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
애기는 이 땅에 떨어지자 무턱대고 귀염만 받으려 는 그런 특권을 가집니다. 그리고 악을 지르며 을 수 있는 그런 재주도 타고납니다.
그는 가끔 명령을 내립니다. 웅아 ! 응아 !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눈물을 흘리며우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걸 귀아프다 아니할니다. 다만 그의 분부대로 시앵 할 따름입니다. 겸하여, 오, 우지마, 우리 아가야, 하 고 그를 얼싸안으며 뺨도 문대고 뽀뽀도 하고 할 수 있는 그런 큰 행복과 아울러 의무를 우리는 흠썬 즐 길 수 있는 것입니다.
하나 이런 아가는 턱이 좀 다릅니다. 어머니가 시집 온 지 둬 달 만에 빠진 아가요, 이는 바로 개밥의 도 토립니다. 뉘라고 제법 다정스러운 시선 한 번 돌려 주는 이 없습니다. 아가는 고집이 된퉁 세입니다. 그 래도 제 권리를 마구 행사하고자 기를 까륵, 까륵, 씁니다. 골치를 찌푸리고 어른은 외면합니다.
올음도 한이 있읍니다. 얼마 후에는 근력이 지치고 목은 탁 잠깁니다. 밤틀만한 두 주먹을 턱밑에다 꼬부 려블이고 발로 연해 공중을 찹니다. 그제서는 찍젝, 하고 생쥐 덜에 친 소리가 들립니다. 할머니는 옆을 지날 적마다 이렇게 혀를 채입너다. 놘만 아니라 어머니가 못 보면 눈도 곧잘 흘깁니다. 할아버지는 사람이 좀 내숭합니다.
「아, 얘 그 젖 좀 먹여라, 그렇게 울려 되겠니 ?」
하며 겉면에는 아주 좋은 낮을 합니다마는 마누라 와 단 둘이 누우면 이불 속에서 수군거립니다.
「마누라, 이거 귀아파 못 살겠구면 !」
「나두 귀청이 떨어졌는지 귀가 먹먹하다우, 그러니 이를 어쩐담 ! 」
「내다 버릴까? 남의 자식 그간 걸 릴하나!」
이런 흥계가 가끔 벌어집니다. 어머니는 이 속을 전 혀 모릅니다. 알기만 하면 담박
「누구 자식은 사람이 아니람? 아이 우서라, 별일 도 다 많어이 ! 」
하고 시어미에게 복복 들이덤빌 것입니다. 모르니까 잠자코 아가 옆에 앉아서 옷만 꼬맵니다. 그렇다고 아 가가 귀여운 것도 아닙니다. 나오너라 나오너라 이렇 게 빌 때 아가가 귀엽습니다. 나오지 말아라, 제발 죽 어라, 죽어라. 요렇게 속을 조릴 제 나오는 안가는 귀 엽지 않습니다. 도리어 이유 없는 원수라 하겠지요.
아가가 빽, 빽, 울 적마다 그 어머니는 얼굴이 확확 달읍니다. 어느 때에는 너무 무참하여,
「어서 죽어라, 아니꼬운 꼴 못 보니 ?」
하고 아가에게 악을 빡 씁니다. 이것은 빈정대는 시 어머니를 빗대놓고 약간 골풀이도 됩니다.
아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는 외조부 한분이 있 을 뿐입니다. 간혹 찾아을 적이면 푸른 똥이 덕개덕개 늘어붙은 아가의 궁등이를 손에 쳐들고 얼고 빨고 좋 아합니다. 그러면 아가도 그때만은 좋다고 끌꺽끌꺽 바로 웃습니다.
외조부. 그는 사람이 색 이상합너다. 커다란 딸이 있건만 시집을 안 보내지요. 젖이 푹 불거지고 얼굴에 여드름까지 터져도 그래도 안 보내지요. 그 속이 이렇 습니다. 딸을 나가지고 그냥 내줄 게 뭐야. 앨 써 길 렀으니 덕 좀 봐야지. 부자놈만 하나 걸려라. 잡은참 물고 달릴 터이다. 그러나 부자가 어디 제 멋안 부리 고 이런 델 릴 찾아먹으러 옵니까. 부자는 좀더 부자 를 물어 보려고 느무는 것이 원칙이니 좀체 해볼 수 가 없었읍너다. 괜히 딸의 나이만 더끔더끔 늘어갑니다.
그러자 한 번은 아버지가 눈이 등그랬읍니다. 그간 그런 줄 몰랐더니만 눈여겨 보매 딸의 배가 무시로 불쑥불쑥 솟습니다. 과년한 색시라, 배가 좀 부르기도 예사입니다. 하나 아버지야 어디 그렇습니까.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빠친다든지 하면 그런 망측이란 세상 에 없읍니다. 허, 아주 야단났습니다. 밤이 이슥하여 넌지시 딸을 불렀습니다.
「너 요새두 몸 허느냐?」
「....」
딸은 순색으로 대답하고 고개를 푹 숙입니다. 피러 니 애비 체면으로 너 이래저랬지, 하기도 좀 어색합니 다. 어떻게 되려는가 그대로 내 버 려두었습니다. 날 이 갈수록 배는 여일히 불러 옵니다. 예전 동이같이 되었옵니다. 이러고 보면 의심할 건덕지가 없읍니다. 대뜸 매를 들고 딸을 사뭇 내리쉽니다. 하니까 그제서 야 겨우 부는데 어떤 전기 회사 다닌다는 놈인가 하 고 둘이 그 꼴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잘만 하면 만 원 이 될지, 2만 원이 될지 모르는 이 몸이다. 복을 털어 도 분수가 있지 그까짓 전기 회사놈허구 ! 그는 눈에 서 피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즉시 아들을 시키어 그놈 을 붙들어 왔읍니다. 칼라머 리를 훔켜 잡고 방치로 꽁무니를 막 조졌읍니다. 그리고 식칼을 들고 들어와 너 죽고 나 죽자고 날쉽너다. 신주같이 위하던 남의 밥쿨을 끊어 놨으니 하긴 죽여도 시원치는 못하겠지 요. 어찌 흔이 났던지 그놈은 그길로 도망을 간 것이 어디로 갔는지 종적을 모릅니다. 제 어머니만 뻔셀 찾 아와서 내 아들 찾아 능으라고 울고욜고 악장을 치다 가고가고 합니다.
