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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비상

위키문헌 ― 우리 모두의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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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아비 밤ㅅ중에 이블을 거더차는 봄날이 왓다 어느듯 그 봄도 점으러 섬ᄯᅳᆯ에 옥잠화 송이가 푸른 닙 우에 느슨히 ᄭᅩ칠 ᄯᅢ 어느 날 아츰 ᄯᅳᆺ밧게 녀자의 편지 한 장이 태식이가 턱을 고이고 안즌 책상머리에 ᄯᅥᆯ어졋다

『나는 당신 보구 십허 왓서요 고생 만히 햇서요 ×놈이 못 가게 해서 편지 몰래 합니다 죽어도 당신 맛나 보기 원하는데 어듸서 어느 시간에 맛나자구 약속하서요 편지는 이번디로― 보면 당신 잘 아는 R』

연필로 급하게 갈긴 글씨가 소홀해 보이기도 하고 사연이 서양 말의 서투른 직역도 가타서 간신히 ᄯᅳᆺ어는 보앗스나 곳에 ᄭᅳᆺ에 쓴 Rㅅ자가 피(血)로 쓴 글씨임에는 놀라지 안흘 수 업섯다

어느 기생이 돈잇는 놈과 정분이 나서 혈서로 련애편지를 햇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녀자의 죽은 피로 그랫드라는 것과 얼골이 콩멍석 가티 얼근 어느 병원 간호부가 의학생에게 ᄶᅩᆨ사랑을 바치다 못해서 단지를 하고 ᄭᅳᆫ어낸 손ㅅ가락을 봉투에 너허 보냇는데 그 이튼날 해부실에 교수대(絞首臺)로부터 실험 재료로 ᄯᅥ메어온 본부를 독살한 녀죄수의 무명지를 누가 잘러 갓다고 야단이 낫드라는 이야기를 들은 법하야 커다랏케 쓴 Rㅅ자와 그겻헤 ᄯᅮᆨᄯᅮᆨ ᄯᅥᆯ어진 피ㅅ방울을 ᄯᅮ러지도록 드려다 보앗스나 피가 채 말르지도 안허서 ᄭᅳᆫ적ᄭᅳᆫ적하고 혈구(血球)가 아즉도 살어서 ㅅ자 획을 돌린 대로 돌고 잇는 듯한데 피비린내ᄭᅡ지 마치는 것 가티 소름이 옷싹 ᄭᅡ첫다

『도대톄 누구일가 R이라니 림(林)가인가? 리(李)가인가? 피를 ᄲᅩᆸ아가며 나를 맛나 보려고 할 녀자가 도모지 업는데…… 어느 친구의 작란일가? 작란으로는 너무 지나치는걸………』

하고 머리ㅅ속을 갈퀴질을 해보앗스나 도모지가 태식이에게는 풀어 볼 수 업는 수수ᄭᅥᆨ기엇다

그 날 저녁에 태식이는 취운뎡(翠雲亭) ᄭᅩᆨ댁이 뎡자나무 미테 가서 ᄶᅮ그리고 안졋섯다

『당신이 누구인지는 알 길이 업스나 한 지어미가 원한을 먹음으면 오월에 눈이 날린다 하니 엇잿든 오늘 밤 아홉 시에 취운뎡으로 오시요 잠시 맛나 드리오리다』

라는 속달 우편을 부친 다음 저녁밥은 사발 ᄯᅮᆨᄭᅥᆼ만 열어보고 『칼라』를 갈어매고 나서 야릇한 흥분과 호긔심으로 지남텰에나 ᄭᅳᆯ린는 것처럼 초조히 발ㅅ길을 ᄯᅴ어 노하든 것이엇다

뎐등불이 별 깔리듯한 장안에서 뎐차가 『카―부』를 도는 소리만 모긔소리만큼 들리는데 어둑컴컴한 송림 속에서 올ᄲᅢᆷ이처럼 웅승그리고 안저서 십분― 삼십분― 한 시간― 흰물 생선 가튼 모던껄의 종아리도 삼승 보선을 폭■허 신은 운혀ㅅ코도 나타나 보이지 안헛다 나무 우에서 선 잠 ᄭᅢᆫ ᄭᅡ치가 날개를 처도 머리ㅅ끗이 쭘, ᄲᅥᆨ발 밋헤서 닙사귀만 바스락거려도 가슴이 덜커덩 독갑이한테 홀린 것 가티 겁이 더럭 나것만 아니 올리는 만무한 그 녀자를― 얼골도 모르는 련인을 기다리노라니 그건 진정으로 참기 힘드는 노릇이엇다

