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2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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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偵 廢業(탐정 폐업)[편집]

『유불란씨, 대체 어떻게 된 일이요?』

『이 꿈같은 아실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되오?』

이것은 아까「테이블」을 둘러싸고 마주 앉으면서부터 임경부와 백문호씨가 연발 하는 질문이었으나 유불란은 다만 어두운 얼굴 빛으로 들창 밖의 밤거리를 묵묵히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그렇게 잠자코 있을 수도 없어서 비로소 얼굴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사건이 이처럼 진전할대로 진전한 지금에 이르러서 무엇을 새삼스러히 설명해 드릴 필요가 있겠읍니까만 ──』

하고 사건의 진전을 미리 조처하지 못한 자기를 깊이 뉘우치면서

『그러나, 하옇든 제가 아는데까지는 설명해 드릴 터이니 모르는 것이 있으면 질문해 주십시요. ──』

하고 그는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않는 듯이 상대방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무엇보다도 먼저 어젯밤 명수대에서 살해를 당한 주은몽과 오늘 밤 자하문밖 장님네 집에서 자살을 한 주은몽의 관계를 설명해 주시요!』

하는 것은 임경부였다.

네 실상 사실을 『 ── 모르고 보면 그것은 하나의 기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지요. 그러나 어젯밤 명수대에서 살해를 당한 것은 사실을 알고 보면 주은몽이 아닙니다!』

『뭐요? 주은몽이 아니라고요?』

임경부와 백문호씨의 놀라움은 형언할 수 없이 컸다.

『그렇습니다! 주은몽이 아닙니다. 장님 박영태의 아내 예쁜입니다.』

『엣? 예쁜이?』

방안이 터져나갈 듯한 백문호씨의 고함소리였다.

『아니 예쁜이라니……그게 대체 무슨 말씀……』

그 때 유탐정은 엄숙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백선생 거듭 놀라지 마십시요. ── 주은몽과 예쁜이는 쌍동이 입니다.』

『쌍동이?』

『두 분이 다 백선생의 따님 ── 삼십 년 전 엄여분이가 낳은 따님입니다!』

『오오 ── 주여!』

늙은 백문호씨는 칠흙 같은 얼굴 빛으로 변하면서 두 손을 가슴 앞에 합장하였다.

『이 늙은이에게 무슨 죄가 있기로서니 이런 참혹한 벌을 주십니까?』

유불란은 차마 백문호씨의 그 비참한 얼굴을 볼 수 없어 시선을 임 경부께로 돌렸다.

『어제 아침 × 천읍에서 나는 홍서방의 벙어리 딸과의 필담으로서 이 사실을 알았지요. 쌍동이를 한 집에서 기르면 화가 미친다는 × 천읍의 미신으로 여분의 어머니는 작은딸 예쁜이는 홍서방의 처에게 맡겨서 고향을 떠나 평양에 들어와 살게하고 자기는 큰딸 은몽을 데리고 신의주 주택서의 집에서 길렀던 것입니다. 예쁜이는 홍성방의 딸과 서울 맹아학원에 다니다가 지금의 남편 박영태에게로 시집을 오고……』

