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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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서방의 아버지도 이 집 하인이었다.

송 서방은 지금 주인의 증조부 시대에 이 집에서 났다. 세 살 적에 아버지를 잃었다. 열 살 적에 어머니를 잃었다. 이리하여 천애의 고아가 된 그는 주인(지금 주인의 증조부)의 몸심부름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 옛 주인 황진사는 이 근방의 세력가요 재산가였다. 사내종과 계집종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송동이의 충직함과(좀 미련한 듯하고도) 영리함은 가장 주인 황진사의 눈에 들었다. 어린 송동이의 충직스러운 실수에 황진사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웃고 하였다.

송동이는 열여덟 살에 그 집 계집종 춘심이와 눈이 맞아서 마지막에는 둘이서 이 집을 달아나려 하였다. 그러나 그래도 그렇지 못하여 주인 황진사에게 낱낱이 자백하였다. 황진사는 웃고 말았다. 그리고 둘을 짝을 지어주었다.

그러는 동안에 어느덧 송동이는 변하여 송서방이 되었다. 그냥 송동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늙은 황진사뿐이었다.

송 서방이 스물한 살 때에 그는 그의 첫 주인을 잃었다. 황진사가 세상 떠날 때에 유언으로써 춘심이는 속량되었다. 그리고 깃부[衿付]로 송 서방에게 산골 밭 사흘갈이가 왔다. 그러나 그는 이 집을 나가려 아니하였다.

자기가 난 집, 자기가 자란 집, 자기가 장가든 집,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가 죽은 집, 그 집을 떠나서는 송서방은 갈 데가 없었다. 그는 둘째 주인 새 황진사를 섬겼다.

새 주인도 자기 아버지의 성질을 그대로 타고나서 몹시 인자한 사람이었다. 더구나 송서방하고는 같이 길러난 사이였다. 이름은 주인이라 하나 송서방을 대접하기를 벗과 같이 하였다.


30년이라는 세월이 고요히 지나갔다. 세월은 고요히 지나갔으나, 그동안의 사람과 세상의 변함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었다. 양반과 상놈이 없어졌다.

각 곳에 학교가 생겼다. 관찰부가 없어지고 도청이 생겼다. 주사가 없어지 고 서기가 생겼다. 상놈도 의관을 하였다.

황진사가 사는 K읍도 무섭게 변했다. 10리 밖으로 기차가 지나갔다. 읍내의 군청이 보통학교가 되고, 군청은 따로 집을 짓고 이사 갔다. 모두들 머리를 깎았다. 여인의 삿갓과 장옷도 없어졌다. 여인의 머리로 볼지라도 곱다란 수건이 어떻다고 한동안 방석같이 둥그런 민머리, 그 뒤에는 쪽 비슷한 머리를 한 여학생들이 간간 보였다. 재래의 갖신이라 하는 것은 그 그림자조차 볼 수가 없었다.

이러는 동안에도 황진사의 집만은 아무 변동도 없었다. 위아랫 사람의 상투도 그냥 있었다. 4대째 외꼭지로 내려오는 외아들의 교육도 선생을 따로 데려다가 집안에서 한학을 가르쳤다. 역시 상놈 보기를 사람 이하로 보았다. 다만 때때로 버릇 모르는 상놈을 잡아다가 볼기를 때리던 일이 없어진 뿐이었다.


세계를 휘돌아서 수만의 목숨을 잡아간 돌림 고뿔이 이 K읍에도 들어왔다.

들어오면서 황진사를 잡아갔다. 송 서방은 셋째 주인을 섬기게 되었다. 이 셋째 주인은 누가 명명하였는지 모르지만 ‘황 주사’가 되어버렸다. 그를 그냥 ‘작은 황진사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의 작인이며 아랫사람들뿐이었다. 세상에서는 ‘주사’라 불렀다.

주사가 들어앉은 뒤에는 이 집에도 큰 변동이 일어났다. 그때 주사는 갓 스무 살이었다. 그는 머리를 깎았다. 삼년상을 겨우 치르고 나서는 공부한다고 서울로 갔다. 겨울에 돌아올 때 그는 양복을 입었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그는 방탕을 시작한 모양이었다. 어디 커다란 땅이, 동척의 손에 들어갔다가 노마님과 아씨님이 수군거리며 걱정하는 것을 송 서방은 들었다.

그 뒤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 또 어디 땅이 뉘 손에 들어갔단 말을 들었다.

황주사는 때때로 땅을 처분할 일이 있을 때만 집에 돌아왔지, 그 밖에는 대개 서울, 평양 등지에 있었다.

10년이라는 세월이 또한 흘러갔다.

대대로 몇 대를 이 근방의 재산가요 세력가이던 황씨의 집안은 볼 나위가 없이 되었다. 토지는 거의 남의 손에 넘어가고, 남은 것이 얼마가 안 되었다. 종들도 모두 팔았다. 집도 사랑채를 따로 떼어 팔고 하여 지금은 노마님의 큰방과 주사의 아내와 어린아이들이 있는 건넌방과, 행랑과, 송서방의 방, 그 밖에는 부엌과 청간뿐이었다.

송서방에게는 거짓말과 같은 변화였다. 모든 일이 다 머리에 잘 들어박히지 않는 것이 꿈의 일과 같았다.

그러한 기나긴 변천은 많은 세월을 송 서방은 한결같이 충성을 다하여 섬겼다. 지금 주인은 그가 업어 길렀다. 노마님은 그가 장성한 뒤에 시집온 이였다. 아씨는 그가 50이 넘은 뒤에 이 집에 온 사람이었다. 모두가 그에게는 귀여운 사람…… 만약 주종이라 하는 관계만 없으면 아들딸이나 손주와 같이 사랑스러운 사람들이었다.


그것은 온 조선에 가뭄이 심하고 각 곳에 염병이 돌던 해였다.

그해 가을 가을해도, 거진 서산으로 넘게 되었을 때에 황주사의 집에 인력거가 한 채 와 닿았다. 그리고 거기서는 무섭게 여윈 황주사가 내렸다.

