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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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난데 없는 업둥이[편집]

옛날 저 강원도에 있었던 일입니다. 강원도라 하면 산 많고 물이 깨끗한 산골입니다. 말 하자면 험하고 끔찍끔찍한 산들이 줄레줄레 어깨를 맞대고, 그 사이로 맑은 샘은 곳곳이 흘러 있어 매우 아름다운 경치를 가진 산골입니다.

장수꼴이라는 조그마한 동리에 늙은 두 양주가 살 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마음이 정직하여 남의 물건을 탐내는 법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개 새끼 한번 때려보지 않었드니만치 그렇 게 마음이 착하였습니다.

그러나 웬 일인지 늘 가난합니다. 그건 그렇다 하고 그들 사이의 자식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오작이나 좋 겠습니까. 참말이지 그들에게는 가난한 것보다도 자식 을 못가진 이것이 다만 하나의 큰 슬픔이었습니다.

그러자 하루는 마나님이 신기한 꿈을 꾸었습니다. 자기가 누워있는 그 옆 자리에서 곧 커다란 청용 한 마리가 온몸에 용을 쓰며 올라가는 꿈이었습니다. 눈 을 무섭게 부라리고는 천정을 뚫고 올라가는 그 모양 이 참으로 징글징글하여 보입니다 거진거진 다 빠져 나가다 때마침 고 밑에 놓였던 벌겋게 핀 화롯불로 말미암아 애를 씁니다. 인젠 꽁지만 빠져나가면 고만 일텐데 불이 뜨거워 그걸 못합니다. 나종에는 이응, 하고 야릇한소리를 내지르며 다시 한번 꽁지에 모지 름을 쓸 때 정신이 고만 아찔하여 그대로 깼습니다. 별 꿈도 다 많습니다. 청용은 무엇이며 또 이글이글 끓는 그 화로는 무슨 의밀까요. 그건 그렇다 치고 다 빠져나간 몸에 하필 꽁지만이 걸리어 애를 키는 건 무엇일는지 —

마나님은 하도 괴상히 생각하고 그 이야기를 영감 님에게 하였습니다.

이걸 듣고는 영감님마자 눈을 둥그렇게 떴습니다. 그리고 얼마 있더니 손으로 무릎을 탁 치며

"허 불싸! 좋긴 좋구면서두 — "

하고 입맛을 다십니다. 그 눈치가 매우 실망한 모양 입니다.

"그게 바루 태몽이 아닌가?"

"태몽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유?"

하고 마나님이 되짚어 물으니까

"아들 날 꿈이란 말이지 — "

"아들을 낳다니? 낼 모래 죽을 것들이 무슨 아들인구! "

"허 그러게 말이야 — 누가 좀 더 일찌기 꾸지 말랐든가! "

하고 영감님은 슬픈 낯으로 한숨을 휘 돌립니다. 이럴 지음에 싸리문께서 꽹가리 치는 소리가 들려 옵니다.

마나님은 좁쌀 한쪽박을 퍼 들고 나오며 또한 희한 한 생각이 듭니다. 여지껏 이렇게 간구한 오막살이를 바라고 동냥하러 온 중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이게 웬일입니까. 다 쓸어진 싸리문 앞에 서서 중이 꽹가리를 두드릴 수 있으니 별 일도 다 많습니다.

마나님은 좁쌀을 그 바랑에 쏟아주며

"입쌀이 있었으면 갖다 드리겠는데 우리두 장 이 좁 쌀만 먹어요. "

하고 저윽이 마안쩍어합니다. 모처럼 멀리 찾아온 손님을 좁쌀로 대접하여서는 안 될 말입니다. 동냥을 주고도 그 자리에 그냥 우두머니 서서 마음이 썩 편 치 않습니다. 그래서 논밭길로 휘돌아 내려가는 중의 뒷모양을 이윽히 바라보고 서 있습니다.

하기는 중도 별 중을 다 봅니다. 좁쌀이건 쌀이건 남이 동냥을 주면 고맙다는 인사가 있어야 할게 아닙 니까. 두발이 허옇게 센 깨끗한 노승으로써 남의 물건 을 묵묵히 받아가다니 그건 좀 섭섭한 일이라 안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더욱 이상한 것은 그 담날 똑 고맘 때 중 하내 또 왔습니다. 이번에는 마나님이 좁쌀 한쪽박을 퍼들고 나가보니 바로 어제 왔던 그 노승이 아니겠습 니까, 그리고 어제와 한가지로 묵묵히 동냥을 받아가 지고는 그대로 돌아서고 마는 것입니다.

어쩌면 사람이 이렇게도 무뚝뚝할 수가 있습니까. 고마운 것은 집어치고 부드럽게 인사 한마디만 있어 도 좋겠습니다. 허나 마나님은 눈쌀 하나 찌프리는 법 없이 도리어 예까지 멀리 찾아온 것만 기쁜 일이라 생각 하였습니다.

그러다 셋째번 날에는 짜장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 니다. 똑 고맘 때 바로 고 중이 또 찾아오지 않았겠습 니까. 마나님은 동냥을 군말없이 퍼다주며 얼떨떨한 눈으로 그 얼굴을 뻔히 쳐다보았습니다.

그제서야 그 무겁던 중의 입이 비로소 열립니다.

"마나님 ! 내 관상을 좀 할줄 아는데 좀 봐드릴까요?"

하고 무심코 마나님을 멀뚱히 바라봅니다.

마나님은 너무도 반가워서 주름 잡힌 얼굴을 싱긋 벙긋하며

"네 ! 어디 은제 죽겠나 좀 봐주슈. "

"아닙니다. 돌아가실 날짜를 말씀해 드리는 것이 아 니라 장차 찾아올 운복을 말씀해 드리 겠습니다. "

"인제는 거반 다 살고난 늙은이가 무슨 복이 또 남 았겠어요?"

여기에는 아무 대답도 하려하지 않고 노승은 고 옆 괴때기 위에 가 덜썩 죽저앉습니다. 그리고 허리띠에 찬 엽낭을 뒤적대더니 강한 돗베기와 조그만 책 한권 을 꺼내듭니다. 돗베기 밑으로 그 책을 바짝 들이대고 하는 말이

"마나님! 당신은 참으로 착하신 어른입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전생에 지은 죄가 있어 지금 이 고생을 하 는 것입니다. "

하고 중은 한 손으로 허연 수염을 쓰다듬어 내리더니

"그러나 인제는 그 전죄를 다 고생으로 때셨습니다. 인제 앞으로는 복이 돌아옵니다. 우선 애기를 가지시 게 될 것 입니다. "

"아니 이대도록 호호 늙은이가 무슨 애를 가진단 말 심이유?"

하고 망칙스럽단듯이 눈을 감작깜작하다가 그래도 마음에 솔깃한 것이 있어

"그래 우리 같은 늙은이에 게도 삼신에서 애를 즘지 해주슈?"

"그런 것이 아니라 현재 마나님에게 아이가 있습니 다. 그런데 다만 마나님 눈에 보이지만 않을 뿐입니다."

"네, 애가 지금 있어요?"

하고 마나님은 눈을 횅댕그러히 굴리지 않을 수 없 었습니다. 노승의 하는 말이 그게 온 무슨 소린지 도 시 영문을 모릅니다.

"그럼 어째서 내 눈에는 보이지를 않습니까?"

"네 차차 보십니다. 인제 내 보여 드리지요. "

노승은 이렇게 말을 하더니 등 뒤에 졌던 바랑을 끄릅니다. 그걸 무릎 앞에 놓고 뒤적거리다 고대 좁쌀 을 쏟아넣던 그 속에서 자그마한 보따리 하나를 꺼냅 니다. 그리고 다시 그 보따리를 끄를 때 주인 마나님 은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집집으로 돌며 동냥을 얻어 넣고서 다니던 그 보따 립니다. 그속에서 천만 뜻 밖에도 말간 눈을 가진 애 기가 나옵니다. 인제 낳은 지 삼칠일이나 될는지 말는 지 한 그렇게 나긋나긋한 귀동잡니다.

"마나님 ! 이 애가 바루 당신의 아들입니다. "

"네 ?"

하고 마나님은 얻어맞은 사람같이 얼떨떨 하였습니 다. 그러나 애기를 보니 우선 반갑습니다. 두 손을 내 밀어 자기 품으로 텁썩 잡아채가며

"정말 나 주슈?"

