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서 서간·묵시편/로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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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서 서언[편집]

(一) 이 서간의 지정(指定)[편집]

로마서 一장 八절에 의하면, 대략 기원 五八년이나 九년으로부터 이미 로마에는 신앙의 꽃이 아름답게 핀 교회가 있었다. 이 곳에 첫번으로 그리스도교를 전한 자는 성신 강림 당일에 예루살렘에서 세를 받고(종 二·一〇) 로마로 돌아간 자들 중에 있었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로마 교회의 창설자는 성 베드루라고 한다. 이것은 오래고 또한 문헌상(文獻上)으로도 신빙(信憑)할 만한 확실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 교회의 신자들은 유데아교에서 개종(改宗)한 자들과(로 六·三) 혹은 외교인으로서 회개한 자들이었다(로 一六장). 그러므로 이 서간은 어떤 부분은 유데아교에서 개종한 자들에게(七. 八장), 또 어떤 부분은 외교인으로서 회개한 자들에게(一·五, 一三~一五장, 一五·一五 이하) 써 보내신 것이다.

(二) 이 서간을 서술하신 연대(年代)와 장소[편집]

여러 가지를 참고하여 로마인들에게 보내신 서간의 연대와 장소를 단정할 수 있다. 코린토 전서 一장 十四절과, 로마서 十六장 二十三절과, 동 十六장 一, 二절과를 서로 대조하여 보면, 이 서간은 코린토에서 대략 기원 五七년 말이나 五八년 초에 서술하신 것을 알 수가 있다.

(三) 이 서간의 목적과 동기[편집]

성 바오로의 다른 서간은 다 종도인 자기나 혹은 자기의 제자들이 설립한 교회에게 보내신 것이나, 다만 이 서간만은 예외(例外)이다. 그러면 그는 어떠한 생각으로써 로마 교회 신자들에게 이 서간을 보내셨는가?

그는 이미 오래 전부터 로마로 가고자 하셨다(로마 一·一三, 一五). 대저 그는 소아세아의 대부분과 구라파 일리리아 지방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의 이름을 전하였던 연고다. 그러므로 저는 서구(西歐) 지방, 그 중에 특히 스페인(로마 一五·二〇, 二九)에도 그리스도 교회를 전파하시고자 하였었다. 그리고 저는 스페인으로 가는 도중에 로마에 들르고자 하셨던 것이다. 그 연고는, 로마인들의 열심이 더하여지며 또한 친히 저들의 신앙을 견고케 하고자 하셨던 까닭이다(로마 一·一一). 더우기 바오로께서는, 자기는 외교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특별한 모양으로 천주께 간택되었다는 것을 깨달은(로마 一·一四 이하, 갈라 一 ·一五, 에페 三·八) 까닭에, 그는 로마 교회와 특별한 인연을 맺고자 하셨다. 그것은, 저 때 로마는 외교인들뿐인 로마 제국의 수도(首都)였던 관계로 그리스도교의 교리를 로마 제국 내 각주(各州)에 전파하기에는 가장 적절한 곳이었던 까닭이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계시던 그는 자기가 장차 로마로 갈 것에 대한 제반 준비를 편지로써 하고자 하셨던 것이었다.

(四) 이 서간의 개요(槪要)[편집]

그는 이 서간에 있어 구원에 대한 도리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을 해석하셨다. 이것은 외교 백성의 종도로 자임(自任)하는 그가 언제나 주장하시던 바이니, 곧 원죄와 천주의 간택하심과, 법률의 행동이 없이 신앙으로 말미암는 의화에 대한 것과, 또한 성총과 자연과, 법률과 자유와, 신앙과 선업과의 상호 관계에 대한 것 등이다.

그는 이 서간의 모두(冒頭)에 있어(一·一~一八), 문안이 끝난 다음에(一·一~七) 로마 교회를 칭찬하셨으며, 다음에는 이 서간을 쓰게 된 동기를 말하고, 마침내 이 서간의 특수한 문제에 들어가신다(一·一七, 一八). 제一편에 있어서는, 죄인인 사람을 예수 그리스도 안에 거룩하게 하고 의롭게 할 수 있는 것은 외교인의 철학도 아니며 또한 유데아인들의 법률도 아니라 오직 다만 생활한 신앙 뿐이라는 것을 가르치신다(一·一九~一一·三六). 제二편에 있어서는 그리스도신자다운 착한 생활을 위한 도덕을 제시(提示)하고 또한 권고하신다(一二·一~一五·一三). 그리고 마지막에는 각 개인들에게 대한 소식과 문안이 포함되었다(一五·一四~一六·二七).

(五) 로마서의 확실성[편집]

이 서간이 성 바오로 종도께서 로마인들에게 보내신 것이라는 것은 모든 교부(敎父)들로 말미암아 이미 승인된 바다. 우리 교회의 첫 세기에 있어서는 교황 클레멘스 로마노께옵서(기원 九二~一〇一), 제二세기에 있어서는 순교자 유스티노(一〇〇~一六三)와 이레네오(一四〇~二〇二)와 테르툴리아노(一六〇~二二二)와 그 외의 교부들께옵서 이것을 다 일치하게 증거하셨다.

성 바오로 종도 로마인에게 보내신 서간[편집]

모 두

① 인 사

제一장[편집]

예수 그리스도의 종으로서 종도로 부르심을 받고 천주의 복음을(전하기) 위하여 간택된 바오로, ― 이 복음은 천주 당신 선지자들로 말미암아 당신의 아들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 대하여 성경에 미리 보하신 바라. 저(=그리스도)는 당신의 인성을 따라서는 다위 가문에서 나시고, 그 거룩함의 신을 따라서는 죽은 자 가운데로조차 부활하심으로써 천주의 전능하신 아들이심이 증명되시니라. 우리는 저의 이름을 위하여, 모든 외교 백성들을 신앙에 귀순(歸順)시키기 위하여 저로 말미암아 종도 직임(宗徒職任)의 은총을 받았느니, 예수 그리스도께 부르심을 받은 너희들도 또한 이들 중에 있느니라 ― 천주께 사랑을 받고 또한 성소(聖召)로 인하여 성도(聖徒)가 된, 로마에 있는 모든 이에게 (인사하노라). 원컨대 우리 아비신 천주와 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성총과 평화함이 너희에게 내릴지어다.

【一】 一절은 제七절에 가서 끝난다. 【二~六】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내용과 촛점을 설명하신다. 그 중 三, 四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참 사람이시요 참 천주이신 것을 말씀하니, 이 곧, 그리스도 당신 인성을 따라서는 다위 왕의 후예시요, 당신 거룩함의 신, 곧 천주성을 따라서는 천주의 아들이시니라. 이를 가장 강하게 증명하신 것은 죽은 자 가운데로조차 스스로 부활하심이다. 【五】 여기에 『신앙』이라 함은, 인간이 이지(理智)와 의지(意志)로써 승낙할 신앙의 진리를 의미한다. 【七】 신자들을 성도라 함은, 그들이 천주의 섭리(성소)를 따라 성세로 말미암아 죄에서 구속되어 상존성총으로써 거룩하여져 하여금 성인들의 통공함에 한 지체가 되는 연고다.


② 감사와 서간의 동기

너희의 신앙이 전 세계에서 칭양되매, 나 위선 너희 모든 이를 위하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내 천주께 감사하노라. 그 아들에게 대한 복음을 전함으로써 나의 전심으러 섬기는 천주께서는, 내가 간단함이 없이 너희를 기억하며, 一〇 너희에게 가기로 - 천주의 의향도 한 번 이러하시다면 - 내 기구 중에 간원함에 대한 증거자시니라. 一一 대저 나 너희 보기를 원함은 신령한 은총을 얼마쯤 너희에게 나눠 주어 써 너희를 굳세게 하기를 위함이니, 一二 곧 우리로 하여금 나와 너희의 공동적 신앙심으로 말미암아 서로 견고하여지기 위함이로다. 一三 형제들아, 나 너희에게 가기를 가끔 결심하였으나 지금까지 방해되었었음을 너희에게 숨기고자 아니하느니, 나는 다른 외교 백성 중에서와 같이 너희 중에서도 약간의 열매를 얻고자 하노라. 一四 나는 그레시아인과 비(非)그레시아인과, 유식한 자와 무식한 자에게 (복음을 전할) 본분이 있느니, 一五 그런 고로 나는 정원으로 로마에 있는 너희에게도 복음을 전하려 하노라.

【八】 여기에 『신앙』은 신앙심과 신앙의 견고함을 가리킴. 【九~一七】 본 서간의 목적은 장차 당신 친히 로마로 가실 것에 대한 준비와, 또한 외교적 문화와 종교의 중심이 되는 로마에서 복음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파하시기 위하여 특히 당신은 외교인을 위하여 파견된 종도임을 말씀하심에 있다(八~一五). 그리고 이 서간의 핵심(核心)은 곧 인류는 다만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서야만 의화를 받을 수 있다는 그것이다(一六, 一七). 【一四】 바오로 종도께서는 다른 종도들보다 특수하게 천주께로부터 외교인들에게(그레시아인이라 함은 외교인을 가리킴) 복음을 전할 특별한 파견을 받았다(종도 九·一五). 그러므로 외교의 중심이 되는 로마에 가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할 본분이 있는 것을 똑똑히 아셨다.


③ 서간의 핵심

一六 대저 나 복음을 수치로 여기지 아니하느니, 이(=복음)는 유데아인으로 비롯하여 외교인에게 이르기까지, 모든 믿는 자들에게 구원이 되는, 천주께로조차 나오는 능력임이니라. 一七 대저 『신앙으로 말미암는 의인은 살리라』실려 있음 같이, 천주께로조차 와서 신앙에서 신앙에로 이르게 하는 의화(義化)는 여기(=복음)에 계시되느니라.

【一六~一七】 『능력』-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안에 유데아인과 외교인을 물론하고 온 인류에게 의화(죄에서 구속됨과 성총과 천주의 자녀가 되는 지위에 옮겨짐을 가리킴)와 그 의화로 말미암아 영원한 생명을 줄 만한 천주께로조차 오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의화를 얻기에 절대 필요한 조건은 신앙, 곧 예수 그리스도의 교리에 대한 자유로운 승낙과 실행이다.


제 一 편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는 의화(義化)

제 一 항 전 인류를 위한 의화의 필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되는 의화가 외교인(一·一八~三二)이나 유데아인(二·一~三·八)을 막론하고 전 인류에게 절대로 필요함은, 이 자기 탓으로 죄악 속에 깊이 빠져 다시는 자기 힘만으로써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은 지경에 떨어진 까닭이다. 그런데 외교인들은 자기탓으로 인하여 하나이신 참 천주를 인식하지 못하고 우상숭배(偶像崇拜)에 빠졌으며(一·一八~二三), 또한 그 까닭에 천주께서 정하신 벌로 온갖 죄악의 심연(深淵)에 빠지니라(一·二四~三二). 그러나 천주의 간택하심을 받은 저 유데아인의 도덕 상태도 역시 저 외교인들의 그것보다 더 나을 것이 없었으니, 대저 유데아인들은 천주께 대한 인식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외인들과 같은 죄악을 조금도 거리낌 없이 범하는 까닭이다(二·一~三). 이러므로 저들은 천주의 인내하심이나(二·四~一一) 또는 구약의 법률을 들어 자기네의 우월(優越)함을 주장하기는 하나(二·一二~一六), 천주의 엄하신 심판은 면하지 못하리라. 비록 유데아인들이 제아무리 구약의 법률(=계시된 진리)에 대하여 넉넉한 지식을 가지고 또한 천주께로부터 법률의 계시의 특은을 받았다 자랑할지라도(二·一七~二〇), 의인, 곧 죄 없는 천주의 자녀가 되지는 못한다. 왜 그런고 하면, 그들은 천주의 법률에 위반되게 살고 또한 죄되는 생활로써 외교인 앞에서 천주의 이름을 능욕하는(二·二一~二四) 연고다. 따라서, 천주의 선택하신 백성의 표가 되는 할손례(割損禮)도 다만 구약의 법률을 바로 준행함과 겸하여서만 비로소 천주 대전에 값이 있는 것인즉, 당시의 유데아인들에게는 아무러한 신익도 되지 못하였다(二·二五~二九). 그러나 바오로께서는 또한 유데아인들에게 부여된 특은을 부인한다는 오해를 면하기 위하여, 저 유데아 백성은 구약 시대에 있어 천주의 허락하심과 계시를 받은 선택된 백성인만큼, 또한 비상히 우월하다는 것을 강조(强調)하신다.(三·一~八). 그리하시는 한편 그들을 또한 외교인들과 비교하여, 그들이 그 외면적으로 비상히 우월함에 불구하고 내적 의로움과 거룩함에 있어서는 오히려 외교인만 못함이 있음을 책하신다. 천주의 말씀을 쫓아 온 인류는, 유데아인이나 외교인임을 막론하고 다 천주 대전에 있어 죄를 범한 자들이다(三·九~二〇). 인류의 죄와 탓이 이러하고서는 구약의 법률이 그 아무리 천주께로부터 계시된 것이라 할지라도, 다만 이것만으로써는 도저히 인류에게 구원의 은혜는 주지 못할 것이다. 전 인류의 구원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성총으로써만 이룰 수 있는 것이니, 이 성총을 얻기에 가장 요긴한 조건은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이다.

① 외교인의 죄악

一八 대저 천주의 의노(義怒)는 (자기의) 불의(不義)함을 가져 [천주께 대한] 진리를 누르는 사람들의 모든 불신(不信)과 불의함을 거슬러 하늘로조차 내려 나타나느니라. 一九 대저 천주께 대하여 알 수 있는 것은 저들에게 이미 알려졌느니, 천주 저들에게 알려주셨느니라. 二〇 대저 그의 볼 수 없는 본체(本體), 곧 그 영원하신 전능과 천주성도 세상 배포(世上配布) 이래 그 창조된 것으로 말미암아 지성(知性)으로 인하여 이미 알려진 것으로 보이느니, 그러므로 저들은 변명할 수 없느니라. 二一 대저 그들은 천주를 알았었으나 저를 천주로 현양하지 아니하고, 또한 저에게 감사하지도 아니하였으며, 오히려 허망(虛妄)한 사상에 떨어져 그 미련한 마음이 어두워졌느니라. 二二 그들은 스스로 지혜로운 자로라 일컬으면서 어리석은 자 되었느니, 二三 불멸성을 가지신 천주의 영광을 부패될 사람과 새와 네발 가진 짐승과 기는 벌레와의 모상으로 바꾸었느니라. 二四 그러므로 천주 저들을 그 마음의 육욕대로 음행하기를 버려 두사 써 저들이 서로 그 몸을 더럽게 하며, 二五 참되신 천주를 거짓 우상으로 바꾸어 조물주 대신으로 조물을 공경하여 흠숭하였느니라. 원컨대 저(=조물주) 무궁세에 찬송함을 받으실지어다. 아멘. 二六 이러므로 천주 저들을 망측한 정욕에 내버려 두셨느니, 대저 저들의 부녀자들은 자연적 교접(交接)을 반자연적 교접으로 전도(顚倒)시켰으며, 二七 동양(同樣)으로 남자들도 그와 같이 여자와의 자연적 교접을 버리고 야욕(野慾)으로 서로 타며(燃燒), 남자와 남자가 망측한 짓을 하여 그 혼미(昏迷)에 마땅한 벌을 자기 몸에 받느니라. 二八 저들이 천주를 알아 승복하기를 거절하였으니, 천주 저들을 그 타락된 주의, 사상(主義, 思想)에 맡겨 두시매 저들은 합당치 않은 일을 하기에 이르렀느니라. 二九 그리하여 저들은 각가지 불의, 악의(惡意), [음행], 간린(慳吝), 악심(惡心)으로 차고(滿), 질투, 살해욕(殺害慾), 투쟁욕(鬪爭慾), 교활(狡猾), 간계(奸計)가 가득한 자들이며, 밀고자(密告者), 三〇 비방자(誹謗者), 천주를 미워하는 자, 모욕하는 자, 교만한 자, 자긍(自矜)하는 자, 악을 발명하는 자, 부모에게 복종치 아니하는 자, 三一 어리석은 자, 충실치 못하고 무정하고 무자비한 자들이니라. 三二 이런 일을 행하는 자는 죽는 것이 마땅하다는 천주의 법률을 저들은 알면서도 이를 행할 뿐 아니라, 또한 행하는 자들에게 찬동하느니라.

【一八】 천주의 의노는 천주께서 죄 때문에 외인들에게 내리신 벌로 나타난다(二〇 이하 참조). 【一九~二〇】 여기서 바오로께서는 인간이 능히 그 자연적 이성으로써 이 우주 만물에서 조물주이신 천주의 존재를 능히 인식할 수 있다는 가톨릭교회의 신앙 교리를 명백히 가르치신다(지서 一三·一 이하). 【二一】 허망한 사상이라 함은, 천주께 대한, 진리에 위반되는 사상이다(에페 四·一九 이하 참조). 【二二】 성영 一四·一, 五三·二. 【二三】 성영 一〇六·二〇, 모이세 五권 四·一六~一八. 【二四】 외인들은 온전한 자유로써 천주를 배척하였으므로, 천주께서는 저들을 벌하시기 위하여 자연에 위반되는 온갖 음행과 죄악 속에 저들을 내버려 두셨다. 【二六~三二】 외인들의 그 불의한 생활의 뿌리는 이 곧 천주를 배리(背離)함에서 말미암는다. 대저 천주께 대한 신앙은 온갖 도덕적 생활의 기초가 된다. 【二九~三一】 로마 一三·一三, 코전 五·一〇 이하, 동 六·九 이하, 코후 一二·二〇, 갈라 五·一九. 【三二】 이 절은 그레시아 원문을 따라 번역한 것임. 불가타 원문에는 다른 뜻이 있다.


② 유데아인의 죄악

제二장[편집]

그러므로 판단하는 자야, 네가 어떠한 사람임을 막론하고 너는 변명할 수 없으리니, 대저 너는 다른 사람을 판단함으로 네 자신을 판결하느니라. 대저 판단하는 너로서도 같은 것을 행함이니라. 이런 일을 행하는 자들이 천주의 진리에 합한 심판을 받는 줄을 우리는 아노라. 저런 자를 판단하면서 그와 같은 일을 행하는 사람아, 너는 천주의 심판을 면할 줄 생각하느냐? 혹은 저의 인자와 인내와 참을성의 무량하심을 경히 여기느냐? 천주의 인자하심이 너를 개심(改心)시키고자 하심을 너 알지 못하느냐? 그러나 네 고집과 회개하지 아니하는 그 마음으로 인하여 너는 천주의 의노(義怒)와 의로운 심판이 나타날 날을 위하여 의노를 네게 쌓으니, 저는 각자에게 그 행실대로 갚으시리라. (곧)선행에 항구하여 영광과 표창(表彰)과 불멸을 구하는 자들에게는 영생으로써 갚으실 것이나, 다투는 자와 진리를 거슬러 불의에 복종하는 자들에게는 당신의 대노로써 (갚으시리라). 무릇 악을 행하는 사람의 영혼에는 유데아인을 비롯하여 외교인에게도 환난과 곤궁이 올 것이로되, 一〇 무릇 선을 행하는 자에게는 유데아인을 비롯하여 외교인에게도 영광과 표창과 평화가 있으리라. 一一 대저 천주께서는 사람에게 대하여 편벽(偏僻)됨이 없으신 까닭이니라. 一二 대개 법률이 없이 범죄한 자들은 다 법률이 없이 망할 것이요, 법률을 가지고 범죄한 자들은 다 법률에 의하여 심판을 받으리니, 一三 대저 법률을 듣기만 하는 자들이 천주 대전에 의화되는 자가 아니라, 오직 이를 준행하는 자들이 의화될 것임이니라. 一四 대저 법률을 가지지 아니한 외교인들이 본능적(本能的)으로 법률의 규정을 준행함에 있어서, 법률을 가지지 아니한 저들은 그 자신이 스스로 법률이니라. 一五 대저 저들은 법률의 본질이 그 마음에 새겨졌음을 표명(表明)하느니, 저들의 양심이 저들에게 이것을 증거하고, 그 생각이 서로, 혹은 고소(告訴)하고 혹은 변호하는지라. 一六 이것은 천주 내 복음을 따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사람의 은밀한 것을 심판하실 그 날에(똑똑히 보이리라)

【二 이하】 천주 인자하시나 또한 공의하신 고로 각자에게 그 지상 생활의 행위를 따라 상이나 혹 벌을 주신다. 【五】 의노와 심판의 날은 공심판의 날이다. 그리고 의노를 쌓는다 함은 그 받을 바 벌을 많게 한다는 뜻이다. 【六 이하】 여기에서 바오로께서는 선공의 필요성을 증명하신다. 【一二】 『법률』-천주께서 계시하신 구약의 법률을 가리킴. 【一三】 야곱 一·二一. 【一四~一六】 천주께서는 인간에게 두 가지 법률을 주셨다. 곧 하나는 각자의 마음 속에 자연법으로써 새겨져 있는 것이니, 이는 양심으로 말미암아 알려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외의 한 가지는 구약 시대에 있어 유데아 백성에게 주신 계시의 법률이다.


