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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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편전쟁(阿片戰爭)은 세계전사상에서 최악의 전쟁이다. 호랑(虎狼) 영국 백 년의 동아 침략과 착취의 계기는 실로 이 아편전쟁에서 발단된 것이며 지나와 지나인에게 아편 구입과 사용을 강요한 영국의 전인류적인 죄악은 홍콩(香港) 약탈에서 배가된 것이다. 영국인 그 자신들도 아편전쟁을 가지고 영구히 지워 버릴 수 없는 오점을 영국사상에 새겨 놓은 것이라고 한탄하였다. 이 동아 침략의 아성 홍콩이 작년 십이월 이십오일 용맹과감한 황군(皇軍)에게 괴멸된 것을 기회로 본지는 거장 동인(東仁)의 붓을 빌어 이 세계 최대의 죄악사를 독자 제씨 앞에 전개시키려 하는 것이다.

아부용(阿芙蓉)[편집]

아침해가 동녘으로 떠오르고 시가는 새날의 활동을 시작하였다. 물건을 사라고 외치고 고함지르는 이 나라 특유의 번화성은 이 나라를 대표하는 무역 도시인 대광동(大廣東)의 번창을 자랑하는 듯 세상이 떠나갈 듯 소잔스러웠다.

이 활동의 거리, 소란의 시가를 뚫고 헤치며 진내련(陳奈連)이는 걸음을 빨리하여 사람들을 헤치며 마구 치며 붇드리며 광주로(廣州路)를 달음박질하다시피 북쪽으로 갔다. 거의 귀덕문(歸德門)까지 이르러서 서쪽으로 뻗은 약간 좁은 길이 있다. 내련이는 그 길로 들어섰다.

아직껏 길 걷기에 바쁘기 때문에 좌우를 살피지 못하고 오다가 목적지까지 이르러서 비로소 좌우를 살피며 목적한 집으로 몸을 돌이키려 하였다 그러나 돌이키려다가 다시 앞을 향하여 걸었다.

좀더 가면 네길 어름길이 있다. 거기서 왼편으로 꺾이면서 곁눈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아직 서 있다. 그가 들어가려던 집 앞에는 순포(巡捕) 두 명이 서 있다.

순포가 서 있으므로 그 집으로는 못 들어가고 필요 없는 길을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여기까지 오노라면 순포도 자기의 갈 길을 갈 것이라 알았다. 순포가 그 집 (내련이가 목적했던) 앞에서 다른 데로 옮기면, 내련이는 다시 돌아서서 본시 목적했던 집으로 가려던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매 순포는 그냥 그 자리에서 있는 것이었다.

「제길 !」

혀를 차며 순포를 저주하였다.

—저 순포는 저 갈 길이나 갈 것이지 무엇하러 망두석 같이 우두커니 서 있담. 할일 없거든 어디든 자빠져서 낮잠이나 잘 것이지 싱거운 자식 같으니 — 필요 없는 길을 왼쪽으로 한 이십 집 갔다 다시 돌아섰다. 돌아서서는 지금 지나온 길을 다시 더듬었다. 더듬으면서 다시 네길 어름에서 그 집을 곁눈으로 보았다.

그냥 서 있다. 의심이 문득 갔다.

순포는 일없이 서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집을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네길 어름을 이번은 남쪽으로 한 이십여 집 갔다. 거기서 다시 돌아섰다. 북쪽으로 가면서 다시 곁눈질해 보았다. 그냥 서 있는 것이었다. 더욱이 그 집을 손가락질하며 저희끼리 무엇이라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아서, 순포들은 그 집을 감시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였다. 기가 막혔다. 숨이 턱에 닿기까지 이 집을 향해 달려왔거늘 이 집은 순포가 지키고 있단 말인가? 마음은 여간 조급하지 않은데 인젠 어떻게 해야 할지 거취는 얼른 생각나지 않았다.

연장(煙莊)을 찾아왔던 것이다. 아편연에 중독이 된 그는 아편연을 먹고 나지 않으면 이날의 사무에 손댈 기력이 없는 것이다. 이튿날 아침에 쓸 아편은 늘 끊이지 않고 준비해 두고 하였는데, 불행 어젯밤에 친구가 찾아와서 오늘 아침에 쓸 아편을 어젯밤에 그 친구와 함께 죄다 피워 버린 것이었다.

오늘 아침 일찍이 이 연장으로 찾아와서 얼른 몇 대 피우고 돌아가려던 것이었다. 그랬는데 이 집 앞을 순포가 지키고 있는 것이다.

아편은 국법으로 판매와 연장 영업이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아편에 대한 이익이 굉장하므로 영국인인 아편 무역상과 청국인인 소매업자 및 연장 영업자들은 국법을 무시하고 아편을 굉장히 많이 수입 판매하였다. 그리고 그 이익이 굉장하니만치 관헌에 뇌물도 후히 했고 관리들도 이 마약에 중독된 자가 많으니 국법이 그다지 유효하게 시행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북경의 중앙정부에서는, 첫째로는 국민 보건상, 둘째로는 아편을 사기 위해서 청국 정화(正貨)가 외국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지방 관헌에게 아편 취체를 엄히 하라는 지령이 나날이 더 급했다.

그 때문에 이즈음은 꽤 취체가 엄하게 되었다. 더욱이 아편 무역의 중심지요 근원지인 광동에 안찰사(按察使)로 온 진구(陳九=내련이의 아버지〉는 꽤 아편에 대하여 단호한 수단을 취했기 때문에, 광동 시내에서의 아편 판매는 모두 지하 행동으로 되어 버리고 연장도 대개 폐쇄되어서 시내에서의 판매며 연장 경영은 좀 어렵게 되었다. 그 가운데서도 아편 매매는 비밀리에나마 적지 않게 거래되었지만 연장 경영은 썩 어려웠다. 내련이가 아는 한계 안에서는 이 광동시의 남쪽 끝 귀덕문 안에 있는 집 하나와 북쪽 끝인 용왕묘(龍王廟) 근처에 있는 집 서넛뿐이었다. 내련이가 거주하고 있는 안찰아문(按察衙門)에서 따져서 귀덕문 안이 용왕묘 근처보다 약간 가까웠다. 한 순시라도 연장에 빨리 들어서기 위해서 내련이는 귀덕문 안으로 달려갔던 것이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애당초에 용왕묘로 향하였을 것을 이제 다시 돌아서서 용왕묘까지 갈 일이 아득하였다. 맥이 쑥 빠져서 한 걸음을 걷기가 싫었다. 용왕묘 근처에는 연장이 서너 집이나 있으니 혹 이 집이 감시되어 있으면 저 집으로 다음 집을 구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편중독자 특유의 기분—아편을 구하려다가 못 구한 때에 느끼는 실망, 낙담, 노염, 불쾌 등을 마음껏 느끼며 내련이는 용왕묘 근처를 목표로 다시 돌아섰다. 더욱이 어서 돌아가서 시치미 뚝 떼고 아버님께 아침 문안을 드리지 않으면 안될 것이 더욱 마음이 급했다.

아버지도 무론 아들이 그것을 가까이하는 것을 짐작한다. 들키기도 네 번이나 하였다. 처음 두 번은 꾸중으로 끝나고 세 번째는 벌을 받았고 네 번째는 엄벌을 받았다. 그뒤로는 내련이도 꽤 삼가 비밀히 해서 다시는 들키지를 않았지만, 아주 끊으리라고는 아버님도 안 믿는다. 다시 들키지 않았으니 무사하지만 이제 들켰다가는 무슨 벌이 내릴지 모른다. 아버님이 기침하시기 전에 얼른 귀덕문 안을 다녀 시치미를 떼고 안찰아문으로 돌아가 아버님께 아침 문안을 드리려던 내련이는, 이 홀연히 없어진 연장 때문에 불쾌와 노염의 극에 달하였다. 맥 빠지고 급한 걸음을 돌이켰다.

용왕묘를 향하여— 맥 없으나 조금한 걸음을 오륙십 보 옮겼을 때였다.

내련이는 무엇에 발이 걸려서 하마터면 넘어질 뻔하였다. 칵 성이 났지만 돌아보기도 귀찮아서 그냥 다시 걸음을 떼려할 때에,

「진서방님 !」

작은 소리로 자기를 찾는다. 자기에게 발을 걸어 넘어질 뻔하게 한 사람이 자기를 찾는 것이었다. 찾기만 하고는 그냥 모른 체하고 그냥 앞으로 간다.

그러나 내련이는 그의 뒷모양으로 그가 누구인지를 알아보았다. 거렁뱅이 같은 행색을 한 그자는 분명히 연장에 있던 접객자였다. 말없이 자기는 가지만 분명 나를 따라오라는 뜻이었다. 순간 지금껏 우울하고 불쾌하던 내련이의 마음은 확 틔어 그의 무겁던 발걸음은 경쾌해졌다.

몇 골목을 돌고 빠지고 하였다. 내련이는 (자취 잃지 않으리만큼 뒤떨어져서) 따라갔다. 이리하여 몇 골목 지나서 그사람은 어떤 남루한 집으로 뒤도 안 돌아보고 쑥 들어갔다. 내련이는 그 집 앞을 모른 체하고 몇 집 더 지나가서 한번 사면을 살핀 뒤에 다시 돌아서서 그 사람이 들어간 집으로 들어갔다. 쑥 들어서서 보매 이런 집 첫방에 으레있는 더러운 방이 있고, 그 방에서 두꺼운 장을 드리운 다음 방에 사람들의 소리가 새어 들린다. 내련이는 서슴지 않고 휘장을 들치고 그 안으로 들어섰다. 동시에 구수한 아편 특유의 냄새가 물컥 코를 찔렀다.

반각경쯤 뒤에 내련이는 그 집에서 나왔다. 매눈같이 밝은 아버님께 눈치 안 채이려고 자그마치 피웠다.

한동안 피울 것까지 애전에 사가지고 나왔다.

동시에 이즈음 차차 심하게 느껴가는 불쾌감 때문에 그는 낯을 깊이 가슴에 묻었다. 이 망국적인 약에 중독되기 때문에 이 약과 아주 떠나서는 살 수가 없다. 이 약의 기운이 몰릴 때는 온갖 양심, 체면, 모두 없어지고 오직 마음은 그리로 달려가는 뿐이었다. 그러나 이 약이 몸에 알맞게 들어가서 육체적인 고통이 덜해지면 그땐부터는 마음의 고통, 양심의 고통이 일어나는 것이다.

우연히 장난삼아— 호귀한 집 도령으로 일종의 유희도락으로 시작한 이 노릇이 오늘은 여기 사로잡혀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대갓집 교양 높은 젊은이로서의 양심은 아직 아주 망하지 않은 그는, 이 약을 쓰기 때문에 자기의 장래가 어떻게 될지 뻔히 안다.

오늘날 이 나라 국민의 태반이 이 약에 사로잡혔다.

벌써 아주 망한 자도 부지기수요, 절반만치 망한 자, 혹은 아직은 채 망하지 않았지만, 사로잡혔기 때문에 분명히 망할 자— 이 약은 놀랍게 이 나라에 침입되었다.

