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방법원 2014호파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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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울 서 부 지 방 법 원

결 정

사 건 2014호파1842 등록부정정(가족관계등록공무원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

신 청 인

1. 김광수 등록기준지 서울 종로구 북촌로

주 소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로14길 송달받을 장소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로

2. 김승환 등록기준지 김해시 상동면 우계리

주소 및 송달받을 장소 신청인 1과 같다.

신청인들 대리인 법무법인 지향

담당변호사 이상희, 김진, 이은우, 김수정, 류신환, 박갑주, 김주혜, 신장식 법무법인(유한) 한결 담당변호사 조숙현, 이지선, 문건영, 강을영 법무법인 해마루, 담당변호사 장영석 변호사 차혜령, 박영아, 장서연, 조혜인, 류민희, 한가람, 김재왕, 이선경, 천지선, 소라미, 이지연, 서경원, 염형국, 황필규, 윤지영, 서선영, 김동현, 이종희, 김차연, 김연주, 김상훈, 이혜정, 김종보, 신윤경, 김영주, 김주경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이석태, 이민종 법무법인(유한) 제이피 담당변호사 이주언, 우은혜 법무법인 참, 담당변호사 이정선

피 신 청 인 서울특별시 서대문구청장

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한별, 담당변호사 김원중, 현인혁, 장효정 아이앤에스 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조영길, 정희선, 이동산 변호사 정선미, 고영일, 차영욱, 이용호

주 문

이 사건 신청을 각하한다.

신 청 취 지

피신청인은 신청인들이 2013. 12. 13. 한 혼인신고를 수리하라.(신청인들이 혼인신고를 한 날짜는 2013. 12. 11. 임에도 그에 대한 피신청인의 불수리 일자와 혼동하여 신청취지상의 혼인신고 날짜를 잘못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남성으로 동성인 신청인들은 2005. 2. 경 처음 만나 2005. 5. 15. 경부터 교제를 시작하였다. 신청인 김광수는 2010. 4. 경 신청인 김승환에게 평생 동안 사랑하고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며 살아갈 것을 제의하였고, 신청인 김승환은 이를 받아들였다(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 신청인들은 2012. 1. 3. 경부터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집에서 함께 거주하고 있고, 2013. 9. 7. 양가 가족 및 친지를 초대하여 신청인들사이에 이 사건 합의가 성립되었음을 확인한 후 이를 대외적으로 선언하는 의식을 치렀다.

나. 신청인들은 이 사건 합의에 따라 혼인신고서의 ‘① 혼인당사자(신고인)’란에 ‘신고인1: 김광수’, ‘신고인2: 김승환’을 기재하는 등으로 혼인신고서를 작성한 다음, 2013.12. 11. 피신청인에 위와 같이 작성한 혼인신고서를 제출하였다.

다. 피신청인은 2013. 12. 13. 위 혼인신고에 대하여 ‘민법 제815조 제1호, 제826조 내지 제834조, 민법 제839조의3 내지 제840조’를 불수리 사유로 하여 신고불수리 통지를 하였고(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위 통지는 같은 달 16. 신청인들에게 도달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소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심문 전체의 취지

2. 신청인들의 주장

신청인들은, 헌법, 민법 및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이라 한다)에 규정되어 있는 ‘혼인’은 동성 간의 혼인에 관하여 별도의 금지가 없는 한 헌법합치적 해석의 원칙과 기본권 최대 보장의 원칙에 따라 ①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서 도출되는 혼인에 있어서 상대방 결정의 자유, ② 혼인에 있어서 이성혼이든 동성혼이든 동등하게 취급하여야 한다는 평등의 원칙 등에 비추어 볼 때, ‘당사자의성별을 불문하고 두 사람의 애정을 바탕으로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결합‘으로 해석하여야 하는데, 신청인들이 혼인의 합의에 따라 적법하게 혼인신고를 하였음에도 피신청인은 법률상 근거 없이 혼인신고의 수리를 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여, 신청인들이 서로 상속이나 의료보험, 국민연금의 수급권자에서 제외되고 상대방에 대한 의료과정의 의사결정에서 배제되는 등 불이익을 받고 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하고, 신청인들의 혼인신고는 수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3. 이 사건의 쟁점

