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2008노3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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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노3293 강간치사·살인 판결기관: 서울고등법원 |
2009년 2월 6일 판결. |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검사 검 사 김용남 변 호 인 변호사 정영대 외 1인 원심판결 춘천지방법원 2008. 11. 28. 선고 2008재고합1 판결 주 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한 검사 작성의 제1, 2회 피의자신문조서는 임의성을 의심할 정황이 없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므로 그 증거능력이 있고, 그 밖에 공소외 7, 4의 각 진술과 원심 증인 공소외 8의 진술 등에 의하면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빗과 연필은 피고인의 것으로 인정되는 점, 피고인이 입고 있던 팬티에 피해자의 것으로 보이는 혈흔이 묻어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유죄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할 것임에도 원심이 이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한 것이다(검사의 항소이유 중에는 원심의 재심개시결정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으나, 검사가 위 재심개시결정에 대하여 불복을 하지 아니하여 그것이 확정된 이상 그 당부에 관한 주장은 적법한 항소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이에 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2. 판단 가. 증거관계 검토 (1) 먼저 원심은, 피고인이 범행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검사 작성의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경찰에서의 폭행·협박 내지 가혹행위로 인하여 임의성 없는 상태가 계속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어서 그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에서 피고인에 대한 검찰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배척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되고(검사는, 원심이 검사 작성의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만 명시적으로 그 임의성을 부인하고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는 별도로 그 임의성을 판단하지 아니한 채 제1, 2회 검찰피의자신문조서 전체에 대하여 증거능력을 배척한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기록을 살펴보아도 검사 작성의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가 증거로 제출되어 증거조사를 거쳤다고 볼 자료가 없고, 더욱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는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를 배척하는 취지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설령 위 각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① 피고인의 자백에 따르면 피고인은 이 사건 당일인 1972. 9. 27. 20:00경 집을 나가 약 300미터 떨어진 피고인 운영의 ‘ △△만화가게’ 앞에서 피해자를 만났다는 것이나, 이는 같은 날 19:00경 만화가게를 간다고 집을 나간 이후 사망할 때까지 어느 곳에도 들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 피해자의 행적과 시간적으로 일치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피해자의 집에서 ‘ △△만화가게’까지의 거리는 불과 200여 미터에 불과하다) 피해자의 주머니에서 피고인의 만화가게가 아닌 ‘ □□만화가게’의 TV시청권이 발견된 것과도 들어맞지 않는 점, ② 피고인은 피해자를 강간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반항하여 약간의 몸싸움을 하였고, 실신한 피해자를 안고 약 16미터 떨어진 곳으로 옮겨 간음을 하였다고 자백하였으나, 이는 범행 후 현장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슬리퍼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범행 현장이 물기가 남아 있는 논임에도 그 바닥에 발자국과 같은 몸싸움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아니하였으며, 피해자의 몸에서도 양발의 발끝에 미량의 흙이 묻어 있는 외에는 몸싸움의 흔적이 없었던 것 등 범행 현장의 객관적인 정황과 일치하지 않는 점, ③ 피고인의 자백에 따르면 위와 같이 논에서 피해자와 몸싸움을 하고 또 범행을 저지른 후 도망하면서 왼발이 논에 빠져 고무신을 벗어 씻었다는 것임에도 당일 23:30경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피고인을 접대하면서 윤락행위를 한 술집 종업원 공소외 3은 당시 피고인의 옷이 젖어 있거나 흙이 묻어 있지 아니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범행 다음날 피고인의 신체와 집에 대하여 이루어진 압수수색에서도 그와 같은 단서는 전혀 발견되지 아니한 점, ④ 피고인은 범행 다음날 팬티에 피로 보이는 붉은 것이 묻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세탁하도록 벗어놓았다고 자백하였으나( 공소외 11은 위 팬티를 그로부터 일주일이 경과한 10월 5일 세탁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다음날 