그러니 일만 점점 난처하게 됩니다. 그놈이나 그대 로 두었더면 사위라도 삼을걸 ! 우선 이애를 어떻게 처치해야 옳겠읍니까. 낙태할 약은 암만 사다가 퍼부 어도 듣지를 않습니다. 이제는 별도리 없윰니다. 아무 놈이나 하나 골라서 처맡기는 수밖에는요. 그는 소문 을 놓았음니다. 내가 늙판이고 손이 놀아서 퍽 적적하 다. 그래 데릴사위를 하나 고르는데 아무것도 안 보고 단지 놈 하나만 튼튼하면 된다고.
이 말을 듣고 무척 놀란 것은 필수입니다. 저녁을 먹다 말고 수저를 든 채 벙벙하였읍니다. 너무 좋으너 까요. 그도 장가는 들었었으나 4년 만에 안해가 도망 을 했읍니다. 제 딴은 가랑이가 찢어지게 가난한 이따 위 집에는 안 살겠다는 거겠지도. 그 후로 안해 없이 5년간 꼬박 흘로 지냈읍니다. 나이 이미 삼십을 썩 넘고 또 돈없고 보니 계집 얻기가 하늘의 별따깁니다. 숫색시요 게다가 땅까지 오십 석을 욜여 준다니 참으 로 이거야‥‥‥
「아버지 정 말이에요 ? 」
「정말이지 그럼, 실없는 소리겠니 ! 」 하고 늙은 아버지는 장죽을 뻑뻑 빨며 무엇을 생각합니다.
「별소리 말구 시키는 대로만 해, 이게 필경 우리 집안이 되려는 징존가보다 ! 」
어머니는 옆에서 이렇게 종알거리며 귀를답니다.
「그런데 한 번 보자는걸, 가품도 안 보고 지체도 안 보고 단지 신랑 하나만 보자는 거야」 하고 아버 지는 눈을 지그시 감습니다. 암만해도 자식의 나이가 탈입니다. 일껏 침을 발라 왔다가 이놈은 늙었다고 퇴 박을 받는 나절에는 속쓰린 경우를 만날 것입니다.
「낼 가서 나일 좀 줄여 봐라, 저게 상업학곤가 필 졸업했다니까 그래도 색 고를 것이야. 」
「상업 학교요 ?」
더욱 놀라운 소림니다. 이건 바로 콧등에가 꿀떡이 떨어졌음니다.
필수도 전일에는 인쇄소 직공이었습니다. 10여 년이 나 넘어 근고를 닦았고 따라60원이란 좋은 월급까지 도 받아 보았읍니다. 그러다 불경기로 말미암아 직공 을 추리는 바람에 한몫 끼어 떨려나고 말았옵니다라 고 하는 것은 그놈의 원수 혼또로 돈또로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안해와 마주않아서 매일 지껄이고 배우고 하면 한 서너 달이면 터득하겠지. 몹시 기쁩니 다. 하나 요새 계집애 학교 좀 다니면 대학생 달랍너 다. 필수같이 판무식의 실업자는 원치 않겠지요.
「아버지, 학교 다녔다면 거 되겠어요?」
아들은 똑같은 말을 펄잭 물으며 입에 침이 마릅니 다. 밤이 늦었으나 잠도 잘 생각이 안 납니다. 돈 없 어 공부 못한 원한, 직업 일는 설움. 참으로 야속도 합니다. 한껏 해야 고물상 거간으로 다니는 아버지의 봉죽이나 들고 이대로 한평생 늙어지려는지 ! 여기에는 아버지 역 딱하지 않을 수 없윰니다. 그는 이윽고 허연 수염만 쓰다듬고 않았더니 (될 수 있다) 하고 쾌히 대답합니다. 이런 생각을 한 것입니다. 그 의 내종사촌이 바로 의사입니다. 하여 친척간에 그이 만큼 대우받는 사람이 없고 그이만큼 호강하는 사람 은 문내에 없읍니다. 과연 세상에 판치기로 의사 레고 다시없겠지요.
「너 낼 가서 의사라구 그래라.」
흔인에 빈말이 없지 않을 수 없음니다. 아따 한번 얼러 봐서 되면 졸고 안되면 할일 없고 그뿐 아닙니까.
그 이튿날 아버지는 조반도 자시기 전에 그래서 전 에 가서 그 주인에게 시실을 토파하고 간청하였읍니 다. 부리나케 나왔습니다. 자기 다니는 고물상에 빌려 놓았던 세루 두루마기와 가죽 가방과, 또는 의사가 흔 히 신는 우녀 같은 반화와 이 세 가지를 한나절만 빌 리기로 하였음니다. 집에 돌아왔을 때에는 아들은 벌 써 몸치장을 다하고 있읍너다. 머리에 기름도 바르고 얼굴에 분도 바그고 하였읍니다. 그러니까 좀 앳되도 보입니다.
「얘 호사한다. 어여 입고 가봐라.」
어머니가 두루마기를 입혀 주니 아들은 싱글벙글 흥이 말 아닙니다. 색시도 색시려니와 세루란 난생 처 옴 걸쳐 보니까요.
「이게 뭐야, 화장도 길구 쿨쿨렴렴하니 ! 」
하고 아들은 팔짓도 하고 고갯짓도 하고 몸은 뒤틉 니다. 좋기도 하지만 좀 멋적은 생각도 드는 까닭입니다.
「이자식아, 이젠 지각 좀 나라.」
아들이 나이 분수로는 너무 달망댑니다. 이게 또 가 서 주착없이 지껄이지나 않을까 아버지 역시 한 염려 입니다.
「괜찮아, 점잖은 사람이란 으례 옷을 넉넉히 입는 법이야 ! 」
그리고 대문간까지 나와 손수 인력거를 태워 줍니 다. 인력거군에게 삯을 40전 미리 꺼내 주며 좀 아깝 습니다.
자기는 거간질로 벌어야 하루에 끽 40전 벌까말까 합니다. 이 돈이 보람없이 죽지나 않을까 하여,
「시방 병원 가는 길에 들렀다구 그래라.」
하고 다시 다지다가 또,
「가친이 가보라 해서 왔다고 그래, 괜스레 쓸데적 은 소리는 지껄이지 말고.」
아들은 빈 가방을 옆에 끼고 거만히 앉아갑니다.
