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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2나59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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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나59871
판결기관: 서울고등법원
2013년 7월 19일 판결.

【판시사항】

[편집]

갑 주식회사가 타이완에 본사를 둔 을 외국회사에 제품의 수량과 대금을 특정하여 공장인도조건으로 제품을 제작·공급해 달라는 발주서를 보낸 후 을 회사가 송부한 견적송장에서 일부 변경을 가한 대로 타이완공항 본선인도조건으로 신용장을 개설하였는데, 갑 회사가 계속하여 제품 수정을 요구하다가 신용장을 개설한 이후에야 제품 사양에 관한 최종 승인을 한 사안에서, 을 회사의 제품 인도의무와 갑 회사의 대금지급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편집]

갑 주식회사가 타이완에 본사를 둔 을 외국회사에 제품의 수량과 대금을 특정하여 공장인도조건으로 제품을 제작·공급해 달라는 발주서를 보낸 후 을 회사가 송부한 견적송장에서 일부 변경을 가한 대로 타이완공항 본선인도조건으로 신용장을 개설하였는데, 갑 회사가 계속하여 제품 수정을 요구하다가 신용장을 개설한 이후에야 제품 사양에 관한 최종 승인을 한 사안에서,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의 규정과 제반 사정에 비추어, 위 제품 제작·공급계약은 주문서의 청약조건에 견적송장에서 변경을 가한 대로 계약조건이 정해져서 견적송장이 송부된 날 성립되었고 그 이행기는 갑 회사의 최종 승인이 있는 날로부터 을 회사의 제작가능기간을 고려한 최단시간이 경과한 날 무렵으로 보아야 하는데, 신용장거래에서 매수인과 매도인의 각 의무의 이행은 전체적으로 보아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을 회사의 제품 인도의무와 갑 회사의 대금지급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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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 제1조 제1항, 제3조 제1항, 제14조 제1항, 제18조 제1항, 제19조, 제33조, 제49조 제1항, 제58조 제1항, 제72조 제1항, 국제사법 제25조, 민법 제527조, 제536조, 제568조

【전 문】

[편집]

【원고, 피항소인】이머징 디스플레이 테크놀로지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세한 담당변호사 강성 외 1인)

【피고, 항소인】주식회사 파인디지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유일 담당변호사 이원기)

【제1심판결】수원지법 성남지원 2012. 6. 21. 선고 2011가합13940 판결

【변론종결】

2013. 6. 26.

【주 문】

1.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는 원고로부터 별지 기재 물품 5,000개를 타이완공항 본선인도조건(FOB Taiwan Airport)으로 인도받음과 동시에, 원고에게 미화 124,000달러를 지급하라.

나.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총비용은 2분하여 그 1은 원고,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3. 제1의 가.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주위적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미화 124,000달러(이하 ‘달러’라고만 한다) 및 이에 대하여 2011. 5. 13.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예비적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99,200달러 및 이에 대한 2011. 5. 24.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원고는 당심에서 예비적 청구를 추가하였다).

2.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위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기초 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원고는 타이완에 본사를 두고 전자부품 제조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피고는 대한민국에 본사를 두고 영상기기 개발 제조, 컴퓨터 및 주변기기 제조 및 도·소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다.

나.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물품의 제작, 발주 등

1) 피고는 2010. 4.경 원고에게, 피고가 제조하는 내비게이션에 사용될 터치 윈도우 패널(touch window panel)의 제작 주문 여부를 결정하기 위하여 그 무렵부터 같은 해 8월경까지 피고가 요구하는 위 터치 윈도우 패널의 디자인, 색상 등 사양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원고로부터 이를 반영한 제작도면을 교부받아 검토하였다.

2) 피고는 2010. 8. 13. 터치 윈도우 패널 EP0700MLC3A0G(이하 ‘이 사건 제품’이라 한다) 5,000개(piece)를 124,000달러에 원고의 타이완 공장에서 인도받는 조건(Ex Works)으로 2010. 8. 30.까지 제작·공급해 달라는 발주서(이하 ‘이 사건 발주서’라 한다)를 교부하였다. 위 발주서에는 대금의 지급은 신용장에 의하고 이행기를 2010. 8. 30.로 한다고 기재되어 있으며, ‘승인상 문제로 공용자재인 IC를 제외한 센서판, 커버윈도우, FPCS를 사용할 수 없을 경우 IC를 제외한 나머지 자재 금액의 80%(99,200달러)를 피고가 지급한다.’는 특약(이하 ‘이 사건 특약’이라 한다)도 함께 기재되어 있다.

