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병정
미련하고도 엉터리 없는 백성 한 사람이 있었는데 어떤 해에 이웃 나라에 가서 황제의 근위병으로 뽑혔습니다.
그런데 그 때, 그 곳 황제는 일 년에 한 번씩 근위병에게 시험을 뵈는 일이 있었습니다. 시험 문제는,
- 1. 네가 제일 좋아하는 게 무어냐?
- 2. 네가 제일 싫어하는 게 무어냐?
- 3. 네가 제일 존귀하게 아는 사람이 누구냐?
- 4. 네가 제일 천하게 아는 사람이 누구냐?
고 묻는 것인데, 이 대답을 누구든지 반드시,
- 1은 황제의 근위병이 된 것이올시다.
- 2는 적군에게 항복하는 것이올시다.
- 3은 황제올시다.
- 4는 적국의 간첩이올시다.
하고 대답하여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새로 근위병이 된 미련하고도 엉터리 없는 병정이 그 나라 말을 모르지요. 그러나, 미련한 생각에도 시험은 보아야 하겠고 하니까 급한 대로 시험 볼 네 가지 문제의 대답만 억지로 연습하였습니다.
그러자 어떤 날 황제가 미련이 근위병을 불러다 놓고 묻는다는 게 둘째 번에 물을 것을 먼저 물었습니다.
“네가 제일 싫어하는 게 무어냐?”
그러나 이 미련이는 그것도 모르고 으레 순서대로 물으려니 하고 대답하시는 말씀,
“네, 그저 황제의 근위병이 된 것이올시다.”
황제는 이 소리를 듣더니 눈이 둥그래지며 이놈이 미쳤나 하고 다시 이번에는 첫째 것을 물었습니다.
“그러면 네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무어냐?”
그러나 미련이는 역시 허리를 굽실하면서
“네, 그저 적군에게 항복하는 것이 올시다.”
황제는 참다 못하여 얼굴을 찡그리면서 큰 소리로,
“무엇이 어째? 이 미친 놈아.”
그래도 이 미련한 양반은 호령하는 소리도 셋째 번의 묻는 말인 줄 알고 하시는 말씀,
“네, 그저 황제 폐하올시다.”
황제는 자기더러 미친 놈이라고 하는 줄 알고 더욱 노발대발해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며 더 큰 소리로 호령을 하였습니다.
“무엇이 어째? 이놈아! 너는 대체 어떤 놈이냐?”
그래도 미련한 이 양반은 이것을 모르고 넷째 문제를 묻는 것으로 알고 하시는 말씀,
“네, 그저 적군의 간첩이올시다.”
“응, 간첩이야?”
하면서 황제가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러니까 이 미련한 양반은 시험을 다 보고 황제가 저를 칭찬하는 줄 알고 허리를 자꾸 굽실거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