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로 묵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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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묵시는 언제 이루어졌던가? 테오도시우스 아우구스투스 2세와 치네지우스가 집정관이던 시절, 타르수스에 있는 바오로의 집에 어느 귀족이 살고 있었다. 밤에 천사가 나타나서 이것을 계시하고는, 그에게 집의 기초를 파서 거기서 발견하는 것을 출판하라고 말했다. 그는 그것이 꿈이라고 생각했다.
- 그러나 천사가 세 번이나 와서 그를 때리고 집의 기초를 강제로 파게 했다. 그는 집의 기초를 파고들어가서 옆에 문자가 새겨진 대리석 상자를 발견했는데, 그 안에는 바오로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할 때 신었던 신발과 그의 묵시록이 들어 있었다. 그는 상자를 열기가 두려워서 재판관 앞으로 가져갔다. 납으로 봉인된 그 상자를 받아든 재판관은 그 안에 다른 것이 들어 있을까 염려해서 그것을 테오도시우스 황제에게 보냈다. 황제가 받아서 열고 바오로의 묵시록을 발견했으며, 원본은 자기가 보관하고 필사본 한 부를 예루살렘에 보냈다.
- 내가 살아 있을 때 세 번째 하늘로 운반되었고, 그때 주님의 말씀이 나에게 와서 “백성들에게 가서 ‘언제까지 너희는 계명을 어기고 죄에 죄를 거듭하며, 너희를 창조한 주님을 시험할 작정이냐? 너희는 하느님의 아들들인에도 세상의 어려움 때문에,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 안에서 악마의 일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다른 모든 피조물이 하느님을 섬기고 있는 반면, 오로지 사람들만이 죄를 짓고 있다는 것을 알고 또 기억하라. 사람들은 모든 만물을 지배하면서도 다른 만물들보다 더 많은 죄를 짓는다.’고 말하라.”라고 지시했다.
- 사실 위대한 빛인 해가 자주 하느님께 “저는 사람들의 불경과 불의를 내려다봅니다. 제 힘이 닿는 데까지 그들을 혼내주어 오로지 당신 홀로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깨닫게 만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 “나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그들이 회개하고 돌아올 때까지 참아주는 것이다. 나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면 모두 심판할 것이다.”라고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 달과 별들이 때로는 하느님께 “사람들이 불경죄, 간음, 살인을 저지르는 것을 저희가 봅니다.”라고 말했다.
- 바다와 파도들이 자주 주님께 “사람들이 당신의 거룩한 이름을 더럽히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땅은 자주 주님께 “사람들의 간음, 간통, 살인, 절도, 위증, 마술, 각종 악행을 제가 지원함으로써 가장 심한 손해를 봅니다.”라고 말했다.
- 사람의 아들들아, 만물이 하느님께 복종하는데 사람들만이 홀로 죄를 짓는다. 그러므로 날마다, 시간마다, 특히 해가 진 뒤에 끊임없이 하느님을 찬미하라. 남녀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그를 보호하고 보존하는 천사가 각각 지정되어 있는데, 밤이 되자마자 그 천사들이 모두 하느님께 올라가서 각 사람의 선행과 악행을 보고하기 때문이다.
- 그 천사가 나에게 “나를 따라오너라. 정의로운 사람들이 죽은 뒤에 인도되는 곳을 보여준 다음에, 죄인들의 영혼이 죽은 뒤에 어떤 곳으로 끌려가는지도 보여주겠다.”라고 말했다. 그가 나를 하늘나라오 이끌고 들어갈 때, 내가 하늘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거기에는 권력이 있고,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내려서 속이는 망각이 있고, 정신을 분산시키는 악마, 간음의 악마, 광증의 악마, 무례함의 악마, 모든 사악함의 악마들이 있었다. 다시금 돌아다보니 하늘 아래 무자비하고 광증으로 가득 차고 이빨을 입술 바깥으로 내뻗은 천사들이 있었다. 그들의 눈은 동쪽의 샛별처럼 빛나고, 머리카락과 입에서 불꽃이 튀어나왔다. 그들이 누구인지 천사에게 물어보자, 그는 “주님의 도움을 믿지도 희망하지도 않는 불경한 무리의 영혼들에게 지정된 천사들이다.”라고 대답했다.
