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팔번뇌/한강을 흘리 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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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앗대 슬그머니 바로질러 널 제마다,
삼각산(三角山) 잠긴 그림 하마 꿰어 나올 것을,
맞초아 뱃머리 돌아 헛일 만드시노나.

其二[편집]

황금(黃金) 푼 일대장강(一帶長江) 석양(夕陽) 아래 누웠는데,
풍류(風流) 오백년(五百年)이 으스름한 모래톱을,
긴 여울 군데군데서 울어 쉬지 아녀라.

其三[편집]

깜작여 불 뵈는 곳 게가 아니 노돌인가,
화룡(火龍)이 굼틀하며 뇌성(雷聲)조차 니옵거늘,
혼(魂)마저 편안 못 하는 육신(六臣) 생각 새뤄라.

이조(李朝) 오백년간(五百年間) 정치사상(政治史上)에 있는 가장 희곡적(戱曲的)인 장면(場面)은 더할 말 없이 단종(端宗)의 폐출(廢黜)과 및 그리로서 산출(産出)된 육신(六臣) 순의(殉義)의 장렬(壯烈)한 일막(一幕)이다. 전(全) 이조(李朝)의 다른 무엇을 다 없애더라도 이것 하나만 있으면 언제까지라도 이조사(李朝史)의 도덕적(道德的) 광휘(光輝)를 드리우기에 부족(不足)이 없을 만한것이 그네들의 정충대절(精忠大節)이니 그는 진실로 대조선(大朝鮮) 남아(男兒)의 정기의골(正氣義骨)이 이따금 소리 지르고 나서는 것의 유공(有功)한 한 가락이었다. 의(義)를 태산(泰山)으로 보고 명(命)을 홍모(鴻毛)로 여긴 결과(結果)는 육신(六臣)의 의혼(毅魂)이 노량진두(鷺梁津頭) 일조(一朝)의 이슬을 지음이었다. 그리하여 그 땅에 그대로 흙을 긁어모은 것이 시방 한강철교(漢江鐵橋) 건너서 조금 가다가 있는 노송(老松)의 일소강(一小岡)이니 그의 놀란 혼(魂)을 위존(慰尊)하는 아무 설비(設備)가 있기는 새로에 하루도 몇 십번(十番)씩 그 앞으로 버릇없는 송아지 소리를 지르면서 지나다니는 기차(汽車)의 진동(震動)이 바스러져 업스리는 마른 뼈마저 괴롭게 구는고나 하면 철교(鐵橋)위로 우르르 지나는 그 무람없는 소리와 꼴을 듣고 볼 때마다 곧 주먹을 부르쥐고 가서 떼엎을 생각이 나지 않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런 어른의 영혼(英魂)이 인간(人間)에 있으실 리야 없겠지 하고는 노염의 붙는 불을 겨우 눌러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