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말의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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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말이 나오기ᄭᅡ치[편집]

ㄱ. 八ꞏ一五 이후의 새말[편집]

새말이 생기는 것은, 물론 새로운 물건이나 사태나 관념이 낡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이 되었을 적에, 부득이한 필요에 의해서 되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국외에서 들어올 적에는 그것을 표현하는 말을 함께 데리고 오기도한다. 그것들만 들어오고 말은 이쪽에서 만들어 붙일 적도 있다. 가령 『라이타』는 美軍이 가지고 온 물건인 동시에 말이다. 그러나 『라이타돌』은 어느 거리의 천재가 만든 합성어(合成語)다. 『짚』은 물건과 함께 들어온 말이다. 그러나, 『짚』만으로는 어디라없이 흐리멍덩한 데가 있으니까 어느새 『짚차』라는 말이 유행하게 되었다. 이 방식은 아래서 다시 설명하겠거니와, 어떤 새말이 나올적에 그말만으로는 좀 위태위태하니까, 그 대상에 관련이 있는 재래의 말을 가져다 부쳐서 더 분명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씨ꞏ아이ꞏ씨』 『엠ꞏ피』 『지ꞏ투』 『씨ꞏ아이ꞏ디』 『사인』 『피ꞏ엑스』도역시 미군이 가지고 온 기관이자 말이다. 『아지』 『아짓트』 『데모』도 또한 八ꞏ一五 이후에 다시 돌아온 말이면서도 일반에게는 새말 같이 되어 있다.

위엣 것들은 영어에서 온 말이나, 일부에서는 한문글자가 아니면 새말을 만들기 어렵다는 생각이 떠돌고 있다. 아마도 미신일터이나 꽤 유력한 미신이기는 하다. 딴은 노선(路線)이라는 말은, 우리건국방략과 관련되어 갑자기 매력이 붙은 말이다. 국제노선, 중간노선등의 합성어를 만들어 내기도 한 말이다. 진주(進駐)니 군정(軍政)이니 하는 말도 전에 들은 적은 있었으나, 그말이 의미하는 실체와 부딪쳐서 실감을 붙여서 이해하게된 것은 근자 일이다. 등록(登錄)이라는 말은 전에는 『등록상표』라는 말을 통해서만 알았던 것이, 몇해를 두고 소연하던 국립 대학 문제 때문에 젊은이들 사이에 심각하게 감명되었다가, 다시 五ꞏ一〇선거로 활짝 일반화한 말이다.

그러나 한자어로서 八ꞏ一五 이후의 최대걸작은 『모리배』라는 말일것이다. 그말이 지니고 있는 함축에다가, 일종 멸시를 덧붙여서 쓰는 그말이 더군다나 경쾌하고 교활한 음향과 아울러 매우 예리한 어감을 가지고있다. 같은 죄명비슷한 말인 『민족반역자』의 둔한 감각과 비해서 얼마나 신선하냐?매국노(賣國奴)라는 말은 四十년만에 다시 돌아왔으나, 그 까다로운 한문투가 오늘의 직감적인 언어감각에 잘 들어맞지 않았던지 얼마 쓰이지 않는듯하다. 『근사하다』라는말은 중학생들의 은어(隱語)처럼된 한자어인데 어디서 연유한 것인지는 분명ㅎ지 않다.

그러나 우리말의 새말 만드는 천재가 가장 잘 나타난것은 이러한 새 한자어가 아니고 순전한 우리말식 새말에 있는것 같다. 『새치기』라는 말은 전차 기다리는 줄에 슬쩍 남의 앞을 질러 들어서는 밉살스러운 치에게 붙인 새말인데, 이러한 고장에 잘 출몰하는 『소매치기』와 운(韻)을 밟은데 그 묘미가 있다. 『양버들』 『양철』등의 선례가 있기는 하나 『양키담배』라고 하다가 필경 『양담배』로 떨어지고만 곳에 우리말의 새말 만드는 재간이 나타나 있다. 『양갈보』도 역시 그렇다. 『통졸임』도 걸작의 하나겠으며, 시금털털한 『레몬』가루통를 『신가루』라고 붙인 것도 그럴듯하다. 『새나라』라는 말도 한몫 끼이려하나, 중간에 어째 흐지부지 해 가는 것 같다. 『길아싯군』(안내자)은 三八선과 함께 등장한 말이며 『껑패』니 『가다』니 『날린다』 등의 좀 부량성을 띈 새말들은 거리의 뒷골목에 유행할뿐, 아직은 일반화하지 못하였으며, 『옳바른』이라는 말은 『옳고+바른』이 줄어서 된 새말로 꽤 널리 퍼진것 같다. 전쟁중부터 생긴 소위 『闇市場』에 대해서 오늘날까지 우리말은 거기 해당하는 제말을 만들지 못한채 『야미시장』쯤에서 고민하고 있는듯하다. 군정 문교부 『우리말 도루 찾기』에서는 『闇取引』을 『거먹장사』로 해놓았으나 『거먹장사』로서는 아직도 『야미』상태지 정정당당하게 아무도 쓰는 것 같지 않다.

『서울』은 『한양』 『경성』어느것보다도 좋은 말로서 잘 부활되었다. 문초(• •), 신청(• •), 도매(• •)등은 각각 일본말인 取調(• •), 申込(• •) 또는 届出(• •), 卸賈(• •)등을 이겨낸 승리의 기록을 가진 말들이다.

ㄴ. 말이 얽혀서 새말이 되는 방식[편집]

앞에서 본것처럼, 새말이되는 방식은 아주 새말이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전에 있던 말과말이 한데 얽혀서 새 의미연관을 이루는게 보통이다. 이런말을 가리켜 합성어(合成語)라고 불러온 것이다.

