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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꽃

위키문헌 ― 우리 모두의 도서관.

우리 집에 밤송이 형(形)의 선인장(仙人掌)이 한 포기 있다.

몇 해나 묵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마는 꽤 나이가 들은 듯하다.

키는 한 자가 넘을락 말락 하고 직경(直徑)이 사,오촌(四,五寸)이 되는 것으로서, 벌써 사,오년(四,五年) 전부터 그 성장(成長)은 중지되고 연년이 수십 송이의 새끼만 친다.

그것이 사(四) 년 전부터 꽃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첫해에는 한 송이 피었다. 둘째 해에는 두 송이 피었다. 작년에는 두 송이가 피었다. 금년에는 아직 꽃의 싹도 보이지 않는다.

금년에는 피기나 할는지?

마치 종처 부스럼이와 같이 가시 틈에 조그만 이상물이 보인다. 그것이 조금씩 커 나서 한 달쯤 지나면 한 치쯤 큰다. 한 달쯤 더 지나면 세 치쯤 큰다.

그리고 거기 허어연, 마치 박꽃 같은 꽃이 핀다.

그런데 그 꽃의 피어 있는 기간은 지극히 짧다.

서너 시간 될가?

꽃이 피는 첫해에는 저녁 때 거의 만개(滿開)가 된 꽃을 보고, 내일이면 만개(滿開)가 되려니 하고 그것을 기다리면서 자고 이튿날 아침에 보니, 꽃은 벌써 져서 힘없이 늘어졌다. 이듬해에 나는 그 꽃을 처음으로 보았다.

심창(深窓)에 자란 처녀! 이렇게밖에는 형용할 수가 없는 우아(優雅)한 꽃이었었다. 그러나 서너 시간 뒤에는 벌써 져 버렸다.

작년에는 꽃이 한꺼번에 나왔다. 그리고 두 달 나마를 커가지고 어떤 날 저녁 어두워서 마침내 피었다.

『금년에도 꽃을 완전히 못 보겠다.』

그러나 그 꽃을 꺾으려는 아이들을 나는 한사히 말렸다. 우리가 잠잘 동안에 져 버릴 그 꽃이언만 아이들이 꺾어서 장난하려는 것을 말렸다.

이튿날 아침에 보니까 꽃은 벌써 시들어 늘어졌다. 우리가 잘 동안에 피었다가 잘 동안에 져 버릴 꽃을 꺾어서 장난하려는 아이들을 나는 왜 말렸을까? 그것은 다른 때문이 아니다. 두 달 여(餘)를 단 이,삼(二三) 시간의 개화(開花)를 위하여 노력한 정성이 고마와서─

🙝 🙟

일 년에 한 개 혹은 두 개의 꽃을 보이기 위하여, 그것도 서너 시간 뿐의 짧은 시간을 위하여 노력하는 그 정성, 그것은 과연 눈물겹다.

나는 그 선인장에서 꽃을 피우려는 노력의 큼과 그 꽃의 놀랄 만한 자랑을 보았다.

꽃을 보인다 하는 것은 과연 차랑스러운 노릇이다. 십 년 이상을 자란 뒤에야, 겨우 일(一) 년에 한두 개(혹은 건너는 해도 있다 한다)의 꽃을─ 그것도 잠시 다른데 눈을 팔았다가는 보지도 못할 짧은 시간을 자랑키 위하여, 십수 개년을 만날 햇볕에 시달리고 비를 맞으면서 자란 선인장(仙人掌)의 고초는 과연 놀랄 만한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비록 피는 시간은 짧다 하나, 그 꽃의 자랑은 크다.

🙝 🙟

금년에는 언제나 피려는지?

버들가지와 같은 그 꽃의 싹은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

금년에는 건느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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