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제3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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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口腔)의 색채(色彩)를 알지 못한다. ㅡ새빨간 사과의 빛깔을ㅡ


미래(未來)의 끝남은 면도(面刀)칼을 쥔 채 잘려 떨어진 나의 팔에 있다.

이것은 시작됨인 미래(未來)의 끝남이다.

과거(過去)의 시작됨은 잘라 버려진 나의 손톱의 발아(發芽)에 있다.

이것은 끝남인 과거(過去)의 시작됨이다.

1[편집]

나 같은 불모지(不毛地)를 지구(地球)로 삼은 나의 모발(毛髮)을 나는 측은해한다.

나의 살갗에 발라진 향기(香氣) 높은 향수(香水) 나의 태양욕(太陽浴) 용수(榕樹)처럼 나는 끈기 있게 지구(地球)에 뿌리를 박고 싶다.

사나토리움의 한 그루 팔손이나무보다도 나는 가난하다.


나의 살갗이 나의 모발(毛髮)에 이러 함과 같이 지구(地球)는 나에게 불모지(不毛地)라곤 나는 생각지 않는다.


잘려진 모발(毛髮)을 나는 언제나 땅 속에 매장(埋葬)한다. ㅡ아니다 식목(植木)한다.

2[편집]

유치장(留置場)에서 즈로오스의 끈마저 빼앗긴 양가(良家)집 규수(閨秀)는 한 자루 가위를 경궁(警宮)에게 요구(要求)했다.


ㅡ저는 무기(武器)를 생산(生産)하는 거예요.

이윽고 자라나는 규수(閨秀)의 단발(斷髮)한 모발(毛髮).


신(神)은 사람에게 자살(自殺)을 암시(暗示)하고 있다‥‥‥고 독두옹(禿頭翁)이여 생각지 않습니까?


나의 눈은 둘 있는데 별은 하나 밖에 없다.

폐허(廢墟)에 선 눈물ㅡ눈물마저 하오(下午)의 것인가?

불행(不幸)한 나무들과 함께 나는 우두커니 서 있다.


폐허(廢墟)는 봄.

봄은 나의 고독(孤獨)을 쫓아버린다.

나는 어디로 갈까?

나의 희망(希望)은 과거분사(過去分詞)가 되어 사라져버린다.


폐허(廢墟)에서 나는 나의 고독(孤獨)을 주어 모았다.

봄은 나의 추억(追憶)을 무지(無地)로 만든다.

나머지를 눈물이 씻어버린다.

낮 지난별은 이제 곧 사라진다.

낮 지난별은 사라져야만 한다.

나는 이제 발을 떼어놓지 아니하면 아니되는 것이다.


바람은 봄을 뒤흔든다.

그럴 때마다 겨울이 겨울에 포개진다.

바람 사이사이로 녹색(綠色) 바람이 새어 나온다.

그것은 바람 아닌 향기(香氣)다.

나는 나의 모든 것을 묻어버리지 아니하면 아니된다.

나는 흙을 판다.

흙속에는 봄의 식자(植字)가 있다.


지상(地上)에 봄이 만재(滿載)될 때 내가 묻은 것은 광맥(鑛脈)이 되는 것이다.

이미 바람이 아니 불게 될 때 나는 나의 행복(幸福)만을 파내게 된다.


봄이 아주 와버렸을 때에는 나는 나의 광굴(鑛窟)의 문을 굳게 닫을까 한다.


남자(男子)의 수염이 자수(刺繡)처럼 아름답다.

얼굴이 수염 투성이가 되었을 때 모근(毛根)은 뼈에까지 다달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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