딴은 아버지의 말이 용하게 들어맞습너다. 그날 저 녁으로 색시 집에서 일부러 전갈이왔읍니다. 그런 흘 릉한 신랑은 입때 보질 못했다는 것입니다. 흔인이란 식기 전 단결에 치러야 한다. 낼이라도 곧곧 해치우는 게 어떠냐고. 그들은 좋으며 말며 여부가 없읍니다. 전갈 온 그 사람에게까지 머리를 수그리며 굽신굽신 처분만 바랄 뿐입니다. 한편으로는 한 염려도 됩니다. 신팡감만 뵈고 말자던 노릇이 그만 간구한 살림까지 드러나고 말았읍너다. 이러다 뒤가 터지기 전에 얼른 해치우는 수밖에 별도리 없겠옴니다. 나흘 되는 날 흔 인온 부랴부랴 벌어집너다.
양식거리도 변변치 못한 판이니 흔비가 어서 납니 까, 생각다 못하여 일가집으로 흑은 친구의 집으로 목 이 말라서 돌아다니며 빛을 냈융니다. 한 달포 후에 갚기로 하고 40원 가량 만들었던 것입니다마는 인조 견 나부랑이로 금침이라, 옷이라, 또는 음식이라 이렇 게 벌리고 보니 그도 모자랍니다. 안함 몰라도 이왕 하려면 저쪽에 흥잡히지 않을 만큼은 뽄때있이 하여 야 그만한 덕을 보겠지요. 흔인 당일에도 늙은 양주는 꼭두새벽같이 돈을 변통하러 나갔읍니다. 늦은 가을이 라 찬바람이 소매 끝으로 솔솔 기어듭니다. 마누라는 으스스 몸을 떨며 영감을 바라보고,
「이거 이렇게 띤내다가 못 갚으면 어떻게 하려우 ? 」
무던히 애가 킵니다. 그러나 영감님은 아주 뱃심이 유합니다. 고개도 안 돌리고 어청어청 걸어 가며,
「이 구녁 털 저 구녁에 박는 셈인데 필 그래, 다 게 있고 게 있는걸 ! 」
필수가 일어났을 때에는 집안이 떠들썩합니다. 잔치 를 벌이느라고 음식 타령에 흥이났겠지요. 먼촌 일가 며 동리 계집아이들 할것없이 먹을 롱이나 생겼는지 옹게중게 모인 모양 같습니다.
그는 일변 기쁘면서도 좀 미진한 생각도 듭니다. 이 번 흔인이 이렇게 얼린 첫 동기는 50석 땅입니다. 그 런데 장인될 상투박이의 낮짝을 뜯어보니 아마 구두 쇠 같습니다. 필수가 방으로 들어가서 그 앞에 절을 껍씬하고
「제가 김필숩니다」 하고 어른이 보내서 왔다는 그 연유를 말하니까 그는 늠름히
「으, 그러냐, 거기 앉아라.」
하고 제법 따라지게 해라로 집어셉니다. 상투는 비 륵 회었을망정 그 태도가 여간 치어난 내기가 아닙니 다.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벌려 놓다가
「그래 의사질을 많이 했다니 돈 좀 모았느냐?」
「몰 지야 있겠읍니까마는 그저 돈 만은 됩니다. 」
「허 붸 왔구면 ! 」
하고 똑바로 쳐다보며 선웃음을 치는 양이락 또는,
「병원 일이 바꽐 터이지 어서 가봐라.」
하고 국수도 한 그룻 대접 없이 그대로 내몫는 솜 씨락 좀체 친구는 아닙너다. 필수는 제출물에 질리어 무안한 생각과 아울러 어떤 염려도 생깁니다. 마치 무 슨 범 굴이나 찾아 들은 듯한 그런 허전한 생각이요 하고 그 꼬락서니가 땅 50석커녕 헌 버선 한 짝 막무 가 낼 듯싶습니다. 그러나 사모를 떡 쓰고 관대를 걸 치고 사인교에 올라않으니 별생각 없읍니다. 색시가 원 어떻게 생겼을까 궁거운 그 초조밖에는. 이러다 흑 시 운이 좋아 매끈하고 똑딴 그런 계집이 얻어 걸릴 지 누가 압니까.
그는 색시집 중문에서 매우 점잖이 내렸옵니다. 어 젯밤부터 제발 치신없이 까불지 말고 좀 듬직이 하라 는 아버지의 부탁은 아직 잊지 않습니다. 우자를 부리 며 조금 거만스레 초케청으로 을랐읍니다. 하지만 맘 이 간지러워서 더는 못 참습니다. 얼핏 시선을 휘두르 며 마루 한편에 눈을 깔고 섰는 신부를 흘낏 했음니 다. 그리고 이건 몹시 낭판이 떨어집니다. 누가 깔고 을라앉았는지 모릅니다. 얼굴은 멋없이 넙적할니다. 디룩디룩한 살덩이. 필시 숟가락이 너무 커서겠지요. 록째진 그 입술. 떡을 쳐도 두 말온 칠 법한 그 엉덩 판. 왜 이리 떡 벌어졌을까요. 참으로 어지간히 못도 생겼읍니다. 한 번만 보아도 입맛이 다 홱 돌아갑너다. 하긴 성적을 하면 색시의 얼굴이 좀 변하기도 할니다. 도리어 맨 얼굴로 볼 제가 좀 휠씬 날지도 모르지요. 제발 적선하는 셈치고 원 얼굴은 좀 예뻐줍소사 신 랑은 속으로 이렇게 축원하며 신부에게 절을 합니다. 이 흔인이 어떻게 되는 것인지 당자도 영문을 모릅 니다. 신랑상이면 으례 한몫 호사를 시키는 법이 아닙 너까. 그런데 차린 것을 보니 헐없이 행낭어멈 제사 지내는 번으로 삼색 실과에 국수, 편육, 김치, 장종지 나부락이뿐입니다. 이건 사람 대접이 아니라 바로 개 대접. 불쾌하기 짝이 없읍니다. 봐한즉 기와집에 면주 쪽을 들쓰고 있는 사람들이 그래 이럴 수야 있겠읍니 까. 게다 속은 거짓이로되 의사라 하였으니 그 체면도 봐주어야 할 것입니다.
저녁상은 받은 채 그대로 물렸읍니다. 찝쩍거리는 것이 오히려 치수가 떨어질 듯해서요, 신방을 치를 때 에도 마음 한편이 섭섭합니다. 왜냐면 신방어라고 지 키는 연놈 코래기 하나 구경할 수 없읍니다. 이건 결 단코 신락에 대한 대접이 아닙니다.
