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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남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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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三月)의 풍경(風景)같이 초라한 것은 없다. 아직 봄도 아니오 그러타고 겨울도 아닌 반지빠른 시절이다. 풀이 나고 꽃이 필 때도 아직은 멀고 나무가지의 흰 눈은 알뜰히 사라저 버렸고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반지빠른 풍경이 눈앞에 있을 뿐이다. 초라한 가온데에 한 가지 아름다운 것이 있으니 하아얀 백양(白楊)나무의 자태이다. 아츰 일즉이 출근하는 날이면 나는 대개 신문실(新聞室) 창(窓) 기슭에 의지하여 수난로(水煖爐)에 배를 대이고 행길 건너편 언덕 위의 백양(白楊)나무의 무리를 바라봄이 일수다. 희고 깨끗하고 고결(高潔)한 그 자태는 아무리 바라보아도 싫어지지 않은다. 그 무슨 그윽한 향기(香氣)가 은은히 흘러오는 듯도 한 맑은 기품(氣品)이 보인다. 나무치고 백화(白樺)나 백양(白楊)만큼 아름다운 나무는 없을 법하다. 이 두 가지 나무를 수북이 심어 놓은 넓은 정원(庭園)을 가진 집에 살어 보았으면 하는 것이 원(願)이다. 아직 원(願)대로 못되니 학교(學校) 창으로나 마즌편 풍경(風景)을 싫것 바라보자는 배ㅅ장이다.

이 몇일채 백양(白楊)나무 아래편 행길 위를 낯설은 행렬(行列)이 아츰마다 지나간다. 붉으칙칙한 옷을 닙고 4, 5(四五)명씩 떼를 지어 벽돌 은 차(車)를 끌고 어디론지 가는 형무소의 한패이다. 아마도 소(所) 안의 작업(作業)으로서 굽은 벽돌을 주문을 바더 소용되는 장소까지 배달해 가는 것인 듯하다. 한 줄에 매운 그들이엇만 거름들이 몹시 재서 굴르는 수레와 함께 거의 뛰여가는 신융이다. 행렬은 길고 박휘 소리는 아츰 거리에 요란하다. 군데군데 끼이어 바뿌게 것는 간수들은 수레를 모는 주인이 아니오 도리혀 수레에게 끌리는 허수아비인 셈이다. 그렇게도 종종거름으로 그 바뿐 일행(一行)을 부즈런히 좇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듯이 보인다 아츰마다 제때에 그곳에는 그 긴 행렬(行列)이 변함없이 같은 모양으로 벌치곤 하였다. 하로 아츰 돌연히 그 행렬(行列)에 변조(變調)가 생겼다. 굴르는 수레 바로 뒤에 섰든 동행의 한 사람이 엇지된 서슬엔지 별안간 걸어가던 그 자리에 폭삭 꼭구라지는 것이 멀니 바라보였다. 창(窓)에 의지하였든 나는 무슨 영문인가 하고 뜩금하야서 모르는 결에 고개를 창밖으로 내밀었다. 그가 꼭구라졌을 대에 간수는 바로 그의 곁에 있었다. 원체 굴르는 수레는 빠른지라 꼭구라진 그는 미처 이러나지도 못하고 쓰러진 채 그대로 수레에게 끌려 한참 동안이나 쓸려갔다. 아마도 몸이 처음부터 수레에 매여저 있었든 모양이다. 이상스러운 것은 곁에 섰든 간수가 끌려가는 그를 좇아 재빠르게 달려가는 것이었다. 그 신은 마치 쓰러진 사람을 거드러 이르키랴는 것도 같았다 어찌된 서슬엔지 쓸어졌든 사람은 별안간 벌덕 니러서게 되어 여전한 자태로 수레를 따라가게 되자 간수는 이번도 또한 그의 곁에 가까이 서게 되었다.

변이라는 것은 그것뿐이나 이 삽시간의로 그만 사건은 웬일인지 마음속에 깊이 박혀 사라지지 않는다. 이상스런 것은 쓰러진 사람관 수와의 관계이다. 간수의 조급한 거동은 단순히 쓰러진 사람을 니르키자는 것이었든지 그러치 않으면 도로혀 그를 문책하자는 것이었든 아니 당초에 그가 쓰러지게 된 것조차도 실상인즉 간수의 문초의 탓이 아니었든지 도모지 알 바는 없는 것이다.

의아하고 있는 동안에 행렬(行列)은 어느결엔지 발서 시야(視野)의 범위를 지나가 버렸다. 이상스런 한 폭 풍경이였다. 어찌된 동기의 사건인지 그 까닭을 모르겠음으로 말미암아 그 풍경은 더한층 신비성(神祕性)을 더하야 가고 수수꺽기를 던저 준다. 아무리 생각하야도 곡절을 모를 노릇이다.

그 조그만 풍경이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아 쉽사리 꺼지지 않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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