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앵

위키문헌 ― 우리 모두의 도서관.
둘러보기로 가기 검색하러 가기

향기를 품은 보드라운 바람이 이따괌리 볼을 스쳐 간다. 그럴 적마다 똔잎은 하나, 둘 곽라당괄가당 공 중을 날며 혹은 머리 위고 혹은 옷고름에 사뿐 얹히 기도 한다. 가지가지 나무들 새에 끼여 있는 전등도 밝거니와 피 광선에 아련히 비치어 연분흥 막이나 벌 여 논 듯, 활짝 피어 벌어진 팥들도 곯기도하다.

(아이구 ! 꽃도 너닥 피니까 어지럽관 ! )

경자는 여러 사람플 틈에 끼여 사뚜라나무 델을 거 닐다가 우인히도 콧등에 스치려는 꼴 한 송이를 똑 따들고 한번 느긋하도록 맡아본다. 맡으면 맡을수록 가슴속은 후련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취하는 둔싶다. 둬서너 번 더 코에 들여대다가 이번에는,

「애 ! 이 꽃 좀 맡아 봐」 하고 옆에 따르는 영애 의 코밑에다 들여대고,

「어지럽지 ? 」

「어지럽긴 뭐가 어지러워, 이까짓 꽃냄새 좀 맡 고 ! 」

「그럴 테지 ! 」

곁자는 호박같이 뚱뚱한 영애의 몸집을 한번 훔쳐 보고 속으로 저렇게 디룩디룩하니까 호청도 아마 하 고는,

「너는 꽃두 볼 줄 모르는구나 !」

혼자말로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내사 꽃 볼 줄 몰라, 얘두 그럼 왜 이렇게 창경원엘 찾아왔드람?」 하고 눈을 똑바로 뜨니까,

「얘 ! 눈 무섭다, 저리 치워라」 하고 경자는 고개 를 저리 돌리어 웃음을 날려 놓고,

「눈만 있으면 꽃 보는 거냐, 코루 냄새를 맡을 줄 앞아야지.」

「자는 꽃이지 그럼, 누가 애들같이 꺾어틀고 그러디. 」

「넌 아주 모르는구나, 아마 교양이 없어서 그런가 부다. 꽃은 이렇게 맡아 보고야 비로소 좋은 줄 아는 거야 ! 」 하면서 경자는 아까의 그 꽃송이를 두 손바 닥으로 으깨어 가지고는 다시 맡아 보고,

「아 ! 취한다, 아주 어지럼구나 ! 」

그러나 영애는 거기에는 아무 대답도 아니하고,

「얘 ! 쥔놈이 또 지랄을 하면 어떡허니 ?」

하고 그 왁살스러운 대머리를 생각하며 은근히 코 를 부빈다.

「얘, 듣기 싫다. 별소릴 다하는구나, 그까짓 자식 자랑 좀 하거나 말거나.」

「그래도 아흠 점 안으로 다녀온댔으니까 약속은 지켜야 할 텐데‥‥‥」 하고 팔을 들어보고는 깜짝 놀라며,

「벌써 아흠 점 7분인데 ! 」

「열 점이면 어때 ? 카페 여급이면 뭐 즈집서 기르는 개돼지인 줄 아니 ? 구경헐 거나허구 가면 그만이지.」

경자는 이령게 애꿎은 영애만 쏘아박고는 새삼스레 생각난 듯이 같이 왔던 정숙이를 찾아보았다. 정숙이는 어느 틈엔가 저만침 떨어져서 흘로 걸어 가고 있업다. 어른의 손에 매달리어 오고가는 어린아 이들을 일일이 살펴보며 귀여운 듯이 어떤 아이는 머 리까지 쓰다듬어 본다마는 바른손에 꾸겨 들은 손수 건을 가끔 얼굴로 가져가며 시름없이 걷고 있는 그 모양이 심상치 않고.

(저게 눈물을 짓는 것이 아닌가? 정숙이가 왜 또 저령게 풀이 죽었을까? 아마도 아까 주인녀석에게 말 대답하다가 패랑패랑한 여자라구 사설을 당한 것이 분해 저러는 게 아닐까? 그러나 정숙이는 그렇게 맘 좁은 사람은 아닐 텐데‥‥‥) 하고 경자는 아리숭한 생각을 하다가 례로 몰리는 어른 틈에 끼여 퐁다고 방싯거리는 알숭달숭한 어린애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야 아 하, 하고 저도 비로소 깨달은 듯싶었다. 계깁아이의 등에 업히어 밤를만한 두 주먹을 내흔 들며 낄낄거리는 어린애도 귀엽고 어머니 품에 안기 어 장난감을 흔드는 어린애도 또한 귀엽다.