그는 골피를 찌푸려 가며 색시의 옷을 벗겼읍니다. 이젠 들어다 자리에 눕혀야 됩니다. 두 팔로 그 다리 와 허리를 떠들고 번쩍들려 하니 원체 유착하여 좀체 비끗도 안합니다. 그대로 웅크리고 않아서 무릎과 어 깨를 비겨대고 밀긋밀긋 아랫목으로 떠다밉니다. 그러 니까 어떻게 된 색시길래 제가 벌떡일어납니다. 서슴 지 않고 자리로 성큼성큼 내려가더니 제법 이욜을 됩 쓰고 반듯이 눕는 것입니다. 에쿠 이것두 숫건 아니로 구나 !
하고 뜨끔했으나 따져 보면 변은 아닙니다. 계집애 가 학교를 좀 다니면 활기도 나고 건방지기가 예사니 그렇기도 됩겠지요. 이렇게 풀쳐 생각하고 그는 그 옆 에 가 욜어 눕습니다.
그는 안해를 끌어안고자 손을 들여밀다가 문득 배 에 가 닿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다시한 번 이리저리 주물러 봤을니다. 이건 도저히 처녀의 배때기는 아닙 니다. 어디 처녀가 이다지 딴딴하게도 두드러오를 수 야 있겠읍니까. 정녕코 병들은 배에 틀림없음니다.
「이게 뭐요 ? 」
「뭔 알아 필하우 !」
색시는 눈 하나 까딱없이 순순히 대답합니다. 번죽 도 좋거니와 더구나 뭔 알아 릴하우? 아니 적어도 한 평생 같이 지낼 남편인데‥‥‥ 옷을 입혀 줄 남편, 밥을 먹여 줄 남편, 그 남편이 묻는데 뭔 알아 릴하 우? 콧구멍이 둘이게 망정이지 하나만 있었다면 기절 을 할 뻔했옵니다.
「아니 남편이 묻는데 알아 뭘하다니 ?」
「차차 앞지요‥‥‥」
얘, 이건 바로 수작이 기생 외딴치는구나 ! 하나 이 것이 본시 땅 때문에 얼르고 욜은 결흔이매 그리 낙 망될 것도 없윰니다. 아따 빌어댁을 거 하필 처녀라야 맛입니까. 주먹을 쥐어 그 배를 툭툭 두드리며
「에, 그놈 배 복성도 스럽다 !」
좋은 낯으로 첫날을 치렀습니다. 시부모는 이 부른 배에 대하여 아무 욜평도 얼읍니다. 시체 색시너만큼 이놈 것 좀 뱄다가 저놈 것 좀 뱄다가 하기가 그리 욕은 아닙니다. 저만 똑똑해서 자식이나 잘 기르면 그 만 아닙니까. 물론 그 속이 좀 다르니까 이런 생각도 하지만요. 하기야 성한 색시 다 제쳐놓고 일부러 병든 계집애를 고를 맛이야 없겠지요.
신부례를 하여 색시가 집에 당도하자 그들은 상감 님이나 만난 듯이 무척 반색합니다. 어찌나 얼고 떠는 지 상전을 위하는 시종의 충성이 그대로 나타납니다. 며느리가 가마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달려들어 그 곁 을 고이부축하며
「너무 시달려서 괴롭겠다. 얼른 방에 들어가 편히 누워라.」
시어머니는 이렇게 벌써 터줍니다. 시아비도 덩달아 빙그레 웃으며
「아 그렇지, 믐이 저 지경이면 색 괴로올걸」
하고 되려 추어 주며 은근히 그 내색을 보입니다. 있는 집 색시란 본디 다 그런지요. 이 며느리도 매우 시큰등합니다. 시집온 지 사날도 채 못 되건만 해가 꽁무니를 치받럭야 일어나고 합니다. 거침없이 기침도 하고 가래를 뱉지요.
그때는 시어머니가 벌써 전부터 일어나 아침을 합 니다. 없는 돈을 긁어가며 며느리 입에 맞도륵 찬을 할니다. 김을 굽니다. 고깃국을 끓입니다. 혹은 입맛 이 지칠까봐 간간 떡도 합니다. 그전에야 어디 감히 함부로 김이 뭐며 떡이 뭡니까. 상을 받쳐들고 방으로 들어가면 그제야 며느리는 귈련쫌 피다가 방바닥에 쓱 문대 끕니다.
「얘들 밥 먼저 먹구 세수해라.」
며느리는 밥상을 이윽고 들여다 봅니다. 그러나,
「오늘두 또 명태국이에요?」
하고 눈살을 흐리며 마땅치 않은 모양입니다. 모처 럼 공올 드린 게 또 퇴박이냐 ! 낭판이 떨어져서 풀이 죽습니다. 어제는 명태국이 먹고 싶다더니 왜 이리 입 맛이 들쑹날쑹하는지 그 비위는 맞추기 참으로 졸연 치 않습니다.
「이거 내가구 숭능을 떠다 주세요.」
영 내리는 대로 잠자코 떠다 줄 따름입니다. 그 성 미를 덧들였다 삐쪽 간다든지 하면 과야말로 큰잎날 거니까요. 며느리는 옷을 자랑하는 재주가 하나 있융 니다. 친정에서 옷 한롱 해 온 것을 가끔 헤집어놓고
「저이 집에서는 모두 면주 삼팔이 아니면 안 입어요. 」
하고 시퉁그러진 소리를 하며 번죽거립니다. 그 꼴 이라니 두 눈 갖곤 차마 못 보지요. 하나 미상불 귀히 자랐길래 저만이나 하려고 하고,
「암 그럴 테지. 느집이야 그렇다마다. 여부가 있겠너 ! 」
쓰린 속을 누르며 그런대로 맞장을 헉줍니다. 그러 자 시집을 갔던 딸이 또 찾아옵니다. 기를 못 펴고 자 란 몸이라 핏기 하나 없고 곧 넘어갈 듯이 가냘픔니 다. 나이는 미처 삼십도 못 되련만 청춘의 향기는 전 에 나르고 빈 쪽쟁잃니다
「어머니, 이젠 더 못 살겠어요.」
하고 손을 붙들고 눈물을 떨굽니다. 웅크러 물은 그 입매를 보니 부모를 몹시 원망하는 눈칩니다.