헌법, 민법 및 가족관계등록법 등에 규정되어 있는 ‘혼인’이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당사자의 성별을 불문하고 동성 간에도 인정될 수 있는 결합인지, 아니면 남녀 사이의 이성 간의 결합에 국한하여 인정되는 것인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4. 동성 간의 혼인이 허용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가. 현행법의 해석론

인류가 지속할 수 있고 사회나 국가 제도가 존속할 수 있는 것은 상당 부분 결혼과 그로 인한 가족제도에 의존하고 있다. 결혼은 개인에게 안정감을 주고, 타인을 친인척으로 만들어 주며, 새로운 가족을 생성하고 가족 상호간을 연결하여 주는 역할을 한다.

결혼제도는 지역에 따라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하게 변천을 겪어오기는하였지만 기본적으로 남녀가 결합하는 관계라는 점은 지금까지 변함이 없었고, 사회적 의미에서의 ‘결혼’을 법적인 측면에서 바라본 ‘혼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혼인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흔히 인정되는 사랑과 믿음 혹은 헌신이라는 가치도 기본적으로 남녀의 결합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 사랑과 믿음 혹은 헌신이 있는 사이라고 하여 모두 혼인관계가 성립할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하여 이 시대의 가장 보편적인 개념 정의를 내리고 있는 국어사전에서도 혼인을 “남자와 여자가 부부가 되는 일”(표준국어대사전 - 국립국어원 발간) 이라고 정의하고 있고, 대다수의 가족법 학자들도 혼인은 통상 법률적으로 승인된 남녀의 생활공동체적 결합관계라고 정의하면서 ‘이성’(異性) 요건을 혼인의 근본적 요소로 이해하고 있으며(예컨대, 윤진수, 친족상속법강의, 18~20쪽), 일반 국민들의 인식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혼인에 관한 개념을 바탕으로 대한민국헌법 제36조 제1항에서는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兩性)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민법에서는 혼인한 당사자를 지칭할 때 부부(夫婦), 혹은 부(夫) 또는 처(妻), 남편과 아내라는 용어를(민법 제826조, 제827조, 제847조, 제848조, 제850조, 제851조 등), 자녀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부모(父母)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민법 제772조, 제781조 등).

이와 같이 우리 헌법이나 민법 등은 비록 명시적으로 혼인이 남자와 여자의 결합이라고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서 남녀의 구별과 남녀의 결합을 전제로 한 양성(兩性), 부부(夫婦), 부(夫) 또는 처(妻), 남편과 아내, 부모(父母)라는 성구별적 용어를 사용한다.

또한 우리 대법원은 지금까지 “혼인은 남녀의 애정을 바탕으로 하여 일생의 공동 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도덕적, 풍속적으로 정당시 되는 결합이다”(대법원 1982. 7. 13. 선고 82므4 판결, 대법원 1999. 2. 12. 선고 97므612 판결, 대법원 2000. 4. 21. 선고 99므2261 판결, 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3므248 판결,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므4734, 4741 판결 등 참조)라고 하거나,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라고 선언하고 있는바, 무릇 혼인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정신적 결합으로 성립하는 것으로서, 우리 민법은 이성(異性) 간의 혼인만을 허용하고 동성(同性) 간의 혼인은허용하지 않고 있다”(대법원 2011. 9. 2.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라고 하여, 여러 판결이나 결정의 이유에서 비록 방론이라 할지라도 혼인을 ‘남녀 간의 결합’으로 정의하여 왔다.

헌법재판소도 결정 이유에서 “혼인이 1남 1녀의 정신적·육체적 결합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변화가 없다”(헌법재판소 1997. 7. 16. 선고 95헌가6 결정)라고 하거나, 혹은 “혼인은 근본적으로 애정과 신뢰를 기초로 하여 남녀가 결합하는 것”(헌법재판소 2011. 11. 24. 선고 2009헌바146 결정)이라고 판시하여, 혼인을 ‘남녀 간의 결합’으로 보고 있다.

