머니 보따리를…?”

“헤어……?”

학이와 서울 아주머니는 멍하니 서루 바라만 봅니다. (계속)


《어린이신문》 1946년 5월 4일

제11회. 굴뚝 도깨비[편집]

학이는 또 실패를 하였습니다. 그처럼 보고싶던 서울 아주머니를 “요것이……” “요년이……”하고 욕지거리를 퍼부은 자기가 부끄럽기 한량 없었지요. 어렸을적에 학이를 업어 기른 아주머니였고 서울 아주머니의 집엘 그렇게도 가고싶어하던 학이었습니다.

“아주머니!”

“학이야!”

학이는 그립던 서울아주머니의 품안에서 눈물이 글성글성 합니다.

“아주머니, 절 미워하지 마세요. 정말 모르구……”

“원, 널 보구싶어 왔는데…….”

“그런데 옥희는 왜 안 데리구 오셨수?”

“학교가 아직 방학이 안돼서 못 데리구왔다. 이번 방학에는 널 꼭 데리구 오라구 옥희가 천번 만번 당부를 하더라.”

“어머니, 이번 방학하믄, 아주머니 따라서 꼭 서울 가게해주세요. 네?”

“오냐, 서울 구경 한번 하구 오너라. 옥희두 그처럼 기다린다는데…….”

“아이구, 좋아. 아주머니 정말 혼자 가시지 말구 꼭 절 데리구 가서요, 네.” “데리구 가구말구.”

어서 방학이되었으면 학이는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때까지는 어떠한 일이 있을지라도 도깨비 감투를 손에 넣으리라 굳게 결심을 하였지요.

도깨비감투를 쓰고 서울 있는 옥희를 한번 톡톡히놀려먹을 생각을 하니 밤이 되어도 잠이 안옵니다.

“제 아무리 서울이 좋다구 해두, 도깨비감투야 있을라구?”

그렇게 생각한 학이는 전보다도 더한칭 도깨비늪이나 뒷산 상구ㅅ간엘 싸돌아 다니는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도깨비 감투를 끝끝내 빼앗아 오지 못하면 아예 서울에 보내지않겠다는 말씀을 하신후부터는 학이는 정말 침석을 잊어버렸습니다.

“한번 마음먹은 일은 어디까지든지 해야만 한다. 그것이 사내다운 사내다.”

학이는 그렇게 아버지의 말씀을 머리속으로 되풀이하면서 그날밤도 도깨비늪으로 나갔습니다.

달은 없어도 별은 많습니다. 애기별, 언니별, 엄마별, 아빠별이 수두룩하니 못위에눌러 내려왔습니다. 람이 불 때마다 물 위에서 놀던 별들이 여름이건만 추운듯이 오들오들 떨고 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루 그 때였습니다. 맞은 편 못 가에 갑자기 정말 갑자기 시꺼먼 사람의 그림자가 우뚝 땅에서 솟은듯이 나타나질 않았겠습니까?………사람의 키에 비하면 세배 네배나 되는 시꺼만 그림자가 굴뚝처럼 우뚝 나타났습니다.

“아, 저거야말로 도깨비다! 굴뚝도깨비다! 굴뚝도깨비리구나!”

학이는 납작 땅 위에 엎디었습니다.

(계속)


이 소설의 인기가 매우 높아갑니다. 투서로 칭찬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학이의 활약은 이제부터 더욱 재미있어갑니다.

《어린이신문》 1946년 5월 11일

제12회. 도깨비의 신[편집]

학이가 그처럼도 기다리던 도깨비를 오늘이야 비로소 만났습니다. 하늘을 뚫을것처럼 우뚝 눈앞에 나타난 시꺼먼 굴뚝도깨비! 박쥐처럼 ᄄᆞᆼ위에 납작 엎딘 학이는 뛰노는 가슴을 억누르면서 맞은편 못가를 가만히 바라보았지요.

“도깨비가 멱을 감으러 왔나보구나.”

그렇습니다. 도깨비가 갑자기 못가에 나타난것은 도깨비감투를 쓰고와서 멱을 감을려고 그것을 벗은 때문이라고 학이는 생각합니다. 숨을 죽여가면서 가만히 바라다 보고 있노라니까, 아니나 다를까 그 시꺼먼 굴뚝 도깨비는 침벙침벙 못가운데로 들어와서 멱을 감기 시작했습니다.

“침벙침벙 침벙……”

물속에서 재미있게 놀고들 있던 수두룩한 별들이 깜짝 놀라 오들오들 우들우들, 와들와들 떱니다.

“침벙침벙, 침벙침벙……”

도깨비는 말이 없이 자꾸만 물소리만 내지요. 아무도 보는이가 없는줄 알고 도깨비는 아주 흥이 나나봅니다.

“오냐, 이놈의 도깨비가……”

학이는 살살 땅을 기기 시작하였습니다. 살금살금 땅을 기어서 못을 삥 돌아 아까 도깨비가 불쑥 나타난데를 찾아가는것이지요. 도깨비가 멱을 다 감고 나오기 전에 어서어서 기어가야 합니다.

그런줄도 모르고 도깨비는 침벙 침벙 침벙, 크고 적은 별님들은 와들 와들 와들.

학이는 살살 기어서 도깨비가 나타난 곳에 다달았습니다. 사면은 캄캄해서 보이지를 않습니다. 이는 하는수 없이 손으로 살금살금 동뚝을 더듬기 시작했지요.

“분명히 여긴데……”

학이는 살살 동뚝을 손으로 쓰러봅니다. 그때 무엇인지 학이의 손에 잡힌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게 무얼까?”

가만히 어루만져보니, 갖난애가 들어누울만한 커다란 집신짝이었습니다.

“흥, 도깨비가 신고 온 신이로구나.”

짚신은 한짝 밖에 없었습니다.

“도깨비는 외발을 가졋다더니 신도 한짝이로구나.”

그 커다란 짚신속을 더듬고있던 학이는 그때,

“아, 이거로구나!”