한 손으로 입에다 빵을 꾸겨넣으며 부지런히 따라 가는 양복 입은 어린애‥‥‥

아버지 어깨에 두 다리를 걸치고 걸터않아서 「말 탄 양반 끄덕 ! 」 하는 상고머리 어린애 이런 번화로 운 구경은 처음 나왔는지 어머니의 치마 속으로 기어 들려는 노랑 저고리에 쪼꼬만 분흥 몽당치마‥‥‥

「얘 ! 영애야 ! 아마 정숙이가 잃어버린 딸 생각이 또 나나 보지 ? 저것 좀 봐라, 자꾸 눈물을 껏지 않니 ?」

「글쎄 . 」

영애는 이렇게 엉거주춤히 받고는 언짢은 표정으로 정숙이의 됫모양을 이윽히 바라보다가,

「요새른 더 버쩍 생각이 나나 보더라. 집에서도 가끔 저래.」

「애 좀 잃어버리고 릴 저런담, 나 같으면 도리어 몸이 가뜬해서 좋아하겠다. 」

「어째서 제가 난 아이가 보고 싶지 않으니 넌 아 직 애률 못 나봐서그래」 하고 영애는 바로 제 일같 이 펄잭 뛰었으나 앞뒤 좌우에 랙럭이 사람들이매 흑 시 누가 듣지나 않았나, 하고 좀 무안스러웠다. 그는 제 주위를 흘끔촐끔 둘러본 다음 경자의 곁으로 바짝 다가서며,

「네 살이나 먹여 놓고 잃어버렸으니 왜 보고 싶지 않으냐? 그것도 아주 죽었다면 모르지만 극장 광고 돌리느라고 왐빵대는 바람에 좇아나간 것을 누가 집 어갔어, 그러니 애통을 안하겠니 ?」

「오 그래 ! 난 잃어버렸다는 게 아주 죽은 줄 알았 구나, 그러면 수새원을 내지 그래 왜 ?」

「수색원 낸 진 벌써 이태나 된다나.」

「그래두 못 찾았단 말이지 ? 가만 있자」 하고 눈 을 깜박거리며 무엇을 한참 궁리해 본 뒤에,

「그럼 개 아버지가 누군질 정숙이두 모르겠구먼 ? 」

「넌 줄 아니, 모르게 ?」

영애가 이렇게 바삭스리 단마디로 쏘아붙이는 통에 암말 못하고 그만 얼굴이 빨개졌다.

(애두 ! 누군 갠 줄 아나? 아이 망할 년 같으니 ! 이년 떼내던지고 흔자 다닐까부다)

하고 경자는 골김에 도끼눈을 한 번 떠봤으나 그렇 다고 저까지 노하긴 좀 어색하고 해서 타이르는 어조 펄,

「별애두 다 본다, 네 대답이나 했으면 고만이지 고 렇게 톡 쏠 건 뭐 있니 ?」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한 대여섯 발 옳겨놓다가 다 시 영애 쪽을 돌아보며,

「지금 정숙이는 흔자 살지 않어 ? 그럼 개 아버지 는 가끔 만나보긴 허나?」

「난 몰라, 」

「좀 알면 큰일나니 모른다게 ? 너 한집에 같이 있 고 그리고 정숙이허구 의형제까지 한 애가 그걸 모르 겠니 ?」

경자는 발을 딱 멈추고 업신여기는 눈초리로 영애 를 쏘아본다. 빙충맞은 이년하고는 같이 다니지 않아 도 좋다고 생각한 때문이었다. 하나 영애가 먼첨에는 좀 비쌨으나 불리한 저의 처 지를 다시 깨닫고,

「헤어진 걸 뭘 또 만나니 ? 말하자면 언니가 이흔 해서 내던진걸」 하고 고분히 숙어드니까.

「그럼 말이야, 가만 있자」 하고 경자는 눈올 째괏 이 감아 보며 아까부터 해오던 저의 궁리에 다시 취 하다가.