생각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혼인제도가 다양하게 변천되어 왔지만 혼인이 기본적으로 남녀의 결합관계라는 본질에는 변화가 없었고, 아직까지는 일반 국민들의 인식도 이와 다르지 않은 점, 혼인은 가족 구성의 기본 전제가 되고 다음 세대를 길러내는 기초가 되므로 사회나 국가제도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큰 점, 우리 헌법이나 민법 등 관련법에서 명문으로 혼인이 남녀 간의 결합이라고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구체적으로 성구별적 용어를 사용하여 그것이 당연한 전제인 것으로 상정하고 있는 점, 앞서 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비록 동성 간의 혼인이 허용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쟁점을 직접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 일치하여 혼인을 ‘남녀 간의 결합’으로 선언하고 있는 점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헌법, 민법 및 가족관계등록법에 규정되어 있는 ‘혼인’은 ‘남녀의 애정을 바탕으로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도덕적, 풍속적으로 정당시 되는 결합’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되고, 이를 넘어 ‘당사자의 성별을 불문하고 두 사람의 애정을 바탕으로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결합’으로 확장하여 해석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일단 현행법의 통상적인 해석으로는 동성(同性)인 신청인들 사이의 이 사건 합의를 혼인의 합의라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합의에 따른 신고를 적법한 혼인신고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불수리처분은 적법하다.

나. 재해석이 가능한지 여부

1) 혼인제도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변천을 겪는다는 점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바, 헌법이나 민법 등이 제정 혹은 개정될 당시의 상황과 현재의 시대적 상황이 동일하지는 않다.

산업화, 정보화, 세계화로 인하여 경제규모와 구조가 변동됨에 따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변화된 결과 가족의 형태도 다양해졌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상황이 바뀌어 전통적인 가족 구조 및 가족 구성원의 역할이나 지위에 대한 인식, 그리고 혼인과 성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가 발생하였다.

또한 국제적으로 볼 때 단순히 동성애를 합법화 한 것을 넘어서서 근래 동성혼을 금지하는 법이 위헌이라고 선언하거나 혹은 동성혼을 입법적으로 허용하는 국가가 여럿 있고, 동성혼을 완전한 혼인으로 허용하지 않더라도 법률에 의하여 다양한 형태의 혼인유사관계의 지위를 부여하는 국가도 있다.

위와 같이 시대적, 사회적, 국제적으로 여러 사정이 변화한 것을 감안하여 별도의 입법이나 법률개정이 없더라도,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헌법합치적 해석의 원칙이나 기본권 최대 보장의 원칙에 따라 현행법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만으로 동성 간 의 혼인이 허용될 여지가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2) 먼저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성적(性的)자기결정권이나 혼인의 자유

특히 혼인에 있어서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에 기초하여 동성 간의 혼인이 허용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우리 헌법 제10조에 규정된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은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을 전제로 하고 있고, 거기에는 성적자기결정권 특히 혼인의 자유와 혼인에 있어서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가 포함되어 있는 것은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다(헌법재판소 1990. 9. 10. 선고 89헌마82 결정, 헌법재판소 1997. 7. 16. 선고 95헌가6 결정, 헌법재판소 2015. 2. 26. 선고 2009헌바17 결정 등 참조).

하지만 성적자기결정권이라는 것은 통상적인 의미에서 성행위 여부 및 그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개인의 권리라는 점에서 그로부터 동성 간의 성행위 가능성 혹은 동성 간에 사실적으로 애정을 가지고 공동생활체를 구성할 가능성을 넘어서서, 직접 혼인제도에 있어 동성의 배우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까지 도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넓은 의미에서의 성적자기결정권에는 혼인의 자유와 혼인에 있어서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러한 자유에는 당연히 제한이 따른다.

