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조선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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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한 친구가 하나 있대서 걸핏하면 성천에를 가구가구 했습니다. 거기서 서도인 말이 얼마나 아름답다는 것을 깨쳤습니다.
들어 있는 여관 아이들이 손을 가리켜 '나가네'라고 그러는 소리를 듣고 '좋은 말이구나' 했습니다. 나같이 표표한 여객이야말로 '나가네'란 말에 딱 필적하는 것같이 회심의 음향이었습니다. 또 '눈깔사탕'을 '댕구알'이라고들 합니다. '눈깔사탕'의 깜찍스럽고 무미한 어감에 비하여 '댕구알'이 풍기는 해학적인 여운이 여간 구수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서 어서 하고 재촉할 제 '엉야―' 하고 콧소리를 내어서 좀 길게 끌어 잡아댕기는 풍속이 있으니 그것이 젊은 여인네인 경우에 눈이 스르르 감길 듯이 매력적입니다.
그러고는 지용의 시 어느 구절엔가 '검정콩 푸렁콩을 주마.' 하는 '푸렁' 소리가 언제도 말했지만 참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말솜씨입니다.
불초 이상은 말끝마다 참 참 소리가 많아 늘 듣는 이들의 웃음을 사는데 제 딴은 참 소리야말로 참 아름다운 화술인 줄 믿고 그러는 것이어늘 웃는 것은 참 이상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