하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신속에 착착 접어논 도깨비감투를 움켜쥐자, 다시금 땅을 살살 기어 동네를 향하여 달음질을 쳤습니다.

그런줄도 모르고 도깨비는 여전히 침벙, 침벙 침벙……

“바보같은 도깨비!”

주머니에 쓸어넣은 도깨비감투를 꽉 움켜안고 쏜살같이 달아나는 학이소년이었습니다.

“도깨비감투다. 도비감투다!”


《어린이신문》 1946년 5월 18일

제13회[편집]

자기 집 대문 밖까지 달음박질을 해온 학이는,

“어디 한번 도깨비감투를 써보자.”

하고 주머니에 접어넣었던 도깨비감투를 끄내 머리에 썼습니다. 그리고는 대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지요.

“어머니, 지금 돌아 왔습니다.”

방에는 아버지와 어머니와 그리고 서울 아주머니가 둘러앉아서 아주머니가 가지고 오신 사과를 자시고계섰습니다.

“오 너 인제 돌아오느냐.”

어머니는 그러시면서 숙였던 얼굴을 들어 뒤를 돌아보시었습니다.

“가만있자 학이가 인제 분명히 들어왔었는데……어딜 또 나갔을까?”

어머니는 방안을 두루두루 둘러보십니다. 아주머니도,

“나두 금방 학이 목소리를 들었는데요”

그러시면서 어머니모양으로 방안을 둘러보십니다. 아버지도 이상히 생각하시는 모양이신지 감을 잡수시다가,

“글쎄, 나두 들은상 싶은데, 학이 목소리를……?”

그리고 역시 주위를 살펴보십니다.

학이는 우스워서 견딜수가 없습니다. 바루 자기를 옆에 앉았는 지를 통 몰라들보시니, 학이는 재미가 나서 죽을 지경이지요.

“해 해 해 해……”

학이는 그만 허리가 자즈러들게 웃어댔습니다.

“아니 이게 학이 목소리가 아닌가?”

“아니 학이가 어디 있나?”

“거 이상두 해라. 학이야!”

하고 어머니가 학이를 불렀습니다.

“네—”

학이는 바루 어머니 옆에서 대답을 하고 있지요.

“아니 학이 너 어디 있느냐?”

“저 여기 있지않아요?”

“여기라니?”

“여기가 여기죠. 바루 어머니 옆에…… 어머니 저 보이지 않으세요?”

“거 수상두 허다. 무슨 귀신이나 도깨비같구나. 목소리는 분명히 여기서 들리는데…아니 아버지두 보이지 않으시우?”

어머니는 아버지를 의아스러운 얼굴로 처다보셨습니다.

“내게두 안보이우. 얘 학이야!”

“네.”

“이거 봐요. 소리는 나는데 보이지를 않는구려. 얘 학이야!”

“네.”

“그것 봐요. 학이야!” “네에.”

아버지와 어머니와 서울아주머니는 눈이 둥그래지면서 자기들끼리 서로 얼굴만 처다봅니다. 학이는 재미가 나서 죽을 지경이지요. (계속)


《어린이신문》 1946년 5월 25일

제14회. 산호랑이의 수염[편집]

“아버지, 글세 저 여기있는데 왜 모르세요?”

“어디?”

“어머니, 저 사과하나 먹겠습니다.”

그러면서 학이는 박아지에 담은 사과를 한개 집어 먹습니다. 어머니는 깜짝 놀래시며,

“아이 이것 봐. 사과가 하나 없어졌다!”

“아이구 맛나요. 짭짭짭짭……”

“야 학이야!”

“글세 여기있다는데 왜 그러서요, 어머니?”

“여기라니 어데냐? 이거 정말루 도깨비한테 홀린것 같구나.”

“어머니 사과하나 더 먹습니다”

“애개개. 또 하나 달아났다.”

“해해해……아주머니 사과 사갖구 오셔서 고맙습니다. 짭짭짭짭……또 하나 먹어두 괜찮습니까, 아주머니?”

“먹길랑 얼마던지 먹으려므나. 그래두……애개 망칙해라. 또 한개 달아났구나.”

“해해해해. 거 사과맛 좋다. 짭짭짭짭……”

그때 아버지께서,

“에헴.”

하고 한번 크게 기침을 하시고 나서 말씀하였습니다.

“학이야, 내가 인젠 다 알았다. 너 도깨비감투를 쓰구있구나, 그렇치?”

아버지는 방안을 두리번거리시면서 그렇게 물으섰습니다.

“해해해……”

“인젠 그만하구 도깨비감투를 벗어라.”

학이는 그때야 도깨비감투를 벗었습니다.

“어머니, 저 여기 있지 않아요? 이거 보세요.”

“아이구머니나?”

어머니와 아즈머니는 깜짝 놀라시면서 자기들 옆에서 사과를 먹고있는 학이를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바라보시질않으시겠습니까. 정말루 똑 도깨비에게 홀린 사람들 같았습니다.

“어디 그 도깨비감투를 이리 내 봐라.”

하시는 아버지의 말씀에 학이도 자기 손에 쥐었던 도깨비감투를 드려다 보면서 아버지 앞에 내 놨습니다.

“음, 이것이 도깨비감투로구나. 산호랑이의 수염을 뽑아서 맹긴 도깨비감투!”

“산 호랑이의 수염으로 맹글었다구요?”

학이는 눈이 동그래지면서 아버지께 물었습니다.

“그렇다. 사람의 감투는 말총으로 만들지만 도깨비감투는 산 호랑이의 수염으로 만드는 거다.”

“산 호랑이의 수염을 어떻게 무서워서 뽑습니까?”

“다른 도깨비의 감투를 얻어쓰고 가서 살짝살짝 뽑으면 되지 않아?”

“옳지. 나두 이번 서울 가면 동물원에 가서 호랑이 수염을 뽑아 감투를 맹글어서 옥히에게 줄테야요.”

(계속)


《어린이신문》 1946년 6월 1일

제15회. 연기처럼 없어진 아버지[편집]

아버지도 도깨비감투란 말은 들으셨지만 직접 자기눈으로 보신것은 오늘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래 네가 종시 도깨비감투를 손에 넣었구나.”