자기는 아직은 망치지는 않않지만 사로잡혔으니 망한 것이나 일반이었다. 인에 몰려서 오금이 마비되어 올 때는 양심, 염치 다 무시하고 그리로 달려가지만, 육체적인 고통이 경감되면 양심의 고통이 지극하고 하였다.

이 약을 모를 때는 자기는 명문집 교양 있는 자제로 구만리 같은 전도는 오직 명랑하고 희망으로만 찼더니 지금은 어떠한가?

도대체 너무도 앞길이 암담하기 때문에 장래사라는 것을 생각해 볼 용기조차 없다. 그렇게 명랑하고 희망으로 찼던 장래라는 것을 다시는 생각해 보기조차 싫었다.

무섭고 진저리나는 원수스러운 그 약이지만, 이 원수를 거절할 수 없는 자기의 신세가 민망하다기보다 밉고 저주스러웠다. 자기를 이해하고 비판할 만한 교양을 가진 자기로서 스스로 이 약의 해독을 생각해 보고 끊어 보려고도 노력해 보았지만, 그 몇 번은 매번 실패만 거듭한 자기였다. 남보다 곱 되는 자존심을 갖고 자기의 과단성, 결단력에 대해서도 충분한 자신을 가진 자기였었지만, 이 약에 대해서만은 자존심도 과단성도 쓸 데가 없이 굳게 먹었던 결심도 (스스로 꺾이는 줄 모르면서) 꺾어져 버리고 말았다. 이 약을 구하기 위해서는 보잘것없는 장사치 — 더욱이 자기가 자기의 직권으로 처벌해야 할 간상배에게까지 머리를 숙여 약을 간구하는 자기였다. 아버님인 안찰사가 황명을 받잡고 간상배들을 탄압할 때에, 자기는 도리어 간상배들이 없어지면 약은 어디서 구할까 하고 근심까지 하도록 비열해졌다.

스스로 돌아보아 가슴 아프기 한량없는 자기의 신세 —인제는 신체 조직상 병신이 되어, 그 약이 생각날 때는 아무 다른 생각 못하고 허덕허덕 말려 가지만, 그 마약이 몸에 들어가 임시로나마 욕구망이 덜해지면 양심의 고통은 막대하였다. 쓰리고 괴로운 마음을 붙안고 안찰아문에까지 돌아왔다. 내아로 들어가서 아버님께 아침 문안을 드려야할 일이 가슴 저리었다.

매눈같이 밝은 아버님께 들키지 않으려고 자그마치 쓰기는 썼지만 그래도 송구스러웠다.

내아에 들어서서 아버님께 인사를 드렸다. 아버지는 힐끗 아들을 쳐다보았다.

「어디 갔었느냐 ?」

「네— 친구들과 조반을 먹기로 약속해서 잠깐 —」

예사롭고 당연한 물음이었지만 무슨 심문을 받는 것 같았다.

「조반을 먹었으면 외아로 먼저 나가 보아라.」

「네……」

아버님의 아래서 부안찰의 직책을 맡아 보는 내련이는 조반도 못 먹은 채 외아로 나왔다. 막하 관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제자리에 가 앉았다.

무슨 품청(稟請)을 하려 뜰 아래 기다리고 있는 백성들은 여기 한 패 저기 한 패씩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 안에 가장 먼저 눈에 뜨인 것은 한 외국인의 큰 몸집이었다. 고오혼(외국인 관계의 지정 무역상)과 함께 서 있는 서양인은 모리손(毛利孫)이라는 영국 상인으로 이 광동에서 크게 아편 무역을 하는 사람이었다.

영국인 아편 수입상은 고오혼을 통하여서 청국인 아편 무역상과 새 무역을 할 수 있으므로, 아편 수요자에 지나지 못하는 내련이는 개인적으로는 모리손과 면분이 없다. 무슨 품청을 하러 안찰아문에 흔히 오고 하므로 자연 알아진 것이었다. 처음에는 부안찰인 내련이는 그들을 접견해 보고 혹은 그들에 관한 사무도 맡아 보았지만, 내련이가 아편을 사용하는 것이 드러난 뒤부터는 아버님께 그들 응대하는 권한을 금지당하였다. 내련이를 보고 인사드리는 고오흔과 모리손을 내련은 모른 체 해버릴 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자기가 처리할 권한이 있는 용무만 차례로 보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아버님이 나왔다. 좌정하자 하인은 무슨 물품(종이로 싼 것으로 사면 두 치쯤 되는)을 갖다 당상에 바쳤다. 그리고는 고오혼 상인과 모리손이 제일 먼저 와서 기다린다는 뜻을 아뢰었다.

「그 다음은 누구냐?」

아버님은 분명 모리손의 뇌물인 듯한 물품을 탁자의 한편 모퉁이로 밀어 치우며 물었다. —역시 고오흔이나 모리손에 뇌물을 받은 듯한 하인은,

「고오흔 상인과 모리손이 가장—」

다시 고오흔과 모리손을 앞장세우려 할 때 안찰사는,

「나는 그 다음이 누구냐 물었다.」

크지는 않으나 왜 엄격한 소리로 분부하였다. 여러 품청인들을 차례로 인견하였다. 그러나 고오흔과 모리 손은 그냥 버려 두었다. 고오혼은 누차 하인에게 채근을 하는 모양이었지만 안찰사는 그들을 부르지 않았다. 고오흔 상인이 안찰아문에 바친 괘종은 열 시를 치고 열 한 시를 쳤었다. 아침에 폭주되었던 사무도 좀 춥다고 마지막에는 고오흔과 영인의 단 두 사람이 뜰아래 기다리고 있게 되었다. 인제야 만나 줄 테지 하여 그들은 다시 하인에게 인견 재촉을 하는 모앙이었으나, 안찰사는 못 들은 체하고 이편 하관들에게 돌아앉아서 한담을 하기 시작하였다. 시절은 겨울이라 하지만 아열대의 폭양 아래 한나절을 기다리고 그리고도 안찰사를 못 본 모리손은 고오혼에게 대하여 강경히 담판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고오혼인들 안찰사가 만나지 않으려는 것을 어찌하랴.

이윽고 오정도 지났다.

그때 안찰사는 비로소 아까 하인이 바친(모리손의 뇌물인 듯한) 물품을 끌어 집었다. 집어서 앞뒤 위아래를 한 번 돌리며 검찰한 뒤에 획 뜰을 향해 내어던졌다.

「쓸어다 버려라.」

아연하여 쳐다보는 고오혼이며 모리손에게는 얼굴도 향하지 않고 이렇게 분부하였다. 그리고는 몸을 일으켜 내아로 들어가 버렸다.

안찰사가 사무를 보는 것은 오전뿐이다. 그 다음은 안찰사는 들어가고 하료들이 잔무처리를 하는 것이었다.

안찰아문의 뜰에는 고오흔과 모리손과 및 내어던진 뇌물이 아열대의 폭양 아래 쬐어있을 뿐이었다. 고오 혼과 모리손의 사이에는 무슨 논쟁까지 벌어지는 모양이었다. 그것을 보면서 내련이도 몸을 일으켜 내아로 들어왔다.

시장하기 때문이었다. 두 가지가 시장하였다. 조반도 못 먹은 그이매 음식의 시장증도 느꼈다. 그러나 아편이 더욱 시장하였다. 아버님께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하여 부족하게 썼던 아편은 벌써 다 사라져서 아편 욕구심은 맹렬하였다.

자취를 감추어 가지고 제 방으로 들어온 내련이는 골방 안으로 몸을 감추었다. 좀 뒤에는 골방 문틈으로는 아편의 연기가 몰칵몰칵 새어나왔다.

「되련님, 되련님 !」

흔드는 바람에 내련이는 펄떡 깨었다. 할멈이 와서 흔드는 것이었다.

「도련님. 대방 마님도 벌써 기침을 하셨는데 이게 무슨 잠이셔요?」

세상에서는 그를 서방님이라 부르나, 늙은 할멈은 아직 그냥 도련님이라 부르니만치 사실에 있어서 내련은 아직 장가를 안 들었다. 지금은 낙향하여 한가한 여생을 보내는 황한림 댁 소저와 정혼은 했지만 아직 혼례는 안했으니 사실에 있어서는 도련님이다.

내련이는 할멈이 가지고 온 새 옷을 갈아 입었다.

오늘은 정월 초하루(도광 19년—서력 1839년) 일찍 깨어서 몇 군데 세배를 가야할 것이었었는데, 어젯밤 친구들과 아편을 좀 지나치게 썼기 때문에 정신없이 늦잠을 잔 것이었다.

「할멈은 나가게.」

「어서 의대 차리셔요.」

「내 혼자 차릴께 나가.」

「그럼 손수물 곧 가져오리다.」

「손수물은 내가 부를 때 가져와.」

「어서 차리셔요.」

「알았어. 어서 나가게.」

어서 할멈을 쫓아내고 몇 대 피우지 않으면 안된다.

더욱이 어젯밤 과히 썼기 때문에 두통이 심하고 머리가 몽롱한 것은 어서 그 약으로 돌리지 않으면 안 된다.

할멈을 내쫓고는 곧 골방으로 들어갔다. 대개는 자기가 이 방을 나가기 전에는 누가 들어올 사람은 없겠지만 혹은 아버님이 자기를 감시하러 들어올는지 알 수 없다. 황황히 참기름 불을 켜고 아편을 구웠다.

능란한 솜씨 아래 우지지우지지 아편이 끓을 때에 거기서 나는 냄새에 내련이의 마음은 무한히 끓었다.

얼른얼른—그야말로 탐흡하였다. 아편 연기가 폐로 들어갈 때마다 각일각 아편의 기운이 퍼지는 것을 느끼면서 양심으로 여전한 고통을 느꼈다.

쾌감과 불쾌가 아울은 가운데서 네 대를 얼른 피우고 골방을 나와서 골방문 제켜 놓고 연기를 모두 흩어 없애고 비로소 소싯물을 불렀다.

그날 아버님께 문안드릴 때에 아버님은 이런 말을 하였다.

「금년에는 네 온갖 탈 다 쾌유되거라.」

내련이는 가슴이 선뜻하였다.

근년에 자기는 고뿔 한 번 앓은 일이 없다. 이런 자기에게 〈온갖 탈〉이라 하는 아버님의 뜻을 내련이로는 짐작이 갔다. 자기딴에는 비밀히 하느라고 했을지라도 아버님은 다 알고 계셨던 것이다.

아아, 이 고질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가 없는가? 아편을 내 나라에 퍼치는 영국인을 절대로 입국 금지를 하면 그 해독은 면해질 것이다. 이 땅에서도 운남, 복건 등지에 앵속 재배가 없는 바가 아니지만, 거기서 산출되는 분량으로는 대청국 사백 주에 약용으로만 쓰기에도 부족할지라, 영국인의 인도 아편 수입만 없으면 오락용—망국적 아편은 없어질 것이다. 국가적으로 보아서는 그것이 필요하고도 또 절실히 희망되는 바이지만 그것이 없어지면 자기는 어떻게 사는가? 그래도 제 정신 들고 제 양심 회복되었을 때는 (나 같은 인종은 없어지는 편이 낫다)고도 생각이 되지만, 그러나 그 약의 생각이 문득 나기만 하면 온갖 의지, 양심이 한꺼번에 부서지는 그 마약, 저주스러우면서도 거절할 수 없는 그 마약이었다.

