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철 시집/Invo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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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을은 이미 오래다. 봄이여 오─봄아
너의 걸어옴이 너무 더디고나
이 답답한 구름이 끼인지 오래다 해야
너의 나타남이 넘우 드물고나
치위와 어둠에 우리의 숨 끄치기전에
우리의 피ㅅ줄에 새피를 부어너주라
팔들은 마른 가지같이 하날로 뻗히고
눈은 그리움에 겨워 멀거니 바람나니
무겁게 나려디 장막을 헤치고
앞가림 들치며 용상에 나앉는 王者같이
너의 붉으레한 밝은 낯을 내여노라
기다림에 지친 우리의 절을 받어주라
쇠뚜껑같이 깟닥않는 구름을 깨치고
막을길 없는 너의힘을 우리게 베풀어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