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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류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가면서 살아가는 현실 세계 외에도 다른 여러 세계를 가지고 있읍니다. 꿈의 세계, 환각, 곧 허깨비의 세계, 상상의 세계, 예술의 세계 등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비현실적 또 초현실적 의 말하자면 거짓말의 세계는 어째서 생기는 것이냐 하면, 어떠한 서투른 현상을 대하여 그 현상의 좇아온 본원을 우리의 생활 범위 이외에 가서 상 상함도 한 원인일 것이요, 사람에게는 언제든지 무한한 욕망이 있건마는, 이것을 현실 세계에서는 만족하게 할 수가 없으므로 그것을 상상적으로 구 체화하여 이런 저런 境界[경계]를 만들어 봄도 한 원인일 것입니다.

이를테면 해변 같은 데 보지 못하던 물건이 떠 들어오는 것을 보고, 해외 에도 무슨 세계가 있는 줄을 생각하는데, 상상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인 만 큼, 거기는 기괴 신비한 인물이 居生[거생]한다고 하게 됨은 전자의 일례입 니다. 마치 구라파의 고대 인민들이 대서양의 밖에 아틀란티스라는 신선의 세계가 있음을 상상한 것 같음이 이런 예에 합하는 것입니다.

또 땅을 부둥켜안고 흙을 파먹는 지상 세계에는 결핍과 고생과 온갖 재난 이 있어 아무라도 이것을 벗어날 수가 없으니, 이렇지 아니한 원만한 행복 의 세계가 있으면 작히나 좋을까 해서, 수고하는 일 없고 죽는 일 없고 사 람의 요구하는 온갖 욕망이 저절로 만족해지는 仙境[선경]이란 것을 만든 것은 후자의 일례입니다. 마치 동양의 고대 인민이 崑崙山[곤륜산] ․ 蓬萊山 [봉래산]의 구름 깊은 곳에 洞天福地[동천복지]가 있다고 함 같음은 이런 예에 합하는 것입니다. 잠자다가 꿈에 생게망게한 境界[경계]로 돌아다녀 보는 경험이 이러한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내게 함에 큰 동기가 되었음도 아 마 사실일 것입니다. 여하간 인류에게는 현실을 떠난 상상의 세계가 많이 있고, 그것들은 저절로 사람의 손발이나 이목이 잘 자라지 못하는 멀고 으 슥하고 어리아뜩한 곳에 있을 밖에 없이 되었읍니다. 이런 것이 세계의 어 느 민족에게도 다 있는 것처럼, 우리도 가지가지의 조선인 상상적 세계를 만들어 가졌읍니다. 천상이나 지하에는 신의 세계, 산악이나 洞壑(동학)에 는 신선의 세계 ․ 泉井[천정] ․ 河海[하해] ․ 樹林[수림] ․ 岩[암]에는 精靈 [정령]의 세계 등이 두루두루 존재함을 봅니다.

說話學上[설화학상]의 이른바 other-land (他界[타계])의 관념과 및 그에 관한 설화는 조선에도 꽤 많이 있읍니다. 이번에는 그 중에서 특별히 異物 [이물]의 세계, 곧 특수한 인물의 국토와 내지 동물의 고향에 대한 전설을 약간 뒤적거려 볼까 합니다. 그 중에도 종교성의 것, 신선 관계의 것, 역사 적 사실화한 것 등은 또 따로 말씀할 기회가 있을 줄 압니다.

전설상에 나오는 異物[이물]의 세계는 가장 많이 水中[수중]에 있다고 했 읍니다. 환하게 들여다보일 듯하고 침침해서 그 속을 알 수 없는 물, 길고 짧은 허다한 마름과 작고 큰 가지 가지의 고기들이 따로 한 세계를 배포해 가지고 있는 물 속은 궁금하기가 간절한 만큼, 이러한 상상이 먼저 가고 어 떠한 상상이라도 붙이기가 좋은 만큼, 여러 가지 변화 있는 세계가 연해연 방 생겨나온 양합니다. 작게는 샘 밑 ․ 우물 속으로부터 늪과 강을 지나서 허허바다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이고 죄다 異物[이물]의 세계들은 껴안고 있읍니다. 그 주인공은 혹시 새우나 조개이기도 하지마는, 대체는 뱀 내지 용이라 하는 물의 임자로 생각되는 반 실재 반 상상의 동물입니다.

前次[전차]에 소개한 일 있는 〈酉陽雜俎[유양잡조]〉에 전하는 신라 해상 의 長鬚國(장수국) 說話[설화]는 곧 새우의 나라를 이야기하는 재미있는 일 례입니다.

〈補閒集[보한집]〉(卷下[권하])에,

光化縣[광화현] 北[북]에 蓴池(순지)가 있어 蓴菜[순채]를 캐러 들어간 이 가 가끔 해를 입는지라, 今同[금동]이라 하는 백성이 낫을 가지고 못 속으 로 뛰어들어가서 바닥에 다다라 보니, 얼마 동안은 물이 없고 덩그런 집이 있으되 밝기 모래알을 헤아릴 만한데, 그 속에 뭉클수북한 무엇이 있으므로 헤쳐내니 주먹 같은 큰 조개거늘, 집어 가지고 나와서 못가에 놓고 다시 들 어가서 뒤지더니, 문득 못가에서 데그렁거리는 소리가 나므로 몸을 뛰쳐 나 온즉, 天動[천동] 번개에 비가 퍼붓는지라, 그만 혼이 나서 낫을 버리고 도 망질하였다. 進士[진사] 梁國元[양국원]이 친히 그 사람을 보고 그 이야기 를 들어 옮긴대, 듣는 이마다 이상히 여겼다.

하는 이야기는 조개 異物[이물]의 세계를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조개가 漁 物[어물]중의 대단한 것 아닌 성싶어도, 그것이 전설 가운데 있어서는 퍽 번듯한 존재 노릇을 합니다. 蜃(신)이라는 字[자]로 쓰는 지나 동해의 큰 조개는 안개를 피워서 공중에 누각을 만들어내기로 유명합니다. 대기의 밀 도에 갑자기 변동이 생겨 광선이 굴절하여져서 遠方[원방] 지상물의 그림자 가 공중에 올라서 보이는 현상 ── 조선서 섬놀이라 하는 것을 시방은 물 리학 상으로 昭然[소연]히 설명을 하게 되었지마는, 고인은 이것을 조개의 조화라 하여 蜃氣樓[신기루]라고 이르고, 여러 가지 상상을 여기 붙였읍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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