아편이라는 것이 뻔히 마약인 줄 알면서도 그것을 오락이라 하여 첫번 발을 들여놓았던 자기가 원망스럽기 한량없었다. 동시에 그런 마약을 이 나라에 갖다 판 영국인의 행사가 괘씸하고 가증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 살—피부가 허여멀건 것의 잘 여물지 못한 것 같은 인종이라, 덕이며 품성도 발달되지 못한 미개 인종일 시 분명하니, 그런 인종들에게 도덕을 논하면 무엇하고 품성을 따지면 무엇하랴마는, 듣건대 그 인종들도 제 나라에서는 아편을 매매하지 않고 국법으로 금하는 바이라 한다. 국법으로까지 금한 것을 보면 그 인종들도 아편은 해로운 물건, 마약이라는 것을 잘 아는 모양이다. 그것을 가져다가 이 나라에 판다는 것은 아무리 상업이라는 권업을 존중하는 미개 인종의 행사라 할지라도 괘씸키 한량없고 간을 씹어도 시원치 않을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저 잘 여물지도 못한 미개 인종들이 비인도적 행사를 할지라도 내 나라에서 사주지 않았으면 무가내할 것이 아닌가. 남의 비인도적 행사를 원망하느니 자기의 어리석음을 먼저 책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발 땔 수 없이 거기 사로잡힌 내련이는 오직 자기를 원망할 밖에 도리가 없었다.

내련이는 집을 나섰다.

우선 아버님의 친구 몇 분께 세배를 돌았다. 그리고는 장래의 장인이 되는 황한림 댁으로 갔다.

장래의 사위—소년 준재로 이름 높은 내련이의 세배를 기쁜 듯이 받은 황한림은 세배를 받은 한순간 안색이 약간 변하였다. 네 안색이 왜 그리 나쁘냐는 질문이 나오려는 것을 정월 초하룻날 그런 질문을 할 수가 없어서 삼가는 모양이었다.

「안에서도 네가 오기를 기다린다. 들어가 보아라.」

「네 —」

안으로 들어가매 장모는 반가이 맞았다. 약혼자인 부용이는 얼굴을 약간 붉힐 뿐이었다.

장모의 분부로 젊은 남녀는 후원으로 들어갔다. 화단 앞의 정자에 들어가 마주앉았다. 건너보면 제 이름 맞추어 이슬 머금은 부용같은 이팔의 처녀는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고, 그러나 눈에는 환희의 빛을 띠고 아래로 굽어보고 있다. 최근 한동안은 만나지도 못한 사이였다. 차차 마약에 대한 욕구만 늘어감을 따라서 여인에 대한 흥미도 줄었거니와, 더욱이 내 몸은 인젠 망친 몸이라는 비통한 단념심을 품고 있는 내련이는 스스로 마음에 가책되어 그다지 약혼자도 찾지 못했던 것이다.

이슬을 머금은 부용꽃 같은 약혼자를 건너다볼 때에 내련이는 그 탐스러운 양 뺨에 향하여 무한 사죄하였다.

부용이는 제 약혼자인 이 내련이가 아편쟁이라는 불구자로 변한 것을 모르고, 다만 처녀적 공상과 환희만 느낄 것이다. 아아, 내 죄는 과하구나, 저를 맞아 다가 일생을 불쾌하고 적적하게 보내게 하랴, 혹은 파혼하여 버리랴. 무슨 사물에든 명석하고 분명한 생각을 가지지 못하는 아편중독자인 내련이는 망연히 그 탐스런 뺨을 건너다보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련이는 조금 의자를 끌어 부용의 가까이 나앉았다. 진실로 탐스러운 무르익은 처녀—놓치기도 아까웠으나 지금의 자기의 신상으로 그를 아내로 맞기는 더욱 죄송스러웠다.

「과세나 잘했어요 ?」

그 탐스러운 뺨을 들여다보다가 내련이는 이렇게 물었다. 부용이의 얼굴에는 홱 미소와 홍조가 스치고 지나갔다.

「과세 인사를 지금 하셔요?」

「아, 참!」

그만 하하 웃었다.

요 석 달 전만 해도 그때 새로 혼약한 그들은 이 정자에 마주앉아서 장래의 행복을 서로 토론하였다.

그때만 해도 내련이는 지금같이 심한 중독이 아니었다. 아직도 장래의 꿈을 생각하고 장래의 행복을 의논할 수가 있었다. 그랬거늘 지금은?

아아, 아아, 속으로 연해 탄식하였다.

「신색이 좀 나쁘셔요, 어디 편찮으셔요?」

아까 장인이 그에게 차마 못 묻던 말이었다. 철없음인지 혹은 장인보다 마음 쓰이기 때문인지 부용이는 이렇게 물었다.

「무얼, 구미도 좋고 기운도 좋고 아무렇지도 않은 걸.」

대답은 이렇게 했지만 마음은 쓰리었다.

「그래 부용이는 어떻소?」

「저요? 전 저 연못의 잉어같이 펄펄 뛰고 싶어요.」

「그거 큰 변이로군. 내가 낚시질을 배워야겠군, 잉어를 잡아 휘려면.」

「어제— 섣달 그믐날 일을 했어요. 작년철 마지막 일로 노동을……」

미소하였다.

「무슨 노동을 ?」

「땅을 파고 꽃을 심었어요. 어차피 난 못 볼 꽃이 지만.」

말하다가 홱 얼굴을 붉히고 말을 끊었다.

저 심은 꽃이 필 시절에는 나는 이 집 사람이 아니라 — 즉 당신의 아내라는 말을 무심중하다가 끊어 버렸다. 내련이는 그 끊은 의미를 알았다. 가슴이 아팠다.

이 꽃 피기 전에 이 아내를 맞을 것인가, 혹은 그때는 몸도 못 쓰도록 자리에 넘어질 것인가?

「무슨 꽃을 심었소?」

「부용꽃을—」

「오, 한 부용이 없어지매 부모님께 대신 부용을 드리고 자 심었구려 ?」

대답 없이 얼굴만 붉혔다.

「작년에도 심었었소 ?」

「네, 작년엔 아부용을—」

내련이는 칵 나오려던 질문을 입속에서 죽여 버렸다. 아부용은 앵속을 가리킴이었다. 앵속을 심었으면 그 앵속각을 집에 두었느냐 묻고 싶었다.

마음이 아팠다. 이런 때도 오직 마음을 그리로만 향하는 제 심사가 딱하였다. 저주받는 약이여 !

「부용꽃 못 보기가 아까우면 부용꽃 피었다 지기까지 기다립시다그려.」

부용이는 힐끗 내련이를 보았다. 누가 부용꽃 못 보는 게 한이랍디까? 하는 듯이 변명 하였다.

「북경은 지금 눈이 올 터인데 여기선 꽃을 심고— 우리 나라가 크기는 크군.」

「섬서엔 얼음이 한 자는 졌을걸요.」

아버지를 따라 섬서의 임지에는 가본 일이 있는 부용이었다.

「어디 귀히 살겠나 손금이나 봅시다.」

이 말에 부용이는 도리어 손을 뒤로 훔쳐버렸다.

「아, 좀 봅시다그려.」

「당신 손 보셔요.」

당신 귀히 되면 나도 귀히 됩니다—이 뜻을 머금은 말에 내련이는 머리를 숙이고말았다. 그리고 숙인 채로 눈을 굴려 화단을 보았다.

부용이가 부용꽃을 심고, 그리고도 그 꽃 못 볼 것을 기약하고 있는 이 화단, 이 화단에 지난 여름에는 아부용의 꽃이 만발하였던가 ?

즉 마약에 대한 욕구가 마음속에 문득 일었다. 이 생각만 일어나면 그뒤로는 걷잡을 수 없어 마음은 그리로 만 달음을 진맥해 보매, 텁텁하고 답답해 오는 것이 분명하였다.

이제는 어서 집으로 돌아가서 참기름 등잔에 불을 켜는 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그것을 구을 때에 나는 구수한 냄새가 지극히 그리웠다.

「아—아, ×한림 댁에도 세배를 가야겠군. 내 사랑으로 나가서 아버님께 인사를 드리고 곧장 갈 터인데 어머님께는 대신 말씀드려주.」

인제는 장모께 인사드리는 시간조차 아까웠다. 툭툭 무릎을 털며 일어섰다. 부용이도 뒤따라 일어섰다. 너무도 싱거운 회견에 부용이는 맥이 빠지는 모양이었다. 아까 손금을 보잘 때 손금이라도 보여 드릴걸. 아까운 듯이 뒤따라 일어서서 내련이의 뒤를 따랐다.

부용이는 안으로, 내련이는 밖으로 서로 작별하였다.

사랑으로 돌아와 보니 사랑 안에는 손님이라도 있는 모양으로 이야기 소리가 새어나왔다. 이것이 내련에게는 도리어 다행이었다. 내련이는 하인에게,

「손님이 계신 듯해서 뵙지 못하고 그냥 갑니다.」

는 뜻을 장인께 전하게 하고, 다시 불리기를 피하며 황급히 그 댁을 뛰쳐나왔다.

반각경쯤 뒤에는 그는 자기의 골방 속에 들어가 있는 자기를 발견하였다.

자연(紫烟)[편집]

「쾅, 쾅, 쾅.」

읅 읅 토하는 소리와 함께 올라뛰며 내리뛰며 신음 고민하는 소리는 이 방 밖에까지 빤히 들려온다.

대청국 흠차대신(欽差大臣) 임칙서(林則徐)는 호상(胡床)에 걸터앉아서 눈살을 잔뜩 찌푸리고 이 소란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1839년 청국 도광(道光) 19년 정월 초하루. 천하는 이 명절을 즐기노라고 풍악의 소리 자지러지고, 탕탕 울리는 매화포(梅花砲)의 소리 가운데서 새해를 경축하기에 바쁜 이 경사스러운 날에, 대신댁 한편 구석에서는 방금 죽어가는 듯한 신음소리가 울리는 것이었다.

대신은 오늘 아침 조하(朝賀)에 참예하여 천자께 새해의 문안을 드리고 퇴귈하는 참에 사랑에도 들르지 않고 조복(朝服)을 갈아입지도 않고 곧 이 후당(後堂)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후당에는 대신의 조카딸 매여(梅如)가 병석에 신음하고 있는 것이었다.

매여의 병이라 하는 것은 빤히 아는 병, 아편연 중독자인 매여가 아저씨 대신에게 감금되어 이틀째 아편을 가까이 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겨난 금단증상이었다.

한참을 호상에 걸터앉아 눈살을 잔뜩 찌푸리고 조카딸의 고민성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대신은 몸을 고요히 일으켰다. 그리고 이 대청과 조카딸의 방과의 사이에 막힌 장짓문을 방싯이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꽃으로 이르자면 바야흐로 피려는 봉오리같은 열 아홉 청춘, 머리털 한 올이 흩어졌을지라도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할 조카딸 매여의 지금의 꼬락서니는 이러하였다.