③ 유데아인의 오만

一七 너는 스스로 유데아인이로라 하여 법률에 귀의(歸依)하고, 천주로써 자랑을 삼으며, 一八 그의 성의를 알고 법률로 가르침을 받아 좋고 나쁜 것을 판단할 수 있으며, 一九 너는 네 자신을 소경들의 인도자, 어둠 속에 다니는 자들의 빛, 二〇 우몽한 자의 스승, 법률에 있어서 지식과 진리의 표준을 가진, 아이들의 선생으로 믿는도다. 二一 남은 가르치면서 네 자신은 가르치지 아니하느냐? 도적질을 말라 강론하면서 너는 도적질을 하느냐? 二二 간음하지 말라 말하면서 너는 간음하느냐? 너는 우상을 지겨워하면서 성물을 모독(冒瀆)하느냐? 二三 너는 법률로 자랑을 삼으면서도 법률을 범하여 천주를 불경하느냐? 二四 대저 경에 실려있음 같이, 너희 탓으로 말미암아 천주의 이름이 외교인들 중에 설독되느니라(이사이아 五二·五 참조). 二五 너 만일 법률을 지키면 할손례가 유익됨이 있을 것이나, 만일 법률을 범한다면, 유데아인(=할손례의 사람)아, 너 외교인(=무할손례의 사람)과 같이 되었도다. 二六 이에 반(反)하여 외교인이 법률의 규정을 준행한다면 그는 외교인일지라도 유데아인으로 간주(看做)되지 아니하겠느냐? 二七 더구나 본래로부터 외교인이면서 법률을 준행한다면, 그는 법전(法典)과 할손례를 가지고도 법률을 위반하는 너를 판단하리라. 二八 대저 드러나게 그러한 자가 (진정한) 유데아인이 아니요, 살에 드러나 있는 것이 (참) 할손례가 아니니라. 二九 오직 마음으로 그러한 자가 (참) 유데아인이요, 글자를 따르지 않고 영신에 의하는 마음의 할손례야말로 (참된) 할손례이니, 이러한 이는, 사람들에게는 옳게 여김을 받지 못하나, 그러나 천주에게는 옳게 여김을 받느니라.

【一七~二四】 천주 성의에 대한 명백한 인식은 충실한 종교적 생활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생활과 신앙이 서로 위반되는 곳에는 신앙이 결국 비웃음거리가 되리라. 【二五~二九】 사람을 천주 성의에 의합하게 하는 것은 이 외면적으로 어떤 종교적 단체에 속하는 것(예컨대 구약시대에 유데아 백성이 할손례로 말미암아 유대아교에 속하던 것과 같은 것)이 아니라 오직 참다운 종교적 생활이다. 이것은 또한 신약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二七】 마복 一二·四一 이하.


④ 유데아인의 우월(優越)

제三장[편집]

그러면 유데아인의 장점(長點)은 무엇인고? 할손례는 무슨 이익이 있는고? 각가지 점이 많으니, 무엇보다도 천주의 계시가 저들에게(=유데아인에게) 부탁되었느니라. [저들 중에] 몇이 믿지 않고 있는 그것이 무슨 큰 일이겠느냐, 혹은 저들의 불신(不信)함과 천주의 성실하심이 서로 상쇄(相殺)되겠느냐? 결코 아니니라. 온갖 사람이 (다) 거짓말장이일지라도 오직 천주께서만은 진실하시니, 기록되었으되, 『너 말씀에 있어 의로운 자로 보이시며, 너 심판을 받으실 때에 승리하시리라』(성영 五〇·六) 하였음이니라. 그러나 만일 우리의 불의함이 천주의 의덕을 나타낸다면, 여기서 나오는 결과는 무엇이뇨? 천주 당신 의노로써 벌하시면 - 사람의 습관대로 말하노니 - 저 불의하시뇨? 결코 아니로다. 그렇지 아니하시면 천주 어떻게 이 세상을 심판하실 수 있겠느냐? 곧 다른 편으로 또한 내 허위(虛僞)로 말미암아 천주의 진실하심이 당신의 영광을 위하여 더욱 영화롭게 나타나면 어찌 나 죄인으로 판단함을 받겠느냐? 우리는 어찌 몇몇이 우리를 비방하여 『선이 생기기 위하여 악을 행하자』 한다고 말하는 바를 말하지 아니하겠느냐? 그런 자는 그 정당한 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니라.

【一~四】 천주께서는 유데아 백성의 그 비상적 우월함을 인하여(一, 二) 그 백성의 대부분이 주 그리스도를 믿지 아니한 후까지도 저들에게 대하여 충실하심과 진실하심을 보전하셨다(三, 四). 【三】 예레미아 三一·三二. 【四】 성영 二六·一一. 【五~八】 유데아인의 죄악이 천주의 인자하심과 공의하심을 영광되게 한다(성영 五〇·六 참조)는 말에서는 결코 천주께서 죄를 벌하시지 않으신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만일에 그렇다면, 천주께서는 공심판 때에 죄인들을 벌하시지 못하실 것임인 연고다(五~七). 더구나 그렇다면, 악에서 선이 생기기 위하여 악을 행할 수도 있으리라(八).


⑤ 유데아인과 외교인과의 비교

그러면 어떠뇨, 우리는 무슨 장점을 가졌는고? 결코 없느니라. 대저 우리가 이미, 유데아인과 외교인이 다 죄의 권하에 있음을 증거하였음이로다. 一〇 대저 기록되었으되,『아무도 의롭지 못하니, 의로운 자 한 사람도 없도다. 一一 깨닫는 자도 없고, 천주를 찾는 자도 없도다. 一二 모든 이가 정도를 버리고, 모든 이가 폐물(廢物)이 되었도다. 선을 행하는 자도 없고, 한 사람도 없도다(성영 一三·一~三). 一三 저들의 목구멍은 열린 무덤이로다. 자기 혀로써 속이고, 그 입술에는 복사(蝮蛇)의 독(毒)이 있으며(성영 五·一四, 一三九·四), 一四 그 입은 저주와 고미(苦味)로 가득 찼고(성영 九·七), 一五 그 발은 피를 흘리기에 빠르도다(이사이아 五九·七 ). 一六 파괴(破壞)와 부패는 저들과 길을 같이 하여, 一七 저들은 평화의 길을 모르는지라, 一八 천주를 두려워함은 저들의 모르는 바로다』(성영 三五·二)하였음이니라. 一九 그러나 우리가 알거니와, 법률이 말하는 바는 법률 밑에 있는 자들에게 해당하니, 이는 온갖 입이 묵묵하며, 온 세상이 천주 대전에 유죄함을 알기를 위함이니라. 二〇 대저 저의 대전에서 아무도 법률 행위(法律行爲)로 말미암아서는 의화되지 못하느니, 법률로 말미암아 (오는 것은) 다만 죄의 인식일 뿐이니라.

【一三】 열린 무덤에서 썩는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것 같이, 이러한 죄인의 목구멍에서는 죄악의 말이 나온다는 뜻이다. 【一九】 이상에 말한 성경 말씀은 위선 유데아인에게 대한 말씀이다. 【二〇】 구약의 법률은 죄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가르침에 불과한 것으로서, 죄 없는 생활을 계속하는 은혜를 주지는 못한다.


제 二 항 의화의 방법

외교(外敎)의 철학이나 구약의 법률이 주지 못하는 그 의화, 곧, 죄악에서부터 참다운 구속과 내적 성덕과 천주의 자녀가 되는 그것을 인간에게 주는 것은 이 오직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이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십자가상 죽음으로써 자신을 전 인류를 위하여 보속의 희생으로 바치사, 천주의 공의에 대하여 완전한 보속을 행하심으로써 전 인류를 죄악과 영벌에서 구속하신 연고이다(三·二一~二六). 그러므로 다만 구약의 법률의 행위, 곧, 구약의 무수한 계명을 준행함으로써만은 도저히 구속과 은총을 획득할 수 없는 것이어늘, 이를 가져 유데아인들이 자기네가 우월하다고 자랑하는 것은 잘못이다(二七, 二八). 의화에 있어서는 유데아인이고 외교인이고간에 절대로 차이가 있을 수 없다(二九, 三〇). 바오로께서 의화의 가장 요긴한 조건으로 신앙을 강조(强調)하신 것은 트리덴티노 공의회(公議會)로 말미암아 일층 더 공고(鞏固)하게 되었다. ― 『신앙은 구원의 시작이며 온갖 의화의 기초와 뿌리다. 대저 신앙이 없이는 천주께 의합하고 그의 자녀가 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제六 총회록 七장) ―.

다음에 바오로께서는 법률, 곧 구약 성서에 있어서도 인간은 오직 신앙으로 말미암아서만 의화되는 것을 증명하신다(제四장). 이것은 선택된 백성의 조상인 아브라함의 사적을 들어 말씀하신다. 구약 성서를 따라(모이세 一권 一五·一~六, 一七·九~一四) 아브라함의 의화는 그 자연적 또는 외면적 행위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오직 그 굳은 신앙으로 말미암아서 된 것이었다. 만일 아브라함이 그 의화를 당신 자연적, 외면적 행위의 마땅한 보상(報償)으로 얻으셨을 것 같으면 자기 공로에 대하여 자랑하실 수가 있었을 것이다. 마는, 구약 성서에 기록된 것과 같이, 천주께서 아브라함에게 그 의화를 저의 행위에 대한 보상으로 주신 것이 아니라 오직 저의 신앙을 인하여 공으로(=거저) 주신 것이다(四·一~五). 또한 다위 왕께서도 인간은 자기의 행위로 말미암아서가 아니라 오직 다만 신앙과 성총으로 말미암아서만 의화에 도달할 수가 있다는 것을 말씀하셨다(四·六~八).

그리고 구약의 할손례도 역시 인간에게 의화를 주지는 못한다. 따라서 그것은 반드시 의화를 위한 필수 조건(必須條件)은 되지 못하는 것이다. 아브라함 성조(聖祖)께서는 할손례가 있기 전에 이미 의화를 받으셨다. 그러므로 외인들이라 할지라도, 할손례를 받지 않고서도 능히 구원에 이를 수가 있는 것이다(四·九~一二). 천주께서는 아브라함과 그 후예(後裔)들에게 『세상』, 곧 초자연적 성총이 가득한 천국을 유산으로 언약하셨다. 그런데 이 약속하신 유산에 참여함에는 구약의 법률을 준행함이 반드시 요구된다면, 그 약속은 가치없는 것이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즉 약속한 은혜에 참여함의 필수 조건은 절대로 구약의 법률을 준수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아브라함에게 있어서와 같이 다만 신앙일 뿐이다. 이로 말미암아 아브라함의 모든 후손들은, 다만 구약의 법률을 가진 유데아인들 뿐만 아니라, 또한 아브라함을 그 신앙에 있어서 본받는 그의 영신적 후예자(=외교에서 귀화한 신자)들까지도 그 약속된 은혜에 참여할 수가 있는 것이다(四·一三~一七). 이상과 같이 의화와 구원을 획득함에 있어서 가장 요긴한 것은, 아브라함 성조에게 있어서와 같이(四·一八~二二), 우리 모든 이들에게도(四·二三~二五) 역시 신앙일 뿐이다.

①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으로 말미암는 의화

二一 그러나 이미 법률과 선지자들이 증거한, 천주로 말미암는 의화가 이제는 법률이 없이 나타났도다. 二二 이는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에 의하여 천주로 말미암는 의화니라. 이는 [저를] 믿는 모든 이를 위하여 모든 이 위에 내려오느니, 대저 여기에 있어서는 (유데아인이나 외교인의) 차별이 없도다. 二三 대저 모든 이가 범죄하여 천주께서 (주시는) 영광이 없음이니라. 二四 저들은 공로가 없이, 천주의 성총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구속의 (덕택으로) 의화될 것이니, 二五 천주 당신 인내로 과거의 죄를 간과(看過)하신 고로 당신 의덕을 드러내시기 위하여 신앙으로 말미암는 효과적 유혈(流血)로, 유력한 보속의 희생으로써 저(=그리스도)를 (신도들에게) 보이셨느니라. 二六 대개 이는 지금에 이르러 당신 의덕을 드러내사 당신의 의로우신 자심을 나타내시며, 또한 [그리스도] 예수를 신봉(信奉)하는 자들을 의화시키시는 자심을 나타내시기를 위하심이니라. 二七 그러니 자랑할 것이 어디 있느냐? 이는 어림도 없는 말이로다. 어떠한 법률로써 말미암아서인가, (법률의) 행위로 말미암아서인가? 아니로다. 오직 신앙의 법률로 말미암아서 어림없는 일이니라. 二八 대저 우리는, 사람이 법률의 행위가 없이 신앙으로 말미암아 의화되는 줄 확신하노라. 二九 천주 어찌 다만 유데아인의 천주시랴, 외교인의 천주는 아니시뇨? 물론 외교인에게도 천주시니라. 三〇 대저 천주는 다만 하나이 계시며, 유데아인들을 신앙에 의하여 의화시키고 외교인들도 또한 신앙으로 말미암아 의화시키시느니라. 三一 그렇다고 우리는 신앙으로써 법률을 폐(廢)하는 것이뇨? 결코 아니니라. 오직 우리는 법률의 차서(次序)를 정하느니라(註=이는 옳게 설명한단 말이다).

【二一】 『이제는……』 곧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구속함을 받은 이후의 시대를 가리킴. 『법률 없이……』-법률을 준수하지 않고 받는 의화를 말함. 【二三】 천주께서 주시는 영광은 곧 상존성총이다. 【二四】 말복 一〇·四五, 二〇·二八. 【二五~二六】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상에서 우리 죄를 위하여 흘리신 성혈로써 구속되었다. 그리스도의, 우리 죄를 보속하신 십자가상 희생은 우리에게 우리 죄의 더러움과 또한 천주의 공의하심을 보이어 주신다. 【二八 이하】 사람은 법률의 행위가 없어도 능히 신앙으로써 의화된다고 하신 말씀은 바오로의 가르치심을 따라 신앙에서 필연적으로 나와야 되는 신자의 선공(행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구약의 법률이 규정하는 그러한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갈라 五·六, 코전 一三·二 참조). 그러면 선공 같은 것은 없어도 다만 신앙으로써 능히 의화될 수 있다는 루테르의 말은 이를 잘못 해석한 것이다. 【三一】 신앙으로 말미암아 얻는 의화에 대한 교리를 바오로께서는 또한 구약 성서의 예를 들어 우리에게 가르치신다(四·一 이하 참조).


② 신앙으로 말미암은 아브라함의 의화

제四장[편집]

우리는 우리의 단언(斷言)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느냐? 우리 조상 아브라함이 그 인간적 행위로써 얻은 것이 무엇이뇨? 아브라함이 만일 행위로써 의화되었다면 자랑할 수도 있으려니와, 천주 대전에는 그렇지 아니하니라. 대저 성경에 무엇이라 하였느뇨? 『아브라함은 천주께 믿었느니, 이것이 곧 저에게 있어 의화로 간주(看做)되니라』(모이세 一권 一五·六). 대저 일하는 자에게 대한 보수는 은혜로 간주되지 못하고 오직 보상으로 간주되느니라. 이에 반하여, 일을 하지 아니하되 죄인을 의화시키시는 이(=천주)를 믿는 자에게는 그 신앙이 [천주의 성총의 결의를 따라] 의화로 간주되느니라. 그러므로 다위도 행위에 관련함이 없이 천주께 의화된 자를 복되다 이르시니라. 『악행의 사함을 받고 그 죄악이 가리워진 자는 복되도다. 주 죄로 간주하지 않으시는 그 사람은 복되도다』(성영 三一·一.二). 이 복되단 칭송은 다만 할손례를 받은 자(=유데아인)에게만 그칠 것이뇨, 혹은 할손례를 받지 아니한 자들(=외교인)에게까지도 미치게 할 것이뇨? 대저 우리는 말하되, 『아브라함에게 있어서는 그 신앙이 의화로 간주되었다』 하느니라. 一〇 그러면(그것은) 어떤 환경에 있어 그에게 그렇게 간주되었느뇨? 할손례를 받은 후에 되었느뇨, 혹은 할손례를 받기 전에 되었느뇨?(그것은) 할손례를 받은 후가 아니라 오직 할손례를 받기 전이니라. 一一 저는 할손례의 표를, 그 이미 할손례를 받기 전에 신앙으로 말미암은 의화의 압날(押捺)을 받았느니, 저 할손례를 받지 못한 모든 신자(=외교인에서 귀화한 자들을 가리킴)들의 아비가 되어 하여금 저들에게도 의화로 간주되게코자 함이었느니라. 一二 또 저는 다만 할손례를 받은 자들에게 뿐만 아니라 우리 조상 아브라함이 할손례를 받기 전에 이미 증언(證言)한 그 신앙의 길을 걷는, (영신적으로) 할손례를 받은 자들에게도 또한 아비되기를 위함이니라.

【一】 둘째 것의 해답은 곧 아브라함이 그 육체적 행위로써는 아무 것도, 더구나 의화를 얻지는 못하였다는 것이다. 【三】 천주께서 아브라함에게 의화를 베푸심은 이 공로의 보상으로 주신 것이 아니라 오직 공으로 주신 것이다. 여기서 『간주되었다』 함은 이 의화를 실제적으로 베퍼 주심을 가리킨다(아브라함의 신앙에 대하여는 모이세 一권 一二·一 이하, 一五·一~六, 二二·一~一九 참조). 【九】 이 말씀의 해답은 외인에게 있어서도 물론 그러하다는 것이다. 【一〇】 아브라함이 신앙으로 말미암아 의화를 받은 것(모이세 一권 一五·一 이하)과 또 할손례를 받은 것(모이세 一권 一七·九~一四)과의 사이에는 十四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의 차이가 있다. 【一一】 아브라함은 그 표양적 신앙에 있어서 저를 본받는 모든 사람의 영신적 아버지시다.