하시면서 학이가 굴뚝도깨비의 감투를 빼앗아 오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으시고,

“음, 너는 정말로 용감두 하거니와 의지가 굳은 훌륭한 소년이다. 이 아버지는 너같은 아들을 둔것이 무척 기쁘다.”

그러시면서 학이의 머리를 다정스럽게 쓸어 주셨습니다. 어머니도 칭찬하시고 서울 아주머니도 용타 하시였습니다. 학이는 무척 기쁩니다.

“어듸 내가 한번 써 보자.”

그러시면서 아버지는 도깨비감투를 머리에 쓰셨습니다.

“아그머니나!”

어머니와 아주머니는 동시에그렇게 부르짖지 않을수 없었지요. 아버지가 감투를 머리에 올려놓자마자 아버지의 몸이 귀신처럼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아마, 하늘로 올라가셨나 땅속으로 잦으셨나?…그것이야말로 연기처럼 사라진 아버지였습니다.

학이도 놀랐지요. 자기가 썼을 때보다도 자기 눈앞에서 마술사처럼 없어진 아버지를 볼 때에 뭐라구 입으로 형언할수 없도록 신기롭고 신통하였습니다.

“아버지, 어디계서요?”

는 방을 돌아다 보면서 물었습니다.

“아버지는 여기 있다.”

“여기가 어디예요?”

“여기가 여지 어디야. 학이야.”

“네?”

“정말 이 아버지가 보이지 않느냐?”

“정말이에요. 정말 보이지 않는데요. 아주 깜쪽같애요.”

“하하하……거정말 신하구나. 어디 나두 사과나 한개 먹어 볼까?”

그 소리가 끝나자마자 어머니와 아주머니는 이구동성으로,

“애개개. 사과가 한알 달아났다!”

라고 웨쳤습니다. 학이도 박아지를 드려다 보니 세개 남았던 사과가 두개 밖엔 남지않았습니다.

“얘애 참 신통하다!”

학이도 눈이 동그래졌지요.

“거 사과 맛 좋은데, 쩝쩝쩝………어디 한알 더 먹어볼까?”

“어서 잡수세요.”

“아이머니나. 또 한개 달아났다!”

그러시면서 어머니와 아주머니는 자즈러지게 웃어대시었습니다 그때 학이는,

“아버지, 인제 그만하시구 나오세요.”

그말이 끝나자마자 도깨비감투를 벗어서 손에 든 아버지가 세사람 앞에 쑥 나타났습니다. 아버지는 웃으십니다.

“하하하하…거 참 재미 있구나!”

(계속)


《어린이신문》 1946년 6월 8일

제16회. 도깨비 엉덩이에 바늘침[편집]

“야 거 나두 한번 써보자.”

이번에는 어머니가 도깨비감투를 썼습니다. 어머니도 역시 연기처럼 없어집니다.

“어머니, 어디 계셔요?”

하고 학이는 재미가나서 손뼉을 치며 물었습니다. 그러나 어찌된 셈인지 어머니는 대답이 없으십니다.

“어머니?……”

또 한번 물었을 때도 여전히 대답은 없고, 대답대신 문이 덜컥하고 열리는 소리가 나겠지요. 그러나 아무도 드나드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조금있더니 또 문이 덜컥하고 열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러자 세사람 앞에는 아주머니가 서울서 가저오신 떡 함지가 놰있지를 않겠습니까.

“아, 머어미 떡 가질러 나가셨어요?”

그때야 어머니께서 웃는 소리가 들리었습니다.

“하하하…어서 떡이나 먹자.”

하시는 소리가 나더니 떡함지 앞에 어머니가 쑥 나타났습니다. 감투를 손에 쥐고요.

“하하하하……”

일동은 유쾌하고 한바탕 웃어댔습니다. 그때 아주머니가,

“어디 나두 좀 써보자.”

하시면서 감투를 썻지요. 정말 암만 보아도 신통합니다. 아주머니도 바람처럼 없어졌습니다.

“학이야, 정말 나 보이지 않느냐?”

“정말 보이지 않아요.”

아, 바루 그때였지요. 시꺼먼 굴뚝도깨비가 우뚝 문을 열고 나타난것은 바루 그때였습니다. 도깨비늪에서 멱을 감던 굴뚝도깨비가 도깨비감투를 찾으러 온것입니다.

“앗, 굴뚝도깨비다!”

하고 학이는 벌떡 일어나면서 고함을 쳤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도 너무나 무서워서 온몸을 부들부들 떠십니다.

굴뚝처럼 크고 굴뚝처럼 시꺼멓고 굴뚝처럼 눈, 코, 입이 하나도 없는 굴뚝도깨비는 문밖에서 학이를 향하여 시꺼먼 손을 내놓습니다. 감투를 달라는 뜻이지요.

“못내놓겠다! 썩썩 나가라!”

하고 학이가 고함을 쳤습니다. 그때 굴뚝도깨비는 아무 말도 없이 그 시꺼먼 곰과같은 커다란 손으로 학이의 몸뚱이를 덤뻑 붓잡을려고 덤벼들지을 않겠습니까.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만 치를 부들부들 떠시면서,

“아, 학이야!”

하고 부르짖자, 학이를 꼭 껴안았지요. 그러나 그때 어찌된 셈인지 굴뚝 도깨비가 그만 후닥닥 후닥닥 두서너번 공둥공둥 뛰더니 획하고 바람을 일으키면서 앞채 지붕을 껑충 넘어서 도망개를 치지 않겠습니까.

그때서야 아주머니가 쑥 나타나시면서 손에 쥔 바늘을 세사람에게 보였습니다.

“이 바늘로 그놈의 굴뚝도깨비의 엉덩이를 두어번 찔렀더니 그만 달아나구 말았다. 하마터면 큰일날번 했다.”

“음, 옛적부터 하는 말이, 도깨비는 바늘침을 ㅗ나야 한다더니…하하하하…”

하고 아버지께서 웃으시는 바람에 모두들 다,

“하하하하……”

하고 허리가 끊어지도록 웃었습니다.