한데 모여서 새말이 될 적에 모이는 방식은 아래 몇가지로 나누인다.

1 한자 + 한자 [예-雪糖(설탕), 路線(노선), 親日派(친일파), 民族反逆者(민족반역자), 이경우에 한자 하나 하나가 새말의 큰 뜻을 이루는 작은 뜻의 성분이 되는것이다]

2 한자어 아닌 우리말 + 한자 아닌 우리말 (예-신가루, 새치기, 조개껍질.)

3 뒤섞인 말, 즉

a. 한자 + 한자아닌 우리말 (예-통조림, 왕소금, 양쪽, 해변가, 전선줄.)

b. 한자 아닌 우리말+한자 (예-속병, 온종일, 벌통, 눈동자, 새장.)

이상 세 가지 방식 중에서(1)즉 한자만을 재료로 한 방식은, 옛날 같으면 양반층의 독점이고, 오늘 같으면 중류 이상의 지식층의 장기인듯하다. 거기 반해서(2)와(3)즉 한자아닌 재래의 우리말뿐인, 또는 재래의 우리말과 재래의 한자어를 붙여서 새 말을 만드는 두 방식은 어느 특수한 개인도 아닌 대중의 천재적인 방식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특히 한자어가 대중의 새말 도가니속에 일부의 재료로서 끼어드는 (3)의 예 즉 혼성어(混成語)를 찾아서 대중의 말 만드는 재간을 살펴보고져 한다.

갑옷, 강물, 걸상, 궤짝, 그림엽서, 깃발⋯⋯남쪽⋯달력, 닭장, 당사실, 동쪽, 뒷동산, 등불, 등창⋯⋯막차, 모래천지, 무명실, 무식장이, 물통⋯⋯반달, 밥상, 방안, 뱀장어, 벌통, 벽돌, 별일, 북쪽⋯⋯사철, 산골, 산길, 산토끼, 색다른, 색종이, 새장, 서쪽⋯⋯안방, 양갈보, 양담배, 양버들, 양철, 양털, 연달아, 연못, 예전,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장난감, 전날, 정자나무, 전등불, 종소리⋯⋯책가게, 책가방, 천만가지, 천만뜻밖에, 첫차, 청개구리, 청실홍실, 촛불, 치수⋯한량없는, 한없이, 한층, 호박, 호콩, 화초밭⋯⋯⋯

한자와 한자어 아닌 말과 섞여서된 같은 혼성어 가운데 두가지 매우 재미스러운 현상을 찾아본다. 그 하나는 보강어(補强語)라고 할까, 여하ㅎ든 그것만으로는 순전한 한자어인데, 그대로는 뜻이 악할 염려가 있으니까, 거기다가 그 뜻을 보강할 쉬운 우리말을 덧붙여서 된 말이다. 가령

가지각색, 온종일, 제각기, 한평생, 험상궂은⋯⋯

등은 각각, 각색(• •), 종일(• •), 각기(• •), 평생(• •), 험상(• •)스러운⋯⋯ 등 한자어를 힘이약하다 보고, 한마디씩 쉬운 우리말을 응원으로 붙여서 그 뜻을 도읍도록 된 것이다.

혼성어로서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되풀어 놓은 말』이라고 할까 해설어(解說語)라고 할까, 말하자면 어떤 한자어를, 그대로는 알기어려우니까, 그말 첫글자나, 마직막 글자 또는 그말 전체를 해설하는 쉬운 우리말을 되풀이해서 놓음으로써, 그뜻을 알기 쉽게하는 신통한 방식이 그것이다.

계수나무(• •), 고목나무(• •), 공일(), 국화(), 낙숫(), 봉홧(), 사기그릇(• •), 전선(), 주일(), 초가(), 해변()⋯⋯

등은 한 한자어의 마지막 한자를 푼 쉬운 우리말을 붙여서 이해를 도읍도록 궁리한 말이겠으며

모래(• •)사장, ()신랑, ()수건⋯⋯

등은 한 한자어의 맨처음 한자를 해설한 쉬운 우리말을 꼭대기에 덧붙여서 된 말이며

(), ()동자, 모란(), 백합(), 오동나무(• •), 장미(), 주촛(), 주홍()⋯⋯

등은 한자어 그대로는 얼른 알아차리기 어려우니까, 그말의 뜻 전건를 암시하는 쉬운 말을 덧붙인것이다.

새말 만드는 모양을 오직 뜻을 구성하는 모로만 보는것은 물론 일의 전부가 아니다. 우리말의 음운(音韻)관계로 해서 규정되는 모가 역시 중요한 것이다. 특히 우리말은 그 음의 수에 있어서 셋인, 즉 三음절(三音節)을 유달리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듯하다. 가령 옛날 가사(歌詞)의 기본형인 四四조에 있어서도 가끔 三四 혹은四三의 변조(變調)가 끼이며, 시조(時調)역시 마찬가지로 三음절이 무시로 끼여서 그 정형에 변화를 일으켜 왔다. 우리말은 이리해서 三음절에 대한 특별한 편향을 가진듯해서 八ꞏ一五 이후에 생긴 새말도 대체로 三음절로 된듯하다. 모리배(• • •), 통조림(• • •), 신가루(• • •) 새치기(• • •)가모두 그렇고, 이런 점에서도 『야미시장』 『어깨』는 좀 불리한점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음운상의 요구가 저도 몰래 합성어 그중에서도 혼성어의 모양을 규정하는데 있어서 의식 무의식중에 적지않은 작용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겠다.