3) 원고는 2010. 8. 20. 그때까지 제시된 피고의 사양에 맞춘 샘플을 제작하여 피고의 승인을 요구하였는데(위 승인요청서에 기재된 구체적 사항은 별지 기재와 같다), 피고는 최종 승인을 하지 아니하고 2010. 10. 8. 적용된 소프트웨어의 사양을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2010. 10. 15. 전면 윈도우 디자인에 대한 시방서를 제시하며, 2010. 10. 25. 전면 윈도우의 강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으로 계속하여 이 사건 제품의 수정을 요구하였다. 피고는 2010. 10. 26.에 이르러 이 사건 제품의 소프트웨어를 승인하고 2010. 11. 4. 이 사건 제품의 커버 렌즈(Cover Lens) 부품 및 글씨, 색상, 디자인 등을 승인함으로써 원고가 제작한 샘플을 최종적으로 승인하였다(원고의 위 승인요청서에 기재된 사항은 변동이 없다).

다. 피고의 신용장 개설 및 원고의 제작 등

1) 원고는 2010. 9. 13. 피고의 신용장 개설을 위하여 견적송장(PROFOMA INVOICE, 이하 ‘이 사건 견적송장’이라 한다)을 송부하였다. 이 사건 견적송장의 다른 부분은 이 사건 발주서의 기재와 같으나 다만 대금은 타이완에서의 본선인도조건(FOB Taiwan)에 따른 전신환 사전송금(T/T in advance) 또는 일람불 신용장에 의하여 지급되어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고 이행기가 공란으로 되어 있는 점은 이 사건 발주서의 기재와 다르다.

피고는 2010. 10. 21. 이 사건 견적송장을 첨부하여 이 사건 제품의 최종 선적기일을 2010. 11. 20., 수익자를 원고로 한 일람불 신용장(이하 ‘이 사건 신용장’이라 한다)을 개설하였는데, 이 신용장의 인도조건은 타이완공항 본선인도조건(FOB Taiwan Airport)이다.

2) 원고는 2011. 5. 12. 피고에게 이 사건 제품의 수령을 최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2011. 5. 23. ‘이 사건 계약의 이행기는 2010. 11. 20.인데 원고가 위 이행기 내에 이 사건 제품을 제작·공급하지 않았으므로 물품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으며 오히려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원고에게 보냈다.

3) 원고는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 이 사건 제품 655개의 제작을 완료하고 반제품 5,122개를 제작하여 보관하고 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8, 10, 16 내지 2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요지

1) 원고

원고는 2010. 8. 13.경 피고와 대금을 124,000달러로 하는 이 사건 제품의 제작·공급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이 사건 제품의 제작을 완료한 다음 피고에게 그 수령을 최고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신용장에 기재된 선적기일인 2010. 11. 20.까지 원고가 이 사건 제품의 제작을 완료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제품의 수령을 거절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에 따른 대금 124,000달러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제품의 제작을 의뢰하게 된 것은 크리스마스 이전에 이 사건 제품을 장착한 내비게이션을 출시하기 위한 것이고, 내비게이션은 그 제품의 특성상 출시시기에 따라 상업적 성공 여부가 좌우되며, 원고도 이를 잘 알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계약에서는 이행기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① 만일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계약의 이행기가 정해지지 않았거나 또는 늦어도 이 사건 계약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는 상당 기간 내인 2010. 12. 이내에 이행기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이 사건 계약은 중요한 부분에 관한 합의가 없어서 성립하지 않았거나, ② 또는 이 사건 계약이 성립하였더라도 이는 위의 상당한 기간 내에 이행기가 확정될 것을 조건으로 하는 정지조건부 계약인데 이행기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으니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고, ③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이행기가 미확정인 채로 존속하고 있어 이행기가 도래하지 않았으므로 피고는 대금지급의무가 없으며, ④ 이행기가 정해졌다면 그 이행기는 2010. 11. 20.이고 이 사건 계약의 성격이나 원고와 피고 사이의 합의에 비추어 이 사건 계약은 정기행위에 해당하는데 원고는 이행기까지 이행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행기 전에 이행을 거절하기도 하였으므로, 이 사건 계약은 피고의 위 2011. 5. 23.자 내용증명우편의 송달로 적법하게 해제되었고, ⑤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피고의 대금지급의무와 원고의 이 사건 제품의 인도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