그 제한에는 근친혼이나 중혼과 같은 법률상 명문으로 금지된 제한뿐만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은 우리 헌법, 민법 및 가족관계등록법에 규정되어 있는 ‘혼인’은 ‘남녀의 애정을 바탕으로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도덕적, 풍속적으로 정당시 되는 결합’을 가리킨다는 내재적 혹은 전제적 제한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법률혼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 혼인제도가 있고 그 이후에 그 제도 범위 내에 서 혼인의 자유가 있는 것이지, 거꾸로 혼인의 자유 혹은 혼인에 있어서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하여 법률혼 제도 자체의 내용이 변경되거나 수정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혼인에 있어서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하여 민법 제809조에 규정된 근친을 혼인의 상대방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는 점에 비추어 보아도 분명하다.

따라서 위와 같은 제한에 따라 법적 의미에서의 혼인은 ‘남녀 간의 결합’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동성애적 성적 지향을 기초로 동성 간의 결합을 하고자 하는 사람의 성적자기결정권 속에는 동성 간의 결합을 할 자유와 동성 간의 결합에 있어서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가 있을 뿐이지, 이를 넘어서서 적극적으로 동성 간의 결합을법적 의미의 ‘혼인’으로 인정받을 권리까지 헌법 제10조의 인격권이나 행복추구권으로 부터 곧바로 도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와 같은 결론은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헌법 합치적 해석의 원칙이나 기본권 최대 보장의 원칙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달라질 여지가 없다.

신청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다음으로, 남녀 간의 결합만을 혼인으로 인정하여 혼인에 따른 제반 권리를 인정하고 동성 간의 결합을 혼인으로 인정하지 아니하여 혼인에 따른 제반 권리를 부인하는 것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동성 간의 결합을 남녀 간의 결합에 비하여 차별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11조에 규정된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민법 제812조 제1항은 혼인은 가족관계등록법에 정한 바에 의하여 신고함으로써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여 신고혼주의에 의한 법률혼주의를 채택하고 있고, 혼인신고는 일반적으로 민법 제813조의 규정에 따라 심사를 거쳐 수리된 때에 비로소 부부관계가 형성되는 창설적 효력을 갖게 된다.

그리고 혼인신고가 적법하게 수리되어야 민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혼인의 효력을 누리거나 부담할 수 있고, 부적법하다고 하여 수리되지 않는 경우에는 혼인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법률혼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이상 이처럼 양자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신청인들은 자녀를 출산할 수 있는지 여부는 혼인의 요소가 아니고, 동성혼을 허용하더라도 결혼제도가 붕괴되거나 전통이 침해되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동성 간의 혼인을 남녀 간의 혼인에 비하여 차별하는 것은 평등권의 침해라고 주장하므로 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보건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신 가능 여부는 민법 제816조 제2호의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대법원 1960. 8. 18. 선고 4292민상995 판결,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므4734 판결 등 참조), 민법의 규정상 혼인의 성립요건으로 공동의 자녀 출산에 관한 합의를 요구하거나 혼인의 장애요소로 공동의 자녀를 출산하지 아니하거나 출산하지 못한다는 사정을 들고 있지 아니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볼 때, 개별적인 임신의 가능 여부 즉 공동의 자녀 출산가능성은 혼인의 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해석되는 것은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다.

그리고 동성혼을 허용하더라도 동성혼의 예상되는 비율 등을 고려할 때 그로 인하여 결혼제도 자체가 근본적으로 완전히 붕괴되거나 전통이 침해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헌법, 민법 및 혼인에 관련된 제반 법령이 혼인을 장려하고 혼인 당사자에 대하여 혼인에 따른 제반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혼인이 단순히 혼인 당사자인 두 남녀 간의 결합을 통해 서로에게 친밀감, 안정감을 부여하고 그로 인한 사회적 안정을 가져오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남녀 간의 결합을 혼인으로 인정하여 그에 따른 존중받는 지위와 법적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남녀 간의 결합을 통하여 혼인을 이룬 혼인 당사자는 혼인 및 공동의 자녀 출산을 통하여 가족을 이루고,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 헌신을 바탕으로 보다 안정적인 상황에서 공동의 자녀를 출산하여 자녀를 함께 양육하게 되며, 그와 같은 혼인·출산·자녀양육의 과정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이 다시 만들어지고,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유지·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형성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취지에서 헌법 제36조 제1항에서는 ‘혼인’ 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가족생활’을 함께 규정하여 이에 대한 국가의 보장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동성 간의 결합관계에서도 적법한 혼인으로 인정받으면 입양제도를 통하여 일정 부분 위와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는 하나,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고 또한 궁극적으로 그 효과는 입양제도의 효과이지 동성 간의 혼인의 효과라고 볼 수 없다.