여하간에, 한문화에 무젖은 특권층이나 지식층이 즐겨 한자어를 꾸며내며, 또 새말을 만드는 하나뿐인길, 적어도 그 가장 중요한 길은 새 한자어를 만드는 것 뿐이라는듯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터문이 없는 망상이고, 대중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오는 말은 늘 이 한문 또는 한자의 간섭을 박차고 왔으며, 어느 정도 그것을 부분적으로 이용할 적에도 위의 보강어 해설어 마찬가지로 민중의 자연스러운 어감으로 딱딱한 한자어의 요소를 부드럽게하고 수얼하게 만들어서 상류층의 지나친 인공적 한자어보다는 훨씬 더 생기있고 탄력있는 말을 만들어 왔다는 것은 주목할 거리다.

ㄷ. 接頭辭, 接尾辭와 주린말[편집]

한자어는 때로는 그말 아래나 위에 어떤 말을 덧붙여서 여러가지 뜻 또는 기능으로 갈리기도 해서 우리말에 특히 글에 풍부한 내용을 더 해 왔다. 가령

()유쾌한, ()친절한, ()온한, ()편한, ()합격, ()미한, ()소한, ()()당, ()합작⋯⋯

에서와 같이 『불(不)⋯⋯』은 어떤 긍정적인 뜻을 부정하는 소극적 의미를 가진 기호라하겠다.

()세계, ()국, ()교, ()회원⋯⋯

과 같이 『전(全)⋯⋯』은 한 범위를 통털어 말할 적에 쓰는 접두사요

일대(• •)숙청, 일대(• •)개혁, 일대(• •)충격, 일대(• •)곤난⋯⋯

()장관, ()세기, ()회장, ()일⋯⋯

()명, ()반, ()호, ()인앞, ()군⋯⋯

()회장, ()인, ()심관, ()필, ()창⋯⋯

등에 있어서 『일대(一大)⋯⋯』 『전(全)⋯⋯』 『매(每)⋯⋯』 『명(名)⋯⋯』은 각각 그 『그룹』에 어떤 공통한 뜻을 넣어주는 접두사로 다룰수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노골()한다, 공식(), 예술()⋯⋯

의 『화⋯⋯(化)』는 영어의 접미사 —ize, —fy와 마찬가지로 동사(動詞)화 하는 일을 하며,

철학(), 이론(), 실천(), 진보()⋯⋯

의 『⋯적(的)』은, 역시 영어의 접미사 —ic, —cal 등과 마찬가지로 형용사(形容詞)화하는 일을하며,

형명(), 경각(), 반동(), 인간()⋯⋯

의 『⋯성(性)』은 영어의 —ship, —hood, —ness 와 마찬가지로 추상화(抽象化) 하는 일을 한다. 무슨주의(• •), 무슨주의(• •)의 『⋯⋯주의(主義)』는 —ism에 해당하며, 그밖에, 통제(), 추진(), 실천() 등의 『⋯력(力)』, 계산(), 운용(), 경영() 등의 『⋯법(法)』은 역시 일정한 의미연관을 가진 접미사로서 다룰수있으며, 또 그렇게한다면, 반드시 한자와 결합시켜서야만 쓸수 있는 것도 아니겠다.

다음에 대중이라고 하는 것은 원래가 천천한 문장 감상가는 아닌 것으로, 그들에게 있어서 말은 생활상 실천의 한 방편인 것이다. 그러므로 쉽고 편하고 능률만 있으면 그만이다. 자기나라 말에 대해서 신비성을 붙여서 예술적 대상처럼 부당하게 치켜올리는것이 보통인데, 이런 점은 『프래그마티즘』의 나라 미국이 철저하여, 그런 모가 가장 잘 나타나는 것은, 그들의 난잡할 정도로 심한 『주린말』의 범람이다. 이일은 一九三三년 『루우즈벨트』대통령의 『뉴딜』정책의 채용과 함께 갑자기 불어난 정부의 여러 새기관 이름에 가장 잘 나타났었다. 지난번 대전중에는 『유롭』사람들을 궁금하게한 주린말로, 그 필두에 가는 것이 AMGOT 였다. 그것은 『점령지 미군정』(AmercanMilitary Government of Occupied Territories)의 꼭대기 글자만 모은 주린말이었다. 八ꞏ一五 이후 우리는 미군에게서 이런 종류의 주린말을 무척 많이 배웠다.

C.I.C.(Counter Information Corps), M.P.(Military Police), P.X.(post Exchange), CID), (Criminal Investisation Division), G.I. (Government issul)

등 수두룩하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말이 본래 어떤 데서 왔든지는 문제가 아니다. 자초에야 어떻게 되었든지간에, 간단히 편하게 뜻하는 바를 전하기만 하면 그만이다. 그런 요구는 반드시 그들에게만 한한 것이 아니다. 八ꞏ一五 이후에 우리가 쓰는 주린말도 결코 적지는 않다.

임정 (임시정부), 군정 (군정부), 민전 (민주주의 민족전선), 한독당 (한국독립당), 민련 (민족자주련맹), 국대 (국립 서울대학), 공위 (미소공동위원회), 유•엔 (국제연합), 三八선 (북위三十八도선)⋯이북 (三八선이북), 이남 (三八선이남), 반민법 (반민족행위자처단법),

등 예를 들려면 아직도 많을 것이다. 여기서는 오직 우리 말에는 이러한 주린말 만드는 법이 있다는 것만 주의해 두고 싶다.