하고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 했습니다.

"아니요, 드리는 것이 아니라 바루 당신의 아들입니 다. 그러나 혹시 요담에 와 다시 찾아갈 날이 있을지 도 모릅니다. "

노승은 이렇게 몇마디 남기고는 휘적휘적 산모롱이 로 사라집니다. 물론 이쪽에서 이것저것 캐물어도 아 무 대답도 하야주는 법이 없었습니다.

2. 행복된 가정[편집]

마나님은 애기를 품에 안고서 허둥지둥 뛰어들어 갑니다.

"여보 ! 영감! "

하고는 숨이 차 한참을 진정하다가 그 자초지종을 저저히 설명합니다. 그리고 분명히 들었는데 노승의 말이

"이 애가 정말 내 아들이랍디다. "

"뭐? 우리 아들이야?"

하고 영감님 역 좋은지만지 눈을 커다랗게 뜨고는 싸리문 밖으로 뛰어 나옵니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심 상치는 않은 중입니다. 직접 만나보고 치사의 말을 깎 듯이 하여야 될겝니다.

그러나 동리를 삿삿치 뒤져보아도 노승의 그림자는 가뭇도 없었습니다. 다시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와서는

"아 아 그렇게 자꾸만 만지지 말아. "

하고는 다시 한번 애기를 품에 안아보았습니다. 과 연 귀엽고도 깨끗한 애깁니다. 어쩌면 이렇게 살결이 희고 눈매가 맑습니까. 혹시 이것이 꿈이나 아닐지 모 릅니다.

영감님은 손으로 눈을 비비고나서 다시 드려다 보 았습니다마는 이것이 결코 꿈은 아닐듯 싶습니다. 그 러면 그 노승은 무엇일까, 또는 어째서 자기네에게 이 애기를 맡기고 간 것일까. 아무리 궁리하여 보아도 그 속은 참으로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하여튼 애기를 얻은 것만 기쁠 뿐입니다. 그 들은 애기를 가운데 놓고 앉아서 해가 가는 줄도 모 릅니다.

이렇게 하여 얻은 것이 즉 두포입니다.

그들은 날마다 애기를 키우는 걸로 그날 그날의 소 일을 삼았습니다. 얘기에게 젖이 있었으면 얼마나좋겠 습니까. 나이가 이미 늙어서 마나님은 아무리 젖을 짜 보아도 나오지를 않습니다. 하릴없이 조를 끓이어 암 죽으로 먹일 때마다 가엾은 생각이 안 날 수 없었습 니다. 그래서 때때로 영감님이 애기를 안고서 동리로 나갑니다. 왜냐면 애기 있는 집으로 돌아다니며 그 젖 을 조금씩 얻어 먹이고 하는 것 입니다.

이렇게 제구가 없어 젖구걸을 다니건만 애기는 잘 두 자랍니다. 주접 한번 끼는 법 없이 돋아나는 풀싹 처럼 무럭무럭 잘두 자랍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이상한 애기도 다 있습니다. 열살 이 넘어서자 그 힘이 어른 한 사람을 넉넉히 당합니 다. 뿐만 아니라 얼굴 생김이 늠늠한 맹호 같아서 보 는 사람으로 하여금 머리를 숙이게 하는 것입니다. 겸 하여 늙은 부모에게 대한 그 효성에도 놀랍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동리 어른들은 그 애를 다들 좋아하였습니다. 그리 고 자기네끼리 모이면

"저 두포가 보통 아이는 아니야! "

하고 은근히 수군거리고 하였습니다. 늙은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를 극진히 사랑하였습니 다. 그리고 나날이 달라가는 그 행동을 유심히 밝히어 보고 있었습니다.

"필연 그 애가 보통 사람은 아닌거야. "

"남들두 이상히 여기는 눈칩니다. "

이렇게 늙은 두 양주는 도포의 장래를 매우 흥미있 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3. 놀라운 재복[편집]

두포는 무럭무럭 잘두 자랍니다. 물론 병 한번 앓는 법 없이 낄긋하게 자라갑니다.

늙은 아버지와 어머니는 너무도 기뻐서 어쩔줄을 모릅니다. 나날이 달라가는 두포를 보는 것은 진품 그 들의 큰 행복이었습니다. 아들을 아침에 산으로 내보 내면 저녁 나절에는 싸리문 밖에 가 두 양주가 서서, 아들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하루 하루의 그들의 일이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두포가 들어오자 집안이 차차 늘지를 않겠습니까. 산 밑에 놓였던 그 오막살이 초가집은 어 디로 갔는지, 인제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 고 그 자리에가 고래등 같은 커다란 기와집이 넓지기 놓여 있습니다. 동리에서만 제일 갈뿐 아니라, 이 세 상에서 으뜸이리라고, 다들 우러러보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하여 이토록 부자가 되었는지, 그걸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 어떤 이는 사 람들이 워낙이 착하여 하느님이 도와주신거라고 생각 하였습니다. 혹은 두포의 재주가 좋아 그런 거라고 생 각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재주? 무슨 재주가 좋아, 빌어먹을 녀석의 거! 도 적질이지."

이렇게 뒤로 애매한 소리를 하며 돌아다니는 사람 도 있습니다. 물론 이 것은 두포를 원수같이 미워하는 요 건너 사는 칠태 입니다.

칠태라는 사람은 동네에서 꼽아주는 장사로, 무섭기 가 맹호같은 청년입니다. 그런데 마음이 번디 불량하 여 남의 물건을 들어다놓고, 제것같이 먹고 지내는 도 적입니다. 이렇게 엄청난 짓을 하여도 동리에서는 아 무도 그를 나무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왜냐면 그는 너무도 힘이 세이므로 괜스리 잘못 덤볐다간 이쪽이 그손에 맞아 죽을지 모릅니다.

그리하여 칠태는 제 힘을 자시하고, 한번은 두포의 집 뒷담을 넘었습니다. 이집 뒷광에 있는 쌀과 돈, 갖 은 보물이 탐이 납니다.

그러나, 열고 들어가 후무려내면 고만입니다. 누구 하나 말릴 사람은 없으리라고, 마음놓고 광문의 자물 쇠를 비틀어 봅니다. 이때 이것이 웬일입니까

"이놈아! "

하고 벽력처럼 무서운 소리가 나자, 등어리에가 철 퇴가 떨어지는 지 몹시도 아파옵니다. 정신이 아찔하 여 앞으로 쓸어지려 할 때, 이번에는 그 육중한 몸둥 아리가 공중으로 치올려뜨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다시 떨어졌을 때에는 거지반 얼이 다 빠지고 말았습니다. 허지만 힘꼴이나 쓴다는 장사가 요까진 것 쯤에 맥 을 못 추려서야 말이 됩니까. 기를 바짝 쓰고서 눈을 떠보니 별일도 다 많습니다. 칠태의 그 무거운 몸둥아 리가 두포의 두 팔에가 어린애 같이 안겨 있지 않겠 습니까. 그리고, 집안에서 시작된 일이 어떻게 되어 여기가 대문 밖 입니까. 이건 참으로 알 수 없는 귀신 의 노름입니다.

그러자, 두포는 칠태의 몸둥아리를 번쩍 쳐들어 무 슨, 헌겁때기와 같이 풀밭으로 내던졌습니다. 그리고 그는 두 손을 바짓가락에 쓱 문대며,

"이놈! 다시 그래봐라. 이번엔 허릴 끊어 놀테니. "

하고는 집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그 태도가 마치 칠 태같은 것쯤은 골백다섯이 와도 다 —우습다냥 싶습니다.

이걸 가만히 바라보니,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습니 다. 제깐에는 장사라고 뽑내고 다녔더니, 인제 겨우 열댓밖에 안 된 아이놈에게 이 욕을 당해야 옳습니까. 그건 그렇다 하고, 대관절 어떡해서 공중을 날아 대 문 밖으로 나왔겠습니까. 아무리 생각하여도 두포의 재주에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광문 앞에서 필연, 두포가 칠태의 몸을 번쩍 들어 공중으로 팽개친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 놓고는 그 몸이 대문 밖 밭고 랑에가 떨어지기 전에 날쌔게 뛰어 나가서 두 손으로 받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지만 않았다면 칠태는 땅바닥에 그대로 떨어져서 전병같이 되고 말았을 것 입니다. 이건 도저히 사람의 일 같지가 않았습니다. 칠태는 도깨비에 씨인듯이 등줄기에가 소름이 쭉 내끼쳤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썩 무서운 결심을 품었 습니다.