③ 신앙으로 말미암는 약속에 참여함

一三 대저 아브라함과 그 후손이 세상을 유산으로 받게 될 약속을 받게 되었음은 법률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오직 신앙으로조차 오는 의화로 말미암음이었느니라. 一四 대저 법률의 찬성자만 상속자(相續者)라면, 신앙은 가치 없을 것이요, 약속은 헛될 것이로다. 一五 대저 법률은 벌을 가져오느니, 법률이 없는 곳에는 위법(違法)도 없음이니라. 一六 그러므로 (약속의 상속을 받음은) 이 신앙으로 말미암느니, 따라서 공으로 되는 것이니라. 이것으로써 약속은 모든 자손들을 위하여, (곧) 법률을 가진 그들 뿐만 아니라 또한 아브라함의 신앙을 가지는 자들을 위하여도 보증(保證)되느니라. 一七 대저 기록되었으되, 『나 너를 많은 백성들의 아비로 정하였노라』(모이세 一권 一七·五) 하신 것과 같이, 저(=아브라함)는 그가 신봉하던 천주, 곧 죽은 자를 살리시고 없는 것을 있게 하시는 자신 천주 대전에 우리 모든이의 아비니라.

【一三~一四】 아브라함과 그의 후예자들에게 세상, 곧 성총과 진리의 그리스도의 나라인 교회를 유산으로 허락하신 천주의 약속(모이세 一권 一二·七, 一八·一八)의 채움은 이 구약의 법률을 준수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아브라함과 그의 영적 후예자들의 신앙에 달린 것이다(갈라 三·七~二九 참조) 【一六】 법률을 가진 자는 곧 유데아인이다.


④ 그리스도교 신앙의 전형(典型)인 아브라함의 신앙

一八 저(=아브라함)는 『(하늘의 별이 무수한 것과 같이) 네 후손이 이러하리라』는 말씀을 (천주께로부터) 받으매, 희망할 수도 없으련만, (그래도) 많은 백성들의 아비될 것을 바라고 믿었느니라. 一九 저는 이미 거의 백세가 되어 그 몸이 쇠하고 사라의 몸도 이미 쇠한 것을 알았으나, 그 신앙은 약하여지지 않았느니라. 二〇 천주의 약속하심에 대하여 의아(疑訝)한 마음을 가져 의심하지 않고 오히려 신앙에 (더욱) 굳세어, 二一 약속하신 바는 천주 반드시 채우실 수 있다는 것을 온전히 믿어 천주께 영광을 돌리니라. 二二 그러므로 이는 저에게 의화로 간주되었느니라. 二三 그러나 『(신앙이) 저에게 [의화로] 간주되니라』고 기록된 그것은 다만 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二四 또한 우리를 위함이니라. 대저 우리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로조차 부활케 하신 자를 믿으면, 이는 우리에게도 의화로 간주될 것이니, 二五 저 우리 죄를 위하여 (성부께로부터) 죽음에 붙이심을 받으시고 우리의 의화를 위하여 부활하셨음이니라.

【一八】 『희망할 것도 없으련만』-이 말의 뜻은 十九절 이하에 설명된다(모이세 一권 一五·二~六 참조). 【一九】 모이세 一권 一七·一七 이하 참조. 【二〇~二五】 아브라함이 전능함과 진실함 자체이신 천주의 말씀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믿은 것과 같이, 우리도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써 증명된 천주 계시하신 그 진리를 우리 자연적 이성(理性)으로써는 능히 이해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이를 천주의 말씀으로 믿지 않아서는 아니된다. 【二五】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죄에서 해방하시기 위하여 죽으셨고(의화의 소극적 요소), 그리고 우리에게 의화의 성총을 베푸시기 위하여 부활하셨다(의화의 적극적 요소).


제 三 항 의화의 효능과 열매

(1) 천주와 더불어 화해함과 영생을 얻을 희망

우리가 의화로 말미암아 받는 구속의 중요한 열매는 곧 죄로 인하여 잃어버렸던 천주와의 화해를 회복함에 있다(五·一, 二) 그리고 이 화해의 한 가지 효과는, 장차로 받을 영광, 곧 천당에 나아가서 받을 영생에 대한 희망이다(동 三~一一). 이 영생에 대한 희망은 우리를 격려하여 지상 생활(地上生活)에 있어서의 여러 가지 환난을 인내하며, 또한 그를 용맹히 감수하게 하여 준다. 대저 그것은 이러한 환난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공로를 세우며 그리하여 영생을 얻게 되는 까닭이다(동 三, 四). 이 희망을 채우게 되리라는 것은 천주의 사랑이 보증하여 주신다. 그 사랑의 숭고하고 위대함을 우리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희생으로써 인식하는 것이다(동 五, 六). 대저 그리스도께서는, 죄를 지어 천주의 원수가 된 우리들을 위하여 그와 같이도 참혹한 형벌 속에 죽으셨으니, 우리에게 대한 저의 사랑은 얼마나 크셨으랴. 그러면 이제, 죄인이었던 우리들에게 대한 그리스도의 사랑이 이렇듯이 치열하셨었다면, 당신의 구속 공로로 말미암아 천주의 자녀와 친구가 된 지금의 우리들에게 대하여는 얼마나 더 열렬하실 것이랴(동 七~一一). 그런즉 그리스도의 신자가 된 자는 모름지기 죄에 대한 의식 때문에 자포자기한다는 것과 같은 망동(妄動)에 나아가서는 안 된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받은 구속에 대한 거룩한 기쁨과, 장차로 받을 영생에 대하여 확고한 희망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는 아니 된다.

우리의 온갖 구원과 행복이 그리스도로 말미암는다는 것을 보이기 위하여 바오로께서는 아담과 그리스도를 비교하신다(五·一二~二一). 온 인류의 원조(元祖)인 아담은 천주의 계명을 순종치 않음으로써(모이세 一권 二·一七, 三·一 이하) 인류에게 죄와 죽음과의 온갖 불행을 초래(招來)시켰다. 이에 반(反)하여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천상 성부에게 순명하심으로써 우리 모든 이에게 대하여 성총의 새로운 생명을 가져오사 온갖 행복의 샘이 되셨다. 그러므로 이제 아담의 불순함과 그리스도의 순명하심과의 그 결과를 서로 비교한다면, 아담의 범죄함은 전 인류에게 불행을 초래한 것만은 사실이나,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는 구속의 공업(功業)은 그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만큼 더 위대하고 더 은혜로운 것이 아닐 수 없다. 연고는, 그리스도의 성총은 다만 우리를, 아담으로부터 혈통으로써 받은 그 원죄에서만 해방할 뿐 아니라, 또한 그 무수한 본죄에서까지도 구속하여 주시며, 더우기 우리를 영생을 얻어 누리기에 합당한 자로까지 만들어 주시는 까닭이다(五·一五~一七, 一八~一九). 그러나, 구약의 법률은 우리를 죄에서 해방할 만한 힘이 없었던 것은 물론이요, 오히려 그 죄악 자체를 만연(蔓延)시킬 뿐이었다(동 二〇), 라는 이 말씀은 곧 무수한 명령과 금단(禁斷)이 있는 법률은 오히려 악으로 기울어진 사람에게 있어서는 더 가끔 범죄할 기회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으로써 죄로 명백히 의식된 죄악의 수가 오히려 많아진 것이다(로마 三·四〇, 四·一五, 七·七 이하 참조). 그러나 천주께서 이 법률을 세우신 것은 절대로 사람의 범죄를 목적하신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죄악의 세력이 강하였던만큼, 그리스도의 성총은 이에서 더 효과적으로 나타나셨다(동 三).

① 천주로 더불어 화해함

제五장[편집]

그러면 우리는 신앙으로 말미암아 의화되었으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천주로 더불어 화목하게 되었으며, 우리는 저로 말미암아 신앙을 인하여 (지금) 우리가 있는 성총 지위에 이르렀느니라.

② 장래의 영광에 대한 희망

그뿐 아니라 우리는 천주의 [자녀의] 영광에 대한 희망을 전심으로 기뻐하노라. 이뿐이랴. 우리는 또한 환난 중에 있음을 전심으로 기뻐하노니, 대저 환난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시련(試鍊)을 낳고, 시련은 희망을 낳는다는 것을 우리가 앎이니라. 그러나 희망으로써 기대하는 것은 틀림이 없으리니, 대저 우리에게 베퍼주신 성신으로 말미암아 천주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주입(注入)되었느니라. (우리들에게 대한 천주의 사랑의 무한량하심을 우리는 그리스도의 우리를 위하여 당하신 그 십자가상 희생으로 인하여 깨닫느니), 대저 우리가 아직 잔약하매, 그리스도 적당한 때에 죄인들을 위하여 죽으셨느니라. (그리스도의 이 십자가상 희생으로 인하여 그 비상적이신 열렬하신 사랑이 나타났느니), 대저 의인을 위하여 죽기를 원하는 자는 거의 없으려니와, 선인을 위하여는 혹 죽음을 감행(敢行)하는 자 있으리라. 그러나 천주께서는 우리들이 아직 죄인으로 있을 때 그리스도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써 우리에게 대한 당신 사랑을 증명하셨느니라. 저의 피로 말미암아 의화된 우리들은 저를 인하여 의노에서 구원될 것은 더욱 확실하도다. 一〇 대저 우리는 아직 원수이었을 때에 천주 당신 아들의 죽으심으로 말미암아 우리와 화목하셨거늘, 지금 화목하신 후이니, (우리는) 저의 생명으로 말미암아 더욱 확실히 구원을 받으리로다. 一一 그뿐만이 아니니라. 우리는 우리를 화해시키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인하여 천주로 말미암아 전심으로 기뻐하노라.

【三】 천주의 자녀의 영광이란 곧 천상 영생의 기쁨을 말함이다(로마 八·一七). 환난에 대하여 기뻐한 것은 그 환난이 덕행을 닦을 기회가 되는 연고다. 【五】 『천주의 사랑』-천주의 우리에게 대한 사랑이요, 이 사랑에서 우리의 천주께 대한 사랑이 생긴다. 괄호 안엣 귀절은 五절을 六절에 연결시키기 위하여 역자가 첨가한 것이다. 【六】 『잔약하다』-죄 때문에 영신적으로 약하다는 뜻. 『적당한 때』-이는 천주께서 정하신 때이다. 이 六절을 七절에 연결시키기 위하여 역자는 다시 괄호 안에 적당한 귀절을 더 첨가하였다. 【八】 『죄인』-천주의 원수를 가리킴.【九】『의노』-의노의 결과인 천주께서 정하신 벌을 의미함.


③ 아담과 그리스도와의 비교

一二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죄가 세상에 오고 또 죄로 말미암아 죽음이 왔으니, 모든 이가 범죄한 고로 만민 위에 죽음이 미침 같이 (역시 한 사람(=그리스도)으로 인하여 의화가 세상에 오고 또한 그 의화로 말미암아 생명이 왔느니, 생명이 또한 모든 백성 위에 미칠 것이니라). 一三 대저 법률이 생기기까지는 죄가 세상에 있었으되, 법률이 없는 동안에는 그것이 죄악으로 간주되지 않았느니라. 一四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담으로부터 모이세까지는 아담과 같이 명을 거스름으로써 범죄한 일이 없는 사람들도 역시 죽음이 지배하였느니, 저(=아담)는 장래 (아담)(=그리스도)의 전표(前表)이니라. 一五 그러나 은혜에 관하여서는 범죄에 관하여서와는 같지 아니하니, 대저 한 사람의 범죄로 말미암아 모든 사람이 죽었으나, 천주의 성총과 예수 그리스도 한 사람의 선물은 모든 사람 위에 더욱 풍성히 넘쳐 흘렀느니라. 一六 또 성총에 관하여서도 한 사람의 죄에 관하여서와 같지 아니하니, 대저 정죄(定罪)의 선고는 한 사람의 (죄)에서 나왔으나, 성총은 많은 죄에서 (사람들을) 의화로 인도하느니라. 一七 대저 한 사람의 죄 때문에 죽음은 이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통치자가 되었은즉, 넘쳐 흐르는 성총과 의화의 선물을 받은 자들은 일층 더 한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생명(=영생)에 있어서 통치자가 되리로다. 一八 그런즉 한 사람의 범죄로 말미암아 만민이 정죄의 선고를 받은 것과 같이, 한 사람의 의로운 행실로 말미암아 만민이 생명과 의화에 이르니라. 一九 대저 한 사람의 불순으로 인하여 모든 이가 죄인이 된 것과 같이, 한 사람의 순명으로 말미암아 모든 이가 의인이 될 것이니라. 二〇 법이 들어오매 죄악이 만연(蔓延)되었으나, 죄악이 만연된 곳에는 성총이 창일(漲溢)하여지니라. 二一 이는 죄가 죽음으로 인하여 통치한 것과 같이, 성총도 또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의화로써 통치하여 하여금 영생을 얻게 하기 위함이니라.

【一二】 이 절은 확실히 말을 다 마치지 못하였으며, 다음 절과의 사이의 누락된 귀절이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역자는 괄호 안에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한 귀절을 더 첨가하였다. 【一三~一四】 여기에 있어 바오로께서는 원죄(原罪)의 존재를 증명하신다. 원조 아담은, 만일 이 계명을 범하면 죽음으로써 그를 벌하리라는 천주의 엄명을 거슬렸다(모이세 一권 二·一七). 그런데 그 후 아담의 시대로부터 모이세가 구약의 법률을 제정할 때까지도 아담의 경우와 같이 그 거스름을 죽음으로써 벌하리라는 이러한 천주의 계명이 다시 되풀이된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에 있어서는 이 장구한 세월을 통하여 육신의 죽음이 모든 사람을 지배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나오는 결론은 바오로의 가르치심을 따라 전 인류가 죽음을 벌로 당하는 연고는 이 본죄 때문이 아니라, 오직 아담의 죄가 모든 사람에게 전하여 물들기 때문인 것이 명확하다. 대저 다만 아담의 죄, 곧 원죄에 대하여서만 죽음의 벌을 정한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모든 사람은 다 그 누구를 막론하고 아담의 죄의 벌을 끼쳐 받는 것이 사실인즉, 으례 그 벌의 원인, 곧 그 죄 자체까지도 끼쳐 받을 것이 물론이다. 이것이 곧 원죄이다. 【一八】 의로운 행실이란 곧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희생을 가리킨다. 【二〇~二一】 죄가 죽음으로 인하여 통치자가 되었다 함은 곧 죄가 죽음을 재래(齎來)함으로써 인간을 통치하였다 함이요, 성총이 의화로 인하여 통치자가 되었다함은 곧 영생을 가져오는 의화를 베풀어 줌으로써 인간을 통치한다는 뜻이다.


(2) 그리스도와 합치됨으로써 얻는 재생으로 말미암아 죄의 지배에서 해방됨

우리는 전장(=五장) 二十절 이하를 보고, 그러면 죄에 머물러 있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가지기 쉽다. 그러므로 바오로께서는 우리가 이러한 잘못된 결론에 빠질 것을 염려하여 여기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리신다. 곧, 성총의 생활과 죄중의 생활과는 서로 용인(容認)하지 못할 상극(相剋)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의화된 자는 그리스도와 밀접한 생활의 일치를 가졌으므로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또한 그리스도와 함께 새로운 생명에 부활하리라. 그리스도와 함께 죽는 것은 성세성사(聖洗聖事)로 말미암아 실행되느니, 무릇 영세(領洗)하는 자는 죄에 대하여 죽어, 죄의 지배를 받던 묵은 사람이 성총으로 말미암아 멸망되며 그리스도와 함께 묻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영화롭게, 다시는 죽지 않으실 자로 부활하신 것과 같이, 우리도 성세로 말미암아 내적으로 갱생(更生)되고 거룩하여져서 다시 죄의 죽음에 속하지 아니하는 새로운 생활의 은혜를 받는다. 바오로 종도께서는 이것을 옛날 성세 주던 형식을 들어 설명하셨다. ― 옛적에는 영세하는 사람을 세 번 물 속에 잠갔다가 꺼내었다. 영세자를 세 번 물 속에 잠그는 것은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죽음과 묻힘과 또한 동시에 성세로 말미암는 죄의 멸망과 묻힘을 의미한다. 그리고 성세수에서 영세자가 다시 올라오는 것은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부활, 즉 성세로 말미암아 죄에서 해방되는 신자의 내적 갱생과 또한 도덕상으로 하는 영적 부활을 가리키는 것이다(六·一~七, 에페 一·三 이하 주해 참조).

① 죄의 지배에서 해방됨

제六장[편집]

그러면 이에서 나오는 결론은 무엇이뇨? 성총이 보다 더 강하게 활동하기 위하여 우리는 죄에 머물러 있을 것이뇨? 일정코 안될 일이니라. 죄에 대하여 죽은 우리들이 어찌 아직 죄중에 살겠느냐? 아마 너희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세를 받은 우리가 다 그의 죽음 안에 세를 받은 줄을 알지 못하느냐? 그런즉 우리는 저의 죽음 안에 받은 바 세로 말미암아 저와 함께 묻혔노라. 대저 이는 그리스도 성부의 영광으로 말미암아 죽은 자 가운데로조차 부활하신 것과 같이 우리도 또한 (재생하여) 새 생명을 가지고 거닐으기를 위함이니라. 대저 우리는 저의 죽음과 비슷한 죽음으로 인하여 저와 합생(合生)되었은즉, 또한 저의 부활과 비슷한 부활로 말미암아 그렇게 되리라. 대저 우리 묵은 사람이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음은, 죄의 (권하에 속한) 육신이 멸망되어 우리가 다시는 죄의 종이 되지 않기 위함임을 우리가 아느니, 대저 죽은 사람은 죄에서 석방(釋放)되었느니라. 그러나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면 ― 이는 우리가 확신하거니와 ― 또한 저와 함께 살리라. 대저 우리는 그리스도 죽은 자 가운데로조차 부활하사 다시는 죽지 않으시며, 다시는 죽음이 저에게 아무 권력도 가지지 못함을 아는도다. 一〇 저 죽으심은 죄 때문에 첫 번이자 마지막으로 죽으셨으나, 저 살으심은 천주를 위하여 살으시느니라. 一一 그와 같이 너희 자신을 죄에 대하여는 죽었으나 천주를 위하여는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사는 자들로 여길지니라. 一二 그런 고로 죄로 하여금 너희가 그 욕정을 좇도록 너희 죽을 육신 안에 있어 (너희를) 지배하지 못하게 할지니라. 一三 너희 지체를 불의(不義)의 연장(道具)으로 삼아 죄에게 바치지 말고, 오직 죽음에서 생명으로 온 것으로서 천주께 바치며, 너희 지체를 의덕의 연장으로 삼아 천주께 바칠지니라. 一四 대저 너희는 죄악에게 지배되지 말지니, 이는 너희가 이미 법률 아래 있지 않고 오직 성총 아래 있음이니라.