(계 속)


《어린이신문》 1946년 6월 15일

제17회. 벼나무와 보리나무[편집]

기다리던 여름방학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학이는 아주머니를 따라 서울구경을 가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

집을 떠나는 날 아침, 학이는 양친께 인사를 하였습니다.

“오냐, 편히 다녀오너라. 그리구 좋은 구경 많이 하구 오너라.”

그러시면서 아버지는 용ㅅ돈 十원을 주셨고 어머니는 떡을 한보 싸 주셨습니다.

학이는 무척 기쁩니다. 아주머니를 ᄄᆞ라 서울 가는것도 기쁘지만 용ㅅ돈 十원에 떡 한보, 그리고 호주머니 속에는 저 신기하기 짝이없는 도깨비감투까지 들어있지요.

학이와 아주머니는 읍(邑)으로 나가서 서울 가는 기차를 탔습니다. 이 기차는 멀리 목단강(牡丹江)에서부터 떠나오는 기차인데 차안에는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학이와 아주머니는 겨우 자리를 잡았습니다.

오래간만에 기차를 탄 학이는 기뻐서 죽을 지경이지요. 산이 달리고 들이 달리고 집이 달리고 밭에서 일을 하는 농부와 송아지까지 자꾸만 자꾸만 뒤로 달려갑니다.

“아주머니 옥희두 인젠 방학을 했나요?”

“하구말구. 지금쯤 옥희는 학이 오기를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구 있을테지.”

학이는 가만히 눈을 감고 서울 가서 옥희와 놀 생각을 하여봅니다.

“아주머니 서울 가면 옥희하구 창경원 구경두 가구, 곡마단(曲馬團)구경두 갈테야요. 괜찮죠. 아주머니?”

“괜찮구말구. 어서 실컨 돌아 댕기면서 구경을 하려므나.”

“아이 좋아요! 아주머니.”

학이는 그러면서 또 들창밖을 내다봅니다.

“저건 벼나무 저건 수수나무 저건 팥나무, 저건 콩나무, 저건 옥수수, 저건 감자나무, 저건 보리, 저건 밀, 저건 모밀, 저건 목화, 저건 당콩, 저건 녹두, 저건 기장이, 저건 소나무……”

학이는 자꾸만 뒤로 달려가는 밭에서 곡식 이름을 댑니다.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학이는 곡식 이름을 죄다 알아맞추는구나. 난 네 절반두 모르겠다.”

서울서 자란 아주머니는 곡식 이름을 학이만큼 모릅니다. 콩나무도 팥나무 같고 보리나무도 벼나무같이 보입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쌀밥을 먹고 살면서 벼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두 모르고, 냉면은 잘먹으면서 모밀나무가 어떻게생겼는지두 모르고, 솜옷을 입으면서 목화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두 모르는건, 바보라구 그러셨답니다. 그런 사람은 쌀밥 먹을 자격도 없구 솜옷 입을 자격두 없다구요.”

그 말을 듣고 아주머니는 그만 부끄러워서 견딀수가 없었지요.

“네 말이 꼭 맞았다. 어디 나두 너한테 좀 잘 배워야겠다.” 하시면서 들창밖을 내다 보았습니다. (계속)


《어린이신문》 1946년 6월 22일

제18회. 학이는 분합니다.[편집]

“기차야, 빨리빨리 가거라. 서울아, 어서어서 오너라.”

학이는 유쾌한듯이 들창밖을 내다보면서 커다란 목소리로 그렇게 부르짖었습니다.

기차는 어느듯 함흥을 지나서 원산을 향하여 부살같이 달리고 있습니다. 이윽고 기차가 원산에 다달았습니다. 내리는 사람, 타는 사람, 기차 안이 일순간 수라장으로 변했을 때였습니다. 학이가 앉은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등 뒤에, 코ㅅ밑에다 수염을 붙인 일본군인이 다리를 턱 뻗치고 신문을 한가스레 읽고 있습니다. 남들은 한자리에 세사람씩이나 앉았는데, 그는 자리를 혼자 독차지하고 사람들이 자리가 없어서 들볶는것을 뻔히 보고도 못본척하고 있습니다.

그때 허리가 꼬부라진 늙은 할머니가 주침주침 다가오면서,

“여보, 젊은이. 나 좀 앉읍시다. 원 허리가 아파서 견딜수가 있어야지.”

그러면서 그 군인의 다리 옆에 미안한 듯이 앉으려할 때,

“없소, 없소. 저리 가! 저리 가!”

하고 발로 할머니의 엉덩이를 툭툭 차지를 않겠습니까. 그때야 할머니는 그가 조선사람이 아니고 일본사람인줄을 알고 무서워서 벌떡 일어섰습니다. 옆에 있던 사람들도 그 일본군인이 하두 밉고 건방져 보이기는 하였으나 모두들 보고도 못본척 하고 시치미를 딱 떼고들 있지요.

학이는 분해서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자기 어머니나 아주머니가 그놈의 발길에 채운것처럼 분했지요.

“여보 당신, 이 자리 혼자 샀소? 다리를 좀 가드라치시요.”

하고 그놈의 뻗친 다리를 번쩍 들어서 저편으로 밀쳐버렸습니다. 그랬더니 그놈은 왈칵 화를 내며,

“이자식이……이 건방진 자식이!”

하고 욕을 하며 발길로 학이의 엉덩이를 힘껏 차 넘겼지요. 그만 학이는 힘이 모자라 비틀비틀 쓰러졌습니다. 학이는 쓰러지면서 삥 둘러선 조선사람들의 얼굴을 휘둘러 보았지요. 그러나 누구 한사람 자기를 일으켜주는 이는 없었습니다. 남의 싸움에 공연히 걸려들었다가 나중에 귀찮은 일이나 생기면 어떻걸까 하고 모두들 무서워서 모른척들만 하고 있지요.

그 바보같은 수많은 얼굴들을 바라보니 학이는 그만 분해서 눈물이 핑 쏟아졌습니다.