「왜 또 맞았니 ?」
「더는 못 살아요 !」
그리고 어미 품에 머리를 파묻고 다만을 뿐입니다. 어미는 더 묻지 않아도 뻔한 속입니다. 영감을 곧바로 깨물고 싶을 만큼 그런 호된 미움이 분일듯 합니다. 백죄 열네 살짜리를 서른 일곱 먹은 놈에게로 다섯째 애첩으로 보내다니 이야 될 말입니까. 만일 석지기니 간 하불상 백 석쯤이야 떼어 주겠지 하고요. 했더니 덕은 고사하고 고작 딸 얼굴에 꽃만 노랗게 피었읍니 다. 게다 놈이 술을 처먹으면 곱게 못 삭이고 개지랄 이 납니다. 때리고 차고 또는 벌거벗겨 놓고 사면 물 고 뜯고 이 지란이니 세상에는 온 이런 망칙이‥‥‥ 하나 모두가 네 팔자다‥‥‥
「우지 마라, 필수 처 들으면 창피스럽다. 쉬 그만둬. 」
딸의 손목을 굳이 끌고 상우례를 시키러 건넌방으 로 건너 갑니다. 딸이 시집을 못 살고 쫀겨음은 어미 로서 지극히 큰 슬픔에 틀림없었읍니다. 그는 딸을 앞 에 앉혀 놓고 때없이 꼴짝꼴짝 눈물로 위로합니다.
「얘, 별수없다, 시집살이란 다 그런거야.」
하고 눈물도 것겨 주고
「계십된 게 불찰이지 누굴 원망하랴.」
하고 제 눈도 씻고 어느 때는 궐련까지 피워권하면,
「단배출 배워라, 그럼 화가 좀 풀리니.」
이렇게 잔생이 달래도 봅니다. 그러나 밤에 자리 속 에서 영감을 만나면
「예이 망할놈의 영감, 덕본다더니 요렇게두 살 퉜어.」
하고 창이 나도륵 바가지를 복복 긁습니다. 그러면 영감님은 눈을 멀뚱이 뜨고 딱하지요. 그래도 한 다리 뻗을 줄을 알았지 애비치고 누가 딸 얼굴에 노란 꽃 피라고 빌 놈이 있겠윰니까.
「허 이러는 게 아냐, 누가 영감 수염을 채나. 」
하고 되레 점잖이 나무랍니다. 독살이 불꽃 같이 뻗 친지라 이젠 등을 투덕투덕 두드리며 묵주머니를 만 들자면 땀깨나 좋이 빠집니다. 하나 늙은 몸으로 며느 리 봉양하기에 실없이 등골이 빠졌읍니다. 어차피 딸 도 오고 했으매 네가 좀 찬이라도 입에 맞도록 해서 주라고 밥짓기와 상배를 떠넘겼읍니다 딸은 계집앳적 부터 원체 성질이 꽁합니다. 게다 흥악한 남편을 만나 몸이 휘지다 보니 이젠 빈껍데기만 남은 등신입니다. 그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히 일만 할 똴입니다. 또 한편 생각하면 친정밥처럼 얻어먹기 어색하고 눈치뵈 는 밥은 별로 드무니까요.
하루는 모질게 추운 겨울입니다. 된바람이 처마 끝 에서 쌩, 쌩, 달리며 귀를 엡니다. 3리고 부익으로 연 상 눈을 들여뿜습니다. 낡삭은 초가집이라도 유달리 추을 거야 있겠읍니까마는 본디 가랭이 찢어지게 가 난하면 추위도 꽁무니에서부터 치뻗치는 법입니다. 딸 이 새벽같이 일어나 나오니 속이 어지간히 떨립니다. 손을 흑혹 불며 찬물에 쌀을 씻고 있노라니,
「어보 이 요강 좀 버려다 주 」 하고 건넌방에서 을케가 소리를 지릅니다. 날씨가 너무심한지라 오늘은 요강도 안 내놓고 그러는게지요. 장 하는 버룻이라 여 느때면 잠자코버려다 줄 것이로되 이날만은 밸이 좀 상합니다. 저는 릿인데 손끝 하나 까딱 안하곤 밖에서 떨고 있는 나를 부리며 요 거드름인지 ! 그는 대꾸도 않고 그냥 귓등으로 를렸윰니다. 하니까 뭐라고 종알 거리는 소리가 제법 흘러나윰니다. 자세히는 아니 들 리나 필경 악담이나 그렇잖으면 욕설이 한껏이지요. 겨우 밥을 끓여서 상에 받헉들고 들어갑니다. 올케 는 눈귀가 처지며 들떠보도 않습니다. 그리고 시누이 가 채 나가기 전에 밥 한술을 얼른 떠넣고 씹더니,
「이것두 밥이라구 했나? 돌만 어적거리니 ! 」 하고 상전에다 숟가락을 딱 때립니다.
너무나 꼴불견이라 눈이 다 실 노릇입니다. 하도 어이없어 한참 내려보다가,
「그만 다행으로 아우, 나가서 좀 해보구.. 」
「추우면 밥도 안 먹습니까?」
「‥‥‥‥」
「여느 몸도 아닌데 좀 사정도 봐쥐야지 ?」
「자기도 애나 좀 배봐 !」
기막힐 일이 아닙니까. 어느 놈의 자식을 뱄길래 이 리 큰첸지 영문도 모르지요. 요즘에는 어머니에게도 마구 바락바락 들이덤비는 게 그 행실이 왜 발만스럽습니다.
「배란 아기를 뱄수, 왜 이리 큰 체유」 하고 낯을 붉히며 아니 쏠 수도 없읍니다. 하니까 대뜸,
「뭐 ?」
소리를 빽 지르자 들이덤벼 머리채를 휘어잡고 끌 어당기더니 땅방울을 서너 번 먹입니다. 넓은 그 얼굴 에는 심술이 덕지덕지하여 한창 씨근거 립 니다.
「난 우리 집에서 여태 이런 꼴 못 봤어 ! 」
시누이는 원 병약한 몸이라 암팡할 권력도 없거니 와 또 그럴 주변도 못 됩니다. 몇 번 두드려맞는 대로 그냥 몸만 맡길 뿐입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아픔보다 도 제 신세가 서러워 소리를 내며 엉엉 웁니다. 안방에서 아침을 자시고 있던 영감이 역정이 나서 문을 벌컥 엽니다.
