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만필/한 잔 물을
옛날 옛적 오스트리아의 요셉 황제는 다방면으로 취미를 가진 분이었읍니다 그 중에도 . 미술에 대하여는 출중한 감상안을 가져서 가끔 시신(侍臣)들을 놀라게 한 일이 있으며, 그 외에 음악에 대하여도 조예가 깊었던 만큼 그 애호의 도(度)도 컸던 것입니다.
당시 오스트리아에는 수다한 가수들이 있었지마는 그중에도 안나 셀리나 스토레스는 가장 이름 높고 아리따운 가희로 만인의 칭찬을 한 몸에 받고 지내던 것입니다. 황제는 그 여자의 명성이 높음을 들으시고 한번 그 여자의 예술에 친히 접해 보고 싶다고 시신에게 분부하신 일이 있었읍니다. 흔치 않은 이 광영의 기회는 드디어 스토레스를 찾아갔던 것입니다.
어느 날 궁전에는 대축연이 열리게 되었읍니다. 그래서 시신들은 이 기회에 스토레스의 예술 천청(天聽)에 이바지하기로 결의했던 것입니다. 축연의 당일, 스토레스는 이 광영스러운 자리에 배참(拜參)했읍니다.
황제는 그 여자의 예술에 친히 접하시게 되자 그 명성에 상부하는 그 여자의 천분을 몹시 칭찬해 주셨읍니다. 동시에 더욱 그 천분을 연마하라는 격려의 말씀까지 내리셨던 것입니다.
그러나 스토레스는 이것이 물론 자기 생후에 처음 당하는 일인 만큼 황송하기도 했고 감격하기도 해서 모처럼 자기 눈앞에 벌어져 있는 산해(山海)의 진미도 그 맛을 알 수가 없었고 나중에는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까지가 몹시 부자유스러워서 견디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그 여자가 한참 당황해 하는 판에 황제는 옥체를 일으키사 친히 그 여자의 옆으로 오셔서 다시 그 여자의 예술을 칭찬해 주시고서 오늘의 특별상으로 무엇이든지 소청이 있으면 들어주겠다는 황송한 말씀을 내리셨읍니다. 아까부터 도(度)를 잃고 있던 스토레스는 황제의 이같이 고마우신 성지를 받들게 되자 더욱 감격하고 앙분(昻奮)하여 무아몽중(無我夢中)에 의자로부터 벌떡 일어났읍니다. 그 여자의 얼굴은 진홍색으로 물들여졌고 호흡과 맥박은 바야흐로 급격해졌던 것입니다.
황제의 사랑스러워하시는 미소에 응하여 그 여자는 애원하듯이 부르짖었읍니다.
“폐하의 성지에 감격하와……. 폐하! 제게 물 한 잔만 주십시오. 목이 타서 죽을 것 같습니다.”
- 스토레스(Anna Selina Storace)는 1766년에 영국에 나서, 1817년에 죽었읍니다. 그의 남형(男兄) 스테펜•스토레스는 유명한 더블베이스의 주자였으며, 안나는 소프라노의 명가수로 그 당시 굉장한 환영을 받던 여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