【二~三】 여기에서 바오로께서는, 성세성사로 말미암아 우리가 그리스도와 합체되어 묵은 사람, 곧 죄의 지배를 받은 사람에 있어서 그리스도와 한가지로 신비롭게 죽었다는 것을 가리킨다(갈라 三·二七, 코전 一二·一二 이하). 【四~六】 우리는 성세성사로 말미암아 그리스도의 신비체의 한 지체가 되었은즉, 그리스도의 구속의 행위는 또한 동시에 우리의 행위요, 또 우리들은 저의 지체로서 그리스도와 합체됨으로 구속의 은혜인 새로운 생활을 받는다. 【八~一四】 죄수(罪囚)의 모든 죄가 형벌을 당함으로써 사함을 받는 것과 같이, 우리 사람에게 있어서도 온갖 죄와 탓이 주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영신적의 신비로운 죽음으로 말미암아 사하여지는 것이다. 그런즉 우리는 또 다시 죄의 권하에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一〇】 『첫번이자 마지막으로』-그리스도 우리를 위하여 다만 한번만 죽으셨으나, 그러나 이 한번의 죽으심의 효과는 천세 만대에 이르도록 모든 인간의 구령을 위하여 넉넉하고도 남음이 있다. 【一三】 『불의의 연장』-천주를 거스르는 온갖 불순함이다. 『의덕의 연장』-우리가 덕을 닦음과 선공을 행함에서 이루어진다.


② 천주를 위하며 천주 안에 있는 새로운 생명

一五 그러면 이에서 나오는 결론은 무엇이뇨? 우리는 법률 아래 있지 않고 (오직) 성총 아래 있으므로 범죄할 자유가 있겠는가? 아니로다. 一六 너희가 순명하기 위하여 어떤 이에게 너희 자신을 노예로 바치면 너희는 그의 노예가 되어 순명하게 될 것을 알지 못하느냐? 혹시 (너희 자신을) 죄의 (노예로서 바쳤으면) 죽음에 이를 것이요, 혹 순명의 노예로 (바쳤으면) 의화에 이르리라. 一七 너희는 (일찍) 죄의 노예이었으나, 그러나 너희는 너희게 인도(引渡)된 교리(敎理)의 형식(=그리스도교적 교리)에 마음으로부터 복종하였으니, 천주께 감사할지니라. 一八 그런데 죄에서 해방된 너희는 의덕의 종이 되었도다. 一九 나 너희 인간적 허약한 육체 때문에 인간적 상례를 따라 말하노니, 너희는, 너희가 (이전에) 불법(不法)하게 살기 위하여 너희 지체를 부정(不淨)과 불법(不法)에 봉사하기로 바친 것과 같이, 이제는 성화(聖化)되기 위하여 너희 지체를 의덕에 봉사하기로 바칠지니라. 二〇 너희가 아직 죄악의 노예이었을 때에는 의덕에 대하여 너희는 자유로왔느니라. 二一 지금에 부끄러워하는 그것으로써 너희는 그 때에 무슨 효과를 얻었느냐? 대저 그 모든 것의 결말은 죽음이니라. 二二 그러나 이제는 너희가 죄에서 해방되어 천주의 종이 되었으니, 그 결과는 성화됨이며, 최종 결과(最終結果)는 영생이니라. 二三 대저 죄악의 보수(報酬)는 죽음이로되, 천주의 은혜는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받는) 영원한 생명이니라.

【一五】 무릇 하인이 된 자는 그 주인에게 섬기고 순명할 본분이 있다. 그런데 우리 교우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다 의화(성세성사)로 말미암아 죄의 지배에서 해방되어 써 의화, 곧 성덕의 종이 되었다. 이러므로 우리는 다시 죄의 종이 되지 말고 오직 의화의 종이 될 것이다. 이에 우리들이 상으로 받을 바는 이 지상 생활에서는 거룩함의 열매요, 또한 사후에는 영생의 복락이다. 【二〇】 마복 六·二四


(3) 구약의 법률에서 해방됨

구속과 의화의 세째 효과와 열매는 구약의 법률에서 해방됨이라는 것을 바오로께서는 아래과 같이 증명하신다. 곧 두 사람 사이에 맺어지는 계약인 혼배 계약은 양편이 다 살아 있을 동안에만 유효한 것이다. 만일 한편이 죽는 경우에는 다른 이는 자유를 얻어 다시 결혼할 수가 있다(七·一~三). 이와 같이 교우들은 성세(=의화)로 말미암아 주 그리스도와 신비롭게 죽었은즉, 또한 저들도 구약의 법률에 대한 본분에서 완전히 해방되었다. 이는 저들이 새로운 생활로써 주 그리스도에게 자신을 온전히 봉헌할 수 있기를 위함이다(동 四~六).

우리는 주 그리스도께 자신을 온전히 봉헌할 수 있기 위하여 법률에서 완전히 해방되었은즉, 법률이 죄, 즉 악한 것이라고는 결론할 수가 없다. 그러나 법률과 죄 사이에는 끊을 수 없는 관련이 있으니, 곧 명령과 금단(禁斷)이 있는 법률은 사람의 마음을 충동시켜 범죄의 동기(動機)만을 빚어(釀) 주는 것이다. 다시 말한다면, 법률은 결국 사람 안에 있는, 범죄의 원인이 되는 그 나쁜 욕정을 인식시켜 줄 뿐이라는 것이다(동 七~八). 이 욕정은 사람에게 있어서 그 명오가 열림을 따라 법률의 문의(文意)를 알게 됨으로써 충동을 받게 된다. 이 때로부터 사람은 죄에 대하여 심각한 유혹(誘惑)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도저히 범죄하지 않을 수 없게까지 그러한 강박(强迫)을 받는 것은 결코 아니다마는, 결국 법률이 범죄의 기회가 되는 것만은 사실이다(동 九~一一). 천주 이를 미리 아시고도 묵허(黙許)하신 까닭은, 다만 이러한 방법으로 말미암아, 여러 가지 죄악이 나쁘다는 것을 사람들의 머리 속에 깊이 새겨 주시기 위하심이었다(동 一二, 一三).

다음에 바오로께서는 아직까지도 구속의 은혜를 알지 못하여 그리스도의 성총으로 말미암는 그 초자연적 힘을 받지 못한 사람에게 대하여는 죄를 거슬러 싸우는 그 싸움에 있어서 법률이 아무러한 도움도 되지 못한다는 것을 역설(力說)하신다. 대저 바오로께서는 귀화하시기 전에 이와 비슷한 것을 당신 자신이 친히 경험하신 까닭이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나』라고 한 것은, 귀화하신 후의 당신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오직 법률에 대하여 구원을 헛되이 기다리던, 귀화하시기 전의 당신을 가리키는 말이다. 법률의 무력함에 대하여는 바오로께서 아래와 같이 말씀하신다. 곧, 『법률은 영신적이니라』 하셨으니, 대저 그것이 천주의 성신으로조차 나왔으며, 따라서 다만 좋은 것을 명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은 그 본성으로 말미암아 『육체적』이니, 죄악에 기울어져 그 욕정에 속하여있다. 무릇 사람은 자기 안에 각각 두 가지 경향(傾向)을 가지고 있으니, 곧, 하나는 욕정의 자극(刺戟) 속에 있는 낮은 경향이요, 하나는 이성(理性)과 자유의지(自由意志) 속에 있는 높은 경향(=『내적 인간』)이다. 인간은 그 낮은 경향을 따라서는 법률의 명하는 바 선과, 자기가 하고자 하는 것을 행하지 않고 오직 그 반대의 악을 행한다. 그러나 높은 경향을 따라서는 선에 대하여 기뻐하고 법률이 명하는 것에 대하여 즐거워한다(一四~二三). 그 낮은 경향에 대한 높은 경향의 승리 ―『죽음의 몸에서 구원됨』― 는 오직 주 그리스도로 말미암아서야만 바랄 수 있는 일이다(동 二四, 二五).

① 구약의 법률에서 해방됨

제七장[편집]

형제들아, 너희는 ― 나 법률에 정통(精通)한 자들에게 말하노니 ― 법률이란 것이 사람이 살아 있을 동안에(만) 그에게 대하여 권력을 가진 줄을 알지 못하느냐? 대저 (예를 들면) ― 혼인한 여자는 그 남편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법률로 말미암아 그에게 매여 있으나, 그 남편이 죽으면 그 남편의 법률에서 해방되느니라. 그런즉 그 남편의 생전에 다른 남자에게 자기 몸을 바치면 간부(姦婦)라 일컬을 것이로되, 그 남편이 죽으면 [그 남편에 대한] 법률에서 해방되매, 다른 남자에게 자기 몸을 맡겨도(=재가하는 것을 가리킴) 간부가 아니니라. 그런즉 나의 형제들아,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으로 말미암아 법률에 관하여는 죽은 자 되었은즉, 이는 너희가 다른이에게, 곧 죽은 자 가운데로조차 부활하신 자에게 (자기를) 봉헌하기 위함이며, 우리들이 천주를 위하여 결실되기 위함이니라. 대저 우리가 육체적(肉體的)으로 살았을 동안에는 법률로 말미암아 자극되는, 죄로 유인하는 욕정이 우리 지체 안에 활동하여 우리로 하여금 죽음을 위하여 결실케 하였도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법률에서 해방되고 (묵은 사람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그의 포승(捕繩)에서 자유롭게 되었으니, 이에 우리는 묵은 문자에 의지하지 않고, 새로운 정신을 가져 섬기게 되니라.

【一~三】 一절에 말한 모든 이들이 다 아는 법률의 원칙을 바오로께서는 【二】와 【三】에서 혼배 계약의 비유로써 설명하신다. 【四】 『그리스도의 몸으로 말미암아』-그리스도의 몸이 죽으심으로써, 또한 동시에 너희 묵은 사람이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힘으로써(로마 六·六 참조). 【五】 『육체적으로 살았을 동안』-즉 우리가 아직 원죄로 말미암아 죄로 기울어진 본성의 지배를 받는 동안이다. 【六】 『새로운 정신』-성신의 성총으로 말미암아 지도를 받는 사람의 정신이다. 『문자』-구약의 법률의 문자. 로마 二·二九, 코후 三·六.


② 범죄의 기회로서의 법률

그러면 이에서 나오는 결론은 무엇이뇨, 법률은 죄뇨? 아니로다. 그러나 나는 다만 법률로 말미암아 죄를 알게 되었노라. 대저 법률이 『탐하지 말라』(모이세 二권 二〇·一七) 하지 않았으면 나 욕정을 (조금도) 몰랐으리로다. 그러나 계명으로 말미암아 죄가 자극되어 내안에 온갖 욕정을 일으켰으니, 대저 법률이 없이는 죄가 죽은 것이니라. 九 나는 일찍 법률이 없이 살았노라. 그러나 계명이 오매 죄가 살아났으므로 一〇 나는 죽었노라. 이와 같이 나를 생활케 하기로 주신 계명은 나를 죽이는 것으로 나타났도다. 一一 대저 계명으로 말미암아 자극을 받은 죄는 이로 인하여 나를 속이고 나를 죽였느니라. 一二 그러므로 법률은 거룩하고 계명도 거룩하며 적당하고 또한 좋으니라. 一三 그러면 좋은 것이 나의 죽음의 (원인이) 되었는고? 결코 아니니라. 오히려 (이것은 죄니라). 이는 죄가 좋은 것으로 말미암아 내게 죽음을 가져왔으매 죄가 죄로 나타날 것이기 위함이니라. 이와 같이 죄가 계명으로 말미암아 극히 큰 죄로 나타나기를 위함이니라.

【七】 『죄』-죄에 대한 욕정. 야곱 一·一四, 코전 一二·一二 이하. 【九】 『일찍』-어렸을 때에.『계명이 오매』-법률을 의식하게 된단 말. 【一〇~一一】 『생명』-성총의 초자연적 생명. 『죽음』-죄로 말미암는 영신적 죽음. 【一三】 『죄가 좋은 것으로 말미암아』-죄가 사람에게 영적 죽음을 이르게 하도록 저들은 법률을 남용한다. 우리는 여기에서 죄의 추악함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③ 인성을 지배하는 죄에 대하여 법률이 무력함

一四 대저 우리가 아는 것과 같이 법률은 영신적이나 나는 육체적인고로 죄악에 팔리었(賣渡)노라. 一五 대저 나는 나의 행하는 바를 깨닫지 못하느니, 대저 나는 나의 원하는 바 [선한 것은] 아니 하고 오직 나의 지겨워하는 바 [악한 것을] 행하느니라. 一六 그러나 나는 내가 원치 아니하는 것을 행하면 (이로 인하여) 나는 합의(合意)하여 법률이 좋다는 것을 승인하노라. 一七 그러면 악을 행하는 자는 내가 아니고 오직 내 안에 거하는 죄니라. 一八 대저 선이란 내게, 즉 내 육체에는 거하지 않음을 나 의식하느니, 대저 선행하기를 원하나, 그러나 선을 실현함에 있어서는 나 성공치 못하는도다. 一九 대체 나는 나의 원하는 바 선한 것을 아니 하고 오직 나의 원치 아니하는 바 악한 것을 행하는 연고니라. 二〇 그러나 나 나의 원치 않는 그것을 행하면 벌써 내가 행하지 아니하고 오직 내 안에 거하는 죄가 행함이니라. 二一 그러므로 나는, 선한 것을 행하려 하는 자인 나에게 (오히려) 악이 가까이 놓여 있다는 법을 발견하노라. 二二 대저 나 내적 인간을 따라 천주의 법률에 대하여 기쁨을 가질지라도, 二三 나 나의 지체(肢體) 안에 다른 법을 깨닫느니, 이는 내 이성(異性)의 법률과 적대(敵對)하여 나를, 내 지체 안에 있는 죄의 법률 밑에 예속(隸屬)시키느니라. 二四 나는 불행한 사람이로다. 누 나를, 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이 몸에서 구하리요? 二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인하여 (나 구원을 받았느니) 천주께 감사할지어다. 그런 고로 나는 이성으로써는 천주의 법률에 내 자신을 바치나, 육체로써는 죄의 법률에 내 자신을 바치느니라.

【一四】 『영신적』-천주의 성신으로조차 나온 것이다.『육체적』-욕정에 속하여 있는 것이니, 이는 죄로 기울어진 것이다. 『팔리다』-죄의 종이 되었다는 말이다. 【一六~一七】 나는 악을 원하지 아니함으로써 악을 원하지 아니하는 법률과 합의(合意)한다. 내가 원하지 아니하는 것을 행하면 이 나의 행하는 것은 죄, 즉 욕정의 지배에서 나오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一八】 『내 육체』-나의 원죄로 말미암아 타락되고 온갖 욕정에 속하여 있는 인성을 가리킨다. 【一九~二〇】 이 말씀은 혹 인간의 자유를 부인하는 것 같으나 결코 그렇지 않다. 대저 인간은 그 많은 욕정으로 말미암아 강제적으로 범죄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를 대적할 만한 능력이 있는 까닭이다. 【二二】 『내적 인간』-이성과 자유의지로써 선을 원하고 악을 원치 아니하는 인간을 가리킨다. 【二三】 『다른 법률』-악에 대한 경향.『이성의 법률』-우리에게 선한 것을, 천주께 의합하도록 명하는 양심을 가리킨다. 【二四】 『이 죽음』-이는 우리 안에 거하고 지배하는, 필연적으로 영신의 죽음을 초래하는 죄악이다. 【二五】 이 절은 불가타에는『천주의 성총이 오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로 시작되었다. 『이성』-【二三】참조. 『육체』-【一八】참조.


(4) 천주의 자녀됨과 영생을 유산으로 받을 권리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과 의화로 말미암아 천주의 의노(제五장)와 죄의 지배(제六장)와 구약의 법률의 지배(제七장)에서 완전히 해방되고, 또한 천주께로조차 나오는 성총으로 말미암아 예수 그리스도와 밀접한 생명의 일치를 받은 자에게는 죄나 벌 받을 그 무엇이 있을리 없다. 왜 그런가 하면, 오직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죽으심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八·一~三).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구속된 우리들은 각각 자기에게 태워 주신 구속 은혜와 협력하여 욕정을 대적하며, 아울러 천주 성신의 은혜로 말미암아 비춤을 받고 견고케 된 영신의 격려(激勵)를 따라가야만 한다(동 四~一一).

우리 신자들은 천주 성신의 성총 ― 곧 의화 ― 으로 말미암아 죄, 즉 육체와 온갖 욕정의 지배에서 해방되었은즉, 또한 이에 상응하게 천주 성신의 지시(指示)를 정성으로 받을 본분이 있다. 천주 성신께 속하여 있는 모든 이는 천주께 대하여, 상전(上典)에게 대한 노예(奴隸)와 같은 그러한 두려움을 가지지 않고, 오직 부모에게 대한 자녀로서의 사랑을 가져 저를 섬기는 저의 자녀들이다(동 一二~一六). 우리는 천주의 자녀인만큼 또한 저의 상속자, 곧 영생의 상속자가 되었느니, 이는 우리에게 대하여 너무나 지나친 영광이 아닐 수 없다(동 一七, 一八).

천주의 자녀들이 이 영생과 영복을 확실히 얻으리라는 것을 바오로께서는 이하 네 가지 사실로써 증명하신다. 첫째로는, 이성을 가지지 못한 조물들도 죄의 저주에서 해방되고, 천주의 자녀들의 영광에 참여하기 위하여 천주의 자녀들로 하여금 빨리 그 영생을 얻도록 기대하는 사실이다(동 一九~二二). 둘째로는, 비단 미물만이 아니라 오히려 이성을 가진 천주의 자녀들도 역시 죄의 결과에서 해방됨과 그 육신까지 한가지로 영광에 참섭하기를 사모한다(동 二三~二五). 세째로, 저들 안에 거처하시는 천주 성신께서는 저들 안에서 천당과 천상 영복에 대한 말할 수 없는 욕구심(欲求心)을 격동시키신다(동 二六, 二七). 네째로, 우리가 영생을 얻으리라는 제일 확실한 보증은, 우리에게 그 영생을 주시기로 예정하신 천주의 결의(決意)시다. 왜 그런고 하면, 천주 한번 우리에게 영생을 주시기로 예정하신 이상, 이 예정은 우리에게 그 영생을 사실로 주심으로써 채워지실 것임인 연고다(동 二八~三〇).

① 죄와 영원한 멸망에서 해방됨

제八장[편집]

그러므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어 [육체를 따라 행치 아니하는 자는] 이제 영벌 받을 것이 없느니, 대저 그리스도 예수 안에 생명을 주는 (성)신의 법률은 나를 죄와 죽음의 법률에서 해방하였느니라. 대저 육체로 말미암아 무력하였으매, 법률이 할 수 없었던 바를 (천주 성취하셨느니), 저는 죄 때문에 당신의 친아들을 죄의 육신과 비슷한 형상으로 보내사 육신에 있어서 죄를 판결하셨느니라. 이는 법률상 요구가 육체를 따라 행하지 아니하고 오직 영신을 따라 행하는 우리에게 있어 준행되기를 위함이니라. 대저 육체를 따라 사는 자들은 육체의 원하는 바를 추구하고, 영신을 따라 사는 자들은 영신의 원하는 바를 추구하느니라. 대개 육체의 원욕은 죽음에 이르게 하되, 영신의 원욕은 (우리를) 생명과 평화에 이르게 하느니라. 그 연고는, 육체의 원욕은 천주와 적대하느니, 대저 이는, (육체는) 천주의 법률에 복종하지 아니하고 또 할 수도 없음이니라. 육체적으로 사는 자들은 천주의 뜻에 흡합(洽合)차지 못하느니라. 그러나 천주의 (성)신이 참으로 너희 안에 거하시면 너희는 육체적으로 살지 아니하고 오직 영신적으로 사느니라. 누 만일 그리스도의 (성)신을 갖지 아니하였으면 이는 저의 소유가 아니니라. 一〇 그러나 그리스도 너희 안에 거하시면 (너희) 몸은 비록 (원)죄로 인하여 죽음에 속하여 있을지라도 (너희) 영신은 의화의 (성총으로) 인하여 생명에 (참석)하느니라. 一一 그러나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로조차 부활시키신 자의 (성)신이 너희 안에 거하시면, 그리스도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로조차 부활시키신 자는 너희 안에 거하시는 당신 (성)신을 인하여 너희 죽을 육신도 살게 하시리로다.

