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김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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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교에 다니는 것은 혹 시험 전날 밤새는 맛에 들렸는지 모른다. 내일이 영어시험이므로 그렇다고 하룻밤에 다 안다는 수도 없고 시험에 날 듯한 놈 몇 대문 새겨나 볼까, 하는 생각으로 책술을 뒤지고 있을 때 절컥, 하고 바깥벽에 자전거 세워 놓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행길로 난 유리창을 두드리며, 이상, 하는 것이다. 밤중에 웬놈인가 하고 찌뿌둥히 고리를 따보니 캡을 모로 눌러 붙인 두꺼비눈이 아닌가. 또 무얼, 하고 좀 떠름했으나 그래도 한 달포 만에 만나니 우선 반갑다.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고 어서 들어오슈, 하니까 바빠서 그럴 여유가 없다 하고 오늘 의논할 이야기가 있으니 한 시간쯤 뒤에 저의 집으로 꼭 좀 와주십시오, 한다. 그뿐으로 내가 무슨 의논일까, 해서 얼떨떨할 사이도 없이 허둥지둥 자전거종을 울리며 골목 밖으로 사라진다. 궐련 하나를 피워도 멋만 찾는 이놈이 자전거를 타고 나를 찾아왔을 때에는 일도 어지간히 급한 모양이나 그러나 제 말이면 으레 복종할 걸로 알고 나의 대답도 기다리기 전에 달아나는 건 썩 불쾌하였다. 이것은 놈이 아직도 나에게 대하여 기생 오라비로서의 특권을 가지려는 것이 분명하다. 나는 사실 놈이 필요한 데까지 이용당할 대로 다 당하였다. 더는 싫다, 생각하고 애꿎은 창문을 딱 닫은 다음 다시 앉아서 책을 뒤지자니 속이 부걱부걱 괸다. 하지만 실상 생각하면 놈만 탓할 것도 아니요, 어디 사람이 동이 났다고 거리에서 한번 흘깃 스쳐 본, 그나마 잘났으면이거니와, 쭈그렁 밤송이 같은 기생에게 정신이 팔린 나도 나렷다. 그것도 서로 눈이 맞아서 들떴다면이야 누가 뭐래랴마는 저쪽에선 나의 존재를 그리 대단히 여겨 주지 않으려는데 나만 몸이 달아서 답장 못 받는 엽서를 매일같이 석 달 동안 썼다. 하니까 놈이 이 기미를 알고 나를 찾아와 인사를 떡 붙이고는 하는 소리가 기생을 사랑하려면 그 오라비부터 잘 얼러야 된다는 것을 명백히 설명하고 또 그리고 옥화가 저의 누이지만 제 말이면 대개 들을 것이니 그건 안심하라 한다. 나도 옳게 여기고 그 다음부터 학비가 올라오면 상전같이 놈을 모시고 다니며 뒤치다꺼리하기에 볼일을 못 본다. 이게 버릇이 돼서 툭하면 놈이 찾아와서 산보나가자고 끌어내서는 극장으로 카페로 혹은 저 좋아하는 기생집으로 데리고 다니며 밤을 새 기가 일쑤다. 물론 그 비용은 성냥 사는 일 전까지 내가 내야 되니까 얼뜬 보기에 누가 데리고 다니는 건지 영문 모른다. 게다 즈 누님의 답장을 얻어올 테니 한번 보라고 연일 장담은 하면서도 나의 편지만 가져가고는 꿩 구워 먹은 소식이다. 편지도 우편보다는 그 동생에게 전하니까 마음에 좀 든든할 뿐이지 사실 바로 가는지 혹은 공동변소에서 콧노래로 뒤지가 되는지 그것도 자세 모른다. 하루는 놈이 찾아와서 방바닥에 가 벌룽 자빠져 콧노래를 하다가 무얼 생각했음인지 다시 벌떡 일어나 앉는다. 