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가/LA PAL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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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찬 제비로다

이렇게 말해봐도 시원치 않다
죄스러울 듯 귀여운 그 모양

이무기처럼 징그럽도다
고운 눈초리

앵두처럼 새빨갛도다
기름진 입술

능금처럼 먹고 싶도다
뜨거운 볼따구니

박꽃인 양 하얗도다
벌어진 이빨

버들인 양 하늘거리도다
호촐대는 허릿통

제비인 양 날아갈 듯
날씬한 몸 맵시로다

두 손으로 턱을 고이고 말없이 앉아
무서운 듯 어여쁜 그 모양을 쏘아볼 때
빵긋 웃는 백합꽃이 송이송이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