얼굴은 선독과 같이 시뻘갰다.

“나리님.”

송 서방은 주인을 알아보고 뛰어나갔다. 황주사는 머리를 끄떡할 뿐 송서방의 팔에 쓰러졌다.

“나리님, 어디가…….”

“방으로…….”

모깃소리와 같은 소리였다. 송 서방은 황급히 주인을 안아다가 건넌방으로 들어 모셨다. 주인은 그 자리에 쓰러져서 그냥 앓기 시작하였다. 그는 무서운 염병에 걸려서 집으로 찾아 들어온 것이었다.

집안은 불끈 뒤집혔다. 춘심이(송서방의 아내)는 더구나 자기가 업어 기른 주인이라 잠시도 곁을 떠나지를 않고 간호하였다. 그러나 천명은 할 수가 없었다. 집에 돌아온 지 보름 만에 그는 마침내 자기의 선조의 뒤를 따라갔다.

그러나 이것뿐으로 비극은 끝 안 났다. 주인을 간호하던 춘심이도 병에 전염되었다. 그리하여 주인의 장례를 치른 사흘 뒤에 송 서방을 남겨두고 저 세상으로 갔다.


집안은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노마님은 큰방에 꾹 들어박혀서 담뱃대 만연하여 털었다. 아씨도 건넌방에서 나오지를 않았다. 열 살 나는 당주(當主)조차 학교에서 돌아와서는 책보를 내던지고 혼자서 뜰을 비슬비슬 돌 뿐이요, 어린애답게 노는 때가 없었다.

집안은 저주받은 집안 같았다. 이 집에 기르던 한 마리의 개조차 낯선 사람을 보면 짖을 생각은 못하고 꼬리를 끼고 끙끙하면서 부엌 구석으로 들어와 숨곤 하였다.

저녁만 먹으면 모두 자리를 펴고 눕는다. 그러면 캄캄한 이 집안에 건넌방 윗창문 안에만 조그마한 아주까리 등잔불이 보이고 그 안에서는 당주 칠성 의 글 외는 소리가 밤하늘에 낭랑히 울려 나온다. 이것은 그 쓸쓸한 집안으로 하여금 더욱 처참한 빛이 돌게 하였다. 제각기 이야기하기도 피하였다.

며느리는 사람의 살아가는 도리로서 아침에 잠깐 시어머니의 방에 들어가 뵈는 뿐 서로 한자리에 앉기를 꺼렸다. 송 서방은 이러한 경우에 당연히 주인마님들을 위로하는 것이 그의 직책이겠지만, 그리고 또 그에게 그런 마음은 간절하였지만 그런 자리에 들어서기가 오히려 민망스럽고 거북하였다.

송 서방도 할 수 있는 대로 서로 대면할 기회를 피하였다.

마치 빈집과 같았다. 끼니때만 행랑 사람이 들어와서 밥을 짓고는 곧 나가 고, 그때부터 뜰에는 사람의 그림자 하나 얼씬 안 했다. 그러다가 오후가 되어서야 학교에서 돌아온 칠성이가 혼자서 뜰을 비슬비슬 돈다. 같은 햇빛이 이 집 뜰에도 비치기는 비쳤다. 그러나 그 햇빛조차 이 집 뜰에 비치는 것은 별로 누렇고 붉었다. 거미줄이 사면에 얽혔다.

이러한 가운데, 그해 섣달도 갔다. 만둣국 한번 끓여 먹지 못한 정월도 갔다.


이러한 모든 것이 송 서방에게는 꿈이요, 수수께끼였다.

뽕밭이 바다가 된다는 말은 있지만, 그 한때에 호화롭던 황진사의 집안이 오늘날 이렇듯 쓸쓸한 집안이 되리라고는 알지 못할 수수께끼였다. 집안에는 맨날 사랑손님이 끊이지 않았고, 뜰은 아첨 온 사람들과 하인들이 우글우글하며, 사랑에는 늘 가무가 요란하며, 안방에는 웃음소리가 없는 때가 없던 한창 당년의 그때가 생시라면 오늘날의 이 모양은 꿈이라고밖에는 해석할 수가 없었다. 만약 오늘날의 이 모양이 생시라면 그때의 그것이 모두 꿈이었던 것이었다. 서슬이 푸르른 그 당시의 그 형태 그대로는 바라지 않 으나마 주사 떠나기 곧 전의 집안과 오늘의 집안을 비교하여도 또한 말이 아니었다. 나날이 줄어들어가는 재산을 볼 때에 노마님과 아씨의 사이에 암담한 구름이 떠돌지 않는 바도 아니었다.

그러나 재간 있고 영리한 춘심이의 휘돌아가는 서슬에는 집안은 뜻하지 않 고 웃음이 터지고 하였다. 최근 몇 해 동안은 이 집안은 춘심이 때문에 화 기가 있었다. 종? 누가 춘심이를 종이라 할까. 아씨는 춘심에게 깍듯이 예를 하였다. 노마님조차 춘심에게는 하게를 하였지, 오냐는 못하였다. 춘심이는 이 집안 식구이지 결코 종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 집안에 일어나려는 암담한 구름을 헤쳐버리고 집안으로 하여금 화락하게 하는 춘심이는 가장 귀한 돌쩌귀였다. 이러한 귀중한 돌쩌귀를 잃어버린 이 집안은 다시 웃음의 꽃필 날이 없었다. 암담한 구름은 퍼질 대로 퍼졌다.

송 서방은 때때로 노마님의 방 앞에 가 서서 입을 머뭇머뭇해보았다. 아 씨의 방 앞에도 가보았다. 그러다가는 춘심이를 생각하고 한숨을 쉬고 돌아서곤 하였다. 그는 도저히 돌쩌귀가 될 자신이 없었다.