머리는 산산이 흩어지고 엉키어서 콩나물 광주리와 같이 되고, 스스로 고민하느라고 찢고 헤친 앞가슴에는 탐스러운 처녀의 맨살이 드러나 있고, 침과 콧물과 눈물로 덮인 얼굴은 누구인지 알아보기조차 어렵도록 참혹하게 되었으며, 자릿귀 방바닥 할것없이 토사물과 침과 코로써 발 들여놓을 자리까지 없도록 어지럽고 더러웠다.

병자의 예민한 신경은 방문이 열리는 것을 알아채었다. 엎디어 고민하던 매여가 고개를 들었다. 아저씨를 알아보았다. 순간 매여의 얼굴에는 거지와 같은 비루한 표정이 나타났다.

「아저씨 죽—죽겠어요. 한 포만, 반 포만이라도……」

말을 맺지 못하고 또 읅 하고 토한다.

아저씨 되는 대신의 얼굴에도 한순간 동정하는 표정이 나타났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는 추상 같은 엄한 분부가 내렸다.

「살아서 용처 없는 인생은 죽는 편이 낫느니라. 그 고통이 죽기보다도 어렵거든 도리어 죽어라.」

한마디 내어던지고는 죽는 듯이 신음하는 조카딸을 버려 두고 사랑으로 나왔다.

지난 섣달 임칙서가 도광황제의 특지(特志)로 흠차대신의 자리에 앉게 된 것은 아편에 대한 강한 탄압을 가하기 위해서였다.

본시 이 땅에 아편이 처음 수입된 것은 13세기경 아라비아 사람의 손에 의지해서였다.

그뒤 16, 7세기경 마닐라가 서반아 영토가 되면서 서반아인의 손으로 아편과 담배가 수입되고 화란인이 대마도의 주인이 되면서는 담배에 아편을 섞어서 빨아먹는 습관이 차차 널리 퍼졌다.

또 그뒤 포도아인이 이 나라 무역 우월권을 잡고 있던 18세기 기간은 포도아인의 손으로 아편이 수입되고 있었다. 물론 청국 정부서는 아편이 심신에 아울러 해로운 물건이라 하여 누차 금령을 내렸지만 도대체 수입되는 양이 일 년에 이백 상자 미만의 소량이라 탄압이 철저하지도 못했을 뿐더러, 또한 일단 아편에 인박힌 사람은 관헌의 금령으로써도 어찌할 수가 없어서 철저히 시행되지도 못하였다.

거대한 소비 시장에 대하여 서양인들의 경쟁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승리는 영국인에게로 돌아갔다. 거대한 소비 시장인 청국에 대하여 영국이 그 수출 수입의 우선권을 획득한 것이었다.

청국에 대한 수출 수입의 우선권을 획득한 영국은 먼저 자기네 나라의 산물로 청국에 수출할 만한 물건을 물색해 보았지만 그럴듯한 아무것도 없는 대신에, 청국에서 자기네 나라로 수입해야 할 물품은 차라, 비단이라, 각종 도자기라, 부지기수였다. 청국에서 사갈 것은 많았지만 청국에 팔 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이렇게 되면 영국의 재산은 끊임없이 청국으로 흘러 들어갈 뿐 회수할 도리는 없었다.

여기서 영국은 한 가지의 방책을 안출하였다. 영국의 영토인 인도에서 생산되는 아편을 청국에 갖다 팔자는 것이었다. 아편이라 하는 것은 그 성질상 한번 인박히면 나날이 분량이 늘어갈 뿐더러 강한 전파력을 가진 것이라, 청국의 아편 시장을 획득하기만 하면 영국은 한푼도 밑천을 안 들이고도 제나라에 필요한 청국 상품을 바꾸어 갈 수가 있을 뿐더러 막대한 차액까지도 긁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영국은 인도에 아편 재배를 장려하였다. 그 생산된 아편은 청국에 갖다 팔았다.

영국이 청국에 대한 수출입의 우선권을 획득한 처음에는, 청국에 수입되는 아편이 겨우 이백 상자 내외 이던 것이 삼 년 뒤에는 일천 상자로 뛰어오르고, 1790년에는 사천 상자라는 놀라운 숫자로 올라갔다.

청국 정부에서는 이 현상에 놀라서 금령을 엄히 하고 취체를 엄히 했지만 1830년경에는 삼만 상자를 넘게까지 되었다.

영국은 이 상전(商戰)에 있어서 완전히 승리하였다.

처음에는 단지 영국 상품을 보내고 청국 상품을 가져 가려던 —즉 물물교환을 하려던 것이 나중에는 다만 아편만 보내면 도리어 막대한 청국의 금과 은을 가져갈 수가 있게 되었다.

청국 정부의 금령, 취체, 탄압을 뚫고 그냥 아편을 청국으로 들여보내기 위해서는 영국은 별별 수단을 다 썼다. 무론 밀수입도 있었지만, 관헌에 뇌물하고 공공히 수입하며 혹은 대포로 위협하여 수입하는 등, 영국 본국에서도 식자간에는 비난의 소리가 높이 오를 만치 무리하고 부도덕한 짓을 수없이 하였다.

이러는 한편 영국 사람들은 때의 천자인 도광황제께도 좀 접근해 보려고 갖은 애를 다 써 보았다. 그러나 도광제의 꿋꿋한 성미는 온갖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영국인의 간악한 흉계를 꺾으려고 노심하였다. 그러나 시기는 이미 늦어서, 청국의 재상이라는 재상, 관원이라는 관원은 대개가 벌써 아편중독자가 됐거나 혹은 영국인의 뇌물에 매수된 인물뿐이었다.

도광제는 고르고 또 고른 끝에 드디어 한 인물을 발견하였다. 복주(福州) 사람으로 임칙서라는 현임(現任) 호광총독(湖廣總督)이었다.

대명은 즉시 임칙서에게 내렸다. 흠차대신이라는 중직을 임칙서에게 내린 뿐 아니라, 임칙서는 황제의 대신으로 어떠한 일이라도 할 수가 있으며 어떠한 처분이라도 할 수가 있는 최고 최대의 권한을 그에게 맡긴 것이었다. 이러한 강대한 권한은 청국이라는 나라가 생긴 이래 임칙서까지 단 세 사람이 잡아본 무한대의 권한이었다.

「경에게 이 대임을 맡기오.」

간곡한 이 부탁에 임칙서는 죽음으로써 황은에 보답하기를 맹세하였다. 때는 1838년 섣달이었다.

황제께 맹세는 하였다. 그러나 임칙서에게는 커다란 근심이 있었다. 현재 청국에서 일년간에 소비되는 아편은 막대한 수량으로서 영국인이 밀수입하는 사만여 상자와 국내에서 생산되는 몇만 상자로 말하자면 청국인의 대부분은 아편중독자 아닌 자가 없다. 분명히는 알지 못하지만, 일단 아편에 중독되었던 자로서 갑자기 아편 사용을 금지해 버리면 혹은 고통 때문에 죽지나 않는가? 만약 갑자기 아편을 메기 때문에 목숨까지도 끊어진다 하면 지금 청국서 갑자기 아편을 근절한다 하는 것은 청국 인종의 대부분을 죽여 버리는 것으로서, 이는 목민자(牧民者)의 입장으로든 인도적 입장으로든 또는 국가 존립의 입장으로든 차마 하지 못할 노릇이었다.

그러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 아편이라는 물건을 청국 안에서 없이하기 전에는 그 해독을 근절할 바이 없는데, 만약 아편이라는 것이 없어지기 때문에 중독자의 생명에 관계가 생긴다 하면 이 또한 못할 노릇이었다.

여기서 임칙서는 한 가지의 꾀를 얻었다. 임칙서에게는 매여라 하는 조카딸이 있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그의 지아비는 사천(四川)에 구실살이로 가 있기 때문에 홀아씨의 외로운 몸을 아저씨되는 임칙서의 집에 의탁하고 있었다.

홀아씨의 한가하고 외로운 몸은 어느덧 아편이라는 마약을 가까이하게 되어 지금은 심한 중독 상태의 몸이 되었다. 하도 엄격한 아저씨의 아래라 매여는 절대 비밀히 아편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그의 나날이 검푸러 가는 낯빛이며 여위어 가는 몸을 보아 임칙서는 벌써부터 눈치채었던 바였다. 다만 부모를 일찍 여의고 지아비조차 멀리 구실살이가 있는 가여운 신세를 생각하여 모른 체하고 있던 것뿐이었다.

임칙서는 이 조카딸을 시험대로 써 보려하였다. 부모를 일찍 여의었기 때문에 슬하에 데려다 기르니 만큼 친딸에 못하지 않게 귀여운 매여였다. 그러나 청국의 사억 민중의 운명을 위해서는 그를 희생하기를 결코 아끼지 않았다.

1838년, 도광 18년 섣달 스무 아흐렛날, 온 세상은 명절을 위하여 욱적하는 날, 임칙서의 명령을 받은 하인들은 지금 한창 아편의 꿈에 잠겨 있는 매여를 돌연히 후당에 감금하였다. 신임하는 계집종으로 그 방을 엄히지키게 하였다.

그날은 그래도 이렁저렁 무사히 지냈다. 그러나 이튿날 새벽부터는 후당에서는 소란이 전개되었다. 그 방을 탈출하려고 계집 하인과 다투는 매여의 호령, 토하는 소리, 신음하는 소리, 계집 하인에게 「제발 내보내 달라」 혹은 「제발 아편 한 포만이라도 구해다 달라. 열 냥을 주마, 스무 냥을 주마.」 매여의 애원하는 탄원하는 소리— 매여는 그날부터는 음식은커녕 물 한 모금도 목을 넘기지를 못하였다. 목을 넘기면 즉시 도로 토하였다.

문을 두드리며 발로 차며 온갖 행패, 신음, 탄원을 다 하였다. 임칙서는 여러 번을 몸소 후당으로 발을 옮겨 안의 동정을 엿들었다.

친딸이나 다르지 않게 사랑하던 매여의 고민하는 정경은 진실로 가엾었다. 바야흐로 생명이 끊어지는 듯이 고민하는 소리를 들을 때는 임칙서의 가슴도 도려내는 듯이 아팠다. 단 한 포, 하다못해 반 포만이라도 주어서, 저 고민에서 구해 주고 싶은 생각이 문득문득 났다. 그러나, (야, 매여야, 제발 죽지만 말거라. 네가 능히 이 약독을 극복하고 다시 완전한 사람이 된다면, 이는 능히 우리나라 사억 민중을 구원해 낼 수가 있는 징조이다.

네가 죽는다 할지라도 그것은 우리나라 사억 민중을 대표해서 죽는 것이니 결코 아깝다 생각지 말아라. )죽을 듯 고민하는 조카딸의 소리를 곁방에서 들으면서 이렇게 생각할 때는 늙은 그의 눈가에는 눈물까지 어리었다.

황제와 대신의 사이에 아편 박멸의 굳은 밀약이 성립된 도광 18년도 어느덧 넘어가고 도광 19년, 서력 1839년 정월 초하루 온 천하가 명절의 축하로 사귀는 이날도 흠차대신 임칙서의 조카딸은 여전한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임칙서의 마음은 진실로 괴로웠다. 천하가 명절을 기쁘다고 경축하는 이날에도 후당의 음침한 방에서 고민하고 있는 사랑하는 조카딸의 신세를 생각하면 진실로 가긍하였다. 몇 포의 아편만 줄 것 같으면 그도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서 얼굴을 가다듬고 음식을 받고 예사로이 명랑한 명절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돈이 없는 바도 아니다.