피고인의 신체와 집에 대하여 이루어진 압수수색에서 발견되지 아니한 점, ⑤ 무엇보다도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해자가 사망한 시각에 피고인은 집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2) 나아가 원심은,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연필이 피고인의 것이라는 취지의 공소외 5의 진술, 역시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빗이 피고인의 것이라는 취지의 공소외 4의 진술, 피고인이 입고 있던 팬티 앞 부분에 불그스레한 것이 묻어 있었고, 사건 당일 20:00가 조금 지난 무렵 피고인이 집 밖에서 소변을 보는 것을 목격하였다는 취지의 공소외 11의 진술 등은 모두 일관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경찰의 강압 또는 회유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믿기 어렵거나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조치 또한 정당한 것으로 수긍되고 거기에 어떠한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 (3) 나아가 원심이 명시적으로 배척하지 아니한 증거들에 관하여 본다. (가) 먼저, 피고인이 1972. 10. 10. 검사 앞에서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하는 내용을 담은 녹취록에 관하여 보건대, 이는 경찰관이 피고인과 검사 몰래 또는 피고인 몰래 녹음한 것을 기록한 것으로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그 증거능력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판결 등 참조), 이를 증거로 삼을 수 없다. (나) 다음으로 공소외 7, 8의 각 진술에 관하여 보건대, 위 각 진술 중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부분은 경찰이 압수한 ‘검은색 접는 빗’과 ‘파란색 동아연필’이 이 사건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것이라는 취지라고 할 것이나, ① 우선 공소외 7은 재심대상사건의 원심에서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빗은 접는 것이 아니고, 또 연필도 노란색 계통이었다는 취지로 이를 번복하기도 하였던 점, ② 공소외 8 또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라고 한다)의 조사 및 원심 법정에서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빗은 노란색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한 점, ③ 무엇보다도 위 각 진술은 위 빗과 연필이 피고인의 것이라는 전제하에서만 의미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인데 이에 부합하는 공소외 5, 4의 각 진술은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은 이유에서 믿기 어렵다고 할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각 진술은 믿기 어렵거나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 (다) 이어서 공소외 12의 진술에 관하여 보건대, 공소외 12는 사건 당일 저녁을 먹고 조금 지난 무렵 피해자가 다른 두 아이와 함께 피고인이 운영하는 만화가게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① 그 진술에 따르더라도 피해자의 양옆에서 함께 걸어가던 아이들이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모른다는 것임에도 피해자만은 정확하게 알아보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점, ② 더욱이 당시는 밤이었고 피해자와의 거리도 상당히 떨어져 있었으므로 누군가를 정확히 식별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공소외 12는 이 법원 99재노17 사건의 참고인으로 출석하여 당시 밤이고 거리가 150미터 이상 떨어져 있어서 그때 목격한 사람이 피해자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였지만 경찰의 유도로 그와 같이 답변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④ 무엇보다도 그 무렵 피고인의 만화가게 안에 있던 공소외 13, 5의 각 진술에 따르면 피해자는 위 만화가게에 들어가지 않은 것이 인정되는 점 등에 비추어 이 또한 그대로 믿기 어렵거나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 (라) 계속하여 공소외 13의 진술에 관하여 보건대, 공소외 13은 피고인이 사건 당일 19:50경 만화가게에 왔다가 아들인 공소외 5에게 “ 공소외 5야 나 먼저 간다”라는 말을 하고 나갔고, 나가면서 만화가게 문앞에서 텔레비전을 훔쳐보고 있던 아이들을 야단을 쳐서 내쫓았다고 진술하였으나, ① 피고인이 만화가게에 오자마자 그의 지시로 학교도 가지 아니한 채 하루 종일 혼자서 만화가게를 보고 있던 아들 공소외 5에게 “먼저 간다”는 말을 하고 다시 갔다는 것은 당시의 상황과 도저히 맞지 아니한 점, ② 만약 피고인이 위와 같이 만화가게 앞에 있던 아이들을 내쫓았다면 의당 수사기관에 의하여 그 아이들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을 것임에도 아무런 조사가 되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역시 그대로 믿기 어렵거나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 (마) 마지막으로 공소외 14, 15의 각 진술에 관하여 보건대, 위 각 진술의 취지는 이 사건 당일 21:00경 범행 현장 부근 배수로에서 어떤 사람이 손을 씻는 것을 보았다는 취지이나, ① 위 각 진술 자체에 의하더라도 당시 어두워서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것에 불과한 점, ② 위 공소외 14, 15는 위 장면을 목격한 후 각자 집으로 가서 라디오를 켜자 9시 뉴스가 끝나고 연속극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당시의 시각을 기억한다고 진술하였으나, 그날은 축구중계 때문에 9시 뉴스가 방송조차 되지 아니하였으므로(증거기록 954쪽), 위 각 진술은 객관적인 사실관계와 일치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마찬가지로 믿기 어렵거나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 범행시각에 대한 검토 더 나아가 검사가 제출하고 있는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과연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단정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보기로 한다.