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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철 시집/밤기차에 그대를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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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온전한 어둠가운데 사라저 버리는
  한낱 촛불이여.
이 눈보라 속에 그대보내고 돌아서 오는
  나의 가슴이여.
쓰린듯 부인듯 한데 뿌리는 눈은
  드러 안겨서
발마다 미끄러지기 쉬운 거름은
  자최 남겨서.
머지도 않은앞이 그저 아득 하여라.

II

밖을 내여다보려고 무척 애쓰는
  그대도 설으렸다.
유리창 검은밖에 제얼굴만 비처 눈물은
  그렁그렁 하렸다.
내방에 들면 구석구석이 숨겨진 그눈은
  내게 웃으렸다.
목소리 들리는듯 성그리는듯 내살은
  부댓기렸다.
가는그대 보내는나 그저 아득 하여라.

III

얼어붙은 바다에 쇄빙선같이 어둠을
  헤처 나가는 너.
약한정 후리처 떼고 다만 밝음을
  찾어 가는 그대.
부서진다 놀래랴 두 줄기 궤도를
  타고 달리는 너.
죽엄이 무서우랴 힘있게 사는길을
 바로 닷는 그대.
실어가는 너 실려가는 그대 그저 아득 하여라.

IIII

이제 아득한 겨을이면 머지못할 봄날을
  나는 바라보자.
봄날같이 웃으며 달려들 그의 기차를
  나는 기다리자.
「잊는다」말인들 어찌참아! 이대로 웃기를
  나는 배화보자.
하다가는 험한길 헤처가는 그의 거름을
  본 받어도보자.
마침내는 그를 따르는 사람이라도 되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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