올룽한 낯짝에 그 두꺼비눈을 한 서너 번 끔뻑거리다 나에게 훈계가, 너는 학생이라서 아직 화류계를 모른다, 멀리 앉아서 편지만 자꾸 띄우면 그게 뭐냐고 톡톡히 나무라더니 기생은 여학생과 달라서 그저 맞붙잡고 주물러야 정을 쏟는데, 하고 사정이 딱한 듯이 입맛을 다신다. 첫사랑이 무언지 무던히 후려맞은 몸이라 나는 귀가 번쩍 띄어 그럼 어떻게 좋은 도리가 없을까요, 하고 다가서서 물어 보니까 잠시 입을 다물고 주저하더니 그럼 내 직접 인사를 시켜 줄 테니 우선 누님 마음에 드는 걸로 한 이삼십 원 어치 선물을 하슈, 화류계 사랑이란 돈이 좀 듭니다, 하고 전일 기생을 사랑하던 저의 체험담을 좍 이야기한다. 돈을 먹이는데 싫달 계집은 없으려니, 깨닫고 나의 정성을 눈앞에 보이기 위하여 놈을 데리고 다니며 동무에게 돈을 구걸한다, 양복을 잡힌다, 하여 덩어리돈을 만들어서는 우선 백화점에 들어가 같이 점심을 먹고 나오는 길에 사십이 원짜리 순금 트레반지를 놈의 의견대로 사서 부디 잘 해달라고 놈에게 들려 보냈다. 그리고 약속대로 그 이튿날 밤이 늦어서 찾아가니 놈이 자다 나왔는지 눈을 비비며 제가 쓰는 중문간방으로 맞아들이는 그 태도가 어쩐지 어제보다 탐탁지가 못하다. 반지를 전하다 퇴짜나 맞지 않았나 하고 속으로 초를 부비며 앉았으니까 놈이 거기 관하여는 일체 말없고 딴통같이 앨범 하나를 꺼내어 여러 기생의 사진을 보여 주며 객쩍은 소리를 한참 지껄이더니 우리 누님이 이상 오시길 여태 기다리다가 고대 막 노름 나갔습니다. 낼은 요보다 좀 일찍 오셔요, 하고 주먹으로 하품을 끄는 것이다. 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좋을 걸 안됐다 생각하고 그럼 반지를 전하니까 뭐라더냐 하니까 누이가 퍽 기뻐하며 그 말이 초면인사도 없이 선물을 받는 것은 실례로운 일이매 직접 만나면 돌려보내겠다 하더란다.

이만하면 일은 잘 얼렸구나, 안심하고 하숙으로 돌아오며 생각해 보니 반지를 돌려보낸다면 나는 언턱거리를 아주 잃을 터라 될 수 있다면 만나지 말고 편지로만 나에게 마음이 동하도록 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래도 옥화가 실례롭다 생각할 만치 그만치 나에게 관심을 가졌음에는 그 다음은 내가 가서 붙잡고 조르기에 달렸다, 궁리한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마는 그 다음날 약 한 시간을 일찍 찾아가니 놈은 여전히 귀찮은 하품을 터뜨리며 좀더 일찍이 오라 하고, 고 담날 찾아가니 역시 좀더 일찍이 오라 하고, 이렇게 연 나흘을 했을 때에는 놈이 괜스레 제가 골을 내가지고 불안스럽게 굴므로 나 자신 너무 우습게 대접을 받는 것도 같고 아니꼬워서 망할자식, 이젠 너와 안 놀겠다 결심하고 부리나케 하숙으로 돌아와 이불전에 눈물을 씻으며 지내 온 지 달포나 된 오늘날 의논이 무슨 의논일까. 시험은 급하고 과정낙제나 면할까 하여 눈을 까뒤집고 책을 뒤지자니 그렇게 똑똑하던 글자가 어느덧 먹줄로 변하니 글렀고, 게다 아련히 나타나는 옥화의 얼굴을 보면 볼수록 속만 탈 뿐이다. 몇 번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바로잡아 가지고 들여다보나 아무 효과가 없음에는 이건 공부가 아니라, 생각하고 한구석으로 책을 내던진 뒤 일어서서 들창을 열어 놓고 개운한 공기를 마셔 본다. 