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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모르는 만년필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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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통(南大門通) 페이브먼트 사람 많이 다니는 복잡한 길이다. 한 푼짜리를 백 냥에 팔았으면 옷가지나 사입고 술잔이나 먹으련마는, 맨손 들고 천금을 얻으려는 허욕에 뜬 거리 장사 하나가 오는 사람 가는 사람을 성가시게 가로막으면서 쳐다보지도 않는 사람에게 미친 놈처럼 헛소리를 한다.

"만년필 하나 사가시오" 하는 소리와 함께 구릿빛 도는 금테를 두른 만년필 한 개를 내밀었다.

"있소" 하는 이는 그래도 조금은 순한 행인이요,

"……" 아무 소리도 없이 시지치는 사람은 무뚝뚝한 데다 일 바쁜 사람이다.

요사이 아라사 굶주린 사람이 조선에 많이 와 퍼졌다. 그 중에 한 사람이 이 귀찮은 길거리 장사에게 붙잡혔다. 서양 사람이라 속은 모르고 쫓아가면서,

"이것 사, 이것 사" 하며,

"이 원, 이 원" 한다. 아라사 사람은 비소를 하는지 기막히는 웃음인지 싱그레 웃으면서,

"이십 전 이십 전 "하며 달아난다. 이 장사는 쫓아간다. 아라사 사람은 여전히 속히 걸어 휘적거려 걸어간다.

"이십 전, 이십 전."

그러나 남대문까지 쫓아간 장사는,

"예끼, 일 원 오십 전만 내" 하니까 아라사 사람은 여전히,

"이십 전, 이십 전"을 욀 뿐이다. 그러나 줄기차게 따라가므로 마침 정거하는 전차를 타 버렸다.

장사는 뒤통수를 치고 물러섰다.

차장이 전차 삯을 달라려 할 때 그 아라사 사람은 다 떨어진 가죽 지갑에서 꼬깃꼬깃한 전차표 한 장을 꺼내 주며 "용산" 하는데, 지갑 속에는 저녁 빵떡을 사 먹을 십 전 백동화(白銅貨)가 한 개 남아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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