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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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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매춘부(賣春婦)를 생각한다―


애절하다. 말은 목구녁에 막히고 까맣게 끄슬은 흥분이 헐떡헐떡 목이 쉬어서 딩군다. 개똥처럼.


달이 나타나기 전에 나는 그 도랑 안에 있는 엉성한 동굴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눈병이 난 모양이다. 전등불 밑에 국과식물(菊科植物)이 때가 끼어 있었다.

포주(抱主) 마누라는 기름으로 번들거리는 상(床) 위에 턱을 고이고 굵다란 남성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내 뒤를 밟은 놈이 없을까, 하고 나는 포주(抱主) 마누라에게 물어보았다.


방바닥 위에 한 마리의 고양이의 시체가 버려져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서 발을 멈추었다. 그것은 역시 고양이였다. 눈이 오듯이 영혼이 조용하게 내려앉고 고양이는 내 얼굴을 보자 미소를 짓고 있는 듯이 보였는데 그것은 세상에 둘도 없는 무서운 비예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내 어린애 똥같은 우엉과 문어 과리(科理)와 두 병의 술이 차려져 왔다.

골약근(滑躍筋)―이를테면 항문(肛門)따위―여자의 입은 골약근(滑躍筋)인 모양이다. 자꾸 더 입을 오무리고 있다. 그것을 자기의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코는 어지간히 못생겼다. 바른쪽과 왼쪽 뺨의 살집이 엄청나게 짝짝이다.

금방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은 얼굴이어서 나는 마음이 조마조마해 있었더니 여자는 입술을 조용히 나의 관자놀이 쪽으로 갖고와서 가볍게 누르면서 마치 입을 맞출 때와 같은 몸짓을 해보였다.

거름냄새가 코에 푸욱 맡혀왔다. 때마침 천장 가까이 매달려 있는 전등에서 노란 국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나는 극한 속에서처럼 부르르 떨고 있었다. 말도 안 나온다. 바리캉(Bariquant)으로 이 머리를 박박 깎아버리고 말까.

오후 비는 멈추었다.

다만 세상의 여자들이 왜 모두 음매부(淫賣婦)가 되지 않는지 그것만이 이상스러워 못 견디겠다. 나는 그녀들에게 얼마간의 지폐(紙幣)를 교부(交附)할 것이다.


나는 내 자신의 얼굴을 볼 수는 없다. 손이 새파랗다. 조그맣게 되어가지고 새로운 주름살까지도 보이고 있었다.

여자는 나의 손을 잡았다. 고급장갑(高級掌匣)을 줍는 것처럼―그리고 나한테 속삭였다. 그것은 너무 먼 곳에서 들여오는 것 같아서 나에겐 한 마디도 들리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벌써 다른 일을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일이었고 하나만 있는 일일 것이다.

나의 속의 불량기는 벌써 무과(無科)로 자리에 앉아있다. 전신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나의 목구녁 속에서 헐떡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될 수 있는대로 여자의 체중을 절취했다. 그것은 달마(達磨) 인형처럼 쓰러뜨려도 다시 일어나고 또 쓰러뜨려도 다시 일어나는 것이었다.

백지(白紙)는 까맣게 끄슬러 있었다. 그 위를 땀의 행렬(行列)이 천근(千斤)같은 발을 끌고 지나갔다.


분주한 발걸음소리가 나고 창(窓)들의 장막(帳幕)은 내려졌다. 자색(紫色) 광선(光線)이 요염하게 반짝거렸다. 허지만 그것은 온통 황색(黃色)이었다.

손가락은 가야할 곳으로 갔다. 눈을 감은 병사(兵士)는 개흙 진 소택지(沼澤地)로 발을 들여놓았다. 뒤에서 뒤에서 자꾸 밀려드는 도취(陶醉)와 같은 실책(失策).

피의 빛을 오색(五色)으로 화려하게 하는―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도리가 없는 어린애와 같은 실족(失足)―진행(進行)해감으로써 그것은 완전히 정지되어있었다.


술은 대체 누구를 위해서 차려온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허기는 내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만은 명백하지만.

여자는 흡사 치워버리기나 하는 것처럼 술을 다 마셔버렸다. 홍수(洪水)와 같은 동작이다. 그리고 간간히 그 페스트(Pest, 흑사병)같은 우엉을 그 골약근(滑躍筋) 사이에다 집어넣었다.