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는 이 사건 당일인 1972. 9. 27. 저녁을 먹은 후 19:00경 만화가게를 간다고 하면서 집을 나간 사실, 피해자의 위 내용물을 검사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인 공소외 16은 1972. 10. 11. 피해자가 식후 1~2시간 사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감정서(증거기록 658쪽)를 작성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검사는 위와 같은 감정결과를 근거로 피해자가 21:00경 사망한 것을 전제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공소외 17 작성의 부검감정서(증거기록 393쪽)에 의하면 피해자가 사망한 다음날인 1972. 9. 28. 피해자의 사체를 부검한 의사 공소외 17은 피해자의 위 내용물 상태로 보아 피해자는 식후 30~50분 사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감정한 사실 또한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과연 위 양 감정결과 중 어느 것이 더 신뢰성이 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첫째, 위 내용물은 사람이 사망한 경우에도 자연소화가 이루어지고 그 정도는 바깥 온도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데, 위 공소외 17은 피해자의 사체가 발견된 직후 이를 부검하여 그 위 내용물을 기초로 감정을 하였음에 반하여 공소외 16은 위와 같이 부검을 거친 위 내용물을 그로부터 10여 일이 지난 후 병에 담긴 상태로 받아 감정한 점, 둘째, 만약 피해자가 식후 1~2시간이 지나서 사망한 것이라면 적어도 사건 당일 집을 나간 19:00경부터 사망한 21:00경까지의 행적 중 일부라도 밝혀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할 것인데, 위 시간 사이의 어떠한 행적도 밝혀지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집을 나간 후 1~2시간 사이에 살해되었다는 취지의 공소외 16의 감정결과보다는 집을 나간 직후 살해되었다는 취지의 의사 공소외 17의 감정서가 더 신뢰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나아가 이와 같은 전제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① 이 사건 당일인 1972. 9. 27.은 18:19에 일몰이 되었으나 그 후 약 35분 정도 박명이 계속되었다는 것이므로(증거기록 111쪽), 완전히 어두워진 시각은 18:54 이후로 보이는 점, ② 피고인은 당일 공소외 18, 19와 함께 어두워질 때(약 19:00정도)까지 불을 켜 놓고 점포개조작업(피고인의 처가 운영하던 ‘ ◇◇◇집’을 만화가게로 개조하는 작업)을 한 후 위 공소외 18, 19와 막걸리 2되를 나누어 마셨고, 이어서 공소외 18과 공소외 19가 돌아가고도 빚을 받으러 온 공소외 20과 한참 동안 얘기하면서 다시 막걸리를 마신 점( 공소외 18, 19, 20의 각 진술)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적어도 이 사건 당일 20:00경 무렵까지는 피고인의 집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검사도 이를 염두에 두고 피고인이 20:30경에 집을 나간 것을 전제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설령 피해자의 사망 시각이 21:00경이라고 하더라도,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공소외 20은 피고인의 집을 나서기 전에 22:00경 끊어지는 막차를 걱정하였다는 것이고( 공소외 20은 재심대상사건의 원심에서 피고인의 집을 나서기 전 21:00를 알리는 시계 타종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하였다가 위증죄로 처벌받기는 하였으나, 적어도 그가 떠나기 전에 막차를 걱정하였다는 것만은 대체로 일관되고 있다), 공소외 20의 며느리인 공소외 21 또한 공소외 20이 그날 21:00를 넘어 귀가하였다고 진술한 점, ② 피고인과 공소외 5는 일관하여 피고인이 한국과 버마 사이의 축구경기가 막 끝난 무렵[당일 방송편성표(증거기록 745쪽)에 따르면 21:30에 종료되었다] 만화가게에 들러 공소외 5에게 과자 ‘요깡’을 사주고 갔다고 주장하고 있고, 위 만화가게 주변에 있는 점포의 주인 공소외 22 또한 당일 21:00가 넘은 무렵 피고인이 과자 ‘요깡’을 사갔다고 진술하여 위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당일 21:00경까지 집에 있다가 나와서 만화가게로 갔었다는 주장은 상당히 신빙성이 높다고 보이므로, 이 경우에도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하고 살해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어서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정당하고 결국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이기택
판사
이용구
판사
김인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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