『그러면 은몽과 예쁜이를 바꾸어 논 것은 오상억?』

하고 묻는 임경부에게

『그렇습니다. 그리고 예쁜이를 죽인 것도 오상억이지요!』

『음 ── 문학수에게 주홍빛 만또를 씨워놓고 죽인것도 오상억 자신이로군요!』

『물론 그렇습니다. 그 때 임경부께서 이층으로 전화를 받으러 올라간 후에 일어난 일 즉 오상억의 ── 입으로부터 나온 이야기는 전연 거짓말이지요. 아니 거짓말이라는 것 보다도 오상억 자신과 문학수의 입장을 바꾸어서 한 이야깁니다 ── 왜 그러냐하면 나는 그 전날 밤 여행을 떠나면서 임 경부께 전화를 걸어 은몽을 감시하라는 말을 전하는 한편 문학수씨에게도 오상억을 잘 감시하라는 편지를 띄웠지요. 그러니까 생각컨데 문학수씨는 오상억의 신변으로부터 일분 일초도 감시의 눈을 게을리하지 않았을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일 것입니다. 그러면 임경부께서 이층으로 전화를 받으러 올라 간 후, 아랫층 침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그 때 오상억의 입으로부터 나온 이야기를 정반대로 설명하면 그만이지요. 즉 먼저 침실을 나와 현관으로 나가서「스위치」를 끊어 논 것은 문학수씨가 아니고 오상억 자신이었읍니다. 문학수씨는 두말도 할것 없이 곧 오상억의 뒤를 따랐지요. 캄캄한 암흑 ─ 그때는 벌써 오상억의 손에는 권총이 쥐어졌었고 그의 몸에는 해월의 가장이 씨워져 있었읍니다. 오상억은 정원 들창으로 다시 침실을 넘어 들어가 은몽의 가슴에다 칼을 꽂고 다시 현관으로 빠져서 정문 밖까지 문학수를 끌고나와 거기서 따라오는 문학수씨를 쏘았지요. 그리고 자기의

「만또」를 씨워놓고 그의 손에 권총을 쥐어 주었던 것입니다. ── 그러나 그때 침대에 누워 있던 것은 벌써 은몽이가 아니고 예쁜이었지요. ──』

『아 그렇다!』

하고 그 순간 임경부는 고함을 쳤다.

『오상억이 은몽과 예쁜이를 바꾸어 논 것은 그때 였구나! 우리들은 그날 저녁, 삼청동에서 명수대로 옮아 갔는데, 앞선「택시」에는 은몽과 오상억이 타고 뒤의 서용 자동차에는 문학수씨와 내가 탔었지요. 은몽은 삼청동을 떠날 때부터 현기증이 난다고「택시」에 올랐을때에도 오상억의 부축을 받았지요. 그런데 우리들의 자동차가 남대문까지 다달았을 때 공교롭게도 「고 오 · 스톱」의「시그날」로 말미암아 그들의「택시」는 먼저 건너가고 우리는 잠깐동안 정지했다가 다시 따라 갔을 때는 벌써 오상억의 「택시」는 세브란스병원 앞을 스름스름 달리고 있었는데, 은몽과 예쁜이가 바꾸어 진 것은 그 때였군요! 글쎄 거기서 부터 은몽은 현기증이 심하다고 오상억의 어깨에 몸을 기대고 통 눈을 뜬 적이 없었지요.「택시」에서 내릴 때도 오상억이 안고 침실까지 옮겨 놓았읍니다. 음 ──』

임경부는 괘씸한 듯이 양볼을 푸르럭거렸다.

『그렇습니다. 남대문과 세브란스병원 사이에서 오상억은 운전수에게 은몽을 청운정 자하문 고개아래까지 모셔드리라는 말을 남겨 놓고 자기는 「택시」를 내렸지요. 그리고 그때 그 옆을 스름스름 지나가는 다른 「택시」에 올라 탔읍니다 . 그「택시」속에는 은몽과 똑같은 흑장(黑裝)의 양복을 입은 예쁜이가 마취약에 정신을 잃고 쓰려져 있었읍니다. 이것은 은몽의 유서를 보고 알았읍니다만 그 때 그「택시」의 운전수가 싯누런 이빨을 가진 오첨지였지요.』

『뭐, 오첨지?』

그 때까지 정신없이 앉아 있던 백문호씨가 외쳤다.

『네에, 혜성전문학교 교장 황세민씨의 어두운 과거를 미끼로 거머리처럼 따라 다니던 오첨지! 평안북도 S읍에서 백정 노릇을 하던 오만복(吳萬福)!

악마의 제자 오상억의 아버지!』

『오첨지가 오상억의 아버지라고요?』

거듭 놀라는 백문호씨에게

『그렇습니다. 저번날 밤, 백선생에게 그의 이름이 오첨지라는 말을 듣고 혹시 오상억과 무슨 관계가 없는가 하고 곧 오상억의 고향 S읍 주재소에 조회를 하여 보았더니 과연 얼굴에 칼자리가 있고 싯누런 이빨을 가진 오상억의 아버지가 이십 년 전 고향을 떠나 어디론지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는 보고가 있었읍니다.』

『음 ── 그랬던가!』

임경부와 백문호씨는 모두가 꿈과 같은 사실에 그저 경탄의 눈을 부릅 뜰 뿐이었다.