그것은 봄이라기에는 좀 이르고, 겨울이라기에는 좀 늦은 음력 2월 중순께였다. 뜰에 나갔던 송 서방은 담장 위에 고양이 새끼가 한 마리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송 서방은 처음에는 재수 없다 하여 돌을 집으려다 가 다시 돌이켜 생각하고 ‘오누, 오누’ 하며 손을 내밀었다. 고양이는 그 자리에 앉은 채로 눈을 가늘게 떴다. 송 서방은 가만히 가서 잡았다.

검정 고양이였다. 발과 코끝만 겨우 좀 희지, 그 밖에는 온통 검은 고양이였다. 고양이 새끼는 송서방의 커다란 손바닥 위에 올라앉아서 배고프다는 듯이 송 서방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는 고양이를 자기의 방에 집어넣고, 부엌에 가서 밥 한 술과 반찬 부스러기를 뜯어가지고 자기 방으로 왔다. 주렸던 고양이는 코를 고르르 고르르 하면서 순식간에 다 먹고 또 달라는 듯이 송 서방을 쳐다보았다.

“발세 다 먹었니? 또 달라고?”

고양이는 거기 대답하는 듯이 꼬리를 뻗치고 머리로써 송 서방의 무릎을 문질렀다.

송 서방은 두 번째 밥을 갖다주었다. 그리고 그것을 다 먹기를 기다려서 커다란 손으로 등을 쓸어주었다. 고양이는 엉덩이를 높이 들고 꼬리를 뻗치고 연하여 송 서방의 무릎을 머리로 문질렀다.

“논 사줄까, 밭 사줄까.”

송 서방은 고양이의 허리를 쥐어서 높이 쳐들었다.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웃음이 그의 입에 떠돌았다.

이리하여 이 집안 식구에 고양이가 한 마리 더 늘었다.


봄이 되었다. 고양이는 놀랍게 컸다. 그는 송서방에게서 까맹이라는 이름까지 얻었다. 고양이는 그 집의 개와도 친해졌다. 처음에는 개가 도리어 꼬리를 끼고 숨고 하였지만 어느덧 서로 친근해졌다. 작년 가을에서 겨울에 걸쳐서, 사람의 그림자 하나 얼씬 안 하던 이 집 뜰에는 때때로 고양이와 개가 희롱을 하며 뛰놀았다.

봄은 과연 좋은 시절이었다. 아씨는 역시 문을 굳게 닫고 나오지 않았지만, 노마님은 때때로 나와서 담배를 피우면서 개와 고양이의 희롱을 보았다.

“개하구 괭이하구 데리케의가 돟구나.”

하면서 기다란 담뱃대로 개를 때리는 시늉을 하였다. 이런 것을 볼 때마다 늙은 송 서방은 기쁨에 얼굴을 붉히고 하였다.

“오누, 오누.”

“양……”

“이리 온.”

이리하여 커다란 손으로 까맹이를 움켜쥔 다음에는,

“논 사줄까, 밭 사줄까.”

하면서 까맹이의 허리를 힘 있게 쓸어주고 하였다.

지금의 송 서방에게는 까맹이가 유일의 벗이었다. 그리고 유일의 하소연할 곳이었다. 춘심이가 살아 있을 때에는 송 서방은 근심이 있을 때나 기쁨이 있을 때나 춘심이에게 의논하였다. 그리고 춘심이의,

“에이구, 이 문둥이.”

하는 한마디의 말은 그에게 기쁨이 있을 때는 그 기쁨을 곱되게 하는 말이었으며, 그에게 근심이 있을 때는 그 근심을 사라지게 하는 말이었다.

까맹이는 춘심이의 대신이었다. 무슨 마음에 맞지 않는 일이나 근심이 있을 때에 방으로 돌아와서 문을 방싯이 연 뒤에,

“오누, 오누.”

하여서,

“양……”

소리가 나야만 그는 마음을 놓고 방 안에 들어갔다. 그리고 커다란 손으로 힘 있게 윤택 좋은 까맹이의 등을 쓸어주었다. 까맹이가 코를 구르며 뒷다리에 힘을 주면서 콧잔등으로 송 서방의 손이나 무릎을 문지르면 그는 까맹이의 허리를 움켜쥐고 높이 쳐들었다.

“논 사줄까, 밭 사줄까.”

그러나 집안의 음침한 기운은 역시 없어지지를 않았다.

칠성이는 개나 고양이와도 안 놀았다. 때때로 개나 고양이가 저희들이 놀던 밑에 어떻게 칠성이를 건드리기라도 하면 그는 발을 들어 차고 하였다.

그리고 혼자서 집 기둥을 어루만지며 혹은 담장을 쓸면서 놀았다. 그러다가 는 거미를 잡아서 싸움을 붙이고 하였다.

아씨는 역시 두문불출하였다. 간간 시어머니가,

“너두 양지께에 좀 나와보렴.”

하면,

“싫쉐다.”

느릿느릿한 말로 이렇게 대답할 뿐 문을 열어보려고도 아니하였다.

담장 안에 살구꽃이 피었다. 그러나 꽃이 질 때에는 그 열매조차 한꺼번에 다 떨어졌다 이것은 확실히 . 흉조였다. 그러나 이것을 아는 사람은 송서방 밖에는 없었다. 송서방 밖에는 위를 쳐다보는 사람이 없었다.

송 서방도 나날이 음침해졌다. 집안사람끼리 서로 말을 사귀는 일조차(며칠에 한 번씩이나 있을까) 드물었다. 집안에서 말소리라고는 밤중에 칠성이 의 글 외는 소리밖에는 듣기가 힘들었다.

이러한 가운데서 송서방은 모든 사랑하던 사람을 잃고 혼자 남은 외로움을 절실히 느꼈다.

“오누, 오누.”

“양…….”

“이리 온.”

까맹이에 대한 송서방은 사랑은 날로 늘었다.


봄도 다 가고, 여름이 되었다. 그러나 집안의 음침한 기운은 그냥이었다.

고양이와 개의 희롱에도 인젠 염증이 났는지 노마님도 다시 마루께에 나오 는 일이 적었다.