【一】 『이제』-그리스도의 구속의 은혜를 받은 이후다. 【二】 『그리스도 예수 안에 생명을 준다』함은 그리스도 예수와의 초자연적 생명의 일치를 말하는 것이다(에페 一·三 이하 주석 참조). 【三】 『육체』-즉 육체 안에 거하여 법률을 대적하는 온갖 욕정이다(로마 七·一〇 이하 참조). 『판결』-곧 그리스도께서 당하신 사형판결에 있었다(로마 三·二五, 四·二五 참조). 【四】 『육체』-【三】과 로마 七·五~一八 참조. 『영신』-성신의 성총으로 말미암아 비춤을 받고 견고케 된 영신을 말한다. 【六】 『죽음』과 『생명』-로마 七·一〇, 一一 주석 참조. 【九】 천주 성신이 우리 안에 거하심에 대하여는 코전 三·一六, 六·一九를 참조하라. 성신을 일컬어 천주(성부)의 신이라는 동시에 또한 그리스도(성자)의 신이라 함은 성신이 천주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하여 계시기 때문이다. 【一一】 코전 一五·二〇~五八.


② 천주의 의자(義子)의 정신

一二 그런즉 형제들아, 우리는 육체에 대하여 육체를 따라 살 의무가 없느니, 一三 대저 너희가 육체를 따라 살면 죽을 것이로되, (성)신으로써 육체의 충동을 죽이면 살리라. 一四 대저 천주의 (성)신께 격려(激勵)되는 이는 다 천주의 자녀인 연고니라. 一五 대저 너희가 받은 신은 다시 무서워하여야 할 노예 지위의 신이 아니고 오직 의자의 (성)신이니, 이는 우리로 하여금 『압바, 곧 아버지』라 부르게 하는도다. 一六 (성)신이 친히 우리가 천주의 의자임을 우리 정신과 한가지로 증언(證言)하시는도다. 一七 의자면 또한 상속자라, 곧 천주의 상속자요, 또한 그리스도와 공동 상속자(共同相續者)니라. 다만 우리는 저와 함께 고난을 당할지니, 이에 우리는 저와 더불어 또한 영화롭게 되리로다.

【一二】 이 절의 말이 온전히 끝을 맺지 못하였으니, 끝에다 다음 말을 첨가하는 것이 좋으리라.-『오히려 영신에게 대하여는 영신을 따라 살 의무가 있느니라』 【一五】 갈라 四·六 이하. 【一六】 『성신이 증언하신다』 함은, 성신이 우리에게, 우리가 천주의 자녀가 된다는 이 의식을 견고케 하시고, 또한 생활의 어떠한 경우를 당하더라도 내적 평화와 위안을 주심으로써 우리가 천주의 의자임을 증언하신다는 뜻이다.


③ 의화된 자에게는 천상 영광이 확실함

一八 현시의 고난은 우리에게 (주실 것으로) 나타날 장래의 영광에 비할 바이 못되는 것으로 나는 생각하노라. 一九 대저 조물의 앙망(仰望)은 천주의 자녀의 (영광의) 출현(出現)을 고대함이니라. 二〇 대저 조물이 허망(虛妄)함에 속하게 되었음은 자기 원의대로 된 것이 아니라, 오직 그를 속하게 하신 자로 인함이니, 二一 이는 조물도 부패(腐敗)의 노예 지위에서 구원을 받아 천주의 자녀에게 마땅한 영광과 자유를 얻게 하고자 하시는 희망으로 하신 것이니라. 二二 대저 모든 조물이 이 때까지 탄식하며 산고(産苦) 중에 재생(再生)을 기다림을 우리는 아느니라. 二三 그러나 저들 뿐 아니라 이미 성(신)의 첫 은혜를 차지한 우리도 심중에 탄식하며, 천주의 자녀가 되기를, 곧 우리 육신이 구속되기를 앙망하는도다. 二四 대저 우리는 다만 희망을 따라서만 구원되었음이니라. 그러나 희망이 채워진 것으로 보이는 것은 다시는 희망이 아니니, 대저 이미 채워진 것으로 보이는 바를 어찌 바라리요? 二五 그러나 우리는 채워지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는 바를 희망함에 있어 인내로써 앙망하느니라. 二六 이와 같이 (성)신도 우리의 잔약함을 도우시느니, 대저 우리는 경우를 따라 어떠한 모양으로 기구할 것인지 알지 못하는도다. 이에 (성)신은 친히 형언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전구하시느니라. 二七 또한 마음을 꿰뚫어 보시는 이는 (성)신의 원하시는 바를 아시느니, 이는 저 천주의 성의대로 성인들을 위하여 전구하시는 연고니라. 二八 천주를 사랑하는 자들을 위하여 저 만사를 선으로 유도(誘導)하심을 우리가 아느니, 이는 저들이 천주의 결의를 따라 [성도로] 부르심을 받은 연고니라. 二九 대저 저 미리 아신 자들을 또한 당신 아들의 모상과 동형(同形)이 되도록 예정하셨느니, 이는 당신 아들로 하여금 많은 형제들 중에 맏아들이 되게 하기를 위하심이니라. 三〇 이리하여 저는 예정하신 자들을 또한 부르시고, 부르신 자들을 또한 의화시키시고, 의화시키신 자들을 또한 영화롭게 하셨느니라.

【一八】 현시의 고난은 천당의 무한한 영복에 비하여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가리키는 말씀이다. 【一九~二二】 바오로께서는 온 우주 만물을 마치 한 의식과 의지와 감촉을 가진 동물과 같이 말씀하신다. 아담이 원죄를 범하기 이전의 완전하였던 이 우주 만물은 모이세 一권 三·一七 이하를 따라 천주께서 죄 때문에 인류에게 내리신 벌의 한 몫을 받았다. 이로부터 이 우주 만물은 무상(無常)과 죽음에 속하여 있게 된 것이다(짐승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을 보아 이를 알 수가 있다). 그러므로 이 우주 만물의 그 저주에서의 해방은 오직 이 천주의 자녀들이 부활 후에 받을 그 영광에 참여함으로써만 기대할 수가 있는 일이다. 【二三】 『성신의 첫 은혜』는 곧 영생의 시초가 되는 상존성총이다. 『천주의 자녀』-이는 완전한 천주의 자녀일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二九】 『그 모상과 동형』-즉 아들과 함께 동일한 천상 영광을 상속하도록 예정하심을 말한다(【一七】참조). 『맏아들』-그리스도께서 모든 사람 중에 첫째로 죽은 자 가운데로조차 부활하사 영원한 영광을 얻으신 까닭이다.


④ 천주의 성총을 찬양함

三一 그러면 이에서 나오는 결론은 무엇이뇨? 천주 우리 편에 계시면 누 우리를 대항하리요? 三二 당신 친아들도 아끼지 않으시고 오히려 우리 모든 이를 위하여 붙여 주신 자시니, 어찌 우리에게 다른 모든 것을 저와 함께 주시지 않으시리요? 三三 천주의 간택하신 자들을 공소(公訴)할 자 누구리요? 대저 저들을 의화시키시는 자(=무죄의 선고를 내리시는 자)는 이 천주시로다. 三四 누 저들을 정죄(定罪)하겠느냐? 우리를 위하여 전달하시는 자는 죽으시고 더구나 부활하사 천주 우편에 좌정하시는 그리스도 예수시니라. 三五 누 우리를 그리스도의 우리에게 대한 사랑에서 떼리요? 환난이냐, 곤궁이냐, 핍박이냐, 주림이냐, 헐벗음이냐, 위험이냐, 창검이냐? 三六 대저 기록되었으되, 『너 때문에 우리가 종일토록 죽임을 당하며, 제헌될 양같이 간주되는도다』(성영 四三·二二) 하였느니라. 三七 그러나 우리는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신 자를 인하여 승리하리라. 三八 대저 나 확신하노니, 죽음이나, 삶이나, 천신이나, 통치권이나, [또한 권력이나], 현재 것이나, 장래 것이나, 권세나, 三九 높은 것이나, 낮은 것이나, 어떤 조물을 물론하고 능히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천주의 우리에게 대한 사랑에서 갈리게 못하리로다.

【三一~三九】 바오로께서는 그리스도 안에 또한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되는 구속과 의화에 대한 도리를 우리에게 구원을 베푸시는 천주의 성총을 찬양하심으로써 이 항(項)을 마치신다. 천주께서는 당신 아들을 공연히 희생시키지는 아니하셨을 것이니, 우리 구원에 필요한 것이란 모두 주실 것이 의심 없다(三一, 三二). 예수 그리스도께서 천주 성부의 우편에 좌정하사 우리를 위하여 전구하신즉, 아무도 능히 우리를 정죄(定罪)하지 못하리라(三三, 三四). 또한 천주 성부와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편에 계시는 이상, 아무라도 또한 아무 것이라도, 당신 아들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기울이신 천주의 사랑을 우리에게서 빼앗아 가지는 못하리라(三五~三九). 【三八】 『통치권이나, 권력이나』-천상의 권세와 지상의 권세를 가리킴. 『권세』-자연계의 힘을 가리킴. 【三九】 『높은 것이나, 낮은 것』-우주 공간에 있는 모든 것을 총칭하는 말씀이다.


제 四 항 의화와 유데인과의 관계

제二장으로부터 제八장에 이르기까지, 바오로께서는 유데아인으로 비롯하여 외교인에게 이르기까지, 모든 이가 다(一·一六) 예수 그리스도와 그 복음에 대한 신앙으로 말미암아 의화되어 구원을 능히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오셨다. 그런데 저 유데아인들이야말로 구약의 예언을 따라 주 그리스도의 구속 은혜에 참여하기로 특별히 간택된 자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들의 대부분은 그리스도와 그의 복음에 대한 신앙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으니, 실로 이것은 하나의 큰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어찌하여, 구속 사업의 은혜를 받음은 본디 유데아인들에게 그 우선권(優先權)이 부여(附與)된 것이어늘, 실제로 그 은혜를 받은 자는 저들 중에서 극소부분에 지나지 못하였는가? 바오로께서는 이 문제를 다음 세 항목으로써 해결하신다.

(1) 구속 은혜를 주고 아니 주심은 천주의 자유시니라

첫째로 바오로께서는 당신 동포 중의 많은 이들이 예수 그리스도께 대하여 너무나 불신함이 심한 고로, 이로 말미암아 당신이 느끼시는 고통이 얼마나 심각하신지를 말씀하신다(九·一~五). 마는 - 이렇게 계속하신다 - 비록 유데아 백성의 대부분이 예언된 구속 성총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할지라도, 천주의 예언하심은 완전히 채워진다. 대저 이 예언은 다만 아브라함으로조차 혈육을 받은 유데아인들에게만 대한 것이 아니라, 오직 영신적 이스라엘, 즉 유데아교에서나 외교에서 귀화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이를 위하여 주신 연고다. 아브라함의 혈육을 받은 것과 인간적 행위 따위는 도저히 구속공로에 참여할 권리를 우리에게 주지 못한다. 이것은 아브라함과 그 아들 이사악의 행적에서 알 수 있는 일이다(동 六 ~一三).

천주께서는 많은 외교인들을 저들의 공로 없이 구속 공로에 참여하기로 간택하셨다. 그러나 이에 반하여 믿지 아니하는 유데아인들은 그 고집하는 완고와 불신(不信)에 내버려 두사 마침내 저들을 정죄(定罪)하신다 할지라도, 그것은 결코 천주께서 불의(不意)하시다는 증거는 되지 못한다. 이와 같이 천주께서는 또한 파라오를 그 완고에 내버려 두셨고 마침내 벌을 주셨다(동 一四~一八).

그러므로 구원에 간택되는 것은 이 전혀 자비하신 천주의 자유에 달리신 것이다. 한낱 천주의 조물인 인간으로서, 무슨 연고로 어떤 이는 간택하시고 어떤 이는 간택하시지 않으시는가에 대하여 자기의 조물주이신 천주를 향하여 변명(辨明)을 요구할 권리가 절대로 없는 것이다(九·一九~二一). 천주께서 믿지 아니하는 완고한 유데아인들에게 벌을 주셨으니, 이것은 절대로 그의 정의에 일치하는 것이며, 또한 다른 편에 있어서는 유데아교와 외교에서 귀화한 신자들에게 당신 무한한 자비를 드러내사, 구원과 영생을 주실 것을 예정하신다(九·二二~二四). 이에서 나오는 결론은 곧, 천주의 성총과 자비를 얻는 것은 사람의 힘에 달리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이것은 무엇보다도 천주의 자비하심에 달렸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의 편에서 원치 아니하여서는 으레 천주의 성총을 받지 못한다. 인간이 천주의 성총을 구하지 아니하면, 천주께서는 그들을, 성총을 원치 아니하는 그 옳지 못한 생각에 그대로 내버려 두실 수 있다는 것도 물론이다(이것은 곧 사람(九·一八)을 완고하게 하는 말이다).

완고한 유데아인들이 천주께 내어버리심을 당한 후에 외교인들이 구속 성총에 참여할 것은 천주 이미 예언자로 말미암아 말씀하신 것이다(동 二五~二九).

① 유데아인들의 불신함에 대한 바오로의 고통

제九장[편집]

나 그리스도 안에 진리를 말하고 거짓말을 아니 하며, 또한 내 양심이 성신 안에 내게 이를 증거하느니, 내 슬픔이 크고 내 마음에 고통이 간단 없도다. 혈육을 따라 친족(親族)인 내 형제들을 위하여 내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를 멀리 떠나 있기를 원하기까지 하였노라. 저들은 이스라엘이니, 천주의 자녀의 지위와 영광과 여러 계약과 입법과 경신례(敬神禮)와 허락을 차지하였느니라. 선조들과 동족(同族)이며, 그리스도 인성으로는 저들 중에서 나셨느니라. 저는 만유 위에 계시는 천주시니, 영영세에 찬양함을 받으실지어다. 아멘.

【一】 『그리스도 안에, 성신 안에』-그리스도와 합체(合體)가 되어…, 성신과 합체가 되어…. 【三】 『그리스도를 떠나』-즉 그리스도와의 합체에서 분리되어서……. 『멀리 떠나고자』까지 하였다 함은 곧 천주의 특히 간택하신 백성에게 대한 당신 사랑이 두터웠음을 드러내시는 말씀이시다. 【四】 『영광』-천주께서 옛날 유데아인들이 에집트에서 나올 때 구름기둥 속에 저들에게 발현하신 것을 가리킨다(모이세 二권 二四·一六 참조). 『여러 계약』-선조와 모이세와 그 외의 사람들의 천주와의 계약(지서 一八·二二).


② 언약된 구속 성총의 상속자

(그렇다고) 천주의 말씀이 채워지지 않았다 함은 아니니, 대저 이스라엘에서 난 자가 다 (참된) 이스라엘인이 아니요, 또 아브라함의 후손인 연고로 다 그의 (참된) 자녀는 아니니라. 오직 (천주께서는 말씀하시기를), 『이사악에게서 나는 자 네 후손이라 일컬으리라』(모이세 一권 二一·一二) 하셨느니라. 즉 (아브라함) 혈육을 받은 자녀가 천주의 자녀 아니고 오직 약속함의 자녀라야 그의 자녀로 인정되는도다. 대저 약속함의 말씀은 이러하니, 곧『이 때쯤 되어 나 돌아오리니, 사라에게는 한 아들이 있으리라』(모이세 一권 一八·一〇, 一四) 함이니라. 一〇 그(=사라)에게 있어서 뿐만이 아니라 우리 선조 이사악 한 사람으로 인하여 (두) 아들을 받은 레벡가에게 있어서도 그러하였느니라. 一一 대저 저들이 아직 나지도 않아 선(善)도 악(惡)도 하지 않았을 때에 - 자유롭게 간택하심에 있어, 一二 행위를 보시지 않으시고 오직 부르신 자의 뜻을 따라 된 천주의 예정이 존속(存續)되기 위함이니라 - 저(=레벡가)에게 말씀하시기를, 『형이 아우를 섬기리라』(모이세 一권 二五·二三) 하셨느니라. 一三 이와 같이 또한 기록되었으되, 『나 야곱은 사랑하였으나 에사우는 미워하였노라』(말라키아 一·二, 三) 하였도다.

【六】 『천주의 말씀』-유데아인들에게 구속 성총에 참여할 것을 예언하신 천주의 말씀. 【七~九】 비록 이스마엘이 아브라함의 맏아들이었으나 예언의 상속자로는 그의 아우 이사악이 되었느니, 이는 이사악이 석녀(石女)인 그 모친에게서 천주의 예언을 따라 기적적으로 난 연고다. 【九】 갈라 四·二二~三一. 【一一】 『저들』-곧 맏아들인 에사우와 둘째 아들인 야곱을 가리킨다. 모이세 一권 二五·二三, 二七·三六 참조. 【一三】 『미워하였노라』-성총의 상속자로 간택하시지 아니하셨다는 말.


③ 성총에 참여하기로 간택하심은 천주의 자유시니라

一四 그러면 이에서 나오는 결론은 무엇이뇨, 천주에게 불의하신 것이 있는고? 그렇지 않도다. 一五 대저 모이세에게 가라사대, 『나 성총을 베풀고 싶은 자에게 성총을 베풀며, 내 자비를 베풀고 싶은 자에게 자비를 베풀리라』(모이세 二권 三三·一九) 하셨도다. 一六 그런즉, 이것은 그 원의나 노력에 의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천주의 자비하심에 의하는 것이니라. 一七 대저 성경에 파라오에게 말씀하시기를, 『나 너를 일으켰음은 너로써 내 권력을 뵈어 써 내 이름을 천하에 전하기 위함이니라』(모이세 二권 九·一六) 하는도다. 一八 저는 당신이 원하시는 자에게 자비를 베푸시고, 당신이 원하시는 자를 완고케 하시느니라. 一九 이에 너는 나를 반박하여 말하기를, 『그러면 저 어찌하여 또 책하시느냐? 대저 누 능히 저의 성의에 대항하리요?』 하리라. 二〇 아 사람아, 너 누구인데 천주께 변명(辨明)하시기를 요구하느냐? 제조품(製造品)이 (자기를) 제조한 자에게 말하기를, 『너 어찌하여 나를 이같이 만들었느냐?』 하겠는가? 二一 토기장이는 진흙에 대하여 같은 흙덩이로 고귀한 그릇이나 천한 그릇을 만들 권리가 있지 아니하냐? 二二 만일 천주의 의노의 그릇으로써 당신 의노를 드러내시고, 당신 권력을 나타내시기 위하여 망하기로 버려 두신 그들을 많은 인내로 참으셨으면, (나 능히 천주의 변명을 구할 수 있겠느냐?) 二三 또는 저 영광을 위하여 예비하신 자비의 그룻에 있어서 당신 영광의 풍성함을 보이려 하시면, (나 능히 천주의 변명을 구할 수 있겠느냐?) 二四 (이런 그릇으로) 다만 유데아인 중에서 뿐 아니라 또한 외교인 중에서도 우리를 부르셨느니, 二五 대저 오세아서(書)에 이르되, 『나 내 백성이 아닌 자를 내 백성이라 부르고, 사랑하는 자 아닌 자를 나의 사랑하는 자라 부르며, 성총을 받지 못한 자를 성총을 받은 자라 부르리라. 二六 저들에게 너희는 내 백성이 아니라고 말한 그 곳에서 저들을 생활하신 천주의 자녀들이라 부르리로다』(오세아 二·二五, 二·一) 하는도다. 二七 또 이사이아는 이스라엘에 대하여 부르짖어 이르되,『이스라엘의 자녀의 수가 바다의 모래와 같을지라도 다만 남아 있는 자만이 구원을 받으리라. 二八 대저 주 당신 말씀을 온전히 빨리 지상에 시행하실 것이요, 의덕으로써 시행하실 것이니, 참으로 신속하게 당신 말씀을 실행하시리로다』(이사이아 一〇·二二, 二三) 하는도다. 二九 또 이사이아 예언하시되, 『군대의 주 우리에게 씨를 남겨 두지 아니하셨더면 우리는 소도마처럼 되었을 것이요, 우리는 고모라와 같이 되었으리라』(이사이아 一·九) 하니라.