나. 판단

1) 준거법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 사건 계약에 따른 대금청구이다. 국제사법 제25조는 계약에 관한 준거법에 관하여 사후적으로 합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원고와 피고는 당심에서 이 사건에 적용될 준거법을 대한민국법으로 합의하였다.

한편 대한민국이 2004. 2. 17.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Contracts for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 1980, 이하 ‘CISG’라 한다)에 가입함에 따라 CISG는 2005. 3. 1.부터 대한민국에서 효력을 가지게 되었는데, CISG 제1조 제1항에 의하면 CISG는 해당 국가가 모두 체약국인 경우(제1호), 또는 ② 국제사법 규칙에 의하여 체약국법이 적용되는 경우(제2호)에 있어서 영업소가 다른 국가에 소재한 당사자 간의 물품매매계약에 적용되고, 한편 CISG 제3조 제1항은 물품을 제조 또는 생산하여 공급하는 계약도 매매로 보고 있다.

앞서 본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계약은 타이완에 주된 사무소를 두고 있는 원고와 대한민국에 주된 사무소를 두고 있는 피고 사이에 체결된 제작물공급계약인데 타이완은 CISG의 체약국이 아니지만 이 사건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법정지인 대한민국의 국제사법 규정에 따라 체약국인 대한민국의 법이 적용되므로 결국 이 사건에는 CISG가 적용되고, CISG에서 직접적으로 규율하지 않고 있는 법률관계에 관하여는 보충적으로 대한민국의 상법, 민법 등이 적용된다. 이하에서는 원·피고의 대한민국 상법, 민법에 기한 주장을 우선 CISG에 기한 주장으로 보고 CISG에 달리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대한민국 상법, 민법에 기한 주장으로 보고 판단한다.

2) 이 사건 계약의 성립 여부

가) CISG는 청약자의 특정인에 대한 계약체결의 제안이 물품을 표시하고,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수량과 대금을 지정하거나 그 결정을 위한 조항을 두고 있는 등으로 충분히 확정적이고, 승낙 시 그에 구속된다는 의사가 표시되어 있는 경우 이는 청약이 되고(제14조 제1항), 청약에 대한 동의를 표시하는 상대방의 진술 그 밖의 행위는 승낙이 되며(제18조 제1항), 승낙을 의도하고 있으나 부가, 제한 그 밖의 변경을 포함하는 청약에 대한 응답은 청약에 대한 거절이면서 또한 새로운 청약이 되고(제19조 제1항), 승낙을 의도하고 있고, 청약의 조건을 실질적으로 변경하지 아니하는 부가적 조건 또는 상이한 조건을 포함하는 청약에 대한 응답은 승낙이 되며, 다만 청약자가 부당한 지체 없이 그 상위에 구두로 이의를 제기하거나 그러한 취지의 통지를 발송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고, 청약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승낙에 포함된 변경이 가하여진 청약조건이 계약조건이 된다(제19조 제2항)고 규정하면서 다만 대금지급, 인도의 장소와 시기 등에 대한 부가적 조건 또는 상이한 조건은 청약조건을 실질적으로 변경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제19조 제3항), 위 제19조 제3항이 그에 정한 조건이 변경되는 경우는 항상 실질적 변경이라는 취지라고 보이지는 않으므로 전체적인 사정에 비추어 실질적 변경인지 여부를 평가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한편으로 CISG는 매도인은 계약에 의해 지정되어 있거나 확정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기일이나 기간, 그 밖의 경우에는 계약 체결 후 합리적인 기간 내 물품을 인도하여야 한다(제33조)고 규정하여 물품의 인도시기의 특정 여부가 계약의 성립과는 무관함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일반적으로 계약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당사자의 서로 대립하는 수 개의 의사표시의 객관적 합치가 필요하고 객관적 합치가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당사자의 의사표시에 나타나 있는 사항에 관하여는 모두 일치하고 있어야 하는 한편 계약 내용의 ‘중요한 점’ 및 계약의 객관적 요소는 아니더라도 특히 당사자가 그것에 중대한 의의를 두고 계약성립의 요건으로 할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이에 관하여 합치가 있어야 하지만(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다10689, 10696 판결 등 참조), 반드시 중요한 점 전부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어야 할 필요는 없고 사후에라도 이를 특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는 이상 계약의 성립을 인정하는 데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니다(임대아파트 분양계약에 관한 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0다73826, 73833 판결 등 참조).