“바보들, 바보들, 바보들이야!”

마음ㅅ속으로 그렇게 웨치면서 학이는 주먹을 불근 쥐고 벌떡 일어났습니다.

“옳다고 생각한 일은 끝까지 싸워라.”

하신 아버지의 말씀이 귀밑에 쟁쟁합니다. (계속)


《어린이신문》 1946년 6월 29일

제19회. 죽어도 못하겠다[편집]

“야, 학이야. 너 일본 군인보구 그러다가 어떡헐려구……”

아주머니는 달려들어 학이를 만류하였습니다.

“아주머니, 놓세요. 일본군인은 그래 할머니의 엉덩이를 구두ㅅ발로 차도 좋습니까?”

“이 자식이……흐흥흥……아주 말하는것이 제법이야.”

하더니 군인은 학이의 멱살을 붓잡고 따귀를 서너번 붙인 후에,

“너는 대일본제국의 군인을 함부로 모욕한 죄로……이렇게 좀 얻어맞어야 한다!”

그러면서 또다시 따귀가 떨어질것처럼 때립니다.

“아이구 여보, 용서하시요. 우리 학이를……”

아주머니가 울면서 애원을 하였습니다. 학이는 눈에서 번쩍번쩍 불이 붙는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조금도 아픈줄은 몰랐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바보들처럼 멍하니 보고만 섰지요. 학이는 그만 아주머니 품안에 머리를 박고 엉엉 울었습니다. 따귀를 얻어맞은것이 아파서 우는것이 아닙니다. 옳은것을 버젓이 옳다고 주장하지 못하는것이 분해서 우는것입니다. 아아, 바보같은 얼굴들을 하고있는 이많은 사람 가운데는 학이보다도 힘세고 군인보다도 힘이 센 사람이 얼마든지 있을것이건만 누구 한사람 섯뜻 나서서 말한마디 뭍이지 못하는것이 분해서 운답니다.

그때 군인은 아주머니 품안에 안기어 있는 학이의 팔목을 끌어단기며,

“흥흥……요 건방진것이……어디 너 이 자리에서 텐노헤이까 (•••••) 반자이 (•••)(천황폐하 만세)를 한번 불러 봐라!”

하고 다른 사람들도 좀 잘 보아두라는 듯이 고함을 쳤습니다. 그러나 학이는 입을 꽉다물고 군인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볼뿐이지요.

“못부르겠나? 응?”

하고 무서운 얼굴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학이는 어디까지나 대답이 없습니다.

“아니, 정말 안부를테냐?”

하고 그 털이 손ㅅ등에 부수수 난 커다란 손으로 찰싹하고 학이의 그 연약한 뺨을 내갈겼습니다.

“아이구 여보, 당신네들은 이 어린것이 이렇게 매맞는걸 멍하니 보구만 섰소?”

아주머니는 그렇게 사람들에게 호소를 하였습니다만 누구 한사람 입조차 여는 이가 없습니다. 아아, 불상한 사람들! 학이는 그만,

“아이구!”

하고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었다가 다시 번쩍 얼굴을 들면서 고함을 쳤습니다.

“이놈아, 죽여라! 죽어도 못부르겠다!”

“뭣이 어째? 이자식!”

하고 군인이 다시 손을 번쩍 들었을때, 아주머니는 재ᄈᆞ른 솜씨로 학이의 주머니에서 도깨비감투를 끄집어내자 학이의 머리에 얼른 씨어주었습니다. 연기처럼 없어진 학이!

“아, 아, 아……이자식이……이자식이 어딜 갔나???” (계속)


《어린이신문》 1946년 7월 6일

제20회. 도깨비감투를 쓰고[편집]

“이자식이 어디 갔니?”

그 밉살스런 군인은 손을 번쩍 든채 사방을 돌아다 보질 않겠습니까. 그러나 보이지 않습니다. 군인만 놀란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놀랐습니다.

학이소년은 그때야 도깨비감투가 자기 머리에 씨워진것을 알았습니다.

“아, 내가 왜 얼른 이 도깨비감투를 못생각했을꼬?”

하였습니다. 학이는 그리고,

“오냐, 이놈을 한번 혼을 내야겠다.”

하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군인에게 복수하기를 결심하였습니다. 학이는 손바닥에다 침을 잘 발라가지고 두리번거리는 군인의 따귀를 찰싹하고 갈겼습니다.

“아야!”

군인은 손으로 자기 뺨을 비비면서,

“이게 어떤 놈이냐?”

하고 고함을 치며 앞뒤를 돌아다 보았습니다만 학이는 통 보이지 않지요.

“찰싹!”

하고 또한번 갈겼습니다.

“아이구!”

“찰ᄊᆞᆨ!”

“아이구! 이녀석이 대체 어디서 나를 때리는거야?”

“여기서 때린다. 이놈아! 찰싹!”

“이이구!”

“찰싹, 찰싹, 찰싹……”

“아이구, 아이구, 아이구……”

그러면서 이리저리 쫓겨다니는 꼴이란 참 볼만합니다.

“하하하하……”

하고 그때 아주머니가 마음이 시원해서 웃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그놈이 아주머니를 때릴려구 달겨들질 않겠습니ᄁᆞ.

“학이야. 빨리 이놈을……”

하고 아주머니가 웨쳤지요.

“아주머니, 염려마세요.”

하고 학이는 주머니에서 조그만 칼을 끄내어 거기 달린 뾰족한 송굿으로 군병놈의 엉덩이를 콱콱 찔렀습니다.

“아이쿠, 아이쿠, 이자식 봐라!”

하며 그 커다란 엉덩이를 비빕니다. 그때까지 멍하니 바라만보고 섰던 바보같던 사람들도 그만 우스워서,

“하하하……하하하……”

하고 웃어댔습니다. 군인은 그만 화가 머리털까지 나서 허리에 띤 군도를 빼서 허공중에 무섭게 휘둘렀습니다. 그러나 학이는 좀처럼 맞지를 않지요. 학이는 송굿으로 군도를 든 병정놈의 손ㅅ등을 콕 찔렀더니, 그만 군도를 내던지고 문깐쪽으로 달음박지를 쳤습니다. 학이는 그냥 따라가면서 자꾸만 엉덩이를 쿡쿡 찌르지요.