「그럼 말이야, 그애를 개 아버지가 집어가지 않았 을까 ? 」

「그건 로르는 소리야, 개 아버지란 작자는 자식이 귀여운지 어떤지도 모르는 사람이란다. 안해를 사랑할 줄 알아야 자식이 귀져운 줄도 알지.」

「그럼 아주 못된 놈을 얻었었구나?」

「못되구말구 여부 있니, 난 직접 보질 못해 모르지 만 정숙이 언니 얘기를 들어 보면 고생두 요만조만 안했나 보더라. 집에서 안해는 먹을 것이 없어서 굶고 앉았는데 이건 젊은 놈이 밤낮 술이래, 저두 가난하니 까 어디 술 먹을 돈이 있겠니. 아마 친구들 집을 찾아 가서 이래저래 얻어먹구는 밤중이 돼서야 비틀거리고 들어오나 보더라. 그런데 집에 들어와서는 안해가 뭐 래두 이렇다 대답 한 마디 없고 벙어리처럼 그냥 쓰 러져 잠만 자. 그 뿐이냐, 집에 붙어 있기가 왜 그렇 게 싫은지 아침 훤해서 나가면 밤중에나 들어오-고 또 담날도 훤해 나가곤 헌대. 그러니까 안해는 그걸 붙들고 않아서 조용히 말 한 마디 해 볼겨를이 없지. 살림두 그렇지. 안팎이 손이 맞아야 되지 흔자 애쓴다 구 되니 ? 그래 오죽해야 정숙이 언니가‥‥‥」 하 다가 가만히 생각힉 보니 남의 신변에 관한 일을 너 무 지껄여 논 듯싶다. 이런 소리가 또 잘못해서 그 귀 에 들어가면 어쩌나 하고 좀 좌지가 틀렸으나 그렇다 고 이왕 꺼낸 이야기, 도중에서 말기도 입이 가렵고 해서,

「너 괜히 이런 소리 입밖에 내지 마라.」

「내 왜 미쳤니, 그런 소릴 허게」 하고 철석같이 맹세를 하니까,

「그래 오죽해야 정숙이 언너가 아주 멀미를 내다 시괴 해서 떼내던졌어요. 방세는 내랄구 조르고 어린 애는 보채고 하니 어떻게 사니. 나 같으면 분통이 터 져서 죽을 노룻이지. 그래서 하루는 잔뜩 취해 들어온 걸 붙들고 앉아서 이래선 당신하구 못 살겠수, 난 내 대로 빌어먹을 터이니 당신은 당신대루 어떡헐 셈대 구 내일은 민적을 갈라 주. 조금도 화도 안 내고 좋은 소리루 그랬대. 뭐 화두 낼 자리가 따루 있지 그건 촤 를 낸댔자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 그리고 어린애는 아 직 젖먹이니까 에미 품을 떨어져서는 못살 게니 내가 데리구 있겠소, 그랬더니 그 날은 암말 않고 그대로 자고는 그 담날부터는 들어오질 않더래. 별것두 다 많 지 ? 그리고 나달 후에는 엽서 한 장이 왔는데 읽어 보니까 당신 원대로 인제는 이흔 수속이 다 되었으니 당신은 당신 갈 데로 가시오, 하고 아주 뱃심좋은 편 지래지. 그러니 이따위가 자식새끼를 생각하겠니 ? 안해 떼버리는 게 좋아서 얼른 이흔해 주고 이렇게 괸지까지 헌 놈이」

「그렇지 그래, 그런데 사내들은 제 자시이라면, 눈 깔을 뒤집고 들어덤비나 보던데‥‥‥그럼 이건 미환 게로구나?」

「미화다마다 ! 그래 펑숙이 언니도 매일같이 바가 질 긁다가도 그래도 들은 등 만 등하니까 나중에는 기가 막혀서 말 한 마디 안 나온다지. 그런데 처음에 는 그렇지도 않았대. 순사 다닐 때에는 아주 뙤롱뙤롱 하고 점잖은 것이, 그걸 내떨리고 나서 술올 먹고 그 렇게 바보가 됐대요. 왜 첨에야 의두 좋았지. 안해가 병이 나면 제 손으로 약을 대려다 바치고 대리미도 붙들어 주고 이러던 것이 그만 바보가‥‥‥ 그 후로 3년이나 되건만 어디 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도 들어 보질 못하겠대.」

