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가/만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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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린 고양이의 마음이로다
娼窟[창굴]의 대낮 같은 고달픔이로다

무엇이고 누구임을
가리지 않고 고대하는 마음…

그것도 가릴 때가 아님을 아노니
아아, 오려므나, 바람처럼 가볍게
걷잡을 수 없는 미친 마음의 품안으로 ─

기다리는 마음의 안
두 눈알로 몰려들면

가슴은 북처럼 울고
코는 피리처럼 떨도다

얼마나 커단 뜻이기에
얼마나 참을 수 없는 바램이기에
이리도 무섭게 지랄치는 마음이냐?

─ 고기에 미친 野獸[야수]로다!

무덤보다도 괴로운 삶의 몸둥아리를
피를 좋아하는 胡鳥[호조]의 주둥아리가
멀미나도록 파먹고 내버렸느니

끈적거리는 삶의 城砦[성채]여

…梧桐馬車[오동마차]에 태워
응달진 墓穴[묘혈]로 휘몰아 보낼까 보다

천 길 벼랑 아래로, 멱살을 부여잡아
輓歌[만가]와 함께 던져버릴까 보다

아하!
통곡하는 대지 ─

불꽃아!
광란아!
공소야!
곤두 재주야!

주린 고양이처럼
지향없이 싸대는 마음의 한복판에서
꽝 소리가 저절로 터져나올 때,
기울이고 엿듣던 귓청은 찢어지거라

그 때 ─
대지의 한 끝으로부터
나무가 거꾸러지고
집채가 뒤덮치고
온 땅덩이의 사개가 뒤틀릴 때,

미쳤던 마음은
기쁨의 들창을 열어제치고
하하하 손벽치며 웃어주리로다

오오, 벌거숭이 같은 의욕아!
삶의 손아귀에서 낡은 질서를 빼앗고
낯선 狂想曲[광상곡]을 읊어주는 네 魔性[마성]을
나는 연인처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