나) 위 인정 사실과 갑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제1심증인 소외 1, 소외 2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제품은 피고가 제조할 내비게이션에 특화된 제품으로 제작되어 다른 용도로는 전용할 수 없는 점, 피고는 2010. 8. 13. 원고에게 이 사건 제품의 수량과 대금, 이행기가 모두 기재된 이 사건 발주서를 보냈고, 위 발주서에는 위험부담에 관한 이 사건 특약까지 기재되어 있었던 점, 피고는 이 사건 발주서를 보내기 이전에도 수차례에 걸쳐 원고에게 피고의 요구 사양에 맞춘 제작도면 및 샘플제작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냈고, 원고도 이에 맞추어 이 사건 제품의 샘플 등을 제작하여 피고에게 보내 승인을 받았으며, 그 결과 피고가 이 사건 발주서를 보낸 점, 이 사건 발주서에는 이행기가 ‘2010. 8. 30.’임에도 그 이후까지 이 사건 제품에 대한 계속적인 사양 변경이 있다가 2010. 11. 4. 최종 승인이 이루어졌는데, 이 사건 제품은 피고의 최종 승인이 있어야 비로소 제작이 가능한 점, 피고가 이 사건 신용장 개설 의뢰 당시 이행기를 ‘2010. 11. 20.’로 기재한 점, 비록 원고가 2010. 9. 13. 이 사건 견적송장을 송부하면서 대금은 타이완에서의 본선인도조건에 따른 전신환 사전송금 또는 일람불 신용장에 의하여 지급되어야 한다고 기재하여 이 사건 발주서와 일부 상이하게 기재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지급방법을 선택적으로 기재하여 피고의 선택에 따르겠다는 취지를 표시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가 신용장을 개설함으로써 당초와 같이 신용장에 의한 대금지급으로 조건이 확정되었으며 대금지급이 이루어지게 되었고, 이 사건 발주서의 인도조건인 공장인도조건과 이 사건 견적송장 또는 이 사건 신용장의 인도조건인 타이완공항 본선인도조건은 실질적으로 그리 큰 차이가 아니므로, 원고가 이 사건 견적송장에서 변경한 것은 부가적인 것에 불과하고 그에 대하여 피고가 즉시 이의를 하였다고 볼 자료도 없는 점 등을 위에서 본 법리와 CISG 규정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는 이 사건 발주서 이전에 원고에게 사양에 따른 제작도면 등을 요구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원고의 제작능력을 신뢰하게 되어, 공급을 요구하는 물건의 수량 및 대금을 특정한 이 사건 발주서를 보냈고, 이에 대하여 원고가 별다른 이의 제기 없이 이 사건 제품의 제작을 위한 후속 조치에 착수하여 피고와 사이에 계속적인 협의를 통해 제작도면 및 샘플을 제작하는 등으로 피고의 청약을 승낙하면서 일부 부수적인 조건을 변경한 견적송장을 송부하였으니, 결국 이 사건 계약은 이 사건 주문서의 청약조건에 이 사건 견적송장에서 변경을 가한 대로 계약조건이 정해져 체결되었다고 할 것이고, 다만 이 사건 제품은 피고의 최종 승인을 거쳐야 제작이 가능하므로 원고와 피고는 이행기를 추후의 진행 경과를 보아 특정하기로 하였는데 뒤에서 보는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최소한 그 이행기를 특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은 묵시적으로라도 정하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은 이 사건 견적송장이 송부된 날인 2010. 9. 13.경 성립되었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계약이 당초부터 이행기가 특정되지 않았거나 2010. 12. 말경까지 이행기의 합의가 없어 불성립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이 사건 계약의 효력발생 여부 및 이행기