"흐응! 네가 힘만으로는 안 될라! 어디 보자."

이렇게 생각하고, 칠태는 도끼를 꽁문이에 차고서 매일같이 산으로 돌아다녔습니다. 왜냐면 두포가 아침 에 산으로 올라가면, 하루 온종일 두포의 그림자를 보 는 사람이 없습니다. 겨우 저녁 때 자기 집으로 들어 가는 뒷모양 밖에는 더 보지 못합니다.

"그러면 두포는 매일 어디가 해를 지우나?"

이것이 온 동리 사람의 의심스러운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칠태는 제대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제 놈이 허긴 뭘 해. 아마 산속 깊이 도적의 소굴이 있어 서 매일 거기가 하루 하루를 지내고 오는 것이리라고. 그러니까 산으로 돌아다니면 은제든가 네놈을 만날 것이다. 만나기만 하면 대뜸 달겨들어 해골을 두쪽으 로 내겠다고 결심했던 것입니다.

칠태는 보름동안이나 낮 밤을 부릅쓰고 산을 뒤졌 습니다. 산이란 산은 샅샅치 통 뒤져본 폭입니다. 그러나 이게 웬 일입니까. 두포는 발자국조차 찾아 볼 길이 없습니다.

4. 칠태의 복수[편집]

그러자 하루는 해가 서산을 넘을 석양이었습니다. 칠태가 하루 온종일 산을 헤매다가, 기운없이 내려 오려니까, 저 맞은쪽 산골짜기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힐끗합니다. 그는 부지중 몸을 뒤로 걷으며 가만히 노 려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너무도 기뻐서는 몸이 부들 부들 떨리었습니다.

이날까지 그렇게도 눈을 까 뒤집고 찾아다니던 두 포, 두포. 흐응! 네가 바로 두포로구나 이놈 어디 내 도끼를 한번 받아 보아라.

칠태는 숲 속으로 몸을 숨기어 두포의 뒤를 밟았습 니다. 그러나 두포에게로 차차 가차이 올수록 눈을 크 게 뜨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왜냐면, 두포의 양 어깨 위에는, 커다란 호랑이 두마리가 얹혀있지를 않겠습니 까. 이걸 보면 필연 두포가 주먹으로 때려 잡아가지고 내려오는 것이 분명 합니다.

칠태는 따라가던 다리가 멈칫하여 장승같이 서 있 습니다. 아무리 도끼를 가졌대도 두포에게 잘못 덤비 었단 제 목숨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이럴가, 저럴 가, 망서리고 섰을 때, 때마침 두포가 어느 바위에 걸 타앉아서 신의 들매를 고칩니다. 꾸부리고 있는 그 뒷 모양을 보고는 칠태는 다시 용기를 내었습니다. 이깐 놈의 거, 뒤로 살살 기어가서 도끼로 내려만 찍으면 고만이다. 이렇게 결심을 먹고 산 잔등이에 엎드려 소 리없이 기어 올라갑니다.

등 뒤에서 칠태의 머리가 살몃이 올라올 때에도 두 포는 그걸 모릅니다. 다만 허리를 구부리고 신들매만 열심히 고치고 있었습니다.

칠태는, 허리를 펴며 꽁무니에서 도끼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때는 이때라고 온 몸에 용을 써가지고 두포의 목덜미를 내려 찍었습니다.

워낙이 정성을 드려 내려찍은 도끼라, 칠태 저도 어 떻게 된 영문인지 모릅니다. 확실히 두포의 몸이 도낏 날에 두 쪽이 난걸 이 눈으로 보았는데, 다시 살펴보 니, 두포의 몸은 간 곳이 없습니다. 다만 바위에가 도 낏날 부딛는 딱 소리와 함께 불이 번쩍 나고 말았을 그뿐입니다. 그리고 불똥이 튀는 바람에 칠태의 왼눈 한짝은 이내 멀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이상두스 러운 일입니다. 사람의 몸이 어떻게 바위로 변하는 수 가 있습니까,

칠태는 두포에게 속은 것이 몹시도 분하였습니다. 허나 어째 볼 수 없는 일이라, 아픈 눈을 손등으로 비 비며 터덜터덜 산을 내려옵니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하여 보니, 두포가 보통 사람이 아닌 것을 인제 깨닫게 됩니다. 우선 두포의 늙은 부 모를 보아도 알 것 입니다. 그들은 벌써 죽을 때가 지 난 사람들입니다. 그렇건만 두포가 가끔 산에서 뜯어 오는 약풀을 먹고는, 늘 싱싱하게 있는 것이 아닙니까. 이것 말고라도 동리 사람 중에서도 금새 죽으려고 깔 딱깔딱 하던 사람이 두포에게 그 풀을 얻어먹고 살아 난 사람이 한 둘이 아닙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두포에게는 엄청난 술법이 있음을 알 것 입니다.

칠태는 여기에서 다시 생각을 하였습니다. 제 아무 리 두포를 죽이려고 따라다닌대도, 결국은 제몸만 손 해입니다. 이번에는 달리 묘한 꾀를 쓰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칠태는 동리로 내려와 전보다도 몇갑절 더 크게 도 적질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뒤로 돌아다니며 하는 소 리 가

"그 두포란 놈이 누군가 했더니, 알고 보니까 큰 도 적단의 죄수더구먼. " ,

하고 여러가지로 거짓말을 꾸몄습니다.

동리 사람들은 처음에는 반신 반의하여 귓등으로 넘겼습니다. 마는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 고, 나종에는 솔깃히 듣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동리에서는 여기저기서,

"아, 그 두포가 큰 도적 이래지?"

"그럴거야. 그치 않으면 그 고래등 같은 큰 기와집 이 어서 생기나? 그리고 아침에 나가면, 그림자도 볼 수 없지 않어?"

"그래, 두포가 확실히 도적놈이야. 요즘 동리에서 매일같이 도적을 맞는걸 보더라도 알쪼지 뭐 ! "

하고는 두포에게 대한 험구덕이 대구 쏟아집니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모이어 회의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두포네를 동리에서 내쫓거나, 그렇지 않으면 죽여 없새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우선 두포를 향하여 동리에서 멀리 나가 달라고 명 령하였습니다. 그때 두포의 대답이,

"아무 죄두 없는 사람을 내쫓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하고는 빙긋이 웃을 뿐입니다. 그리고는 며칠이 지 나도 나가주지를 않습니다.

동리 사람은 그러면 인제 하릴없으니, 우선 두포부 터 잡아다 죽이자고 의논이 돌았습니다.

그래, 어느날 아침, 일찌기 장정 한 삼십명이 모이 어 두포의 집으로 몰려 갔습니다.

5. 두포를 잡으려다가[편집]

아직 해도 퍼지지 않은 이른 아침입니다.

동리 사람들은 두포네집 대문깐에 몰려 들었습니다. 그들 중의 가장 힘센 몇 사람은 굵은 밧줄을 메고, 또 더러는 육모방맹이까지 메고 왔습니다. 두포가 순순히 잡히면 모르거니와 만일에 거역하는 나달에는 함부로 두들겨 죽일 작정입니다.

우선 그들은 대문 밖에 서서,

"두포 나오너.라. 잠잫고 묶여야지, 그렇지 않으면 네 부모에까지 해가 돌아가리라. "

하고, 커다랗게 호령하였습니다.

두포는 손 등으로 눈을 비비며 나옵니다. 그런데 웬 영문인지 몰라 떨떠름이 그들을 바라달니다.

그 때 동리 사람 삼십명은 한꺼번에 와짝 달겨들어 두포를 사로 잡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팔을 뒤로 꺾고, 또 어떤 사람은 목아지를 밧줄로 얽어다립니다. 이렇게 두포를 얽었을 때, 두포는 조금도 놀라는 기 색이 없습니다. 그냥 묶는대로 맡겨두고, 뻔히 바라보 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들은 뜻밖에도 두포를 쉽사리 잡은 것이 신이 납 니다. 인제는 저 산속으로 끌어다 죽이기만 하면 고만 입니다. 제 아무리 장비 같은 재주라도 이판에서 빠져 나가지는 못할 것이다. 그들은 마치 개를 끌어다리듯 이 두포를 함부로 끌어 다렸습니다.