온다! 온다! 『포푸라』 그늘을 색이며 올러 온다 흰 저고리에 검정 치마다 그런데 밤에 왜 검은 양산을 밧고 올고? 지척을 분변할 수 업는 언덕길을 단숨에 ᄯᅱ어 내려 가서 그 녀자 압흘 막어서며

『아니구 인제야 오십니ᄭᅡ?』

하고 ᄭᅧ안을 듯키 달려들려고 하다가

『애고머니나!』

하고 돌아서는 사람을 자세히 보니 샘터로 물을 길러 올러온 물동이를 닌 동리 녀편네엇다

나종에는 화가 더럭 나서 숩속으로 천방지축 헤매다가 나무 삭장귀에 양복만 ᄶᅵ저트리고 밤이 이슥한 뒤에나 집에 돌아왓다 속은 것이 분해서 그놈의 가짓말 편지를 박박 ᄶᅵ저 버리려고 하다가 예―라 친구에게 염복(艶福)이 만타는 자랑거리나 삼자 하고 우수운 허영심으로 헌 가방 속에다가 그 편지를 던저 두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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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해란 세월이 하로도 마음 편할 날이 업는 태식이의 머리 우로 근두박질을 첫다 겨울밤 어느 친구의 원고료 바 것을 추켜 들어 가지고 선술집에 선 태식이는 오늘 밤에도 술이 얼근히 취하얏다

『요―오래간만이요』

하고 억개를 탁 치는 사람이 잇서 돌아다 보니 상해(上海)서 돌아오면서부터 줄기차게 태식이의 행동을 감시하든 형사인데 지금은 뎐당포를 내고 잇는 자엿다 개개 풀린 눈자위가 어지간히 취한 모양인데 피차에 귀둥대둥 짓거리든 ᄭᅳ테

『참 당신이 입ᄯᅢᄭᅡ지 홀아비로 지낸다니 말이지 미인 하나를 노첫습니다』

『ᄭᅮᆷ속에 왓단 말이요?』

『아닌 게 아니라 당신은 ᄭᅮᆷ속 가트리다 에―ᄯᅩ 벌서 대여섯 해나 되엇스니ᄭᅡ……』

『단단히 얼근한 모양이로군 횡설수설하는 것이……』

그자는 술이 취햇다는 말에 비위가 들려서

『아 해삼위(海蔘威)에서 차저온 『류―다』가 거짓말이란 말이요』

『무워? 류―다?』

하고 태식이의 시선은 그자의 혀ᄭᅳ틀 올가 당겻다

『그ᄯᅢ가 어느 ᄯᅢ라구 우리가 가만이 두엇겟소?』

『그래서 엇디 햇단 말이요?』

태식이는 그자의 멱살을 추켜잡을 듯이 달려들엇다

『엇저긴 엇재 당신 집을 차저서 헤매는 것을 붓잡어다가 취됴를 해보고 ᄶᅩ처 보냇지 그 계집애가 와 잇는 집에 당신이 속달 편지한 것ᄭᅡ지 압수를 햇섯는데 내가 거짓말이야 바로 그날 저녁에 압송을 햇는데……』

오래 잠들고 잇든 추억의 한 토막이 태식이의 머리를 번개불 가티 후려 갈겻다 억지로 마음을 누겨 가지고

『그럼 그 뒤에 소식도 알겟구려』

하고 잼처 뭇는 그 목소리는 ᄯᅥᆯ렷다

『더는 말할 수 업소 제집에 가서 죽엇답듸다』

하고 한마듸 내어 던지고는 외투깃을 세우고 그자는 다라나다시피 선술집을 나갓다 실성이나 한 사람처럼 그자의 뒤를 ᄶᅩ처 나가는 태식이를 속 모르는 친구들이 붓들어 들엿다 류리창 밧게는 칼ᄭᅳᆺ 가튼 바람이 뎐선 줄을 ᄭᅳᆯ거내는 소리만 들니는데 술령 모통이에 털석 주저 안저서 태식이는 들고 잇는 소독저(消毒箸)를 닛발로 ᄭᅢ물어 ᄯᅳ덧다

『ᄶᅵᆸ씨』의 무리와도 가티 바다 밧그로 표랑해 다니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로령(露領)에서 자라난 『류―다』라고 불르는 열일곱 살 먹은 처녀가 잇섯다 태식이가 상해서 학교에 다닐 ᄯᅢ 토요일 밤마다 아라사 사람의 구락부의 무도회에서 『류―다』를 처음 보앗다 동화(童話)의 나라에서 ᄭᅮ어다 박은 듯한 크고 검은 눈동자 두 갈래로 ᄯᅡ어 느린 구름 머리 서양 녀자와 가티 균제(均齊)된 톄격― 그 소녀는 언제든지 백합ᄭᅩᆺ 가티 청초한 하얀 양복을 입고 잇섯다