이 여자는 이 형편없는 비위생(非衛生)때문에 금방 병에 걸려 벌떡 소처럼 쓰러지지나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여자는 화려한 얼굴을 하고 있다.

배가 고픈 모양이다. 나는 그것을 알아차릴 수는 없다. 나는 그런 혜안(彗眼)은 없다. 허지만 그렇다고 치면 역시 얼마나 석비(石碑)같은 체중(體重)이겠는가.

슬픔이 치밀어 올랐다. 이만 술로 여자는 취할 것 같지 않다. 또한 여자는 자주 내가 한시바삐 취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여자의 표면에서 부침(浮沈)하고 있었던 표적(標的)이 실종했다.

그러니까 나는 아직도 아직도 슬퍼해서는 안 된다고 그러는데. 마음을 튼튼히 갖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호주머니 속의 은화(銀貨)를 세었다.

재빠르게―그리고 재촉했다.

선금(先金) 주문(主文)인 것이다.

여자의 얼굴은 한결 더 훤하다. 지분(脂粉)은 고귀(高貴)한 직물(織物)처럼 찬란한 광망(光芒)조차 발(發)했다. 향기 풍부하게― 허나 이 은화(銀貨)로 교환될 것은 무엇인가. 나는 그것을 깜박 잊어버리고 있다. 이만저만한 바보가 아니다.

그러자 갑자기 여자의 두 볼은 둔부(臀部)에 있는 그것처럼 깊은 한 줄씩의 주름살을 보였다. 기괴한 일이다. 여자는 도대체 이렇게 하고 웃으려고 하는 것인가.

골을 내려고 하는 것인가 위협을 하려고 하는 것인가 아니면 결국 울려고 하는 것인가. 나에게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위협이다.

여자는 일어났다. 그리고 홀깃 내 쪽을 보았다. 어떻게 하려는가 했더니 선 채로 내 위로 버럭 덮쳐왔다. 이것은 틀림없이 나를 압살(壓殺)하려고 하는 것일 것이다.

나는 손을 허공에 내저으면서 바보같은 비명을 올렸다. 말의 체취가 나를 독살(毒殺)시킬 것만 같다.

놀랐던 모양이다. 여자는 비켜났다. 그리고 지금의 것은 구애(求愛)의 혹은 애정에 보답하는 표정이라는 것을 나에게 말했다.

나는 몸에 오한(惡寒)을 느끼면서도 억지로 부드럽게 웃는 낯을 해 보였다. 여자는 알겠다는 듯이 너그럽게 고개를 끄덕거려 보였다.

아―얼마나 무섭고 둔중(鈍重)한 사랑의 제스처일까. 곧 여자는 나가버렸다.

찰싹찰싹하는 물소리가 들렸다. 장짓문 너머에서 고양이의 신음소리가 심각하다, 아무래도 한 마리인 것 같다. 실없는 놈들이다.


말―말이다. 쌍말이다. 땀에 젖은 창이(瘡痍)투성이의 쌍말임에 틀림없다. 구멍은 없는가. 유령처럼 그 속에서 도망쳐 나가고 싶다. 허지만 여기가 정작 참아야 할 데다. 될 수 있는 대로 흥분해보자.

밟혀 죽을 게 아닌가. 튼튼해 보이는 말이다. 허지만 나한테는 뼈가 있다. 뼈는 여자를 매혹할 것이다.

소독제(消毒劑)를 집어서 새까만 우엉을 하나 집어본다. 역청(瀝靑)에 담갔던 것처럼 끈적끈적하고 달아 보인다. 입은 그것을 기다린다.

무섭게 짜다.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다. 여자가 들어온다. 나는 그것을 맞이할 수가 없다. 나의 얼굴 전체가 짜기 때문이다.

여자는 나에게 이유를 물었다. 나는 답변하기가 거북하지 않을 수 없다. 술이 없느냐고 말했다. 여자는 사람을 흔들어 깨듯이 술병을 흔들어 보였다. 있다.

나는 한 모금 마셨다. 고추장이 먹고 싶다. 고향에 돌아가야 한다. 그러자 여자의 백치(白痴) 비슷한 표정마저도 꿈같이 그리웁게 보인다.

여자는 환상(幻想) 속에서 고향의 복장(服裝)을 하고 있었다. 말한테서는 대토(垈土)와 거름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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