이 때 묵묵히 섰던 두포가 두 어깨에 힘을 주니, 몸 을 몇 고팽이로 칭칭 얽었던 굵은 밧줄이 툭툭 나갑 니다. 그 모양이 마치 무슨 실나부랭이 끊는듯이 어렵 지 않게 벗어납니다.

동리 사람들은 이걸 보고서 눈들을 커닿게 떴습니 다. 어찌나 놀랐는지 이마에 땀까지 난 사람도 있었습 니다. 대체 이 놈이 사람인가, 귀신인가, 아무리 뜯어 보아야 입, 코에 눈 두짝 갖기는 매일반이렸만 이게 대체 어떻게 된 놈인가.

이렇게들 얼이 빠져서 멀거니 서 있을 때, 두포가 두 팔을 쩍 버리고 몰아냅니다. 하니까 자빠지는 놈에, 엎어지는 놈, 혹은 달아나는 놈, 그 꼴들이 가관입니다.

그들은 이렇게 두포에게 가서 욕만 당하고 왔습니다.

다시 생각하면, 이것은 동리의 수치입니다. 인제 불 과 열다섯 밖에 안 된 아이 놈에게 동리 어른이 욕을 본 것 입니다. 이거야 될 말이냐고, 그들은 다시 모여 서 새 계획을 쓰기로 하였습니다. 이 새 계획이라는 건, 두포는 영영 잡을 수 없다. 하니까 이번에는 그 집에다 불을 질러 세 식구를 태워 버리자는 음모이었습니다.

하루는 밤이 깊어서입니다.

그들은 제각기 지게에 나무 한짐씩을 지고 나섰습 니다. 이 나무는 두포의 집을 에워싸고 그 위에 불을 지를 것 입니다. 그러면 이 불이 두포의 집으로 차츰 차츰 번져들어가, 나중에는 두포라 세 식구를 씨도 없이 태울 것입니다.

그래 그들은 소리 없이 자꾸만 자꾸만 나무를 져다 쌉니다. 얼마를 그런 뒤, 이제는 너희들이, 빠져 나올 래도 빠져 나올 도리가 없을 것이다, 하고 생각하는데 사방에서 일제히 불을 질렀습니다.

워낙이 잘 마른 나무라 불이 닿기가 무섭게 활활 타 오릅니다. 나종에는 화광이 충천하여 은 동네가 불 이 된 것 같습니다.

그들은 멀찍암치 서서 두포의 집으로 불이 번져들 기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인젠, 별수 없이 다 타 죽었네."

"그렇지, 제 아무리 뽀죽한 재주라도 이 불 속에서 살아날 수는 없을 것일세. "

"그렇지. 네 놈이 기운이나 셌지, 무슨 술법이 있겠나."

이렇게들 서로 비웃는 소리로 주고 받고 하였습니 다. 그런 동안에 불길은 점점 내려쏠리며 집을 향하여 먹어 들어갑니다. 인제 한 식경 좀 있으면 불길은 완 전히 처마 끝을 핥고 들겝니다.

그들은 아기자기한 재미를 가지고 구경하고 서 있 습니다. 그러나 불길이 두포네 집 처마 끝을 막 핥고 들때, 이게 웬 놈의 조홥니까. 달이 밝던 하늘에가 일 진 광풍이 일며, 콩알 같은 빗방울이 무데기로 쏟아집 니다. 그런지 얼마 못가서 두포의 집으로 거반 다 타 들어왔던 불길이 차차 꺼지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하도 놀라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습니다. 서로 눈들만 맞혀보며, 하나도 입을 버리는 사람이 없 습니다. 마른 하늘에 벼락이 있다더니, 이게 바루 그 게 아닌가.

그들은 은근히 겁을 집어먹고 떨고 서 있습니다.

"이건 필시 하늘이 낸 사람이지 보통 사람은 아닌걸세."

"그래 그래. 이게 반드시 하늘의 조화지, 사람의 힘 으로야 될 수 있나. "

이렇게들 쑤근쑥덕하고 의론이 벌어졌습니다. 그들 은 지금 처벌이나 입지 않을가 하고 애가 조립니다. 착하고 깨끗한 두포를 죽이러 들었으니 어찌 그 벌을 받지 않겠습니까.

"그것 봐, 애매한 사람을 죽이려 드니까 마른 하늘 에 생벼락이 안 내릴까. "

하고, 한 사람이 눈살을 찌푸릴 때, 고 옆에 서 있 던 칠태가 펄꺽 뜁니다.

"천벌이 무슨 천벌이야. 도적놈을 잡아내는데 천벌 일가?"

하고, 괜스리 골을 냅니다.

그러나, 칠태는 제 아무리 골을 내도 인제는 딴 도 리가 없습니다. 동리 사람들은 하나 둘 시납으로 없어 지고, 비는 쭉쭉 내립니다.

6. 이상한 노승[편집]

칠태는 두포 때문에 눈 한짝 먼 것이, 생각하면 할 쑤록 분합니다. 몸이 열파에 날지라도, 이 원수야 어 찌 같지 않겠습니까. 마음대로만 된다면 당장 달겨들 어 두포의 머리라도 깨물어 먹고 싶은이 판입니다. 칠태는 매일과 같이 두포의 뒤를 밟습니다. 언제든 지 좋은 기회만 있으면 해치려는 계획 입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중도에서 두포를 잃고 잃고 하 였습니다. 어느 때에는 두포의 걸음을 못 따라 놓치기 도 하고, 또 어느 때에는 두 눈을 똑바로 뜨고도 목전 에 두포가 어디로 갔는지 정신 없이 잃어버리기도 합 니다.

이렇게 하여 칠태는 근 한달 동안이나 허송세월로 보냈습니다.

그러자 하루는, 묘하게도 산 속에서 두포를 만났습 니다. 이 날은 별로히 두포를 찾을 생각도 없었습니다. 다만 나무를 할 생각으로 지게를 지고 산속으로 들어 간 것입니다 그러나 몸이 피곤하여 어느 나무뿌리에 쭈구리고 앉아서 졸고 있을 때 입니다.

칠태가 앉아있는 곳에서 한 이십여간 떨어져, 커다 란 바위가 누워 있습니다. 험상스리 생긴 집채 같은 바윈데 그 복판에가 잣나무 한주가 박혔습니다. 그런 데 잠결에 어렴푸시 보자니까, 그 바위가 움즉움즉 놀 지를 않겠습니까. 에? 이게 웬 일인가, 이렇게 큰 바 위가 설마 놀리는 없을텐데—

칠태는 졸린 눈을 손으로 비비고, 다시 한번 똑똑히 보았습니다. 아무리 몇번 고쳐 보아도 분명히 바위는 놉니다.

그제서는 칠태는 심상치 않은 일임을 알고 숲 속으 로 몸을 숨기었습니다. 그리고 눈을 똑바로 뜨고는 그 바위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조금 있더니, 집채 같은 그 바위가 한복판이 툭 터지며 그와 동시에 새하얀 용마를 탄 장수 하나가 나옵니다. 장수는 사방을 둘레 둘레 훑어 보더니 공중을 향하여 쏜살 같이 없어졌습 니다.

이 때, 칠태가 놀랜 것은 그 장수의 양 겨드랑에 달 린 날개쪽지였습니다. 눈이 부시게 번쩍번쩍하는 날개 를 쭉 펴자, 용마와 함께 날아간 장수. 그리고 더욱 놀란 것은 그 장수의 얼굴이 두포의 얼굴과 어쩌면 그렇게도 똑 같은지 모릅니다. 혹은 이것이 정말 두포 나 아닐가, 또는 제가 잠결에 잘못 보지나 않았는가, 하고 두루두루 의심하여 봅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지 켜만 보면 다 알 것입니다. 오늘 하루 해를 여기서 다 지우더라도, 확실히 알고 가리라고 눈을 까뒤집고는 지키고 앉았습니다.

이렇게 하여 대낮부터 앉았는 칠태는 해가 서산에 질려는 것도 모릅니다. 그러다 장수와 용마가 다시 나 타났을 때에는 칠태는 정신 없이 그 관상을 뜯어 봅 니다. 그러나 아무리 뜯어보아도 그것은 분명히 두포 의 얼굴입니다.

