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가대 해신제의 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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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차 모년 모월 모일(維歲次某年某月某日)에 통신 정사(通信正使) 모(某)ㆍ부사(副使) 모ㆍ종사관(從事官) 모 등은 삼가 맑은 술잔, 여러 가지 제수로 공경히 대해(大海)의 신(神)에게 제사를 드리나이다.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바다가 넷인데 동쪽 바다가 가장 큽니다. 동쪽 바다에 신이 있어 가장 그 신령스러움을 나타냅니다. 신과 사람이 비록 다르기는 하나 이치는 같으므로 신(神)과 사람[人]이 비록 사이는 있으나 정성스러우면 반드시 통합니다. 지금 저희 행차는 먼 나라에 왕명(王命)을 띠고 가는 것입니다. 먼 나라는 어디인가 하면 해 뜨는 나라입니다. 바다가 한계를 지었으므로 배를 타야만 도달합니다. 오래 동안 사신의 내왕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저희 임금이 성스럽고 밝으시어 이웃 나라 사귀는 데 도(道)가 있어 전일의 우호(友好)를 닦아서 저희 세 신하를 보내십니다. 예물을 부치고 기(旗)와 절(節)을 주셨습니다. 배를 준비하고 좋은 날을 가려 받아 500명의 사람이 여섯 척의 배에 나누어 실렸습니다. 층층한 물결 놀란 물결에 목숨이 털끝 같습니다. 신의 은혜가 아니면 어찌 무사히 건너겠습니까? 감히 몸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임금의 명령을 받든 일이 급합니다. 신(神)은 저희를 보우하여, 바람귀신에게 분부하여 속히 순풍을 주시어 사나운 풍파를 물리치고 고래[鯨]가 엎드리게 하고 이무기[蛟]와 악어(鰐魚)가 도망쳐 피하여 돛을 달고 닻을 들어 눈 한 번 깜짝할 동안에 천 리를 가게 하여 지체도 없고 걸림도 없이 안전하여 바로 부상(扶桑)에 도달하고 날을 헤아려 배를 돌리게 하소서. 타국에서 일을 잘 보게 됨이 모두 신이 주신 복이요, 돌아와 저희 임금을 뵙는 것도 또한 신이 주신 덕이라, 신은 어진 이름을 길이 남기고 사람은 넓은 은혜를 입으리다. 한 이치로 감응(感應)되매 영원토록 보답하기를 도모하리다. 이에 저희의 정성을 깨끗이 하여 저희의 술잔을 올리오니 신은 저희의 원을 들어 주시어 흠향(歆饗)하여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