「아주 바본 게로군? 허긴 얘 ! 바볼수록 더 기집에 게 받치나 보더라, 왜 저 우리 된 녀석 좀 봐, 얼병이 같이 어릿어릿하는 자식이 그래도 기집애 꽁무니만 노리고 있지않아 ? 」

「글쎄 아마 그런가봐. 그런 것한테 걸렸다 간 아주 신세 조질걸? 정숙이 언니 좀 봐. 좀 가여운가, 게다 그 후 1년두 채 못 돼서 딸까지 마저 잃었으니, 넌 모르지만 카페로 돌아다니며 벌어다가 모녀가 먹고 살기에 고생 묵찐히 했다. 나갈 때마다 쥔여편네에게 어린애 어디 가나 좀 봐달라구 신신부탁은 허나 어디 애들 노는 걸 일일이 쫀아다니먼 볼 수 있니 ?」

「그건 또 있어 뭘 하니 ? 외려 잘됐지.」

「그러나 애 어머니야 어디 그러냐?」 하고 툭 찼 으나 남의 일이고 밑천 드는 것이 아닐 걸 좀더 지껄 이지 않고는 속이 안심치 않다. 그는 경자 귀에다 입 을 들여대고 멸만 냥짜리 이야기나 되는 듯이 넌즈시. 「그래서 우리 집 주인 마나님이 어디 다른데 중매 를 해줄 터이니 다시 시집을 가보라구 날마다 쑹쑹거 려두 언니가 말을 안 들어. 한 번 혼이 나서 서방이라 면 진절머리가 난다구‥‥‥」 하고 안해포 좋을 소 리를 마저 쏟아놓았다.

「그럴 거 뭐 있어 ? 얻었다가 싫으면 또 차내 던 지면 고만이지. 」

「말이 쉽지 어디 그러냐? 사내가 한번 달라붙으면 진드기 모양으로 어디 잘 떨어지니 너 같으면 혹‥‥ ‥ 」 하고 은연히 너와 정숙이언니와는 번이 사람이 다르단 듯이 입을 삐쪽했으나 경자가 이 눈치를 선뜻 채이고 저도 뒤등그러 지며,

「암 그럴 테지 ! 넌 술취한 손림이 앞엔서 소리만 뻑 질러도 눈물이 글썽글썽하는 바보가 아니냐? 그러 니 남편한테 겁도 나겠지. 허지만 그게 다 교양이 없 어서 그래.」

이렇게 밸을 긁는 데는 른 무안이나 당한 듯싶어서 얼굴이 빨개지며 짜장 눈에 눈물이 핑 돌지 않을 수 가 없다.

망할 년, 그래 내가 바보야? 남의 이야기는 다 듣 고 고맙단 소리 한 마디 없이, 망할 년 ! 학교는 얼마 나 다녔다구 밤낮 저만 안다지. 그리고 그 교양인가 빌어먹을 건 어서 들은 문자인지 건뜻하면,

「런 교양이 없어서 그래에 ? 말대가리같이 생긴 년이 저만 잘났대지.」

영애는 속으로 약이 바짝 올랐으나 그렇다고 겉으 로 내대기에는 맡솜씨로든 그 위풍으로든 어느 모로 든 경자에게 달린다. 입문톤곧 열었으나 그러나 주저 주저하다가,

「남편이 무서워서 그러니 ? 애두 ! 왜 고렇게 소견 이 없니 ? 하루라두 같이 살던 남편을 암만 싫더라두 무슨 체모에 너 나가라고 그러 니 ? 」

「체모? 흥 ! 어서 목말라 죽은 것이 체모야?」 하 고 콧등을 흥, 흥, 하고 울리니까,

「너는 체모도 모르는구나 ! 아이 별아이두 ! 그게 교양이 없어서 그래」 하고 때는 이때라구 얼른 그 (교양)을 돌려대고 써먹어 보았다.

