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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철 산문집/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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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발서 가는가 그대의 가는 한거름을 멈추고 우리의 짧은밤에 귀를 기우리라. 그대가 이길을 이같이 가시리라 뉘 생각해보았으며 이제 이길을 떠나섰다하나 뉘 참아 그를 믿을수있으랴마는 소연한 증거가 눈을 의심코 귀를 못믿어함으로 씻어버릴수 없으니 우리의 가슴에안은 광명한 그대의 얼굴을 허트러진 생각으로 가림을 그대 평소에 모든것을 받어드리든 너그러움으로 용서하라.

이세상이 비록 그대의 깨끗한마음을 붙이기에 너무 추하다하나 그대의 조그만 집이 그대를 둘러 지킬수있을지며 그대의 불려가는 길이 비록 급하다 하나 남긴자에대한 그대 사랑의 중함이 그대의 발을 멈추기에 넉넉하려든 그대의 거름이 어찌 이리 총총한바 있느냐 아 - 군아 그대의 인자하고 착한 성품이 머언 남에게 대하여 일즉 서운한 일이 없거든 스사로 가장 사랑하든 자들을 이 서름의 굴헝가운데 떠러트리고 훌훌히 떠나시니 이 어찌 그대의 뜻이랴 우리 함부로 하날을 원망하고 사람을 나무라는자 아니언만 억울한정과 비분한 생각이 오로지 운명의 믿을바못됨을 서어하고 사람의 밝지못함을 뉘우쳐 죽엄과 삼의 사이에서 오히려 종용하든 그대를 본받지 못하고 아직 생생한 그대의 앞에 수다한 말로 구구한 사정의 줄기를 찾어 늘어놓음을 붓그리노라.

은애의 지중함에 몸을 바투시는이가 게시고 어리고 약함이 의지할데 적은이 있나니 그 애끈한 서름앞에 우리의 조그만 서름을 발뵈기 어렵고 마음의 상처는 씻을길 없어 따우에 사람의 서름은 길이 끝이없나니 이미 가시는 그대의길을 오래 멈을줄 없으매 눈물로 이를 맺노라.

─ 一九三○年九月十五日 아우 朴龍喆 ─

親友 廉亨雨氏 靈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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