아편이 없는 바도 아니다.

그러나 청국 사억의 민중의 생명을 저울질하기 위해서는 한 조각의 아편인들 줄 수가 없었다. 중독자에게 아편을 주지 않으면 그냥 죽어 버리는지 혹은 며칠간 고생하다가 다시 아편 없이도 보통 인생으로 회복되는지 조카딸의 몸으로 이를 시험하려 하는 것이며, 지금 이미 만 이틀을 지낸 오늘에 다시 아편을 주어 뒷걸음질치게 할 수는 도저히 없었다. 조카딸의 신 음성을 들을 때마다 가슴 우벼내는 듯한 괴로운 감정을 억제하면서도 임칙서는 하인들까지 엄히 단속하여 매여에게 한 조각의 아편도 가지 못하게 하였다.

정월 초이틀, 초사흘 그 초사흗날 아침 임칙서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바야흐로 세수를 하려 할 때에, 매여 의 방을 감시하고 있던 계집 하인이 문밖에 기다리고 있었다.

「대감마님 —」

「왜, 무어냐 ?」

「저 아가씨께서 미음(米飮)을 부르셔요.」

「무어 ? 그게 참말이냐?」

임칙서는 머리를 번쩍 들며 반문하였다. 눈에는 광채가 났다.

「미음을 곧 갖다 드려라.」

하인에게 분부하고 임칙서는 즉시 후당으로 돌아갔다. 매여의 방에 썩 들어서며 보매, 매여는 아직 그냥 자리에 누워 있기는 하나 그의 얼굴에는 어제와 같은 고민의 그림자는 훨씬 줄었다.

「어떠냐 ?」

「아저씨, 좀 구역이 덜해요.」

「그래서, 그래 아직도 그 독약의 생각이 나느냐?」

여기서 매여는 잠깐 주저하는 기색이 있었다. 그 뒤에 모기 소리와 같은 작은 소리가 그의 입에서 나왔다.

「아직 몸이 괴로워요. 몸이 괴로우매 그 약 생각이 간절해요. 한 모금만, 단 한 모금만이라도 빨면 이 고통이 덜어질 것 같아서—」

이 말을 듣는 임칙서의 얼굴에는 노염이 나타났다.

그 노염에 상당한 무슨 말이 나오려 할 때에 매여의 말은 그냥 계속되었다.

「그렇지만 아저씨, 뒷일이 진저리나요. 잠깐의 고통을 참자고 또 한 모금 빨았다가는 그뒤에 계속되는 고통을 어떻게 합니까? 저는 결심했어요. 다시는 어떤 일이 있든 그 약을 몸에 붙이지 않기로— 꿈 같아요, 무슨 일이 있든지— 왜 그 약에 손을 대기 시작했는지, 악몽이에요. 고약한 꿈이었어요.」

임칙서는 뚫어질 듯이 조카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남의 안색으로 그의 마음을 판단하는 데 예민한 임칙서는 이 조카딸의 고백이 결코 눈앞을 속이는 거짓말이 아님을 알아보았다.

조카딸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임칙서의 늙은 눈에는 그득히 눈물이 괴었다.

「오오, 용타, 장하다. 내 네게 무슨 상을 주랴? 달라는 것은 무엇이든 이루어 줄테니 대답을 하거라.」

「아저씨, 단 한 가지의 소망이 있습니다. 우리 청국 안에서 이 아편이라는 물건을 없이해 주셔요. 이밖에 제게 무슨 소망이 있소리까? 단 한 가지 꼭 이루어 주셔요.」

「오냐, 그거야 네가 당부를 안한들 이 나라의 재상으로 앉아서 내가 방임할 것이냐. 무슨 다른 소망을 말해라.」

매여는 미소하면서 대답하였다.

「다른 건…… 어서 미음을 한 모금 주셔요.」

늙은이답지 않은 흥분과 감격을 품고 임칙서는 매여 의 방에서 나왔다.

이튿날은 훨씬 더 경과가 좋았다. 또 그 이튿날은 아주 깨끗이—약간 남아 있던 구역까지도 씻은 듯이 없어졌다 다만 몸이 극도로 노곤하여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싫은 점이 보통 때와 다른 뿐이었다.

이 피곤도 그뒤 삼사 일이 지나서는 깨끗이 사라지고 매여의 원기는 온전히 회복되었다.

「아저씨, 마음 하나에 달렸어요. 지금도 그 약을 생각하면 유혹 안되는 바 아니지만, 그걸 하면 망하느니라 생각하면 온몸에 소름이 쪽 끼쳐요.」

매여는 이렇게 하소연하였다.

임칙서는 이제는 자신을 얻었다. 아편중독자에게 강제로 아편을 단절하면 혹은 죽지나 않을까? 청국의 인구가 사억— 그 사억의 대부분이 현재 아편중독자다.

만약 아편중독자가 강제적으로 아편 사용을 금지당하면 이 때문에 그 생명까지 끊긴다 하면 현재 청국서 국민에게 아편 사용을 금지하면 국민의 대부분은 죽을 것이다.

이것은 유유한 대문제로서, 아편 금단으로써 국민의 대부분을 죽인다 하는 것은 집정자의 차마 하지 못할 노릇이었다.

과연 죽느냐, 혹은 한동안 고통만 겪고 나면 도로 보통인이 되느냐? 이 문제를 해결키 위해서 자기의 조카딸 매여를 시험으로써 본 결과 결코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하는 기꺼운 해답을 얻었다. 매여가 완전히 원기까지 회복되는 동안 그 경과를 엄밀히 관찰한 뒤에, 기껍고 경사스러운 상주(上奏)를 하기 위하여 임칙서는 도광황제 앞에 부복하였다. 어전에 자초지종을 모두 아뢰었다. 아편을 아주 없이하면 중독자들이 죽지나 않는가 하여 제 조카딸 매여를 시험물로 써 본 일까지 아뢰었다. 그리고 이어서,

「이것은 혹은 매여 한 사람의 특수 체질의 관계가 아닌가 의심되오니, 신으로 하여금 북경 성내의 아편 중독자 수십 명을 체포 감금하여 아편 금단이 미치는 결과를 연구할 권한을 주옵소서.」

곤 주청하였다.

물론 청납(聽納)되었다. 이 주청이 청납된 즉 일로 흠차대신의 분부를 받은 관원들은 북경 성내에서 아편 중독자 오십여 명을 잡아서 감금하였다.

아편에 한해서만 엄하게 감시하였지 다른 대우는 퍽 후히 하였다. 그리고 이십 일간을 감금하고 감시 연구한 결과는, 일전의 조카딸 매여의 경과와 꼭 같았다.

수일간 빠르고 더던 차이는 있을망정 처음 며칠은 고통 고민의 기간이 있고, 그 기간을 지난 뒤에는 고통이 차차 적어가다가 마지막에는 아주 사라지고, 그 뒤는 도리어 구미가 돌아 건강은 눈에 보이도록 부쩍부쩍 늘어간다는 점이 한결같이 공통되는 점이었다.

제일차의 피감인 오십여 명으로 썩 좋은 결과를 본 임칙서는 다시 이백여 명의 중독자를 체포하여 감금하였다.

역시 썩 양호한 결과를 얻었다. 아편 금단이 직접 원인이 되어 생명을 잃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아편은 이를 중단해도 생명에는 영향이 되지 않는다는 자신을 임칙서는 굳게 얻었다. 한동안의 고민이 있을 뿐이지 그 시기만 경과하면 보통 사람이 된다는 것을 이제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아편을 끊을지라도 청국 국민의 생명에는 결코 영향이 없다는 확신을 이제는 분명히 얻었다. 아직껏 아편 수입에 대하여 철저적 수단을 취하지 못했던 것은 오직 내 나라 백성을 위해서였다. 아편중독자라는 불구적 인생이 무엇이 그다지 신통이야 하랴만, 그래도 그것이 천 명 만 명쯤이면 문제도 작지만 사억의 청국 국민의 대부분이 그 중독자이매, 이를 중단하기 때문에 생명에 지장이 있다 하면 이 나라 국민의 대부분이 없어진다.

그러나 이제는 그 근심이 없어졌다. 단호한 수단으로 금지의 철퇴를 내리기에 조금도 주저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첫번은 자기의 조카딸로, 그뒤는 두 번이나 중독 서중(庶衆)으로 시험하여 본 결과 충분한 자신을 얻은 임칙서는, 도광황제께 뵙고 자기를 흠차대신이라는 현직을 띤 채로 호광총독을 겸임하고 광동 주재를 명하는 처분이 계시기를 주장하였다.

이 주청의 이면 곡절을 통찰하는 도광제는 곧 이를 승인하였다. 이리하여 임칙서는 도광 19년 서력 1837년 3월 열흘날 광동에 부임하였다.

일찍이 꿋꿋한 대신으로 이름 높았고 더욱이 이번에 아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진해서 호광총독의 자리를 맡아 가지고 온다하는 데 대하여 광동의 영국, 그밖의 내외국 상인들은 가슴이 서늘하여 그 대책 강구에 급급하였다.

그러나 임총독은 착임한 뒤에 아무 일도 하는 것이 없이 막하 관원들과 장기 바둑만 희롱하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기분을 내포한 채 표면은 아무 변화도 없이 날이 흐르기를 하루, 이틀, 닷새, 엿새 — 차차 영국 상인들도 긴장이 풀렸다. 대체 청국 관원이라는 것은 첫번에는 큰소리치며 위엄을 보이나 며칠만 지나면 흐지부지해 버리는 일을 수다히 겪은 이 상인들은, 임총독 역시 그런 인물이라 가볍게 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하여 영국제의 정교한 총 한 자루와 조각한 회중시계 하나를 뇌물로 영국 황제의 대리라는 명의로 임총독에게 보냈다.

그러나 이 뇌물을 가지고 갔던 사자는 한 시간도 못되어 부러진 총과 부서진 시계와 편지 한 장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 편지에는 가로되, 영국 여왕 빅토리아가 본관에게 앙정한 두 개의 잡품은 본관이 받을 연유가 없기에 여왕에게 도로 내어 주노라. 大淸國欽差大臣 兼 湖廣總督 林則徐 청국의 영국민 감독관인 엘리어트 하이온 영국인은 발을 구르며 분해하였다.

청국과 통상관계를 맺은 것은 매우 유리한 일이기 때문에 포도아, 서반아, 화란 등 모든 나라는 청국에게 조공의 형식을 취하여 그 호감을 사며 통상관계를 유지하여 오는 중에 오직 영국만은 자초지종 〈청국과 영국은 대등의 국가이며 따라서 청국 황제와 영국 황제는 대등의 지위라〉는 것을 고집하여 왔다. 그러나 청국은 이 지구상에 청국이 중원이요, 그밖의 나라들은 오랑캐라하여 영국의 대등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물론 그런 마음보로 영인의 뇌물을 물리친 것이었다.