장수는 그 먼저번 나오던 바위로 용마를 탄채 들어 갑니다. 그러니까 쭉 갈라졌던 바위가 다시 여며져 먼 젓번 놓였던대로 고대로 놓입니다. 그리고 조금 있더 니 그 바위 저 쪽에서 정말 두포가 걸어 나옵니다. 그 리고 그 뒤에 노인 한 분이 지팡이를 껄며 따라나옵 니다. 그 모습이 십오년 전 바랑에서 두포를 꺼내던 바로 그 노승의 모습입니다.

노인은 두포를 껄고서 고 아래 시새 밭으로 내려오 더니, 둘이 서서 무어라고 이야기가 벌어집니다. 노인 은 지팡이로 땅을 그어 무엇을 가르쳐 주기도 하고 두포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무어라고 중얼거리 기도 합니다. 그럴때마다 두포는 두 손을 앞으로 모으 고 공손히 듣습니다.

칠태는 열심으로 그들의 얘기를 엿듣고져 애를 썼 습니다. 그러나 너무 사이가 떠, 한마디도 제대로 들 을 수가 없습니다. 저 노인은 무언데, 저렇게 두포를 사랑하는가, 아무리 궁리하여 보아도 알 수 없는 일 입니다.

그러자 두포가 노인 앞에 엎드리어 절을 하고나니, 노인은 그 자리에서 간 곳이 없습니다. 그제서야 두포 는 산 아래를 향하여 내려오기 시작합니다. 칠태는 두포의 뒤를 멀찌기 따라오며 이 궁리 저 궁리 하여 봅니다. 또 쫓아가 도끼로 찍어볼까, 그러 다 만약에 저번처럼 눈 한짝이 마자 먼다면 어찌 할 겐가. 그러나 사내 자식이 그걸 무서워 해서야 될 말 이냐.

칠태는 또 도끼를 뽑아들고는 살금살금 쫓아갑니다. 어느 으슥한 곳으로 따라가 싹도 없이 찍어 죽일 작 정입니다.

두포와 칠태의 사이는 차차 접근하여 옵니다. 결국 에는 너덧 걸음 밖에 안될만치 칠태는바싹붙었습니다. 이만하면 도끼를 들어 찍어도 실패는 없을 것 입니다. 두포가 굵은 소나무를 휘돌아들 때, 칠태는 도끼를 번쩍 들기가 무섭게

"이 놈아! 내 도끼를 받아라. "

하고, 기운이 있는대로 머리께를 내려 찍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칠태는 어그머니, 소리와 함께 땅바닥에 가 나둥그러지고 말았습니다.

왜냐면, 도끼를 내려찍고 보니 두포는 금새 간 곳이 없습니다. 그리고 도끼는 허공을 힘차게 내려와 칠태 의 정강이를 퍽 찍고 말았던 것입니다. 다리에서는 시 뻘건 선혈이 샘 같이 콸콸 쏟아집니다.

그리하여 칠태는 그 다리를 두 손으로 부둥켜 안고는,

"사람 살리우 — "

하고, 산이 쩡쩡 울리도록 소리를 드리 질렀습니다. 그러나 워낙이 깊은 산속이라 아무도 찾아와 주지를 않았습니다.

※ 김유정이 사망한 후 7 이하는 현덕(玄德)이 완성함

7. 이상한 지팽이[편집]

아무리 사람 살리라는 소리를 쳐도 그 소리를 이 산골자기 저 산봉오리 받아 울릴뿐, 대답하고 나오는 사람은 없습니다.

정말 칠태는 큰일 났습니다. 해는 저물어 점점 어두 어가고, 도끼에 찍힌 상처에서는 쉴새 없이 피가 흐릅 니다. 저절로 눈물이 펑펑 쏟아지도록 아픕니다. 하지 만 칠태는 아픈 생각보다는 이러다가 고만 두포 이놈 의 원수도 같지도 못하고 어찌되지 않을가 하여 눈물 이 났습니다.

그나 그뿐이겠습니까. 벌써 사방은 컴컴하고 거츠른 바람이 첩첩한 수목을 쏴아 쏴아. 그리고 이따금씩 어 흐흥어흐흥 하고 산이 울리는 무서운 짐승 우는 소리 가 들립니다. 아마 호랑이인듯 싶습니다. 그 소리는 칠태가 있는 곳으로 점점 가까이 옵니다. 바루 호랑이 입니다. 엄청나게 큰 대호가 소나무 숲 사이에서 눈을 번쩍번쩍 칠태를 노리고 다가옵니다.

꼼작 못하고 칠태는 이 깊은 산 속에서 아무도 모 르게 호랑이 밥이 되고 말가 봅니다. 걸음을 옮기자니 발하나 움직일 수 없고 팔 하나 들 수 없는 칠태입니 다 아무리 기운이 장하다기로 이 지경으로 어떻게 호 랑이같은 사나운 맹수를 당해낼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칠태는 사람을 불러 구원을 청해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람 살류. 사람 살류."

그리고

"아무도 사람 없수."

그러자 어디 선지

"칠태야"

하고, 자기를 부르는 소리가 났습니다. 두포의 음성 입니다. 그러나 이상한 일도 많습니다. 부르는 소리만 나고 두포도 아무도 모양을 볼 수는 없습니다. 두리번 두리번, 사방을 돌아보는 칠태 눈에 이것은 또 무슨 변입니까. 금방 호랑이가 있던 자리에 호랑이 는 간데가 없고 뜻하지 않은 백발 노승이 긴 지팽이 에 몸을 실리고 섰습니다.

칠태는 그 노승에게 무수히 절을 하며 이런 말로 빌었습니다.

"산에 나무를 하러 왔다가 못된 도적을 만나 이 모 양이 되었습니다. 제발 저를 이 아래 마을까지만 갈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노승은 잠잠히 듣고만 섰습니다. 그러더니 문득 입을 열어

"무애한 사람에게 해를 입히려 하면 도리어 자신이 해를 입게되는 줄을 깨달을 수 있을가?"

하고, 노승은 엄한 얼굴로 칠태를 내려다 봅니다. 하지만 칠태는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도 깨닫지 못 하면서 그저

"그럴줄 알다말구요. 알다뿐 이겠습니까, "

"그렇다면 이후로는 마음을 고치어 행실을 착하게 가질 수 있을가?"

"네 고치고 말구요, 백번이래도 고치겠습니다. "

하고, 칠태는 엎드리어 맹세를 하는 것이로되 그 속 은 그저 어떻게 이 자리를 모면할 생각 밖에는 없습 니다. 노승은 또 한번

"다시 나쁜 일을 범하는 때는 네 몸에 큰 해가 미칠 줄을 명심할 수 있을가?"

하고, 칠태에게 단단히 맹세를 받은 후

"이것을 붙잡고 나를 따라 오너라"

하고, 노승은 지팽이를 들어 칠태에게 내밀었습니다. 참 이상한 지팽이도 다 있습니다. 칠태가 그 지팽이 끝을 쥐자 금새로 지금까지 아픈 다리가 씻은듯, 났고 몸이 가벼웁기가 공중을 날뜻 싶습니다.

아마 노승도 이 지팽이 까닭인가 봅니다. 허리가 굽 고 한 노인의 걸음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빠르기가 젊은 사람 이상입니다. 그렇게 바위를 뛰어넘고 내를 건너 뛰고, 칠태는 노승에게 이끌려 그 험한 산길을 언제 다리를 다쳤드냐싶게, 내려갑니다.

어느덧 칠태가 사는 마을 어구에 이르러 노승은 걸 음을 멈추었습니다. 그러더니 또 한번

"애매한 사람에게 해를 입히려다가는 먼저 네 몸에 해가 돌아갈 것을 명심해라. "

하는, 말을 남기자마자, 노승은 온데 간데가 없이 칠태 눈 앞에서 연기처럼 사라졌습니다.

세상에 이상한 노인도 다 보겠습니다. 칠태는 사람 의 일 같지 않아, 정말 여기가 자기가 사는 마을 어구 인가 아닌가, 눈을 비비며 사방을 돌아봅니다. 틀림 없는 마을 어구, 돌다리 앞 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웬 까닭입니까, 돌아서 걸음을 옮기 려 하자 갑자기 발 하나를 들 수가 없이 아픕니다. 조 금전까지도 멀쩡하던 다리가 금새로 아까 산에서처럼 피가 철철 흐르고 그럽니다.