어떤 날 일이 없이 허든허든 거리에 나갔던 송 서방은 어떤 장난감 집에서 총을 보았다. 그것은 콩알을 넣고 쏘는 어린애의 장난감으로서, 그런 것은 대개 칠색이 영롱하게 채색을 하는 것인데 이것은 검은 단색이었다. 그것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다가 송 서방은 문득 도련님을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런 장난감이라도 있으면 혹은 기뻐할지도 모르겠다 하여 주머니를 털어서 그것을 사가지고 돌아왔다.

집에서 돌아와서 보매 칠성이는 어느덧 학교에서 돌아와서 기둥을 어루만지며 혼자서 놀고 있었다. 송 서방은 광에 가서 콩을 한 줌 집어내다가 한 알 넣고 살구나무를 향하여 쏘았다. ‘딱’소리에 칠성이는 돌아보았다.

그리고 송 서방은 손에 든 것을 한번 유심히 들여다본 뒤에는 도로 돌아서 고 말았다.

“칠성이, 너 이거 안 가지간?”

송 서방은 몹시 미안한 듯이 어깨를 들먹거리며 가까이 가서 돌아서 있는 칠성의 앞으로 그 총을 내밀었다. 칠성이는 그 총을 한번 어루만져보고 송 서방의 얼굴을 힐끗 돌아다보고는 다시 말없이 돌아섰다.

“너 줄까? 이걸루 쏘면 새라두…… 새는 안 죽을까, 나비라두 당장에 죽는단다.”

그런 뒤에 그는 슬며시 그 총을 칠성이의 앞에 놓은 뒤에 자기 방에 돌아 와서 문을 방싯이 열고 내다보았다.

칠성이는 처음엔 그것을 가만히 만져보았다. 그리고 사면을 살핀 뒤에 뜰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그것을 들었다. 그런 뒤에 송 서방이 놓고 들어 간 콩을 한 알 넣어서 쏘아보았다. 딱! 한번 몸을 흠칫한 칠성이는 다시 한 알 넣어서 쏘아보았다. 또 딱!

두어 번 시험을 해본 칠성이는 흥이 났는지 송 서방이 놓아둔 콩을 주머니에 집어넣은 뒤에 뜰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닥치는 대로 쏘았다. 이리 왔다 저리 갔다, 그것은 근래에 없던 칠성이의 활발한 모양이었다.

이것을 문틈으로 내려다보던 송 서방은 너무 기뻐서 어찌할 줄을 몰랐다.

“오누, 오누.”

“양…….”

“이리 온.”

그는 그 커다란 손으로 까맹이를 움켜쥐고 높이 쳐들었다. 까맹이는 높이 들려서 연하여 아양을 부리느라고양 ― 양 ― 하였다.

“논 사줄까, 밭 사줄까.”


이튿날 아침에 송 서방이 깨어보니 도련님은 벌써 일어나서 뜰에서 장난을 하고 있었다. 어디서 거미를 이삼십 마리 잡아다놓고 총으로 쏘아서는 터뜨리고 터뜨리고 하였다.

학교에 갔다 와서도 칠성이는 총 장난을 하였다. 뜰에는 거미 죽은 것이 많이 널렸다.

그러나 이 총이 이 집안에 비극을 일으킬 줄은 뜻도 안 하였다.

칠성이는 닷새가 지나지 못하여 그 총에 싫증이 생긴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 총을 해부해보려고 이리 뜯고 저리 뜯다가 그는 총이 튀어나면서 쇳조각 이 날아드는 바람에 뺨에 커다란 상처를 받았다.

칠성이는 울지도 않았다. 그의 입은 봉쇄된 듯이 밤중에 글 욀 때밖에는 열려보지를 못하였다. 뺨에 상처를 받은 칠성이는 손으로 그 상처를 누르고 방 안에 들어가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이불을 쓰고 누웠다.

이튿날, 학교에 갔던 칠성이는 한 시간만 하고 돌아와 다시 자리 속에 들어갔다. 그의 뺨은 무섭게 부었다. 몸에는 열이 났다.

송 서방은 무안하기가 짝이 없었다.

그날 밤 우연히 밖을 내다본 송 서방은 아씨네 방에 언제든 윗창에만 조금 불이 보이던 것이 아랫창 안에도 불이 보이는 것을 발견하고 가만히 나가서 그 문밖에 가서 엿들었다.

“아프니?”

“아파”

“글쎄, 덧날래는 게루구나.”

그러고는 연하여 도련님의 신음 소리가 들렸다.

“글, 쎄, 그, 런, 건, 왜, 사, 준, 담, 느릿한 아씨의 목소리였다.

밖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는 송 서방은 무안하고 민망스러웠다.

‘그걸 사준 것이 내 잘못인 모양이야.’ 그는 밤새도록 그 방문 밖에 허리를 구부리고 서 있었다.

기침이 나올 때만 잠깐 저편 쪽에 가서 기침을 하고는 다시 문밖으로 돌아 왔다.


칠성이의 상처는 마침내 고름이 들었다.

노마님도 건넌방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는 역시 말이 없었다. 칠성이의 신음하는 소리밖에는 말이 밖에 나오는 것이 없었 다.

그들은 의사도 청해오지 않고 검은 약으로 다스렸다. 의사가 오면 째어서 병신을 만든다 하여 꺼렸다.

송 서방은 밤이고 낮이고 그 문밖에 웅크리고 서 있었다. 때때로 늙은 눈을 섬벅거리면서 그 총을 사준 것이 자기의 실수였나 생각해보았다. 자기 딴에는 그래도 도련님을 위로하기 위하여 사준 것이었다. 그것이 이와 같은 결과를 낳으리라고는 뜻도 안 하였다. 그는 이 풀지 못할 수수께끼를 눈을 섬벅거리면서 생각하다가 정 기가 막힐 때에는 또한 까맹이를 찾았다.

아무도 송서방에게 말을 걸치는 사람이 없었다. 그것은 칠성이가 부상하기 전부터도 그러하였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것이 송서방에게는 더 민망스러웠다. 오히려 한번 불러서 꾸짖어주면 얼마나 송서방은 마음이 놓였을까.