가) 이 사건 계약이 정지조건부 계약인지

어떠한 법률행위가 조건의 성취 시 법률행위의 효력이 발생하는 소위 정지조건부 법률행위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그 법률행위로 인한 법률효과의 발생을 저지하는 사유로서 그 법률효과의 발생을 다투려는 자에게 주장·입증책임이 있다(대법원 1993. 9. 28. 선고 93다2083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계약이 이 사건 제품 사양의 최종 확정일 이후 상당 기간 내에 이행기가 확정될 것을 조건으로 하는 정지조건부 계약인지 보건대,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계약의 이행기는 2010. 12. 말 이전에 이미 확정되었다고 볼 것이므로, 이 부분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계약의 이행기 확정 및 도달 여부

피고가 이 사건 발주서에 이행기를 2010. 8. 30.로 기재하였다가 2010. 10. 21. 이 사건 신용장 개설을 의뢰하면서 선적기일을 2010. 11. 20.로 기재한 사실은 앞서 본 바이고, 그 이후 원고와 피고가 달리 특정일을 이행기로 정하기로 하는 명시적인 합의를 하였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위 인정 사실 및 갑 제7, 9, 11 내지 14호증의 각 기재 및 제1심증인 소외 1, 소외 2, 소외 3의 증언(다만 제1심증인 소외 3의 증언 중 뒤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 제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추인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갑 제6호증의 기재와 제1심증인 소외 3의 일부 증언은 믿지 아니한다.

① 피고가 제조·판매하는 내비게이션은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짧고 경쟁이 치열한 상품으로 적기에 제품을 출시하지 못한다면 판매경쟁에서 뒤쳐질 위험이 큰 상품이므로 피고는 조기에 이 사건 제품을 공급받기를 원하였고, 이러한 사정은 원고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② 그러나 원고는 이 사건 제품 사양에 관한 피고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만 이 사건 제품의 제작을 완성할 수 있고 이 사건 발주서 교부 당시나 이 사건 견적송장 송부 당시에는 아직 최종 승인이 없었으므로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제품의 이행기를 확정할 수 없었고, 피고는 이 사건 신용장을 개설한 이후인 2010. 11. 4.에야 원고에게 이 사건 제품 사양에 관한 최종 승인을 해 주었다.

③ 원고는 2010. 11. 3.경 이 사건 계약에 관한 원고의 에이전트인 소외 1을 통하여 피고에게 최대한 일정을 조정해도 2010. 11. 30.까지 이 사건 제품 중 500개, 2010. 12. 15.부터 같은 달 17일 사이에 나머지 제품을 공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통보하며 신용장의 선적기일 변경을 요청하였고, 이에 대하여 소외 1은 피고의 담당자에게 이런 상황을 통보한 후 2010. 11. 5. 원고에게 다음 주 중에 신용장의 선적기일이 변경될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는 취지로 통지하였다. 그 후 피고의 담당자가 2010. 11. 17. 원고에게 공식 문서를 보내달라고 하여 원고는 2010. 11. 18. 피고에게 ‘커버 렌즈 승인을 마지막으로 한 샘플승인서는 2010. 11. 2. 접수되었는데 커버 렌즈의 납기에 4 내지 6주가 소요되고 있는 상황이며 커버 렌즈가 납품되고도 2주 이상 작업일정이 소요되어 최대한 빨리 생산하더라도 2010. 11. 30.까지 1,000개, 2010. 12. 15. 전까지 4,000개를 공급할 수 있다는 취지의 문서를 보냈다.

④ 원고는 이 사건 제품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커버 렌즈를 협력업체로부터 공급받아야 하는데 피고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은 이후에야 협력업체에 커버 렌즈의 생산을 의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위 커버 렌즈를 생산하려면 약 30일이 소요되며, 커버 렌즈를 인도받은 이후에도 2주 정도의 제작 기간이 소요되는데, 한편으로 원고는 만약 피고가 신용장이 개설된 2010. 10. 21.까지 최종 승인을 하였다면 신용장상 선적기일인 2010. 11. 20.까지 제작을 완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이에 의하면 총 4주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이에 대하여 피고 담당자인 소외 3은 원고가 이 사건 제품에 필요한 자재를 사전에 제공받아 확보해두었다면 2주 안에 생산을 완료할 수 있지만, 커버 윈도우(커버 렌즈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의 경우 샘플 승인 전에는 미리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증언하였다.