새말 만들기와 순수 주의[편집]

八ꞏ一五 이후의 새말에 대해서는 앞에 말해둔 일이 있지만, 일부 순수주의적 우리말 학자들이, 한자어와, 일어에서 온 가짜 한자어를 싫어하는 결벽에서 많은 새말을 내놓았다. 특히 소학교 교과서에 그것은 아모 국민적 동의없이 군정 三년동안 어느새 그대로 들어와 버렸다. 물론 그 동기는 잘 알수 있다. 군정시대 문교부에서 만든 『우리말 도루 찾기』서문에서 우리는 이런 구절을 읽는다.

『우리의 뜻을 나타냄에 들어맞는 우리말이 있는데도 구태여 일본말로 쓰는 일이 많았고 또 우리에게 없던 말을 일어로 씀에도 한자로 쓴 말은 참다운 한자어가아니요 왜식의 한자어로서 그 말의 가진바 뜻이 한자의 본뜻과는 아주 달라진 것이 많다. 이제 우리는 왜정에 더럽힌 자취를 말끔이 씻어 버리고 우리의 겨레의 특색을 다시 살리어 천만년에 빛나는 새나라를 세우려 하는 이 때에 우선 우리의 정신을 나타내는 우리말에서부터 씻어내지 아니하면 아니 될 것이다.』

그렇다. 우리말을 모두 찾는 것은 좋다. 그게 나뿔리가 없다. 그런데 이토록 좋은 동기를 가지고도, 말하자면 『순수주의』라고도 부를 생각을 가진 일련의 인사들의 잘못은 어디있느냐하면, 첫째, 말이라고 하는 것은 살아있듯이 움지기는 것이라는 것, 둘째, 말은 어떤 천재가 혼자서 제멋대로 만드는 것이아니라, 그 민족의 공동한 참여와 투자로 해서 자라나온 사회적 역사적 사실이라는, 이 언어인식의 기본이될 두 명제를 잊어버린점에 있었다. 즉 그들 순수주의자들은 순수한 우리말을 찾노라는게, 오래전에 역사의 싱싱한 조류에 밀려죽어버린 말을 다시 살리려는 골동취미에 빠지는 것이 아니면, 어느 개인의 기상천외의 상상속에서 빚어진 괴퍅한 새말을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살아있는 말에 대하여, 하나는 『말의 화석』이요, 다른 하나는 『말의 조화(造花)』인 것이다. 우선 순수주의자들이 만든말들이 어떤것인가부터 살펴보자.

『배움집』 『날틀』 시비는 너무나 잘 아는 일이어니와, 우리는 군정 문교부에서 만든 현행 소학교 교과서에서 약간 예를 추려보기로한다. 가령 종래 일본말에서 온 한자어

전염병(傳染病), 운모(雲母), 주위(周圍), 굴곡(屈曲), 채집(採集), 성대(聲帶), 해구(海狗), 수분(水分), 육지(陸地), 용적(容積), 피부(皮膚), 금속(金屬), 견치(犬齒), 생물(生物), 무생물(無生物), 후두(喉頭), 전선주(電線柱) 또는 전신주(電信柱), 막(膜)

등을

돌림병, 돌비늘, 둘레, 드나듦, 모으기, 목청, 물개, 물기, 뭍, 부피, 살갈, 쇠붙이, 송곳이, 산것, 안산것, 울대머리, 전봇대, 청

등과 같이 재래의 쉬운 말로 바꾸어 놓은 것과 같은 일은, 어린이들에게 쉬운말로부터 가르치려는 좋은 의도가보이며,

羽毛, 鳥類, 高地, 岩鹽, 沙丘, 漁類, 石英, 粘板岩

과 같은 거진 우리가 쓰지 않는 일본말 한자어를

깃, 날짐승, 둔덕, 돌소금, 모래언덕, 물고기, 차돌, 청석

등 재래의 우리말로 옮겨놓은것도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의 이해를 도읍기 위해서 쉬운 말을 쓴다는 같은 좋은 의도에서

곱셈(乘), 그네추(振子), 그림표(圖表), 길동물(爬虫類), 느린그림(擴大圖), 날줄(經線), 나눗셈(除), 더운피(溫血), 덧셈(加), 돌고드름(鐘乳石), 돌순(石筍), 돌대(廻轉軸), 들이(容積), 맨껍질(裸皮), 맴돌이(廻轉), 모래돌(砂岩), 밑변(底邊), 바다나리(海百合), 바위물(岩醬), 반올림(四捨五入), 빼는셈(減), 변해된바위(變成岩), 변쑥돌(片麻岩), 별똥돌(隕石), 뻘돌(세일), 불에된 바위(火成岩), 세쪽이(三葉虫), 속셈(暗算), 소리맵시(音色), 쑥돌(花崗石), 순서수(序數), 어림셈(槪算), 어림수(槪數), 원그림(原圖), 이룸(構成), 일함(作用), 짝수(偶數), 젓빨이동물(哺乳動物), 제곱(平方), 찬피(冷血), 책꼬지, 철바람(季節風), 총석돌(玄武岩), 홀수(奇數), 횟돌(石灰)

같은 것은 그중에는 비록 낯선 말도 있기는 하나, 재래의 한자어보다 순순한말로 풀어놓은 것으로 시일이 감을 따라서는 그것을 밀어제낄듯이도 보인다. 그러나 까다로운 한자어를 재래의 쉬운 말로 옮기거나 풀어놓는 정도를 떠나서, 재래의 한자어보다 더 까다로운 말을 만들어서 억지로 쓰이도록 밀어가려 할 때, 거기 순수주의(퓨리즘)가 대두하는 것이다. 다만 그렇게 새로 만든 말의 재료가 한자어 아닌 재래의 우리말이라는순수성만을 가지고, 이러한 무모한 장난을 변호할 수는 없다. 둘째로 그 말이 또는 그 재료가 비록 지금은 쓰이지 않는 죽은 말이나, 일찌기는 우리 조상들이 쓰고 있던 순수한 우리말이라고 해서, 이러한폭행에 가까운 일이 허락 될 수도 없을 것이다. 소학교 교과서에서 예를 찾기도 한다.