최근에 와서 불임 부부나 자발적 무자녀 부부의 증가, 혼인 외 출산의 증가, 이혼의 증가 등의 사회 변화로 인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은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혼인의 역할에 대한 예외적인 모습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와 같은 예외적 상황의 존재로 인하여, 우리 사회가 각종 법령을 통하여 혼인을 장려하고 보호함과 동시에 혼인에 대하여 기대하고 있는 혼인의 사회적 역할, 나아가 혼인의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혼인의 성립요건으로 공동의 자녀 출산가능성 혹은 결혼제도나 전통을 붕괴시키지 않을 것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곧바로 동성 간의 결합이 남녀 간의 결합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는 없고, 양자 사이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기본적으로 동일시 할 수 없는 차이가 여전히 있다고 할 것이므로, 혼인을 남녀 간의 결합만으로 보고 동성 간의 결합을 배제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이를 달리 취급하는 것이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신청인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4) 사법(司法)의 역할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서 소수자의 권리보호에 큰 비중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성적(性的) 소수자라고 하여 그 개인의 권리실현에 장애가 있거나 미흡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동성 간의 결합이 적법한 혼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혼인의 효력으로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부부 혹은 가족으로서의 각종 권리, 즉 상대방에 대하여 동거나 부양을 요청할 권리, 일상가사대리권, 생활비용 공동부담요구권, 상속권이나 유류분을 청구할 권리, 이혼시의 재산분할청구권, 의료관계에서 입원 수술 등에 적법한 동의를 하고 사망시 장례를 주관할 권리, 국민건강보험에 있어 가족으로 혜택을 받을 권리,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간호휴직이나 업무시간 등의 조정을 청구할 권리, 근로기준법이나 국민연금법상 유족보상 혹은 유족연금을 받을 권리, 각종 세법상의 가족공제청구권 등을 누릴 수 없게 되는 것은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다. 이런 점에서 비록 동성 간의 결합이기는 하지만 정당한 법률적 혼인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신청인들의 입장에 공감이 가는 바가 없지 아니하고, 신청인들이 처한 상황이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법률 규정의 해석에 있어서는 법률에 정하여진 문구의 문리적 의미가 해석의 출발점이고, 법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그 의미를 새롭게 창출하는 것, 특히 그 확장 내지 유추해석으로 인하여 사회에 새로운 제도를 창설하거나 개인의 권리의무에 커다란 변경을 초래하는 것은 신중하여야 한다.

사법적극주의의 입장에서 입법목적에 충실한 결과를 이룰 수 있도록 목적론적인 해석을 하여야 할 경우도 있지만, 유추해석 등에는 입법에 의하여 설정된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는 기본적인 한계가 있으며, 만약 이와 같은 한계를 넘는다면 이는 법해석이 아니라 새로운 법률의 형성으로서 헌법상의 입법권 침해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일정한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목적론적인 해석이 필요한 경우에도 그 해석이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유효적절하고 법체계상 아무런 문제점이 없어서 만일 입법자가 그와 같은 문제를 인식하였다면 그와 같은 해석과 궤를 같이 하는 입법을 하였으리라고 상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유추해석 등을 하게 되는 것이고, 그 해석이 문제해결에 유효적절한 수단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다른 문제점을 낳을 우려마저 있다면, 위와 같은 유추해석 등은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6. 6. 22.자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의 반대의견 참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혼인은 지금까지 ‘남녀 간의 결합’으로 인식되고 정의되어 왔다.