「왜 또 형을 들컥거리니, 이년?」 하고 며느리를 편역들어 도리어 쳐합니다. 제대로 둬두었으면 그만일 텐데. 왜 들컥질을 하는 지 원 알다 모글 일입니다. 가뜩이나 요새 훅 하면 이 고생살이 안하고 가느니 마느니 하는걸 ! 열이 나서 딸을 불러세우고 며느리덕 못 보는 화풀이까지 얹어서 된통 야단을 쳤읍니다. 어 찌 혼이 떴던지 딸은 한을 먹고 그길로 든벌째 친정 에서 내뺐윰니다. 아버지가 내 신세를 망쳤으니 그런 줄이나 알라고 을며 갔윰니다.
마누라가 이 꼴을 보고 가만히 있자니 독이 바짝 오릅니다. 자기도 처음에는 갖은 정성을 다 짜가며 며 느리를 받들었으나 인젠 그만 냄샐 내고 말았읍니다. 덕을 보잔 노룻이 덕은커녕 바버치기로 뜯기는 마당 에야 ! 참으로 우습지도 않습니다. 한 번은 아들을 시 켜서 수작을 얼러 보게 하였던 것입니다. 제물로 오기 만 기다렸다는 땅이 어느 때나 올는지 부지 하세월이 니까요.
「우리가 넉넉하면 몰라도 그렇지 못하고 또 장인 께서 어차피 땅 50석을 주신댔으니 이왕이면 가서 말 씀이나 한 번 해보구펄 ! 」
하고 남편이 여운을 떼 보니까 아내도 역시 좋단 듯이,
「귿쎄 나두 그런 생각은 있으나 빈솔으로야 어디‥‥‥」
하고는 됫말을 흐립니다. 아닌게 아니 라 하긴 그럴 법도 합니다. 좋은 잉어측 낚으려면 미끼 먼저 좋아야 할 게 아닙니까.
「그럼 뭘 ? 」
아내는 눈을 감고 뭘 조팜 생각하는 듯하더니,
「그 유성기를 가져갔다 들려 주는 게 어떻겠수? 아버지가 완고가 돼서 그런 견 좋아하리다. 」
축음기 란 고물상에 팔아 달라는 부탁을 받고는 이 날 낮에 아버지가 갖다 논 남의 물건임니다. 판까지 얼러 잘 받아야 15원 될까 말까하는 또래 고물입니다. 이견 새치길 하잔 것인데 아따 뭐 어디 상하는 것도 아니고 닳는 것도 아넙니다. 낼 아침에는 가져오라고 신신당턱를 하여 맡겨 보냈읍니다.
그래서 저녁에 가서 그 이튿날 낮에야 오는데 보니까 빈솔입니다.
「어 떻 게 됐어 ? 」
「그렇게 빨리 되우, 인저 천천히 주신답니다. 」
단지 그뿐, 축음기는 어찌 되는지 링 구워 먹은 듯 쓱싹되고 말았윰니다. 그것 때문에 빛으로 무러꾸럭을 하노라고 집안이 수태욕도 보았지요. 이렇게 보니까 덕을 본다는 것이 '결국 병신 구실로 뜯긴다는 말이나 진배 없지요. 마누라는 며느리가 미워 죽겠으나 차마 그러지 못하고 그 대신 영감에게로 달려붙습니다.
「이렇게두 덕을 잘 봤어 ? 딸 잡아먹고 아들까지 잡아먹을 테여, 이 망난아?」
「허 이러는 게 아니라니까, 누가 영감을 꼬집나?」
영감도 입에 내어 말은 안하나 속은 늘 쓰림니다. 친정이 좀 있다고 나날이 주짜만 심해 가고 행실이 점점 버룻없는 며느리를 보면 속이 썩습니다. 물론 모 두 자기가 버려 논탓이겠지요. 하나 기왕 엎친 물이라 이제는 어째 본다는 재주가 없옵니다. 그는 가끔 며느 리를 외면하여 침을 탁 뱉고는 잉하고 콧등에 살을 모고 합니다.
아들은 차차 아내가 귀여워집니다. 딴은 얼굴이 되 우 못도 생기고 그놈의 땅 50석은 침만 바르다가 이 내 삼키지도 못하고 말았읍니다마는 그런 게 아닙니 다. 나이 이미 사십고비를 바라보고 더구나 흘애비의 몸일진대 아내라는 이름만 들어도 괜갑습니다. 게다 밉든곱든 한 두어 달 동안 같이 지내다 보니 웬 녀석 의 정이 그리 부풀었던지 례칠 수도 없는 형편입니다. 어머니가 부엌으로 끌고 가서 은근히
「그거 보내라, 어디 계집이 없어서 그걸 데리고 산 단 말이냐」 하고 초를 치면
「글쎄 요‥‥‥」
하고 어리뼁뼁한 한 마디로 심심히 치고 맙니다. 하기는 아들도 안해와 된통 싸운 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장가를 든 지 한 달쯤 지난 어느 날입니다. 안해라고 얻어는 왔으나 먹일 게 없읍니다. 됫심을 잔 뜩 장을 대고 이리저리 '긁어모았던 빛을 못 갚으러 줄창 쫄리는 통에 머리털이 셀 지경입니다. 어떻게 밥 줄이라도 붙들어야 한 텐데 원 이것도 되나 안되나 우선 입들을 썬기고 나서 이야기니 적게 헉도 이삼십 원은 들어야 할 게고, 그는 툇마루 헛볕에 웅숭그리고 앉아서 이런 궁리 저런 궁리 하고 있노라니까 웬 뚱 뚱한 소방수 한 자가 책을 손에 들고 불쑥 들어읍니 다. 영문모를 혼또로 돈또로를 부르며 반 벙어리 소리 를 하는데 무슨 뜻인지 알 턱이 있읍니까. 마침 방안 에 안해가 있음을 다행으로 여기고
「여보 이게 뭐란 소리유? 이리와 대답 좀 하우」
하며 신여성을 안해로 둔 자세를 럴이려니까
「아이 망칙두 해라, 누가 안해보구 남의 사내 내답을 하래 ! 」
하고 성을 냅니다.
