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가/만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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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뭉치처럼 머리가 무거우냐?
사방을 에워싼 어둔 방안의 멀미냐?
그믐밤보다도 어둡고 슬픈 대낮이냐?
이 세상이 질퍽거리는 흙탕물을 먹었느냐?

바램(希望[희망])은 목놓아 울고
괴롬은 오도도 떠느냐?

옻빛처럼 캄캄한 어둠의 테 속 ─
떨어진 이불 속에 흐느끼는 패부야
먼지 낀 선반 위에 잠자는 굴욕아
化石[화석]처럼 너는 굳어서 뻐드러졌느냐?

그래도, 흰 깃발은 차마 못들어
검정 보자기로 깃폭을 만들고 싶으냐?

검정 깃발이 까마귀 울음을 부르는 밤
죽음을 외우는 목청은 찢어질 것을…

아아, 어디서 우느냐?
미친 듯 노하여 울부짖는 종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