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조금만 짧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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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兄께
심히 놀랍습니다.
이처럼 사람의 일이 막막할 수가 없습니다.
울어서 조금이라도 이 답답한 가슴이 풀릴 수 있다면 얼마든지 울 것 같습니다.

이것은 나의 이 사실을 인편으로 듣고 너무도 놀란 마음에 황황이 뛰오려 하였으나, 때마침 자기의 아우가 과한 객혈로 말미암아 정신없이 누웠고, 그도 그렇건만 돈 없어 약 못 쓰니 형된 마음에 좋을 리 없을 테니, 이럴까 저럴까 양난지세(兩難之勢)로 그 앞에 우울히 지키고만 앉았는 그 동무의 편지였다. 한편에는 아우가 누웠고, 또 한편에는 동무가 누웠고, 그리고 이렇게 시급히 돈이 필요하건만 그에게는 왜 그리 없는 것이 많았던지, 간교한 교제술이 없었고, 비굴한 아첨이 없었고, 게다 때에 찌든 자존심마저 없고 보매, 세상은 이런 어리석은 청년에게 처세의 길을 열어줄 수 없어 그대로 내굴렸으니, 드디어 말없는 변질이 되어 우두커니 앉았는 그를 눈앞에 보는 듯하다. 아, 나에게 돈이 왜 없었던가 싶어 부질없는 한숨이 터져나올 때, 동무의 편지를 다시 집어들고 읽어보니, 그 字字句句에 맺혀진 어리석은 그의 순정은 나의 가슴을 커다랗게 때려놓고, 그리고 앞으로 내가 마땅히 걸어야 할 길을 엄숙히 암시하여 주는 듯하여 우정을 넘는 그 무엇을 느끼고는 감격 끝에 눈물이 머금어진다.

며칠 있으면 그는 나를 찾아오려니, 그때까지 이 편지를 고이 접어두었다. 이것이 형에게 보내는 나의 답장입니다. 고 그 주머니에 도로 넣어주리라고 이렇게 마음을 먹고 봉투에 편지를 넣어 요 밑에다가 깔아 둔다. 지금의 나에게는 한 권의 성서보다 몇 줄의 이 글발이 지극히 은혜롭고 거칠어가는 나의 감정을 매만져주는 것이니, 그것을 몇 번 거듭 읽는 동안에 더운 몸이 점차로 식어옴을 알자, 또한번 램프의 불을 낮춰놓고 어렴풋이 눈을 감아본다. 그러다 허공에 둥실 높이 떠올라 중심을 잃은 몸이 삐끗하였을 때, 정신이 그만 아찔하여 눈을 떠보니, 시간은 석 점이 되려면 아직도 5분이 남았고, 넓은 뜰에서 허황히 궁그는 바람에 법당의 풍경이 은은히 울리어오는 것이니 아아, 가을 밤은 왜 이리 안 밝는가고, 안타깝게도 더딘 시간이 나에게는 너무나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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