- 눈을 높이 들자 얼굴이 해처럼 빛나고, 허리에 황금 띠를 둘렀으며, 종려나무 가지와 하느님의 징표를 손에 들고, 하느님의 아드님의 이름이 적힌 옷을 입은 천사들을 보았다. 그들은 양순함과 자비로 충만했다. 안내하는 천사는 그들이 정의로운 사람들의 영혼을 인도하여 하늘로 올라가도록 지정된 천사들이라고 대답했다.
- 나는 “세상을 떠나가는 정의로운 사람들과 불경한 사람들의 영혼을 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천사가 “지상을 내려다보아라.”라고 대답했다. 하늘에서 온 세상을 내려다보자 세상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보였고, 사람의 아들들도 보잘것 없고 쇠약해지는 것을 보았다. 적지 않게 놀라서 내가 “사람의 위대함이란 고작 저런 정도입니까?”라고 물었다. 천사는 “그렇다. 그리고 바로 저 사람들이 아침부터 밤까지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불타는 거대한 구름이 온 세상을 뒤덮는 것을 보고 저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천사는 “죄인들의 두목들이 일으키는 불의가 바로 저것이다.”라고 대답했다.
- 그 말에 나는 한숨을 내쉬고 울었다. 나는 정의로운 사람들과 불경한 사람들의 영혼이 어떻게 육체를 떠나가는지 보고 싶다고 말했다. 천사는 다시 세상을 내려다보라고 말했다. 그때 마침 죽어가는 사람을 발견했다. 천사는 그가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불경스러운 악마와 거룩한 천사가 그를 지켜보고 있는데, 불경스러운 악마는 그 사람 안에서 살 곳을 찾지 못했다. 거룩한 천사들이 그의 영혼을 장악해서 영혼이 육체를 빠져나갈 때까지 인도하는데, 그 영혼을 흔들어 깨우면서 “영혼아, 부활 날에 네가 이 육체로 돌아가서 정의로운 사람에게 약속된 모든 것을 받아야만 하니까, 네가 떠나가는 이 육체를 잘 기억해두어라.”라고 말했다. 영혼을 받아낸 뒤에 천사들이 즉시 그 영혼을 친구처럼 입맞춤하고 “영혼아, 용기를 내어라. 너는 지상에 있을 때 하느님의 뜻을 잘 실행했다.”라고 말했다. 그를 매일 지켜보던 천사가 와서 “나는 너의 모든 일을 있는 그대로 하느님께 보고했다.”라고 기쁜 표정으로 환영했다. 이어서 미카엘과 하늘의 모든 천사가 그를 환영했다. 하느님께서 미카엘에게 그를 낙원으로 데리고 들어가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수십만 명의 천사와 대천사, 커룹과 스물네 명의 원로들이 주님을 찬미하는 소리를 들었다.
- 불경스러운 사람은 밤낮으로 주님을 슬프게 하고 “나는 먹고 마시고 이 세상의 것을 즐기는 일밖에는 다른 것은 전혀 모른다. 지옥에 내려갔다가 올라와서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선언한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말했다. 심판을 받으러 육체에서 끌려나온 그의 영혼은 “나는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더 나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거룩한 천사들이 그의 영혼 안에서 살 곳을 발견하지 못했고, 사악한 천사들이 그를 저주하고, 육체에서 끌어낸 뒤에 세 번이나 “네가 떠나는 이 육체를 잘 기억해두어라. 부활의 날에 여기 돌아와서 너의 모든 죄와 불경함에 대해서 벌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수호천사가 그의 앞을 걸어가서 “저주받은 영혼아, 나는 너의 악행을 날마다 주님께 보고한 너의 수호천사다. 너는 회개의 시간을 모두 놓쳐버렸다.”라고 말했다. 그가 하늘나라에 도착하자 수십만 명의 천사들이 한 목소리로 그의 수호천사에게 “저런 영혼은 우리가 있는 곳에서 추방하자. 그가 들어오자 악취가 퍼져서 우리마저 곤란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하느님 앞에서 아무 말도 못했다. 하느님께서는 그를 형벌을 담당한 천사 타르타루코스에게 넘겼다.
- 두 천사들에게 이끌린 채 울면서 오는 영혼을 보았다. 그는 육체를 떠난 지 칠일이 지났는데 자기도 모르는 곳으로 왔다고 주님께 말했다. 그리고 자기는 죄를 짓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님께서 그의 수호천사를 부르시어 그가 죽지 오년 전에 회개했다면 나머지를 다 용서해주겠다고 말씀하셨다. 죄인의 영혼은 일년 전에 지은 살인죄와 간통죄를 고백했다. 그래서 처벌을 담당하는 타르타루스에게 넘겨졌다.