저 건너 서양집 위층에서는 붉은빛이 흘러나오고 어디선지 울려드는 가냘픈 육자배기, 그러자 문득 생각나느니 계집이란 때없이 잘 느끼는 동물이다. 어쩌면 옥화가 그 동안 매일같이 띄운 나의 편지에 정이 돌아서 한번 만나고자 불렀는지 모르고 혹은 놈이 나에게 끼친 실례를 깨닫고 전일의 약속을 이행하고자 오랬는지도 모른다. 하여튼 양단간에 한 시간 후라고 시간까지 지정하고 갔을 때에는 되도록 나에게 좋은 기회를 주려는 게 틀림이 없고 이렇게 내가 옥화를 얻는다면 학교쯤은 내일 집어치워도 좋다 생각하고, 외투와 더불어 허룽허룽 거리로 나선다. 광화문통 큰거리에는 목덜미로 스며드는 싸늘한 바람이 가을도 이미 늦었고 청진동 어귀로 꼽들어 길 옆 이발소를 들여다보니 여덟시 사십오분, 한 시간이 되려면 아직도 이십 분이 남았다. 전봇대에 기대어 궐련 하나를 피우고 나서 그래도 시간이 남으매 군밤 몇 개를 사서 들고는 이 분에 하나씩 씹기로 하고 서성거리자니 대체 오늘 일이 하회가 어떻게 되려는가, 성화도 나고 계집에게 첫인사를 하는데 뭐라 해야 좋을는지, 그러나 저에게 대한 내 열정의 총량만 보여 주면 그만이니까 만일 네가 나와 살아 준다면, 그리고 네가 원한다면 내 너를 등에 업고 백 리를 가겠다, 이렇게 다짐을 두면 그뿐일 듯도 싶다. 그 외에는 아버지가 보내 주는 흙 묻은 돈으로 근근이 공부하는 나에게 별도리가 없고, 아, 아, 이런 때 아버지가 돈 한 뭉텅이 소포로 부쳐 줄 수 있으면, 하고 한탄이 절로 날 때 국숫집 시계가 늙은 소리로 아홉시를 울린다. 지금쯤은 가도 되려니, 하고 옆골목으로 들어섰으나 옥화의 집 대문 앞에 딱 발을 멈출 때에는 까닭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그것도 좋으련만 목청을 가다듬어 두꺼비의 이름을 불러도 대답은 어디 갔는지 안채에서 계집 사내가 영문 모를 소리로 악장만 칠 뿐이요 그대로 난장판이다. 이게 웬일일까 얼떨하여 떨리는 음성으로 두서너 번 불러 보니 그제야 문이 삐걱 열리고 뚱뚱한 안잠자기가 나를 쳐다보고 누구를 찾느냐 하기에 두꺼비를 보러 왔다 하니까 뾰족한 입으로 중문간방을 가리키며 행주치마로 코를 쓱 씻는 양이 긴치 않다는 표정이다. 전일 같으면 내가 저에게 편지를 전해 달라고 폐를 끼치는 일이 한두 번 아니라서 저를 만나면 담뱃값으로 몇 푼씩 집어 주므로 저도 나를 늘 반기는 터이련만 왜 이리 기색이 틀렸는가. 오늘 밤 일도 아마 헛물켜나 보다. 그러나 우선 툇마루로 올라서서 방문을 쓰윽 열어 보니 설혹 잤다 치더라도 그 소란통에 놀라 깨기도 했으련만 두꺼비가 마치 떡메로 얻어맞은 놈처럼 방 한복판에 푹 엎으러져 고개 하나 들 줄 모른다. 사람은 불러 놓고 이게 무슨 경운가 싶어서 눈쌀을 찌푸리려다 강형, 어디 편찮으슈, 하고 좋은 목소리로 그 어깨를 흔들어 보아도 눈 하나 뜰 줄 모르니 이놈은 참 암만해도 알 수 없는 인물이다. 혹 내 일을 잘 되게 돌보아 주다가 집안에 분란이 일고 그 끝에 이렇게 되지나 않았나 생각하면 못 할 바도 아니려니와 그렇다 하더라도 두꺼비 등뒤에 똑같은 모양으로 엎으러졌는 채선이의 꼴을 보면 어떻게 추측해 볼 길이 없다. 누님이 수양딸로 사다가 가무를 가르치며 부려먹는다던 이 채선이가 자정도 되기 전에 제법 방바닥에 엎으렸을 리도 없겠고, 더구나 처음에는 몰랐던 것이나 두 사람의 입 코에서 멀건 콧물과 게거품이 뺨 밑으로 검흐르는 걸 본다면 웬만한 장난은 아닐 듯싶다. 