꺾인 빛살, 굴방, 그림꼴, 나란히 가는금, 나란히 꼴, 넘빨강살, 넘보라살, 닮은꼴, 달별, 더듬이, 떠돌이별, 둘레, 모듬사리, 맞모금, 맞주림, 모뿔, 물뭍동물, 반지름, 별자리, 붙사는, 빗면, 빛살, 삭임물, 살별, 얼개, 얼안, 역비, 원뿔, 짝진변, 점금, 쪼갠면, 중쇠, 지름, 철까지, 한나치, 힘살 ⋯

등을 그말들에 해당하는 본래의 한자어와 마추어 놓으면 아래와같다.

굴절광선, 암실(暗室), 도형(圖形), 평행선(平行線), 평행사변형(平行四邊形), 적외선(赤外線), 자외선(紫外線), 상사형(相似形), 위성(衛星), 촉각(觸角), 행성(行星), 원주(圓周), 단체생활(團體生活), 대각선(對角線), 약분(約分), 각추(角錐), 양서류(兩棲類), 반경(半經[徑]), 성좌(星座), 기생(寄生)하는, 사면(斜面), 광선(光線), 소화액(消化液), 혜성(彗星), 구조(構造), 범위(範圍), 반비(反比), 원추(圓錐), 대응변(對應邊), 점선(點線), 단면(斷面), 축(軸), 직경(直經[徑]), 철도선로(鐵道線路), 단위(單位), 근육(筋肉) ⋯⋯

이 두 계열, 즉 소학교 교과서의 새말과 재래의 한자어를 비교해볼적에, 우리는 과연 새말을 낡은 한자어보다 더 변호할 정열을 느끼게 될가?앞에서 본것처럼 까다로운 한자어를 이와 대응하는, 이미 알려진 쉬운 말로 바꾸어놓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또 거기해당하는 쉬운 말은 없으나 까다로운 한자어를, 쉬운 말로 풀어서 새말을 생각해 내는 것은 앞으로도 우리말의 어휘를 정리할 적에 채용해 좋을 방침이겠다. 그것은 이미 있던 재료를 다만 새로 마추어서 의미를 알도록 하는 것이다. 즉 새말은 새말이나, 재료는 본래 아는 것에다가 그 결합만 새로운 것으로, 이 새롭다는 부분은 이미 알려진 요소 때문에 스스로 밝혀지도록 된 것이다. 그러나 벌써 어느 정도 익숙해저가는 쉽고 간단한 한자어를, 오직 한자어라는 때문으로 해서, 배격하고 까다라운 새말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말 속에 그처럼 넓고 깊게 들어와 있는 한자어 전체를 통털어 휘몰아낼 무슨 용의나 능력이 있는가?

『굴절광선』을 혹은 『굽은광선』쯤으로 하는 것은 용납될지 모르겠으나, 『태양광선』 『엑스광선』등으로 소학교 다녀본 사람쯤이면 다알고 있을 『광선』이란 말을 구태여 『빛살』이라고 하는 것도 우습거니와 암실(• •), 평행선(• • •), 자외선(• • •), 단체생활(• • • •), 혜성(• •), 범위(• •), (), 직경(• •), 단위(• •), 철로(• •), 근육(• •), 같은 이미 익숙해진 말에조차 새말을 만들어 낼 것은 무엇일가? 주위(• •)원주(• •)를 한가지로 둘레(• •)로 대신 시킨것도, 말의 분화작용을 거꾸로 가는 게 된다. 주위(• •)둘레(• •)로도 용혹 무방하겠으나, 원주(• •)는 둘레의 일종이면서 다른 둘레(• •)와는 구별될 특수(• •)한 둘레인 것이다.

도대체 순수주의로 나가려는 같은 교과서에,

산지(山地), 어업(漁業), 발전(發電), 분수령(分水嶺), 곡창, 항만(港灣), 래륙성기후, 등온선(等溫線), 우량(雨量), 자원(資源), 연산액(年産額), 일호당(一戶當), 야산(野山), 무주공산, 해조(海潮), 증발(蒸發), 염전(鹽田), 가내공업(家內工業), 공장공업, 본위(本位), 산업정책, 포자(胞子), 공전(公轉), 자전(自轉) ⋯⋯

실로 끝이 없을 정도로 보다 더 어려운 말은 그대로 마구 쓰는 것은 순수주의로서는 불순한 일이며 자기모순이 아닌가?그런 말은 더러는 적어도 대신할 쉬운 말, 또 풀어쓸 말을 찾으면 있지나 않을까?

새말은누가만드나?[편집]

새말은누가 만드나?이렇게 물으면 군정 시대라면 아마 누구든지 어렵지 않게 『문교부 편수국이 만들지 누가 만들어?』하고 되처 물을 것이다. 또는 부당하게 더러는 정당하게, 조선어학회 아무 선생이 만들지, 하고 대답할 것이다. 『날틀』 『배움집』 등에 관해서는 조선어학회는 관계가 없다고, 어학회 당사자는 기회 있을 적마다 말한다. 『배꽃 계집 오로지 배움집』하고는 어학회 어떤 지도적 학자와 관련시키며, 군정 시대의 문교부 편수국은 적어도 순수주의 총본영처럼 일반이 여기고,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편찬된 소학교 교과서는, 막대한 새말을 싣고 등장한 것이었다.