고만 칠태는 땅바닥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사람 살류. 사람 살류 "

하고, 큰 소리로 마을을 향해 외쳤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무슨 일이 났나, 하고 이집 저집에서 모여나와 칠태를 가운데로 둘러싸고는

"어떻게 된 일야. 어떻게 된 일야. "

하고 모두들 눈이 둥그래서 궁금해 합니다. 그러자 칠태는,

"두포, 그 도적놈이 "

하고, 산에서 자기가 노루 사냥을 하는데 두포란 놈 이 숨어 있다가 불시에 돌로 때리어 이렇게 다리를 못 쓰게 해놓고 자기가 잡은 노루를 도적질해 갔노라 고 꾸며대고는, 정말 그런 것처럼 칠태는 이를 북북 갈았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모두 칠태를 가엾이 여기어 쳇쳇 혀 끝을 차며 두포를 나쁜 놈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칠태를 자기 집까지 업어다 주었습니다.

8. 엉뚱한 음해[편집]

마을에는 괴상한 일이 생기었습니다.

밤이면 마을 이집 저집에 까닭 모를 불이 났습니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고 날마다 밤만 되면 정해논 일처럼 "불야.불야"소리가 나고, 한 두 집은 으례 재 가 되어버리고 합니다.

이러다가는 마을에 성한 집이라고는 한채도 남아나 지 않을가 봅니다. 마을 사람들은 무슨 까닭으로 밤마 다 불이 나는 것인지 몰라 서로 눈들이 커다래서 걱 정들입니다.

그리고 어찌해야 좋을지 그 도리를 아는 사람도 없 습니다. 다만 누구는

"분명 이것은 산화지. 산화야." 하고, 산에 정성으 로 제를 지내지 않은 탓으로 그렇다 하고, 지금으로 곧 산제를 지내도록 하자고 서두르기도 합니다. 그러 면 또 한 사람은

"산화란 뭔가, 도깨비 장난일세, 도깨비 장난야. "

하고, 정말 도깨비 장난인걸 자기 눈으로 보기나 한 것처럼 말하며, 시루떡을 해놓고 빌어보거나 그렇지 않으면 판수를 불러다가 경을 읽게 하여 도깨비들을 내쫓거나 하는 수 밖에 도리가 없다고 주장입니다. 이렇게 각기 자기 말이 옳다고 떠드는 판에 칠태가 썩 나섰습니다. 그리고

"산화는 다 뭐고, 도깨비 장난이란 다 뭔가. "

하고, 자기는 다 알고 있다는 얼굴을 하는 것 입니 다.

"그럼 산화 아니면 뭔가?"

"그럼 도깨비 장난 아니면 뭔가?"

하고, 사람들은 몸이 달아 칠태 앞으로 다가서며 묻 습니다. "그래 자네들은 산화나 도깨비 생각만 하고, 두포란 놈, 생각은 못하나. "

하고, 칠태는 그걸 모르고 딴 소리만 하는 것이 갑 갑하다는듯이 화를 벌컥 냅니다.

그리고 두포가 자기 집에 불을 논 앙가픔으로 밤마 다 마을로 나와 불을 놓는 것이라 하고, 그 증거는 보 아라, 전일 두포 집으로 불을 노러가던 사람의 집에만 불이 나지 않았느냐 합니다.

따는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두포 집으로 불을 노러 가던 사람의 집은 모조리 해를 입었습니다. 마을사람 들은

"아, 저런 죽일 놈 보아라. "

하고, 아주 두포의 짓인 것이 판명난 것처럼 주먹을 쥐며 분해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칠태의 짓입니다. 칠태가 밤이면 나 와 다리를 절룩절룩 처마 밑에 불을 지르던 것 입니 다. 그 이상한 지팽이를 가진 노승이 다짐하던 말이 무서웁기도 하련만 원체 마음이 나쁜 칠태라 그런 말 쯤 명심할 사람이 아닙니다. 머리에는 어떡하면 눈 하 나를 멀게하고 다리까지 못 쓰게 한 두포 이놈의 원 수를 갚아보나하는 생각 뿐입니다. 하지만 기운으로나 재주로나 도저히 두포와 맞겨눌 수는 없으니까 이렇 게 뒤로 다니며 불을 놓고 하고는 죄를 두포에게 들 씨웁니다. 그러면 마을 사람들이 두포를 가만 두지 않 을 테니까 칠태는 가만 있어도 원수를 같게 되리라는 생각입니다. 그 속을 모르고 마을 사람들은 두포를 다 죽일놈 벼르듯 합니다.

"저 놈을 어떡헐가, "

하고, 모이면 공론이 이것 입니다.

그러나 한 사람도 어떻게 할 도리를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두포의 그 엄청난 기운과 재주 앞에 섯불리 하였다는 도리어 큰코를 다치지나 않을가, 은근히 겁 들이 났습니다.

그래서 이런 때에도 "어떡 했으면 좋은가. " 하고, 칠태의 지혜를 빌머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칠태는 그것을 기대리었던것 같이 사람들을 한 곳 으로 모이게 하고 수군수군 무슨 짜위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얼굴에 자신있는 웃음을 지으며 각각 자기 집으로 돌아가 괭이, 부삽, 넉가래, 같은 연장을 들고 나왔습니다. 날이 저물자 그 사람들은 마 을 옆으로 흐르는 큰 냇가로 모이더니 말없이 그 내 중간을 막기 시작합니다. 떼를 뜯어다가 덮고, 돌을 들어다 누르고, 흙을 퍼다가 펴고, 그러는대로 냇물은 점점 모이기 시작합니다. 날이 밝을 임시에는 그 큰 내의 물이 호수와 같이 넘쳤습니다.

이제 일은 다 되었습니다. 산 밑, 두포 집 편을 향 한 뚝 중간을 탁 끊어 놓았습니다. 물은 폭포와 같이 무서운 기세로 두포 집을 향해 몰려 갑니다.

마을 사람들은 언덕 위에 올라서서 그 장한 모양을 매우 통쾌한 얼굴로 보고들 섰습니다. 인제 바루 눈 깜작할 동안이면 물은 두포집을 단숨에 묻질러 버릴 것 입니다. 제 아무리 재주가 뛰어난 두포기로 이번엔 꼼짝 못하리라,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물끝이 두 포집 근처에 이르자 마치 거기 큰 웅뎅이가 뚫리듯이 물이 자자집니다. 마침내 물은 냇바닥이 들어나도록 자자지고 말았습니다.

하두 어이가 없어서 마을 사람들은 서루 얼굴을 처 다보다가는 한사람 두사람 슬슬 돌아가고 언덕 위에 는 칠태 홀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섰습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고만 둘 칠태가 아닙니다 밤이 되 면 칠태는 더욱 심하게 마을로 다니며 도적질을 하고 불을 놓고 합니다. 점점 거치러져 이웃 마을이나 또 먼 마을에까지 다니며 그런 짓을 계속합니다. 그럴쑤 록 두포를 원망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를 없새버리 려는 마음이 커 갔습니다.

마침내는 관가에서도 그 일을 매우 염려하여 누구 든지 두포를 잡는 사람이면 크게 상을 준다는 광고를 동네 동네에 내 돌렸습니다.

9. 칠태의 최후[편집]

마을 사람들은 둘만 모여도 두포 이야기로 수군수 군 합니다.

두포를 잡는 사람에게는 후한 상금을 준다는 광고 가 붙은 마을 어구 게시판 앞에는 몇날이 지나도록 사람이 떠날 새가 없이 모여서서 그 광고를 읽고 또 남이 읽는 소리를 듣고 합니다.

그러기는 하나 한 사람도 두포를 잡아보겠다고는 생각조차 못합니다. 무슨 힘으로 두포의 그 놀라운 술 법과 기운을 릉할 엄두를 먹겠습니까.

"두포는 하늘이 낸 사람인걸, 우리네 같은 사람이 감히 잡을 수 있나. "

"그렇지 그래. 그 술법 부리는 것 좀 봐, 그게 어디 사람의 짓이야, 신의 조화지. "

하고, 모두들 머리를 내졌습니다.

그러나 칠태는 여전히 큰 소리 입니다.

"술법은 제간놈이 무슨 술법을 부린다고 그러는거여. 다 우연히 그렇게 된 걸 가지고. "

그리고 칠태는 벌컥 불쾌한 음성으로 좌우를 돌아 보며,

"그래 당신들은 왼 마을 왼 군이 두포 놈으로 해서 재밭이 되어버려도 가만히들 보고만 있을테여. " 하고, 연해 마을 사람들을 충동이기에 성화입니다. 이럴 지음에 또 한가지 마을 사람들로 하여금 두포 를 잡으려는 욕심을 도둘 일이 생기었습니다.