동시에 이튿날 비로소 호광총독 임칙서의 명의로 시퍼런 훈령이 내렸다. 즉,

「영국 상인이 가지고 있는 아편을 전부 사흘 안으로 내어놓아라. 이 명령에 복종치 않을 때는 거기 적당한 처분을 하리라.」

하는 것이었다.

사흘이라는 날짜는 걸핏하니 지나갔다. 그러나 아편은 한 상자도 제공되지 않았다. 이 보고를 들은 임 총독은 미소하였다.

「영국인의 마을을 둘러싸라. 영인에게 고용된 우리 나라 백성은 죄 불러내라.」

지극히 간단한 명령이었다. 이 명령은 즉시로 실시되었다. 영국 상관은 청국 군사로서 세 겹으로 포위되었다.

영국인에게 고용되었던 청국인이란 청국인은 서기, 회계, 하인 할것없이 죄 영국 상관을 퇴거하였다.

효과는 가장 정확히 가장 효력 있게 발생되었다. 식료품이며 그 밖의 일용품은 무론이요, 한 바가지의 음료수, 한 줌의 소금도 구할 수 없이 영국 상관은 청국 군인으로 철통같이 포위되었다.

그 고집을 자랑하고 자존심을 자랑하던 영인도 할 수가 없었다. 영인의 감독관인 엘리어트는 상인들파협의하고 아편 일천 서른 일곱 상자를 청국 관부에 바쳤다. 그리고 이것이 전부라는 뜻을 알리고, 아울러 임총독에게 면회하기를 청하였다.

「무얼? 요게 전부라? 누굴 소경으로 아느냐? 게다가 면회 ? 어디를 두들기면 그런 외람된 소리가 나오느냐? 곤장 쳐서 내쫓거라 !」

임총독은 대척도 하지 않고 이렇게 분부하였다. 그리고 그 이튿날은 임총독의 명의로 영국인 감독관에게,

「너희가 아편을 얼마를 감추고 있는지는 이미 다 조사한 바이니, 1, 너희가 가지고 있는 수량의 사분의 일을 내어놓으면 우선 비복들을 너희에게 돌려줄 것 이요, 1, 절반을 내어놓으면 음식물을 주겠고, 1, 사분의 삼을 내어놓으면 예전과같이 우리 나라와 통상하기를 허락하겠다.」

하는 지령이 내렸다.

영인들도 할 수가 없었다. 영인이 가지고있는 아편의 총계 이만 이백 여든 세 상자 전부를 내어놓기로 한 고 영인 감독관 엘리어트를 한 번 만나 주기를 임 총독에게 탄원하였다.

임총독은 드디어 숭낙하였다. 승낙하는 조건으로는 영인 대표 엘리어트는 임총독을 청국식으로 네 번 절하고, 임총독의 묻는 말에 대답할 의무가 있을 뿐이지 스스로 발언할 권리는 없다는 청국 본위의 조건이 붙었다. 그 회견하는 날 높은 호상에 걸터앉은 임총독은 엘리어트의 사배를 가볍게 받았다.

엘리어트가 네 번 절하고 머리를 들려 할 때에 그의 등뒤에 있던 청국 관리는 엘러어트의 머리를 꾹 눌러 땅에 그냥 대고 있게 하였다. 이 엘리이트에게임총독의 첫번 질문이 내렸다.

「너희 나라에서는 아편을 공공히 팔게 하느냐, 혹은 금지하느냐?」

엘리어트는 대답을 못하였다. 할 말이 없었다. 그 엘리어트에게 임총독의 두 번째 호령이 내렸다.

「이놈 죽일 놈 같으니, 제 나라에선 사람의 몸에 해롭다고 못 팔게 하는 물건을 그래 남의 나라에는 함부로 판단 말이냐? 칭국 사억 서중은 너희놈들 때문에 하마터면 함몰할 뻔했다. 이제는 나가거라. 다시 그런 짓 했다는 목이 몸에 붙어 있지 못하리라. 나가거라 !」

더 무슨 말할 겨를이 없이 뒷덜미 밀리어 쫓겨나왔다.

그 만여 상자의 아편은 관청에 쌓이었다. 내외국인은 모두 이 아편 처치에 호기의 눈을 던졌다. 부패한 청국 관원이매 이 아편을 팔아서 저희끼리 나누어 먹을 것으로 보았다. 금후는 좀체 아편이 수입되기 힘들겠으니 따라서 아편의 값은 굉장히 오를 것이라, 이 아편을 불하할 때에 사 두면 장차 큰 이가 있을 것이라 보아 그 자금 준비를 하는 자까지 있었다.

이런 때에 총독 임칙서의 처분은 전혀 그들의 상상 외의 방식이었다.

임총독은 도광황제께 이 아편을 북경으로 올려보내겠사오니 폐하께옵서 친히 소기를 명하시옵소서, 상주하였으나 도광제는 이를 금하였다.

「上送 도중에 뽑히거나 바뀔 염려가 있으니 그곳서 곧 사루어 버리는 편이 편리도 하겠거니와 내외국인의 눈앞에서 태우면 그 주지(主旨)도 철저할 터이라, 광동에서 처분하라.」

하는 것이었다.

이만여 상자의 아편이라 하면 한 개 작다란 산만한 것이다. 이 적지 않은 아편을 지상에서 온전히 없이해 버리기에는 한 달 넘어의 날짜가 걸렸다.

그 마지막 아편 더미가 차차 없어져 가는 그 시각쯤 호광총독 임칙서는 자기의 조카딸 매여와 서재에 마주앉아 있었다.

「매여야, 지금쯤 마지막 더미가 한 줌의 재로 화할 때로구나. 아깝지 않으냐?」

매여는 피 명랑한 눈을 치떠 아저씨를 흘겼다.

「아저씨두, 온—— _1

「그래두 아깝지 ? 진심으로 말해 봐라.」

「아저씨. 진심으로 말하자면 사실 굳은 의지의 힘으로 억누르지 않으면 지금도 문뜩문뜩 그 생긱—이 안나는 바는 아니야요.」

총독은 탄식하였다.

「아아, 과연 마약이로다. 그 해독을 잘 알고 이미 그 고통을 겪고 나서도 그래도 문뜩문뜩 그 생각이 난다니 그런 마약이 또다시 있으랴. 어제도 몸소 순시한 일이 있는대 내 앞에 눈이 퀭하니 서서 침을 길길 홀리고 있는 무리가 수백 명이야. 울먹울먹하며…… 하여간 이번의 일을 단행할 결심을 내게 생기게 한 건 너야. 우리 청국 백성은 네 공적을 영원히 잊어시는 안되느니라.」

총독은 미소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나.

아아, 그리나 이 일이 빌미가 되어 영국으로 하여금 대포 부리를 남경(南京)으로 향하고 탄우(彈雨)의 아래서 굴욕적 남경조약(南京條約)을 청국에게 강제할 줄이야 어찌 꿈엔들 생각했으랴 ?

충혼(忠魂)[편집]

도광(道光) 30년 정월— 대청국의 영화를 자랑하는 북경의 대귈은 정월답지 않은 암담한 기분 아래 싸이어 있었다.

오천 년간을 발달된 예술의 정(精)을 모아서 장식한 찬란 장엄한 침전의 밖에는 고관들이 송구한 듯이 읍하고 서 있고, 내관들은 침전 안에서의 분부를 고요히 기다리고 있다. 침전 안에는 바야흐로 인생의 마지막길인 황천로(黃泉路)를 밟으려는 도광황제가 용안에 무한한 수심을 띠고 고요히 안정을 닫고 있고, 그 앞에는 이 황제의 가장 신임하는 늙은 대신 임칙서가 황제의 유조(遺詔)를 받잡고자 꿇어엎드려 있다.

서른 아홉에 대청국의 제위에 올라서 파란많은 대청국을 요리하여, 안으로는 쇠퇴한 국력을 회복하며 밖으로는 이 나라를 침략하려는 서양인들을 막으며, 내우외환이 덧쌓이고 덧쌓인 국가의 주재자(主宰者)로 건투하기 삼십 년, 지금 그 고달프고도 용감한 육십 구 년의 온 생애를 막음하려는 자리였다.

예사롭지 못한 일생이었더니만치 임종에 있어서 남기고 싶은 유조도 많고 많았다. 그러나 눈앞에 다닥친 임종에 뜻대로 무한히 하고 싶은 유조를 다 남길 만한 시각을 하늘이 허락지 않는다.

대청국 천자의 친병으로도 이 하늘의 섭리에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남기고 싶은 많고 많은 유조—이 가운데서도 가장 긴 한 부탁을 남기기 위하여 신임하는 노대신 임칙서를 임종의 자리에 부른 것이었다.

일찍이 이 황제의 칙을 받고 흠차대신에 양광총독(兩廣總督)을 겸임하여 광동에 부임해서 영국인의 아편 이만여 상자를 압수해 불살라 버린 이 호담한 대신— 이 일 때문에 영국인과의 분규가 생겨 영국이 정교한 대포 아래 남경성하(南京城下)에서 굴욕적 조약을 맺을 때에 임칙서는 그 책임을 지고 이려(伊黎) 땅에 진수(鎭守)로 좌천이 되었으나, 온 조야는 그의 인물을 아끼고 그의 좌천을 부당하다 보아 여론이 굉장히 일어나고 불평이 크게 발할 때에, 본시부터 임칙서는 신임하나 굴욕적 남경조약의 근본 책임자로 임시 좌천을 명하였던 도광제는 그를 다시 뽑아 운귀총독(雲貴總督)에 태자태보(太子太保)라는 중직을 겸임시키어 다시 불러 올렸던 것이다.

좌천의 굴욕적 지위에서 다시 뽑혀 중임을 지니고 대청국을 요리하기 십 년, 이 대신의 수미일관한 정책은 아편 엄금과 서양인 멸시의 철저한 방침이었다. 임칙서가 좌천이 되고 임(林)의 대신으로 흠차대신이 된 기영(耆英)이라는 재상이 영국인의 농락 아래서 놀아나서 영국인에게 유리하고 청국에 불리한 조약을 하나씩 하나씩 맺어나갈 때에 도광제도 탁자를 두드리며 분노했고, 임칙서도 그 매번을 황제께 상서하고 기영에게 격려의 편지를 보냈고 또한 온 국민의 배외 사상(排外思想)이 북받치어 국내에서는 영국인과의 충돌사가 빈번히 일어났지만, 저들의 대포는 청국으로 하여금 뜻에 없는 조약을 차례로 맺어지게 하여서, 청국으로 하여금 주권(主權)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분간키 힘들도록 만들어 놓았다. 일찍이는 동양의 대제국으로서 저들도 청국을 내심 두려워하였지만 남경성하의 대포 한 방으로 청국의 실력, 청국의 약함을 충분히 알아본 저들은 그뒤부터는 만사를 대포로 해결하려 하였다.

영국과 청국이 남경조약을 맺는 동안, 이 귀결을 엄중히 감시하고 있던 북미합중국은 남경조약이 체결되자 자기네도 곁들이하여 영국에게 그런 특전을 주었으면 우리 미국에도 균등의 기회를 달라 강박하여 미국도 또한 영국과 같은 특권을 얻어 놓고야 말았다.