「괜랴아, 학교두 다녔을라구 !」
그래도 방안에서 꼼짝 안하고 종알거립니다. 대마도 는 한참 벙벙히 섰더니 결국엔 눈을 딱 부릅뜨고 뭐 라고 쏴박고 나갑니다. 제 말엔 대척 없고 저회끼리 딴소리만 지껄이니까 아마 화가 났던 게지요. 그리고 필연코 욕을 하고 나갔기가 쉽습니다. 낮이 화끈하여 얼마 후 밖으로 나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니 지붕 위로 굴뚝을 석 자를 을리라고요. 그는 분한 생각이 치밉니다. 그놈 상투배기에게 모조리 속은 걸 생각하 고 곧 때려죽여도 시원치 못할 만큼 치가 부르르 떨 립니다. 바탕이 언죽번죽한 계집이너 제가 짜장 학교 를 좀 다녔다면 장난삼아서라도 나와서 히짜를 빼겠 지요. 에이 망할 년, 그는 열병거지가 나서 부리나케 건넌방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사지를 부르르 떨며
「일어 꼬각 하나 못하는 것이 무슨 학교를 다녔다구 ! 이 년아 ! 」
하고 넘겨짚으며 얼려 딱딱입니다. 그러니까 아내는 잠자코 낮이 빨개집니다.
「네까짓게 학교를 다니면 값이 얼마라구!」
두둑한 뺨에다 다짜고짜로 양떡을 먹입니다. 안해가 밉다니보다 모조리 속인 장인놈의 소위가 씩 괘씸하고 원통합니다.
「저는 웬 의사라구 빈 가방을 들고 왔디갔다해, 아이 우스워라 별꼴두 다 많아 !」
하고 그제서야 안해는 고개를 들며 입을 쪽입니다. 이 말은 남편의 자존심과 위풍을 똥물에 통째 혼듭니 다. 잡담 제하고 왁하고 달려들자
「이년 뭐 ? 다시 한 번 놀려봐」 하고 가랑이를 찢어 놓는다고 다리 한 짝을 번쩍 듭니다. 그런데 이 를 어점니까, 안해가 나머지 다리를 마저 공중으로 번 쩍 치올리며,
「자 어서 찢어놔 봐 ! 」
그러너 워낙 육중한 다리라 한 짝도 어렵거늘 두 짝을 한꺼번에 들고 논다는 수야 있읍니까. 이럴 때는 기운이 부치는 것도 과연 설움의 하납니다.
「에이 더러워서 ! 」
잡았던 다리까지 내던지며 저 흔자 정해지지요.
이러한 환경에서 아가는 나왔읍니다. 동짓달 초순 그것도 몹시 사나운 날이었습니다. 아침부터 산모가 배가 아프다고 됫간엘 펄젝 드나들더니 저녁 나절쯤 하여 한데다가 빠치고 말았읍니다. 그런 줄이야 누가 알았겠옵니까. 별안간
「아이구머니 이보레 ! 」
이렇게 쇔매기소리를 지르므로 집안 시구가 허겁지 겁 달려가 보니 아가는 발판널에 걸쳤읍니다. 그럼 그 렇지 네가 자식 하나 변변히 빠쳐 보겠니 ! 시어미는 눈살을 찌푸리고 혀를 찹니다. 시애비도 이 꼴을 보니 마뜩지 않아서, 입맛만 쩍쩍 다십니다. 그건 하여간 우선 급하니까 남편은 들이덤벼 안해를 부축하고 시 어미는 아가를 두 손에 받들고 이렇게 수선을 부리며 방으로 끌어들입니다.
아가는 웅아 ! 응아 ! 하고 자그마한 입으로 웁니다. 일부러 보려는 이도 없거니와 얼뜬 눈에 띄는 게 딸 입니다. 이렇듯 흔감스럽게 나왔건만 복이 없는지 귀 염을 받습니다. 아가를 제일 미워하는 이는 할머니입 니다. 그는 뻔질 영감을 꼬드기며 성화를 합니다. 그 까짓 거 남의 자식은 해필한담 ! 갖다 내버리든지, 죽 여 없애든지 하자는 것입니다. 영감 역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딴은 괴이치 않은 말입니다. 남의 자식을 애써 긴러야 뭘합니까. 그견 국을 끓입니까, 떡을 합니까. 아무 소용이 없거든요. 혹 기생을 만들려면 나중에 덕 좀 볼는지 모르지요마는 어느 하가에 그만큼 자라고 소리도 배우고 합니까. 그때는 벋써 전에 두 늙은이 땅속에서 횐 백골이 되어 멀거니 누웠을 것입니다. 하 고 또 에미 딸 에미 닮지 별수 있겠윰니까, 저것도 핀 면 필시 낯짝이 제 어미본으로 쥐었다 논 떡일 테고 성깔도 마찬가지로 발만하겠지요. 이런 생각을 하면 아가도 곧 밉고 마누라의 말이 솔깃하고 단콤 쌀쌀합 니다. 그랬다 경칠 놈의 거 밤낮 벡빽울고.
어느 날 낮에 어머니가 홀로 친정엘 다니러 갔읍니 다. 아마 담배값이라도 타러 갔겠지요. 그 틈을 타서 영감 마누라가 건넌방 문을 가만히 열고 들어감니다. 아가는 빈방에 끽소리 없이 흔자 누웠윰니다. 마누라 의 말대로 영감은 아가를 들고자 앞에 넙쪽 엎딥니다. 하니까 아가는 맥도 모넓고 수염을 잔뜩 움켜잡고 좋 다고 신이 나서 자꾸 챕니다. 난 지 번써 두 달이 넘 으매 인제는 제법 끄윽끄윽 하고 웃습너다. 이걸 유심 히 들여다보니 죽여치우다니 차마 ! 우선 먼저 얼굴을 들이 대고,
「그렇지, 이자식 사람 아나? 쪽쪽」 하고 얼르며 고 말간 볼에다 뽀뽀를 하고 보지 아니치 못할 노룻 입니다. 그리고 일껏 먹었던 계획이 꽁무니로 스스르 녹아
「누가 얼르라고 끌고 왔어 ? 왜 저리 병신짓이 여. 」
마누라는 옆에서 골을 내며 종종거립니다.
「허, 안되지, 어디 인두겁 쓰고야 ! 」 하고 영감 은 고대 따위는 까먹고 딴청을 부리며 눈을 흘깁니다. 이러기를 아마 찬 서너 차례 될 겝니다. 아들은 그런 속내를 모릅너다. 그리고 딸이 예쁜지 미운지 그것조 차 생각해 볼 여지가 없읍니다. 매일같이 취직을 운동 하러 나가면 어두워서야 파김 치가 되어 돌아옵니다. 기진하여 자리에 누우면 세상을 모르고 그대로 코를 곱니다. 아버지의 생기는 푼돈냥으로는 도저히 살림을 꾸려 갈 수가 얽습니다. 이거 하루바삐 밥줄을 잡아야 할 텐데 참 야단입니다.