한 주일이나 신고(辛苦)를 한 뒤에 도련님은 뺨에서 고름을 한 공기나 내 고 좀 차도가 있었다. 그날 밤은 노마님도 큰방으로 건너갔다.

오랜간만에 좀 마음 놓고 자리에 누운 송 서방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잠이 들었을 것이었지만, 공연한 흥분으로 밤에 여러 번 소스라쳐 깨었다. 밤이 몹시 깊어서 또 한번 못된 꿈에 소스라쳐 깬 그는, 깬 기회에 변소에라도 다녀와서 다시 자려고, 문밖에 나섰다.

그는 그때에 의외의 일을 발견하였다. 연여(年餘)를 두고 불 켜본 일이 없 는 노마님의 방에 불 그림자가, 어른어른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담배를 잡숫느라고 성냥을 그었나 하였지만, 성냥불이라기에는 너무 오래가는 것을 보고 송 서방은 발소리를 감추고 그 방 앞에 가서 귀를 기울였다. 그 방 안에는 확실히 어떤 알지 못할 사람의 소리가 있었다.

“요 것밖에는 없지?”

“……”

“없어?”

“예……”

노마님의 소리는 듣기 힘들도록 작았다.

“돈두 없구? 거짓뿌리했다는 죽인다.”

“없소…….”

그것은 정녕코 강도였다. 그것이 강도인 줄 깨닫는 순간, 송서방의 숨은 긴장으로 딱 막혔다. 그것을 진정할 겨를도 없이, 무슨 몽치라도 하나 얻으려고 돌아서려던 그는, 강도의 나오는 기척을 듣고 그 토방 아래 납작 엎드렸다.

그다음 순간, 이 뜰에서는 무서운 활극이 일어났다. 엎어졌다 젖혀졌다, 두 사람은 침묵 가운데에서 성난 소와 같이 싸웠다. 강도의 하나는 담장을 넘어서 달아났다.

송 서방은 칼을 몇 군데 맞았다. 그러나 비록 늙었기는 할망정, 그의 굵은 팔과 커다란 손은 급한 경우에는 아직 쓸 힘이 넉넉히 남아있었다. 부엌에서는 개가 숨을 자리를 찾느라고 끙끙 기며 돌아갔다. 노마님은 점잔도 잊어버리고 행랑 사람을 부르느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러한 가운데에서 송서방은 마침내 강도를 때려눕혔다.

때려는 눕혔으나 몇 군데에 받은 상처는 그로 하여금 정신을 잃게 하였다.

“마님, 잡았쉐다.”

장한 듯이 이 말 한마디를 할 뿐, 그는 그 자리에 혼도하였다.

이, 한집안에 살면서도 사람같이 서로 사귀는 일이 없던 음침하던 집안은 강도 사건 뒤에 조금 따뜻한 맛이 돌았다.

이튿날, 송서방이 좀 정신이 든 때에는 아씨도 노마님 방에 건너가 있었다.

좀 뒤에, 노마님이 몸소송 서방의 방에 병을 보러 나왔다.

“좀 어떤가?”

송 서방은 너무 황송스럽고 거북하여서 몸을 일으키려 하였다.

“누워 있게, 혼났디? 나두 아직 가슴이 두근거리누만…….”

송 서방은 대답하려 하였다. 그러나 반벙어리같이, 말이 굳어졌다.

“그깻놈 한 놈, 때, 때려 뉘기야, 나두 몽치만 있으믄…… 칼만 있으믄…… 두 놈 다……   한 놈만…….”

그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무슨 말을 하였는지도 몰랐다.

들은 바에 의지하건대, 도적놈은 두 놈이었다. 그리고 노마님의 금퇴와 노리개와 가락지를 빼앗아가지고 돌아가던 길에, 마침 송 서방이 잡은 것이었다. 다행이 잡힌 놈이 장물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하여 장물을 도로 찾고, 잡은 도적놈은 경찰서로 끌려갔다 한다.

마님이 돌아간 뒤에 송 서방은 너무 황송스러워서 또 까맹이를 불렀다.

 “오누, 오누.”

 “양…….”

고양이는 이불귀에 머리를 문지르며 코를 굴리면서 왔다. 송서방은 그 커다란 손으로 부서져라 하고 고양이를 쓸었다.

“까맹아. 나 어젯밤에 불한당 잡았단다. 너두 한 놈 잡아보아라. 재미가 어떻나.”

“양…………”

“망할 놈의 계집애, 뭐 양 ― 이야. 그래, 논을 사줄까, 밭을 사줄까.”


나흘 뒤에 송서방은 일어났다.

전과 달라서 노마님이 건넌방에 찾아다니며, 아씨님이 큰방엘 건너다니며, (마음상이 그럴싸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도련님의 얼굴에까지 좀 화기가 보이기 시작한 이 집안에서, 그런 것을 보지를 못하고 누워 있을 수가 없었 다.

밤에도 좌우 방에 불이 다 켜졌다. 그리고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방에(아들을 데리고) 밤이 늦도록 건너가서 이야기를 하고 하였다. 이러한 분위기, 그것은 순전히 강도가 다녀간 때문이었다.

송 서방은 오금이 몹시 쏘는 것을 참고 일어났다. 저칫저칫 밖을 나서매, 그것을 보고 노마님이 담뱃대로 문을 열었다.

“벌써 나오나?”

“이젠 다 나았사와요.”

“송 서방, 장수야.”

송 서방은 너무 기뻐서 가슴이 답답해졌다. 오금이 쏘던 것이며, 칼 맞은 자리의 아픔도 잊었다.

“그놈 한 놈 노체서 분해서…….”

그는 혼잣말같이 중얼거리며 비를 들어서 뜰을 쓸었다. 그리고 연여를 그 대로 버려두었던 거미줄을 모두 치웠다. 구석구석의 잡풀도 뽑았다. 그날 하루 진일(盡日)을, 그는 뜰에서 쓸고 닦고 치우고 고쳤다. 그리고 저녁때 노마님의 방 앞에 갔다.

