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이동

서울 계신 K형께

위키문헌 ― 우리 모두의 도서관.

형님! 나는 형님 그리워 못 살겠소. 나뿐 아니라 다른 여러 아우들도 그러 하겠지요. 형님은 우리들을 두고 어디로 가셨소? 어린 아우들을 버리고 홀 로 가신 형님의 재미는 어떠신지요? 아마 즐거운 때도 있으려니와 괴로운 때도 있겠지요. 기쁜 때도 있겠지요마는 슬픈 때도 없지 못하오니다.

이 아우는 때때로 형님 생각을 하면 곧 좇아가고 싶습니다. 또 형님께서 외로이 고생하시는 생각을 하면 동정의 눈물을 금할 수도 없읍니다.

형님! 형님 계신 곳은 어떠합니까. 서울은 번화하고 좋은 데라지요. 그러 나 부화경박(浮華輕薄)한 곳이라 합디다. 혹시 사람들이 과히 냉대나 아니 해요? 일기가 몹시 춥지나 아니 합니까? 아마도 이 아우의 생각에는 형님께 서 박대를 받으시는 듯합니다.

그러나 사나운 바람, 모진 추위가 다 지나가면 따뜻하고 화장한 양춘(陽 春)이 올 터이지요. 박정하던 그 사람들도 다애다정하게 될 터이지요. 인생 의 쾌락을 맛보시기도 머지 아니할 줄 믿습니다. 형님은 무슨 바람이 있어 서 그 고생을 하십니까?

이 아우들은 또한 무슨 희망이 있어서 형님의 가신 데를 좇으려 하오리까? 형님! 형님이 계신 곳은 아직도 황무한 산야라 합디다. 그 사회는 아직도 미개한 사회라 합디다. 그러니까 그것을 개척하고 개발시키려면 여간한 분 투가 아니며 여간한 노력이 아닐 줄 압니다.

형님은 장차 어찌 하시렵니까? 싸우시렵니까? 승(勝)할까요, 패(敗)할까 요? 형님의 일승 일패가 곧 여러 아우들의 승하고 패함이 올시다. 만일 형 님께서 낙담하시고 보면 아우는 아무 바람이 없읍니다. 또 여간한 바람이 있다 한들 이것을 실현하려면 아우들의 뼈가 녹을 것입니다.

형님! 이러한 까닭으로 형님의 짐이 무거웁다 합니다. 책임이 크다 합니 다. 힘써 싸우십시오. 애써 일하십시오. 철모르는 아우들은 아직 아무 힘도 없읍니다. 형님께서 정복시키시고 개선하신 후에 순로(順路)를 좇아가려 하 나이다.

형님! 이 아우들을 위하여 수고를 아끼지 마십시오. 황무한 산야를 개척하 시기에, 미개한 사회와 민중을 깨우치시기에 조금도 주저하지 마십시오. 온 갖 방면에 온갖 수단과 힘을 다하여 온갖 유익을 얻게 하시기에 조금도 지 체하지 마십시오. 이것이 우리 아우들이 형님께 절망(切望)하는 바요, 형님 의 책임과 의무라 합니다. 끝에 형님의 건강과 만복을 빕니다.

라이선스

[편집]

이 저작물은 저자가 사망한 지 70년이 넘었으므로, 저자가 사망한 후 70년(또는 그 이하)이 지나면 저작권이 소멸하는 국가에서 퍼블릭 도메인입니다.


주의
주의
1923년에서 1977년 사이에 출판되었다면 미국에서 퍼블릭 도메인이 아닐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퍼블릭 도메인인 저작물에는 {{PD-1996}}를 사용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