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캐꽃/해가 솟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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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히 흘러내리는
개울을 따라
마음 섧도록 추잡한 거리로 가리
날이 갈수록 새로이 닫히는
무거운 문을 밀어제치고

조그마한 자랑을 만날지라도
함부로 푸른 하늘을 대할지라도
내사
모자를 벗어 반갑게 흔들어 주리라

숱한 꽃씨가 가슴에서 튀어나는 깊은 밤이면
손뼉 소리 아스랗게 들려오는 손뼉 소리

멀어진 모오든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며
호올로 거리로 가리

욕된 나날이 정녕 숨 가쁜
곱새는 등곱새는
엎디어 이마를 적실 샘물도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