- 천사가 나를 인도하여 정의로운 사람들이 사는 세 번째 하늘의 입구로 갔다. 그 문은 황금으로 만들었고, 문 위의 두 황금 기둥에는 황금 글씨가 적혀 있었다. 천사가 나에게 “이 문은 모든 일에 있어서 착하고 순결한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으니, 네가 들어간다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이것저것 일일이 물어보았는데, 천사는 탁자들 위에 새겨진 글씨가 지상에 살면서 진심으로 하느님을 섬긴 정의로운 사람들의 이름이라고 가르쳐주었다. 정의로운 사람들은 그 이름뿐 아니라 얼굴과 모습까지도 하늘에 기록되고 천사들에게 알려져 있다고 했다.
- 낙원의 문으로 들어간 뒤에 나는 한 노인을 만났는데, 그는 나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바오로여, 환영합니다.”라고 인사했다. 그리고 그는 주님의 좋은 것을 많이 준비해두었지만, 그것을 받는 사람의 숫자가 너무 적어서 자기는 슬프다고 말하고 울었다. 천사는 그가 정의로움의 기록자인 에녹이라고 내게 가르쳐주었다. 이어서 엘리야를 만났다. 그도 역시 하느님의 상을 받는 사람이 한둘에 불과하다며 울었다.
- 천사는 나에게 “여기서 내가 보여주는 것을 지상의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라.”라고 말했다. 나는 사람이 입으로 말해서는 안 되는 그런 비밀의 말들을 들었다. 천사는 나를 세 번째 하늘에서 두 번째 하늘로 인도했다. 그리고 궁륭을 거쳐서 하늘의 문으로 갔다. 그 문의 기초는 지상 전체에 물을 대주는 강물 위에 놓여 있었다. 그 강이 무슨 강이냐고 묻자, 천사는 강이 아니라 바다라고 대답했다. 갑자기 내가 하늘 밖으로 나갔다. 그래서 그 강물이 지상 전체를 비추는 하늘의 빛이라고 깨달았다. 그 땅은 순은보다 일곱 배다 더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사는 그 땅이 약속의 땅이라고 말했다. 양순한 사람들의 영혼은 육체를 떠나면 잠시 그 땅으로 인도되어 머문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다스리기 위해서 다시 오실 때, 하느님의 판결로 최초의 땅이 없어지고, 이 약속의 땅이 드러날 것이다. 이 땅은 마치 이슬이나 구름처럼 보일 것이고, 영원한 임금님이시고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셔서 모든 성인과 함께 여기서 기거하시며, 천년을 지배하실 것이다. 그들은 내가 너에게 지금부터 보여줄 좋은 것을 먹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 사방을 둘러보니 거기 우유와 꿀이 흐르는 강이 보였다. 강의 양쪽 둑에는 열매를 가득 맺은 나무들이 늘어서 있었다. 나무 한 그루마다 매년 열두 개의 다양한 과일이 열렸다. 10큐빗 또는 20큐벳이 되는 종려나무들도 있었다. 뿌리에서부터 꼭대기까지 수십만 개의 열매로 가득 찬 나무들도 있었다. 한 그루에 천만 개의 포도송이가 열리는 그런 포도나무도 일만 그루나 되었다. 그리고 다른 나무들은 각각 열매가 천 개씩 달렸다. 천사는 우유보다 더 하얀 물이 흐르는 아케루시아 호수로 데리고 갔다. 그 호수에는 그리스도의 도시가 있었는데, 아무나 거기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 도시를 거쳐서 하느님께 도달하기 때문이다. 우상을 숭배하던 사람이 회개하고 개종하여 선행으로 그 회개를 증명하는 경우에, 그의 영혼은 미카엘 대천사에게 넘겨졌다. 그리고 미카엘은 아케루시아 호수에서 그에게 세례를 준 뒤에 그리스도의 도시로 인도했다.
- 천사가 아케루시아 호수 위에 서 있으면서 나를 황금으로 만든 배에 태웠다. 내가 그리스도의 도시에 도착할 때까지 삼천 명의 천사들이 앞장서서 찬미가를 불렀다. 나는 그 도시로 들어갔는데, 모든 것이 황금으로 되어 있었다. 성벽이 열두 겹으로 둘러싸고, 안쪽에 열두 개의 탑이 솟았다. 아름답고 거대한 성문이 열두 개나 되고, 네 줄기의 강이 성을 둘러쌌다. 네 줄기의 강에는 각각 꿀과 우유, 포도주, 기름이 흘렀는데, 그 명칭은 꿀의 강은 피손, 우유의 강은 유프라테스, 기름의 강은 기온, 포도주의 강은 티그리스였다.