“마님, 데 거시기, 내일 솔개골 좀 가볼까요?”

솔개골이란 그 K읍에서 40리쯤 더 가서 있는 촌으로서, 이 황씨 집의 땅이 아직 10여 경(頃) 남아 있는 곳이었다.

“뭘 하러?”

“그놈들, 뭘 심었는디 찍소리두 없구…….”

“그 몸 가지구 거길 가갔나? 몸이나 성한 담에 가보디.”

“뭘, 다 나았사와요.”

그리고 승낙도 나기 전에 승낙 난 것으로 인정하고 물러나왔다.

1년 남짓을 심부름 하나 못 해본 그는, 오래간만에(자청해 얻은) 이 심부름 때문에 마음이 몹시 흡족하였다.

“까맹아, 까맹아, 이리 온.”

“양……”

“난, 내일 어디 간단다. 요년의 계집애 같으니, 탁 잡아먹구 말리.”

그는 굵은 제 팔뚝 위에 고양이를 올려놓고 얼렀다.

이튿날, 새벽 조반을 먹은 송 서방은 까맹이를 안고 행랑으로 나왔다.

“순복네오마니.”

“예?”

“까맹이, 사나흘 좀 봐주소. 나 어디 갔다 오두룩…….”

“예. 거게 두구 가소.”

그는 고양이를 행랑방에 맡겨놓은 뒤에 마음이 안 놓여서, 몇 번을 부탁하고 부탁하고 그 뒤로 길을 떠났다.

솔개골에서 이틀…… 그리고 길을 떠난 이상에는 다 돌아보려고 다른 곳도 돌고 하여 닷새 만에 송서방은 K읍에 돌아왔다.

그가 집에 들어선 때는 밤이었다. 그는 까맹이의 일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먼저 노마님 방 앞으로 들어갔다. 그 방에는 아씨도 건너와 있었다.

송 서방은 머리를 들지도 않고 그새 다녀온 이야기를 다 하였다. 그리고 누구는 작년 것을 얼마 잘라먹은 듯한데 그자가 자기보고 술을 먹으러 가자던 이야기며, 누구는 밭을 다룰 줄 모르는 모양인데 내년부터는 떼어서 다른 사람에게 줘야겠다는 이야기 등등을 소상히 보고하였다. 그리고 이야기를 다 끝낸 다음에, 당연히 마나님에게서 나올 무슨 분부를 기다렸다. 그러나 마님에게서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래서 다시 나오려고 돌아서려 할 때에, 문득 마님이 그를 찾았다.

“송 서방……”

그것은 외누다리 비슷한 별한 부름이었다.

“?”

송 서방은 나가려던 발을 다시 돌이켰다. 그러나 마님에게서는 다시 무슨 분부가 없었다. 그때였다. 송 서방은 처음에는 아씨가 실성한 줄로 알았다.

아직껏 말없이 머리맡에 쪼그리고 앉았던 아씨가 갑자기 두 손으로 땅을 치면서 꼬꾸라졌다. 그리고,

“송 서방이, 우리 칠성이 잡아먹을 줄을 뉘가 알았나…….”

이렇게 외누다리를 하면서 통곡을 하였다.

송 서방은 눈이 둥그레졌다. 무슨 영문인지를 몰랐다. 나가지도 못하고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만 엉거주춤해버린 그는 어쩔 줄을 모르고 우들우들 떨었다.

“도둑놈을 잡았으믄 매깨나 때려서 보내디이.”

아가씨의 외누다리는 계속되었다.

“경찰소가 무슨 경찰소, 아……”

도적놈? 경찰서? 칠성이? 그러고 보니 칠성이가 보이지를 않았다. 그러면 그 상처가 다시 성종을 하여 도련님이 불행해지지나 않았나. 그러면 거기 도적놈은 무슨 관계며, 경찰서는 무슨 관계인고. 영문을 모르는 그는 대답도 못하고 입을 움찔움찔하며 떨고 서 있었다.

노마님이 며느리를 얼렀다.

“아가, 진정해라. 할 수 있니? 다 팔자다……. 송 서방두, 나가 자시.”

송 서방은 다시 한번 무슨 말을 물어보려 입을 움질거리다가, 나와서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오누, 오누.”

그 부르는 소리에 응하여, 저편 구석에서 두 시뻘건 불덩이가 나왔다.

“양…….”

“이리 온.”

송 서방은 고양이를 끌어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칠성인 어찌되었나. 아가씨의 아까 그 모양은 무슨 일이었던가. 송 서방은 이 풀 수 없는 수수께끼에 연하여 코를 울리며, 커다란 손으로 부서져라 하고 고양이의 등을 쓸었다. 고양이는 갈강갈강 목소리까지 내어서, 코를 굴리면서 송서방을 떠받았다.

이튿날, 그는 행랑 사람에게서 사건의 대략을 들었다.

송 서방이 솔개골로 떠난 날 밤에, 이전에 몸을 빼쳐서 달아났던 도적놈이 다시 왔다. 그는 자기 형(먼젓번에 송 서방이 잡은 것이 그 도적의 친형이었다.)의 원수를 내놓으라고 야료를 하다가, 원수를 갚는 셈으로 도련님을 죽이고 달아난 것이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송서방은 가슴이 철썩 내려앉았다. 그는(이 더운데) 덧문까지 굳게 닫은 아씨의 방에서 보이지 않게, 몸을 담벽에 감추고서 자기 방에 돌아와서 문을 꼭 닫고 들어앉았다.

도적놈을 잡으면 따귀깨나 때려서 놓아주는 것이 옳은가. 그의 머리에는 문득 이러한 의문이 떠올랐다. 자기의 양심, 자기의 이성의 명하는 바에 의 지하건대, 경찰에 보내는 것이 조금도 잘못이 없었다. 그러나 그 정당하다고 믿었던 일이 오늘날 이러한 일을 일으켰다. 가엾고도 귀하던 도련님을 잃었다. 그러면 그 옳다고 생각하였던 일 아래는 무슨 커다란 착오가 있지나 않았나.