“아이쿠, 아이쿠, 사람 살리유!”

하면서 그때 바루 높은 산비탈을 올라가고있던 기차에서 그만 내려뛰고 말았습니다.

학이는 그때 도깨비감투를 벗어들고 데굴데굴 굴러가는 군인을 향하여,

“하하하, 하하하, 하하하……”

하고 웃어댔습니다.

(계속)


《어린이신문》 1946년 7월 13일

제21회. 수상한 사나이[편집]

이리하여 용감한 학이 소년은 저 밉살스런 군인을 쫓아 버렸습니다만 그러나 여기에 한가지 불행한 일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아주머니가 학이의 머리에 도깨비감투를 워주는것을 다른 사람들이 죄다 보았기 때문입니다.

“거 이상한 감투다!”

“거 참 신통한 감투다!”

사람들은 마치 도깨비에게나 홀린것처럼 학이소년을 얼빠진 사람같이 바라보았습니다.

“학생, 거 무슨 감튜요?”

하고 사람들은 저마다 물었습니다. 학이는 방글방글 웃으면서,

“도깨비감투야요.”

“뭐, 도깨비감투?”

사람들은 모두 놀랐습니다.

“네, 도깨비가 쓰는 감투를 모르세요?”

“그래 그 도깨비감투만 쓰면 그처럼 감쪽같이 없어진다는 말인가?”

“그럼요. 해해해……해해해……”

학이소년은 아주 뽐을 냅니다. 학이는 기쁩니다.

“그래 어떻게 그놈을 내쫓았니?”

“이 송굿으로 그놈의 엉덩이를 자꾸만 쿡쿡 찔렀죠 뭐.”

“음………거 참 신통두 하구나. 어디 그 도깨비감투 좀 보여주렴.”

그래서 학이는 너무나 기쁜 김에 주머니에서 도깨비감투를 끄내려고할 때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학이의 귀에다 입을 갖다 대고

“학이야, 아예 보여주지 말아라. 보였다가 누가 빼앗아가면 어떻거니?”

하고 속삭이었지요. 그래 학이는 다시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빼면서,

“안돼요. 못 봬드려요.”

하고 시치미를 딱 떼었지요.

그때 사람들 가운데 무서운 눈초리로 학이 소년의 얼굴을 물끄럼이 바라보고 있는 수상한 사나이가 한사람 섞여있었습니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시꺼먼 안경을 끼고 왼편 볼에 시뻘것 칼ㅅ자리가 커다랗게 난 무서운 사나이지요.

“흐흥…………흐흥!”

괴상한 사나이는 무엇을 생각하는지 코를 버룰거리며 혼자서 코ㅅ장구를 흐흥흐흥 치면서 학이소년을 자꾸만 바라보지요. 학이소년의 호주머니 속에 들은 도깨비 감투가 아마 무척 탐이 나는 모양입니다.

학이는 점점 그 수상한 사나이가 무서워졌습니다.

“아주머니, 저 시꺼먼 안경을 쓴 사람이 나를 자꾸만 바라봐요.”

하고 아주머니 귀에 가만히 속삭이었습니다.

“음. 수상한 사람이다. 모른척 하구 있거라.”

그러면서 아주머니는 사람들이 보는데 도깨비감투를 씨워준것이 점점 후회가 납니다.

“저놈이 도깨비감투를 빼앗을려고 노리고 있는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니 학이는 더한층 무서워졌습니다. 사나이와 눈동자가 마주칠 때마다 학이는 마음이 콩알만 해지고 하였습니다. (계속)


《어린이신문》 1946년 7월 20일

제22회. 무서운 전보[편집]

그렇습니다. 학이소년처럼 옳은것을 사랑하고 그른것을 미워하는 착한 사람만이 이 도깨비감투를 가지고 있으면야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만일 이 신기한 도깨비감투가 그 어떤 나쁜 사람의 손으로 들어가게 될것을 생각하면, 아니 그것은 생각만 하여도 무서운 너무나 무서운 결과를 맺을것입니다.

여러분, 인제 가만히 생각해보시요. 그 도깨비감투만 살짝 뒤집어쓰면, 길 가는 사람의 주머니에서 돈도 훔칠수 있고, 가게에 들어가서 남의 물건도 가져갈수 있고, 은행에 들어가서 수백만원 수천만원의 지폐뭉치를 들어갈수도 있고, 미운놈이 있으면 살금살금 따라가서 죽일수도 있고, 전차 기차 자동차 비행기 모두 공짜로 탈수도 있을것입니다. 아 이 얼마나 무서운 일입니까.

학이소년은 호주머니 위를 꽉 부여잡고 그 수상한 사나이의 얼굴이 마주칠 때마다 그런 무서운 생각을 하고 온 몸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학이와 아주머니는 무사히 경성역까지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학이와 아주머니는 다음과 같은 비밀전보가 서울경찰서에 온줄은 꿈에도 모르지요.

학이라고 부르는 열 서너너덧살 되는 소년을 부뜰어라. 그리고 그의 주머니에서 이상한 감투를 곧 빼앗아라. 그것은 실로 무서운 물건이다. 지금 미국에서 연구하고있는 원자폭탄보다도 더 무서운 물건이다.

이것은 두말도 할것없이 학이소년에게 송굿침을, 맞고 기차에서 뛰어내린 군인이보낸 전보입니다.

