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육체

위키문헌 ― 우리 모두의 도서관.

몽끼라면 아시겠습니까. 몽끼, 이름조차 맛대가리 없는 이 연장은 집어 다지는 데 쓰는 몇 천 근이나 될지 엄청나게 크고 무거운 저울추 모양으로 된 그 쇠덩이를 몽끼라고 이릅데다. 표준어에서 무엇이라고 제정하였는지 마침 몰라도 일터에서 일꾼들이 몽끼라고 하니깐 그런 줄로 알 밖에 없습니다.

몽치란 말이 잘못 되어 몽끼가 되었는지 혹은 원래 몽끼가 옳은데 몽치로 그릇된 것인지 어원에 밝지 못한 소치로 재삼 그것을 가리려고는 아니하나 쇠몽치 중에 하도 육중한 놈이 되어서 생김새 등치를 보아 몽치보담은 몽끼로 대접하는 것이 좋다고 나도 보았습니다.

크낙한 양옥을 세울 터전에 이 몽끼를 쓰는데 굵고 크기가 전신주만큼이나 되는 장나무를 여러 개 훨석 웃등을 실한 쇠줄로 묶고 아랫등은 벌리어 세워놓고 다시 가운데 철봉을 세워 그 철봉이 몽끼를 꿰뚫게 되어 몽끼가 그 철봉에 꽂힌 대로 오르고 나리게 되었으니 몽끼가 내려질리는 밑바닥이 바로 굵은 나무기둥의 대구리가 되어 있습니다. 이 나무기둥이 바로 땅속으로 모조리 들어가게 된 것이니 기럭지가 보통 와가집 기둥만큼 되고 몽끼는 땅바닥에서 이층집 꼭두만치는 올라가야만 되는 것입니다. 그 거리를 몽끼가 기여오르는 꼴이 볼 만하니 좌우로 한편에 일곱 사람씩 늘어서고 보면 도합 열 네 사람에 각기 잡어다릴 굵은 참밧줄이 열 네 가닥, 이 열 네 가닥이 잡어다리는 힘으로 그 육중한 몽끼가 기어올라가게 되는 것입니다. 단번에 올라가는 수가 없어서 한 절반에서 삽시 다른 장목으로 고이었다가 일꾼 열 네 사람들이 힘찬 호흡을 잠간 돌리었다가 다리 와락 잡어다리면 꼭두 끝까지 기어올라갔다가 나려질 때는 한숨에 나려박치게 되니 쿵웅 소리와 함께 기둥이 땅속으로 문찍문찍 들어가게 되어 근처 행길까지 들석들석 울리며 꺼져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노릇을 기둥이 모두 땅속으로 들어가기까지 줄곳 해야만 하므로 장정 열 네 사람이 힘이 여간 키이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하여 한 사람은 초성 좋고 장고 잘 치고 신명과 넉살 좋은 사람으로 옆에서 지경 닦는 소리를 멕이게 됩니다. 하나가 멕이면 열 네 사람이 받고 하는 맛으로 일터가 흥성스러워지며 일이 실하게 부쩍 부쩍 늘어갑니다. 그렇기에 멕이는 사람은 점점 흥이 나고 신이 솟아서 노래 사연이 별별 신기한 것이 연달아 나오게 됩니다. 애초에 누가 이런 민요를 지어냈는지는 구절이 용하기는 용하나 좀 듣기에 면고한 데가 있읍니다. 대개 큰애기, 총각, 과부에 관계된 것, 혹은 신작로, 하이칼라, 상투, 머리꼬리, 가락지 등에 관련된 것을 노래로 부르게 됩니다. 그리고 에헬렐레 상사도로 리프레인이 계속됩니다. 구경꾼도 여자는 잠깐이라도 머뭇거릴 수가 없게 되니 아무리 노동꾼이기로 또 노래를 불러야 일이 실하고 불고 하기로 듣기에 얼굴이 부끄러 와락 와락 하도록 그런 소리를 할 것이야 무엇 있습니까. 그 소리로 무슨 그렇게 신이 나서 할 것이 있는지 야비한 얼골짓에 허리아래들과 어깨를 으씩으씩 하여가며 하는 꼴이 그다지 애교로 사주기에는 너무도 나의 신경이 가늘고 약한가 봅니다. 그러나 육체노동자로서의 독특한 비판과 풍자가 있기는 하니 그것을 그대로 듣기에 좀 찔리기도 하고 무엇인지 생각케도 합니다. 이것도 육체로 산다기보다 다분히 신경으로 사는 까닭인가 봅니다. 그런데 몽끼가 이 자리에서 기둥을 다 박고 저 자리로 옮기려면 불가불 일꾼의 어깨를 빌리게 됩니다. 실한 장정들이 어깨에 목도로 옮기는데 사람의 쇄골이란 이렇게 빳잘긴 것입니까. 다리가 휘청거리어 쓰러질까 싶게 갠신갠신히 옮기게 되는데 쇄골이 부러지지 않고 백이는 것이 희한한 일이 아닙니까. 이번에는 그런 입에 올리지 못할 소리는커녕 영치기영치기 소리가 지기영 지기영 지기영 지기지기영으로 변하고 불과 몇 걸음 못 옮기어서 흑흑하며 땀이 물 솟듯 합데다. 짓궂은 몽끼는 그 꼴에 매달려 가는 맛이 호숩은지 둥치가 그만해가지고 어쩌면 하루 팔이로 살아가는 삯군 어깨에 늘어져 근드렁근드렁거리는 것입니까. 숫제 침통한 웃음을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 사람네는 이마에 땀을 내어 밥을 먹는다기보담은 시뻘건 살뎅이를 몇 점씩 뚝뚝 잡어떼어 내고 그리고 그 자리를 밥으로 때우어야만 사는가 싶도록 격렬한 노동에 견디는 것이니 설령 외설하고 음풍(淫風)에 가까운 노래를 부를지라도 그것을 입시울에 드치고 말 것이요 몸동아리까지에 옮겨갈 여유도 없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