그는 연하여 코를 울리며, 눈을 섬벅거리며, 멀뚱멀뚱 앉아 있었다.

잠시 반짝하니 빛이 보이려던 이 집안은 다시 음침한 아래 잠기게 되었다.

아씨의 방에는 늘 덧문까지 닫겨 있었다. 노마님의 방에서는 담배 터는 소리가 더욱 잦았다. 송 서방도 무안하여 뜰에는 얼씬도 안 하였다.

그리고 아씨의 송서방에 대한 대우가 나날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아무런 일에도 간섭하지를 않았던 아씨가 지금은 송서방에 대한 일만은 간섭하였다.

어떤 날 저녁 행랑어멈이 송 서방의 저녁상을 놓을 때였다. 상을 물리려고 샛문을 열던 아씨가 그것이 뉘 상이냐고 물었다. 그리고 송 서방의 상이라는 대답을 듣고는,

“부엌에서 먹디, 상은 무슨 상.”

하면서 샛문을 홱 닫아버렸다. 그것을 마침 부엌문 밖에서 들은 송서방은, 얼른 발소리 안 나게 이편까지 나왔다가 다시 소리를 내어서 부엌으로 들어가서,

“나, 저녁 여기서 먹갔소. 내 방엔 괭이 새끼 성화에…….”

하면서 행랑어멈이 차릴까 말까 망설이던 그릇들을 도마 위에 내려놓고, 웅크리고 앉아서 먹었다. 그는 먹으면서 몇 번을 뜻하지 않게 젓가락을 멈추고는, 강도를 잡으면 따귀깨나 때려 보내야 하나, 하였다. 그리고 모든 자기를 사랑하던 사람, 노 황진사의 내외며, 둘째 황진사며, 춘심이가 벌써 없어진 이 세상에, 그냥 혼자 남아 있는 외로움을 절실히 느꼈다.

그리고 저녁을 끝낸 다음에 까맹이를 줄 밥을 한 줌 쥐고, 방으로 나왔다.

“오누, 오누.”

“양…….”

“이리 온.”

그는 고양이를 끌어올려다가 밥을 주었다. 고양이는 야옹야옹하면서, 맛있는 듯이 싹싹 먹는다. 송 서방의 커다란 손은, 뜻하지 않게 고양이의 등에 올라갔다.

“논 사줄까, 밥 사줄까.”

그의 눈에서는, 커다란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여름이 기울면서부터, 암담한 구름은 점점 더 농후해졌다. 이 집에 기르던 개도 어느 틈에 어디로 없어졌는지 아무도 모르는 동안에 없어졌다. 올빼미 가 살구나무에 와서 울었다. 행랑방에서 한 마리 기르던 암탉이 울었다. 그리고 낙엽 때는 되지 않았는데, 살구나무는 낙엽 지기 시작하였다.

뜰에는 끼니때에 행랑어멈과 송 서방의 그림자가 얼씬할 뿐, 그 밖에는 사람의 그림자가 비쳐본 때가 없었다. 고양이도 왜 그런지 방 안에만 있지, 밖에 나가기를 싫어했다.

밤에는 무슨 다듬이 소리 같은 것이 청간과 부엌에서 났다. 구굴구굴, 무슨 별한 소리조차 들렸다. 까마귀가 흔히 지붕 위에 와서 울었다.

이러한 음침한 안에서, 송서방은 까맹이를 벗해가지고 늙은 눈을 껌벅껌벅하며 방 안에 꾹 들어박혀 있었다.


8월 추석이 이르렀다. 그러나 이 집에서는 산소에 가보려는 사람도 없었다. 송 서방이 혼자서 산소에 갔다.

그는 먼저 황씨 선산을 갔다. 늙은 진 사 내외, 둘째 진사, 자기를 끔찍이도 사랑하던 그 몇 사람의 분묘 앞에 작년에 돌아간 주사의 분묘가 있었다.

그리고 그 곁에 있는 새 분묘는 도련님의 분묘일 것이었다. 그는 그 다섯 분묘를 번갈아 보고, 강도를 잡으면 따귀깨나 때려서 돌려보내는 것이 오히 려 정당한 일이 아닐까 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분들을 먼저 보내고, 쓸쓸한 세상에 혼자 남아 있는 자기를 생각하고 기운 없이 다리를 돌이켜서 묘지기의 집에 가서, 마님을 대신하여 인사를 치른 뒤에 공동묘지로 향하였 다. 공동묘지에는 춘심이의 주검이 있는 것이었다.

그날 밤이 깊어서야 송서방은 돌아왔다. 돌아올 때는, 그의 눈은 뚱뚱 부었다.

가을이 깊었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 집안은 더욱 조용해졌다. 송 서방에 대한 대우도 더욱 나빠졌다. 이전에는 가을마다 옷감과 솜이 약간씩 나왔는데, 금년은 그것조차 없어졌다. 고양이 소리가 요란스럽다는 말을 아씨가 몇 번을 행랑어멈에게 하였다. 송 서방의 방은 구두질도 안 하였다.

그런 한 가지의 일이 더 생길 때마다, 송서방은 까맹이의 등을 힘있게 쓸면서 강도를 잡아서 경찰서로 보내는 것은 실수인가 하고는 한숨을 쉬었다.

그의 이성은 비록 강도를 잡으면 경찰서로 보내는 것이 당연하다 하되, 현재의 이 모든 상서롭지 못한 일은 모두가 강도를 경찰서로 보낸 때문에 생겨난 일이었다.

겨울이 이르렀다.

그때에 행랑어멈을 통하여, 아씨에게서 금년은 곡초가 부족하여 송 서방의 방에는 불을 못 때주겠다는 선고가 내렸다.

“늙으믄, 덥구 추운 걸 잘 모르갔솨요.”

그는 대수롭지 않은 듯이 행랑어멈을 통하여 이렇게 여쭈었다.

그 이튿날, 그의 의로운 그림자는 지척지척 그 고을 보통학교 선생의 집에 찾아갔다.

