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만필/악기 도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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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는 소년 시절에 이른 아침부터 밤 늦도록 피아노를 상대하여, 음계를 연습하고 화성과 화현(和絃)의 결합 관계를 찾기에 전력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일종의 못된 버릇이 있어서, 언제나 자기가 찾으려던 화현(和絃)이 생각나지 않거나, 또는 전에 알았던 것을 잊어버렸을 때에는, 평상시의 온순하던 성질과는 판이해져서, 그 못된 버릇의 지배하에 노예가 되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는 별안간에 벌떡 일어나서 망치를 가지고는 피아노의 건반을 후려갈길 때마다, 벽력 같은 소리에 놀란 그의 아버 지는, 아들의 귀에 공명기(共鳴器)를 가져다 대어 주면 베르디 자신도 그때는 광태를 진정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