머리끝이 쭈뼛하도록 나는 겁을 집어먹고 이 머리를 흔들어 보고 저 머리를 흔들어 보고 이렇게 눈이 둥그랬을 때 별안간 미닫이가 딱, 하더니 필연 옥화의 어머니리라, 얼굴 강총한 늙은이가 표독스레 들어온다. 그 옆에 장승같이 섰는 나에게는 시선도 돌리려지 않고 두꺼비 앞에 가 팔삭 앉아서는 도끼눈을 뜨고 대뜸 들고 들어온 장죽통으로 그 머리를 후려갈기니 팡, 하고 그 소리에 내 등이 다 선뜩하다. 배지가 터져 죽을 이 망할자식, 집안을 이렇게 망해 놓니, 죽을 테면 죽어라, 어서 죽어 이 자식. 이렇게 독살에 숨이 차도록 두 손으로 그 등어리를 대고 꼬집어뜯더니 그래도 꼼짝 않는 데는 할 수 없는지 결국 이 자식 너 잡아먹고 나 죽는다 하고 목청이 찢어지게 발악을 치며 귓배기를 물어뜯고자 매섭게 덤벼든다. 그러니 옆에 섰는 나도 덤벼들어 뜯어말리지 않을 수 없고 늙은이의 근력도 얕볼 게 아니라고 비로소 깨달았을 만치 이걸 붙잡고 한참 실갱이를 할 즈음, 그 자식 죽여 버리지 그냥 둬? 하고 천둥 같은 호령을 하며 이번에는 늙은 마가목이 마치 저와 같이 생긴 투박한 장작개비 하나를 들고 신발째 방으로 뛰어든다. 그 서두는 품이 가만 두면 사람 몇쯤은 넉넉히 잡아 놀 듯하므로, 이런 때에는 어머니가 말리는 법인지는 모르나 내가 고대 붙들고 힐난을 하던 안늙은이가 기급을 하여 일어나서는 영감 참으슈, 영감 참으슈, 연실 이렇게 달래며 허겁지겁 밖으로 끌고 나가기에 좋이 골도 빠진다. 마가목은 끌리는 대로 중문 안으로 들어가며 이 자식아 몇째냐, 벌써 일곱째 이래 놓질 않았니 이 주릴 할 자식, 하고 씨근벌떡하더니 안대청에서 뭐라고 주책없이 게걸거리며 발을 구르며 이렇게 집안을 떠엎는다. 가만히 눈치를 살펴보니 내가 오기 전에도 몇 번 이런 북새가 인 듯싶고 암만하여도 나 자신이 헐없이 도깨비에게 홀린 듯싶어서 손을 꽂고 멀뚱히 섰노라니까 빼꼼히 열린 미닫이 틈으로 살집 좋고 허여멀건 안잠자기의 얼굴이 남실거린다. 대관절 웬 속셈인지 좀 알고자 미닫이를 열고는 그 어깨를 넌지시 꾹 찍어 가지고 대문 밖으로 나와서 이게 어떻게 되는 일이냐고 물으니 이 망할 게 콧등만 찌끗할 뿐으로 전 흥미가 없단 듯이 고개를 돌려 버리는 게 아닌가. 몇 번 물어도 입이 잘 안 떨어지므로 등을 뚜덕여 주며 그 입에다 궐련 하나 피워 물리지 않을 수 없고, 그제야 녀석이 죽는다고 독약을 먹었지 뭘 그러슈, 하고 퉁명스레 봉을 떼자 나는 넌덕스러운 그의 소행을 아는지라 왜, 하고 성급히 그 뒤를 재우쳤다. 잠시 입을 삐죽이 내밀고 세상 다 더럽단 듯이 삐쭉거리더니 은근히 하는 그 말이 두꺼비놈이 제 수양조카딸을 어느틈엔가 꿰차고 돌아치므로 옥화가 이것을 알고는 눈에 쌍심지가 올라서 망할자식, 나가 빌어나 먹으라고 방추로 뚜들겨 내쫓았으니 둘이 못 살면 차라리 죽는다고 저렇게 약을 먹은 것이라 하고, 에이 자식두 어디 없어서 그래 수양조카딸을, 하기에 이왕 그런 걸 어떡하우 그대로 결혼이나 시켜 주지, 하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유, 하고 바로 제 일같이 펄쩍 뛰더니 채선이년의 몸뚱이가 인제 앞으로 몇천 원이 될지 몇만 원이 될지 모르는 금덩이 같은 계집인데 원, 하고 넉살을 부리다가 잠깐 침으로 목을 축이고 나서 그리고 또 일곱째야요, 모처럼 수양딸을 데려오면 놈이 꾀꾀리 주물러서 버려 놓고 버려 놓고 하기를 이렇게 일곱, 하고 내 코밑에다 두 손을 들이대고 똑똑히 일곱 손가락을 펴뵈는 것이다. 