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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캐꽃/항구에서

위키문헌 ― 우리 모두의 도서관.

영원과 같은 그러한 것이 아득히 바라뵈는 그러한 꿈길을 끝끝내 돌아온 나의 청춘이요 바쁘게 떠나가는 검은 기선과 몰려서 우짖는 갈매기의 떼

구름 아래 뭉쳐선 흩어지는 먹구름 아래 당신네들과 나의 어깨에도 하늘은 골고루 머물러 얼마나 멋이었습니까

꽃이랑 꺾어 가슴을 치레하고 우리 휘파람이나 간간히 불어 보자요 훨훨 옷깃을 날리며 머리칼을 날리며 서로 헤어진 멀고먼 바닷가에서 우리 한번은 웃음지어 보자요

그러나 언덕길을 오르내리면서 항상 생각는 것은 친구의 얼굴들이 아니었습니다 갈바리의 산이요 우레소리와 함께 둘로 갈라지는 갈바리의 산

희망과 같은 그러한 것이 가슴에 싹트는 그러한 밤이면 무슨 짐승처럼 우는 뱃고동을 들으며 바다로 보이지 않는 바다로 휘정휘정 내려가는 것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