『그런데, 오상억이 은몽의 복수에 같이 참가한 이유는 대체 무엇입니까?

그는 처음부터 은몽과 행동을 같이했다는 말이요?』

하고 임경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을 하였다.

유불란은 잠깐동안 말을 끊고 들창밖을 물끄러미 내다보다가 다시 계속하였다.

『오상억과 은몽의 공범관계(共犯關係)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 거기 대한 나의 추측은 이러했읍니다. 즉 오상억이 × 천 읍으로부터 돌아왔을 때은 몽 자신을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는 눈앞이 아찔해짐을 깨달았읍니다. 왜 그러냐하면 해월이가 × 천읍까지 오상억을 따라 가서 홍서방을 죽이고 오상억을 해하고자 했다는 오상억의 보고에 접한 때문이지요. 오상억이 × 천읍에 갔을 때는 은몽은 임경부의 엄중한 감시 밑에서 한발자욱도 명수대를 떠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나는 굳은 신념을 어디까지든지 버리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동시에 오상억의 보고를 하나의 허위 보고라고 마음 속으로 단정 하였지요. 나는 은몽과 오상억의 공범관계를 그 때에야 비로소 알았읍니다. 백영호씨의 과거를 조사하러 × 천읍 행을 자청한 오상억 ── 그렇습니다. 오상억 이외의 인물이 × 천읍에 가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오상억 자신이 가서 하나의 허위 연극, 허위 보고를 해야 은몽의 신변으로부터 나의 혐의의 눈초리를 떼어 버릴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이튿날 밤, 나를 찾아온 은몽에게 나는 나의 무서운 공상을 말했읍니다. 은몽은 물적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끝끝내 나의 공상을 부정했읍니다. 그리고 정란씨가 삼청동 공원에서 살해를 했다는 전화가 온 것은 바로 그 때였지요. 그 때 은몽은 나를 비웃었읍니다만 나의 신념은 추호도 동요하지 않았읍니다. 그래 나는 곧 관철동 오상억에게 전화를 걸어 그가 집에 있는가 없는가를 알아 보았지요. 그는 집에 있었읍니다. 그러나 그 때는 벌써 정란이가 살해를 당한지 약 십 오분 후였으니까, 십 오분이면 넉넉히 삼청동에서 관철동까지 자동차로 돌아 올 수 있었겠지요.』

유탐정의 설명을 듣고 있던 임경부는

『그러면 백영호씨와 백남수씨를 죽인 것은 은몽의 단독 행위였읍니까?』

『그렇습니다. 오상억이 은몽의 범죄에 가담한 것은 백남수가 살해를 당한 직후였지요.』

『그러면 오상억이가 은몽의 범죄에 가담한 동기는 대체 무엇입니까? 그는 단지 은몽의 미모에 취하여……』

하고 임경부는 연거퍼 물었다.

『물론 그것도 있을 것입니다. 아까 그거「애드바룸」에서 날린 종이조각에 「은 몽아, 잘 있거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것을 보면 은몽에 대한 그의 정열이 얼마나 굳세었던가를 거이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

하고 유탐정은 그 때 의미있는 어조로 말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말하자면 그가 은몽의 범죄에 가담한 동기에 몇 분지 일도 못될 것입니다.

그에게는 실로 웅대한 동기가 있었지요.』

『웅대한 동기?』

하고 반문하는 임경부에게

『그렇습니다! 그가 다만 은몽을 위하여 그 무서운 복수에 가담했으면 거기에는 웬만큼 동정의 여지도 있을법 하지만, 그러나 그에게는 은몽의 복수 행위와는 별개의 동기가 있었던 것입니다!』

『별개의 동기라니요.……정란에게 실연을 당한 분풀이란 말씀이요?』

하고 임경부는 안색을 가다듬었다.