경자는 저의 (교양)을 제법 무단히 써먹는데 자존심 이 약간 꺾이면서,

(이년 보래 ! 내가 쓰는 걸 배워 가지고 그래 내게 도루 써먹는 거야? 시큰등헌 년 ! 제가 교양이 뭔지나 알고 그러나? ) 하고 모로 슬며시 눈을 흘겼으나 하나 그걸 가지고 다투긴 유치하고,

「체모는 다 뭐야, 배고파도 체모에 몰려서 굶겠구 나? 애두 ! 배우지 못헌 건 참 헐수 없어 ! 」

「넌 요렇게 잘 뱄니 그래서 요전에 주정군에게 삐루 세례를 받았구나?」

「뭐 ? 내가 삐루 세례를 받건 말건 네가 알게 뭐 야? 건방지게 이년이 누 굴 」 하고 그 팔을 뒤로 팩 잡아채이고 그리고 색색거리며 독이 한창 오르려 하 였을 때 예기치 않고 그들은 얼김에 서로 푹 얼싸안 고 말았다. 인적이 드문 외진 이 구석, 게다가 그게 무슨 놈의 찜숭인지 바로 언덕 위에서 이히히히, 하고 기괴하게 올리는 그 울음 소리에 고만 온 전신에 소 름이 쪽 끼치는 것이다.

그들은 정숙이에게로 힝하게 따라가며,

「아 무서리 ! 얘 그게 무어냐?」

「괄쎄 릴까‥‥‥ 아주 징그럽지 ?」

이렇게 서로 주고받으며 어린애같이 마주 대고 웃 어 보인다. 경자는 정숙이 곁으로 바짝 붙으며,

「정숙이 ! 다리 아프지 않어 ? 우리 저 식당에 가서 좀 앉았다가 돌아서 나가지 ?」

「그럴까 ? 」

정숙이는 아까부터 그만 나가고 싶었으나 경자가 같이 가자고 굳이 같잡는 바람에 건숭 따라만 다녔다. 이번에는 경자가 하자는 대로 붐비는 식당으로 들어 가 자리를 잡았을 때 골머리가 아젤하고 아무 생각도 없었으나,

「우리 사이다나 먹어 볼까?」 하고 묻는 그대로,

「아무거 나 먹지」 하고 좋도록 대답하였다. 그들 은 사이다 세 병과 설고 세 개를 시켜눌았다. 경자는 사이다 한 컵을 쪽 들이켜고 나서,

「영애야 ! 너 아까 보자는 꽃이라고 그랬지 ? 그럼 말이야, 그림 한 장을 사다 걸구보지 애써 여기까지 을 게 뭐냐?」 하고 아까부터 미결로 온 과 문제를 다시 건드린다마는 영애는 저 먹을 것만 천천히 먹고 있을 뿐으로 숫제 받아 주질 않는다. 억설쟁이 경자를 데리 고 말을 주고받다간 결국엔 제가 곱는 것을 여러 번 경험하고 있다. 나중에는 하비위를 긁어 놓니까 할 수 없이 정숙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언니는 어떻게 생각하우? 그래 보자는 꽃이지 꺾 어 들구 냄새를 맡자는 꽃이우? 바루 그럴 양이면 향 수를 싸다 뿌러 놓고 들엎디었지 왜 예까지 온담?」 하고 웅원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숙이는 처음엔 무슨 소린지 몰라서 얼떨 하다가,

「난 그런 거 모르겠어」 하고 울가망으로 씀씀히 받고 만다.

영애는 잇속없이 경자에게 가끔 쪼여 지내는 자신 을 생각할 때 여간 야속하지 않다. 연못가를 돌아나오 다 경자가 굳이 유원지에 들어가 썬매 한 번 타보고 가겠다 하므로 따라서 들어가긴 하였으나 그때까지 말 한 마디 건네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경자가 마치 망아지 모 양으로 껑충거리며 노는 걸 가만히 바라보고는 (에이 망할 계집애두 ! 저것두 그래 계집애년이람? ) 하고 속으로 손가락질올 않을 수 없다. 유원지 안에는 여러 아이들이 이리 몰리고 저리 몰 리고 하었다. 꼬랑꼬에 매어달렸다가 그네로 옮겨오고 그네서 흥이 지면 샐매 위로 을라온다. 그 틈에 끼어 경자는 호기 있게 샐매를 한번 쭈욱 타고 나서 깔깔 운었다. 그리고 다시 기어을라가서 또 찌익 미끄러져내릴 때 저편 구석에서,

「저 궁덩이 혜진다 ! 」 하고 손떡을 치며 껄껄거 리고 웃는 것이다.

경자는 치마를 털며 일어서서 그쪽을 바라보니 열 칠팔밖에 안돼 보이는 중학생 셋이 서서 이쪽을 향하 여 웃고 있다. 경자는 날카로운 음성으로 대뜸, 「어떤 놈이야? 내 궁등이 헤진다는 놈이‥‥‥」 하고 쏘아욜이며 영애가 말림에도 듣지 않고 달려들 었다.