이렇게 되매 법국도 또한 기회의 균등을 주장하여 영(英), 미(美), 법(法) 등 몇 나라는 청국에 대하여 동일한 특권을 얻어 놓았다.

대청국의 황제라는 존귀한 위에 올라서 천하의 주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위를 누리기 삼십년, 도광 황제는 번민하고 오뇌하였다. 비록 마음으로는 천하의 주인이노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대포의 실력이 그 자부심을 고집하기를 허락지 않음을 어찌하랴.

이 황제의 재위 삼십 년간 끝끝내 황제의 곁에 모시어 아편 박멸과 서양인 멸시의 대어심(大御心)을 받들고 추호도 굽혀 보지 않을 것을 작정한 대신 임칙서— 인생의 마지막 길에 임하여 남기고 싶은 많고 많은 유조 중에 가장 긴한 유조인 아편 박멸과 서양인 경원(敬遠)의 두 가지를 부탁하렴에, 다른 어느 대신보다도 도광제는 임칙서 단 한 사람을 부른 것이었다.

각일각 급하여 오는 숨차기의 아래서 황제는 간신히 이 두 가지를 부탁하였다. 부탁이 끝난 뒤에는 안정과 입을 닫았다. 임종의 피곤이 온몸을 엄습하기 때문에 다시는 호흡조차 하기가 곤란한 형편이었다.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여 잠시 안정을 닫고 있던 황제는 다시 약간 안면을 움직였다. 무슨 분부가 또 있으려는 모양이었다. 임칙서는 온 신경을 귀에 모으고 분부를 기다렸다.

드디어 입속에서 무슨 음성이 새어 나왔다. 떨리는 음성,

「—그—그어 —경 —」

「폐하 !」

「겨— 경— 경을— 경만— 믿으우……」

간신히 필사의 힘으로 발한 황제의 마지막 분부, 뒤에는 다시 옥음이 끊겼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다시 나오려던 옥음— 그러나 중도에 끊겼다. 그 순간 지금껏 계속되던 고달픈 호흡성이 뚝 끊겼다.

「폐하 !」

임칙서는 와락 달려들며 예절을 불구하고 옥체를 붙안고 마구 흔들었다.

그러나 옥체는 맥없이 임칙서의 흔드는 대로 흔들릴 뿐 추호만치라도 자동적 항력이 없었다. 대청국 천자 도광제는 지존한 위와 광대한 권을 가지고도 영국인의 압력에 눌리어 고달프고도 불만한 생애를 보내다가 육십 구 년이라는 그의 생애를 이에 막음한 것이었다.

이 황제의 제4황자가 위를 계승하였다. 유조에 의지하여 영인들과의 굴욕적 조약을 체결하여 조종의 거룩한 업을 더럽힌 책임을 지고 능묘 등은 아주 초라하게 꾸몄다.

공식으로 황제의 붕어(崩御)가 발표되매 대궐이 떠나갈 듯이 울리는 곡성— 그것은 이 파란 많은 청국의 사직을 짊어지고 사십 년간 고투한 도광제의 생애에 대한 온 국민의 조상의 울음이었다.

뭇 대신들과 함께 재궁(梓宮)을 모시고 묵연히 앉아 있는 늙은 대신 임칙서의 머리에는 이 임금을 모신 사십 년간의 역사가 걸펏걸펏 지나갔다. 더욱이 아편소각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구미의 양인들과 사투한 최근 십 년간의 기억은 생생한 영자로 그의 마음을 엄습하였다.

도광 22년, 서력 1842년— 아편 소각 사건이 있은 지 이태 뒤에 드디어 굴욕적 남경조약이 성립되었다.

동시에 임칙서는 이 조약의 원인이 되는 아편 소각의 주인공이라고 하는 책임으로 이려진수(伊黎鎭守)라는 미관(微官)으로 좌천되었다. 그의 대신으로 한 두 사람의 흠차대신이 지나간 뒤에 기영이가 흠차대신에 양광총독을 겸하여 광동에 내임하였다. 그때 미국서는 법학과 출신의 캇싱이라는 사람을 특파사절로 삼아 청국에 파견되었다. 때는 도광 24년, 서력 187년 2월이었다.

아편전쟁으로 청국의 실력—즉 무력을 충분히 본 미국서는 민주국임에도 불구하고 캇싱에게 백작이라 하는 작을 주어서 함대로써 호위하여 청국으로 보냈다.

캇싱은 이번의 국교 교섭을 북경이나 천진(天津)에서 하자고 청하였다. 그러나 청국서는 이를 단연 거절하였다. 청국에 조공하지 않는 나라는 비록 대 등 국가라 하지만 북경, 천진까지 들이지 않는다. 이리하여 광동에서 교섭은 시작되었다.

무르기가 해삼 같은 기영과 날카롭기 비수같은 캇싱과의 사이의 교섭은 시작되었다. 미국이 내어건 가장 큰 기치는 〈기회균등주의〉로서 미국에게도 영국과 매한가지의 권한을 달라 하는 것이었다. 그 다음의 큰 기치는 치외법권이었다. 법학 출신의 캇싱은 그의 교묘한 혀끝으로 청국과 미국은 그 풍습, 인정이 서로 다르니 청국에 있는 미국인은 미국 법률로 미국 법관이 다스리겠다하는 것이었으나, 참뜻은 〈미국 시민은 청국의 야만적 법률에 복종할 수 없다〉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무르기가 해삼 같은 기영은 이 치욕적 요구에도 머리를 주악주악하여 용인하였다. 때마침 요문의 시민들은 이 미국 전권의 굴욕적 제안에 분개하여 폭동을 일으켰다. 미국인의 단체가 이 폭동에 대항하여 발포를 하여 청인 한 사람은 총에 맞아죽었다.

해삼같이 무른 기영도 이 발포는 부당하다보아서 캇싱에 대하여 발포한 미국인은 청국 관청에 인도하라 요구하였다. 그러나 캇싱은 이것을 정당방위라 하여 요리 핑계 조리 핑계할 동안에, 피해자는 광동 시민이 아니고 따라서 직접 말썽부리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문제는 흐지부지해 버렸다.

귀양살이나 일반인 이려의 임지에서 이 소식을 들은 임칙서는 얼굴에 칵 피가 끓어올라서 견딜 수가 없었다. 지금은 이전과 달라서 변방의 한 미관이니 중앙정부의 처분에 용훼할 자격이 없다. 그러나 참을 수 없었다. 억하고 목이 메어 아무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몸만 부들부들 떨고 늙은 눈에서 눈물만 술술 솟았다.

이심전심 정세상 부득이 좌천을 시켰지만 서로 그 심경을 이해하는 군신지간이었다.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술술 흘리고 있는 임칙서의 마음——뜻을 도광제는 알아채었다.

「좋은 대포를 만들 수 없겠소 ? 좋은 포수를 구할 수 없겠소?」

암연히 발하는 옥음은 이것이었다.

이때에 맺은 청미 간의 조약을 망하조약(望夏條約)이라 한다.

영국과의 사이에 남경조약, 미국과의 사이에 망하 조약— 이렇게 되매 법국도 한몫 끼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과의 조약이 맺어진 두 달 뒤 도광 24년 8월에 법국은 전공친사 라그넬을 수반으로 한 근 십삼 명의 사절을 군함 호위 아래 요문에 파견했다. 그해 시월에 황포에 정박중인 법국 군함안에서 소위 황포 조약이 성립되었다.

민주국인 미국이 그 특사에게 백작이라는 작호를 준 것과 마찬가지로 이 황포조약 때에 법국은 자기네의 왕인 루이 필립을 법국황제라 하는 칭호로써 청국 황제와 대등케하려 한 것은 디럽고 가증한 희극이었다. 그리고 법국은 이때의 조약으로써 카톨릭교의 자유 포교 승인을 얻어서 종교의 가면 아래서 청국을 침략하려는 기초를 세웠다.

이렇게 세 나라가 청국을 뜯어먹는 조약을 맷게 되매 벨기에(白義耳), 서전(瑞典), 노르웨이, 어중이 떠중이 모두 너도 나도 하여 청국과의 교린관계 —다시 말하자면 침략관계를 맺게 되었다.

이것은 도광제며 임칙서며 뜻있는 청국 국민의 감정을 지극히 해하였다.

사면에서 이런 조약을 만만히 맺은 무골충 기영을 배격하고 서양인들을 끊자는 봉화가 일어났다. 임칙서 재기를 바라는 소리가 파도같이 높았다. 외국인들이 난민에게 습격되고 혹은 그들의 집이 파괴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났다. 이 가운데 끼어서 기영은 제 나라 사람에게도 만족을 못 주고 외국인들에게도 만족을 못 주고 어쩔 줄을 몰라서 쩔쩔맬 뿐이었다. 드디어 임칙서는 다시 불리었다. 운귀총독— 운남(雲南)과 귀주(貴州)의 총독 겸 태자태보라는 중임에 다시 올랐다.

그러나 이것은 아직 전초뿐으로서 가까운 장래에 흠차대신— 즉 외무대신에 광동 광서의 양광총독은 미리 도광제와 임칙서의 사이에 밀약이 맺어진 것이었다.

어서 다시 흠차대신에 양광총독을 겸임하여 양광에 부임하고자—광충에 부임하여 이 나라 국법을 무시하고 공공히 밀수입되는 아편을 근절시키고 이 위법 행위를 감행하는 아니꼬운 양인들에게 치외법권을 무시하고 대탄압을 가하고자—저편이 위법 행위를하면 나도 치외법권에 구속될 의무가 없다. 대체 치외법권은 본시 회회교에서 회회교의 거룩한 법률을 이 교인들에게 멱감겨 주기를 아껴서 만든 제정인데, 청국에서는 도리어 그 반대로 국법을 야만의 법률이라 하여 제나라 백성을 보호하고자 시행하는 것이니 이런 괘씸한 제정을 무시하고 이 나라에서 이 나라 법에 위반된 행위를 하는 자를 용서없이 처벌하고자 그날을 손꼽아 기다릴 때에 홀연히 도광제가 붕어한 것이었다.

임칙서에게는 기가 막혔다. 새 황제인 함풍제(咸豊帝)도 임칙서가 태자태보로 몸소 보육한 분이니만치 잘 알거니와 그다지 용렬된 임금이 아니다. 그러나 갓 스무 살— 춘추가 너무 약하였다. 과단성있고 억센 정치를 하기에는 아직 춘추가 부족하였다.

이미 황천객이 된—신임하던 도광제의 재궁을 모시고 묵연히 앉아 있는 동안 만감은 가슴에 서리고 앞일이 아득하여 그의 늙은 눈을 뜻없이 껌벅일 뿐이었다.

「하늘 ! 하늘이 계시오거든 왜 내 황제를 벌써 부르셨소? 태자 장성하올 시기까지 왜 좀 안 기다리시오?」

눈만 껌벅이며 묵연히 앉아 있지만 마음으로는 이렇게 외치며 부르짖고 있었다. 지금도 나라 안에는 내우외환이 끊이는 날이 없을 뿐더러 나날이 더하여 간다. 영국과의 전쟁에 대패하였으므로 관군의 무력이 천하에 폭로되어 해적 비도의 무리가 벌떼처럼 사위에 일어난다. 국내가 이토록 어지러운 한편, 외국 배척의 사상이 관민에게 넘치어 여기저기 외국인에게 대한 폭행사건이 생겨나고, 그 때문에 외국의 항의와 압박이 나날이 더해 간다.