- 성문 앞에는 거대한 나무들이 있는데, 열매는 없고 입사귀만 무성했다. 그 아래 몇몇 사람이 앉아서 성에 들어가는 사람만 보면 슬프게 탄식했다. 그들은 밤낮으로 단식을 했지만, 마음이 교만하고 이웃을 위해서 선행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천사는 “교만은 모든 악의 근원이다.”라고 말했다.
- 꿀의 강에 이르러 나는 이사야, 예레미야, 에제키엘, 아모스, 미카, 즈카르야, 그리고 크고 작은 예언자들을 보았다. 그곳에는 예언자들의 길이 있는데, 하느님을 위해서 자기 뜻을 버리고 영혼의 괴로움을 당한 사람들이 오는 곳이었다.
- 우유의 강에서는 그리스도의 이름 때문에 헤로데가 살해한 모든 어린아이를 보았다. 그곳은 순결과 순수를 보존한 사람들이 오는 곳이었다.
- 북쪽에 있는 포도주의 강에서 나는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과 다른 성인들을 보았다. 거기는 나그네와 외국인과 순례자들에게 친절을 베푼 사람들이 오는 곳이었다.
- 동쪽에 위치한 기름의 강에서 나는 기뻐하면서 시편을 노래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진심으로 하느님께 바쳤고, 오만한 마음은 품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 나는 열두 개의 성벽 근처의 도시 한가운데로 인도되었다. 성벽들의 높이가 다르고 그 영광이 차이가 나서 이유를 물었다. 천사는 첫 번째 성벽보다 두 번째 성벽이 높고, 그런 식으로 해서 열두 번째 성벽이 가장 높다고 대답했다. 천사는 “누구든지 마음속에 비방, 질투, 오만을 조금이라도 품는다면, 그의 영광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라고 말했다. 성문바다 황금 의자들이 놓였고, 그 위에 황금 왕관을 쓰고 보석들로 장식한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열두 명 사이로 안을 들여다보자, 거기에는 더욱 영광스러운 황금 의자가 놓여 있었다. 그들은 성경이나 시편을 공부하지도 못한 무식한 사람들이지만, 진심으로 주님의 계명을 지키고, 그리스도 때문에 스스로 어리석은 사람이 된 그런 사람들이었다. 도시 한가운데 대단히 높은 제단이 놓였고, 그 옆에는 얼굴이 해처럼 빛나는 사람이 서서 하프를 연주하면서 “알렐루야!”라고 노래했다. 그의 목소리가 온 도시를 뒤흔들었다. 탑과 성문에 있던 사람들이 “알렐루야!”라고 응답했는데, 그 소리에 도시의 기초가 흔들렸다. 제단 옆에 서 있는 사람은 다윗 임금이었다. 알렐루야의 의미를 묻자, 천사는 그것이 하느님과 천사들이 사용하는 언어인 히브리어로 “우리는 모두 함께 그를 축복하자.”라는 뜻이라고 설명해주었다.
- 우리는 그 도시를 벗어나 나무들 사이를 통과했고, 우유와 꿀의 강을 건넜다. 그리고 하늘의 기초를 받쳐주는 바다도 건너갔다. 천사는 나를 해가 지는 곳으로 인도했는데, 거기서 나는 하늘이 거대한 강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알았다. 천사는 그 강이 지상의 세계를 둘러싸는 바다라고 말했다. 그 바다가 끝나는 바깥쪽을 바라보니 암흑과 슬픔이 가득 차 있어서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거기 불타는 강이 보였는데, 무수한 남녀가 강에 들어가 사람에 따라서 무릎까지, 또는 배꼽까지, 입술까지, 눈썹까지 잠겨 있었다. 천사는 그들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아서, 정의로운 사람들이나 하느님을 모독하는 무리에도 끼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무릎까지 빠진 사람들은 교회 문을 나선 뒤에 쓸데없는 논쟁을 일삼았고, 배꼽까지 잠긴 사람들은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신 뒤에 나가서 간음하고 죽을 때까지 계속 죄를 지었고, 입술까지 잠긴 사람들은 교회에 모여서 서로 비방했고, 눈썹까지 잠긴 사람들은 이웃을 해치려고 서로 음모하고 공모한 사람들이었다.