그렇다. 어떠한 나라에고 이 순수주의는 있는 것으로 그들은 곧잘 새말을 만들어 냈다. 이 국어의 순수주의는, 피의 순수수즤 즉국수주의, 문학 예술상의 순수주의 즉반생활주의등과 일맥상통하는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국어의 순수주의는 앞에서도 잠시 말했지만, 첫째는 한 민족의 말이라고 하는 것은, 일정한 문화적 전통의 소산으로 오래인 동안 그 민족의 현실 생활 속에서 자라나온 그 민족을 규정짓는 가장 중요한 문화의 부문이라는 점을 잊어 버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끊임없이 자라 왔으며, 앞으로도 자라 갈 것이다. 그것은 그러므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그 자체의 어저께가 있은 것처럼 오늘이 있는 것이다. 오늘의 세대는 결코 어저께의 말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 아니고, 오늘 실로 오늘의 말로서만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말은 어느새 쓰이지 않게 되어 죽은 말이 되기도 하고, 어저께는 생각도 못했던 말이 새로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원체가 또한 그런 것이다. 새말을 만들어 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낯선 외국말조차를 끌어 넣기도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주의자들은, 오래인 옛날 민족의 생활에서 밀려서 죽어 버린 낡은 옛말을 즐겨 다시 등장시키려는 이상스러운 취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문화적 순수주의가 현실의 역사성을 무시하고 진보와 발전의 원측을 부인하는 일종 퇴보주의인 것처럼, 말의 순수주의도 결국은 이러한 반동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둘쨰로는 그들은 말은 한 개인의 장난감이 아니고 그 민족의 사회적 소유라는 것을 잊어 버리고 있는 것이다. 새말도 사실에 있어서는 민요와도 같이, 민중 속에서 어느새 생겨서 그 공인을 얻어 비로소 그 국어에 채용되는 것이다. 물론 처음 만든 것이 어느 개인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한국어의 어휘에 들려면, 민중 자신이 저도 몰래 공인해버려야 하는 것이다. 『통조림』은 아마도 순수주의자가 아닌 어느 천재의 솜씨로 된듯한데, 필경 너나없이 좋게 여겨 쓰는 동안에 새말이 되어 버렸다. 또 그렇게 떠돌아 다니는 동안에 마치 어떤 민요 모양으로 이사람 저사람이 적당히 손을 댄 결과 처음 모양과는 달라진 새말이 되고마는 경우도 있다. 『양담배』는 『양키담배』에서 긴 순례 동안에 한 부분을 잃어 버리고 된 새말이다. 그리하여 한마디의 새말을 만드는데는 대중이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새말에 대중은 공동으로 투자하는 세음이다. 새말은 그러므로 가장 민주주의적인 길을 거쳐 세상에 나타나는 것이다. 어떤 개인은 물론 어떤 새말을 입후보로 내세울 수가 있다. 말은 민주주의니까 아무나 그라할 권리가 있을세 옳다. 그러나 대중의 절대다수의 지지를 받기 전에는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런 것을 가지고 일부 취미가 같은 인사들끼리 대량생산한 새말을 마치 국민은 어느새 공인이나 한듯이 국정 교과서에 함부로 집어 넣는 것은 말의 본성과는 어긋나는 독재주의라 할 밖에 없다. 관권을 걸머지고 나온 까닭에 그것은 관료적 독재주의다.

도대체 간판(• •)보람패(• • •), 왼족(• •)먼거님(• • •), 자원(• •) (資源) 을 거리믿(• • •), 우체부(• • •)우편사람(• • • •) 또는 체전원(• • •), 답신(• •) (答申) 을 대답사리(• • • •), 입장권(• • •)들임표(• • •), 『버스』를 두두기차(• • • •), 배우(• •)노름바치(• • • •)는 좀이 아니라 대단 우습거니와, 민주사상을 배워들인 오늘의 세대에게 취체역(• • •) 또는 역원(• •) 대신에 유사(• •) (有司), 탄원(• •) 대신에 발괄(• •), 결석계(• • •) 대신에 말미사리(• • • •), 급사(• •) 대신에 사환(• •), 동창(• •) 대신에 동접(• •)을 쓰래서야 곧이 들을라고? 봉건시대를 다시 가져오기 전에는 이런 말은 다시 소생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런 말에 구미를 느낀다는 것은 그대로, 봉건주의에 대한 향수가 아니냐고 힐난한다면 어쩌자고 하는노릇일가?한심한 일이다. (이상의예는 『우리말 도루찾기』에서 찾은것)

화석이 숨을 쉴 수가 없으며 종이 꽃에서 향기가 날 리 없듯 옛날말 학자의 몬지 낀 창고에서 파낸 죽은 말이나 순수주의자의 손꼽질대장간에서 만든 새말이 갈 곳은 대체로 뻔하다. 이윽고는 대중의 냉소와 조롱 속에 잊어버리우고 마는 것이 고작이다. 물론 간혹 그 중에는 대중의 필요와 입맛에 맞는 것이 있어서 국어 속에 채용될 적도 있으나, 그것은 실로 어쩌다 있는 일이다. 초밥(• •) (스시) 과 같이 비교적 잘 되어보이는 순수주의자의 새말 조차가 얼른 남을상 싶지도 않다. 거기 대하여 불고기(• • •) 라는 말이 한번 평양에서 올라오자 얼마나 삽시간에 널리 퍼지고 말았나?