이런 때에 임금이 위에 임하여 아래로 분부하고서야 비로소 이 국난을 타개할 수 있을 것이다. 도광제 이미 가고 어린 임금이 위에 임했으니 이 국난을 바야흐로 어떻게 타개하랴 ?

나이는 비록 늙었지만 온몸이 정성의 불덩어리로 된 임칙서는 이 국난의 때에 임하여 등이 달고 가슴이 타서 못 견딜 지경이었다. 사무친 근심과 울화는 임칙서로 하여금 드디어 병상에 넘어지게 하였다.

열이 떠올라 정신이 혼미하게 될 때는 언제든 헛소리를 하였다.

「저 — 아편, 저 —저, 저, 저 아편을—」

「아유, 양인놈이 천진에 왔구나, 저놈은 누구—아유 누구 없느냐?」

이런 때였다. 노대국에는 또 한 개의 큰 국난이 이르렀다.

후세에 이르는 바 장발적난(長髮賊亂)—또는 태평 천국난(太平天國亂)이라는 내란이 일어난 것이었다.

이것은 딴 것이 아니라, 청국 국내에서의 민족전이었다. 청국은 본시 만주족이 한족을 정복 합병한 나라로서, 지금껏은 만주족의 실력이 하도 강하여 한족들도 복종하고 있었지만, 원체 인류의 종주라 자임하는 한족은 직심으로 만주족에게 복종한 것이 아니었다.

그랬던 것이 이번 청영전쟁에 만주족인 청국의 무력이 천하에 폭로되었으므로 한족이 반란을 일으킨 것인데, 차차 세력이 강하여져서 인제는 깔볼 수 없는 큰 세력으로 되어서, 광서성에서 동란을 일으켜 맹렬한 세력으로 지금 북상하는 중이었다.

지금까지 내우외환에도 감당치 못하여 쩔쩔매던 정부에서는 이 장발적의 난리에 낭패하고 당황하였다.

이 국난의 때에 임하여 능히 이 국난을 타개하고 내란을 평정하여, 나라로 하여금 다시 한 개의 덩어리가 되어서 능히 벽안적들에게 대항할 만한 수완과 능력을 가진 사람을 조야에 골라 보았다. 그리고 골라낸 단 한 개의 인물.

선제의 신임을 받아 흠차대신외 높은 자리에 앉아 양인의 반항을 억누르고 양인의 항의를 무시하고 그들이 가진 아편 이만여 상자를 압수하여 불사르고, 영국 여왕 빅토리아의 초상을 받든 그 나라 특사 엘리어트를 자기 앞에 꿇어 절하게 한 현임 운귀총독 임칙서 한 사람만이 능히 지금의 국난을 타개할 유일의 인물이다. 즉시로 임치서에게 광서총독을 명하는 동시에 흠차대신의 특명이 내렸다.

소명(召命)을 받들은 사자는 곧 임칙서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때는 임칙서는 신병이 중하여 병상에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때였다.

임칙서의 조카딸 매여— 그의 남편이 멀리 사천성에 구실살이하는 흘아씨의 외로운 마음이 심심파적으로 아편을 가까이하여 그 중독자로까지 되었다가 아저씨의 덕택으로 그 마약에서 해탈된 매여— 그의 남편은 사천의 추위를 겪기 위하여 장난삼아 아편을 가까이 혀다가 목숨까지 잃어버려서 매여는 청춘과수의 하염 없는 신세를 아저씨 임칙서의 집에 기탁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 자신이 한때 마약의 위협을 받았고 그의 남편은 마약으로 생명까지 잃어서 아편이라는 것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고 있는 매여는, 중병의 아저씨를 간호하고 있다가 사신의 내방을 받았다.

매여는 대궐에서의 사자를 맞고 주저하였다. 어찌하랴? 황명이 간곡하니 유예할 수도 없었으나 지금 이 정신을 모르는 아저씨에게 차마 어찌 소명을 전하랴.

어찌할지 자기의 거취를 정하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을 때에 병실에서 아저씨의 신음과 함께 매여 부르는 소리가 끊어지는 듯이,

「매여야—」

하고 들렸다. 매여는 황황히 병실로 달려갔다.

「오오— 누구 손님이 오셨느냐?」

끊어지는 듯 숨찬 소리였다.

「네 ……」

「누구시냐 ?」

매여는 대답하지 못하였다. 동정만 살폈다.

「응 ? 누구시냐 ?」

「성상 폐하께오서 —」

할수없이 대답하는 매여의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임칙서는 한 번 힘 주고 두 번 힘 주어 몸을 일으켜 일어나 앉았다.

「아이— 아저씨 ! 이게—」

「어서 성지를 ! 성지가 무에냐?」

중병인답지 않게 단정히 꿇어앉아 성지를 받으려는 아저씨에게 매여는 할수없이 사신을 인도하여 들였다.

장발적의 난을 평정하고 영인을 물리치라는 황제의 간곡한 분부를 임칙서는 부복하여 들었다. 듣기를 끝내고,

「신 임칙서 즉각 참내하옵겠단다고 복주하여 주시오.」

간신히, 그야말로 간신히 이 말만 하고는 비틀하니 모로 쓰러지고 말았다. 황사는 간곡한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그러나 임칙서는 쓰러진 채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다. 정신을 잃고도 연하여 헛소리로 하는 말—

「야 의대는 가져왔느냐?」

또는,

「행차 준비는 됐느냐?」

애원하듯 호소하듯 부르짖는 것은 이 말뿐이었다.

몸을 가누지를 못하고 정신을 수습지를 못하고 그러면서도 어서 예궐할 준비를 명하는 것이었다.

임칙서의 집을 다녀간 황사는 임칙서의 중환을 복주하매 황제는 이 노신의 중환을 몸소 위문하고자 곧 임칙서의 집으로 행차하였다.

함풍제가 임칙서의 집에 임행한 때는 임칙서는 간신히 정신을 수습해 가지고 어서 예귈하겠다고 하인들을 독촉하여 간신히 의대를 갖춘 때였다.

황황히 마련하려는 옥좌를 멈추게 하고 함풍제는 당신 앞에 부복해 있는 임칙서의 맞은 편에 평좌하였다.

「경이 이렇듯 중환인 줄 모르고—」

이렇게 계속하려는 옥음을 임칙서는 중도에 끊었다.

「아니옵니다. 신 약간 열기는 있습지만 내일이면 평유됩니다.」

「아니 좀 과한 듯하오.」

「아니옵니다. 내일이면 —」

「그 의기는 장하오마는, 노신에 약간 과한 책임이니.」

「폐하 ! 폐하께오서는 신을 안 믿으시옵니까? 선제 폐하께오서는 결코 그렇지 않으셨거늘 폐하께오서는 —」

황제께 나무람이었다.

젊은 함풍제는 이 정성에 감격하였다. 임칙서의 건강으로 보아서는 결코 마음 놓이지 않지만, 그의 고집과 정성에 황제도 임칙서의 원을 승낙하였다.

「폐하 , 내일 발정하겠습니다. 외람되오나 여기서 하직까지 아울러 하옵니다.」

황제께 하직까지 하였다.

사람의 독심이란 무서운 것이었다. 내일은 정신을 잃고 있으리라고 누구든 믿었었는데 임칙서는 이튿날은 비교적 정신이 똑똑하여 황제께 하직 상서를 하고 하인들에게 행차 준비를 독촉하여 또 그 이튿날은 임지 광서를 향하여 발정하였다. 그러나 수레에 올라서는 내내 앓았다. 때때로 버쩍 정신이 들어서는 여기가 어디냐고 묻고는 다시 혼혼히 혼수상태에 빠지고 하였다.

이리하여 중병의 몸을 수레에 싣고 광서로 향해 길을 재촉하던 임칙서는 광서성 경까지 이른 어떤 날, 그 고을 객청에서 밤을 지내고 이튿날 아침 자리에 누운 채 조카딸 매여를 불렀다.

「야, 여기가 내 해골 묻을 자리로구나. 황명을 받아 임지로 가다가 채 가지도 못하고 중도 객사란—」

「아저씨 ! 그게 무슨 말씀이라고—」

「지금 내 정신이 똑똑한 게 이게 죽을 징조이니, 내 죽을 줄 미리 알고 어젯밤 성상께 상서를 썼으니 —」

하며, 임칙서는 자릿귀를 들치고 두 장의 편지를 꺼내어 그 한 장을 먼저 매여에게 주었다.

「이 상서를 네가 성상께 올리도록 채비를 해라. 또 이 두꺼운 다른 편지는 광동서리 총독 섭명침(葉名琛)에게 보내는 건데 이것도 네가 맡아서 전해다고.」

「아저씨 ! 아저씨 !」

「아, 천명이도다. 어찌하랴 !」

길이 탄식하였다. 황명을 받잡고 장발적을 평정하려 함에 임칙서는 결코 병력을 사용코자 아니하였다. 장발적 의 수령 되는 홍수전(洪秀全)이를 불러서 이해로 타일러서 홍수전의 마음을 돌이키게 하고자 한 것이었다.

—지금 우리 나라에는 한족이니 만주족이니 서로 안 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 한족 만주족을 물론하고 청국 신민인 자는 모두 일치단결하여 외적인 서양인을 항거할 때이지 결코 청국인끼리로 분규를 일으킬 때가 아니다. —이 말로써 흥수전을 타일러서 홍수전도 장차 국가 유용한 인물로 만들고자 희망에 찬 마음으로 늙은 몸임을 불구하고 임지 광서로 향하던 도중이거늘, 어젯밤의 이상한 예감으로써 그는 자기의 생명이 임지까지 가도록 보존되지 못할 것을 직각하였다.

이에 그는 황제께 자기의 포부를 상세히 적어 상서 하고, 아울러 자기의 후임으로 광동 서리총독 섭명침을 천거하였다. 또 따로이 섭명침에게 장차 섭명침이 추임으로 흠차대신이 되거든 어떠어떠한 수단과 정책을 쓰라는 지휘를 상세히 편지로 썼다. 그리고도 편지 뿐으로는 부족하여 조카딸 매여에게 이야기 —말로써 상세히 설명하여 주었다.

「섭명침이든 홍수전이든 단 한 사람만이라도, 단 한 각경만이라도 만나보고 죽었으면 여한이 없겠구나.」

「아저씨, 아저씨의 부탁은 제가 잘 알겠어요. 먼저 양강총독 거치어 상서를 올리고 그뒤 제가 친히 섭 총독을 만나서 아저씨의 유지를 잘 사뢰겠어요. 그밖에 숙모님께는 무슨?」

「내 집안에 관해서야 이 자리에서 구구히 무슨 생각을 하랴. 다만—부임도 하기 전에 죽기가 —분하구나.」

이것이 이 늙은 대신의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의 일생을 아편 박멸과 영인들과의 항쟁으로 종시한 청말의 늙은 대신 임칙서는, 그의 한많은 생애의 마지막 호흡을 광서성경의 객지에서 외로이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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