- 북쪽에는 각종 형벌로 신음하는 무수한 남녀가 보였다. 그곳으로 불의 강이 흘러들어갔다. 거기 삼천 큐빗이나 되는 엄청나게 깊은 구덩이 속에 많은 영혼이 갇혀서 신음하고 통곡하고 있었다. 그들은 주님께 희망을 두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나는 삼십 또는 사십 세대가 지나면 구덩이가 좁아져서 더욱 깊이 파야 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천사는, 그 심연은 바닥이 없기 때문에 얼마든지 영혼을 처넣을 수가 있다고 대답했다. 거기 들어간 영혼은 오십년이 지나도 밑바닥에 닿을 수가 없었다.
- 불의 강에서 타르타루키아의 천사들이 갈고리가 셋 달린 쇠작살을 가지고 한 노인의 배를 찌르는 장면을 보았다. 천사는, 그 노인은 원로였는데 자기 직책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먹고 마시기만 하고, 간음한 뒤에 주님의 제대에 제물을 봉헌했다고 말했다.
-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처벌의 천사들이 한 노인을 불의 강으로 사정없이 밀쳐넣어 무릎까지 빠지게 하고, 얼굴을 돌로 마구 때려 상처를 입혔으며,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라는 말조차 하지 못하게 했다. 천사는, 그 노인이 주교였는데 자기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고, 주님을 증거하지도 않았으며, 정의로운 판결을 내리지 않았고, 과부와 고아들을 돌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불의 강에 무릎까지 빠진 사람이 피가 흐르는 팔을 뻗치고 있는데, 그의 입과 콧구멍에서 구더기들이 기어나왔다. 그는 자기가 가장 참혹한 형벌을 받고 있다고 소리치면서 울었다. 천사는, 그가 부제였는데 주님의 성체를 모신 뒤에 간음했고, 올바른 삶을 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 옆에 무릎까지 빠진 사람의 입술과 혀를 천사들이 불타는 면도날로 잘라냈다. 그는 신자들에게 성경을 낭독해주던 봉독자인데, 정작 자신은 주님의 계명을 지키지 않았다고 천사가 말했다.
- 그곳에는 다른 구덩이들이 많았고, 그 한가운데에 무수한 남녀로 가득 찬 강이 흐르고, 구더기들이 그들을 갉아먹었다. 그들은 이자의 이자를 받아먹었고, 돈을 섬겼으며, 하느님께 희망을 걸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벽처럼 좁게 생긴 곳이 보였는데, 그곳은 불로 둘러싸여 있었다. 무수한 남녀가 자기 혀를 씹어먹고 있었다. 그들은 교회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기는커녕 하느님과 그 말씀과 천사들을 비난하고 무시한 사람들이었다.
- 어느 구덩이 속에는 피로 가득 찬 웅덩이가 있었다. 천사는 모든 형벌이 흘러모이는 그 구덩이 속에서 입술까지 잠겨 있는 남녀들은 마술사와 마녀들이라고 설명했다. 불구덩이 속의 얼굴이 시커먼 남녀들을 보았는데, 그들은 간음과 간통죄를 지은 사람들이었다.
- 무시무시한 네 명의 천사가 검은 옷을 입은 여자들 목에 불타는 쇠사슬을 걸고 암흑 속으로 끌고갔다. 그들은 부모 몰래 처녀성을 더럽힌 처녀들이었다. 그곳에는 두 손이 잘린 채 얼음과 논 위에 맨발을 내놓고, 구더기에게 잡아먹히는 남녀들이 있었다. 그들은 고아와 과부들과 가난한 사람들을 해치고, 주님께 희망을 걸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시냇물 위에 매달린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의 혀는 말라붙어 있었다. 그들의 눈앞에는 무수한 과일이 놓여 있었지만, 하나도 먹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단식을 지정한 시간까지 다 수행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나는 또한 불타는 강 위에 눈썹과 머리카락에 매달린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창녀들과 놀아난 사람들이었다. 흙은 뒤집어쓴 채 피처럼 시뻘건 얼굴로 불의 강 속의 역청과 유황 구덩이 속에 들어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남자끼리 혹은 여자끼리, 소돔과 고모라의 죄를 지은 사람들이었다. 찬란한 옷을 입었지만 눈이 먼 채 구덩이에 들어 있는 남녀들을 보았다. 그들은 자선을 베풀었지만 주님을 모르는 이교도들이었다. 불기둥 위에 있는 남녀들을 야수들이 갈가리 찢어버리는 장면도 보았다. 그 여자들은 자기 뱃속의 태아를 낙태시켰고, 남자들은 그 여자들과 잠자리를 같이 한 사람들이라고 천사가 말했다. 그리고 태아들이 주님께 자신들의 복수를 해달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불타는 역청과 유황이 발린 누더기를 걸친 남녀들을 용들이 그 목과 어깨와 다리를 칭칭 감았다. 천사들이 불타는 쇠뿔로 그들을 마구 때리고 콧구멍을 막았다. 그들은 세상을 버렸다고 말했으면서도 사랑의 만찬을 베풀지 않았고, 고아와 과부, 나그네와 손례자를 돕지 않았고, 제물도 바치지 않았으며, 이웃을 돕지도 않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또한 속세의 일에 몰두하여 기도도 안 하고, 올바른 생활도 하지 않았다. 나는 “사람들은 재앙을 받았다! 죄인들은 재앙을 받았다! 그들은 왜 태어났던가!”라고 말하면서 한탄했다.