『아, 그러한 감정도 있었을런지 모르지요. 그러나 그러한 동기가 아니고 좀 더 커다란 것 즉 좀 더 악마적인 동기가 숨어 있었읍니다. 임경부! 내가 무슨 목적으로 백남수의 형 ── 팔년 전 실종 선고를 받은 백남철이가 「하르빈」으로 돌아온다는 허의 전보를 쳤는지 임경부께서는 아직 그 이유를 모르시겠습니까?』

하고 시선을 쳐들었다. 그때야 비로소 임경부는 모든 것을 알아차리고

『아, 그랬던가!』

하고 무릎을 치며 외쳤다.

『임경부, 나는 어젯밤 명수대에서 일어난 참극 ── 은몽(그실은 소경인 예쁜이)이가 해월 문학수에게 살해를 당했다는 호외의 기사를 오늘 아침 평양서 보았읍니다만, 나는 그 순간 오상억의 숨은 동기를 알았습니다. ── 즉 은몽이가 오상억에게 보내는 거짓 유서 가운데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지요. 오상억의 은혜에 만분지 일이라도 갚을 생각으로 명수대에 있는 자기 저택을 오상억에게 주고 그 외에도 만일 자기에게 속하는 권리가 있다면 그것을 전부 오상억에게 준다는 유언이었지요.』

(독자여! 다시 한번 은몽의 유서를 읽어보라.)

『음 ── 목적은 싯가 오만원짜리에 지나지 못하는 명수대 저택이 아니고 추상적(抽象的)의 권리양도 ── 즉 미래권양도(未來權讓渡)……』

하고 신음하는 임경부에게

『그렇습니다! 자기에게 속하는 모든 권리를 준다는 것이 중요한 대목이지요. 현재는 오만원짜리 집 한채 밖에 없으나 얼마 후엔 ── 즉 수속만 하면 백만원의 재산이 자기의 손에들어 올터이니 그것을 양도한다는 의미지요. ─』

『음 ── 백영호씨의 백만원이 남수에게로, 남수로부터 정란에게로, 정란으로부터 은몽에게로 굴러 들어오니까 ──』

『그렇지요. 그러니까 여기서 뜻하지 않았던 백남철의 출연으로 말미암아 기득(旣得)의 이권을 손실하게 되는 것은 오상억이지요. 거기서 만일 백남철이 귀향한다는 전보를 치면 오상억이나 혹은 그와 이익을 같이하는 분자가 반드시 백남철이라는 방해물을 없애버리려고 나타날 것을 확신했읍니다.

과연 오상억의 아버지 오첨지가 도중에서 기다리고 있었지요.』

그 때까지 비통한 얼둘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백문호씨가

『유불란씨!』

하고 머리를 들었다.

『유불란씨의 설명으로 모든 의문이 풀렸소만, 단 한가지 나의 입장으로서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 하나 남아 있읍니다!』

『네, 무엇입니까?』

『다른 것이 아니라, 나는 지금 대 자식 은몽에게 대한 나의 감정을 어떻게 처리하여야 할지 모릅니다. 다시 말하면 나는 은몽의 행동을 슬퍼해야 할지 기뻐해야 할지 통 감정의 갈피를 잡을 수가 없읍니다. 아버지의 원수와 어머니의 원수를 갚은 은몽을 그의 동기에 있어서 가상타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수단이 너무나 악착하지 않읍니까? 더구나 자기의 일신을 구하고자 자기의 동생 예쁜이를 희생시켰다는 것은 애비로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유불란씨, 은몽은 은몽으로서의 뜻이 있었을런지 모르거니와 저 눈 못 보는 불쌍한 예쁜이를 생각할 때……』

백문호씨는 말를 채 잇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리는 두 팔을 「테이블」위에 올려 놓았다.

『아, 백선생 그 점에 대해서는 은몽씨 자신이 변명하였읍니다. 이것를 보십시요.』

하고「포켙」에서 묵직한 봉투를 하나 꺼내었다.