【一四~一五】 천주 친히 의로우신 일(성총을 분배하시는 것)을 선언하시는 것은 불의한 일이 되지 아니한다. 【一六】 『이것은』-곧 천주께로조차 구속 성총을 얻는 것을 가리킨다. 코전 九·二四, 一五·一〇 참조. 【二〇~二五】 마치 토기장이가 같은 진흙을 가지고 고귀한 그릇이나 천한 그릇을 제 마음대로 만들 권리가 있는 것과 같이, 천주께서도 또한 없는 가운데로조차 사람들의 한 부분을 당신 자비를 드러내시기 위하여 『자비의 그릇』(二三)으로 제조하실 수도 있으며, 다른 한 부분을 당신 정의를 드러내시기 위하여 『정의의 그릇』(二二)으로 제조하실 수도 있다. 다시 말한다면, 천주께서는 그 자비로써 어떤 사람에게 대하여는 구원을 예정하실 수도 있는 동시에 또한 다른 사람에게 대하여서는 예정하시지 않으실 권리도 있는 것이다. 【二四】 코후 五·五.【二五】베전 二·一〇.


(2) 유데아인이 구속 성총에서 제외(除外)됨은 제 탓이니라

이스라엘인들은 주 예수 그리스도를 겸손되이 믿고자 힘쓰지 아니하였은즉, 그들이 구속 성총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구원에도 도달하지 못함은 이 전혀 자기 탓이다. 이에 반하여, 외교인들도 역시 구원의 은혜를 얻기로 노력하지 아니하였으나, 그러나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발견하였다(九·三〇~三三). 이스라엘인들은 구약의 법률을 다만 외면적으로만 실행하고서 구원을 얻고자 하였다. 그러나 맹목적의 열심을 가진 저들은 그리스도의 강생으로써 구약의 법률이 끝났음을 깨닫고자 아니하였다. 구원에 도달하는 길을 정하는 것은 이 사람에게 달린 것이 아니라 오직 천주 하시는 일이시다(一〇·一~四).

법률로 말미암는 의화 이외에 신앙으로조차 오는 의화 있음은 이미 모이세가 말씀하신 바다. 그런데 무한히 인자하신 천주께서는 이 신앙으로조차 오는 의화를 아주 쉬운 방법으로 얻게 하셨다. 이 의화를 얻기 위하여 그리스도를 하늘에서부터 모셔 내려올 필요도 없거니와 ― 대저 저 강생하실 때에 이미 내려오셨던 것임이다 ― 또한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로조차 모셔 올려올 필요도 또한 없다 ― 대저 저 이미 부활하셨음이다 ―. 이 의화를 얻으려는 자는 다만 그리스도로 말미암는 구속과 그리스도의 강생하심과 부활하심의 사실을 진정으로 믿을 것 뿐이며, 또한 이 신앙을 용감하게 고백할 것 뿐이다. 따라서 천주와 사람 사이에 있는 유일무이한 중재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은 구원을 얻기로 노력함에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건이다(一〇·五~一三).

신앙이 이처럼 필요한 것인만큼, 천주께서는 온갖 방법으로써 저 유데아인들을 신앙과 구원에 인도하시려 하셨다. 천주 그리스도께 대한 기꺼운 소식을 전 인류에게, 특히 이스라엘(=유데아) 백성에게 전하게 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백성은 믿지 아니하였느니, 그의 불신앙은 전혀 제 탓일 뿐이다. 온 천하 방방곡곡에 전하게 하신 천주의 진리를 듣거나 믿으려 하지 아니하는 자들은 다른 이들이 구속 성총에 참여하게 되는 것을 조금도 이상히 여기지 말 것이다. 유데아인의 대신으로 외교인들이 구세주의 성총에 참여하게 되었다(一〇·一四~二〇). 이에 반하여 자기네(=유데아인)들을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에 인도하여 주시기 위하여 천주 항상 그 양편 팔을 벌리시었거늘, 도리어 저 유데아인들은 불신앙과 교만과 반항심을 가져 그 구속 성총을 거절하였다(一〇·二一). 그런즉 저들이 구속 성총에 참여하지 못한 것은 이 전혀 그들 자신의 탓이다.

① 유데아인들의 불신앙

三〇 그러면 이에서 나오는 결론은 무엇이뇨? 의화를 추구(追求)하지 아니한 외교인들이 (오히려) 의화를 얻었느니, 이 의화는 신앙으로조차 오는 의화니라. 三一 이에 반하여 법률이 요구하는 의화를 추구하기로 노력한 이스라엘은 (오히려) 법률이 요구하는 목적에 도달하지 못하였느니라. 三二 이 무슨 까닭으로 그런고? 이는 신앙으로 말미암지 아니하고 오직 행위로 말미암아 (도달하고자 한) 연고라, 걸려 넘어지게 하는 돌에 부딪혔음이니, 三三 기록되었으되, 『보라, 나 시온에 걸려 넘어지게 하는 돌, 부딪치는 바위를 두느니, 저를 믿는 자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으리라』(이사이아 八·一四, 二八·一六) 하였느니라.

【三〇~三二】 유데아인들은 의화를 얻고자 노력함에 있어 그릇된 길을 밟았다. 구약의 법률도 신앙을 이 의화의 근원으로 말하였으나(三·三一 이하 참조), 저들은 자기 노력으로 말미암아 의화를 얻을 것인 줄로 알았다(四·五 참조). 【三二】 『걸려 넘어지게 하는 돌』-유데아인들은 메씨아를 믿지 아니하고 오히려 저에게 등을 보이었다. 루복 一八·一一 이하. 【三三】 이사이아 二八·一六, 베전 二·八, 코전 一·二三.


제十장[편집]

형제들아, 내 마음의 간절한 원의와 천주께 간구하는 것은 저들(=유데아인)의 구원을 위하는 그것이니라. 대저 나 천주께 대한 저들의 열심을 증거하나, (그러나 저들은) 바른 인식이 없느니라. 저들은 천주께로조차 오는 의화를 그릇 알고 자기 (의화를) 세우기로 힘썼으매, 천주로 말미암는 의화에 복종치 아니하였느니라. (이 점에 있어서 바른 이해가 없었느니라). 대저 법률의 종말(終末)과 목적은 그리스도시니, (저는) 모든 믿는 자들에게 의화를 주시느니라.

② 신앙의 필요성

대저 모이세 법률로 말미암는 의화에 대하여 기록하되, 『이(=법률의 규칙과 계명)를 행하는 자는 이로 인하여 살리라』(모이세 三권 一八·五) 하셨으나, 그러나 신앙으로조차 오는 의화는, 그리스도를 모셔 내려오기 위하여, 『네 심중에 말하기를, 누 하늘에 오르리요 하지 말라』(모이세 五권 三〇·一二) 하거나, 혹은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로조차 모셔 올려오기 위하여 『누 지하에 내려가리요 하지 말라』(동 一三) 하니라. 그렇거늘 (신앙으로조차 오는 의화는) 어떻게 말하느뇨? 『말씀이 네게 가까우니 네 입에 있고 또한 네 마음에 있도다』(모이세 五권 三〇·一四) 하느니, 이는 우리가 전하는 바 신앙의 말씀이니라. 대저 너 만일 네 입으로써 예수를 주로 고백하고 천주 저를 죽은 자 가운데로조차 부활케 하신 것을 네 마음으로 믿으면 구원을 받으리라. 一〇 대저 마음으로 믿어 의화될 것이요, 입으로 고백하여 구령하리라. 一一 대저 성경에 이르시되, 『저를 믿는 자는 아무도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으리라』(이사이아 二八·一六)한 연고니라. 一二 대저 만민의 주는 동일하신 자시므로 당신께 간원하는 자들에게 풍부하시니, 유데아인과 외교인의 구별이 없느니라. 一三 대저 『누구나 주의 성명을 불러 간구하는 자는 구원을 받으리로다』(요엘 二·三二).

【一】 九·一 이하 참조. 【三】 『자기 의화』-유데아인들이 자기의 힘으로써 얻고자 한 그런 의화다. 【四】 갈라 三·二四, 마복 五·一七. 【五】 『법률로 말미암는 의화』-유데아인들이 법률의 행위로써 얻을 수 있는 줄로 생각하던, 실제로 존재하지 아니한 의화다. 【五~八】 소위 『법률로 말미암는 의화』의 요구와 의인화(擬人化)한 신앙으로조차 내려오는 의화의 요구는 서로 대립하는 것이다. 전자는 계명과 규칙의 준수를 요구하나(五), 후자는 그리스도께서 행하신 강생과 구속 사업과 부활하심에 대한 신앙을 요구한다(六~八) 【一二】 로마 三·一二 이하, 요복 一〇·一六, 一四·一三.


③ 믿지 아니하는 유데아인들은 변명할 수 없으리라

一四 그러나 저를 믿지 않으면 어찌 저를 불러 간구하리요? 저에게 대하여 듣지 아니하였으면 어떻게 믿으리요? 설교하는 자 없으면 저에게 대하여 어떻게 들으리요? 一五 또 파견함을 받지 아니하였으면 어떻게 설교하리요? 대저 기록되었으되, 『[평화를 보하고] 경사(慶事)의 희소식(喜消息)을 가져 오는 자들의 발이 얼마나 고운고』(이사이아 五二·七) 하였도다. 一六 (이 희소식이 설교되었으나), 그러나 모든 이가 다 (이) 희소식을 좇은 것은 아니니, 이사이아 이르시되, 『주여, 누 우리 설교를 믿겠나이까?』(이사이아 五三·一) 하는도다. 一七 그런고로 신앙은 설교를 들음에서 생기고, 설교는 그리스도 명령으로 되는 것이니라. 一八 그러나 나 묻노니, 저들은 이를 듣지 못하였느냐? 일정코 들었도다. 『그 소리는 온 세상에 울리고, 그 말씀은 땅의 극변까지 전파되었느니라』(성영 一八·五). 一九 나 또 묻노니, 이스라엘인들은 이(=설교)를 깨닫지 못하였느냐? (일정코 깨달았으니), 이미 모이세 첫째 (증인으)로 이르시되, 『나 너희로 하여금 백성이 아닌 백성을 질투하여 부러워하게 하고, 너희를 어리석은 백성에 대하여 노하게 하리라』(모이세 五권 三二·二一) 하는도다. 二〇 이사이아는 대담하게도 말하기를, 『나 나를 찾지 아니하는 자들로 하여금 나를 찾아 얻게 하고, 내게 묻지 아니하는 자들에게 알려졌노라』(이사이아 六五·一) 하니라. 二一 그러나 이스라엘에게 관하여서는 말하되, 『나 항상 순명하지 아니하고 반항하는 백성을 향하여 내 팔을 펼치노라』(이사이아 六五·二) 하시느니라.

【一四~一五】 여기서 바오로께서는 신앙의 전제(前提)를 자세히 말씀하시니, 그 가장 중요한 전제는 프로테스탄트들이 말하는 것과 같이 성서를 읽는 그것이 아니라, 오직 천주께로부터 파견을 받은 종도들과 그의 후계자들인 교회의 주교와 사제들의 설교를 듣는 그것이다. 【一七】 마복 一〇·四〇, 요복 一三·二〇. 【一八】 그리스도의 파견을 받은 종도들이 그리스도께 대한 기쁜 소식을 온 세상 곳곳에서 설교하였은즉, 저 이스라엘 백성들도 역시 의심없이 이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一九~二〇】 외교인들에게도 그리스도께 대한 희소식이 전파되리라는 것은 이미 구약 성서에 예언되어 있는 것이니만큼, 이스라엘인들은, 비록 종도들이 이 희소식을 외교인들에게 설교한다 할지라도, 이 설교는 그리스도께 대한 설교인 것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一九】 『백성이 아닌 백성』, 『어리석은 백성』-천주의 특별히 간택하신 백성이 아닌 백성, 곧 외교 백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二一】 루복 一九·四二, 요복 五·三九.




(3) 이스라엘의 장래의 구원

유데아인들의 그 불신앙(不信仰)과 완고함도 상관치 않으시고, 인자하신 천주께서는 당신 간택하신 백성을 전부 다 배척하시지는 아니하셨다. 그것은 다만 바오로 종도 뿐만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일부분(=남은 자)이 자기의 행위로 말미암지 않고 오직 천주의 성총으로 인하여 그리스도의 구속 은혜에 참여함인 구원에 이르렀음을 보아도 알 일이다.(一一·一~六). 이에 반하여, 간택된 백성인 이스라엘의 대부분은, 오히려 그와는 반대의 방법으로 의화되기를 힘썼으므로, 저들은 마침내 완고하여졌으며, 또한 이미 구약에 예언됨과 같이 구원을 얻지 못하였다(一一·七~一〇).

고집하여 믿지 아니하는 유데아인들의 대신으로 천주께서는 외교인들을 구원에 부르시고, 유데아인들에게 배척을 받고 박해를 받은 종도들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할 상대자를 바꾸어 외교인들에게로 나갔다(종도 一三·四六, 二八·二八 참조). 이와 같이 유데아인들 대부분의 불신앙이 그리스도의 교회가 외교인 중에 널리 전파될 기회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 두가지는 결국에는 신성한 상호 작용(相互作用)을 일으키고야 말 것이니, 곧, 천주의 성의로 말미암는 외교인들의 귀화는 유데아인들에게 거룩한 경쟁심을 충동시켜, 저들로 하여금 외교인들이 받은 같은 구속 성총에 참여하기를 노력하게 할 것이며 또한 저들로 하여금 외교인들과 같이 그리스도를 믿게 하리라. 그러면 유데아인들의 그리스도께 대한 불신앙이 이처럼 외교인들에게 신앙의 행복을 얻을 기회를 주었거늘, 하물며 모든 유데아인의 귀화야 전 인류에게 얼마나 큰 행복을 가져오겠는가(一一·一一, 一二).

바오로 종도께서도 외교인들을 귀화시키시는 중에도, 많은 외교인들을 귀화시킴으로써 당신 동포들의 많은 이를 격려하여 써 저들을 회개시킬 목적을 항상 목전에 두고 있었다(一一·一三, 一四). 대저 유데아인들의 완고함과 불신(不信)함이 오히려 복음이 전 세계에 전파될 기회가 되었다면, 더구나 유데아인들의 그리스도교회의 허용(許容)이야 어찌 전 인류에게 수많은 은혜를 베퍼 주는 것이 아닐 수 있으랴(一五). 유데아 백성(=『전체, 가지』)은 그 조상(=『숫떡, 뿌리』)이 거룩하니만큼, 그들의 귀화는 족히 낙관(樂觀)할 수 있는 일이다(一六).

그런데 귀화된 외교인들은 자기네의 간택된 것을 너무나 자랑하여 교만하여서는 아니 된다. 대저 이스라엘 백성은 천주께서 간택하신 감람수(橄欖樹)의 뿌리며, 이 뿌리에서 그리스도교가 돋았다. 이 감람수의 어떤 가지가 부러졌다 - 곧 유데아인들의 어떤 부분이 그리스도교를 믿지 아니하는 것을 가리킨다 - 할지라도 그들은 여전히 감람수임에는 틀림이 없다. 귀화된 외교인들은 부러진 가지(=믿지 아니하는 유데아인) 대신으로 성총으로 말미암아 감람수 위에 접목(接木)된 야생(野生)의 감람수 가지이다. 이로써 저 외교인들은 감람수의 열매(=약속된 구속 성총)에 참예케 되었다. 그러므로 귀화한 외교인들은 그 간택되었음을 겸손된 마음으로 감사하여야 할 것이다(一一·一七~二四).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이 영원토록은 배척되지 않으리라. 외교인들의 전체가 주 그리스도를 믿어 그리스도교에 입교한 후에는 저 모든 유데아인들이 또한 귀화하여 하여금 그리스도의 구속 성총에, 곧 영복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一一·二五~三二).

천주의 이 인류에게 대한 이와 같은 신성하신 지도와 지혜로우신 섭리를 눈 앞에 보시는 바오로께서는, 그 거룩하신 지혜와 섭리를 찬미하신다(一一·三三~三六).

① 모든 유데아인이 다 배척되지는 않았다

제十一장[편집]

이에 나 묻노니, 천주 혹시 당신 백성을 배척하셨느뇨? 아니로다. 대저 나도 이스라엘인이요, 아브라함의 후손이요, 벤야민의 족속임일새니라. 천주께서는 당신이 일찍 간택하신 그 백성을 배척하지 아니하셨느니라. 성경에 엘리아의 역사중에 말하는 바를 너희는 알지 못하느냐? 저는 이스라엘에게 대하여 천주 대전에 탄원하되, 『주여, 저(=유데아인)들은 네 선지자들을 죽이고 네 제대를 무너뜨렸나이다. 이에 나 혼자 남아 있으매 이제는 내 생명을 또한 노리나이다』(열왕기 三권 一九·一〇, 一四) 하였느니라. 그러나 천주께로부터는 저에게 무슨 대답이 계셨는고? 『나 내게 바알의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은 칠천의 남자를 남겨 두었노라』(열왕기 三권 一九·一八) 하셨도다. 이와 같이 현시에도 성총의 간택을 따라 남은 자 있느니라. 그러나 성총으로 되는 것은 행위로 인하여 되는 것이 아니니라. 그렇지 않으면 성총은 이미 성총이 아닐 것이로다. 그러면 어떠뇨? 이스라엘은 달성하기로 노력하던 바를 달성하지 못하였으나, 그러나 간택된 사람들은 이를 달성하였느니라. 그 외에는 다 완고하게 되었으니, 기록되었으되, 『천주 저들에게 마비(痲痺)된 정신, 보지 못하게 하는 눈, 듣지 못하게 하는 귀를 주사 오늘날까지 이르렀도다』(이사이아 二九·一〇) 하니라. 또 다위는 이르되, 『저들의 식탁은 저들에게 올가미가 되고, 잡히는 그물이 되며, 걸려 넘어지는 것이 되고 보수가 될지어다. 一〇 저들의 눈은 보지 못하도록 어두워지고, 저들의 등은 항상 구부러지게 할지어다』(성영 六八·二三) 하는도다.