도깨비감투는 실로 이 전보에도 쓰여있는것과 같이 원자폭탄보다도 더 무서운 물건이지요. 어째 그러냐 하면 이 도깨비감투를 살짝 쓰고만 가면 원자폭탄을 만드는 비밀제조소 안에도 깜쪽같이 들어가서 모든 비밀을 알아올수가 있는 것이니까요. 그뿐만 아니라 현재 세계각국이 비밀전보에 사용하고있는 암호첩까지라도 훔쳐낼수 있는 무서운 감투이지요. 그러니까 이 도깨비감투를 손에 넣으면 지금 연합국에 거반거반 져가는 일본이 다시 쓰러져가는 세력을 회복할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꾀가 있고 용감한 학이가 이 귀중한 도깨비감투를 저 밉살스런 왜놈의 손에 빼앗길리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학이의 입장은 대단히 불리합니다. 제아무리 도깨비감투를 가졌다손 치더라도 지금 경성의 이구석 저구석에는 순사들이 학이가 차에서 내리기만 기다리고 있지요.

그런줄도 모르는 학이소년은 그저 저 시꺼먼 안경잽이만 무서워서 뒤를 힐끗힐끗 돌아다 보면서 개찰구로 걸어갑니다.

아아, 뒤에는 검은 안경을 쓴 수상한 사나이가 자꾸만 따라오고 앞에는 수많은 경관들이 지키고있는데 학이는 과연 무사히 정거장에서 빠져나갈수가 있겠습니까? (계속)


《어린이신문》 1946년 7월 27일

제23회. 부뜰리어 간 아주머니[편집]

앞에는 경관, 뒤에는 수상한 사나이!

그러나 학이와 아주머니는 뒤에 무서운 사나이가 따라오는줄만 알았지, 앞에 수많은 경관이 자기를 부뜰려고 지키고 있는줄이야 꿈에도 모르지요.

“학이야. 좀 빨리 가자. 그놈의 안경잽이가 그냥 따라오누나!”

“네에.”

학이와 아주머니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사람들 틈에 끼어서 개찰구로 나갔습니다.

역부(驛夫)에게 차표를 내주고 아주머니의 뒤를 따라 조금 걸어가노라니까, 그때 사람들 틈에 숨어있던 경관 한사람이 꽉 학이의 손목을 잡았습니다.

“네 이름이 뭐냐?”

경관은 일본말로 물었습니다.

“제 이름은 학이……”

하고 대답을 하다가 문득 기차ㅅ간에서 군병을 혼낸 생각이 나서 입을 다물었습니다.

“응? 학이?……음, 네놈이로 구나! 이리 좀 와!”

경관은 학이의 목손을 끌고 마당에 세웨 놓은 자동차 앞으로 갔습니다.

학이는 마음이 덜컹했습니다. 이거 정말 큰일 났습니다. 아주머니는 부들부들 떱니다.

“아니 여보 우리 학이를 왜 부뜨는 거요?”

“잔말 말구 당신두 이 자동차에 타!”

그러면서 경관은 재빠른 솜씨로 학이의 주머니에서 도깨비감투를 끄집어냈습니다.

“안, 안돼요! 그건 안돼요!”

라고 학이는 부르짖으며 경관의 손으로부터 도깨비감투를 빼앗으려고 할 바루 그때였습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저 검은 안경을 쓴 무서운 사나이가 회오리 바람처럼 뛰어들며 경관의 손에서 도깨비감투를 빼앗었습니다.

“이놈은 누구냐?”

그렇게 고함을 치면서 경관은 그 수상한 사나이와 도깨비감투를 사이에 두고 무서운 격투가 일어났습니다. 그러다가 경관은 사나이의 주먹에 코ㅅ등을 얻어맞고 나가 자빠라졌지요.

그때 두사람의 경관이 욱하고 밀려오면서 도깨비감투를 움켜쥐고 달아나는 안경잽이와 무섭게 부디쳤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감투를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지요.

“아, 감투다?”

학이소년은 소리를 치면서 땅에 떨어진 감투를 주워서 얼른 자기 머리에 썼지요. 학이는 보이질 않습니다.

“응. 그러면 그렇겠지!”

학이는 한번 큰 기침을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안경잽이는 쏜살같이 어디로인가 달아나버리고 말았습니다.

“할수없다. 그런데 요놈은 어디 갔을꼬?”

하고 세사람의 경관은 학이를 찾았으나 연기처럼 없어진 학이소년이지요.

“음, 그러면……”

하고 경관들은 학이 대신 아주머니를 부뜰어 자동차에 실었습니다.

“아이구. 여보, 나를 왜 부뜨는거요?”

그러나 경관들은 성난 사자처럼 학이 아주머니를 태워가지고 서울 경찰서를 향하여 자동차를 몰아댔습니다.

“아, 아주머니!”

(계속)


《어린이신문》 1946년 8월 17일

제24회. 종로 네거리[편집]

아주머니가 경관들한테 부뜰려 가는것을 보고 학이소년은 놀랐습니다. 학이는 가만이 생각하다가,

“옳지!”

하고 마음속으로 부르짖으면서 자동차 앞간 운전수 옆에 살짝 올라탓습니다. 뒤ㅅ간에는 경관 두사람하구 아주머니가 탔지요. 이리하여 자동차는 부살같이 경찰서를 향하여 달리고 있습니다.

자동차가 남대문 앞에 다달았을 즈음에 학이는 살그머니 송굿을 끄내어 운전수의 엉덩이를 콕콕 찔렀습니다.

“에크, 에크 이게 뭐이가?”

운전수는 후닥딱 후닥딱 뜁니다. 이번에는 “핸들”을 잡은 손등을 콕콕 찔렀더니,

“에크, 에크……이거 난 못가겠습니다.‘

하고 자동차를 길거리에 멈추고 후닥딱 뛰어내렸습니다. 학이는 마음속이 고소하고 씨원해서 견딜수가 없지요.

그때 아주머니를 부뜰어가던 두사람의 경관도 눈이 둥그래지면서

“어찌된 셈이냐?”

하고 자동차에서 내렸습니다. 운전수는 엉덩이를 비비면서,

“아이구 엉덩이야! 뭔지 자꾸만 엉덩이와 손등을 송굿같은것으로 쿡쿡 찔러서 갈수가 없어요. 아이구 엉덩이야!”

“뭐, 엉덩이를 찌르다니? 누가 찌른단 말이야?”