『이것은 아까 은몽씨가 숨을 끊으면서 나에게 준 유서올시다. 이것을 보시면 오상억이랑 놈이 얼마나 악착한 인물이란 것을 가이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백문호씨는 유불란의 손으로부터 은몽의 거짓 없는 유서를 받아 들었다.

은몽의 유서는 대단히 길었다. 원고지로 약 삼십 매나 되는 것인데 거기에는 백영호 일가에 대한 자기의 복수의 동기로부터 범죄의 수단 오상억과의 관계, 그리고 유불란의 무서운 추리에 쫓겨 다니던 자기의 공포심이 여자다웁게 섬세하고도「센티멘탈」한 필치로 적혀 있었다.

그러나 필자는 여기서 이 기나 긴 은몽의 유서 전부를 기록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왜냐하면 유서에는 이미 독자제군이 알고 있는 사실과 중복되는 대목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탐정소설가는 결코 필요 이외의 것을 기록해서는 안될뿐만 아니라 탐정소설 애독자는 결코 필요 이외의 것을 알려고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서 필자는 은몽의 기나긴 유서 중에서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대목을 초기(抄記)하여 유탐정의 설명을 보충하는 동시에 독자 여러분의 몇가지 의문을 만족시키고자 한다.

(前略[전략])……그렇습니다. 저번 날밤, 유선생이 저에게 주신 말씀과 같이 저의 범죄 계획에 있어서 가장 두려워 한 것은 유선생이었읍니다. 유 선생의 입으로부터 그 무서운 공상을 들은 순간, 나는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고백하고자 하였읍니다 . 그러나 그 때는 아직 나의 뜻을 채 이루지 못한 때였지요. 정란이가 아직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유선생의 그 예리한 추리 가운데 몇 가지의 착오가 있아오니 그 점을 정정해 드릴 의무가 제게 있다고 생각하옵니다. ── 오상억 변호사가 나와 공범관계를 맺은 것은 백남수 살해 직후 였읍니다. 유선생의 말씀대로 나는 이층 복도에서 남수를

「피스톨」로 쏘고 아랫층 나의 침실로 쫓겨 들어와서 해월의 가장을 벗고 따라 들어오는 오상억에게 해월은 이제 방금 들창을 넘어 정원으로 도망쳤다고 속이었읍니다. 그러나 사실을 알고 보면 그렇지 않았지요.

그 때 나를 따라 내려온 오상억의 달음박질이 예상 외로 빨라서 침실까지는 겨우 붙잡히지않고 쫓겨 들어 왔읍니다. 그러나 해월의 가장을 채 벗어 버리기 전에 오변호사가 따라 들어왔던 것입니다. 아아, 그 순간의 오변호사의 놀란 표정! 뭐라고 외치고자 하는 그의 발밑에 머리를 숙이고 나는 두 선을 합장 하였읍니다.

그것은 두말할 것 없이 나의 일신에 속한 모든 것을 전부 바치겠다는 표적이었읍니다.

그 때는 벌써 현관으로 돌아나간 유선생의 발자욱 소리가 들창 밖에서 들려 왔을 때지요.

오상억의 두 눈동자가 번쩍 빛났읍니다. 그는 부리나케 들창으로 뛰어가 상반신을 내밀고 유선생을 맞이하면서 해월은 들창을 넘어 도망했다고 거짓말을 하였읍니다. 그러나 아아, 그 순간부터 나는 뱀 앞에 개구리 모양으로 그를 대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던 것입니다.

