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화/성에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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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슥한 마음의 숲그늘에
주린 승냥이 기척없이 서성거리고

바람이 울며예는 생각의 허공에
슬픔의 새떼 짝지어 울며갈 무렵

마루판은 얼음장보다 싸 ─ 늘한데
고향꿈 지닌 가슴엔 성에의 꽃이 피어

지울 수 없는 슬픔에 두 눈 비벼뜨고
창틈으로 넘겨보는 얼어붙은 달빛

눈뗌이를 솨 ─ 솨 ─ 불어 흩는 소리는
머 ─ ㄴ 고향길 더듬어온 매운 바람이냐

야윈 얼굴에 터럭이 쓸모없이 돋어
책상 우에서 맺은 꿈 갈갈이 부서졌다

한치나 자란 때끼인 열개 손톱으로
앙상한 가슴 한복판을 피나게 긁어봐도

외로움만을 반겨 안어들이는 버릇 ──
그밖엔 아무것도 가져보지 못한 삶이니

푸로메듀스의 옛 가마귀 나의 운명아
내 가슴을 파먹어다오 원통히 파먹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