요컨대 순수주의는 그러므로 한편에 있어서는 『아아케이즘』 즉 현실을 무시한 케케묵은 고대취미에 빠지고 말며, 다른 한편에서는 공동사회에 속한 말의 객관성을 무시한 독선주의가 되는 것이며, 그리하여 생활에 발판을 붙이지 못한 현학 (衒學) 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돈•키호오테』를 경계해서 일찌기 영국 『엘리자베트』시대의 유명한 극작가 『벤•죤슨』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한마디 새말을 만들찌라도 어떤 파탄과 보람 적은 결과를 피해 낼 수는 없다. 왜 그러냐하면 마침 그말이 인정을 받게 된다 치더라도 거기 대한 칭찬은 한갖 지나가는 정도의 것 밖에 아니 되는데, 만약에 거부되는 경우에는 조롱을 받게 됨에 틀림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순수주의자가 만드는 새말이 『돈•키호오테』의 만용에 지나지 않는다면 새말은 대체 누가 만드는 것일가?그것은 민중인 것이다. 사실 한마디 한마디의 새말의 창조자로 일일이 누구 누구를 지목하기란 극히 어려운 것이다. 처음에 발안한 것은 분명 어느 개인일 터이나, 그것은 어느 기간을 두고 사회적인 시련 끝에, 혹은 원형대로 혹은 다소 모양이 달라져서, 공인을 받은 끝에야 새말 행세를 하게되는 것이다. 그것이 당당히 사전에라도 끼어들려면 대중이 직접 쓰는 마당에서, 여러번 사전 편찬가의 귀와 눈에 띠어야 된다. 그렇지 않고 순수주의자식으로 사전을 만든다면 새말 모으는 아모런 준비도 『카아드』도 없이 책상에 마주앉기만 하면 불킬 동안에 한권쯤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위첨 천만인 관념론자의 불장난이다.

대중은 기실은 새말을 만드는데 있어서 서뿔른 순수주의자들보다는 사뭇 천재인 것이다. 곧이들리지 않거던, 八•一五 이후에 나온 새말만이라도 보라. 앞에서 든 혼성어들만이라도 다시 보라.

대중은 또한 새말을 만드는데 있어서 결코 낭비를 하지않는다. 그들은 철저한 실용주의자다. 동물학, 식물학이라는 한자어가 있어서 이미 귀에 젖었는데, 조류(• •) (鳥類) 를 날짐승(• • •)이라고 하듯 자연스러운 대치라면 몰라도, 『산스크리트』나 다름 없는 옮사리갈(• • • •)이니 물사리갈(• • • •)로서는 오직 혼란을 더하는 것뿐이다. 그러니까, 말의 천재는 그런 낭비를 따르지 않을 것이다. 필요와 이유가 있으면 만들고, 필요가 없는데 구대여 군더더기를 만들려들지는 않는다.

또 경우와 필요를 따라서는 남의 말도 마구 가져온다. 말은 그러니까 순수주의와 같은 고루한 국수주의와는 맞지 않는 활달한 『코스모폴리탄』이다. 말의 세계에서 독재를 계획하다가는 큰 코를 다치기 쉽다. 말에 있어서 민중은 철저한 자유주의자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훌륭한 예술가다. 공소한 모양만 갖추는게 아니라 충실한 의미를 빈틈 없이 걸머진 어던 필연적인 결합의 방식과 충동을 가지고 있는듯하다.

文法과 文學의싸움[편집]

우리나라에서 순수주의자는 주로 어학자 사이에 흔하다고 하는 일은 매우 재미스러운 현상이다. 같은 어학자라 할찌라고 좁은 의미의 言語學者, 즉 말의 사실과 현상을 과학적으로 알려고 달려드는편이 아니라 말의 기준과 본을 세우려는 文法學者 더 정확하게는 우리나라에서는 綴字法學者 속에서 순수주의는 더 열열한신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원래는 옳게 쓰는 형식을 찾는다는(• • • •) 것보다도 세우려는(• • • •) 그들은 드디어는 내용의 세계에 까지 그 자질 좋아하는 버릇을 연장해서, 어휘에 간섭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은 반드시 우리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근새초두에 『유롭』 각나라가 『라틴』의 질곡으로부터 제나라 말과 글을 해방시켜서 독립한 국어를 세워갈 적에 나라나라마다 있은 일로, 가령 『르네상쓰』기의 영국의 유명한 순수주의자 『치이크』는 그의 『마대복읍』 번역에서, 흠정 (欽定) 성서번역과는 달리, 『그릭』 이나 『라틴』식 말 대신에 고대영어에 줄이 닿는 말을 대신 살리려 했다. 그러나 이 『유롭』식 순수주의자들은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순수주의자처럼 제멋대로 새말을 만드는 재주는 아마 없었던가 보다 이 시기의 어학자가 저 철자법의 통일을 위하여 매우 힘 쓴 것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데가 있다. 철자법의 통일에는 『유롭』에서나 우리나라에서나 문법학자의 신세가 퍽 컸다.