“송 서방, 어떻게 왔소?”

“선상님한테 말씀 한마디 여쭈어보레 왔솨요.”

“무슨 ……?”

“도적놈을, 불한당을 잡으믄 따귀깨나 때레서 놔주어야 할까요, 경찰소에 잡아넣어야 할까요?”

선생은 이 뜻밖의 질문에 놀란 듯하였다. 잠깐 송 서방의 얼굴을 본 뒤에 웃었다.

“그거야, 도적놈 나름이지요. 말로 얼러서 들을 놈이면 놓아주구, 그렇디 못한 놈은 징역을 시켜야구…….”

“못된 놈이 와요.”

“경찰서로 보내야디.”

“글쎄요.”

그는 그 집을 하직하였다.

그의 외로운 그림자는 다시 쓸쓸하고 찬 자기의 방으로 돌아왔다.

“오누, 오누.”

“양…….”

“이리 온.”

그는 고양이를 잡아서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강도를 잡으면 놓아주는 것이 옳은가. 선생님의 말도 경찰서로 보내는 것이 옳다고는 하였다. 그러나 선생님의 말이라 다 바를까. 혹은 따귀깨나 때려서 놓아보내는 것이 옳지 않을까. 그때에 그 강도를 따귀깨나 때려서 놓아보냈던들, 오늘날 이러한 모든 상서롭지 못한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을……. 그는 고양이를 움켜쥐고 높이 쳐들었다.

“논 사줄까, 밭 사줄까.”

그의 늙은 눈에서 주먹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겨울이 깊어갈수록 송 서방은 더욱 밖에 나갈 기회를 피하였다.

옷도 없어 헐벗은 그는, 불 안 땐 방에서 입으로 성에를 토하면서까맹이와 함께 꼭 방 안에 들어박혀 있었다.

밤에는 까맹이를 품고 잤다. 이 두 동물은 서로 체온을 주고받아서, 겨우 얼어 죽기를 면하고 지냈다. 송 서방은 손톱과 발톱이 다 얼어서 빠졌다.

아침에 깨면 이불귀에 허옇게 성에가 돋치고 하였다. 늙은 허리와 팔다리는 늘 저렸다.


어떤 날, 피하지 못할 일로써 거리에 나갔다가 돌아온 송 서방은, 자기 방에서 까맹이가 없어진 것을 발견하였다.

그는 눈이 벌개져서, 거북스러운 것도 잊어버리고 들에서 크게 오누, 오누, 불러보았다.

“양…….”

어디 먼 데서 들리는 듯하였다.

“오누, 오누.”

“양…….”

그는 앞으로 가보았다. 뒤로 가보았다. 앞으로 가면, 고양이의 소리는 뒤에서 나는 듯하였다. 뒤에 가면, 앞에서 나는 듯하였다. 앞으로, 뒤로, 몇 번을 헤맨 끝에 그는 마침내 기진맥진하여 행랑을 찾아갔다.

“여보, 순복네 아바지.”

“예?”

“까맹이 못 봤소?”

행랑아범은 자기 아내의 얼굴을 보았다. 어멈은 지아비의 얼굴을 보았다.

“까맹이가 보이딜 않소고레.”

“…….”

“어디서 못 봤소?”

“아까, 아가씨님 손을 할퀴었다구, 내다 팡가텠다우.”

“예? 어디다.”

“데 뒤, 개굴창에…….”

송 서방은 눈이 벌개서 나갔다. 그리고 그는 집 뒤 개천에서 목을 매어서 뻣뻣하게 된 까맹이를 발견하였다.

그는 나뭇개비를 하나 얻어서 무슨 더러운 물건이라도 만지는 듯이, 그 고양이를 찔러보았다. 언제 죽었는지 앞으로 잔뜩 뻗친 네 다리는 벌써 뻣뻣하였다.

그는 그 목을 맨 끈의 한편 끝을 쥐려다가 다시 놓고 집으로 돌아와서, 호미를 가지고 나와서 그 끈을 다시 쥐어서 추켜들고 더벅더벅 걸었다.

저녁 해가 거진 넘어가게 되어서, 그는 공동묘지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제 아내 춘심이의 무덤 곁에 조그마한 구멍을 하나 파고, 거기다 고양이의 주검을 넣고 다시 흙으로 덮었다.

그런 뒤에, 헐벗은 옷에 추운 줄도 모르고, 신이 없이, 제 아내의 무덤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강도를 잡으믄 따귀깨나 때려서 놓아보내야 하나. 아아, 그러나 전에 이 생각을 할 때에는, 그의 곁에는 까맹이가 있어서 머리로써 그의 손을 문지르며, 꼬리로 그를 간지럼을 시켰지만 지금은 쓸쓸한 두 주검이 그의 앞에 누워 있을 뿐이었다.


그는 얼마 동안 앉아 있었는지 몰랐다. 이미 밤이 깊었다. 그때에,

“니양……”

어디서 문득 고양이 소리가 났다. 고양이 소리라 하기는 할지나, 아양을 부릴 때의 그 얌전한 소리가 아니요, 싸움을 할 때 혹은 강적을 만났을 때에 하는 그런 부르짖음이었다.

“니양…….”

어디서 나나? 송 서방은, 신경을 날카롭게 해가지고 귀를 기울였다.

“니양…….”

하늘에서?

“니양…….”

땅에서?

고양이의 부르짖음은, 한둘뿐이 아니었다. 하늘에서, 땅에서, 동에서, 서에서 사면에서, 났다. 고양이의 부르짖음은 천지에 가득찼다.

“오누, 오누, 오누, 오누, 오누.”

송서방은 마치 미친 사람 모양으로, 손으로 오라고 손짓을 하면서 허든허든 일어섰다.

“니양, 니양…….”

고양이의 부르짖음은, 그의 부름에 대답하듯이, 연하여 났다.

“오누, 오누, 오누.”

그는 손짓을 하면서, 비틀비틀 산 아래를 향하여 내려갔다.


그때부터 송 서방의 자취는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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