그날도 저녁때가 되어서야 눈이 헤가마가 되어 들 어읍니다. 팔짱을 끼고 우둘우둘 떨며
「밥 좀 줘」 하다가
「이 방엔 군불도 안 지폈나?」
아내는 대답 대신 입귀를 샐쪽 올립너다. 군불이라 고 그 알량한 장작 서너 개비 지피는 거, 오늘은 그나 마도 없어서 못 때니 소금을 골 판입니다. 써늘한 방 바닥에서 아가까지 추운지 얼굴이 오므라든 것같이 보입니다. 남편은 곁눈도 안 뜨고 허등지등 밥을 떠넣 습니다. 일은 하나도 성사 못하고 부질없이 입맛만 대 구 달아지니 답답한 일입니다. 같은 밥도 궁하면 배나 더 먹히고 그리고도 또 걸근거립니다. 이것도 역 없는 욕의 하나라 하겠지요. 그는 수저를 놓고 혀끝을 위아 래로 꼬부려 잇새의 밥풀을 죄다 뜯어먹고 그리고 나 서 물을 마시려니까
「여보, 우리 얘를 내다 버립시다. 」
하고 아내가 마주 쳐다보며 눈을 깜빡입니다.
「왜 날젠 언제구 또 내버리다너 ?」
「아니 저‥‥‥」
안해는 낮이 후꾼한지 어색한 표정으로 어물어물할 니다. 실상이지 딸은 제 딸이로되 요만치도 귀엽진 않 습니다. 이것 때문에 시부모에게 큰 체를 못해서요. 큰 체를 좀 빼다가도 방에서 아가가 울면 그만 제 밑 을 드러내 놓고 망신을 시키는 폭입니다. 전날에 부정 했던 제 죄로 말미암아 아주 셀끔 못하고 꺾여 버립 니다. 또 예쁘던 것도 모두들 밉다. 밉다 하면 어쩐지 따라 밉게 되는 법이니까요.
「그런게 아니라 이렇게 서로 고생할 게야있수, 자 식 귀한 집으로 가면 저도 호강일테고 한데 ! 」
이 말은 듣기에 좀 구수합니다.
「글쎄」 하꼬 든직이 생각하여 봅니다. 딴은 이런 냉골에서 구박만 받느니 차라리 손노는 집으로 들어 가서 호강하는 것이 한결 날 겝니다. 그리고 저게 지 금은 모르나 좀 자라면 되우 먹으려고 들 겝니다. 가 난한 마당에는 아가의 조그만 입도 크게 무섭습니다. 또 게다 밤이면 짹, 짹, 우니까. 아따 너도 좋고 우리 도 좋고 !
「좀 잘 사는 집에다 하우.」
「그래 염려 말아,」
자정이 넘은 걸 알고 안해가 포대기에 싸주는 대로 아가를 받았읍니다. 그리고 속은 모르고 어른들이 알 면 야단을 만날까봐 슬며시 밖으로 나왔읍니다.
거리에는 이미 인적이 드물고 날카로운 바람만 오 르내릴니다. 만물은 겹겹 눈에 드리없이 눌리고 다만 씩늘한 횐빛뿐입니다. 그리고 눈은 아직도 부슬부슬 내리는 중입니다.
이런 짓에는 순사를 만나면 고만 망입니다. 그것만 없으면이야 어디 가 어떻게 하든지 멋대로 할 텐데 속을 졸이며 됫골목을 끼고 종로로 을라갑니다. 그러 나 등뒤에서 버스럭만 하여도 이거 칼이나 아닌가 하 고 얼떨하여 눈을 등굴립니다.
다옥정 골목으로 들어서서야 비로소 마음을 놓았옵 니다. 거기 고대 깔린 눈 위에 발자국이 없음을 보니 일이 벗날 염려는 없겠지요. 다방골이란 본디 기생촌 이요 따라 남의 소실이 곧잘 치가하여 사는 곳입너다. 기생이 어디 자식 낳기가 쉽습니까. 젖먹이라도 하나 구하여 적적한 한평생의 심심 소일을 하고자 우정 주 문하러 다니는 일이 푹합니다. 그런 자리로 들어만 가 면이야 그만큼 상팔자가 또 없겠지요. 허리띠를 풀어 제끼고 배가 적을세라 두드려 가며 먹어도 좋을 게 아닙니까. 그렇거든 아예 내 공은 잊지 말고 나중에 갚아야 되겠지. 우선 마음에 맞는 대문짝부터 고릅니 다. 어느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갔더니 양칠을 하여 허 을 멀쑥하고 찌르르하게 떨뜨린 솟올대문이 있융니다. 그 떠벌린 품새를 보면 모름몰라도 벼 천이야 좋이 하겠지요. 이만하면 하고 로대기로 폭 싸 아가를 문앞 섬돌 위에다 을리놓았윰니다. 아가는 잠이 곤히 든 모 양입니다. 인제 이게 추우면 깨서 짹,짹, 소리를 지르 겠지요. 그러면 행랑어멈이 나와서 집어들이고 주인이 보고 이렇게 일이 얼릴겁니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힘차게 골목을 나왔율니 다. 그러나 팔짱을 끼고 덜덜 떨며 얼마쯤 오다 보니 다리가 차차 무거워집니다. 저게 울었으면 다행이지만 을기 전 얼어죽으면 어떡합니까. 팔자를 고쳐 준다고 멀정한 딸만 하나 얼려 죽이는 셈이지요. 그는 불현듯 조비비하며 그곳으로 다시 돌쳤읍니다.
아가는 맥모르고 그대로 잠잠합니다. 다른 이가 볼 까봐 가랑이가 켕겨서 얼른 집어들고 얼른 나왔읍니 다. 바로 내년 봄에나 하면 했지 이거 안 되겠읍니다. 그리고 보니 왜 집에서 나왔던지 저로도 영문을 모를 만큼 떠름합니다.
집에 갈 때에는 큰길로 버젓이 내려갑니다. 찬바람 을 안느라고 얼어붙는 듯이 눈이다 씸벅씸벅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염려는 벗었으나 또 한 걱정이 생깁 니다. 이걸 그대로 데리고 가면 필경 안해가 정쨍거리 며 등쌀을 댈 겝니다. 그러지 않아도 요즘에 버잭지가 의사라지 왜 또는 이까짓 미화가 의사면 괘게 ! 하고 건뜻하면 오금을 박는 이인데.
「에이, 이거 왜 나와 이 고생이야 참 !」
그는 털털거리며 이렇게 여러 번 입맛을 다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