그 때 마침 나라 조정에서 무슨 일인지 벼슬하는 사람들이 손수 수레를 타고 팔도로 돌며 어떤 사람 하나를 찾았습니다.

그 수레가 이 마을에서 멀지 않은 읍에도 나타나서 이런 소문을 냈습니다.

누구든지 이러이러하게 생긴 사람을 인도해 오는 사람에게는 많은 재물로 대접할 뿐 더러 높은 벼슬까 지 내린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찾는 사람의 모습이 바로 두포의 생긴 모습과 한판 같이 흡사한 것 입니다. 나 이가 같은 열다섯이고, 얼굴 모습이 그렇고, 더욱이 이마에 검정 사마귀가 있는 것까지 같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두포를 눈 앞에 놓고 말하는 듯이 같을 수가 있습니까, 의심할 것 없는 두포입니다.

대체 두포란 내력이 어떻한 사람이길래 나라 조정 에서 일개 소년을 많은 상금을 걸어서까지 찾습니까. 그것은 여차하고, 자아 두포를 잡기만 하면 관가에 서 주는 상금은 말고도 나라의 벼슬까지 얻게 될 것 이니 그게 얼마입니까. 가난하고 지체 없던 사람이라 도 곧 팔자를 고치 게 될 것입니다.

여기 눈이 어두워 더러 코 큰 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두포란 놈이 정 아무리 술법이 용하다기로 열다섯 먹은 아이 놈 아냐. 아이 놈 하날 당하지 못한데선. " 하고, 팔을 걷어붙이기는 마을에서 팔팔하다는 젊은 패들 입니다.

그리고 나이 많은 사람들은

"술법을 부리는 놈을 잡으려면 역시 술법을 부려 잡 아야 하는거여,"

하고 그 술법을 자기는 알고 있다는 듯 싶은 얼굴 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있게 나서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 니다. 무엇보다도 섯불리 하였다가 도리어 큰 화를 입 지나 않을가 하는 여기가 두려웠습니다. 어떻게 그런 변 없이 감짝같이 올개미를 씰 묘책이 없을가, 하고 그 궁리에 모두들 눈들이 컴컴해질 지경입니다.

그 중에도 칠태는 더욱이 궁리가 많습니다. 그로 보 면 이번이 두번 얻지 못할 기회입니다. 이번에 두포를 잡으면 눈 한짝 다리 하나를 병신 만든 원수를 갚게 되기는 물론, 재물과 공명을 아울러 얻게 될 것이 생 각만 해도 회가 동합니다.

(어떡하면 두포 이 놈을 내 손으로 묶을 수 있을가. )

그러나 칠태 자기 재주로는 도저히 두포의 그 술법 그 기운을 당해낼 게제가 못됩니다. 그게 어디 사람의 일일세 말이지요. 어떻게 인력으로 마른 하늘에 갑자 기 비를 만들고 그 숫한 물을 금새 땅밑으로 스미게 합니까. 이건 사람의 힘은 아닙니다. 반드시 두포로 하여금 사람 이상의 그 힘을 갖게 한 무슨 비밀이 있 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을 하다가 문득 칠태는

"옳다. 그렇다. "

하고, 무릎을 탁 치며 일어섰습니다.

그 날부터 칠태는 두포의 뒤를 밟아 그의 행적을 살핍니다. 두포는 매일 하는 일이 날이 밝으면 집을 나가 산으로 갑니다. 칠태는 몸을 풀잎으로 옷을 해 가리고 슬슬 그 뒤를 딿습니다. 두포가 가진 그 알 수 없는 비밀을 밝히려는 것 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아무리 눈을 밝혀 뒤를 밟아도 어떻게 중도에서 두포를 잃고 잃고 합니다. 그리고 번 번히 잃게 되는 곳이 노송 나무가 선 바위가 있는 근 처입니다. 마치 그 바위 근처에 이르러서는 두포의 모 양이 무슨 연기처럼 스르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두포는 바위 근처에 이르러서는 자기 몸을 아무의 눈에도 보이지 않게 변하는 것 입 니다.

그 다음부터는 칠태는 근처 풀설에 몸을 숨기고 앉 아 그 바위를 지킵니다.

그러자 전일 칠태가 보던 똑같은 현상이 일어났습 니다. 두포가 그 바위 앞에 이르러 무어라고 진언 한 마디를 외이자. 집채 같은 바위가 움질움질 놀더니 한 가운데가 쩍 열립니다.

그리고 두포가 들어가고 바위가 전대로 닫아졌다가 는 얼마후 다시 열릴 때에는 새하얀 용마를 탄 장수 가 나타나 눈부시게 횐 날개를 치며 공중으로 사라집 니다. 놀랍습니다. 그 용마를 탄 장수는 바로 두포입니다.

아무래도 조화는 이 바위에 있나 봅니다. 그러지 않 아도 전부터 병 가진 사람이 빌면 병이 떨어지고, 아 이 없는 사람이 아이를 빌면 태기가 있게 되고 하는 영험이 신통한 바위입니다. 그러면 그렇지, 같은 이목 구비를 가진 사람으로 어떻게 그런 조화를 부리겠습니까.

이제야 칠태는 두포의 그 비밀을 깨달은듯이 고개 를 끄덕끄덕, 아주 히색이 만면해서 산 아래로 내려 갔습니다.

아마 칠태는 무슨 끔직한 흉계가 있나 봅니다. 칠태 는 그 길로 산아래 자기 집으로 가더니 부엌으로 광 으로 기웃거리며, 쇠망치, 정, 또는 납덩이, 남비, 숱 덩이 이런 것을 끄집어 내옵니다. 그걸 망태에 담아 걸머지더니 역시 히색이 만면해서 집을 나섭니다. 그 리고 두포가 자기 집에 돌아와 있는 기색을 살피고는 곧 산으로 치달았습니다.

마침내 바위가 있는 곳에 이르자 망태를 내려놓고 칠태는 망치와 정을 꺼내듭니다. 그리고 잠시 멈추고 서서 사방을 돌라보며 무엇을 조심하는듯 주저하더니 이내 바위 한복판에 정을 대고 망치를 들어 뚜드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도 무척 겁이 나나봅니다. 연해 칠태는 두 리번두리번 사방을 돌아보며 합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정을 따리는 망치소리만 정정 산골짜기에 울릴 따름입니다.

그래도 마을에서는 장사란 이름을 듣는 칠태입니다. 더구나 힘을 모아내리치는 망치는 볼 동안에 한치 두 치 정뿌리를 바위에 박습니다. 점점 정은 깊이 들어갑 니다. 세치 네치 한자에서 또 두자 길이로. 그리고 한 옆에는 시뻘겋게 숯불을 달아놓고는 납덩이를 끓입니다.

마침내 서너자 길이의 구멍이 바위에 뚫리자 칠태 는 매우 만족한 웃음을 한번 허허허 웃습니다. 그리고

"네 놈이, 인제두"

하고, 벌써 두포를 잡기나 하듯 싶은 기쁜 얼굴로 이글이글 끓는 납을 그 구멍에 주루루 붓는 것 입니다.

그러나 칠태의 그 얼굴은 금새로 새파랗게 질리고 말았습니다

그 끓는 납을 바위 뚫닌 구멍에 붓자마자, 갑자기 천지가 문어지는 굉장한 소리로 바위와 아울러 땅이 요동을 합니다. 그나 그뿐 입니까. 맞은편 산이 그대 로 칠태를 향하고 물러오며 덮어 내립니다. 그제야 칠태는 자기가 천벌을 입은 줄을 깨닫고

"아아, 하느님 제 죄를 용서하십시사. "

하고, 비는 것이나 이미 몸은 쏟아져 내리는 돌 밑 에 묻히고 말았습니다.