그럼 무슨 약을 먹었느냐고 물으니까 그건 확실히 모르겠다 하고 아까 힝하게 자전거를 타고 나가더니 아마 어디서 약을 사가지고 와 둘이 얼러 먹고서 저렇게 자빠진 듯하다고, 그러다 내가 저게 정말 죽지나 않을까 겁을 집어먹고 사람의 수액이란 알 수 없는데, 하니까 뭘이요, 먹긴 좀 먹은 듯하나 그러나 원체 알깍쟁이가 돼서 죽지 않을 만큼 먹었을 테니까 염려없어요, 하고 아닌밤중에도 두들겨 깨워서 우동을 사오너라 호떡을 사오너라 하고 펄쩍나게 부려는 먹고 쓴 담배 하나 먹어 보라는 법 없는 조 녀석이라고 오랄 지게 욕을 퍼붓는다. 나는 모두가 꿈을 보는 것 같고 어릿광대 같은 자신을 깨달았을 때 하 어처구니가 없어서 벙벙히 섰다가, 선생님 누굴 만나러 오셨수, 하고 대견히 묻기에 나도 펴놓고 옥화를 좀 만나 볼까 해서 왔다니까 흥, 하고 콧등으로 한번 웃더니 응 저희끼리 붙어먹는 그거 말씀이유, 이렇게 비웃으며 내 허구리를 쿡 찌르고 그리고 곁눈을 슬쩍 흘리고 어깨를 맞부비며 대드는 양이 바로 느물러 든다. 사람이 볼까 봐 내가 창피해서 쓰레기통께로 물러서니까 저도 무색한지 시무룩하여 노려만 보다가 다시 내 옆으로 다가서서는 제 뺨따귀를 손으로 잡아다녀 보이며 이래봬도 이팔청춘에 한창 피인 살집이야요, 하고 또 넉살을 부리다가 거기에 아무 대답도 없으매 이 망할것이 내 궁뎅이를 꼬집고 제 얼굴이 뭐가 옥화년만 못하냐고 은근히 훅닥이며 대든다.

그러나 나는 너보다는 말라깽이라도 그래도 옥화가 좋다는 것을 명백히 알려 주기 위하여 무언으로 땅에다 침 한번을 탁 뱉어 던지고 대문으로 들어서려 하니까 이게 소맷자락을 잡아당기며 선생님 저 담배 하나만 더 주세요. 나는 또 느물려켰구나, 생각은 했으나 성이 가셔서 갑째로 내주고 방에 들어와 보니 아까와 그 풍경이 조금도 다름없고 안에서는 여전히 동이 깨지는 소리로 게걸게걸 떠들어 댄다. 한 시간 후에 꼭 좀 오라던 놈의 행실을 생각하면 괘씸은 하나 체모에 몰리어 두꺼비의 머리를 흔들며 강형, 정신을 좀 차리슈, 하여도 꼼짝 않더니 약 한 시간 반 가량 지남에 어깨를 우찔렁거리며 아이구 죽겠네, 아이구 죽겠네, 연해 소리를 지르며 입 코로 먹은 음식을 울컥울컥 돌라 놓는다. 이놈이 먹기는 좀 먹었구나, 생각하고 등어리를 두드려 주고 있노라니 얼마 뒤에는 윗목에서 채선이가 마저 똑같은 신음 소리로 똑같이 돌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되면 나는 저들 치다꺼리 하러 온 것도 아니겠고 너무 밸이 상해서 한구석에 서서 담배만 뻑뻑 피우고 있자니 또 미닫이가 우람스레 열리고 이번에는 나들이옷을 입은 채 옥화가 들어온다. 아마 노름을 나갔다가 이 급보를 받고 달려온 듯싶고 하도 그러던 차라 나는 복장이 두근거리어 나도 모르게 한걸음 앞으로 나갔으나 그는 나에게 관하여는 일체 본 척도 없다. 그리고 정분이란 어디다 정해 놓고 나는 것도 아니련만 앙칼스러운 음성으로, 이놈아 어디 계집이 없어서 조카딸하고 정분이 나, 하고 발길로 두꺼비의 허구리를 활발히 퍽 지르고 나서 돌아서더니 이번에는 채선이의 머리채를 휘어잡는다. 이년 가랑머릴 찢어놀 년, 하고 그 머리채를 들었다가 놓았다 몇 번 그러니 제물 콧방아에 코피가 흐르는 것은 보기에 좀 심한 듯싶고 얼김에 달려들어 강선생 좀 참으십시오, 하고 그 손을 꽉 잡으니까 대뜸 당신은 누구요, 하고 눈을 똑바로 뜬다. 