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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의 가을

위키문헌 ― 우리 모두의 도서관.

여인 유리장 속에 가만히 넣어 둔 간쓰메, 밀크, 그렇지 구멍을 뚫지 않으면 밀크는 안 나온다. 단홍백 혹은 녹(綠), 이렇게 색색이 칠로 발라 놓은레테르의 아름다움의 외에, 그리고 의외에도 묵직한 포옹의 즐거움밖에는없는 법이니 여기 가을과 공허가 있다.

비 오는 백화점에 적(寂)! 사람이 없고 백화(百貨)가 내 그림자나 조용히보존하고 있는 거리에 여인은 희붉은 종아리를 걷어 추켜 연분홍 스커트 밑에 야트막이 묵직히 흔들리는 곡선! 라디오는 점원 대표 서럽게 애수를 높이 노래하는 가을 스미는 거리에 세상 것 다버려도 좋으니 단 하나 가지가지 과일보다 훨씬 맛남직한 도색(桃色) 종아리 고것만은 참 내놓기가 아깝구나.

윈도 안의 석고(石膏)― 무사는 수염이 없고 비너스는 분 안 바른 살갗이찾을 길 없고 그리고 그 장황한 자세에 단념이 없는 윈도 안의 석고다.

소다의 맛은 가을이 섞여서 정맥주사처럼 차고 유니폼 소녀들 허리에 번쩍번쩍하는 깨끗한 밴드, 물방울 낙수지는 유니폼에 벌거벗은 팔목 피부는 포장지보다 정한 포장지고 그리고 유니폼은 피부보다 정한 피부다. 백화점 새물건 포장 ― 밴드를 끄나풀처럼 꾀어 들고 바쁘게 걸어오는 상자 속에는물건보다도 훨씬훨씬 호기심이 더 들었으리라.

여름은 갔는데 검둥 사진은 왜 허물이 안 벗나. 잘된 사진의 간줄간줄한소녀 마음이 창백한 월광 아래서 감광지에 분 바르는 생각 많은 초저녁.

과일가게는 문이 닫혔다. 유리창 안쪽에 과일 호흡이 어려서는 살짝 향훈(香薰)에 복숭아 ― 비밀도 가렸으니 이제는 아무도 과일 사러 오지는 않으리라. 과일은 마음껏 굴려 보아도 좋고 덜 익은 수박 같은 주인 머리에 부딪쳐 보아도 좋건만 과일은 연연(然然)! 복숭아의 향훈에, 복숭아의 향훈에복숭아에 바나나에······.

인쇄소 속은 죄 좌(左)다. 직공들 얼굴은 모두 거울 속에 있었다. 밥 먹을때도 일일이 왼손이다. 아마 또 내 눈이 왼손잡이였는지 모르지만 나는 쉽사리 왼손으로 직공과 악수하였다. 나는 교묘하게 좌(左)된 지식으로 직공과 회화하였다. 그들 휴게와 대좌하여 ― 그런데 웬일인지 그들의 서술은우(右)다. 나는 이 방대한 좌와 우의 교차에서 속 거북하게 졸도할 것 같길래 그냥 문 밖으로 뛰어나갔더니 과연 한 발자국 지났을 적에 직공은 일제히 우로 돌아갔다. 그들이 한인(閑人)과 대화하는 것은 꼭 직장 밖에 있는조건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청계천 헤벌어진 수채 속으로 비행기에서 광고 삐라, 향국(鄕國)의 동해(童孩)는 거진 삐라같이 삐라를 주우려고 떼지었다 헤어졌다 지저분하게 흩날린다. 마꾸닝 회충 구제 그러나 한 동해도 그것을 읽을 줄 모른다. 향국의 동해는 죄다 회충이다.그래서 겨우 수챗구멍에서 노느라고 배 아픈 것을잊어버린다. 동해의 양친은 쓰레기라서 너희 동해를 내다버렸는지는 모르지만 빼빼 마른 송사리처럼 통제 없이 왱왱거리며 잘도 논다.

롤러 스케이트 장의 요란한 풍경, 라디오 효과처럼 이것은 또 계절의 웬계절 위조일까. 월색이 푸르니 그것은 흡사 교외의 음향! 그런데 롤러 스케이트 장은 겨울 ― 이 땀 흘리는 겨울 앞에 서서 찌꺼기 여름은 소름끼치며땀 흘린다. 어떻게 저렇게 겨울인 체 잘도 하는 복사 빙판 위에 너희 인간들도 결국 알고 보면 인간모형인지 누구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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