【一】 『배척하다』함은 그리스도의 구속 성총(그리스도 교회)과 구원에서 제외됨을 이름이다. 【三~五】 엘리아 선지자 시대에 이스라엘인의 거의 전부가 다 참다운 천주께 대한 신앙을 내버렸었으나, 그래도 저들 중에는 그 신앙을 내버리지 아니한 자들이 다만 얼마라도 있었던 것과 같이 지금에도 또한 그러하다. 【七】 이스라엘은 의화와 구속을 달성하고자 노력하였다(九·三一 참조). 【八】 모이세 五권 二九·三. 【九~一〇】 무고하게 박해받은 다위께서 일찍이 당신 원수를 향하여 말씀하신 그것은 마침내 그리스도의 원수가 된 믿지 아니하는 유데아인에게 있어서 채우게 된다. 구세주께 대한 신앙에 있어서 그들 자신을 보지 못하게 하는 유데아인들의 방탕한 생활(『식탁』)은, 마치 짐승이 자기를 잡으려고 흐트려 놓은 그 먹이를 탐내다가 죽는 것과 흡사하게 되었다.


② 유데아인 대신으로 외교인들이 구원을 받으리라

一一 이에 나 묻노니, 저들은 넘어지기 위하여 실족(失足)하였을 것이었느냐? 그렇지 않으니라. 오히려 저들의 죄로 인하여 구원은 외교인들에게 이르렀느니, 이는 저들에게 경쟁심을 일으키어 주기를 위함이니라. 一二 그런데 만일 저들의 죄가 인류의 복지(福祉)가 되고 저들의 감소(減少)됨이 외교인에게 행복이 되었으면, 하물며 저들의 전수(全數)는 (얼마나 더 큰 복지와 행복이 되리요). 一三 나 너희 외교(에서 귀화한 신자들)에게 말하노니, 나 외교인의 종도인만큼 나 나의 직임을 영예(榮譽)롭게 하리라. 一四 이와 같이 나는 내 동포에게 경쟁심을 분발케 하여 저들 중에서 몇이라도 구원하고자 하노라. 一五 대저 저들이 배척을 당한 것이 인류를 위하여 화해(和解)가 되었다면, 어찌 그 허용(許容)이야 죽은 자들의 재생(再生)이외에 다른 것을 주는 것이 무엇이랴? 一六 만약 숫떡이 거룩하면 전체가 그러하고, 뿌리가 거룩하면 가지도 그러하니라. 一七 설령 몇 가지가 부러져 야생의 감람수 가지인 너, 그들 사이에 접목되어 존귀한 감람수의 뿌리와 즙(汁)을 한가지로 받더라도, 一八 (다른) 가지에 대하여 교만한 태도를 취하지 말라. 그러나 너 비록 교만한 태도를 가진다 할지라도, 네가 뿌리를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뿌리가 너를 지니고 있음을 (생각하라). 一九 너 혹 대답하기를, 가지가 부러진 것은 내가 접목되기를 위함이니라 하리라. 二〇 오냐 좋다, 저들은 그 불신앙으로 부러졌고, 너는 그와 반대로 신앙으로 인하여 (그들 대신으로) 접목되었으니, 교만한 태도를 취하지는 말라. 오히려 두려워하라. 二一 대저 천주께서는 (그) 본 가지도 아끼지 아니하셨으매 너도 또한 아끼지 않으시리라. 二二 그러면 천주의 인자와 엄격함을 보라. 넘어진 자들에게 대한 천주의 엄격하심을 (보라). 그리고 네게 대한 천주의 인자하심을 (보라). 이는 다만 네가 그 인자하심에 머물러 있는 것을 전제로 할 것이니, 그렇지 않으면 너도 벰을 당하리라. 二三 그러나 저들도 불신앙에 머물러 있지 아니하면 (다시) 접목되리니, 대저 천주께서는 능히 저들을 다시 접목하실 수 있음이니라. 二四 대저 네가 본성을 따라 합생(合生)하였던 야생의 감람수 위에서 잘려, 본성을 거슬러 참 감람수에 접목되었거든, 하물며 본 가지가 그 본 감람수에 연접(連接)됨이야 용이하지 아니하랴.

【一一】 『죄』-메씨아,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불신앙(九·三二 참조). 모이세 五권 三二·二一. 【一二】 『전수』-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에 모든 유데아인들이 귀화할 것을 가리킨다. 【一五】 『허용』-그리스도의 구속 성총에 참여하기 위하여 그리스도 교회가 그들을 받아들일 것을 가리킨다. 『죽은 자들의 재생』-전 세계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신앙과 생활의 비상적 비약을 의미한다. 【一六】 『숫떡』-구약시대 유데아 백성은 매년 햇곡식이 나면 이것으로써 떡을 만들어 먼저 천주께 바쳤다. 이 천주께 첫번으로 바친 떡을 가리킨다(모이세 四권 一五·一九 이하 참조). 【一九~二〇】 이 『접목』은 외교인들이 다만 신앙으로 말미암아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며, 이 신앙은 다만 성총으로 인하여서만 가능한 것인즉, 저들은 절대로 교만한 태도를 취할 만한 근거가 도무지 없다. 【二四】 『본성을 거슬러』-본래는 야생의 감람수에 참 감람수의 가지가 접목되는 것이 항례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그것이 반대로 되었다.


③ 이스라엘 백성은 회개하여 구원을 얻으리라

二五 형제들아, 대저 나 너희가 다음의 신비에 대하여 모르기를 원치 않느니, 이는 너희로 하여금 스스로 자기를 지혜로운 자라 생각하지 아니키를 위함이니라. 이스라엘의 한 부분에 완고함이 이른 것은 외교인의 전수(全數)가 (교회에) 들어오기까지니라. 二六 이와 같이 온 이스라엘은 구함을 받으리니, 기록되었으되, 『구세주가 시온에게 오사 야곱에게서 불신앙을 멀리하리라. 二七 나 저들의 죄를 없이 하는 데 있어 저들과 (맺은) 나의 계약은 이것이니라』(이사이아 五九·二〇) 하시니라. 二八 (구원의) 희소식에 관하여서는 저들이 너희 때문에 (천주의) 원수이나, 간택함에 관하여서는 그 조상 때문에 (천주의) 사랑하시는 자니라. 二九 대저 천주의 은혜와 성소(聖召)는 취소하지 못하는 것임일새니라. 三〇 너희도 일찍 천주께 순명치 않았으나 지금에는 저(=유데아인)들의 불순명한 탓으로 자비를 얻었음과 같이, 三一 지금은 저들이 너희가 얻은 자비를 (보고) 역시 자비를 얻기 위하여 불순하는 자들이 되었느니라. 三二 대저 천주 모든 인류를 불쌍히 여기시기 위하여 저들을 불순명함에 떨어지게 하셨느니라.

④ 천주의 성총과 지혜와 섭리를 찬미하심

三三 아, 깊으도다, 천주의 부(富)와 지혜와 지식이여, 저의 판단하심의 깨닫기 어려움이여, 저의 길의 측량치 못할 것임이여. 三四 대저 누 주의 사상을 알며, 누 저의 책사(策士)가 되리요? 三五 누 먼저 저에게 주고, 저에게서 그 보수를 받으리요? 三六 대저 만사는 저에게서, 저로 말미암아, 저를 위하여 있느니, 저에게 무궁세에 영광이 있어지이다. 아멘.

【二五】 『외교인의 전수』-이는 모든 개인의 전수가 아니라 오직 모든 외교 백성의 전수다. 마복 二四·一四, 二三·三八 이하. 루복 一三·三五. 【二六】 『시온』과 『야곱』-곧 유데아 백성을 의미한다. 【二七】 예레미아 三一·三三. 【二八】 『희소식에 관하여서는』-이는 저들이 그리스도께 대한 희소식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간택함에 관하여서는』-천주 일찌기 이 백성을 당신 백성으로 간택하셨다(모이세 五권 七·六). 【三〇】 『일찍』-곧 너희의 귀화하기 전이다. 【三一~三二】 구원 역사 전체의 최후 목적은 곧 천주의 인자하심을 현양함이다. 【三三】 『부』-무한한 인자의 『부』다. 『판단』과 『길』-인류 역사의 지도자이신 천주의 인류에게 대한 지도와 섭리. 【三五】 무릇 어느 사람을 막론하고 천주께서 그에게 보수를 반드시 주셔야 할만큼 이처럼 천주를 위하여 일하지 못한다.


제 二 편 신자들의 도덕적 본분

여기(一二·一~一五·一三)에서 바오로께서는 그리스도교적 생활을 위한 도덕상 규율(規律)과 그 생활 원칙을 규정(規定)하신다.

제 一 항 천주께 대한 신자들의 본분

① 천주께 대한 완전한 헌신

제十二장[편집]

형제들아, 나 천주의 자비하심을 시사(示唆)하여 너희에게 권하노니. 너희 육신을 생활하고 거룩하고 천주께 의합한 희생으로 바칠지어다. 이는 천주께 대한 너희 정신적 봉사(奉仕)니라. 이 세속을 모방하지 말고, 오직 천주의 성의와 선과 성의에 합한 것과 완전한 것이 무엇인지를 음미(吟味)하기 위하여, 너희 정신을 일신(一新)함으로써 스스로 혁신(革新)할지어다.

② 특은을 정당하게 사용함

대저 내게 베푸신 성총(=종도직)을 인하여 나 너희 각 사람에게 말하노니, 정당(正當)함에서 벗어나도록 자신을 중히 여기지 말고, 오직 천주 각자에게 나누어 주신 신앙의 분량대로 겸양(謙讓)하게 자신에게 대하여 생각할지어다. 대저 우리는, 한 몸에 많은 지체가 있으되, 모든 지체가 같은 기능(機能)을 가지지 아니하는 것과 같이, 우리 모든 이는 그리스도 안에 한 몸을 이루니, 각각 서로 지체가 되느니라. 우리에게 베푸신 성총을 따라 특은이 (또한) 다르느니, 건설적 설교(建設的說敎)의 특은을 받은 자는 신앙에 일치하게 이를 쓸 것이며, 직책(職責)의 특은이 있는 자는 (그) 직책에 근면(勤勉)하고, 가르칠 특은을 받은 자는 가르칠 것이며, 권유할 특은을 받은 자는 권유하고, 자선(慈善)을 행하는 자는 질박한 정신으로 이를 행하며, 다스리는 자는 조심성 있게 다스리고, 자비를 베푸는 자는 (이를) 기쁜 마음으로써 행할지니라.

【一】 『정신적 봉사』-정신에서 나오고 정신으로 지배되는 봉사를 가리킨다. 반대의 봉사는 곧 다만 외면적으로만인 천주께 대한 봉사다. 【二】 에페 四·二三 이하 참조. 세속과 그리스도 사이에는 서로 화해되지 못할 상극(相剋)이 있다.(요복 一五·一八~二一 참조). 【三~八】 무릇 신자된 자는 천주께서 자기에게 베풀어 주신 특은을 겸양한 마음을 가져 온 교회의 신익을 위하여 사용하기를 권면하신다.『특은』-코전 一二·一 주해 참조. 【四~五】 코전 一二·一二 이하, 에페 一·三 이하 주해 참조. 여기에 말한 『몸』을 우리는 그리스도의 신비체라 일컫는다. 【五】 『그리스도 안에』-즉 그리스도와 합체됨으로써. 【六】 『건설적 설교의 특은』-코전 一二·八~一〇 주해 참조. 【六~八】 사람은 각각 천주께로부터 특수한 사명을 받았은즉, 각자는 그 사명을 완전히 준행하도록 힘쓸 것이다. 【八】 코후 八·二, 九 ·一一~一三, 一一·三.


제 二 항 남에게 대한 본분

① 남에게 대한 애덕의 본분

사랑은 성실할 것이니, 악을 미워하고 선에 집착(執着)할지니라. 一〇 서로 형제간의 사랑으로써 열렬히 사랑하며, 서로 남을 존경함에 있어 다른 이를 능가(凌駕)할지어다. 一一 열심을 식게 말고 (성신께서) 치성케 하여 주신 그 정신을 (가져) 주를 섬기며, 一二 희망에 있어 기뻐하고, 환난에 인내하며, 기구에 항구할지어다. 一三 성도들의 곤궁(困窮)을 동정하고, 나그네를 후대(厚待)하며, 一四 너희는 너희를 핍박하는 자들을 축복하고, 저들을 축복하여 저주(詛呪)하지 말지니라. 一五 기뻐하는 자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지어다. 一六 서로 합심하며 높은 것을 구하지 말고 오직 스스로 낮출 것이며, 스스로 자기를 지혜로운 자로 여기지 말지니라. 一七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 것이며, [천주 대전에서 뿐 아니라] 또한 만민들 앞에서 선에 힘쓸지니라. 一八 너희 힘이 자라는 데까지, 할 수만 있다면 모든 사람들과 더불어 화목할지어다. 一九 친애하는 자들아, 너희는 스스로 복수하지 말고 오직 (천주의) 의노에 맡길지니라. 대저 기록되었으되, 『주 가라사대, 복수하는 것은 내가 할 일이니 나 갚으리라』(모이세 五권 三二·二五) 하셨음이니라. 二〇 오히려 『네 원수가 굶주렸으면 그에게 먹을 것을 주고, 목말라하면 그에게 마실 것을 주라. 너 만일 이렇게 행한다면 이는 저의 머리 위에 불붙는 숯을 모아 놓음이 되리라』(잠언 二五·二一, 二二). 二一 악에게 승리를 주지 말고 오직 선으로써 악을 이길지어다.

【九】 코전 一三장. 【一一】 『열심』-모든 신자들의, 자기 본분을 잘 준행하는 열심을 가리킨다. 【一二】 『희망』-영생에 대한 희망(텟전 五·一七). 【一四 】루복 六·二八, 마복 五·四四. 【一五】 마복 七·一二, 코후 一三·一一, 필립 二·一, 四·二. 【一七~二一】 여기에서 바오로께서는 사람이 서로 화해할 의무 있음을 말씀하신다. 【二〇】 『불붙는 숯』-참혹한 곤궁에 빠져 괴로워하는 원수를 진정한 마음으로 도와 주는 자는, 이로 말미암아 마치 불붙는 숯을 그 머리 위에 놓은 것과 같은 이러한 심각한 감상을 저에게 주리라는 말.


② 웃사람에게 대한 순명

제十三장[편집]

각 사람은 다 상관(上官)의 권력에 복종할지니라. 대저 천주께로조차 오지 아니한 권이 없으니, 권리가 있는 곳마다 그것(=권리)은 천주의 지령(指令)대로 되었느니라. 그러므로 권리를 거스르는 자는 천주의 지령을 거스르며, 이를 거스르는 자들은 스스로 자기에게 벌을 초래(招來)하느니라. 대저 상관들을 두려워함은 선행 때문이 아니라 악행 때문이니라. 너 권리를 두려워하지 아니하려면 선을 행하라. 이에 너 저들에게 칭찬을 받으리라. 대저 저(=상관)는 (네) 유익을 위한 천주의 심부름군이니라. 그러나 너 악을 행하였으면 저를 두려워할지니, 대저 저는 연고 없이 환도를 차고 있는 것은 아니니라. 저는 천주의 심부름군인지라, 악을 행하는 자에게 형벌을 집행하느니라. 그러므로 너희는 다만 벌을 두려워함으로써만 아니라 양심상으로 그 권리에 복종할지니라. 그런고로 너희는 이로 인하여 세금(稅金)을 헌납하느니, 대저 저들은 천주의 일군들로서 그것을 위하여 이 일을 보느니라. 이러므로 모든 이에게 너희 책무(責務)를 이행할지니, 세금을 바칠 자에게는 세금을 바치고, 구실을 바칠 자에게는 구실을 바치고, 경외(敬畏)할 자는 경외하고, 존경할 자는 존경할지니라.

【一~七】 바오로께서 이 웃사람에게 대한 순명의 권고를 우리 교회를 가장 심악하게 핍박한 네로 황제 시대에 주셨다는 것은, 웃사람의 권리를 얼마나 존중하였었음에서랴, 가히 생각할 만한 일이다. 【一】 지서 六·三, 말복 一二·一七, 요복 一九·一一, 티토 三·一, 베전 二·一三. 【四】 『환도』-생사에 대한 권리 및 벌 줄 권리의 표가 된다.




③ 상호간의 사랑

상호간(相互間)의 사랑 외에는 아무에게도 무슨 책무를 지지 말지어다. 대저 가까운 자를 사랑하는 자는 법을 준행하는 자니라. 대저 『사음을 행치 말라, 살인하지 말라, 도적질을 말라, [망녕된 증참을 말라], 탐하지 말라』 등의 계명은 다른 모든 계명과 같이 『남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는 이 한 마디에 총괄(總括)되었느니라. 一〇 사랑은 남에게 악을 행하지 아니하느니, 그러므로 사랑은 법을 온전히 준행함이니라.

【八~一〇】 모든 계명은 애주 애인하라는 계명에 다 포함되었다(코전 一三·一 이하 참조). 【九 이하】 모이세 二권 二〇·一三~一七, 五권 五·一七~二一, 三권 一九·一八, 말복 一〇·一九, 一二·三一, 루복 一八·二〇, 마복 七·一二, 요 一四·二〇 이하.


제 三 항 자기 자신에게 대한 본분

무릇 신자된 자 내세에 더 가까이 갈수록 신앙 생활에 있어서 온갖 무기력(無氣力)한 태도를 버리고 온갖 죄에서 점점 벗어나며, 그리스도교의 덕행을 가져 어두움의 권을 거슬러 자신을 방호(防護)할 것이다.

一一 이는 (너희가) 때를 바로 인식하여야 될 것이니, 대저 너희가 잠에서 깰 시간은 이미 왔느니라. 대저 우리가 신앙하기 시작한 때보다 이제는 우리 구원이 더 가까이 왔느니라. 一二 밤은 이미 새어가고 날이 가까왔도다. 그런즉 우리는 어두움의 행실을 버리고 빛의 갑주(甲冑)를 입을지어다. 一三 우리는 백주(白晝)에 (행하기에 합당한 것과) 같이 단정한 태도를 취하여, 폭식(暴食)과 대취(大醉)와 음탕과 방종(放縱)과 쟁론과 질투에 (나아가지 말고) 一四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를 입을지어다. 그리고 정욕이 충동되도록 육체를 섬기지 말지니라.

【一一】 이제는 죄와 냉담함의 잠에서 깰 시간이 왔으니, 대저 『구원』, 곧 영복이 가까왔음이다. 【一二】 『밤』-그리스도의 재림 전 시대. 【一二~一三】 『어두움의 행실』-곧 죄악과 허물. 『빛의 무기』-그리스도교의 덕행(에페 六·一一 참조). 【一四】 『예수 그리스도를 입는다』-그 모든 사언행위에 있어 주 그리스도를 본보기로 삼아 저를 될 수 있는데까지 따라가라는 말이다(갈라 三·二七).