⑤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신용장에서 정한 선적기일인 2010. 11. 20.을 이행기로 정하기로 합의한 바 없음에도 피고가 임의로 위 선적기일을 지정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그 이행기를 이 사건 제품의 제작도면 및 샘플이 최종 승인된 이후에 정하기로 하되, 원고의 제작가능기간을 고려한 최단시간으로 이를 특정하기로 합의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피고의 최종 승인이 2010. 11. 4. 있었고 이로부터 커버 렌즈를 주문하여 수령한 후 원고가 추가적인 작업을 하는 데 필요한 기간이 적어도 4 내지 6주 정도 걸리는 것을 원고와 피고 모두 알고 있었다고 보이므로, 그 이행기는 2010. 12. 2.에서 2010. 12. 16. 무렵이라고 할 것이고, 피고가 이 사건 신용장상의 선적기일로 정한 2010. 11. 20.은 이 사건 신용장을 개설할 무렵 최종 승인이 있는 것을 전제로 피고의 희망 이행기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다고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의 이행기는 이미 확정되어 도달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서 있는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4) 이 사건 계약의 해제가 적법한지 여부

가) 이 사건 계약이 정기행위인지 여부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의 이행기가 2010. 11. 20.임을 전제로 이 부분 주장을 하고 있으나 그 이행기는 2010. 12. 2.에서 2010. 12. 16. 무렵으로 보아야 할 것인 점은 앞서 판단한 바와 같다. 그러나 위 이행기에도 원고가 이행을 하지 아니한 것은 마찬가지이므로 위 주장을 나아가 살펴본다.

CISG 제49조 제1항 (가)호는 매도인의 의무 불이행이 본질적 계약 위반으로 되는 경우 매수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계약의 성질이나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인도시기의 무조건적인 준수가 그 계약에 있어 본질적인 의미를 가지는 정기행위의 경우에는 이행기의 미준수는 계약의 본질적인 위반이 되어 매수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피고가 제조·판매하는 내비게이션이 라이프사이클이 짧고 경쟁이 치열한 상품으로 적기에 제품을 출시하지 못한다면 판매경쟁에서 뒤쳐질 위험이 큰 상품이라는 점이나 피고가 조기에 이 사건 제품을 공급받기를 원하였고 원고 역시 이러한 사정을 알았다는 점 등 앞서 본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계약의 성질이 정기행위라고 보기는 어렵고, 위에서 배척한 증거 이외에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계약이 이행기를 경과하여서는 피고에게 이행 받을 이익이 전혀 없는 계약이라는 점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고 볼 증거도 없다. 따라서 이 부분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원고의 이행거절 또는 이행지체 여부

CISG 제49조 제1항 (나)호는 인도 불이행의 경우에는, 매도인이 CISG 제47조 제1항에 따라 매수인이 정한 부가기간 내에 물품을 인도하지 아니하거나 그 기간 내에 인도하지 아니하겠다고 선언한 경우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제72조 제1항은 계약의 이행기일 전에 당사자 일방이 본질적 계약 위반을 할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상대방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소외 1은 2010. 11. 18. 원고를 대리하여 피고에게 ‘이번 주 중으로 이 사건 신용장의 선적기일 수정에 필요한 조치를 해 주셔야 원고가 앞서 제시한 일정을 맞출 수 있고, 만일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이 사건 계약을 포기하는 것으로 알겠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고, 원고는 2010. 12. 24. 소외 1에게 이 사건 제품의 납품이 취소된 것을 전제로 피고가 이 사건 특약에 따라 자재대금의 80%를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를 피고에게 전달하여 달라고 하여 소외 1이 이를 피고의 담당자에게 전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앞서 본 이 사건 신용장의 선적기일이 정해진 경위나 원고가 그 수정을 수차 요구하였던 점, 피고의 최종 승인이 늦어짐에 따라 이 사건 신용장이 정한 선적기일에 공급되지 않을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피고 역시 이를 알고 있었다고 보임에도 피고는 위 선적기일을 변경하지 아니한 점, 이 사건 특약은 원고의 제작도면 또는 샘플이 피고의 요구 사양에 미치지 못하여 승인을 받지 못한 경우의 정산관계를 정한 것인데 피고는 이미 이 사건 제품에 대한 최종 승인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특약이 규율하는 대상이 아니라는 점, 원고의 위와 같은 통지는 피고가 이행기 변경에 대한 명시적 입장을 제시하지 아니하고 대금지급에 대한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그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요구하는 가운데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 원고는 실제로 이 사건 제품을 제작하였고, 비록 이행기가 경과하기는 하였으나 2011. 5. 12.경 그 수령을 최고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위와 같은 통지만으로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의 이행을 확정적으로 거절한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기는 부족하고, 위에서 배척한 증거 이외에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음으로 원고의 이행지체 여부에 관하여 본다.