동성 간의 결합을 혼인으로 인정할 것인지의 문제는 신청인들도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같이 우리 헌법이나 관련 법률의 제정 혹은 개정 당시에 전혀 예상하거나 고려하지 아니한 새로운 문제로서, 우리 법체계는 현재까지 이에 대한 아무런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그 수많은 논쟁성에 비추어 입법자가 그와 같은 문제를 인식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처음부터 허용하는 입법을 하였으리라고 상정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다.

사법의 역할이 비록 소수자라 할지라도 그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는 것에 있기는 하지만, 신청인들이 성적 소수자로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것은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교육을 받거나, 취업을 하거나,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등의 개인적인 분야에서 가능한 것이지, 법률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현행 우리 법제에서 목적론적 해석론만으로 사회적 제도인 혼인제도로서 동성 간에 혼인할 권리까지 인정할 수는 없다.

5) 신청인들은 성전환자의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 기재의 정정 허용 여부 등에 관한 대법원 2006. 6. 22.자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의 다수의견에서 “성전환자에 해당함이 명백한 사람에 대하여는 구 호적법 제120조에 의한 호적정정 절차에 따라 호적의 성별란 기재의 성을 전환된 성에 부합하도록 수정할 수 있도록 허용함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이 사건에서도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을 통해 ‘혼인’을 ‘두 사람 간의 결합’으로 재정의하여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 결정은 성전환자의 행복추구권 등을 고려하여 개인의 성별 결정이라 는 개인적 영역에 관하여 구 호적법상의 호적정정사유 중 ‘호적의 기재가 법률상 허용될 수 없는 경우’를 해석함에 있어서 ‘호적 기재 후의 법령의 변경 등 사정의 변경에 의해 법률상 허용될 수 없음이 명백하게 된 경우’를 반드시 배제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구 호적법상 호적정정사유를 헌법합치적으로 해석한 것이므로, 이 사건과는 사안이 달라 위 전원합의체 결정이 있다고 하여 이 사건에서 동성 간의 혼인이 허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6) 이 사건에서 신청인들이 주장하고 있는 ‘혼인’의 재해석은 단순히 신청인들 두 사람의 관계를 ‘혼인’이라고 명칭하거나, 신청인들 개인에게 ‘혼인’에 따른 제반 권리를 인정하느냐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권리 구제의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혼인 및 가족제도의 외연을 확장하는 중대한 변경을 초래하는 행위이다.

그리고 혼인 및 가족제도는 혼인 당사자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가족·친족관계의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제도이고, 우리 사회구성원 개개인의 윤리적, 철학적, 종교적 사고와도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본질적인 제도이다. 따라서 ‘동성 간의 결합’을 ‘혼인’으로 인정할 것인가와 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일반 국민의 공청회 등을 통한 의견수렴, 신중한 토론과 심사숙고의 과정을 거쳐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입법적 결단을 통하여 결정해야 한다.

이것은 사법부의 새로운 해석 내지 유추해석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만일 동성 간의 결합을 법률로 보호하게 된다면 이들에게 남녀 간의 결합에 의한 혼인과 완전히 동일한 법률효과를 인정할지, 또는 일부를 달리 규율할 것인지 여부, 보다 구체적으로 ① 민법의 해석상 법률상 부부에게만 인정되는 공동입양을 동성 간의 결합에게도 인정할 것인지 여부, ② 법률로 보호되는 동성 간의 결합을 해소하는 경우에 있어서 그 절차와 요건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③ 동성 간의 결합에 대하여 가족법상의 인척관계를 인정할 것인지, 인척관계를 인정한다면 그 범위는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 여부 등 다양한 법률영역에서의 규율의 필요성이 예상되는데, 이는 법원이 법률의 해석권한의 범위 내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동성 간의 결합과 같이 기존의 혼인제도로 포섭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를 적절하게 규율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새로운 입법을 통하여 새로운 방식에 따라서 대처해야 할 것이다.

7) 결국 시대적 상황 등이 다소 변경되기는 하였지만 별도의 입법조치가 없는 한 현행법상의 해석론 만에 의하여 동성 간의 혼인이 허용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를 다투는 신청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가족관계등록법 제111조를 적용하여 이를 각하하기로 하고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16. 5.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