한번 사괴인 위에 『류―다』는 무도회마다 태식이가 가면 다른 사람을 제처 노코 그의 가슴에 안켜서 상대가 되어 춤을 추엇고 그가 일어나면 소녀도 ᄯᅡᆯ어 이러섯다 창자를 홀터내는 듯한 구슯푼 아라사의 『왈쓰』(圓舞曲)이 울녀 나올 ᄯᅢ마다 태식의 가슴에 안겨 매암을 도는 소녀의 눈에는 눈물이 돌앗다 노두 ᄭᅩ리 만한 조선말과 아라사ㅅ말 반벙어리 교제엿스나 그 처녀의 모든 동작이 그 나이로서는 몹시도 애상뎍(哀傷的)이요 안색이 조치 못한 것이 몹시도 가엽섯다

서로 친해진지 두 달 만에야 소녀는 태식이를 자긔에 집으로 인도하얏다 그것은 주소를 아모에게나 알으켜 줄 수 업는 비밀이 잇든 ᄭᅡ닭이다 음침한 청인의 집 이층. 거긔에는 ××을 몰래 만들다가 실수를 해서 다리 하나를 못 쓰게 되어 누아서만 내지는 오라버니가 잇섯는데 단 두 남매는 하로 한 ᄭᅵ나마 싯검언 ᄲᅡᆼ ᄶᅩ각을 ᄯᅳᆺ고 랭수를 마시어 련명을 하엿다 입살을 굿게 담을고 멀거케 ᄯᅳᆫ 눈으로 텬정만 바라보고 누어 잇는 그 오라버니를 아조 굼겨 죽이지 안을 사람은 나어린 『류―다』 밧게 업섯든 것이다

『ᄭᅩ―스ᄭᅡ』

『ᄭᅩ―스ᄭᅡ』

『고양이』

『고양이』

벙어리 연극하듯 태식이와 『류―다』는 속옷ᄭᅡ지 뎐당을 잡혀다가 요긔를 하고 나서는 조선말과 아라사ㅅ말을 밧고아 배우기 시작하얏다 총명한 소녀는 한 달 만에 국문을 ᄭᅢ치고 아쉬운 말은 쓰게ᄭᅡ지 되엇다

『나 조선 사람 내디(內地)가― 아라사……』

하는고 『실타는』 말을 이저 버리고 질이질을 치기도 한두 번이 아니엿다

『ᄭᅩᆨ 올 테요? ᄭᅩᆨᄭᅩᆨ?』

『다―다―ᄭᅩᆨᄭᅩᆨ』

하고 둘이 손을 들어 맹서를 하고 나서는 『ᄭᅩᆨᄭᅩᆨ』 소리가 우수어서 태식이의 무릅을 이마로 콕콕 ᄶᅩ을 ᄯᅢ도 잇섯다

【8자 정도 삭제】날 ××들을 몰래 실어가는 긔선 한 척이 밤ㅅ중에 물결만 밋친 듯이 날ᄯᅱ는 황포탄(黃浦癱) 바다 밧게 다엇다 청인의 종선은 『류―다』의 남매를 실고 해안을 ᄯᅥ낫다 극히 비밀한 길이라 식이는 알 길이 업섯고 그 이튿날 『류―다』가 누엇든 침대 머리 헤 손톱 ᄭᅳᆺ흐로 벽을 긁어서 멧 이나 『京城(경성)××洞(동)xx番地(번지)』라고 써본 서투른 ᄭᅳᆯ씨를 발견하얏슬 ᄲᅮᆫ이엿섯다

그 이튼날 새벽 연초 공장의 첫 ᄯᅳ―가 불 ᄯᅢᄭᅡ지 태식이는 헌 가방 속에 그저 너어둔 채로 잇는 『류―다』의 편지를 압헤 놋코 책상머리에 안진 대로 밤을 밝혓 몹시도 분한 생각에 ᄯᅥᆯ니는 손으로 단도나 ᄭᅩᆸ듯이 만년필 ᄯᅮᆨ겅을 ᄲᅩᆸ앗다 검푸른 잉크가 정맥혈(靜脈血) 가티 조희 우에 쏘다진다 태식이는 잉크 방울을 손고락으로 ᄶᅵᆨ어 피로써 피를 씻는 듯이

『이 계집애를 어느 놈이 죽엿느냐!』

하고 『류—다』가 피로 쓴 Rㅅ자 우에다가 굵다랏케 눌러 썻다 (ᄭᅳ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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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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