철없는 학생들은 놀리면 달아날 줄 알았지 이렇게 까지 독수리처럼 대들 줄은 아주 꿈밖이었다. 모두 얼떨떨해서 암말 못하고 허떻게 닦이다가,

「우리가 뭐랬다고 그러세요?」

혹은,

「우리끼리 이야기하고 웃었는데요.」

이렇게 밑빠진 구멍에 물올'캘려고 땀이 빠진다마는 경자는 좀체로 그만두려 지 않고,

「학생이 공부는 안하구 남의 여자 히야까시하러 다니는 게 일이야」 하고 그 중 나이찬 학생의 얼굴 을 벌겋게 달궈 놓는다. 이 서슬에 한 사람 두 사람 구경군이 모이더니 나 중에는 삑 돌리어 성이 되고 말았다. 어떤 이는 너무 신이 나서,

「암, 그렇지 그래 잘한다 !」 하고 소리를 내지르 기도 하고 또는,

「나이 어려 그렇지요, 그좀 하구 그만두십시오」

하고 뜯어말리는 사람‥‥‥

그러나 정숙이는 이편에 따로 떨어져 우두커니 서 서는 제 일만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에는 대여섯 살이 될지말지한 어린아이 둘이 걸상에 마주 걸터앉아서 그네질을하며 놀고 있다. 눈을 부릅뜨고 뚝 심술궂게 그 사내아이도 귀엽고, 스스로 와서 눈치만 할금할금 보는 조선옷에 단발한 그 계집애도 또한 귀엽다. 바람이 불 적마다 단발머리가 보르르 날리다가는 사뿟 주저않는 그 모양은 보면 볼수록 한 번 담싹 껴 안아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였다.

(우리 모정이도 그대루 컸다면 저만은 하지 ! )

그리고 정숙이는 여지껏, 어딘가 알 수 없이 모정이 와 비슷비슷한 계집애를 벌써 여남은이나 넘어 보아 오는 기억이 난다. 요 계집애도 어쩌면 그 눈매며 입 모습이 모정이같이 고렇게 닳았는지 비록 살은 포들 포들히 오르고 단발은 했을망정 하관만 좀 길다 하고 그리고 어디가 엎어져서 상처를 얻은 듯 싶은 이마의 그 흠집만 없었더라면 어지간히 같을 뻔도 하었다. 하 고 쓸쓸히 웃어 보다가,

(남이 우리 모정이를 집어간 것 마찬가지로 고런 계 집애 하나 훔쳐다가 기르면 그만 아닌가? )

이렇게 요즈음 가끔 하여 보던 그 무서운 생각을 다시 하여 본다.

정숙이는 갖은 열정과 애교를 쏟아 가며 허리를 꾸 부리어,

「얘 ! 아가야 ! 너 몇 살이지 ?」하고 손으로 단발 머리를 블어 본다.

계집애는 낮선 사람의 손을 두려워함인지 두 눈을 말똥히 뜨고 치어다만 볼 밸으로 아무 대답도 없었다. 그러나 손이 다시 들어와,

「아이 참 ! 우리 애기 이뻐요 ! 이름이 뭐지 ?」

하고 또 머리를 쓰다듬으니 이번에는 마치 모욕이나 당한 사람같이 어색하게도 비슬비슬 일어서더니 저리 로 곧장 달아난다.

정숙이는 낙심하여 쌀쌀한 애두 다 많군, 하고 속으로 탄식을 하며 시선이 그 뒤를 쫓아가다 가 이상도 하다고 생각하였다. 거리가 좀 있어 똑똑히 는 보이지 않으나마 병객인 듯싶은 횐 두루마기에 중 절모를 눌러쓴 사나이가 괴로운 듯이 쿨룩거리고 서 서 앞으로 다가오는 계집애와 이쪽을 번갈아가며 노려보고 있 었다. 얼뜬 보기에 후리후리한 키며 구부정 한 그 어 깨 가 정숙이는 사람의 일이라 흑시 하면서도 그러나 결코 그럴 리는 천만 없으리라고 혼자 이렇게 또 우 기면서도 저도 모르게 앞으로 몇 걸음 걸어나간다. 시 나브로 거리를 접어가며 댓 걸음 사이를 두고까지 아 무리 고헉서 뜯어보아도 그는 비륵 병에 얼굴은 꺼졌 을망정 몸은 그리고 반쪽이 되도록 시들었을망정 확 실히 전일 제가 떼어 버리려고 민줄대던 그 남편임에 틀림없고