- 천사가 나를 북쪽에 있는 우물로 데리고 갔다. 그것은 일곱 개의 봉인이 되어 있었다. 우물을 지키던 천사가 뚜껑을 열자, 어떠한 형벌보다도 더 지독한 악취가 솟아올라왔다. 우물 입구는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 정도였는데, 그 밑에는 불타는 덩어리들이 뒤엉켜 있었다. 천사는 “누구든지 이곳으로 들어가면 하느님과 하느님의 아드님과 천사들 앞에서 그에 대한 기억이 절대로 되살아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거기 빠진 사람들은 그리스도께서 육신을 가지고 태어나셨다는 것과 동정녀 마리아가 그분을 낳으셨다고는 것을 부정하고, 성찬례의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아니라고 주장한 사람들이었다.
- 북쪽에서 서쪽으로 눈을 돌리자, 절대로 쉬지 않는 벌레가 보이고, 거기서 이빨 가는 소리가 들렸다. 벌레의 길이는 1큐빗, 머리는 두 개였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부정하고, 사람들의 육신의 부활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사람들이었다. 거기는 추위와 눈 이외에 아무것도 없고, 해가 떠도 추위는 가시지 않았다.
-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듯이 하늘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천사들이 갑자기 옥좌 앞에 엎드렸다. 나는 스물네 명의 원로와 네 마리의 짐승이 하느님께 경배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제대와 휘장과 옥좌를 보았다. 그 옥좌에서는 향기가 났다. 나는 왕관을 쓴 채 하늘에서 내려오는 하느님의 아드님을 보았다. 그분을 바라보자, 처벌을 받던 모든 사람이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소리쳤다.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그들에게 하루 밤과 하루 낮의 휴식을 베풀어주셨다.
- 천사가 나를 낙원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거기서 나는 물의 원천을 보았다. 그곳에 있던 천사가 나에게 “이 피손 강은 에빌라 지역을 둘러싸고, 기온 강은 에티오피아 전체를 둘러싸고, 티그리스 강은 아시리아인들의 땅을 적시며, 유프라테스 강은 메소포타미아 지방 전체에 물을 대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낙원 안에 있는 나무 뿌리에서 그 강들이 흘러나오는데, 그 나무에는 하느님의 영이 머물러 있고, 하느님의 영이 숨을 내쉬면 물리 흘러나갔다. 천사는 낙원 한가운데에 있는 다른 나무, 즉 생명의 나무를 보여주었다. 내가 그 나무를 쳐다보고 있을 때, 찬미가를 부르는 천사 이백 명을 앞세우고 동정녀 마리아가 내려왔다. 이어서 그리스도와 비슷하고 매우 아름다운 남자 세 명이 멀리서 다가왔다. 그들은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이었다. 그리고 열두 선조들도 왔다. 모세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 다음에 열두 명이 다가왔는데, 그들은 이사야, 예레미야, 에제키엘 등이었다. 나는 얼굴이 아름다운 롯도 보았다. 천사는, 성인들에게는 천사가 한 명 수행하면서 찬미가를 부른다고 말했다. 매우 얼굴이 아름다운 욥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서 나에게 인사했다. 나는 노아도 보았다. 그리고 엘리야와 엘리사도 만났다. 그리고 즈카르야와 아담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