제 四 항 신앙이 약한 신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① 몰인정함과 불의한 판단을 경계하심

제十四장[편집]

신앙이 약한 자 있으면 그의 견해(見解)를 악평(惡評)하지 말고 저를 대할지어다. 어떤 이는 모든 것을 먹어도 가하다 믿는데, 약한 이는 채소(만) 먹느니라, (모든 것을 다) 먹는 자는 (모든 것을 다) 먹지 아니하는 자를 업신여기지 말 것이요, [모든 것을 다] 먹지 아니하는 자는 (모든 것을 다) 먹는 자를 판단하지 말지니라. 대저 천주께서 (모든 것을 먹는) 저를 받아들이셨음이니라. 너는 누구이길래 남의 종을 판단하느냐? 저는 서든지 넘어지든지 다 제 주인을 위하여 하느니라. 저는 서 있으리니, 대저 주 저를 서 있게 하시기에 넉넉히 능하시니라. 어떤 이는 어떤 날을 다른 날보다 중히 여기고, 다른 이는 모든 날을 동일하게 보느니, 각자는 자기의 확신하는 대로 행할 것이로다. 어떤 날을 더 중히 여기는 자는 주를 (섬기기) 위하여 더 중히 여기고, (모든 것을 다) 먹는 이는 주를 (섬기기) 위하여 먹느니, 대저 저는 이렇게 하면서 천주께 감사하느니라. (모든 것을 다)먹지 아니하는 이는 주를 (섬기기) 위하여 (모든 것을 다) 먹지 아니하느니, 저 역시 이렇게 하면서 천주께 감사하느니라. 대저 우리 중에 아무도 자기 자신을 위하여 사는 자 없고, 아무도 자기 자신을 위하여 죽는 자 없느니라. 대저 우리가 사는 것도 주를 위하여 살고, 죽는 것도 주를 위하여 죽는 연고니라. 그러므로 우리는 사나 죽으나 주께 속하여 있느니라. 대저 그리스도 죽으셨다가 부활하신 것은 죽은 이와 산 이를 다스리시기를 위하심이니, 一〇 너는 어찌하여 네 형제를 판단하느냐, 혹 어찌하여 네 형제를 업신여기느냐? 우리는 다 (심판하실) 천주의 법정(法廷)에 나아갈 것이어늘 ―. 一一 대저 기록되었으되, 『주 가라사대, 나 생활하듯이 나의 맹서하는 바가 확실하니, 모든 무릎은 내 앞에 꿇을 것이요, 모든 혀는 천주를 찬양하리로다』(이사이아 四五·二四) 하였음이니라. 一二 그런즉 우리는 천주께 각각 자기 셈을 바치리로다.

【一~一二】 바오로께서는 신자들을 그 신앙에 의지하여 두 가지로 구별하시니, 곧 그 견고한 자가 하나이요, 또한 약한 자 혹은 답답한 자가 하나이다. 그런데 약한 자―그의 대부분은 유데아교에서 귀화한 자들이다―들은 구약 법률의 어떤 외면적 규칙만을 엄숙하게 준수하기에 급급(汲汲)하였다. 저들은 그 때까지도 구약에 규정된 어떤 절기(節氣)를 거룩하게 지내었으며(五), 또한 고기나 포도주를 먹는 데 있어서도 그런 것을 가게(店鋪)에서 사다가는 혹 속아서 우상에게 제헌되었던 고기나 포도주를 사게 되지나 않을까 하여―우상에게 제헌되었던 음식은 먹지 못하는 법령(法令)이 있었기 때문이다―고기나 포도주를 조금도 먹지 아니하였다(二, 三). 그리고 여기에서 말한 견고한 자들은 구약 시대의 법률을 지키지 아니하는 점이 많았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히 로마 교회 내에 있어서 불의한 판단의 원인이 되었으며, 또한 상호간 사랑을 성글게 하였다. 그러므로 바오로께서는 이 폐단을 없애고자 노력하사, 먼저 모든 신자들의 불의한 상호 판결(相互判決)을 경계하신다(一~六). 약한 형제라고 결코 그는 네가 네 마음대로 판단할 수 있는 노예가 아니라, 오직 그의 주는 천주시며, 그리고 천주께서는 저가 서든지 넘어지든지, 곧 그 종이 자기 신앙에 대한 본분을 잘 준수하는지 아니하는지를 판단하실 것이다. 그런즉, 각자는 자기의 판단을 그 사언행위를 따라 자기를 판결하실 주께 온전히 맡길 것이다(七~一二).


② 악한 표양을 경계하심

一三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서로 판단하지 말지니라. 오히려 아무 형제에게도 부딪치게 하는 것과 걸려 넘어지게 하는 것을 주지 말기로 힘쓸지어다. 一四 나 주 예수 안에 알고 확신하느니, 본시 조촐치 않은 것이 없으며, 다만 조촐치 않을 것으로 여기는 자에게만 어떤 것이 조촐치 아니하니라. 一五 대저 네 형제를 음식 때문에 근심하게 한다면, 너는 이미 사랑을 따라 행하는 자가 아니니라. 네 음식으로 말미암아 저를 멸망케는 말지니, 그리스도 저를 위하여도 죽으셨음이니라. 一六 그런즉 너희들의 보배로 하여금 악담을 듣게는 말지니, 一七 대저 천주의 나라는 먹고 마심에 있지 아니하고, 오직 성신으로 말미암는 의화와 평화와 즐거움에 있느니라. 一八 대저 이 점에서 그리스도를 섬기는 자는 천주의 성의에 합하고 또한 사람에게도 유쾌한 것이니라. 一九 그런즉 우리는 평화와 상호적 건설(相互的建設)을 위하여 노력할지니라. 二〇 음식으로 인하여 천주의 업적(業績)을 파괴하지 말지어다. 모든 것이 조촐하나, 그러나 먹음으로 인하여 (남을) 걸려 넘어지게 하는 이에게는 죄니라. 二一 그래서 고기도 먹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고, 그 밖에 제 형제를 부딪치게 하여 (걸려 넘어져 약하게) 되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좋으니라. 二二 너의 가지는 확신을 천주 대전에 네 자신을 위하여 확보(確保)할지니라. 좋다고 생각하는 일에 양심의 의혹(疑惑)을 갖지 아니하는 자는 복되니라. 二三 이에 반하여 의심하면서 먹으면 그는 벌써 정죄되었으니, 이는 확신이 없이 행한 연고니라. 확신으로조차 말미암지 않은 것은 다 죄니라.

【一三~二三】 이 문제에 있어서 바오로께서는 네 형제에게 악한 표양을 주지 말라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셨다. 참된 사랑을 가졌다면, 만일에 자기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약한 형제가 그 영혼에 해를 받을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우리는 모름지기 우리 자유를 억누를 것이다. 【一九~二〇】 『천주의 업적』-곧 같이 사는 신자요 또 혹은 그 신자 안에 천주께로 말미암아 건설된 영신적 성총의 건물이다. 【二一】 『부딪치게 아니 하는』-본시 능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 할지라도 남을 넘어지게 하지 아니하기 위하여 아니 먹는 것은 좋은 일이니라(코전 八·三). 【二二~二三】 『확신』-모든 것이 깨끗하다고 하는 양심의 판결. 사람은 항상 그 양심의 판결을 따라갈 것이다.


③ 약한 자들을 인내로써 대하라

제十五장[편집]

우리 강한 자들은 강하지 못한 자들의 약점을 참아야 할 것이니, 우리 좋을 대로만 하여서는 아니 되리라. 우리는 각각 남을 선에 진보시키고 건설되게 하기 위하여 저를 기쁘게 할지니라. 대저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좋을 대로만 아니 하시고 오직 『내게 악담하는 자의 악담이 내게 떨어졌도다』(성영 六八·一〇) 하고 기록된 말씀대로 하시니라. 대저 이미 (성경에) 기록된 바는 다 우리를 가르치기 위하여 기록된 것이니, 우리로 하여금 성경에서 인내와 안위를 받아 희망을 보존하기 위함이니라. 원컨대 인내와 안위의 천주 너희를 그리스도 예수의 (성의를) 따라 합심케 하사, 써, 한 마음과 한 입으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신 천주를 현양케 하실지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 천주의 영광을 위하여 너희를 돌아보신 것같이 너희도 서로 돌아볼지어다. 대저 나 말하노니, 그리스도는 천주의 진실하심을 인하여 조상들에게 허락하신 바를 채우시기 위하여 유데아인의 종이 되셨으나, 외교인들은 저의 자비를 인하여 천주를 현양하느니, 대저 기록되었으되, 『이러므로 [주여], 나 외교 백성 중에서 너를 찬미하며, 네 이름을 찬양하리로다』(성영 一七·五〇) 하니라. 一〇 또 이르되, 『외교인들아, 저의 백성과 한가지로 즐거워하라』(모이세 五권 三二·四三) 하였으며, 一一 또한 『모든 외교 백성들아, 주을 찬송하며, 만민들아, 저를 찬양할지어다』(성영 一一六·一) 하였도다. 一二 이사이아도 또한 이르되, 『옛세에서 순이 돋아 외교 백성들을 다스릴 자로 일어나시리니, 외교인들은 저를 바라리라』(이사이아 一一·一〇) 하였느니라. 一三 원컨대 희망의 천주, 신앙으로 말미암는 모든 기쁨과 평화로 너희를 채우사, 너희로 하여금 희망에 있어 성신의 (주시는) 능력을 인하여 넘치게 하실지어다.

【一~一三】 마침내 바오로께서는, 모든 이가 약한 신자를 대함에 주 그리스도의 표양을 따라 인내를 가질 것이며, 또한 서로 합심하기를 권면하신다. 【三】 그리스도께서 온갖 『악담』을 받으심은 우리를 구속하시기 위하심이었다. 【四】 성경은 천주의 말씀이신만큼 우리는 그 교훈에서 용기와 안위를 얻을 것이며, 또한 영원한 상급에 대한 희망을 우리 마음 속에 보전케 된다. 【八~一二】 예수 그리스도께서 유데아인의 종이 되셨다는 말씀은 곧, 예수 그리스도께서 유데아인들에게 당신 교리를 설교하시고 당신 성총을 베푸시고자 수고하셨다는 말씀이다. 저 유데아인들은 천주께서 진실하시고 또한 충실하신 자로 나타나시기 위하여 마치게 된 약속을 받은 자들이다. 그러므로 귀화한 유데아인들은 천주의 충실하심과 진실하심을 참 마음으로 찬미하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외교에서 귀화한 자들은 다만 천주의 자비하심을 인하여 천국의 신민이 될 성소를 받은 만큼 그들은 특히 천주의 자비하심을 현양한다.


서간의 종결 = 개인적 보고(報告) =

① 변명과 서간의 동기

一四 내 형제들아, 내 자신은 너희들에게 대하여 너희 사상이 전혀 선량하고 온갖 인식이 풍부하여져 능히 서로 권유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노라. 一五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형제들아], 나 어느 정도까지 거리낌이 없이 너희들에게 편지를 씀은, 천주께로부터 나에게 내려 주신 성총(=종도직)을 인하여 너희로 하여금 몇 가지를 회상(回想)하게 하고자 함이니라. 一六 대저 이는 나 외교인들을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의 일군이 되고 천주의 복음을 거룩하게 섬겨야 함은, 이 외교인들로 하여금 성신으로 성화(聖化)되어 성의에 흡합한 제물이 되기를 위함이니라. 一七 그러므로 나 그리스도 예수 안에 천주를 위한 (내 봉사를) 가히 자랑하느니, 一八 대저 그리스도 나로 말미암아 외교인들을 복종시키고자 하사, 말씀과 행실, 一九 기사(奇事)와 기적(奇蹟)의 권력과 또한 성신의 (주시는) 능력으로 말미암아 행하지 아니하신 바는 나 감히 말하지 않으려 하노라. 이같이 예루살렘에서부터 일리리코까지 두루 다녀 그리스도께 대한 복음을 온전히 전하였노라. 二〇 그러나 이렇게 하면서 나는 그리스도의 이름이 이미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복음을 전하는 것으로 내 영광을 삼았느니, 이는 나 남의 기초 위에 건설하고자 아니 하고, 二一 오직 『저에게 대하여 아무 소식도 듣지 못한 자들이 저를 볼 것이요, 저에게 대하여 아무 것도 듣지 못한 자들이 저를 알리로다』(이사이아 五二·一五) 하신 성경 말씀과 같이 하고자 함이니라.

【一四~二一】 바오로께서는 이 서간 중에 거리낌 없이 말씀하신 것을, 당신이 그리스도의 종도라는 사실로써 증명하시고, 또한 당신 전교 사업에 대하여 보고하신다. 【一九】 코후 一二·一二, 二·四 참조.


② 종도의 다음 여행의 예정

二二 이것이 나 너희들에게로 가려고 하는 데 있어 보통으로 가끔 방해가 되었느니라. 二三 그러나 지금은 이 지방에서 자리(=일터)를 얻지 못하였노라. 너희들에게 가는 것은 내 연래(年來)의 숙원(宿願)이매, 二四 이스파니아로 갈 때, 너희에게 들러 너희를 보고 위선 너희들과 교제함으로 즐긴 후 저 곳으로 향하여 너희 전송(餞送)을 받기를 희망하노라. 二五 그러나 나는 지금은 성도(=신자)들에게 봉사코자 예루살렘으로 가는 도중이로라. 二六 대저 마체도니아와 아카이아의 (신자들은) 예루살렘에 있는 성도들 중의 가난한 자들을 위하여 거금(醵金)하기로 결정하였느니라. 二七 저들이 이것을 결정하였음은 그들에게 (영신적으로) 빚진 자들이기 때문이니라. 대저 외교에서 귀화한 자들은 그들의 영신적 보화의 한 몫을 받았은즉, (그 대신에) 그들을 물질적(物質的) 보화로 부조(扶助)할 본분이 있느니라. 二八 그런즉 나 이 일을 마치고 그 결과(=의연금)를 그들에게 전하고는 이스파니아로 가는 도중에 너희들에게 들르리라. 二九 그런데 나 너희에게로 갈 때 그리스도의 (복음으로조차 나는) 풍성한 강복을 가지고 갈 것을 나 아노라. 三〇 내 형제들아, 오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또 (성)신으로부터 조차 오는 사랑을 인하여 너희들에게 간청하노니, 천주 대전에 너희 기구로써 나와 함께 싸우라. 三一 이는 나 유데아의 비신자 중에서 구원되기를 위함이며, 또 예루살렘을 위한 거금이 성도들의 마음에 맞기를 위함이니라. 三二 이에 나 천주의 의향이시면 즐거이 너희들에게 가서 너희와 한가지로 사귀는 즐거움을 누리리라. 三三 원컨대 평화의 천주 너희 모든 이와 한가지로 계실지어다. 아멘.

【二四】 로마 一·一一 이하 참조. 【二五】 종도 一九·二一, 코전 一六·四. 【二六】 코전 一六·一 이하, 코후 八·一 이하, 종도 二四·一七. 참조. 【二七】 『영신적 보화』-무엇보다도 유데아인에게 약속된 구속 성총과 구속의 열매이다. 【二九】 로마 一·一一. 【三〇】 『나와 함께 싸우라』함은 곧, 기구로 말미암아, 원수를 거슬러 싸우는 당신을 도와 달라는 말씀이시다. 【三一】 종도 二一·一七 이하 참조.


③ 추천과 인사

제十六장[편집]

우리 자매요 켄크레아 교회에서 근무하는 푀베를 너희에게 추천(推薦)하노니, 성도들을 위하여 적당한 대로 저를 주 안에 영접하며, 저 너희들의 조력을 구할 때에는 무슨 일을 막론하고 원조할지어다, 대저 저 많은 사람을 돕고 나도 도왔음이니라. 그리스도 예수 안에 나의 협력자인 프리스카와 아퀼라에게 문안할지어다. 저들은 나의 생명을 위하여서는 자기네의 신명(身命)이라도 아끼지 아니하였으니, (이에 대하여서는) 나 뿐 아니라 외교에서 귀화한 자들의 모든 교회가 저들에게 감사하는 바니라. 저들의 집에 있는 교회에도 (문안할지어다). 나의 사랑하는 에페네토에게 문안할지니, 저는 아시아(인)으로서 그리스도를 위한 첫 신자니라. 너희를 위하여 수고 많이 한 마리아에게 문안할지어다. 나의 동포여, 나와 함께 감옥에 갇혀 있던 안트로니코와 유니아에게 문안할지니, 저들은 종도들 중에 총애를 얻으며 또한 나보다 먼저 그리스도 안에 있었느니라. 주 안에 나의 사랑하는 암플리아토에게 문안할지어다. 그리스도 안에 우리 협력자인 울바노와 나의 사랑하는 스탁히스에게 문안할지어다. 一〇 그리스도 안에 시련(試鍊)된 아펠렌에게 문안하고, 아리스토볼로의 가족에게 문안할지어다. 一一 나의 동포인 헤로디온에게 문안할지어다. 주 안에 있는 나르킷소의 집에 있는 사람들에게 문안할지어다. 一二 주 안에 노고하는 트리페나와 트리포사에게 문안할지어다. 이미 주 안에 많은 수고를 한 사랑하는 페르시데에게 문안할지어다. 一三 주 안에 간택된 루포와, 그의 어머니요 또한 나의 어머니가 되는 이에게 문안할지어다. 一四 아싱그리토와 플레곤토와 헤르마와 파트로바와 헤르멘과 및 거기 있는 다른 형제들에게 문안할지어다. 一五 필롤로고와 율리아와 네레오와 그의 자매와 올림피아데와 및 저들과 함께 있는 모든 성도들에게 문안할지어다. 一六 거룩한 친구(=接吻)로써 서로 인사할지어다. 그리스도의 모든 교회가 너희에게 문안하느니라.

【一】 『푀베』는 코린토에 있는 켄크레아라는 교회에서 가난한 자와 병든 자들을 간호하는 이였다. 【三~四】 『프리스카』와 『아퀼라』에 대하여서는 종도 一八·二, 三, 一八, 二六 참조. 【五】 『집에 있는 교회』코전 一六·一九 주해 참조. 【一三】 『루포』는 말복 一五·二一에 기록된 시몬 시레네오라는 이의 아들이다.


④ 유설(謬設)을 제창하는 자와 미혹케 하는 자를 경계하라

一七 형제들아, 나 너희들에게 권면하노니, 너희의 배운 교리를 거슬러 분쟁(紛爭)과 악한 표양을 내는 자들을 너희는 피할지어다. 一八 대저 이런 자들은, 우리 주 그리스도를 섬기지 아니하고 자기 배(腹)를 섬기며, 감언이설(甘言利說)로써 순직한 사람들의 마음을 미혹케 하느니라. 一九 너희들의 순명함이 모든 이에게 알려졌으며, 나 너희에게 대하여 기뻐하노라. 그러나 너희들이 선에 있어서는 정통(精通)하고 악에 있어서는 질박하기를 나 원하노라. 二〇 평화의 천주께서는 곧 사탄을 너희 발 아래 분쇄(粉碎)하시리로다. 원컨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성총이 너희와 한가지로 있어지이다.

⑤ 종도의 벗이 문안함

二一 나의 협력자 티모테오와, 나의 동포 루치오와 야손과 소시파테르 등이 너희에게 문안하는도다. 二二 이 서한(書翰)을 필기한 나 테르티오는 주 안에 너희에게 문안하노라. 二三 나와 및 온 교회의 숙소(宿所) 주인인 카이오가 너희에게 문안하며, 시 회계(市會計) 에라스도와 형제 과르토도 너희에게 문안하는도다. 二四 [원컨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성총이 너희 모든 이와 한가지로 있어지이다. 아멘]

【一八】 코후 一一·二〇, 티토 一·一〇. 【二〇】 『유설을 제창하는 자』는 사탄의 동료와 일군이니, 그 유설 제창자를 이기는 것은 곧 사탄에게 대한 승리인 것이다. 이러한 승리를 바오로께서는 당신 신자들을 위하여 기원하신다. 【二三】 코전 一·一四 참조.


⑥ 천주를 찬송함

二五 나의 복음과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설교를 의지하여, 무시로부터 감추여 있던 신비의 계시를 따라, 二六 너희를 능히 견고케 하시는 저(=천주)에게, ― 그러나 지금에 와서 (그 신비는) 계시되었으며, 영원하신 천주의 훈명을 따라 만민을 신앙에 복종시키기 위하여 선지자들의 서책으로 말미암아 명시(明示)되었느니라 ― 二七 홀로 지혜로우신 천주이신 저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인하여 [찬미와] 영광이 무궁세에 있어지이다. 아멘.


< 로마서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