뭐라 대답해야 좋을지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이내 제가 이경홉니다, 하고 나의 정체를 밝히니까 그는 단마디로 저리 비키우, 당신은 참석할 자리가 아니요, 하고 내 손을 털고 눈을 흘기는 그 모양이 반지를 받고 실례롭다 생각한 사람커녕 정성스레 띄운 나의 편지도 제법 똑바로 읽어 준 사람이 아니다. 나는 그만 가슴이 섬뜩하여 뒤로 넋없이 바라만 보며 딴은 돈이 중하구나, 깨닫고 금덩어리 같은 몸뚱이를 망쳐 논 채선이가 저렇게까지도 미울 것도 같으나 그러나 그 큰 이유는 그 담 일년이 썩 지난 뒤에야 안 거지만 어느 날 신문에 옥화의 자살미수의 보도가 났고 그 까닭은 실연이라 해서 보기 숭굴숭굴한 기사였다. 마는 속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간단한 실연이 아니었고 어떤 부자놈과 배가 맞아서 한창 세월이 좋을 때 이놈이 그만 트림을 하고 버듬히 나둥그러지므로 계집이 나는 너와 못 살면 죽는다고 엄포로 약을 먹고 다시 물어들인 풍파이었던 바 그때 내가 병원으로 문병을 가보니 독약을 먹었는지 보제를 먹었는지 분간을 못 하도록 깨끗한 침대에 누워 발장단으로 담배를 피우는 그 손등에 살의 윤택이 반드르하였다. 그렇게 최후의 비상 수단으로 써먹는 그 신성한 비결을 이런 누추한 행랑방에서 함부로 내굴리는 채선이의 소위를 생각하면 콧방아는 말고 빨고 있던 궐련불로 그 등어리를 지진 그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정이 썩 지나서 얼만치나 속이 볶이는지는 모르나 채선이가 앙가슴을 두 손으로 줴뜯으며 입으로 피를 돌림에는 옥화는 허둥지둥 신발째 드나들며 일변 저의 부모를 부른다, 어멈을 시키어 인력거를 부른다, 이렇게 눈코 뜰 새 없이 들몰아서는 온 집안 식구가 병원으로 달려가기에 바빴다. 그나마 참례 못 가는 두꺼비는 빈방에서 개 밥의 도토리로 끙끙거리고. 그 꼴을 봐하니 가여운 생각이 안 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저의 집에서는 개돼지만도 못하게 여기는 이놈이 제 말이면 누이가 끔뻑한다고 속인 것을 생각하면 곧 분하고, 나는 내 분에 못 이겨 속으로 개자식 그렇게 속인담, 하고 손등으로 눈물을 지우고 섰노라니까 여태껏 말 한마디 없던 이놈이 고개를 쓰윽 들더니 이상, 의사 좀 불러 주슈, 하고 슬픈 낯을 하는 것이다. 신음하는 품이 괴롭기도 어지간히 괴로운 모양이나 그보다도 외따로 떨어져서 천대를 받는 데 좀 야속하였음인지 잔뜩 우그린 그 울상을 보니 나도 동정이 안 가는 것은 아니다마는 그러나 내 생각에 두꺼비는 독약을 한 섬을 먹는대도 자살까지는 걱정 없다고 짐작도 하였고 또 한편 저의 부모, 누이가 가만 있는 데는 내가 어쭙지 않게 의사를 불러 댔다간 큰코를 다칠 듯도 하고 해서 어정쩡하게 코대답만 해주고 그대로 섰지 않을 수 없다. 한 서너 번 그렇게 애원하여도 그냥만 섰으니까 나중에는 이놈이 또 골을 벌컥 내가지고 그리고 이건 얻다 쓰는 버릇인지 너는 소용없단 듯이 내흔들며 가거라 가, 가, 하고 제법 해라로 혼동을 하는 데는 나는 그만 얼떨떨해서 간신히 눈만 끔뻑일 뿐이다. 잘 따져 보면 내가 제 손을 붙들고 눈물을 흘려 가면서 누이와 좀 만나게 해달라고 애걸을 하였을 때 나의 처신은 있는 대로 다 잃은 듯도 싶으나 그 언제이던가 놈이 양돼지같이 뚱뚱한 그리고 알몸으로 찍은 제 사진 한 장을 내보이며 이래봬도 한때는 다아, 하고 슬며시 뻐기던 그것과 겹쳐서 생각하면 놈의 행실이 번히 꿀적찌분한 것은 넉히 알 수 있다. 