“누군지 모르니까 걱정이지요. 알면 그냥 두어요?”

그때 두사람의 경관도 일시에 후닥딱 뛰면서,

“아이쿠, 이게 뭐가?”

“아이쿠, 아이쿠……”

하고 고함을 치면서 엉덩이를 비빕니다.

“이게 대관절 뭐냐?”

“이게 어떤 놈이냐?”

하면서 운전수와 경관 두사람은 마치 바둑이쌔끼처럼 행길바닥을 호닥딱 호닥딱, 후닥딱 후닥딱 뛰면서 공중거리를 합니다. 길가는 사람들도 무슨 구경이나 난것처럼 삥 돌아섰습니다. 그때 학이는 아즈머니의 손목을잡아 끌면서,

“아주머니, 도망갑시다! 빨리 빨리……”

하고 아주머니의귀 밑에 속삭이었습니다.

“오오, 학이냐?”

아주머니는 무척 깃벘지요.

이리하여 하마트면 경관들에게 부뜰려 갈번했던 아주머니는 도깨비 감투를 쓴 학이의 구원을 받아 무사히 종로 네거리까지 도망을 칠수가 있었습니다.

“학이야, 하마트면 큰일 날번 했다!……후우!”

하고 아주머니는 도깨비감투를 벗어 주머니속에 넣은 학이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행해해…해해해…아주머니. 이 도깨비감투만 있으면 아무런 걱정두 없어요.— 그런데 아주머니, 여기가 어디에요?”

“여기가 바루 종로 네거리란다.”

“애애, 굉장히 번화하구나!”

학이는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그러나 아아 바루 그 때였습니다.

저 차ㅅ간에서부터 따라오던 수상한 사나이.—시커먼 안경을 쓴 수상한사나이가 저편 종각(鐘閣)옆에 우두커니 서서 학이소년을 무끄럼히 바라다보고 있습니다. (계속)


《어린이신문》 1946년 8월 24일

제25회.[편집]

누락

《어린이신문》 1946년 8월 31일

제26회. 도둑맞은 도깨비감투[편집]

그날밤 옥희 아버지는 이런 말씀을 하였습니다.

“도깨비감투라는 말만 들었지 실상 내눈으로 본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음, 실로 신기한 물건이다! 그러나 학이야!”

하고 부르셨습니다.

“네?”

“그리구 옥희야!”

“녜?”

학이와 옥희는 옥희 아버지 앞에 꿀어앉았습니다.

“이 도깨비감투로 말하면 실로 훌륭한 보물(寶物)이다. 그리고 이와같은 신기한 보물을 가지고 있으면 항상 몸이 위험하다!”

그 말을 들은 옥희 어머니는

“정말, 그러지 않어두 오늘 큰일 날번했답니다. 경관들이 이 도깨비감투를 뺏으려구………하마트면………”

하고, 아까 낮에 경관에게 부뜰려가던 이야기를 하였지요.

“음, 그렇다. 이 도깨비감투는 이것을 좋은사람이 쓰면 얼마든지 좋은 일을 할 수 있지만 만일 나쁜 사람이 쓰면 그와 반대로 얼마든지 나쁜일을 할수가 있는것이다. 그러니까 만일 그어떤 나쁜 사람의 손에 이 감투가 들어간다면……아아 그것은 생각만 하여도 무서운 일이다! 그 사람은 나쁜짓은 얼마든지 할수가 있지 않은가!”

옥희 아버지는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학이야. 네가 이 도깨비감투를 탐낸것은 물론 좋은데 쓰려고 한것이지만, 그러나 잘못하면 이 도깨비감투가 도리어 세상에 해를 끼칠런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잘 건사하여 두었다가 좋은일, 바른일에만 꼭 써야한다. 학이야, 알겠니?”

“네, 잘 알아 들었습니다. 아저씨.”

“오냐 그러면 오늘은 퇴근할테니 빨리 자거라.”

“네, 아저씨두 안녕히 주무십시요.”

이리하여 그날밤, 학이와 옥희는 건넌방에서 자면서 밤이 깊도록 어떻게 힘들여서 도깨비감투를 손에 넣었는가 그 이야기를 학이는 옥희에게 들려 주었습니다.

“아이 어쩌면 학이는 용감할까?”

하고, 옥희는 감탄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아, 그날밤이 채 새기도 전에 마침내 옥희 아버지께서 근심하시던 무서운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습니다.

밤은 깊을대로 깊어서 자정이 이슥하니 머었을 때였지요. 저 기차ㅅ간에서부터 따라오던 검은 안경을 쓴 사람이 담을 넘어서 곤히 잠든 학이의 호주머니에서 도깨비감투를 도둑하여 갔습니다.

그런줄도 모르고 이튿날 아침 자리에서 일어난 학이는 그만 깜짝 놀랬습니다.

“도깨비감투가 없어졌구나?”

그렇습니다. 도깨비감투는 마침내 그 어떤 나쁜 놈의 손으로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아아, 그것은 실로 생각만해도 무시무시하게 무서운 일이 아닙니까! 그놈은 그 신기한 도깨비감투를 쓰고 과연 어떠한 악한 짓을 할것이겠습니까?

학이소년의 책임은 대단히 큽니다. 학이는 어떠한 일이 있드라도 그 수상한 사나이의 손으로부터 도깨비감투를 빼앗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그렇지 않으면 큰일이다!”

학이는 주먹을 불끈 쥐고 부르짖었습니다. (제일부…끝)


어린이 여러분에게

이상으로 장편모험소설 “도깨비감투” 제일부(第一部)를 일단 끝맺기로 하였습니다. 제이부(第二部)는 도깨비감투를 쓰고 여기저기서 귀신같이 도둑질을 하는 저 수상한 사나이의 손으로부터 도깨비감투를 빼앗어오는 학이소년의 모험담(冒險談)인데, 이것은 다시 기회를 보아 여러분 앞에 발표하고자 하오니 그때를 기다려 주시기 바라며 붓을 놓습니다. …작자로부터…


《어린이신문》 1946년 9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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