「아이, 당신이 ? 」

정숙이는 무슨 말을 하려는지 저도 모르고 이렇게 입을 벌렸으나 고 다음 말이 나오지않았다. 원수같이 진저리를 치던 그 사람도 오랜만에 뜻없이 만나고 보 니까 이상스레도 더한충 반가왔다. 한참 멍하니 바라 만 보다가 더는 참을 수가 없어서

「그동안 서을 계셨어요?」

하고 간신히 입을 열었다. 사나이는 고개를 저리 돌리고 외면한 그대로,

「이리저리 돌아다녔읍니다」 하고 활하게 대답하 였다. 그리고는 반갑다는 기색도 흑은 놀람다는 기색 도 그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정 숙이는 무엇보다도 먼저 그 앞에 폭 안긴 그 단발한 계집애가 모정인지 아닌지 그것이 퍽도 궁거웠다. 쭈 뺏쭈뼛 손을 들어 계집애를 가리키며 「얘가 우리 모정인가요?」 하고 물어보았으나 그 는 못 들은 듯이 잠자코 있더니 대답 대신 주먹으로 입을 막고는 쿨룩거린다. 그러나 정숙이는 속으로, (저것이 모정이겠지 ! 입 눈을 보더라도 정녕코 모 정이겠지 ! ) 하면서 2년 동안이란 참으로 긴 세월임 을 다시 깨달을 만치 이렇게까지 몰라보도록 될 줄은 아주 꿈밖이었다. 마는 그보다도 더욱 놀라운 것은 자 식도 모르는 폐인인 줄 알았더니 그래도 제 자식이라 고 몰래 홈쳐다가 이렇게 데리고 다니는 것을 생각하 면 그 속은 암만해도 하늘 땅이나 알 듯싶다. 뿐만 아 니라 갈릴 때에는 그렇다 소리 한 마디 없더니 1년 후에야 슬며시 집어간 그 속도 또한 알 수 없고‥‥

(저것이 정말 귀여운 줄 알까? )

「얘가 모정 이지요 ? 」

정숙이는 묻지 않아도 좋을 소리를 다시 물어보았 다. 여전히 사나이는 못 들은 척하고 묵묵히 섰는 양 이 쭐기고 맛장수이든 그 버룻을 아직도 못 버린 듯 싶었다. 그러나 저는 구지레하게 걸쳤을망정 계집애만 은 깨끗하게 웃을 입혀 논 걸 보더라도, 그리고 에미 한테서 고생을 할 때보다 토실토실히 살이오른 그 볼 따귀를 보더라도 정숙이는 어느 편으로든 에미에게 있었던 것보다는 그 아버지가 데려간 것이 애를 위해 서는 오히려 천행 인 듯싶었다.

정숙이는 사나이에게 암만 물어야 대답 한마디 없 을 것을 알고 이번에는 계립애를 향하여 ,

「얘 ! 모정아」하고 욜러 보니 어른 두루마기에 파 묻혔던 계집애가 고개를 반짝 든다. 이태 동안이 길다 하더라도 저를 기르던 즈 에미를 이렇게도 몰라볼까, 하고 생각해 보니 곧 두 눈에서 눈물이 확 쏟아지며 그대로 꼭 껴안아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은 하나 그 러나 서름이 구는 아이를 그러다간 울릴 것도 같고 해서 엉거주춤히 손만 내밀어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얘 모정아, 너 올에 몇 살이지 ?」

또는.

「얘 모정아 ! 너 나 모르겠니 ?」

이렇게 대답 없는 질문을 하고 있을 때 저 만큼 등 뒤애서,

「정숙이 안 가? 」 하고 경자가 달려드는 모양이 었다.