이때까지 있는 것도 한갓 저 때문인데 가라면 못 갈 줄 아냐 싶어서 나도 약이 좀 올랐으나 그렇다고 덜렁덜렁 그대로 나오기는 어렵고. 생각다 끝에 모자를 엉거주춤히 잡자 의사를 부르러 가는 듯 뒤를 보러 가는 듯 그새 중간을 채리고 비슬비슬 대문 밖으로 나오니 망할자식 이젠 참으로 너희하곤 안 논다 하고 마치 호랑이굴에서 놓인 몸같이 두 어깨가 아주 가뜬하다. 밤 깊은 거리에 인적은 벌써 끊겼고 쓸쓸한 골목을 휘돌아 황급히 나오려 할 때 옆으로 뚫린 다른 골목에서 기껍지 않게 선생님, 하고 걸음을 방해한다. 주무시고 가지 벌써 가슈, 하고 엇먹는 거기에는 대답 않고 어떻게 됐느냐고 물으니까 뭘 호강이지 제깐년이 그렇잖으면 병원엘 가보, 하고 내던지는 소리를 하더니, 시방 약을 먹이고 물을 집어넣고 이렇게 법석들이라 하고 저는 집을 보러 가는 길인데 우리 빈집이니 같이 갑시다, 하고 망할 게 내 팔을 잡아끄는 것이다. 내가 모조리 처신을 잃었나, 생각하며 제물에 화가 나서 그 손을 홱 뿌리치니 이게 재미있단 듯이 한번 방긋 웃고 그러나 팔꿈치로 나의 허구리를 쿡 찌르고 나서 사람 괄시 이렇게 하는 거 아니라고 괜스레 성을 내며 토라진다. 그래도 제가 아쉬운지 슬쩍 눙치어 허리춤에서 아까 내가 준 담배를 꺼내어 제 입으로 한 개를 피워 주고는 그리고 그 잔소리가 선생님을 뚝 꺾어서 당신이라 부르며 옥화가 당신을 좋아할 줄 아우? 발 새에 낀 때만도 못하게 여겨요, 하고 나의 비위를 긁어 놓고 나서 편지나 잘 받아 봤으면 좋지만 그것도 체부가 가져오는 대로 무슨 편지고 간 두꺼비가 먼저 받아 보고는 치우고 치우고 하는 것인데 왜 정신을 못 차리고 이리 병신짓이냐고 입을 내대고 분명히 빈정거린다. 그렇다 치면 내가 입때 옥화에게 한 것이 아니라 결국은 두꺼비한테 사랑편지를 썼구나, 하고 비로소 깨달으니 아무것도 더 듣고 싶지 않아서 발길을 돌리려니까 이게 꽉 붙잡고 내 손에 끼인 먹던 궐련을 쑥 뽑아 제 입으로 가져가며 언제 한번 찾아갈 테니 노하지 않을 테냐 묻는 것이다. 저분저분히 구는 것이 너무 성이 가셔서 대답 대신 주머니에 남았던 돈 삼십 전을 꺼내 주며 담뱃값이나 하라니까 또 골을 발끈 내더니 돈을 도로 내 양복주머니에 치뜨리고 다시 조련질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에이 그럼 맘대로 해라, 싶어서 그럼 꼭 한번 오우 내 기다리리다, 하고 좋도록 떼놓은 다음 골목 밖으로 부리나케 나와 보니 목롯집 시계는 한점이 훨씬 넘었다. 나는 얼빠진 등신처럼 정신없이 내려오다가 그러자 선뜻 잡히는 생각이 기생이 늙으면 갈 데가 없을 것이다, 지금은 본 체도 안 하나 옥화도 늙는다면 내게밖에는 갈 데가 없으려니, 하고 조금 안심하고 늙어라, 늙어라, 하다가 뒤를 이어, 영어, 영어, 영어 하고 나오나 그러나 내일 볼 영어시험도 곧 나의 연애의 연장일 것만 같아서 에라 될 대로 되겠지, 하고 집어치우고는 퀭한 광화문통 거리 한복판을 내려오며 늙어라, 늙어라, 고 만물이 늙기만 마음껏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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