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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말

위키문헌 ― 우리 모두의 도서관.

한 사람이 말 세 필을 몬다. 구공탄 스무 상자를 실은 조랑말이다. 그걸 니리니리 연해 세워 놓고는 맨 앞의 말 하나만 고삐를 붙들고 뒤엣 말들은 욕으로 위협을 하여 가며 몬다.

하루의 일이 지리할 때도 된 석양인 데다 얼었다가 녹은 길은 어지간히 진 것이 아니다. 차바퀴가 푹푹 잠겨서 말들은 그것을 끌어내기에 있는 힘을 다하는 듯이 목들을 내저으며 터벅신다.

그래도 차부(車夫)는 말의 그 걸음에 만족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이 염병을 하다가 자빠질…….”

중얼거리며 돌아서더니 냅다 악 소리를 지른다.

“야악!”

뒤의 말이 떨어진 것을 본 것이다.

악 소리에 이 말은 흠칠 놀라며 고개를 번쩍 든다. 그리고 분주히 속력을 내 본다. 그것이 아마 제게는 죽어라 하고 있는 힘을 다 내 보는 모양 같았다. 그러니 그 힘이 제대로 꾸준히 계속될 원기가 있을 리 없다. 여전히 앞엣 말을 따르지 못하고 가다가는 떨어진다.

“야악!”

“야악!”

떨어질 때마다 차부는 무섭게 눈알을 흘기며 장작개비를 얼메여 위협을 한다.

그러나 그저 악 소리를 들을 그때일 뿐, 말의 걸음은 매한양이다.

픽 돌아서기가 무섭게 장작개비는 말의 가는 잔등을 후려친다. 말은 네 굽을 들었다 놓는다. 타악타악타악 장작개비는 세 번인지 네 번인지가 사정없이 연거푸 같은 자리에 떨어진다. 말은 장작개비가 번쩍 올라갈 때마다 떨어질 그 매의 무서움을 생각하고는 흠칠하고 네 굽을 들곤 한다.

“아이 가엾어!”

“정말이다. 아이 가엾어라아!”

어깨에 가방을 짊어진 국민학교 6년인 듯한 계집애 둘이 지나가다가 이것을 보고 걸음을 멈춘다.

말은 눈을 껌벅껌벅하며 말없이 그 매를 순종하고는 다시 걷기를 시작하였으나 이제라고 없는 힘이 생기는 수는 없다. 말의 걸음은 한결같이 차부의 만족을 사지 못했다.

“야악!”

장작개비는 다시 말 잔등을 후린다. 말은 인제 네 굽을 들 기력도 없는 듯이 그러나 아픔만은 느낄 수 있는 듯이 그리고 그것을 강잉히 참든 듯이 목을 좌우로 내두른다.

“야악!”

장작개비는 또 올라간다.

“아이 또 때린다아!”

“사정없는 사람두!”

계집애들은 말의 아픔을 같이 아파하는 듯이 일제히 낯을 찡그린다. 그리고 한참이나 바라보고 섰더니 한 아이가 다른 한 아이의 팔소매를 끌고 차도로 내려서 그 경을 치는 말의 차바퀴 뒤로 돌아가 붙든다. 차를 밀어 말의 힘을 도와주려는 의사임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차부는 항용 있는 애들의 버릇인 매어달려서 끌려오는 그런 장난으로 만 안 것이다.

“경칠 계집애들이…….”

눈을 부릅뜨고 우뚝 마주선다.

계집애들은 겁을 집어먹고 어쩔 줄을 모르게 불이 나서 인도로 뛰어오른다. 그리고는 다시는 더 차바퀴에 가 붙을 생념을 내지 못하고 걸어가며 무어라고 저희들끼리 재잘거리다가는 그 말과 말꾼을 둘러 살피곤 한다.

“야악!”

별안간 말꾼은 또 소리를 지른다. 애들은 걸음을 멈칫 세우며 눈을 그리로 쏜다. 말꾼의 손에는 그 버리지 못하고 들고 가던 예의 장작개비가 힘있게 번쩍 높이 들여 있음을 보았다. 이것을 보는 순간 저 매가 떨어지면 하는 애처로운 생각은 그 애들로 하여금 말꾼의 그 우직한 눈초리의 두려움도 헤아릴 여지가 없었던 모양이다. 한 아이가 뿌르르 달려 내려가 차바퀴 뒤에 또 가 붙으니 한 아이가 마저 덧달려 간다.

“이 경칠 계집애들까지 오늘은 또 성화야!”

“아니에요. 우리는 밀어 줄 테예요.”

“아니 못 비킬 테냐?”

차부는 장작을 얼멘 채 성큼 한 발자국 나선다. 애들은 다시 인도로 뛰어 올라온다. 차부는 단단히 애들을 쫓아 버릴 모양으로 인도로 올라서는 그들의 뒤를 연해 따른다. 애들은 한참이나 그냥 뛰다가 몸을 피하여 골목길로 빠져 들어간다.

이 애들이 그 말의 정경을 보고 다시 골목길을 나와 끝까지 말을 위하여 본의를 다해 싸웠는지 나는 그대로 그 마차의 뒤를 따라오며 그 아름다운 풍경에 끝까지 눈을 머무르고 있을 그럴 시간의 여유가 없어 나 갈대로 갈 길을 달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지금도 생각하면 아쉽거니와, 그 어린 소학생들의 참을 수 없어 하는 순진한 마음씨, 그 아름다운 마음씨를 이제껏 잊을 길이 없다. 언제든지 거리에서 구공탄 구루마를 끄는 조랑말을 보기만 하면 그 깜정 두루마기에 책가방을 짊어진 그 어린 소학생들이 보이고 그러한 학생들을 볼 때마다 구공탄 구루마를 끄는 조랑말이 또한 눈앞에 나타나서는 묵은 기억을 되살리곤 한다.

우직한 차주의 사정없는 그 매, 그 매를 말없이 순종하는 그 말, 그 말의 정경을 차마 그대로는 보지 못하는 티 없는 어린 마음―그것은 분명히 거리에 핀 아름다운 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