CISG 제58조 제1항은 매수인이 다른 특정한 시기에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는 경우에는, 매수인은 매도인이 계약과 이 협약에 따라 물품 또는 그 처분을 지배하는 서류를 매수인의 처분하에 두는 때에 대금을 지급하여야 하며, 매도인은 그 지급을 물품 또는 서류의 교부를 위한 조건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동시이행항변권의 효과에 대한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쌍무계약에서 서로 대가관계에 있는 당사자 쌍방의 의무는 원칙적으로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 것이고(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다7738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계약에서 합의한 원래의 대금지급방법은 일람불 신용장에 의한 것으로, 신용장에 의한 대금지급절차는 먼저 매수인이 개설은행을 통하여 신용장을 개설하고(이때 통상적으로 매수인은 개설은행에 담보를 제공한다) 신용장이 개설되었음이 매도인에게 통지되면 매도인이 약정한 인도조건에 따라 물건을 운송인에게 인도한 후 선적서류 등을 교부받아 이를 은행에 매도하거나 추심위임을 하고, 선적서류 등이 매입은행이나 추심은행을 통하여 개설은행에 제시되면 개설은행이 신용장대금을 결제하게 되는데(이때 통상적으로 개설은행은 매수인으로부터 결제대금을 수령하여 신용장대금을 결제한다), 이러한 신용장거래에 있어서 매수인과 매도인의 각 의무의 이행은 전체적으로 보아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제품 인도의무와 피고의 대금지급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대금의 지급을 신용장 이외의 방식으로 하게 되는 경우에도 이러한 동시이행관계는 유지되어야 한다. 쌍무계약에서 쌍방의 채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경우 일방의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하더라도 상대방 채무의 이행제공이 있을 때까지는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이행지체의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며, 이와 같은 효과는 이행지체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자가 반드시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여야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7438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비록 원고가 이 사건 제품을 위 이행기에 인도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자신의 채무를 이행하거나 이행의 제공을 하였다고 볼 아무런 주장·입증이 없는 이상 원고가 이행지체의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다) 그러므로 이 사건 계약이 정기행위이라거나 원고가 이행거절 또는 이행지체를 하였다는 점을 전제로 한 피고의 해제는 부적법하다.

5) 동시이행의 항변에 관한 판단

원고의 이 사건 제품 인도의무와 피고의 대금지급의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음은 앞서 본 바이므로, 피고는 원고의 이 사건 제품의 인도와 상환으로서만 대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6) 소결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로부터 이 사건 제품(그 구체적인 명세는 이 사건 발주서에 기재된 바에 따르되, 당사자 사이에 합의된 데 따라 별지에 기재된 규격을 충족하여야 한다) 5,000개를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조건인 타이완공항 본선인도조건(FOB Taiwan Airport)으로 인도받음과 동시에, 원고에게 124,000달러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는 2011. 5. 13. 이후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나 피고의 대금지급의무 역시 원고의 이 사건 제품 인도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데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이행 또는 이행의 제공을 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어 피고에게 이행지체책임을 물을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

한편 원고의 예비적 청구는 이 사건 제품의 도면 등을 피고로부터 승인받지 못하여 피고에 대한 대금지급채권이 성립하지 않음을 전제로 하여 이 사건 특약에 기한 약정금을 청구하는 것인데, 위와 같이 피고의 이 사건 계약에 기한 대금지급채무가 인용되고 다만 동시이행을 명함에 불과하므로,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는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위와 같이 변경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물품 명세: 생략]

판사 윤성근(재판장) 문정일 구자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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