오상억은 나에게 있어서 절대적인 권력자였지요……(中略[중략])…… 이렇게 그 때 저를 구해준 그의 호의를 처음에는 저에게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 했읍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애정문제 보다도 더 심각한 목적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백씨일가의 전멸과 함께 나의 수중으로 들어올 백만원 재산을 겨누고 있었읍니다. 그리고 그는 자기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수단을 가리지 않았읍니다. 유선생이 나를 가르쳐 해월이라고 무서운 단정을 내리던 이튿날, 악마 오상억과 나 사이에는 하나의 이상한 계약이 체결 되었읍니다 ── 즉 그가 나의 목숨을 구해주는 대신 나는 나에게 장차 굴러 들어올 백만 원을 그에게 양도한다는 유언을 하라는 것이었지요. 그것은 절대적인 명령이었습니다. 그는 아무것도 묻지 말고 자기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中略[중략])…… (여기에 그날 저녁 삼청동에서 명수대로 옮아 가다가 남대문을 지나서 예쁜이와 바꾼 광경이 상세히 적혀 있다.)…… 이리하여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오상억이가 하라는대로 자하문 고갯턱에서 자동차를 내려 양장을 벗어 버리고 오상억이 싯누런 이빨을 가진 무서운 사나이의 손으로부터 받아 주는 보따리에서 시골 부인네 의복 한벌을 꺼내어 입고 홍제리 박영태라는 장님의 집으로 가서 그의 아내 예쁜이라는 소경 노릇을 하면 된다고 하면서 예쁜이의 성질과 일상생활에 대한 지식을 상세히 가르쳐 주었읍니다 .……(中略[중략]……이리하여 저는 어젯밤에 이곳으로 왔읍니다. 그리고 백만원이 오상억의 손으로 들어간 후에 둘이서 상해로 도망하자는 것이었읍니다. 유선생! 저에게는 지금 생에 대한 애착이 손톱 만큼도 없읍니다. 처음에 오상억을 유혹한 것은 사실이오나 그것은 단지 그의 탐정안(探偵眼)을 무서워 하였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지금 독약 ×× 가 준비되어 있읍니다. 이것을 한방울 마시면 죄 많은 저의 일생은 순식간에 청산될 것입니다. 그러나 죽기 전에 단 한가지 유선생께 여쭐 말씀은 청년화가 김수일씨는 저의 영원한 애인이었었다는 한마디 입니다. 저는 탐정 유불란을 미워했으나 화가 김수일을 미워하지 않았읍니다. ……(下略[하략])

『그만했으면 오상억이라는 인물이 얼마나 악착한 놈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았을 줄 믿습니다. ──』

하고 유불란은 임경부와 백문호씨를 쳐다보았다.

『오상억은 예쁜이와 은몽이가 쌍둥이라는 사실을 끝끝내 은몽에게 알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은몽은 단지 기계처럼 그의 명령대로 움직였을 따름이지요.』

『으흠 ──』

하고 백문호씨는 그 참혹한 사실에 전신을 부들부들 떨 뿐이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 언제부터 오첨지가 자기 아들 오상억의 범죄에 가담했는지, 그것은 있더라도 오첨지를 취조하면 알 것입니다. ──』

하고 유불란은 백문호씨의 눈물어린 얼굴을 빤히 쳐다 보면서

『그것은 여하간, 백선생 ── 즉 황세민씨와 백영호씨의 관계를 잘 알고 있는 오첨지니까 오상억도 물론 황선생이 백영호의 사촌형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은몽에게 그런 말을 꿈에도 하지 않았지요. ── 지금까지 백영호의 손에 죽었다고만 믿고 있던 자기 아버지가 살아 있다는 사실를 알게되면 ──』

『은몽은 복수행위를 중지한다는 말씀이지요?』

하는 임경부의 말에

『그렇지요! 그렇게 되면 백만원이 자기 수중으로 굴러 들지는 않을 테니까.』

유불란은 붙여 물었던 담배을 재털이에 던지고나서 침울한 얼굴로 잠깐 동안 잠자코 앉았다가

『임경부!』

하고 부르면서 의자에서 힘차게 몸을 일으켰다.

『이번 사건은 나에게 가장 귀중한 교훈을 가르쳐 주었읍니다. 나에게는 탐정의 소질이 없는 것을 가르쳐 주었읍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결코 슬퍼하지 않읍니다. 이후에는 절대로 범죄사건에 손을 대지 않겠다는 것을 나는 이 자리에서 임경부께 성명합니다. 탐정의 혈관(血管)에는 피가 순환하여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나는 비로서 깨달은 때문입니다. 탐정의 혈관에는 강철(鋼鐵)이 돌아야 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