「그럼 요즘엔 어디 계세요?」

정숙이는 조급히 그러나 눈물을 머금은 음성으로 애원하다시피 묻다가 의외에도 사나이가 사직동 몇 번지라고 순순히 대답했으므로 그제서야 안심하고, 「모정이 잘 가거라 !」 하고 다시 한 번 쓰다듬어 보고는 경자가 이쪽으로 다가오기 전에 그쪽을 향하 여 힝하게 떨어져 간다. 경자는 활개짓을 하며 걸어가 고 신이야 넋이야 오는 어조로,

「내 그자식들 납짝하게 눌러 줬지. 아 내 궁등이가 혜진다는구면, 망할 자식들이 ! 내 좀더 닦아셀래다‥ ‥‥」

「넌 너무 그래, 철모르는 애들이 그헐지 그럼 말두 못하니 ? 그걸 가지고 온퉁 사람을 모아 놓고 이 야 단이니 !」

영애는 경자 때문에 창피스러운 욕을 당한 것이 생 각하면 할수록 썩 분하였다. 그런데도 경자는 저 잘났 다고 시퉁그러진 소리로,

「너는 끄럴 테지 ! 왜 너는 체모 먹구 사는사람이냐 ? 」

하고 또 비위를 거슬려 놓다가서 저리 향하여,

「정숙이 ! 아까 그 궐짜가 누구?」

「응 그 사내 말이지 ? 그전에 나 세들어 있던 집 주인야.」

정숙이는 이렇게 선선히 대답하고 다시 얼굴로 손 수건을 가져간다.

(자식이 그렇게 귀엽다면 그걸 낳아 눌은 안해두 좀 귀여을 텐데 ? ) 하고 지내 온 일의 팔피를 찾아오다 가 그래도 비록 말은 없었다 하더라도 안해도 속으로 는 사랑하리랴고 굳이 이렇게 믿어 보고 싶었다. 어쩌 다 그럴게 되었는지 병까지 든 걸 보면 그동안 고생 은 무던히 한 듯신고, 그렇다면 전일에 밤늦게 들어와 쓰러진 사람을 멱살잡이를 하여 일으켜서는 들볶던 그것도 잘못하였고, 술 먹었으니 아침은 그만두라고 하며 마악 먹으려던 콩나물죽을 땅으로 내던진 그것 도 잘못하였고, 일일이 후회가 날 뿐이었다. 즈 아버 지를 그토록 푸대접을 하였으니 계집애만 하더라도 에미를 탐탁히 여겨 주지 않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생각하니 더욱 큰 설움이 복받쳐오른다. 그러나 내일 아침에는 일젝 찾아가서 전사 일은 모조리 잘못하였 다고 정성껏 사과하고. 그리고 앞으로는 암만 굶더라 도 젝소리 안하리라고 다짐까지 둔다면 흑시 사람의 일이니 다시 같이 살아 줄는지 모르리라고 이렇게 조 금 안심하였을 때 영애가 팔을 흔들며,

「언니 ! 오늘 꽃구경 잘했지 ?」

「참 잘했어 !」

「꽃은 멀리서 봐야 존 걸 알아, 가찹게 가떤 그놈 의 냄새 때문에 골치가 아프지 않아. 그렇지만 오늘 꽃구경은 참 잘했어 ! 」

명애가 경자에게 무수히 쪼이고 게다 욕까지 당한 것이 분해서 되도록 갚으려고 애를 쓰니까 경자가 코 로 흥, 하고는

(느들이 무슨 꽃구경을 잘했니 ? 참말은 내가 흔자 잘했다 ! )

「꽃은 냄새를 맡을 줄 알아야 꽃구경이야 ! 보는 게 다 무슨 소용 있어 ?」 하고 히짜를 쁨다가 정숙 이 편을 돌아보니 아까보다 더 뻔질 손수건이 을라간 다. 보기에 하도 딱하여 그 옆으로 바싹 욜어서며 친 절히 위로 하여 가로되,

「그까짓 딸 하나 잃어버리고 릴 그래 ? 없어지면 몸이 가뜬하고 더 편하지 않어 ?」

그때 눈 같은 꽃잎파리를 포르르 날리며 쌀쌀한 꽃 샘이 목덜미로 스며든다. 문간 쪽에서는 고만 나가라고 종소리가 댕그렁댕그렁 을리기 시작하었다.

이 저작물은 저자가 사망한 지 50년이 넘었으므로, 저자가 사망한 후 50년(또는 그 이하)이 지나면 저작권이 소멸하는 국가에서 퍼블릭 도메인입니다.


주의
1924년에서 1977년 사이에 출판되었다면 미국에서 퍼블릭 도메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퍼블릭 도메인인 저작에는 {{PD-1996}}를 사용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