10. 두포의 내력[편집]

마을 사람들은 아무리 두포를 잡을 궁리를 해도 도 리가 없습니다. 모두 답답한 얼굴을 하고 만나면 서로,

"자네 어떻게 해볼 도리 좀 없겠나. "

하고들 묻습니다. 마는, 한 사람도 신통한 대답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한 자가 무릎을 탁 치며, "옳다. 이럭하면 좋겠네." 하고, 여러 사람을 한 곳으로 모이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뭐 별수 없네, 두포 놈의 늙은 부모를 잡아다 가두 도록 하세, 그럼 두포 그놈이 제 애비 어미에게는 효 성이 지극한 놈이니까 우리가 애써 잡으려고 하지 않 아도 제 스스로 무릎을 꿇고 기어들걸세 . "

그 말이 옳습니다. 가뜩이나 부모에게 효성스런 두 포가 자기로 말미암아 연만하신 아버지 어머니가 옥 에 가치어 고생을 하는 것을 알고는 가만히 있지 않 을 것이 물론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 생각이 옳다고 모두들 찬성입니 다. 그리고 당장에 일을 치러버릴 생각으로 앞을 다토 아 두포집을 향해 몰려 갑니다.

그러나 두포 집 근처에 이르러서는 호기있게 앞서 가던 사람들이 문득 걸음을 멈춥니다. 먼저 두포가 알 고 헤방을 하지나 않을가 걱정이 되는 까닭입니다. 마 는 그들은 그 일로 오래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누구 생일 잔치에 청하기나 하는듯이 노인 내외를 슬몃이 불러내도 워낙이 착한 노인들이라 응치 않을 리 없을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더욱 신이 나서 두포 집으로 우줄거 리며 갑니다. 마침내 두포집 문전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그 집 밖앝 마당에 어떤 소년 하나가 제기 를 차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도 두포와 같애 마 을 사람들은 무춤하였습니다. 그러나 얼굴 모습은 두 포와 같애도 표정이나 하는 행동은 두포가 아닙니다. 제기를 차다가 말고 자기 둘레로 모여드는 마을 사람 들의 얼굴을 이사람 저사람 쳐다보는 눈은 예사 열다 섯이나 그만 나이의 소년의 겁을 먹은 상 입니다. 전 일에 보던 그 용맹스럽고 호탕한 기상은 조금도 없고 귀엾게 자라난 얌전하고 조심성 있는 글방 도련님으 로 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어떻게 이 소년을 그처럼 놀라운 기운과 술법을 부리던 두포라고 하겠습니까. 마을 사람은 하두 이상스러워서 한참 아래 위를 훌 어보다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넌 뉘 집 사는 아인데 여기서 노니?"

"저는 이 집에 사는 아이예요. "

"그럼 이름은 뭐냐?"

"이름은 두포라고 합니다. "

"뭐, 두포?"

하고, 마을 사람들은 놀라 한걸음 뒤로 물러 났습니 다. 두포라는 그 이름보다는 어쩌면 두포가 이처럼 변 했을가 싶어 더 한층 놀라웁니다. 딴 사람이 아니고 이 소년이 바로 두포일진댄 그의 늙은 부모를 갖다 가둘건 뭐 있고, 두려워할건 뭐 있겠습니까. 그대로 손목을 이끄러 간데도 순순히 따라올상 싶습니다. 도대체 이 착하고 약해 보이는 소년이 무슨 죄 같 은 것을 범했을가도 싶습니다. 그리고 어른된 체면에 이 어린 소년에게 손을 대는 것부터 어색한 생각이 나서 마을 사람들은 서루 벙벙이 얼굴만 바라보고 섰 습니다. 그러다가 그 중에 두포를 잡아 상을 탈 욕심 으로 한 자가 앞으로 나서며 이렇게 딱 얼렀습니다.

"네 놈이 바루 두포라지."

"네 지가 바루 두포올시다. "

"그럼 이 놈, 네 죄를 모를가."

"지가 무슨 죄를 졌다고 그러십니까. "

"네 죄를 몰라. 모르면 그걸 가르쳐 줄테니 이걸 받 아라. " 하고, 그 사람은 굵은 밧줄을 꺼내들며 막 얽 으러 덤비었습니다.

이러할 때, 건너편 큰 길에서 앞에 많은 나졸을 거 느린 수레가 이곳을 향하고 옵니다. 나라 조정에서 내 려와 읍에 머무르고 있던 일행임에 분명합니다. 아마 두포를 잡으러 오는 것 이겠지요. 마을 사람들은 두포 를 남기고는 양편으로 쩍 갈라 섰습니다.

수레가 그 집 어구에 이르자 멈추고는 그 안에서 호화로운 예복을 차린 벼슬하는 사람이 내려와 두포 가 있는 앞으로 옵니다. 그러더니 신하가 임금에게 하 는 법식으로 공손히 절을 합니다. 그리고 어리둥절하 는 두포를 부축여 뒤에 또 한채 있는 빈 수레에 오르 기를 권합니다.

죄인으로 다시리기는 사려 임금이나 그런 사람으로 모십니다. 마을사람들은 너무도 뜻 밖에 일에 놀라 벌 린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그러나 더욱 놀라기는 그집 노인 양주입니다. 어쩐 영문은 모르면서 그저 지금까지 친 아들로 여기고 살 던 두포를 잃는 줄만 알고 얼굴에 울음을 지으며 벼 슬하는 사람의 옷깃에 매달리어 두포를 자기네들 곁 에 그대로 두어주기를 애원합니다.

그러자 언제 왔는지 긴 지팽이를 짚은 노승, 십오년 전에 그들 노인 양주를 찾아와 두포를 맡기고 가던 그 노승이 나타나 그들을 반가히 맞았습니다. "으지 없는 갓난 아기를 오늘날 이만큼 장성하시게 하긴 오로지 그대들의 공로요. "

하고 노승은 치사하는 인사를 하고는

"그대에게 십오년 전에 맡기고 간 아기는 바루 이 나라 태자이시던거요. 이제야 역신을 물리치고 국토가 바루 잡혀서 다시 등극하시게 되었으니 그대들은 기 뻐는 할지언정 아예 섭섭해 하지는 마시요. "

하고 그대로 두포와 떨어지기를 섭섭해하는 노인 양주를 위로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십오년 전 당시 나라 임 금께서 믿고 사랑하시던 신하 한 사람이 뱃심을 품고 난을 이르켜 나라 대궐에까지 쳐들어 왔습니다. 그런 위태로운 중에서 그 때 정승 벼슬로 있던 지금 노승 이 어린 태자를 품에 품고 겨우 난을 벗어나 노승으 로 차리고는 팔도로 돌며 태자를 맡아 기를만한 사람 을 물색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강원도 산골에 극히 가난하고 착하게 사는 노인 양주를 매우 믿음직하게 여기어 아기를 맡기었습니다. 그리고 자기는 머지 않 은 산 속에 머물러 있어 난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한편 태자로 하여금 일후 영주가 되시기에 합당한 모 든 것을 가르치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오늘날 역신을 물리치고 나라가 바루 잡히며 비로서 태자는 임금으 로 등극하시게 되기는 하였으나, 그러나 노승은 매우 섭섭한 얼굴을 합니다.

그것은 한 달포동안만 더 도를 닦았더면 태자로 하 여금 하늘 아래에 제일 으뜸가는 군주가 되시게 되는 것을 고만 칠태로 말미암아 십년의 공이 수포로 돌아 가고 말았으니 왜 아니 그러겠습니까.

만약에 칠태가 그 바위에 납을 끓여붙지만 않았더 면 두포는 어깨에 날개가 돋친 장수로 온갖 도술을 부릴 수 있겠으니 그런 임금이 다스리는 나라의 장래 가 어떠할 것은 길게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좋습니다. 태자는 그런 놀라운 기운과 술법 을 잃어버린 대신으로 끝 없이 착한 마음과 덕기를 갖출 수 있어 이만해도 성군이 되기에 넉넉합니다. 다만 죄송스럽기는 마을 사람들입니다. 그런 것을 모르고 칠태의 꼬임에 빠저 외람하게도 태자를 해코 져 하였으니 그 죄가 얼마입니까. 백번 죽어도 모자라 겠습니다고 모두를 엎드리어 울면서 빌었습니다.

그러나 너그러우신 태자는 노엽게 알기는사려 모든 것을 용서하시고 또 그 마을에는 십년동안 나라에 받 히는 세금을 면제해 주시고 수레를 떠났습니다. 그 후 노인 두 양주는 태자가 물리고 간 그 집과 재산을 지니며 오래 부귀와 수를 누리 었습니다.

지금도 강원도에는 그 바위가 그대로 남아 있어, 일러 장수바위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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