한편 중세기를 통한 『라틴』말의 봉건적질곡에서 제나라 말을 해방하여 민족문화의 건설을 향해서 처음 일어난 것은, 사실은 앞에서 보아온 『말의 법관』들이 아니고 문학자였던 것이다. 『단테』(1265—1321)가 당시 교회와 궁정과 재판소의 말이던 『라틴』을 버리고 『투스칸』 방언으로서 『신곡』 과『신생』의 두 시편을 쓰고 또 방언의 권리를 옹호하여 『라틴』으로 De Vulgari El—oquentia를 쓴것은 『유롭』 각 나라의 근세 민족문화 건설의 첫 봉화가 되었던 것이다. 그후 一四三四년에 이태리의 유명한 『휴매니스트』 『알베티르』 는 『단테』의 정신을 계승하여 말하기를 『나는고대 「라틴」이 매우 해박하고 고도로 세련 되었다는 것을 고백한다. 그러나 나는 오늘의 우리 「투스칸」 말이 왜 푸대접을 받는지, 그래서 그말로 쓴 것이면 아모리 뛰어난 것일찌라도 우리에게 반갑지 못하다는 까닭을 알수가 없다. ⋯⋯만약에 많은 학자들이 「라틴」 으로 쓰는 때문으로만 해서 이말이 모든 사람 사이에 권위가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만일에 학자들이 열과 조심을 가지고 우리 방언을 세련 시키고 연마해 가기만 한다면 우리 방언도 「라틴」과 꼭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프랑스』에서는 『듀•벨레』가 一五四九년에 같은 열의로 『프랑스말의 옹호와 예증』을 썼었다.

그러나 문법학자와 문학자가 같은 제나라 말을 옹호하면서도 각각 그 눈을 거는 방향이 달랐던 것이다. 하나는 말의 헌법을 만들려고 들었는데, 다른 하나는 현실의 움지기는 산말에 충실하려고 하였다고 하는 점이다. 영국에서 오늘에 이르기 까지도 거진 기적이라고 할만치 가장 많은 어휘를 구사한 문학자는 말할 것도 없이 『섹쓰피어』였다. 그러나 그가 오늘의 영어에 바친 위대한 공헌은 결코 새말을 많이 만드렀다는데 있지는 않다. 그게 아니라 제 나라 민중의 말을 널리 파내서 대담하고 풍부하게 살렸다는 점과, 또한 모든 종류의 새말을 서슴지 않고 받아들였다는 점에 있은 것이다. 그 새말이라고 하는 것은 대부분이 『라틴』에서 끌어온 것이었다는 것은 주목할 일이다. 一七五五년에 나온 획기적인 『죤슨』 박사의 『영어사전』은, 그가 그 서문속에서 『나는 힘써 「왕정복고」 이전의 작가들에게서 예와 권위를 모으려고 노력했다. 나는 그들의 작품을 본연의 어법의 순수한 원천인 것처럼 흐리지 않은 영어의 샘으로 생각한다.』고 말하듯, 실재한 말 그것에 어디까지든지 충실하려고하여 일곱해라는 긴 시간과 고생을 바쳤지, 새말을 만드는데 열중하지는 않았다.

다행히 오늘까지 첫권이 나온 『우리말큰사전』에는 『학 (學) 』의 의미의 『갈』은 없었고 『표준 조선말 사전』 에도 『배움집』 이니 『날틀』 이니하는 따위의 억지로 만든 말들이 껴들지 않은 것은 상쾌한 일이다.

일찌기 우리 가운데서 아마 섬세하고 예리한 어감 (語感) 을 갖기로 제일인자일 시인 鄭芝溶씨가 『아름다운』 이라는 말에서 만족 못하고 『美한』 이라는 새말을 그의시 『갈리리바다』 속에서 시험한 일이 있다.

때없이 설래는 波濤는 美한 風景을 이룰수 없도다

그러나 이처럼 권위 있는 안내자의 인도로도 이 새말은 드디어 국어 속에 들어오지 못하고 말았다. 시인 정지용씨의 우리말에 대한 공헌은 차라리 시정과 들에 아무렇지도 않게 딩굴어 다니는 말의 진주들을 진흙과 몬지 속에서 집어 닦아 빛을 내서 보여준 데 있을 것이다. 岸曙는 오직 시와 노래에만 『오가는』 (=오고가는)이라는 말을 집어넣기에 성공했으며, 『모양』 이라는말을 조곰 비틀어서 된 『마냥』이라는 말도 겨우 時 속에서 쓰일 정도다. 이것은 딴나라 얘기지만 일찌기 영국 소설가 『아아놀드•베넷트』가 Intrigue 라는 말에, 종내에 없던 새뜻으로 『몹시흥미를일으킨다』는 뜻을 붙여볼려다가 필경 이루지 못하고만 예도 있다. 우리 새문학에 있어서 어휘라는 점에서 일대보고다로고 할 碧初의 『林巨正』이 되기까지에는 말모으기에 얼마마한 피못나는 수고가 있었을까?적당히 새말을 만들어 채워놓는 것이라면 碧初의 힘과 지식을 가지고 무엔들 못했으랴?그러나 순수중의 학자님이면 몰라도 진짜문주자는 그런짓은 아니한다. 왜?그의 관심은 오로지 산말에 있는 것이지, 말의 화석이나 조화 (造花) 에 있지 않은 때문이다. 『뽀오들레르』를 『말의 연금사 (鍊金士) 』 라고 부를 적에 그말은 결코 새말을 잘 만들어 낸다는 뜻이 아니라, 말의 뜻과 뜻의 신기한 결합에 의하여 말의 세계에 새 경지를 늘 펼처보여준 때문이었다.

다행히 오늘의 언어학은 문법제일주의, 더 정확하게는 철자법 제일주의의 十八세기적 유치한 경지에 만족하지 않고, 차라리 더 넓고 깊은 말의 사실의 세계에 뛰어 들어가는 진정한 과학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오직 고두한 순수주의자만이 철자법제일주의자와 함께 배좁은 우물안에 옴추리고 들어 앉아, 멀리 시대에서 뒤진 희극적 존재가 되고 말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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