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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로 유명했을 뿐 아니라 파리 미술원의 위원으로 당당한 세력을 가지 고 있던 알베이(Halvey)가 어떤 날 자기 집에 유명한 인사들과 예술가들을 초대한 일이 있었습니다. 19세기 말에 일어난 프랑스의 위대한 표상파(表象 派)의 싹을 트게 하기 위하여, 그때에 벌써 그 암시를 대중에게 준 생상스 (프랑스의 대음악가)도 일시는 알베이에게 수학을 한 만큼, 유명한 주인공 의 초대인 까닭에, 리스트를 비롯하여 당대 일류의 음악가는 물론이요, 그 밖에 시인ㆍ화가ㆍ명사들이 다수 모여 대단한 성황 속에 만찬의 식탁은 벌 어지게 된 것입니다.

음악 이야기, 미술 이야기, 문학 이야기 ─ 이야기는 자꾸 이어져 밤이 늦 어감을 잊어버리고 있을 때, 이윽고 주인과 손님의 얼굴에는 피로한 빛이 떠오르기 시작하니 이것은 이날 밤의 모임의 끝이 가까웠음을 말하는 것이 었습니다. 이때에 갑자기 리스트가 일어나더니 아무 말 없이 피아노 앞으로 가서 앉았습니다. 사람사람의 눈은 일제히 그에게로 쏠리었습니다. 리스트! 그는 지금 무엇을 연주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별안간 이상하게 긴장된 공기 는 방 안을 지배하였습니다. 다음 순간, 폭풍과 같은 갈채가 꿈 속의 세계 를 깨뜨리고 다시 현실의 인간 세계로 돌아오게 했던 것입니다.

피아노를 치는 그 손의 무르익은 품이라든지, 독보력(讀譜力)의 무한히 신 속한 재주라든지, 그 당시 제일인자라고 자타가 공인하던 리스트가 자진하 여 연주한 이 한 곡조에 사람사람의 기쁨은 그 도를 헤아릴 길이 없었던 것 입니다.

이윽고 리스트가 연주한 그 악곡이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이 아주 어려 운 것인 줄은 유명한 주인공의 칭찬하는 말에서 족히 눈치챌 수 있었던 것 입니다.

“오오, 리스트! 얼마나 훌륭하고 어려운 걸작입니까! 나는 아직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곡조이지만, 그러나 선생의 그 훌륭한 연주가 아니고는 감 히 어느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지극히 어려운 곡조인 줄은 잘 알았습니다. 이것은 분명 선생의 자작이겠지요?”

기쁨과 놀라움에 흥분된 주인공 알베이는 이같이 찬탄했습니다.

“네, 변변치 못한 졸작입니다.”

리스트는 고요히, 그러나 만족한 낯으로 대답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일 동을 향하여 이같이 말했습니다.

“지금 친 곡조는 나의 자작인데, 아직 한 번도 세상에 발표한 일은 없습 니다 알베이 선생께서도 . 대단히 어려운 곡조라고 말씀하셨지만, 지금 내가 연주한 그 부분은 사실상 나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어렵게 되었다고 생각합 니다.”

박수는 또다시 일어났습니다. 리스트는 극히 만족한 빛으로 다시 말을 계 속했습니다.

“아마 이 테크닉(기법(技法))의 지난한 곳을 칠 수 있는 사람으로는 세계 중에서 나 자신과 폰 뷔로가 있을 뿐이겠지요. 이 두 사람밖에는 별로 없을 성싶습니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이때 알베이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그는 방 한구석에 공손히 앉아있는 20세 전후의 프랑스 청년의 옆으로 가서 무엇이라고 귓속말을 했습니다. 청년은 부끄러운 빛을 잠깐 얼굴에 나타내 며 고갯짓을 했으나, 주인의 강권에 못 견디는 듯이 피아노 앞으로 걸어갔 습니다.

어떠한 장면이 전개될 것인가를 제일 먼저 눈치 챈 이는 리스트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모두 이 청년의 등으로 쏠렸습니다.

악성(樂聖) 리스트의 연주가 끝난 직후에, 아무도 모르는 일개의 무명 청 년은 대담스럽게도 피아노 앞에 앉았던 것입니다. 경이의 빛은 최초 리스트 가 피아노 앞에 앉던 때 이상으로 실내의 공기를 긴장시켰습니다.

대체 무엇을 연주하려는가? 청년의 두 손은 건반 위로 기적과도 같이 움직 였습니다. 기적! 그렇습니다. 이것은 참으로 기적 이상의 기적이었습니다. 바로 조금 전에 리스트 자신이 언명한 바와 같이 온 세계를 다 털어도 단 두 사람밖에는 연주할 이가 없다고 하던 그 난곡(難曲)을, 더구나 아직 발 표도 하지 않은 이 곡조를, 그 청년은 장난하듯이 타기 시작했습니다.

“오오!”

이 같은 경탄의 소리는 누구보다도 먼저 리스트의 입에서 터져나왔습니다. 그는 청년의 앞으로 가까이 가더니 청년의 손을 멈추게 한 후 이같이 말했 습니다.

“신과 같은 청각입니다. 그대의 입신(入神)한 묘기에 힘입어 나의 전곡을 연주해 주기를 바랍니다. 다행히 그 초고가 여기 있으니, 읽기는 거북하겠 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다 연주해 주시오.”

하면서 리스트는 자기 주머니에서 초고를 꺼내어 피아노 위에 펼쳐놓으며, “아마 퍽 알아보기 힘드시리다.”

하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작곡자 자신의 초고인만큼 알아보기에 대단히 곤 란한 모양이었습니다. 인쇄된 악보라도 이것이 보통 이상의 난곡이라면 단 번에 연주하기는 어려울 것이거늘, 그러나 이 청년은 아무 말 없이, 아무 주저하는 빛도 없이 처음 페이지부터 타기 시작했습니다.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놀랐다는 것보다도 감격의 깊은 골짜기로 들어갔습 니다. 리스트와 그 청년에게 번갈아 보내던 시선은 급속도의 정전(停電) 모 양으로 일시에 청년의 손으로 집중되었던 것입니다. 이윽고 연주가 끝나자 리스트의 연주가 끝났을 때 이상으로 사람들의 탄성은 환호 갈채와 함께 폭 풍과 같이 그 청년 위에 퍼부어졌던 것입니다.

피아노에서 일어나려고 하는 청년의 어깨를 누르면서 리스트는 여러 사람 의 앞에 다시 일어섰습니다.

“여러분! 나는 조금 전에 이 곡조를 탈 수 있는 사람이 세계에 오직 두 사람밖에 없다고 했습니다만, 그것은 완전히 나의 오해였습니다. 세 사람! 이 알지 못하는 프랑스의 청년이야말로 나와 뷔로와 어깨를 겨눌 만한 사람 입니다.”

리스트의 이 말이 끝나자 동시에 함성이 빗발치듯 했습니다. 이 의외의 극 적 광경에 사람들은 자아를 잊어버리도록 흥분되었던 것이었습니다.

이 광영(光榮) 있는 청년이야말로 이탈리아 가극이나 마이어베어의 가극과 같이 유해(有害)한 전통으로부터 프랑스의 무대를 해방시킨 조르주 비제였 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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