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두꺼비
지금으로부터 한 삼십 년 전 일입니다. 서울 새문 밖 어떤 능에서 제사 때에 쓰는, 은으로 만든 제사 그릇 여섯 개를 잃어버렸습니다.
“큰일 났다!”
하고 그 능에 드나드는 사람마다 얼굴빛이 변하여 어쩌나 어쩌나 하고 걱정 걱정하지마는 그 중에도 능참봉은 자기에게 책임이 있는 일이라 걱정과 근심이 대단하여 병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암만해도 이 능에 드나드는 사람이 집어 간 것이지, 딴 사람이야 어떻게 집어 갔을 리가 있나…….’ 하는 생각은 누구나 다 마찬가지었으나, 자기들 중에 누가 ‘내가 집어 갔습니다.’ 하고 자백하는 사람은 도무지 없고, 나중에는 능에 드나드는 사람의 집집을 모조리 뒤져 보았으나, 그래도 그릇은 나오지 않아서 인제는 도저히 찾아낼 도리가 없었습니다.
하루는 앓아 누웠던 참봉이 벌떡 일어나 어디인지 갔다가 저녁때에야 돌아 오더니, 오는 길로 능 안에 드나드는 모든 사람을 불러 모았습니다. ‘무슨 일일까? 무슨 일일까’ 하고 눈이 둥글하여 모여 가서 앉았으니까,
“여보게, 오늘 내가 성 안에 갔다가 신통한 것을 얻어 가지고 왔네.”
하므로 점점 더 이상하게들 생각했습니다.
“다른 것이 아니라 산 두꺼비 한 마리를 가지고 왔는데, 이 두꺼비는 몹시 영특한 두꺼비여서 죄진 사람을 보면 그 손가락을 꽉 문다네……. 그래 무엇이든지 잃어버린 것이 있으면 그 두꺼비가 꼭꼭 집어 간 사람을 아르켜 낸다네그려. 그래 내가 그것을 오늘 하루만 빌려 달라고 하여 간신이 얻어 가지고 왔으니, 오늘 밤에 저녁 먹고 이 방으로 다 모이게. 그래서 이번은 그릇을 집어 간 사람이 우리들 중에 있는지 없는지 시험해 보세. 그래야 우리들 마음이 편하지 않겠나.”
여러 사람들은 이 때까지, ‘저놈이 집어가지 않았을까?’ 하고 서로 서로 의심하고 또 의심받고 지내던 판이라, 마음이 껄끔한 판에 잘 되었다 생각하고 모두 두말없이 저녁 먹고 모이기로 하였습니다.
그 날 밤이 되었습니다. 모두들 모여서 쭉 둘러 앉았습니다.
참봉은 방의 불을 끄고 컴컴한 방 한복판에 큰 동이(물그릇)를 갖다 놓고,
“자아, 이 가운데 동이에 물을 부어다 놓았습니다. 이 동이 물 속에 그 두꺼비가 들어 있으니, 차례차례 이 동이의 물 속에 손가락 하나씩 넣어 보십시다. 물리지 않으면 좋고, 물리는 사람이 있으면 그이가 집어 간 것이니까요……. 자아, 내가 먼저 넣어 보리다.”
참봉은 자기 손가락을 먼저 물 속에 넣어 놓고,
“자아, 내 다음 문선이 자네가 넣어 보게.”
“네, 넣었습니다.”
“그럼, 그 다음 성팔이 자네 넣게.”
“네, 넣었습니다. 물지 않습니다.”
“그럼, 또 그 다음 아무개.”
이렇게 어두운 방 속에서 참봉이가 이름을 부르는 대로 차례차례 손가락을 넣고 하여, 쭈욱 돌아가면서 모두 한 손가락씩 물 속에 잠그고 앉았습니다.
모두들 가슴이 두근두근하였습니다. 혹시 두꺼비란 놈이 까닭 없이 내 손가락을 물면 도적 누명을 쓰겠으니까, 공연히 겁이 나서 두근두근하고 앉았습니다.
“모두들 넣었나? 안 넣은 사람 없나?”
“네, 모두 넣었습니다.”
“그런데, ‘아얏’ 소리가 나지 않으니 아무도 물리는 사람이 없는 모양일세 그려……. 그럼 우리들 중에 집어가지 않은 것이 분명하니, 마음이 우선 시원하이…….”
하고 다시 말을 이어,
“인제 그만 다 손을 빼고 불을 켜게.”
명령이 내리니까 일제히 손가락을 빼고, 한 사람이 등잔에 불을 켜 놓았습니다.
동이의 물은 그냥 물이 아니라 물감을 풀어 놓아 파란 물이었으므로 물에 넣었던 손가락 하나씩이 모두 새파랗게 물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참봉이 눈치 빠르게 살펴보니까, 그 중에 단 한 사람이 아무 손가락도 파랗지 않은 사람이 있으므로, 그 사람을 넌지시 쿡 찔러 다른 방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자네가 동이에 손을 넣지 않고 손가락에 침칠만 하였네그려……. 인제는 더 속이지 말고 다른 사람들이 더 알기 전에 넌지시 오늘 밤에 그릇을 가져 오게. 아무도 모르게 넌지시 가져오게…….”
하니까, 그 사람이 하는 수 없이 자기가 집어다가 연못가 버드나무 밑 땅 속에 감춘 것을 일일이 자백하였습니다.
그 사람은 두꺼비에게 물릴까 봐 겁이 나서, 방 속이 어두운 것을 다행히 여기고 손을 물에 넣지 않고, 입에다 넣어 침칠만 하여 적시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참봉은 미리 그러려니 하고, 물에 파랑 물감을 풀고, 불을 꺼서 어둡게 하였던 것입니다.
물론 동이 속에는 두꺼비는 커녕 개구리 새끼도 없는, 빈 동이인데 참봉이 부러 거짓말로 두꺼비가 있다고 속인 것입니다.
이렇게 묘하고 능청한 참봉이 계교로 도둑을 알아내고 또 남들이 모르게 누가 도둑하였던 것을 모르게 하고, 그 그릇을 잘 찾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